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BATTLE ROYALE) :: 제２부 - 중반전 #.7

　「고개 숙여.」 

　가와다가 말했다. 쇼트 건을 들고,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고 있었다. 

　슈야는 노리코를 등에 업은 채로 그 지시에 따랐다. 한 아름은 될 만한 커다란 느릅나무 뒤였다. 이제 보건소까지 3분의 2쯤은 왔을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구역으로 따지자면 F=9거나 F=7부근일 것이다. 방향을 잘못 잡은 게 아니라면(가와다가 길잡이이니 틀릴 리는 없겠지만.) 이제 곧 분교 건물이 오른쪽 아래 보이게 될 것이다.

  

　슈야 일행은 우선 해안선을 따라 처음에 있던 구역 C=4를 지나, 거기서 북쪽 산의 기슭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벌건 대낮에 움직이기는 쉽지가 않았다. 약간 이동하고는 숨을 죽이고, 무성한 수풀을 뚫고 지나가야 할 때는, 가와다가 돌맹이를 몇 개 전방에 던져,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벌써 30분 가까이 걸렸다. 슈야의 머리 바로 뒤에서, 노리코가 고통스럽게 숨쉬고 있었다. 슈야는 엄마가 아기에게 하듯이, 고개를 약간 뒤로 돌리고 말했다. 

 

　「노리코, 이제 다 왔어.」 

　노리코가 「응….」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간다.」

　가와다가 말했다. 

　「다음은 저 나무 있는 곳까지야, 알았어?」 

　「오케이.」 

 

　슈야는 허리를 굽히고, 낮게 자란 풀로 덮인, 원래는 밭이었던 듯한 부드러운 흙 위를 앞으로 걸어갔다. 슈야와 노리코의 것까지 짐을 전부 왼손에 들고, 쇼트 건을 오른손에 쥔 가와다가 바로 옆에 딱 달라붙어, 앞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쇼트 건의 총구가 고개 방향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이번에는 약간 가느다란 나무에 이르러 또 멈췄다. 슈야는 숨을 가다듬었다. 

　「힘들지 않니, 슈야?」 

　슈야는 웃어 보였다. 

　「노리코가 워낙 가벼워서.」 

　「어지간하면 좀 쉬지.」 

　「아니야.」 

　슈야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 

　「그래?」 

　가와다는 대답했지만, 슈야는 속으로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동시에, 나는 어쩌면 바보가 아닐까? 하느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사태를 조급하게 생각해서, 중요한 것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가와다.」 

　「왜?」 

　「지도에 있는 그 표시, 진짜 보건소일까?」 

　가와다는 등을 보인 채로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분명히.」 

　「아니, 그건….」 

　슈야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보건소야. 나는 확신해.」 

　슈야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럴까?」  

　「그래. 밤에 이 섬을 돌아다녔으니까, 너희를 만날 때까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약을 더 구해 두는 건데 그랬어. 필요 없을 줄 알았지.」 

 

　슈야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동시에 마음 속으로 자신을 한 대 퍽 쳤다. 정신 좀 차려라. 그렇지 않으면 나뿐만이 아니라 노리코까지 죽게 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가와다는 다음에 이동할 곳을 찾고 있었다. 

　「좋아.」 

　가와다가 막 말을 했을 때, 총소리가 울려, 슈야는 움찔 몸을 숙였다. 서둘러 자세를 낮추고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무사히 보건소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어리석은 짓이었나? 그렇지만 주위에 인기척은 없었다. 

　가와다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슈야와 노리코를 보호하듯이 왼팔을 뻗고, 진행 방향의 왼쪽을 보고 있었다. 슈야와 일행이 있는 곳에서 그쪽으로 완만한 언덕이 있었으며, 10미터 정도 저 편에 삼나무처럼 키 큰 나무들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너머에서 난 총소리인가? 슈야는 가슴 깊은 곳에서 숨을 토해냈다. 

 

　「괜찮아.」

　가와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릴 노린 건 아니야.」 

　슈야는 총을 빼 들지는 않고, 노리코를 업은 채로 「가깝게 들리네.」 라고 말했다. 

　가와다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총소리가 연속해서 났다. 두 발, 세 발. 뒤이어 울린 세 발의 총소리가 울림이 더 약한 더 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한 발이 울렸다. 이번 것은 작은 소리였다. 

　「총격전이군.」 

　가와다가 툭 내뱉었다. 

　「힘이 넘치는 녀석들이야.」 

 

　당장은 자기들에게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안심한 슈야였지만,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또 누군가가 서로를 죽이고 있다. 게다가 아주 가까운 곳이다. 그리고 자신은 여기서 숨을 죽이고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 검은 옷을 입은 사내의 이미지가 슈야의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자, 이번엔 너. 그리고 너. 다행이로구나. 나나하라 슈야. 넌 아직 아닌 것 같아. 

　등을 보인 채로, 가와다가 그런 슈야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이 말했다(그러고 보니 맑은 날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읽기 쉽다고 했었다).

 

　「말리러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닐 테지, 슈야.」 

　슈야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약간 우물거리듯이 「아니….」 라고 말했다.

　그랬다. 지금은 노리코를 무사히 보건소까지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사람의 쓸데없는 싸움에 참견하다가는 우리가 위험해진다.

　그 때, 노리코가 등 뒤에서 「슈야….」 하고 불렀다. 슈야의 등에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열이 높아, 그 소리는 속삭임처럼 들렸다. 슈야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자기 어깨 너머로 노리코의 가늘게 뜬 눈이 보였다. 

　「날… 내려 줘….」 라고 노리코가 힘겹게 말했다. 

　「무슨 일이지? 혹시…. 누군가가….」

　거기까지 말하고, 거친 숨소리가 끊겼지만, 노리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뜻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혹시 누군가가 이 게임을 하고 싶지도 않은, 말하자면 무고한 누군가를 지금 죽이려고 하고 있다면? 그리고 가능성으로서는, 그것은 지금 총을 서로 쏘아대고 있는 두 사람 다 마찬가지일지도 모르는게 아닌가.

 지금 있는 위치는 기타노 유키코, 구사카 유미코가 죽은 북쪽 산꼭대기에서 거의 똑바로 남쪽으로 내려온 지점이었다. 그러나 귀에 들리는 머신건은 아니었다. 총소리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두 사람 다 유키코와 유미코를 죽인 그 녀석이 이 총소리를 듣고 바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 

 

　또 총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침묵. 

　슈야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얼른 노리코를 등에서 내려놓았다. 몸을 숨기고 있던 나무 둥치에 등을 기대게 했다. 

　가와다가 돌아보았다. 

　「아니, 너 설마….」 

　슈야는 가와다의 말을 무시하고, 노리코에게 말했다. 

　「내가 가 보고 올게.」

　벨트에서 스미스 앤드웨슨을 뽑아들고, 가와다에게 말했다. 

　「노리코를 부탁해.」 

　「야, 임마!」 

　가와다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슈야는 이미 달려나가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면서 언덕을 올라가, 키 큰 침엽수 사이를 빠져나갔다. 침엽수를 지나자, 키 큰 풀들이 뒤덮여 있었다. 슈야는 수풀을 가로질렀다. 언덕 오르막 땅바닥에 달라붙어 좌우에 솟아난 기다란, 칼 같은 느낌이 드는 풀을 헤쳐 나갔다. 

　또 총소리가 들려왔다. 슈야는 드디어 수풀 끄트머리에 이르러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집이 한 채 있었다. 낡은 목조 단층집이었는데, 커다란 삼각형 모양의 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농가의 모습이었다. 오른쪽을 향해 비포장 진입로가 뻗어 있다. 집 너머로 둘러싸듯 산의 사면이 가파르게 놓였고, 그 위는 또 무성한 숲이었다. 그 훨씬 위쪽으로 구사카 유미코와 기타노 유키코가 죽은 북쪽 산의 전망대가 보였다. 슈야가 있는 쪽에서 보면 농가의 본채는 왼쪽에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의 벽에 시미즈 히로노(여자 10번)가 마치 달라붙듯이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히로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마당을 끼고, 진입로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농기구를 넣어두는 헛간 같은 곳이었다. 그 입구 쪽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로 보이는 그림자가 살짝 보였다. 머리가 살짝 보이자, 그제야 그 애가 미나미 가오리(여자 20번)이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총을 손에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15미터도 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 서로 총질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어느 쪽인가가 상대방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슈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두 사람 다 서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서로 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 판단은 슈야의 페미니스트적인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잠자코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말려야만 한다.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에도 가오리가 헛간 입구 안쪽에서 얼굴을 내밀고, 히로노를 향해 총을 한 발 쏘았다. 애들이 물총을 가지고 노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물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구리로 된 탄피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히로노가 두 발을 연속으로 쏘았다. 히로노는 꽤 익숙해 보이는 사격 자세였는데, 탄피가 튀지는 않았다. 한 발이 가오리가 있는 헛간 기둥에 맞아, 나무가 박살이 나면서 튀어 올랐다. 가오리가 후다닥 고개를 집어넣었다. 

 

　슈야가 있는 위치에서 보면 히로노는 거의 온몸이 드러난 상태였다. 히로노가 리볼버의 실린더를 열고, 빈 탄창을 배출하는 것이 보였다. 히로노의 왼손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팔 어딘가에 가오리가 쏜 총탄이 맞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손으로, 그러나 상당히 재빠른 동작으로 총알을 새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가오리를 향해 겨누었다.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슈야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또 다시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나미 가오리는 아이돌 스타를 좋아해서, 자주 친구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 이야기를 하거나, 진짜 사진을 입수했다고 하면서 기뻐하기도 했다. 한편 시미즈 히로노는 그 유명한 소마 미츠코의 친구로, 약간 삐뚤어진 구석은 있지만 어쨌든 두 사람 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인 나름대로 꽃다운 여자애들이었다. 그 두 사람이 서로 총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지하게, 당연하지만 그것도 실탄으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슈야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하늘을 향해 스미스 앤드 웨슨을 한 발 쏘았다.󰡐이런, 이거 마치 보안관 같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소리쳤다. 

　「멈춰!」 

　히로노와 가오리는 깜짝놀라 행동을 멈추고, 동시에 슈야쪽을 돌아보았다. 슈야는 그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소리쳤다. 

　「멈춰! 그만 두란 말이야! 나는 나카가와 노리코랑 함께 있어!」 

　가와다의 이름은 일단 꺼내지 않는 게 나을 듯했다. 

　「나를 믿어!」 

　슈야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참으로 진부한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슈야에게서 눈을 떼고 바로 다시 상대하던 가오리 쪽으로 움직인 것은 히로노였다. 가오리는 멍하니 서서 슈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슈야는 가오리를 보았다. 그 애의 몸이 헛간 입구에서 노출되어 무방비 상태였다. 다음에 일어날 일은 슈야가 언젠가 보았던 교통사고와 비슷했다. 그것은 슈야가 막 열한 살이 되려고 하던 어느 날 가을 저녁의 일이었다. 운전자가 졸았는지 어쨌는지, 균형을 잃은 트럭이 가드레일을 부수며 인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슈야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슈야보다 약간 앞서 걷고 있던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애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가방이 여자애의 어깨에서 훌쩍 벗겨져, 여자애와는 다른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날았다. 가방보다 먼저 여자애가 보도에 어깨부터 먼저 떨어져 길가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힌 다음, 보도 한쪽 구석으로 굴러가 멈추었다. 피가 흘러나왔다. 콘크리트 벽 아래, 1미터 이상에 걸쳐 핏자국이 번져나갔다. 슈야에겐 그 사고 때의 모습이, 특히 트럭이 도로를 벗어나 여자애를 칠 때까지가 슬로 모션처럼 보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벗어나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막을 길이 없었다. 그런 느낌이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가오리를 향해, 히로노가 총을 겨누고 쏘았다. 두 발 연속해서. 첫 발이 가오리의 오른쪽 어깻죽지에 맞아, 가오리의 몸이 오른쪽으로 휙 반 바퀴를 돌았다. 두 번째 총알이 그 머리에 맞았다. 슈야는 보았다. 가오리의 머리 일부 - 왼쪽 관자놀이 부근에 터져 나가는 것을. 가오리는 헛간 입구에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히로노는 슈야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바로 몸을 돌려, 왼쪽 방향, 슈야 일행이 지나온 서쪽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수풀 속으로 뛰어들어 슈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제길!」 

　슈야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잠깐 망설인 뒤, 수풀에서 나와 가오리가 쓰러진 헛간 쪽으로 달려갔다. 낡은 트랙터가 한 대 들어 있는 헛간에서 다리만 밖으로 내민 채, 가오리가 쓰러져 있었다. 구부러진 자세로 모로 누워 있는 가오리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머리와 어깻죽지의 상처에서 나온 피와 합쳐졌다. 얼굴 아래, 헛간의 콘크리트 바닥이 피 웅덩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피 위에는 헛간 바닥의 미세한 먼지가 떠 있다. 가오리는 눈을 뜬 채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일러복을 입은 가슴께에서 가느다란 금빛 로켓이 피 위에 떠오른 작은 섬처럼 보였다. 이름이 뭔지 모를 남자 인기 아이돌 스타가 빙긋 웃고 있었다. 슈야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떨면서 가오리 옆에 무릎을 꿇었다. 아아! 이럴 수가! 이 애는 더이상 아이돌 스타의 스캔들에 대해 수다를 떨 수가 없다.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에도 갈 수 없다. 내가 조금만 더 제대로 했어도 이 아이는 죽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게 아닐까? 

 

　소리가 났다. 그쪽을 돌아보니, 수풀 속에서 가와다가, 가와다가 한쪽 팔로 부축하고 있는 노리코가 고개를 내밀었다. 

　가와다가 노리코를 거기에 남겨두고, 뛰다시피 슈야가 있는 곳까지 왔다. 가와다는 그러기에 내가 뭐라고 했어, 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가오리의 총과 데이 팩을 주워들고, 허리를 굽혀 가오리의 눈을 감겨 주더니, 「가자. 서둘러.」 라고만 말했다. 물론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총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특히 그 머신 건을 지닌 누군가가 지금 당장이라도 나타날 수 있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슈야는 가와다가 자기 팔을 잡아당길 때까지 가오리의 시체를 내려다보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남은 인원 22명】

 

 

　보건소는 작고 낡은 단층 목조 가옥이었다. 판자로 만든 벽은 검은 색이었고, 지붕을 덮은 검은 기와도 지은지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나타내기라도 하듯이 각이 진 부분은 하얗게 변해 있다. 미나미 가오리가 죽은 농가와 마찬가지로, 좁은 비포장도로가 나 있었으며, 북쪽 산을 등지고 서 있었다. 슈야 일행은 산 속을 지나왔기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그 좁은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섬의 동쪽 해안을 지나는 포장도로와 연결된다. 보건소 앞에는 의사가 쓰던 것인지, 하얀 라이트 밴이 한 대 세워져 있었고, 슈야 일행이 있는 위치에서 바라보면, 그 라이트 밴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바다가 빛났다. 바다색은 시로이와의 부두,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는 탁한 바닷물과는 전혀 달랐다. 아름다울 정도의 녹색이 약간 섞여 있는 듯한 선명한 블루였다. 파도는 거의 없었으며, 수면 위에 떨어지는 조용한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뛰어오르는 빛의 입자가 서서히 밀도를 높여가면서 저 멀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끝, 이 섬과 마찬가지로 세토나이의 바다에 떠있는 섬들의 그림자는 의외로 가깝게 보였다. 도중에 목표물이 아무것도 없는 해상에서는 거리가 짧게 느껴진다고들 하니, 적어도 4킬로미터나 5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는 게 아닐까? 

 

　드디어 보건소에 도착했다. 무사히 도착한 것이 기적 같았다. 가오리가 죽은 곳에서 바로 떠났지만, 머신 건의 총성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지도상으로는 약 2킬로미터가 좀 안 되는 거리였어도 언제 누구에게 습격당할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내내 노리코를 등에 업고 온 슈야는 많이 지쳤다. 보건소 안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노리코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쉬고 싶었다. 그렇지만 슈야의 눈에 신경을 거슬리는 것이 보였다. 조용한 바다 위에 배가 떠있었다. 물론 사카모치가 이야기 한 감시선일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세 척이 나란히 있었다. 동서남북으로 한 척씩 있다고 사카모치가 있다고 이야기했고, 서쪽 바다에서도 한 척 밖에 없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슈야는 노리코를 등에 업은 채로, 수풀에서 얼굴을 내밀고 가와다에게 물었다. 

　「배가 세 척 있는데?」 

　가와다가 대답했다. 「그래.」 

 

　「제일 작은 것이 감시선이야. 큰 것이 이 게임이 끝나면 나중에 분교에 있던 그 군인들을 싣고 돌아갈 배. 중간 크기인 것이 이 게임의 우승자를 섬에서 데리고 나가기 위한 배지. 우승한 녀석이 저걸 타게 돼. 똑같아. 배 모양까지 같아, 작년하고.」 

　「작년 효고현 프로그램도 이런 섬에서 했었니?」 

　「그래.」 가와다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효고현도 세토나이 근처지. 세토나이를 끼고 있는 현에서 프로그램이 실시될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섬에서 하는 것 같아. 하긴 이 좁은 바다에 섬이 천 개가 넘으니까.」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쇼트 건을 들고 보건소를 향해 비탈을 내려갔다. 자세를 낮추고, 일단 라이트 밴을 조사했다. 차 밑도 들여다보았다. 그 다음에는 잽싸게 건물로 다가가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돌아오더니, 여닫이문으로 되어 있는 현관을 조사했다. 자물쇠가 걸려 있는지, 가와다는 쇼트 건을 고쳐 잡고, 손잡이 바닥으로 간유리로 쳤다. 쨍그랑 소리가 나며 유리가 깨졌다. 고개를 숙이고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역삼각형으로 깨진 유리 사이로 손을 집어 넣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슈야는 그걸 지켜본 뒤, 고개를 돌려 노리코를 보았다. 고개를 푹 파묻고 슈야의 등에 기대고 있었다. 

　「노리코, 이제 도착했어.」 

　슈야가 말했지만, 노리코는 「음….」 하는 짧은 신음소리만 냈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호흡이 계속되고 있었다. 

 

　5분쯤 지나, 가와다가 현관에서 고개를 내밀고 슈야를 손짓해 불렀다. 슈야는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2미터 정도의 비탈을 내려가, 보건소로 들어갔다. 보건소 문 옆에는 <오키 섬 보건소>라는 검은 글씨가 비바람에 씻겨 흐려진 두꺼운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가와다가 쇼트 건을 들고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곁을 지나, 슈야는 문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가와다가 문을 꼭 닫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다다미 네 장 반 정도 넓이의 형식적인 대기실이 있었다. 크림색 낡은 융단 위, 왼쪽 끄트머리에 하얀 커버가 덮인 긴 녹색 의자가 하나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가 째깍거리며 3시 조금 못 미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른쪽이 진찰실인 것 같았다. 가와다가 근처에 있던 빗자루를 문에 걸쳐 열지 못하도록 하고 슈야를 재촉했다. 

　「자, 이쪽이야.」 

 

　원래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 곳일 테지만, 슈야는 스니커를 신은 채로 올라와 오른쪽 방으로 들어갔다. 

　창가 바로 앞쪽에 나무로 만든 책상이 있고, 의사가 쓰는 것 같은 검은 가죽이 덮인 둥근 의자가 하나, 그리고 바로 앞에 크림색 비닐이 씌여진 둥근 의자가 하나 있었다. 작은 보건소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소독약 냄새는 났다. 금속 파이프에 옅은 녹색 천을 친, 칸막이 안에 침대가 두 개 있었다. 슈야는 노리코를 바로 앞 침대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눕혔다. 입고 있던 교복 저고리를 벗길까 생각했지만, 그냥 두었다. 가와다가 창문의 커튼을 닫은 다음,「모포야.」라고 말하며, 작게 접혀 있는 옅은 갈색 모포를 두 장 내밀었다. 슈야는 그것을 받아들고, 잠시 생각하다가 안쪽 침대에 일단 모포 한 장을 깔았다. 그리고 노리코를 안아 그쪽으로 옮긴 다음, 나머지 한 장을 덮어주었다. 어깨 위까지 꼼꼼하게 덮어두었다. 가와다는 약을 두는 곳인 듯한, 일반 사무용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회색 캐비닛을 열었다. 

　슈야는 노리코에게 다가가, 노리코의 이마에 붙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귓가로 쓸어 올려 주었다. 노리코는 의식이 희미한 듯, 눈을 감고 그저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제길!」 

　슈야가 입을 열었다. 

　「노리코, 괜찮아?」 

　노리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슈야를 멍하니 바라보며, 「응….」 하고 대답했다. 심한 열 때문에 의식이 몽롱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 생각은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물, 마실래?」 

　노리코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슈야는 가와다가 바닥에 던져놓고 간 데이 팩에서 새 물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노리코의 상반신을 부축해 물을 마시게 했다. 입가로 물이 흘러나와, 슈야는 손등으로 닦아 주었다. 

 

　「이제 됐어?」 

　슈야가 묻자, 노리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슈야는 다시 노리코를 눕히고, 가와다 쪽을 돌아보았다. 

　「약은 있어?」 

　「잠깐 기다려.」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더니, 낮은 위치에 있는 다른 서랍을 열고 그안에서 종이 상자 하나를 끄집어 냈다. 뚜껑을 열고, 설명서를 읽더니, 이해가 되었는지 안에서 작은 병과 앰플 같은 것을 꺼냈다. 병에는 하얀 가루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가루약인가?」

　슈야가 묻자, 가와다는 「아니. 주사약이야.」 라고 대답했다. 슈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걸로 되겠어?」 

　가와다는 방구석에 있는 싱크대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역시 물이 나오지 않자 혀를 쯧쯧 차더니, 데이 팩에서 물병을 꺼내 조심스럽게 손을 닦았다. 그리고 작은 주사기에 바늘을 끼우고, 앰플의 내용물을 빨아들이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해 본 적이 있어.」 

　「그래?」 

 

　슈야는 가와다에게 계속 똑같은 대사만 토해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와다는 조금 전에 집어 들었던 작은 병의 뚜껑을 따고, 주사바늘을 꽂아 넣어, 앰플에서 빨아들인 액체를 병 안에 흘려 넣었다. 바늘을 빼고, 병을 한 손으로 들고, 몇 차례 살짝 흔들었다. 다시 주사바늘을 꽂아 섞인 액체를 빨아들였다. 

　가와다는 주사기를 하나 더 준비하더니 노리코에게 다가갔다. 

　「괜찮겠어?」 

　슈야는 한 번 더 물었다. 

　「부작용이나 쇼크 같은 거….」 

　「그걸 지금 알아 보려는 거야. 괜찮으니까 도와줘. 노리코 팔을 들어.」 

　그러자 슈야는 아직 미심쩍긴 했지만, 어쨌든 모포 한쪽 끄트머리를 들어올려, 노리코가 입고 있는 자기 교복과 세일러복의 소매를 접어 올렸다. 노리코의 팔은 아주 가늘었다. 평소 같으면 건강한 살색으로 보일 피부가 눈이 아플 정도로 흰색이었다. 

 

　「노리코!」 

　가와다가 노리코를 불렀다. 

　「지금까지 약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었던 적 없니?」 

　그러자 노리코가 다시 눈을 힘겹게 떴다. 가와다가 다시 물었다.

　「약 알레르기 없어?」 

　노리코가 고개를 약간 저었다. 

　「오케이. 먼저 테스트를 좀 할게.」 

 

　가와다는 노리코의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팔을 잡고, 소독약 같은 것을 묻힌 탈지면으로 손목과 팔뚝 사이를 두루 문지른 뒤, 조심스럽게 주사 바늘을 찔렀다. 아주 적은 양의 약이 들어가, 피부의 그 부분이 약간 부풀어 올랐다. 가와다는 다시 다른 주사기를 집어 들고, 바로 옆에 똑같은 방법으로 주사를 놓았다. 

　「이게 뭐하는 거지?」 

　슈야가 물었다. 가와다는 얼른 주사기를 치우면서 대답했다. 

　「진짜 약은 한 쪽 것 뿐이야. 15분 정도 기다려서 아무 문제가 없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염려는 없어. 약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그렇지만….」 

 

　가와다는 종이 상자 안에서 잽싸게 또 하나, 이번에는 약간 큰 병을 꺼내고 있었다. 그것을 옆의 작은 책상에 올려놓고,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주사를 준비하면서 슈야를 바라보았다. 

　「패혈증 진단이라는 건 어려워. 솔직히 이야기해서 나도 이게 패혈증인지,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감기인지, 판단이 안 서. 그리고 항생물질이라는 건 극약이니까. 물론 그래서 테스트를 하는 거지만, 어쨌든 내 지식과 경험 정도로 약을 쓴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 그래도….」 

　슈야는 노리코의 손을 잡은 채로, 그저 가와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가와다는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만약에 패혈증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조치를 취해야만 해. 자칫하면 시기를 놓쳐.」 

 

　금방 15분이 흘렀다. 가와다는 그 동안에 노리코의 맥박을 다시 체크하고, 체온도 쟀다. 체온계는 39도를 나타냈다. 심한 열이었다. 노리코의 팔에 나란히 생긴 두 개의 주사바늘 자국은 슈야가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가와다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조금전보다 약간 큰 주사기를 손에 들었다. 

　「노리코, 일어날 수 있어?」 

　가와다가 노리코 쪽으로 약간 몸을 굽히면서 물었다. 노리코는 눈을 감은 채로 「응….」 하고 대답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할게. 난 이게 패혈증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아. 그렇지만 가능성은 높아.」 

　노리코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전에 가와다와 슈야가 나눈 이야기를 들었는지, 「상관 없어…놔 줘….」 라고 말했다. 가와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리코의 팔에 이번에는 약간 깊이 주사바늘을 찔렀다. 주사약을 밀어 넣고는 바로 뺐다. 탈지면을 건네주며, 슈야에게 「눌러줘.」 라고 말했다. 

 

　가와다는 빈 주사기를 들고 싱크대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 안에 던져 넣고, 슈야에게 다가왔다. 

　「이젠 잠을 자게 해야 해. 잠시 봐 줘. 물이 필요하면 물병에 있는 물을 다 써도 괜찮아.」 

　슈야는 「그건─」 하면서 말을 이으려 했는데, 가와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뒤에 우물이 있어. 끓이면 마실 수 있을 거야.」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더니, 방을 나갔다. 슈야는 다시 침대 쪽을 향한 뒤, 오른손은 탈지면을 누른 채로 왼손으로 노리코의 손을 살짝 잡고,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노리코는 바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슈야는 한동안 그대로 지켜보다가, 주사자국에 출혈이 없는지 확인하고 탈지면을 버렸다. 그리고 노리코의 팔을 모포 안에 넣은 다음 방을 나왔다. 옆 대기실 안쪽이 여기 있던 의사가 살던 곳인 듯했다. 슈야는 그쪽으로 갔다. 복도가 끝나는 곳 오른쪽에 부엌이 있었다. 가와다는 거기 있었다. 싱크대 옆의 가스 화로는 당연히 쓸 수 없는 것 같았지만, 물을 넣은 큰 냄비가 올려져 있고, 그 아래에 가와다가 쓰는 연료의 붉은 색깔이 보였다. 가와다는 케이블 위로 올라가, 싱크대의 반대쪽, 천장 아래 만들어 붙인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그제야 슈야는 비로소 가와다의 회색 스니커의 메이커가 "뉴 밸런스"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는 신경 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즈모"나 "가게보시" 같은 국산품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뉴 밸런스! 처음 보았다. 슈야가 물었다. 

 

　「뭐하고 있는 거니?」 

　「먹을 것 찾고 있어. 쌀이나 된장은 있는데, 다른 건 없어. 냉장고에 썩은 야채가 있고.」 

　슈야는 고개를 저었다. 

　「도둑 같아.」 

　「도둑이지. 아니라고 생각해?」 

　가와다는 툭 내뱉더니 다시 손을 움직이면서 덧붙였다. 

　「그보다 각오는 해 둬. 언제 누가 이리 올지도 모르니까. 그 머신 건을 가진 녀석에게 공격당해 봐. 여기서 도망갈 수가 없어. 그러니 단단히 각오해 둬.」 

　슈야는 「그래.」 라고 대답했다. 

 

　가와다는 잠시 서랍을 뒤진 다음,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뉴 밸런스 스니커가 바닥에 닿으며 '착' 하는 소리를 냈다. 

　「노리코는 잠들었어?」 

　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와다는 싱크대 아래서 냄비를 또 하나 꺼내, 방구석에 있는 플라스틱 쌀통으로 가, 그 안에 쌀을 담았다. 

　「밥을 지으려고?」 

　「그래. 그런 빵이나 먹어서야 노리코가 힘을 차릴 수가 없잖아?」 

　가와다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우물에서 길어 온 듯한, 바닥에 놓인 양동이의 물을 찻잔으로 떠서 쌀이 들어 있는 냄비 안에 부었다. 물이 끓는 화로 옆에 있는 다른 화로 위에 데이 팩에서 꺼낸 탄을 몇 개 올려놓더니,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를 꺼내 주머니에 넣고, 빈 갑을 구겨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그것을 탄 위에 올려놓았다. 아주 능숙한 솜씨였다. 슈야가 내뱉었다. 

 

　「제길.」 

　가와다가 손길을 멈추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슈야를 바라보았다. 

　「진짜 솜씨가 좋구나, 넌.」 

　「그래?」 

　가와다는 가볍게 대답했지만, 슈야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 전에 미나미 가오리가 죽던 장면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슬로 모션. 가오리의 몸이 빙글 돌며, 머리 왼쪽 부분이 날아간다. 날아갔다. 봤어? 자기 대신에 가와다가 말리러 갔었다면 그런 한심한 결과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오리가 죽은 것이 마음에 걸리니?」 

　가와다가 물었다. 가와다가 또 다시 독심술을 쓰는 모양이었다. 집 안에는 햇빛도 들지 않는데…, 관계없는 건가? 

　슈야는 고개를 들어 가와다를 보았다. 가와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상황이 좋지 않았어. 너는 최선을 다한 거야.」 

 

　가와다의 음성은 부드러웠지만, 슈야는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지저분한 농기구 헛간에 쓰러진 미나미 가오리의 시체. 그 주변에 질펀하게 퍼져 있던 피. 아마 지금쯤은 그 피도 서서히 굳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누구의 조문도 받지 못하고, 마치 버려진 마네킹처럼 가오리는 지금도 그 헛간에 쓰러져 있다. 하긴 오오키 다츠미치나, 모토부치 교이치, 기타노 유키코, 구사카 유미코, 그 모두가 마찬가지지만. 

　구역질이 났다. 다들 쓰러져 있다. 그렇다. 스무 명에 가까운 급우들이…. 

 

　「가와다.」 

　슈야가 입을 열었다. 가와다는 고개를 돌려, 손에 든 담배를 만지작 거리며, 슈야를 바라보았다. 

　「죽은 애들의 시체는 어떻게 되지? 이 말도 안되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두나? 시간이 흘러 썩어가건 어쩌건 그대로 두는 건가?」 

　가와다가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 끝나면 다음 날 쯤에 지정된 청소업자가 치우러 오지.」 

　「청소업자?」 

　슈야가 이를 드러냈다. 

　「그래. 이건 그 업자에게 들은 이야기니까, 틀림 없을 거야. 프라이드 강한 방위군 병사들은 그런 하찮은 일은 하지 않거든. 하긴 정부 관리들이 입회에서 목걸이 회수 작업과 간단한 검시는 한다고 하더라. 뉴스에도 나오잖아. 질식사가 몇 명이다, 라고 하는 식으로.」 

 

　슈야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뻔한 뉴스의 뒷부분이 기억났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 사인과 사망자 수의 나열. 그렇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이 들어, 눈썹을 치켜 떴다. 가와다가 그걸 본 모양이었다. 

　「왜 그래?」 

　「그런데 그게 이상하지 않아? 이건….」 

　슈야는 자기 목덜미를 가리켰다. 이젠 완전히 익숙해진 그 감촉, 차가운 표면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이 목걸이는 기밀이잖아? 청소업자가 오기 전에 회수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가와다는 어깨를 슬쩍 으쓱했다. 

　「청소업자들은 그 의미를 잘 모르겠지. 그냥 무슨 표시가 아닐까 생각하겠지. 실제로 내가 이야기를 나눠 보았던 업자도, 내가 물어 볼 때까지 목걸이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어. 별로 서두를 필요는 없을 거야. 청소업자가 시체를 모으고 난 다음에 회수해도 충분하지 않겠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잠깐. 만약에 이게 고장이 나면 어떻게 되지? 만약에 고장이 나서 살아 있는 녀석이 죽은 걸로 되면 그대로 도망칠 거 아니야? 게임이 끝나면 바로 시체를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가와다가 눈썹을 모았다. 

　「마치 정부 관리 같은 말투로구나.」 

　「아니….」 

　슈야는 입을 살짝 다물었다. 

　「아마도.」 가와다가 바로 말했다. 

　「고장 같은 건 안 날 거야. 생각해 봐. 그렇지 않으면 이 게임 진행 자체가 문제가 돼. 그리고 무기를 받은 학생이 살아 있다면 시체 확인을 할 수가 없겠지. 작은 전투가 벌어질 거야.」 

 

　가와다는 잠깐 생각하듯이 담배를 빨더니, 연기를 내뿜었다. 

　「이건 추측인데 말이야.」 라며 말을 이었다. 

　「아마 한 유닛 안에 같은 시스템을 여러 개 넣어 두었을 거야. 그렇게 하면 하나가 못 쓰게 되더라도 교체할 수가 있지. 만약에 하나가─그래봤자 1퍼센트도 안 될 테지만─고장이 났다고 해도 여러 개의 시스템이 들어 있을 경우에는 전체를 조합을 해 보면 그 가능성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적어질 거야. 우리가 그렇게 해서 도망갈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슈야는 역시,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가와다의 말이 맞을 것이다. 어쨌든 가와다의 사고 능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였다. 그러나… 슈야가 마음 속으로 묻지 않기로 다짐했던 그 물음이 다시 문득 떠올랐다. 

　그런 완벽한 도망 방지 시스템을 상대로, 가와다는 어떤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슈야가 그 물음에 대해 머리를 굴리기 전에, 가와다가 입을 열었다. 

 

　「그보다 나야말로 미안했어.」 

　「뭐가?」 

　「노리코 말이야. 내가 너무 허술하게 판단을 했어. 좀 더 일찍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슈야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고마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가와다가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하고 연기를 토해내며 벽을 바라보았다. 

　「현재는 이대로 상태를 지켜 볼 수밖에 없어. 단순한 감기라면, 쉬면 열이 내려갈 거야. 그리고 만약에 패혈증이라고 해도 그 약은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야.」 

 

　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와다라는 존재가 참으로 고마웠다. 가와다가 없었다면 자기는 노리코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을 그저 손가락을 물고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이 곳을 향해 출발할 때 "계약은 취소야" 라며 가와다를 몰아붙인 자신이 부끄러웠고, 어린애처럼 느껴졌다. 아마 가와다는 낮에 이동하는 위험성과 노리코의 증상을 신중하게 판단하여, 어려운 결단을 내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슈야는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 

 

　「저어, 미안해. 혼자 행동하라고 한 거, 내가 흥분해서….」 

　가와다는 슈야의 옆얼굴을 보면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네 판단이 정확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 이야기는 하지 마.」 

　그러자 슈야도 한숨을 내쉬며, 그 이야기를 접기로 했다. 그리고 문득 물었다. 

 

　「아버지는 지금도 의사로 일하셔?」 

　가와다는 담배를 빨면서 「아니.」 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럼, 고베에 계시는 거야?」 

　「아니. 죽었어.」 

　가와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지만, 슈야는 눈이 둥그래졌다. 

　「내가 작년에 이 게임에 참가했을 때.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돌아가셨어. 정부하고 옥신각신했을 거야.」 

 

　슈야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가와다가 "이 나라를 박살내 버릴 테야." 라고 말했을 때, 그의 눈을 스쳐 지나가던 빛의 의미를 약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와다의 아버지는 아마 가와다가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자, 정부에 뭔가 항의를 시도한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물론 총탄 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슈야는 생각했다. B반의 클래스메이트 부모들 가운데도 그렇게 죽어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미안해. 그런 걸 물어서.」 

　「아니야. 상관 없어.」 

　「그럼, 가가와에는 어머니하고 함께?」 

　가와다는 또 「아니.」 라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어. 내가 일곱 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지. 아버지가 자주 후회하셨어. 자기 아내도 살리지 못했다고. 원래 아버지는 어느 쪽이냐 하면, 낙태와 외과 일을 주로 하셨으니까. 뇌신경계의 병은 아버지 전공이 아니었어.」 

　슈야는 또 「미안해.」 라고 말했다. 가와다는 약간 소리 내어 웃었다.  

　「괜찮아. 부모가 없기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정부의 생활 보장이란 건 헛소문이 아니야. 돈 때문에 어렵지는 않아. 그렇다고 떠벌릴 정도로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말이야.」 

 

　먼저 탄 위에 얹어 놓았던 큰 냄비에 담긴 물 바닥에서 공기 방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쌀이 담긴 냄비 밑의 탄은 아직 검은 부분이 많지만, 큰 냄비 쪽의 탄은 거의 새빨갛게 되어 있다. 역기가 슈야와 가와다가 나란히 있는 테이블까지 느껴졌다. 슈야는 꽃무늬 모양의 비닐 크로스가 펼쳐진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다. 

 

　「구니노부 요시토키와는 사이가 좋았었지?」 

　느닷없이 가와다가 물었다. 슈야는 고개를 가와다 쪽으로 향하며,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요시토키 생각이 꽤 오래간만에 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슈야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 내내 함께 지내왔으니까.」

　약간 망설인 끝에, 슈야가 말을 이었다. 

　「요시토키는 노리코를 좋아했었어.」 

　가와다는 담배를 피우며 잠자코 듣고 있었다. 

 

　슈야는 그 다음에 머릿속에 떠오른 말도 할까 어쩔까 망설였다. 가와다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국 하기로 했다. 가와다는 이미 자기 동료였고,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당장은 할 일도 없었다. 

　「나하고 요시토키는 자혜관이라고 하는 곳에서….」 

　「알고 있어.」 

　슈야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많은 애들이 있었지. 그 시설에는. 나는 다섯 살 때에 부모님 모두 사고로 돌아가셔서, 거기 들어갔어.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오히려 몇 안 돼. 대부분은….」 

　가와다가 받았다. 「가정 사정. 특히 사생아인 경우.」 

　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는구나.」 

　「약간.」 

　「어쨌든….」 

　숨을 내쉬었다. 

 

　「요시토키는 사생아였어. 하긴 그런 건 시설에 있는 사람들도 이야기하지 않아. 그렇지만 어떻게든 알게 되지. 그래, 지금은 유행이라고나 할까, 불륜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양쪽 다 요시토키를 거두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요시토키가, 그 때 내게 말한 적이 있어. 벌써 아주 오래 전이네. 초등학교 때니까.」 

　슈야는 그 때의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교정 한구석, 통나무와 와이어 로프로 만든 엉성한 놀이기구에 둘이 걸터앉아 흔들거리며 놀고 있었다. 

 

　「저어, 슈야. 나….」 

　「뭐?」 

　슈야는 평소와 다름 없이 가볍게 대답하고, 땅바닥을 차 통나무를 흔들었다. 요시토키는 기운이 별로 없이, 통나무 양쪽으로 늘어뜨린 발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저어─」 

　「뭐야, 빨리 말 해.」 

　「아니, 너 좋아하는 애 있어?」 

　「무슨 소리냐?」 

　슈야는 히죽 웃었다. 여자애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 얘기야? 웬일이니, 누구 좋아하는 애가 생긴 거니?」 

　「아니.」 요시토키는 대답을 흐리며 다시 물었다. 

　「어쨌든 너는, 있어?」 

 

　슈야는 약간 생각하고 나서, 「으음.」 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이미 리틀리그에서 "와일드 세븐"이었던 슈야는 러브 레터도 몇 번인가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는 아직 누군가를 좋아한다, 라는 느낌을 사실은 몰랐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중에 니타니 가즈미를 만날 때까지 마찬가지였다. 

　「글쎄…. 괜찮다고 생각되는 애는 있지만….」 

　요시토키가 아무 말도 없기에 다음 말을 재촉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여전히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가와모토는 꽤 괜찮아. 그 애가 내게 러브 레터를 줬어. 답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2반에 말이야, 배구부의 우치미도 꽤 좋지. 난 비교적 그런 여자애를 좋아하는 편이야. 왠지 시원시원한 것 같아서.」 

 

　요시토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뭐야. 말을 하라고 해서 이야기하는데. 말해 봐 넌 누가 좋아?」 

　그러나 요시토키는, 「아니, 그게 아니라.」 라고 말했다. 슈야가 눈썹을 치켜떴다. 

　「뭐야. 도대체 뭐냐구.」 

　요시토키는 다시 좀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어, 나, 뭔지 잘 몰라.」 

　「?」 

　「그러니까 저어….」 

　요시토키는 역시 힘없이 발을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난 말이야, 좋아한다면 결혼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니니?」 

　「아, 그렇지.」 슈야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나도 진짜 좋아하는 애가 있으면 결혼하고 싶어. 아직 없지만, 그런 애가.」 

　「그렇지?」 

　요시토키는 당연하지? 하는 투로 말하면서 또 물었다. 

 

　「그래서 말이야. 예를 들어 무슨 일이 있어서 결혼을 할 수 없더라도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 애가 태어나면 길러야지?」 

　슈야는 약간 낯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애가 생기는지, 어렴풋이나마 아는 사이였다. 

　「애라니, 너, 그렇게 야한 소리 하지 마. 그런 이야기는 나, 왠지….」 

　슈야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그제야 요시토키의 부모가 불륜 관계를 맺어 요시토키가 태어났다고 하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요시토키를 키우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찔끔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삼켰다. 

　요시토키는 그저 가만히 자기 두 허벅지 사이를 통나무에 눈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우리 부모는, 그러지 않았어.」 

 

　슈야는 갑자기 요시토키가 가엾어졌다. 

　「아, 저어 요시토키!」 

　「그래서.」

　요시토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슈야를 보며, 꽤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르겠어.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 난, 왠지, 그런거,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슈야는 여전히 발을 움직이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요시토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왠지 다른 세상의 말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은 무서운 예언처럼 들렸다. 

 

　「아마….」 

　슈야는 비닐로 만든 테이블보로 덮여 있는 책상의 모서리를 엉덩이 옆에 둔 양손으로 가볍게 쥐었다. 가와다가 담배를 문 채로 연기를 토해내며, 그 연기 때문에 눈을 가늘게 떴다. 

　「요시토키는 그 때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웠던 것 같아. 난 철부지 어린애였고. 그래서 요시토키는 그 뒤로는─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내가, 그래….」 

　니타니 가즈미. 

　「어떤 사람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어도, 그런 이야기는 전혀 하지 못했어. 나는 왠지 마음에 걸려서….」 

 

　또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슈야는 가와다를 바라보았다. 

　「그 날 이야기했어, 내게. 나카가와 노리코를 좋아한다고. 나는 그 때 가볍게 흘려들었지만…. 그래도 난 그 때 정말 기뻤어. 겨우, 겨우….」  

　슈야는 가와다에게서 눈을 뗐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참으면서, 역시 가와다의 눈을 외면한 채로 말했다.

　「겨우, 두 달 전 이야기야.」 

 

　가와다는 아무 말도 없었다. 슈야는 다시 한 번 가와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난─노리코만은 반드시 마지막까지 지켜 줄 거야.」 

　가와다는 잠시 슈야의 눈을 마주본 뒤.「그래?」라고만 말하고, 담배를 테이블 보 위에 직접 눌러 껐다. 

　「노리코에게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 줘. 이 게임에서 탈출한 다음에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가와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어.」 라고 짧게 말했다. 

 

【남은 인원 2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