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퐁텐 우화 :: 쇠똥구리의 복수

독수리가 하늘에서 토끼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습니다. 이것을 눈치 챈 토끼가 있는 힘을 다해 자기 집으로 황급히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당황한 토끼는 자기 집까지 가지 못하고, 집 근처에 있는 쇠똥구리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쇠똥구리의 집은 겨우 토끼 코 끝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작은 구멍이었습니다.

쇠똥구리가 놀라서 밖으로 나와 보니, 토끼가 몹시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그 동안 쇠똥구리의 집 근처에서 똥을 누었습니다. 쇠똥구리는 자신의 집으로 운반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둥근 똥을 누어 주는 토끼가 항상 고마웠습니다.

"사, 살려 줘! 살려 줘!"

"토끼야, 왜 그러니? 무슨 일이야?"

바로 그 때였습니다. 독수리의 날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오더니, 순식간에 큰 발톱으로 토끼를 꽉 움켜잡았습니다.

이 때 쇠똥구리가 토끼 위에 얼른 올라탔습니다.

 

쇠똥구리는 예전부터 곤충의 황제라 불리며 소중하게 대접받아 왔습니다. 쇠똥구리가 겸손한 태도로 독수리에게 말했습니다.

"새의 왕인 독수리여! 곤충의 황제인 내 말을 잠시 들어 주시오. 당신이 지금 먹이로 잡아가는 토끼는 나의 친한 이웃입니다. 만약 이것이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나도 이러지 않았을 것이오. 하지만 내 집 앞이었고, 토끼는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소."

쇠똥구리의 말에 독수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늘을 날았습니다. 쇠똥구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습니다.

"물론 모처럼 잡은 먹이를 놓아주기가 아까울 것이라는 걸 알지만, 마음만 먹으면 또 잡을 수 있지 않소. 부디 오늘 우리가 만난 것을 좋은 인연이라 생각하고, 나를 봐서라도 토끼를 그냥 놓아 줄 수 없겠소?"

쇠똥구리가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도, 독수리는 말없이 큰 날개로 쇠똥구리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쇠똥구리는 데굴데굴 굴러서 결국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독수리는 토끼를 움켜쥐고 자신의 집으로 유유히 날아가 버렸습니다.

 

"독수리!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자존심이 무척 상한 쇠똥구리는 분노를 삼키고 일어나, 날개를 떨며 독수리의 집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독수리의 집은 아주 큰 나무 위에 있었지만, 쇠똥구리가 날아갈 수 없을 만큼 높지는 않았습니다.

드디어 독수리의 집에 도착한 쇠똥구리는 둥지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쇠똥구리의 예상대로 독수리 알이 몇 개 있었습니다.

"불쌍한 토끼의 복수와 내가 받은 모욕의 대가다!"

쇠똥구리는 독수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뒷발로 알을 굴려 하나씩 모두 나무 밑으로 밀어내 버렸습니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독수리는 자신의 소중한 알이 모두 없어진 것을 알고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자식을 잃은 독수리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반 년이나 숲 속에 메아리쳤습니다.

 

그로부터 반 년이 지나자, 독수리는 다시 알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에는 무척 높은 암벽 위에 집을 지어 알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쇠똥구리는 독수리가 새 집에 알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찾아갔습니다.

"아무리 멀고 험한 곳이라도 반드시 복수하겠어!"

쇠똥구리는 자신의 날개로 날아갈 수 있는 곳까지 날아가고, 날아갈 수 없는 곳에서부터는 튼튼한 여섯 개의 다리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불쌍한 토끼의 복수와 내가 받은 모욕의 대가다!"

쇠똥구리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독수리의 알들을 굴려 절벽 밑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독수리는 또다시 가슴 찢어지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이번에도 독수리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더 슬프게 반 년 동안 울려 퍼졌습니다.

 

그렇게 또 반 년이 지나고, 독수리는 다시 알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수호신인 제우스 신에게 알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번에는 절대로 안전하겠지?'

독수리는 안심하고 사냥하러 날아갔습니다.

제우스 신은 알들을 소중히 감싸며 하늘로 올라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독수리가 알을 낳은 사실을 안 쇠똥구리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제우스의 깨끗한 옷에 더러운 똥을 잔뜩 묻혔습니다.

"불쌍한 토끼의 복수와 내가 받은 모욕의 대가다!"

깜짝 놀란 제우스 신이 더러운 똥을 털어 버리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독수리의 알들이 모두 땅에 떨어져 깨지고 말았습니다.

얼마 뒤 제우스 신에게 돌아온 독수리는 또 알들이 모두 깨진 것을 알고는, 이제 슬프기보다는 화가 났습니다.

"당신, 정말 신이 맞소? 인간도 하지 않을 실수를 하다니! 신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이제 믿고 싶지도 않아."

독수리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갔습니다. 제우스 신은 독수리의 말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전지전능한 신으로 통했던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리고 독수리와 쇠똥구리 사이에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어. 내가 독수리를 달래어 쇠똥구리와 화해를 시켜야겠어.'

 

제우스 신은 독수리를 설득했습니다. 독수리는 알을 잃은 슬픔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미 잃은 알들은 그만 잊어버리고, 앞으로 낳을 알들을 생각해야지. 네가 먼저 화해를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계속 같은 일들이 반복될 거야."

독수리는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한 끝에 제우스 신의 말에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독수리와 쇠똥구리의 화해는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너의 말을 무시하고 너를 떨어뜨린 것은 잘못이었어. 용서해라."

독수리가 먼저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쇠똥구리는 사과를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사라진 생명도 상처받은 자존심도 두 번 다시 되돌려지지 않아."

"그러면 내가 잃어버린 알들은 되돌려 받을 수 있어?"

쇠똥구리의 말에 독수리가 화를 내며 말했지만 쇠똥구리는 지지 않았습니다.

"그건 네가 저지른 죄의 대가야!"

독수리와 쇠똥구리가 끝까지 화해를 하지 않자, 제우스는 결국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독수리가 알을 낳는 시기를 쇠똥구리가 겨울잠을 자는 시기로 바꾼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