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퐁텐 우화 :: 제비의 충고

제비는 열심히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즐겁게 여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비가 바다 위를 날고 있었는데 멀리서 세찬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건 보통 바람이 아니잖아? 폭풍이 몰아치겠어!"

제비는 서둘러 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폭풍이 밀려오고 있으니,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제비야, 고맙다!"

그리하여 선원들은 폭풍을 무사히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제비의 여행은 이처럼 좋은 일을 하곤 했습니다.

 

얼마 후, 제비는 농부들이 넓은 밭에다 아마 씨를 심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년생 풀로, 키가 1미터 정도까지 자라는 식물입니다. 아마의 씨는 기름을 짜고, 줄기로는 옷이나 그물 혹은 밧줄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아마 씨를 심고 있네? 그럼 새들에게 좋지 않은 물건을 만들 수도 있어. 어서 새들에게 알려 줘야겠어."

제비는 즉시 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얘들아, 내가 방금 농부들이 씨 뿌리는 것을 봤어. 너희들이 위험할 수 있는 아마 씨야. 너희들은 나처럼 멀리 날아갈 수 없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어."

"그건 왜지?"

"저 씨앗이 자라면 분명히 농부들은 너희들을 잡기 위해 그물을 만들 거야. 그물이 만들어지면 1년 내내 너희들의 목숨을 노릴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지금 그 밭으로 날아가서, 싹이 트지 않도록 씨앗들을 모조리 먹어 버려!"

하지만 새들은 제비를 비웃었습니다.

"우리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지?"

"그래, 맞아. 그 씨앗은 너무 맛이 없어서 아무리 많아도 우린 잘 먹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에게 잘난 척 하지 말고, 딴 데 가서 알아 봐!"

제비는 새들의 말에 무안해졌습니다. 하지만 같은 새로서 그들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는데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말을 좀 진지하게 생각해 봐!"

제비가 심각한 표정으로 새들에게 당부했지만, 새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아마 잎이 파랗게 변했습니다. 제비는 자라나는 아마를 보면서 불안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새들에게 날아가, 앞으로 닥칠 위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로 했습니다.

"아마 잎이 벌써 파랗게 자라났어. 얼른 저 잎을 물어뜯어서 다 떨어뜨려야 해. 그러지 않으면 너희들이 위험해!"

"싫다니까 왜 자꾸 귀찮게 하는 거니? 넌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해! 다신 우리를 찾아오지 말라고. 알았어?"

새들은 제비의 진심 어린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또 시간이 흘러, 이젠 아마가 완전히 다 자랐습니다. 제비는 또 다시 걱정이 되어 새들에게로 날아갔습니다.

"얘들아,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흥, 참견하지 말라니까 또 왔니?"

"마지막 부탁이야. 벌써 아마가 다 자랐어. 내가 여러 번 얘기했지만, 너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내 부탁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야. 그러니까 들어 주었으면 좋겠어."

"뭐, 마지막이라고? 하하하."

새들은 여전히 제비를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제비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이제 농부들은 자기들이 땀흘려 가꾼 보리나 밀을 지키기 위해 너희들과 싸울 준비를 할 거야. 저 아마를 이용해 그물을 만들고 밧줄도 만들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여기저기 날아다닐 생각은 하지 마. 집에 조용히 숨어 있든지, 아니면 아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 내 생각에는 이런 숲보다는 물가에 사는 게 좋겠어. 그 곳이 숲보다는 훨씬 안전할 테니까 말이야."

"제비야, 넌 정말 우릴 귀찮게 하는구나? 제발 우리가 부탁하는데, 지금 당장 꺼져 줄래?"

"내 말을 잘 기억해 둬. 다 너희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제비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다시 여행을 떠났습니다.

새들은 제비의 말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날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들은 제비가 말한 대로 사람들에게 모두 잡히고 말았습니다. 새들은 그제서야 후회했지만, 이미 많은 새들이 죽고 난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