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BATTLE ROYALE) :: 제４부 - 게임 종료 #.4

「가와다!」 

　계단 아래 가와다가 무사히 나타난 것을 보고, 슈야는 안도의 목소리를 냈다. 자기가 쏜 것과는 다른 소리가 들려, 혹시 타이밍이 늦은 게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다. 가와다는 병사에게서 빼앗아 든 라이플을 손에 들고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괜찮았어?」 

　「그래.」 

　가와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카모치 선생은 죽었어. 그보다 모두 해치웠니?」 

　「위에 있던 놈들은 전부 해치웠어. 그렇지만 노무라라는 녀석이 보이지 않아.」 

　「그럼 전원 처치한 거야. 노무라는 내가 죽였어.」 

　그렇게 말하고는 가와다와 슈야는 노리코의 옆을 지나쳐 좁은 통로 앞에 서서 조타실이 있는 뱃머리 쪽으로 달려갔다. 

 

　조타실에 이르기까지 통로에 한 사람, 조타실 아래 있는 브리핑 룸 안밖에 두 사람, 병사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다하라라고 불리던 병사, 나머지는 배의 승무원인 해군 병사였는데, 총을 갖고 있던 것은 다하라뿐이었고, 그것도 권총이었다. 슈야는 잉그램을 쏘아 그 병사들을 쓰러뜨린 것이다. 그 밖에 배의 갑판에도 두 명이 있었는데, 처음에 쓰러뜨린 해군 병사였다. 다하라의 시체를 힐끔 내려다보고, 조타실로 이어지는 계단의 손잡이를 잡은 가와다가, 「깨끗하게 해치웠구나, 나나하라 슈야.」 라고 말했다. 

　「그래.」 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어.」 

 

　계단을 타고 조타실로 올라가자, 그 구석에도 슈야가 조금 전에 쓰러뜨린 배의 승무원이 두 명 쓰러져 있었다. 유탄인지, 아니면 그 승무원들을 관통한 총탄인지, 어둠과 슈야 일행 사이를 가르고 있는 유리창에 몇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배는 인가의 불빛이 비치는 섬 옆을(이것은 아마 메기 섬일 것이다) 지나고 있었다. 총소리가 그 섬이나 바다 멀리까지 들리지 않았을까 하고 슈야는 생각했지만, 느닷없이 총소리가 나는 일이 드물지 않은 나라여서, 그런 것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가와다는 전방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슈야와 노리코도 그 시선을 쫓자, 마치 자갈 운반선 같은 배가 진로 우측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가와다가 키를 잡고, 그 옆에 튀어나온 막대 같은 것을 묘하게 조작했다. 그러면서 가와다가 물었다. 

　「감기 걸리지 않았니, 두 사람 다?」 

　「그래.」 

　「노리코는?」 

　「괜찮아.」 

　노리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와다가 또 전방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갈 운반선이 상당히 가까이 다가왔다. 

　「미안해. 나만 편한 역할을 맡아서.」 

　「무슨 소리야.」 

　슈야는 가와다의 손과 전방을 번갈아 보면서 대답했다. 

　지켜보는 중에도 자갈 운반선의 배 그림자가 점점 커졌다. 그러나 무사히 비껴 지나갈 수 있었다. 자갈 채취선이 멀어져 갔다. 

 

　「휴우.」 

　가와다는 숨을 내쉬더니, 키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슈야는 뭔지 알 수 없는 계기 가운데 하나, 복잡하게 늘어선 단추를 몇 개 계속해서 눌렀다. 잠시 패널을 바라보고, 다이오드의 빛이 하나 꺼지는 것을 확인한 뒤, 이번에는 무전기를 들었다. 스피커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는 세토 해상 교통 센터』 그런 소리로 들렸다. 

　가와다가 말했다. 

 

　「여기는 방위군 해군 선적 DM245 3568. 이쪽 소재 확인 바란다.」 

　『DM245 3568. 확인할 수 없다. 무슨 문제가 있나?』 

　「DSP 항해 장치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수리를 위해 한 시간 운항을 정지한다. 다른 선박에게 연락 바란다.」 

　『알았다. 현재 위치를 부탁한다.』 

 

　가와다는 조금 전의 계기판을 보면서 구두로 그것을 전했다. 무선을 끊었다. 

　물론 그것은 어딘가로 배를 이동시키기 위한 시간 벌기였을 것이다. 가와다는 다시 키에 손을 얹더니, 이번에는 왼쪽으로 휙 돌렸다. 진로가 크게 바뀌는 흔들림이 슈야의 몸에도 전해져 왔다. 가와다가 또 신중하게 키를 움직이면서 말했다. 

　「사카모치 녀석, 역시 눈치 채고 있었어. 너희들에게 배를 타라고 한 게 다행이었어.」 

　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앞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랬다. 가와다는 그 산 속에서 허공을 향해 두 번 방아쇠를 당긴 뒤, 눈을 껌뻑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입술 앞에 손을 대는 시늉을 해 보였다. 주머니에서 꺼낸 지도 뒤에 연필로 갈겨썼다. 꽤 어두워서 읽기 힘들었지만, 슈야는 그것을 읽고─그러고 나서 가와다가 두 사람의 목걸이를 벗겼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라디오 부품 같은 것과 그것에 연결된 코드, 그 다음에는 나이프와 일자 드라이버를 하나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뒤 가와다는 어느 틈에 그런 것을 준비했는지, 대나무와 로프로 만든 간단한 줄사다리를 데이 팩에서 꺼냈다. 그리고 종이에 이렇게 썼다. 

　"내가 탈 배에 숨어 들어 와. 밤이니까 괜찮을 거야. 바다를 통해 부두로 돌아 들어오는 거야. 쇠갈고리를 늘어뜨린 체인이 있으니까 거기에 이걸 잡고, 잡고 있어. 쇠갈고리가 올라가 배가 움직이면 갑판에 올라와 배 뒷부분의 구명용수 뒤에 숨을 수 있어. 적당한 기회를 봐서 튀어 나와." 

 

　물론─ 배가 파도를 헤치며 스피드를 올리는 가운데, 그런 허술한 줄사다리를 잡고 끌려가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사다리 위에서 몇 십 센티미터 위의 갑판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웠다. 슈야는 왼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그 일을 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리코가 손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먼저 올라가, 슈야를 거의 끌어 올리다시피 했던 것이다. 슈야는 노리코의 의외의 체력에 깜짝 놀랐지만, 어쨌든─ 해낸 것이다. 슈야와 노리코는.

 

　「그렇지만.」 슈야는 말했다. 

　「이런 거라면 더 빨리 이야기해 주면 좋았을 텐데.」 

　가와다는 키를 움직이면서 멋지게 어깨를 움츠렸다.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워질까 봐. 미안해.」 

　그러면서 키에서 손을 떼었다. 지금은 배의 진행 방향으로는 깜깜한 바다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스쳐 지나갈만한 배의 그림자도 없다. 가와다는 몇 개의 게이지 같은 것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단하네.」 

　노리코가 말했다. 

　「정부 컴퓨터에 침입하더니.」 

　「그래.」 

　슈야도 동의했다. 

　「진짜 놀랍잖아?」 

　그러자 가와다는 곁눈질로 두 사람을 보며 씨익 웃었다. 

　「결국 들켰으니 잘 한 것도 아니지.」 

 

　가와다는 계기의 표시가 이해가 된 듯이 이윽고 거기서 떨어졌다. 쓰러진 병사 쪽으로 걸어갔다. 슈야와 노리코가 무얼 하려는 건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더니, 「쳇!」 하는 소리를 냈다. 

　「방위군 녀석들까지 금연인가, 요새는.」 

　가와다는 담배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또 한 명의 병사 가슴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해진 "버스터" 갑을 찾아냈다. 그 담뱃갑도 피에 젖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키가 있는 스탠드 옆에 기대어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맛있다는 듯이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애들이 많았다면 이런 식으로 도망칠 수는 없었을 거야.」 

　가와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밤이 아니었으면. 그렇지만 이제 와서 그런 생각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 우리는 살아 있어, 그걸로 된 거 아니야?」 

　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러고 나서 가와다는 「샤워라도 하고 와, 둘이서.」 라고 말했다. 

 

　「계단 앞이야. 좁지만 뜨거운 물이 나올 거야. 이 녀석들 옷이라도 찾아 입어.」 

　슈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잉그램을 벽 쪽의 낮은 책상 위에 놓고, 노리코의 어깨를 안았다. 

　「그렇게 하자, 노리코. 먼저 해. 감기가 도지면 곤란하니까.」 

　노리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계단 쪽으로 발길을 옮기려 했다. 

 

　「슈야!」 

　가와다가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 줘.」 

　담배를 조타 스탠드 아래 눌러 껐다. 

　「먼저 배를 움직이는 법을 가르쳐 줄게.」 

 

　슈야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배의 조종은 가와다가 해 줄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가와다도 샤워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 동안에는 슈야와 노리코가 배를 조종해야 한다. 슈야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노리코와 함께 가와다가 있는 조타 스탠드 앞으로 돌아왔다. 

　가와다가 숨을 한 번 내쉬고, 키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지금 배는 수동으로 움직이고 있어. 공연히 자동 운항하지 않는 게 나을 거야. 그리고 이게….」 

　가와다가 스탠드 옆의 레버를 가리켰다. 

　「액셀 겸 브레이크 같은 거야. 앞으로 쓰러뜨리면 스피드가 올라가. 뒤가 감속. 간단하지? 그리고 말이야, 이걸 봐.」 

　가와다가 키 바로 위에 설치되어 있는 둥근 게이지를 가리켰다. 가느다란 바늘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둘레에는 숫자와 방향을 표시하는 알파벳이 적혀 있다. 

　「이게 자일로 컴퍼스야. 방향은 이걸로 알 수 있어. 그리고, 거기 해도가 있을 거야.」 

　가와다는 메기 섬 동쪽의 현재 위치에서 섬들 사이를 뚫고 혼슈 쪽으로 향하는 루트를 가리켰다. 목적지는 오카야마 현의 어딘가, 눈에 띄지 않는 해안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레이더와 심도 측정기 사용법도 간간하게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턱에 손을 댔다. 

 

　「뭐 대충이지만, 그 정도만 알면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잘 들어. 바다 위에서는 우측통행이야. 그리고 바로 멈출 수는 없어, 배는. 해안선에 다가가기 전에 충분이 속도를 떨어뜨려야 해. 알았지?」 

　슈야는 다시 눈썹을 치켜 올렸다. 왜 해안에 배를 대는 것까지 설명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와다가 말을 이었다. 

 

　「내가 준 메모, 잘 갖고 있지? 사실은 거기 정확한 연락처가 적혀 있어.」 

　「그래─ 갖고 있어. 그렇지만─ 함께 갈 거잖아, 물론?」 

　가와다는 그런 슈야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담배를 꺼내 한 개비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은 바로 붙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슈야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라이터를 든 가와다의 손이 이상하게 떨기 시작한 것이었다. 옆에 있는 노리코도 그걸 느꼈는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가와다─」 

　「너희들, 이야기했지.」 

　가와다가 담배를 문 채로 슈야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키 옆에 던졌다. 

　「같이 미국에 가지 않겠냐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손으로 담배를 입에서 떼어내고 연기를 내뿜었다. 

　「그럴 생각을 했었어, 그렇지만─」 

　가와다의 말이 끊어지고, 또 입에 담배를 물었다. 다시 떼고,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었다. 

　「이제 대답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순간 가와다의 몸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머리를 툭 떨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가와다!」 

　슈야는 가와다에게 달려가 오른팔을 가와다의 오른팔에 감고 몸을 부축했다. 노리코도 달려와 반대쪽에서 가와다의 왼팔을 잡았다. 가와다의 몸은 힘을 잃어 무거웠다. 그러자 슈야는 비로소 가와다의 교복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 쪽, 목 바로 아래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기리야마다. 기리야마가 쏜 그 한 발이다. "스친 거야" 라고 가와다는 말했다. 어째서 바로 치료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으면 이미 치명상이라는 걸 알고 있기라도 했던 걸까? 아니 어쩌면─ 슈야와 노리코를 예정대로 이 배에 태우기 위해 일부러 치료를 피한 것인가? 

　가와다는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천천히 몸이 주저앉아,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자고 싶어. 자게 해 줘.」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슈야가 울부짖었다. 

　「아무 병원이나 괜찮아! 거기서 상처를─」 

　「억지 부리지 마.」 

　가와다가 웃으며, 방 끄트머리에 뒹굴고 있는 두명의 병사처럼 모로 누웠다. 

　「부탁이야.」 

　슈야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와다의 어깨에 손을 댔다. 

　「일어나 줘.」 

　「가와다.」 

　노리코가 울고 있었다. 

　「노리코!」 

　슈야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노리코에게 말했다. 노리코가 찔끔 슈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울지 마! 가와다는 죽지 않아!」 

　「슈야! 쓸데없는 일로 노리코를 야단치지 마.」 

　가와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여자에겐 부드럽게 대해라.」 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제 나 죽을 거야, 미안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가와다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왼쪽 눈썹 위에 난 상처가 마치 지네처럼 검붉게 떠올랐다. 

 

　「가와다─」 

　「너희들 권유에 어, 어떻게 할까─」 

　가와다가 말했다. 머리가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나, 나는 아직 망설이고 있어. 그, 그그그렇지만, 고, 고맙다는, 인, 인사는 해야지.」 

　슈야는 고개를 저으며 가와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와다가 떨리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자, 자, 잘 있어.」 

　슈야는 그 손을 잡았다. 

　「노, 노, 노리코도.」 

　노리코가 눈물을 글썽이며 가와다의 손을 잡았다. 

　슈야는 이미 가와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걸 인정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망설였다. 한 가지가 있는데….

 

　「가와다.」 

　가와다의 눈이 노리코 쪽에서 슈야 쪽으로 힘없이 움직였다. 

　「내가 이 나라를 박살내 줄게! 네 대신에! 내가 박살내 버릴 거야, 제기랄!」 

　가와다가 픽 웃었다. 노리코의 손에서 그 손이 힘없이 툭, 하고 가슴에 떨어졌다. 노리코가 가슴 위에 놓인 가와다의 손을 꼭 잡았다. 가와다는 눈을 감고, 또 힘없이 웃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이이이야기했지, 슈, 슈야! 그, 그, 그, 그러지 않아도 괘, 괘, 괘, 괜찮아. 괘, 괘, 괘, 괘, 괜찮으니까, 괘, 괘, 괘, 괜찮으니까, 두, 두, 두, 둘이서, 부, 부, 부, 부디 잘 사, 살아 줘. 이, 이, 이번 게임처럼 서, 서, 서로 믿고, 아, 아, 아끼고, 도, 도, 도와 줘.」 

　가와다는 거기까지 말하고, 휴우, 하고 숨을 쉬었다. 이제 눈을 뜨지 않았다. 

 

　「─그게 내 바람이야.」 

 

　또렷하게 말했다. 

　그것이 최후였다. 가와다는 이미 숨을 쉬지 않았다. 조타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이상하게 노란빛을 띤 빛이 창백해진 그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평온한 표정이었다. 

 

　「가와다!」 

 

　슈야가 울부짖었다.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너는 케이코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너는 그녀와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너는─」 

　늦었다. 가와다의 귀에는 이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얼굴은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다. 

 

　「제길.」 

　슈야의 입술이 떨리자, 말꼬리도 떨렸다. 

　「제길.」 

　노리코가 가와다의 손을 잡은 채로 울고 있었다. 

　슈야도 마찬가지로 가와다의 그 두툼한 손에 자기 손을 포갰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나, 가와다의 교복 주머니를 뒤졌다. 있었다. 그 빨간 버드 콜이. 그것을 가와다의 오른손에 밀어 넣어, 쥐어 주었다. 그리고 자기 손으로 그것을 감싸고─

 

　그리고 슈야는 드디어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