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퐁텐 우화 :: 인간을 사랑한 사자

한 사자가 자기 종족인 암사자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어느 좋은 집안의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사자는 결혼식 날짜를 의논하기 위해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아가씨의 아버지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딸이 하필이면 사자의 눈에 든 것이었습니다. 이 결혼을 승낙하지 않으면 잡아먹히고 말지도 모릅니다.

다급해진 아버지는 문득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자에게 말했습니다.

"내 딸에 대한 자네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네. 그래서 결혼을 승낙하기로 했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자네의 발톱일세.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는 자네가 아무리 부드럽게 어루만져도 내 딸은 상처 투성이가 될 걸세."

아버지의 말을 들은 사자는 곧장 발톱을 말끔하게 깎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다시 말했습니다.

"또 한 가지 걱정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자네의 무서운 송곳니라네. 그 송곳니 때문에 자네가 아무리 부드럽게 입맞춤을 하더라도 내 딸은 상처를 입을 걸세."

사자는 당장 송곳니를 뽑았습니다.

드디어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요구를 더 했습니다.

"자네가 내 딸을 지켜 줄 수 있을 만큼 강한지 확인하고 싶다네. 내가 기르던 개들과 싸워 이겨 보게."

 

하지만 발톱과 송곳니를 모두 잃은 사자는 개와 싸울 무기가 없었습니다.

결국 사자는 개들에게 쫓겨 숲 속으로 멀리 도망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