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퐁텐 우화 :: 올빼미와 독수리의 약속

어느 숲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올빼미와 독수리는 서로 원수 사이였습니다. 먹이 때문에 싸우기도 했고, 자신들의 영역을 두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올빼미와 독수리가 화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올빼미야, 우리 그만 화해하자. 이 숲에서 함께 살면서 싸우는 건 아무 의미가 없잖아."

"좋아, 독수리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럼 우리 서로 맹세하는 게 어때?"

"그래. 내가 먼저 새들의 왕으로서 올빼미와 화해하겠다고 맹세하지!"

독수리가 약속대로 맹세를 하자, 이번에는 올빼미가 믿음으로써 화해를 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독수리야, 서로의 새끼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잡아먹지 않기로 하자!"

"알았어."

올빼미의 제안에 독수리가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독수리야, 너는 내 새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물론 모르지. 네 새끼들을 본 적이 없잖아."

"그럼 큰일이네. 어떻게 하면 좋지?"

올빼미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독수리가 자신의 새끼들을 몰라보고 잡아먹어 버릴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습니다.

 

"아! 좋은 방법이 있어."

올빼미가 심각하게 고민하자, 독수리가 말했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어? 그게 뭐야?"

"네 새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면 되잖아. 아니면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든지.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새들의 왕으로서 네 새끼들을 잡아먹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네 새끼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줘."

독수리의 말에 올빼미가 대답했습니다.

"말로 설명해도 알아들을 수 있겠지?"

"그래."

"내 새끼들은 아주 귀엽고 예뻐. 게다가 잘생겼고, 그 어떤 새보다도 깔끔해. 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내 새끼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거야. 꼭 명심해, 알았지?"

"알았어. 꼭 기억하고 있을게. 예쁘고, 귀엽고, 잘생기고, 깔끔한… 이런 새들은 절대 잡아먹지 않을게."

독수리는 올빼미 앞에서 몇 번이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독수리와 올빼미는 사냥을 나섰습니다.

'오늘따라 정말 먹이가 될 만한 게 눈에 띄지 않네?'

독수리는 숲 속 이곳 저곳을 뒤지며 사냥했지만, 먹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평소에 잘 뒤지지 않던 썩은 나무의 구멍까지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오호, 이게 뭐야? 먹이가 여기에 숨어 있었네?"

독수리는 썩은 나무의 둥지에 있는 새끼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습니다.

'어디 보자! 잘생기지도 않았고, 귀엽지도 않고, 또 지저분한 걸로 보아 틀림없이 올빼미의 새끼들은 아니야. 아, 배고파! 얼른 잡아먹어야지.'

독수리는 순식간에 새끼들을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 무척 행복해하며 돌아갔습니다.

 

얼마 후, 올빼미가 새끼들에게 줄 먹이를 입에 물고 둥지로 돌아왔습니다.

"어머! 내 새끼들이 모두 없어졌잖아. 흑흑, 이건 틀림없이 독수리의 짓이야! 그 놈이 내 새끼들을 잡아먹은 게 분명해. 내 새끼들은 먹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해 놓고!"

올빼미는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몹시 화가 난 얼굴로 기도했습니다.

"신이시여, 제발 독수리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불쌍한 내 새끼들을 독수리가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그러니 어서 벌을 내려 주세요!"

바로 그 때, 어디선가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봐라! 네가 나를 불렀느냐?"

"네. 제발 맹세를 저버린 독수리에게 천벌을 내려 주시옵소서."

"잘못을 한 것은 독수리가 아니라 바로 너다! 네 잘못으로 새끼들이 죽은 것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는 독수리에게 새끼들을 어떻게 설명하였느냐?"

"저는 사실대로 귀엽고, 예쁘고, 잘생겼다고 했습니다."

"어리석은 올빼미야, 그게 바로 어미의 맹목적인 사랑이니라. 네가 독수리에게 새끼들의 진짜 모습을 가르쳐 주지 않아 죽게 된 것이란 말이다. 그러니 독수리에게 분노하지 말아라. 독수리는 끝까지 너와의 맹세를 지키려고 했다."

"흑흑. 미안하다. 미안하다, 얘들아! 흑흑."

올빼미는 신의 말을 듣고 나서야, 어미의 진정한 자식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