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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5

[수필] 소비에 실패할 여유 - 유정아 아이들을 동네 슈퍼에 데리고 간다. 풀어놓고 '너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하면 아이는 정말 눈에 띄는 걸 다 집는다. 먹어 본 과자, 안 먹어 본 사탕, 포장만 예쁜 젤리, 내용물보다 장난감이 더 많이 들어 있는 초콜릿, 전부터 사 보고 싶었지만 차마 집지 못했던 비싼 쿠키…. 끝까지 먹는 것도 있겠고 한 입 먹어 보고 다시는 안 살 것들도 있겠으나, 어쨌든 제가 궁금했던 것들은 다 사고 다 뜯어 보고 먹어 본다.하지만 슈퍼 앞에서 아이에게 '너 사고 싶은 것 딱 하나만 사 준다'고 하면, 일단 고르는 시간이 한 세 배 쯤 늘어난다. 들여다 보고, 집었다 놓고, 흔들어 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러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고른다. 많이 먹어 봤고, 맛을 잘 알고, 그래서 절대 실패.. 2025. 4. 19.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침묵, 그 뒤에 오는 고독 때문에- 침묵, 그 뒤에 오는 고독 때문에쟝 그르니에 명상 아포리즘정명철 역 Jean Grenier (1898~1971)프랑스의 철학자, 작가프랑스 북부지방 브르타뉴에서 성장1968년 국가에서 수여하는 문학대상을 받은 바 있다, , 등의 주요 작품이 있다그의 글은 깊고 따스한 서정, 존재와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가득 차 있다 ────────────────────────────── 내일이 어제와 다르듯이 창조는 끊임없이 새로워진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다른 것으로 넘어가야 한다.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그보다 못한 삶을 포기하기 위해서는,우리는 과거의 닫힌 문 앞으로 돌아가 그 문을 두드리는 우매한 행동은 그만 두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살아 있는 존재로서 끝없는 삶에 대한 욕망을 준다. 인간은 .. 2020. 4. 27.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섬(Les Iles)- 섬에 부쳐서 -알베르 카뮈 알제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 이외에는 비길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섬」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준 계시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지드적인 감동은 우리들에게 찬양의 감정과 동시에 어리둥절한 느낌을 남긴 것인 반면, 이 책이 보여 준 바는 우리들에게 알맞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모랄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되고, 지상의 풍성한 열매들을 노래할 필요를 새삼스럽게 느낄 형편은 아니었다. 지상의 열매들은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빛 속에 열려 있었다. 입으로 깨물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우리들 중의 몇몇.. 2020. 4. 27.

잠수복과 나비 - 장 도미니크 보비 작가 소개장 도미니크 보비 도서명 : 잠수복과 나비저자 : 장 도미니크 보비(양영란 옮김)출판사 : 동문선 장 도미니크 보비는 1952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마오쩌둥주의 경향을 보였던 파리의 마르셀 푸르스트 고등학교에서 약간의 인본주의를 맛보고, 필리프테슨이라는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였다. 조르주 퐁피두가 사망한 그날 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하였다. 그후 지와 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1991년 지 편집장이 되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며 자상한 아버지, 멋진 생활을 사랑했으며, 똑똑한 대식가, 좋은 말을 골라 쓰는 유머러스한 멋진 남자. 앞서가는 정신의 소유자로서 누구보다도 자유를 구가하던 그는, 1995년 12월 8일 금요일 오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3주 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2020. 4. 27.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책 머리에 내가 사는 마을은 한강 맨 아래쪽 물가다. 여기에 이르러서, 강은 넓어지고 산은 멀어져 하늘이 트인다. 저녁마다 서해에서 번지는 노을이 산하에 가득 찬다. 물가의 넓은 갈대숲에서 오리들이 겨울을 난다. 지금은 무성한 여름풀이 강물에 젖어 있다. 이 마을에서는 멀리 보기가 좋고 눈이 편하다. 하류의 강은, 늙은 강이다. 큰 강의 하구 쪽은 흐려진 시간과 닿아 있고 그 강은 느리게 흘러서 순하게 소멸한다. 흐르는 강물 옆에 살면서 여생의 시간이 저와 같기를 바란다.나는 이 물가 마을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저녁 나절을 보낸다. 이제, 시간에 저항할 시간이 없고, 시간을 앞지를 기력이 없다. 늙으니까 두 가지 운명이 확실히 보인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벼락치듯 눈에 들어오고, 봄이 가고 또 밤이 오듯이.. 2020.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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