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퐁텐 우화 :: 말벌과 꿀벌의 재판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에 꿀이 가득 들어 있는 벌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옆을 지나가던 말벌이 그것을 보고, 자기가 만든 벌집이라며 차지해 버렸습니다.

얼마 후, 그 벌집을 만든 꿀벌이 멀리까지 가서 꿀을 따다가 한참만에 돌아와 말벌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꿀벌이 큰 소리로 따졌습니다.

"이건 내 벌집이야!"

"무슨 소리야! 여긴 내 집이라고!"

말벌도 지지 않고 자기 집이라고 우겨댔습니다. 꿀벌이 아무리 말해도 말벌은 막무가내로 벌집에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말벌은 덩치가 크고 힘도 세어, 꿀벌이 함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꿀벌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억울함을 판사에게 호소하기로 했습니다.

 

판사는 왕벌이 맡았습니다. 재판은 어디까지나 증거에 의한 판결이므로, 증거와 증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꿀벌이 너무 으슥한 곳에 벌집을 만들었기 때문에 증인이 없었습니다.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너무 외진 곳에 집을 지은 게 실수였어!'

계속해서 말벌이 자기 집이라고 우기자, 꿀벌은 마음 속으로 몹시 후회했습니다.

한편 왕벌도 재판을 진행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꿀벌이 지은 집 같기는 한데, 목격자가 없으니… 그렇다고 말벌이 만드는 것을 본 자도 없어….'

결국 왕벌은 꿀벌에게 증인이 없는 이상 꿀벌의 것이라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증인을 찾아내는 동안 재판을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꿀벌은 친구들을 모두 불러 도움을 청했습니다. 벌집 근처 나무에 사는 올빼미에게도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모두 필사적으로 증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다시 재판이 열리고 올빼미가 증언대에 섰습니다.

"분명 그 벌집 근처에서는 언제나 붕붕거리는 꿀벌의 날개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똑똑히 들었어요."

꿀벌은 올빼미의 증언으로 다 해결되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말벌이 말했습니다.

"제 날개 소리도 붕붕거리는데요?"

이렇게 해서 올빼미의 증언은 아무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증인을 찾을 때까지 재판은 또 뒤로 미뤄졌습니다.

꿀벌은 다시 새로운 증인을 찾아 보았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꿀벌은 지쳐갔고, 점점 의욕도 잃어갔습니다.

그 때 벌집 아래에 사는 개미가 이를 보다 못해, 자신이 증인이 되어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저 벌집은 확실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너무 높아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동물의 배에 검은 줄무늬가 있었습니다."

개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말벌이 자신의 배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제 배에도 검은 줄무늬가 있는데요?"

유감스럽게도 개미의 증언 역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꿀벌이 애써 모은 꿀이 벌집 안에서 못 쓰게 되었을 즈음이었습니다. 다른 꿀벌 한 마리가 중얼거렸습니다.

"넌 정말 어리석어. 이런 바보 같은 짓에 시간을 보내고 있느니, 그 시간에 차라리 새 집을 만드는 편이 낫겠다."

그 순간, 꿀벌에게 결정적인 해결책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아주 간단한 문제였어! 애매한 남의 말에만 의지하니까 어려운 거야. 저 집과 똑같은 집을 만들 수 있는 자가 진짜 주인이잖아!"

꿀벌은 즉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새 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벌집은 순식간에 문제의 벌집과 똑같은 모양으로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때는 말벌이 사라지고 난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