배틀로얄(BATTLE ROYALE) :: 제４부 - 게임 종료 #.2

　가와다는 앞장서서 터벅터벅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어깨에 걸친 데이 팩 안에 기리야마가 갖고 있던 무기를 몽땅 집어넣었다. 그는 무기를 슈야와 노리코에게 들게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슈야는 노리코의 왼쪽에서 몸을 부축하면서 가와다를 따라갔다. 노리코의 뺨에 난 상처는 일단 물로 씻어낸 다음, 반창고 네 장을 나란히 붙였다. 어설프게 꿰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가와다가 말했던 것이다. 손의 상처도 물로 씻어낸 뒤에 다시 반다나를 고쳐 감았다. 가와다는 자기 혼자 대충 치료를 한 것 같았다. 

　이미 어두컴컴해진 산 속이었지만, 이제 수풀 속을 헤치고 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낙엽이 살짝 쌓여 부엽토가 되어 있는 바닥은 오후 내내 배린 비에 젖어 있다. 가와다가 "산으로 올라간다."고만 하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 뒤로 꽤 긴 거리를 걸었다. 

 

　「가와다.」 

　슈야가 부르자 가와다가 돌아보았다. 

　「어디까지 가는 거지?」 

　가와다가 씨익 웃었다. 

　「조금 더. 괜찮으니까 따라와.」 

　그러자 슈야는 다시 노리코를 부축하면서 잠자코 뒤를 따랐다. 키타노 유키코와 구사카 유미코가 죽은, 그 전망대가 있는 산꼭대기, 그리고 그 남쪽도 이미 금지 구역에 들어가 있었다. 가와다가 발길을 멈춘 것은 그 곳에 들어가기 직전, 산 중턱의 약간 높은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시미즈 히로노가 미나미 가오리를 쏘는 것을 본 곳은 여기서 약간 내려간 곳이다. 

 

　「여기가 좋겠네.」 

　가와다가 말했다. 

　경사면에 높은 차이가 있고, 나무가 베어져 있어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시로이와 중학교 3학년 B반 학생들이 격투를 벌인 섬이, 지금은 일몰 후의 푸른 빛 속에 가라앉아, 눈 아래 내려다 보였다. 다만, 마지막 적, 사카모치 일당이 있는 분교는 산의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슈야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물었다. 

 

　「이런 데 뭐가 있다는 거니? 어떻게 도망치지?」 

　가와다는 슈야의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로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괜찮으니까 저길 봐.」 

　슈야는 노리코와 함께 가와다가 가리킨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남쪽 산 너머였다. 어슴푸레한 어둠에 잠겨 있지만, 바다, 몇 개의 섬, 그리고 그 건너에는 더 큰 육지의 그림자가 가로놓여 있다. 육지 여기저기에는 불빛 같은 것들이 보였다. 더 가까이서 보면 분명히, 저건 네온사인, 저건 해안도로 가로등, 하고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슈야도 이 섬이 다카마츠 시 앞바다에 떠 있는 오키 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밖에 메기 섬, 오기 섬이 있어, 세 개의 섬이 남북으로 늘어서 있는데, 제일 북쪽에 있다. 그렇다면 남쪽 산 너머로 보이는 작은 섬은 오기 섬, 그 너머가 메기 섬, 그리고 저 육지는 시코쿠, 가가와 현이다. 가와다가 말했다. 

　「나한테는 별로 친숙한 곳은 아니지만, 너희들이 살던 곳이야. 시로이와 읍은…그렇지, 저쪽에 있나? 이게 마지막 보는 기회야. 잘 봐 둬.」 

 

　그건 슈야와 노리코가 국외로 탈출하는 이상, 다시는 저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의미일까? 슈야는 가와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설마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 아닐 테지?」 

　가와다가 후훗, 하고 웃었다. 

　「너무 서두르지 마.」 

　그러고 나서 노리코에게 말했다. 

　「총을 보여 줘. 점검해 놔야 해.」 

 

　노리코가 아직 손에 들고 있던 스미스 앤드 웨슨을 가와다에게 내밀었다. 가와다가 그걸 받아들었다. 실린더를 열고 총알을 확인했다. 분명히 노리코가 기리야마를 향해 한 번 쏜 그 뒤에, 다시 총알을 장전했을 것이다. 가와다는 그것을 노리코에게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오른손에 들고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기억하겠지, 두 사람 다. 나는 몇 번이고 말했어. 나는 동료가 필요할 뿐이고, 결국 언젠가는 너희들을 죽이려 들지 모른다고.」 

　슈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그랬지.」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래서.」 

　가와다가 말했다. 

 

　「너희들이 진 거야.」 

 

　가와다는 손에 든 스미스 앤드 웨슨을 슈야 쪽으로 들이댔다. 

　슈야는 자기 얼굴에 기묘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웃는 표정과, 이상하다는 표정을 동시에 짓는 그런 느낌이다. 아마 옆에 있는 노리코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슈야가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농담이야?」 

　「농담이 아니야.」 

　가와다가 말하며 격철을 세웠다. 그러자 슈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오른팔 안에 있는 노리코의 몸이 움츠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가와다가 말했다. 

　「괜찮다면 풍경을 좀 더 감상해도 괜찮아. 말했잖아. 마지막이 될 거라고.」 

　수염이 삐죽삐죽 솟은 가와다의 입가에 엷은 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싸늘한 웃음이었다. 어디선가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놀이 지는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건가? 

 

　슈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감정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인지,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였다. 

　「뭐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도대체?」 

　「머리가 나쁜 녀석이로군.」 

　가와다는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대답했다. 

　「난 너희들을 죽일 거야. 우승하는 건 나다. 2연패가 되는 셈이로군.」 

　슈야의 입가가 떨렸다. 이건 거짓말이다. 말이 쏟아져 나왔다. 

　「무슨─농담하지 마. 그럼─그럼, 지금까지 전부 연극이었다는 거야? 너─너, 우리들 돌봐 주었잖아. 우리를 몇 번이나 구해 주었잖아?」 

 

　가와다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너희들이야말로, 나를 구해 주었어. 너희들이 없었다면 나는 기리야마에게 당했을 거야.」 

　「너─ 그럼 케이코 이야기도 전부 거짓말이었나!」 

　말꼬리가 떨려, 그 떨림을 밀어내려 하는 만큼 목소리가 커졌다. 

　「거짓말이다.」 

　가와다가 바로 대답했다. 

 

　「내가 작년에 효고 현 프로그램에 참가한 건 사실이고, 오누키 케이코란 여자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야. 그렇지만 나는 그 오누키와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사진 속의 여자애는 내 여자지만, 시마자키 쿄카라고 하는 다른 애야. 지금 고베에 있지. 머리는 나쁘지만─뭐 제발 자기 사진을 갖고 있어 달라고 할 정도지. 그렇지만 어찌되었든 침대 위에서는 그런대로 잘 해.」 

　슈야는 침을 삼켰다. 피부에 닿는, 초여름에 가까운 산들바람이 왠지 아주 차게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따지듯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그 버드 콜은─」 

　가와다는 그 질문에도 바로 대답했다. 

　「우연히 이 섬의 잡화점에서 발견했지. 어디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도움은 된 거지. 어쨌든.」 

 

　어둠은 점점 더 깊어갔다. 

　가와다가 말을 이었다. 

　「알겠지? 나를 믿은 그 순간 너흰 내게 진 거야.」 

　가와다는 그렇게 말했지만, 슈야는 아직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럴 리는 없다. 

 

　이윽고 슈야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그러나 슈야가 입을 열기 전에, 노리코가 먼저 말했다. 

　「가와다─ 우리가 널 진짜 믿은 건지 아닌지 시험해 보고 싶은 거야? 케이코가 믿어 주지 않았던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가와다가 어개를 으쓱했다. 

　「이런, 이런. 마지막까지 꾸며낸 이야기를 믿는군.」 하고 말했다.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가와다 쇼고는 빠른 동작으로 총을 다시 고쳐 잡더니,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두 발의 총소리가 난 뒤, 잠시 뒤에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남은 인원 1명 / 게임 종료. 이상 시로이와 중학교 3학년 B반 프로그램 실시본부 선수 확인 모니터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