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6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후편 -2- 오뒤브르

오뒤브르(オ-ドブル)

 

 

                         1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JR선의 K역 건물 2층 개찰구를 나오는 곳에, 유미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옆에는, 작은 카메라를 마치 자신의 일부인듯 손에 들고있는 소녀의 모습.
---그렇다, 이미 아시겠지만 타칭 '카메라짱' 즉 타케시마 츠타코 여사이다.
휴일이면, 이 주변은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K역에는 몇개인가 개찰구가 있지만, 가장 춥지않게 보인다는 이유로 유미는 이곳을 선택했다. 게다가 좁은 곳이어서 금방 상대를 발견할수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이 정도까지 혼잡할줄은, 예상도 하지못했다.
"저기말이지,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없다니까. 사치코님이 오실려면 아직 20분이나 남았잖아."
약속시간은 11시.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은 아니지만, 흥분해서 빨리 집에서 나올만한 사람도 아니다.
그래, 오늘의 유미같이.
"나한테 신경쓸거 없어. 거기다 사치코님이 보이면, 바로 유미한테서 떨어져줄테니까."
그러곤, 뒷쪽에 숨어서 카메라를 찰칵. 츠타코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미 전부 눈치채고 있다.
"그건 그렇다치고, 어떻게 여기를 알아낸거야?"
유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사치코님 역시 말을 퍼트리고다니는 타입이 아니다.
"고백하자면, 유미를 발견한 것은 단순한 우연. 사실은 백과 황색의 데이트 구경이 목적이었지."
"에?"
"이건 비밀인데."
츠타코는 목소리를 줄였다. 하지만, 비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해버려도 괞찮은것일까.
"신문부의 미나코님이 의뢰하셨어. 한장씩이라도 상관없으니 둘이 같이있는 사진을 찍어주지 않겠냐고, 말이지. 아, 우승자는 데이트의 상황을 레포트해서 제출하지 않으면 안되는거 알고 있지?"
"응."
유미는 끄덕였다. 시마코로부터 들은 정보로, 그것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었다.
"그 레포트는 리리안 백서에 데이트 특집으로 발표된다더군. 
그럴때, 증거사진이 있는 것이 보다 사실적이라 좋잖아. 신문부 부장도, 아마 지금쯤 인스턴트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을꺼야."
미리 데이트 코스를 알아내지 못했기에, 신문부원 몇명이 출장을 나온듯 했다. 츠타코에게 부탁한것도, "조건없이 혼쾌히 승낙해줄 것 같았기 때문에"인 듯 했다. 하지만 본인이 자랑하듯 말하면 어쩌자는건지.

"그렇다는 것은, 레이님이나 시마코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방해하면 미안하잖아. 신문에 싣기 전에는, 승낙을 받을꺼야."
"음---"
그런 걸로 괜찮을려나. 조금 아니다싶은 느낌도 든다. 항의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상대는 변론부로부터 들어오라는 권유가 있을 정도의 츠타코이고. 그 능숙한 달변으로, 무난히 넘겨버릴듯 했다. 그래서, 화제를 바꿨다.
"어째서 K역이야?"
"정기권으로 갈수있고, 반나절 질리지않게 구경도 가능, 이란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라고 한다면 바로 떠오르는 장소가 여기잖아."
"그렇군."
걸어서 통학하는 레이님은 정기권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버스 한번으로 올수도 있고. 무엇보다 전부해서 3천엔이니까, 가까운 장소라는 것이 중요하다.
"즉, 유미가 열심히 생각해서 결정한 장소란 곳은, 누구라도 생각해낼수 있는 장소란 말이지."
"....망했다."
그렇다면, 이 거리를 걷는동안, 알고있는 얼굴을 몇번이고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것, 즉 엄청 창피한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서로 데이트 하고있는 도중에,  ......
그들이 아니라면,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이란 건 너무 끔찍해.
"--- 그것뿐만이 아니야. K역은, 우리 학교 학생들한테는 정원같은 곳이야. 그냥 쉬는 날이라 쇼핑을 하던지. 또는, 우연을 바라며 몰래 숨어서 구경거리를 찾는 학생도 있고."
"그만둬 줘."
"물론. 유미와 사치코님이 오늘 K역 주변에서 데이트 한다는 정보, 알고있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하지만, 로사 페티다 앙 부통과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이 오늘 데이트 한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 같은 날로 잡은 것이 실수였어."
"그것에 말려들어 볼 거리가 되어버린다고?"
"입장해주신 리리안 여학원의 여러분께, 대출혈 서비스를 해주는거지."
"우와와"
유미는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자기도 모르게 주져앉을뻔 했지만. 힘들게 참아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바로 저기에 있는 공중전화에 뛰어들어, 사치코님의 집에 전화하고 싶었다. 만나는 장소를 바꾸시지 않겠어요, 라고. 하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10시 50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치코님이 집에 있을리 없지.
"뭐, 상관 없잖아. 구경꾼도, 보란듯이 다가오지는 않을꺼야."
츠타코씨는, 풀죽어있는 유미의 어깨를 통통 두드렸다. 상관없지만. 위로가 되지않을듯한 위로의 말은 하지말아줘.
"옷~~. 나이스 셔터 찬스!"
츠타코가 돌연 소리친다고 생각하자마자, 역 빌딩 일층 광장같은 곳을 향해서 셔터를 눌렀다.
여기는 뻥 트여있어서, 몸을 내밀면 일층이 전부 보이는 구조로 되어있다.
"무슨 일?"
유미가 질문하자. 츠타코는 잠시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며 대답했다.
"로사 페티다 앙 부통의 등장이야. 좀전에 타누마 치사토(田沼 ちさと) 아가씨의 모습이 광장에 보여서, 체크해두었었지."
아무래도 츠타코는, 개찰구와 함께, 진짜 목적인 광장을 커버하기위해 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타누마 치사토가 쉽게 볼수있는 장소에 있으면, 경계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접근해서 다시 한장."
츠타코는 바이바이라고 손을 흔들며, 계단을 내려갔다. 위에서 훔쳐보니, 광장에 들어선 레이님에게 치사토가 다가가서, 조금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있는 상황이었다.
오늘은 힘들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이쪽이야말로. 즐겁게 보내자.
--라던지~. 그런 대화가 들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치사토는, 이 추운 날 코트도 벗은 채, 굉장히 귀여운 빨강과 하양과 핑크색으로 이루어진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데이트에 건 기합이, 입고있는 옷에서부터 팍팍 와닫는 느낌이다. 그것과 대조적으로 나는--, 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어제 밤, 이것저것 옷들을 꺼내어 패션쇼를 까지 했었는데, 결국 스웨터와 청바지에 언제나 애용하는 더블 코트가 되버렸다.
언니와의 데이트란 것을 알게되자, 엄마가 정장이던 원피스이던 기모노이던 무엇이든지 빌려준다고 말해주셨지만, 보통 잘 입어보지않던 옷이란 것들은, 정말 어찌할수없을 정도로 안어울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많이 꾸미고 사치코님을 만나는 것은, 잘 표현못하겠지만 이상하게 창피한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해 꾸미고 왔습니다, 라고 뻔히 보이게 하는 것은 조금 보기흉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치사토를 봐보니, 생각이 변해버렸다. 열심히 신중하게 옷을 골랐어요라는 것도, 꽤 귀엽게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레이님이, 마치 남자같이 치사토의 코트를 입혀주고, 에스코트하면서 역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미행하는 츠타코의 모습이 보였다.
"유미"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허둥지둥 돌아보니, 그곳에는 사치코님의 모습이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유미의 흉내를 내며, 일층을 훔쳐보았다. 사치코님에게서 뭐라할수없는 좋은 향기가 낫다.
"저, 저기, 지금"
하지만, 이미 본적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지금?"
"잠깐 아는 사람과 닮은 사람을 본 것같아서."
유미는 말을 흐렸다. 것도 그렇지, 츠타코한테 들은 말을 일부러 사치코님의 귀에 들어가게 하고싶지 않아. 역시 유쾌하지 않을꺼야. 어디선가 누군가가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데이트라니.

"아는 사람?  따라가서 인사하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요, 아마도 잘못 본 걸 꺼에요."
조그만 의심도 없이, 사치코님은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이렇게 있으니 정말 마리아님같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미는,  히스테릭하게 소리지르는 사치코님도 싫어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늦었지만, 둘은 아침인사를 했다.
귀품있는 드레스라도 입고오시면 어쩌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치코님은 크림색의 터틀넥의 스웨타와 그레이색의 무릎 밑까지오는 타이트 스커트의 심플한 모습.  하지만 결코 수수하지않은 전부 좋은 거에요라는 것을 한눈에 알수있었다. 가볍게 걸쳐입은 검정 롱코트도, 아무렇지도않게 목에 둘러진, 녹색과 금색과 흰색으로된 모양이 그려진 스카프도, 검정가죽의 단화도--.
덤으로 말하자면 내용물이 대단하니, 외견이 사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말이야.
"맞다 맞아, 까먹기 전에."
사치코님은 가죽장갑을 벗고, 검정 토트백(핸드백)에서 하얀 화봉투(일본식 봉투)를 꺼냈다.
"정말 이걸로 충분한거야?"
"예"
유미도 숄더백에서 갈색봉투를 꺼냈서, 두 사람의 봉투 속을 합쳤다.
천오백엔과 천오백엔을 합쳐서, 내용물은 3천엔이 되었다. 이것이 오늘, 둘의 데이트 자금인 것이다.
"정말, 유미도 고집불통이라니까."
"언니도 마찬가지에요."
둘은 어쨌든 개찰구와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더치페이로 천오백엔씩. 그렇게 결정지을 때까지, 상당히 고생이었다.
이래저래 고민했지만, 유미는 역시 자신에 데이트를 신청했으니, 데이트 비용은 자신이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치코님은, 언니인 자신이 내는 것이라며 이쪽이 하는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원래가, 초콜릿의 상품이라는 설정이니, 당첨권을 뽑은 사치코님이 돈을내는 것은 틀린일이다, 라고 유미가 주장하면, 사치코님은 초콜릿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한발씩 뒤로 물러나, 더치페이로 하자는데 서로 합의보기에 이르른 것이었다.
초콜릿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화이트 데이에 하는 것으로, 라는 것으로 어쨌든 둥글게 마무리되었다.
"저기, 잠깐 들어가도 될까?"
사치코님은 책방으로 들어갔다.
"사전을 사고싶어."
"사전이요?"
"왜 그런 얼굴 하는거야? 개인적으로 사는 것은, 삼천엔과 상관없지않아?"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지금 사면 짐이 되버려요. 책방은 많이 있으니까, 돌아갈때쯤 사시는게 어떠세요?"
사실은 유미도 엄마에게 부탁받은게 있었다. 하지만 데이트중에 들고 다닐만한 물건이 아니기에, 사치코님과 헤어진 다음에 사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것도 그렇네, 너도 꽤 머리가 좋구나."
그건, 보통 누구라도 생각할수 있는 일이다. 설마하니, 사치코님은 쇼핑하는 것이 서투른 것일까?
예를 들어, 오가사와라 집안의 전속 상점의 사람들이, 저택까지 물건을 전해드린다던지.
그렇지 않으면, 밖에서 쇼핑할때는 시중드는 사람이 항상 동행하며, 짐을 들어드린다던가.
"그렇게 하자, 그럼 돌아가자."
그리해서, 둘은 서점에 들이밀은 한발을 다시 통로쪽으로 돌렸다.
(응...........?)
발길을 돌리고 있을때, 유미의 눈에 누군가 아는 얼굴이 비친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래?"
몇발짝 앞을 걷기시작한 사치코님이, 돌아보면 물었다.
"아니에요."
유미는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따라 붙었다. 다시 한번 그쪽으로 시선을 향해봤지만, 그 사람은 이미 그 장소에는 없었다.
그게, 누구였지?
슬쩍 본거지만, 확실히 잘 알고있는 사람이었던 느낌이 든다.
하지만, 레이님이나, 치사토나, 츠타코는 아니었다.
그게, 누구였지?

 

 

                         2

 

"어째서, 유미들이 있는거야!?"
요시노는 전문서적의 책장 구석에 숨어서, 혼자 중얼거렸다.
K역 역건물의 서점.
이쪽의 모습을 봤을려나?  아니야, 바로 숨었으니까 못봤을꺼라고 생각해. 하나하나 물건을 사고 있는 손님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걸어가는 사람은 없으니까. 있다고 한다면, 사람을 찾고있는 사람이나, 정말로 할 일 없는 사람일 것이다.

(.............. 어느 쪽도 나완 관계없어.)

요시노는 어깨를 떨구고 쓰게 웃었다. 정말이지, 나도 내가 싫어져. 도대체, 뭐를 위해서 이런 곳에 있는거야, 라고.
아직 이 부근을 어슬렁거릴지 모르니까, 지금 바로 책방을 나가선 안돼. 시간죽이기로 화학의 얇은 책을 책장에서 빼내서, 휘리릭 넘겼다. 이럴줄 알았다면, 몇곳인가 둘러보고 제일 보기좋은 책을 찾아보는것이 좋았을려나?

(바보같아.)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 인기작가의 신간이니까, 어느 서점이나 지금 막 펼쳐놓은듯 겉표지가 깔끔하게 펴진 책이, 신간코너에 잔뜩 쌓여있을 것이다.
레이짱이 누군가와 데이트를 한다고 생각하니, 안절부절 못하다 집을 나왔다. 요시노는 질투따윈 하지않아, 라고 여유를 보이고 싶어서, 레이짱보다 먼저 집을 나와서 K역을 향하는 버스에 탄 것이다(덕분에 역건물이 열기도 전에 도착해버렸다).
언제나 돌격 돌격 돌격이었던 자신이, 오늘은 어딘지 마음이 약해졌다. 레이짱은 어디를 갈 것인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듣고싶지도 않았다), 아마도 K역주변이 아닐까, 라고 예상해서 일부러 버스를 타고 책을 사러 나온 것이었다. 레이짱과 그 상대,-- 타누마 치사토였나?-- 그녀가 사이좋게 걸어가던지 대화를 하던지 하는 장면을 확인해서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하지만 말이야, 레이짱은 검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얘기에 빠져버려서 혼자서 게속 얘기해버리고. 그렇게 되버리면 치사토는 거기에 맞출 수가 없을테니 안됐다고 생각이 들잖아.)
그래서?
스스로 물어본다.  그것이 걱정되어 보러왔다, 라고?
그건 역시 구실일 뿐이야.
요시노는 솔직히 인정했다. 이것은 질투다. 그것이외에 생각할수없다.
어느새인가 익숙해져버렸다. 레이짱은 언제나 자신만의 "언니"이기때문에, 레이짱의 옆이라하는 정위치에 있어서 좋은 것은 자신뿐이다라고."황장미혁명"의 때도 그랬다. 로사리오를 돌려주고 사실상 끝나버렸다고는 해도, 그런 것으로 관계가 끝나지는 않는다고 믿고있었다. 모순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믿고있기 때문에 한번은 자매관계를 해소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질투. 질투해서......... 뭐가 나쁘지?)

하지만 그것을 인정했다고 해서,  결국 상황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두 사람을 찾아내서, 사이에 끼어들어서 방해할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다, 일방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그나마 낫다. 이쪽이 무방비일때, 어딘가에서 덜컥 만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뭐라 생각할까? 마치 자신이 질투심에 휩싸여 미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건 곤란하다. 그런 사태가 발생해버린다면, 그나마 별로 높은 곳에 두지도 않은 자존심같은건, 간단히 끌려내려가버려 갈기갈기 찢어져버릴 것이다.

(돌아가자. 돌아가서 책이나 보자.)

그래, 하면서 혼자 끄덕이며 걷기 시작했다. 다섯발짝정도 걸었을때쯤, 손에 화학책을 들고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책꽂이로 돌아갔다.
그 돌아가기위한 몇발짝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 요시노.......양?"
"엣?"
이크, 덜컥 만나게 되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구나, 라고 생각하며 각오를 정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레이짱이나 치사토의 모습은 없었다. 그리고, 유미들도 아니었다.
"저기-. 왜 이런 곳에 있는거야?  역시, 요시노도 레이가 마음에 걸려서 정찰 나왔어?"
사복을 입고있어서 바로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포켓 속에서 메모를 꺼내 취재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 신문부의 부장이란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뭐냐? 변장하려한 것일까, 스키장외에서는 본적도 없는 털방울이 붙어있는 삼각형의 모자를 쓰고, 검정테로 멋을 낸 안경을 쓰고. 거꾸로 눈에 띄지않겠어, 라고 가르쳐줄까도 생각했지만, 
....... 관뒀다.
발단은, 이 사람이 발렌타인 데이를 이용한 카드찾기같은 기획을 만들어서, 레이짱이 좋아하지도 않는 애와 데이트같은 것을 하지않으면 안되게 되어버린 것이다.
"죄송하지만 흥미없어요, 저는."
"우선 화학책을 책장에 돌려놓고, 요시노는 여유로운 웃음을 만들며 대답했다.
"어머어머, 억지로 아닌 척하긴. 그러고보니, 요시노는 처음부터 "반대", "반대"라고 외치고 다녔었지. 질투하는건, 당연한거겠지."
미나코님은, 혼자서 결론짓고 "그래그래"라며 끄덕였다.
"질투한다구요---."
요시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좀전에 자신도 인정했지만, 그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지적당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뭐야, 그 동정하는 듯한 표정. 미나코님은, 정말로 다른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데 천재적이야. 하지만, 여기서 그런 도발에 넘어갈순 없지. 이쪽이 조금이라도 괴성을 지르거나, 난동을 피우면 그걸로 끝, 바로 과장되어 리리안 백서에 실리게 되는 것이 결정나 버린다.
『스쿠프!  황장미혁명 제2탄. 로사 페티다 앙 부통의 동생, 질투에 눈이 멀어 크게 난동피우다.』
---싫어, 싫어, 타이틀까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오해에요, 미나코님."
어쨌든, 방긋 웃었다.
"저는, 언니가 오늘 어디서 어떻게 지낼지, 알지못해요. ...... 어머나, 이 마을이었나요?"
"또 그런다. 요시노도 농담이 심해."
"아니요, 정말이에요."
여우와 너구리의 서로 속이기. 우아한 말로 속마음을 감추고(갑옷을 입고), 상대방의 진의를 떠본다.
"그럼, 어째서 오늘은 K역까지 나온거야? 책방이라면, 요시노 집 근처에도 있지않아?"
"그, 그건."
큰일났다. "책을 사러왔다"라고 하는 것이 비장의 수단이었는데, 선수를 뺏긴 이상 사용할수 없다.
"유미들이 가자고해서"
"유미?"
"예. 유미가 사치코님과 같이 나간다면서, 할 일없다면 함께 어떻겠냐고, 라며 권하길래 나왔어요."
"유미와 사치코!?"
미나코님의 눈빛이 바뀌었다.
또 다시 "큰일이다"였다. 이번에는 상당히 큰 실언. 이제 와서 입을 막는다고해도, 늦었다.
개가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을때 귀를 쫑긋이 세우듯이, 미나코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안테나가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유미와 사치코님은 신문부가 기획한 반나절 데이트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미나코님은 그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근처에 있어?"
"엣, 저기."
산넘어 산이었다.
"잠시 놓쳐버려서.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상당히 억지섞인 변명. 하지만, 미나코님은 의심하지 않았다.
"유미와 사치코라....."
되씹듯이 중얼거리고 있다. 그녀의 관심은 완전히 그쪽으로 가버렸다. 거짓말을 할 때는, 아주 조금은 진실을 섞는 것이 좋다. 누군가가 텔레비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그건 정말이었다.

(미안해, 유미.)

마음 속에서 억지로 정당화시켰다. 내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엄청난 사실을 발설해버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내뱉은 말은, 다시 입 속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라고 하며, 이대로 유미와 사치코의 화제를 질질 끌고나가는 것도 좋을 리 없다.
"그런데, 그런 미나코님은 오늘 무슨 용건으로 나오셨는지?"
어쨌든, 잘되면 좋고 안되면 별수없다는 심정으로 요시노는 다른 화제로 바꿔봤다.
"좀전에 얘기에서 유추해보면,  시마코나 나의 언니의 데이트를 훔쳐보러..... 아니지, 구경하러....다시 말해, 참관하러 오신듯한--"
하지만, 골라서 말한다는건 정말 어려워. 미나코님의 행위는 피빈씨집의 톰군과 간당간당할 정도로 비슷하니까.
"에에, 뭐 그렇지."
미나코님은, 듣는듯 마는듯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녀 역시, 좀전에는 조금 말을 실수한 듯했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발견하셨나요?"
"그게 아쉽게도 아직."
"우선. 이 마을에 와있을까요?"
"그것에 관해서는, 자신있어."
어머나, 상당히 자신의 감을 과신하고 계시는군. -- 요시노는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 감이 옳다고해도,  이 젊은이들로 넘치는 마을에서, 아무런 힌트없이 두쌍의 소녀를 찾아낸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들지만.
"건투를 기원하겠어요. 하지만 미나코님이 찾고계신 보물은, 카드하고 틀리게 움직이고 있으니 큰일이네요."
해어지면서, 힘껏 비아냥거리듯 말해버렸다.
"요시노씨도. 놓쳐버린 유미들을 만나면 좋겠네."
되돌아온 대답은, 미나코님이 말한 의도는 둘째치고, 요시노의 가슴에 보이지않는 가시가 되어 박히며 당분간 지워지지 않을듯 했다.

 

 

                            3

 

발렌타인 데이가 끝난 마을은, 벌써 다음 이벤트인 히나축제(3월 3일에 하는 여자아이의 행복을 비는 축제)의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저기. 정말 이런 코스로 괜찮으시겠어요?"
메모를 보면서, 유미는 확인해봤다. 그곳에는, 사전에 결정한 데이트 코스가 적혀있었다.
"물론"
사치코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듯이 끄덕였다.
"유미는 가끔 K역으로 물건사러 온다고 말했었지? 나는 잘 모르는 마을이니까, 언제나 유미가 하는걸 해보고싶은거야."
그래서.
우선은, 윈도 쇼핑.
오가사와라 집안의 아가씨한테는, 조금 잘못 선택한 것같은 행위. 긴자같은 곳에서라면「답다」라고 느껴지겠지만. 그런걸 긴부라라고 할려나. 그거 웬지 할아버지시대에 쓰던 말 같은데.
"이 근처부터 공략해 볼까요?"
"그래보자. 백화점이 아닌게 좋을 것같아."
그런 이유로, 역건물을 나와 눈앞에 패션빌딩이 우뚝 서있기에, 그곳에 들어갔다.
"아, 언니. 엘레베이터로 올라가서 층층이 내려와 보지요. 그 편이 좋다고 풍수지리책에 써있었어요."
"...... 너도, 특이한 곳에 구애받는 성격이구나."
무슨 근거가 있어서, 라면서 군시렁군시렁 말하고 있었지만, 사치코님은 그대로 따라주었다.
유미역시, 별로「어쨌든」이라며 그것에 구애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어쨌든 상관없는것이라면, 좋다고 하는 것을 하는 것이 기분적으로도 좋으니까. 그것으로 행운이 내려진다면, 오늘의 럭키칼라의 스웨타라도 입을거에요, 라고. 덧붙여말하면 라벤다색이 없어서 가까운 색이라도 하는 맘으로 핑크색을 골랐지만. 일분정도 기다려서 겨우 엘레베이터에 탔다.  일요일이어서, 역시 혼잡했다.

"몇층 가세요?"
엘레베이터 버튼에 가까이 있던 사치코님은 속으로 밀려들어간 쇼핑객들을 대신해 버튼을 눌렀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일지는 몰라도, 유미는 언니의 행동을 보고 자랑스럽게 느꼈다. 
왜냐하면, 친절함을 자랑하듯이 한 것이아니라, 엄청나게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때때로 히스테리로 소리를 질러도, 위압적이 되어도, 역시 사치코님은 멋있었다. 무엇을 하던말던 멋있다.

(어이, 반대쪽 버튼 가까이 서있는 얼굴에 피어스한 남자, 사치코님을 보고 배워라. 하는거 없이 콧구멍이나 후비고있지말고.)

꽉꽉 채워진 덕분에, 사치코님의 등에 얼굴이 꼭 붙어버렸다, 이런 은근한 행복은 그리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최초로 멈춘 층에서, 입구쪽에 있던 유미들은 속에있는 사람들이 내리기 편하도록 일단 엘레베이터를 내렸지만, 마침 그곳이 레이디스 패션의 층이였기에, 마침 잘됬다 생각하고 최상층까지 가지않고 내리기로 했다.
"위까지 안올라가?"
사치코님이 물어보았다.
"이 위는, 남성복 코너에요."
"그래?"
아무리 윈도 쇼핑이 목적으로 살 예정이 없다고 해도, 여자아이 둘이서 남자코너를 볼 필요는 없겠지. 
혹시 사치코님,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미리 볼 생각이였을까?  웬지 맥이 빠진 얼굴을 하고있다.
누군가, 란건 누구?  --- 라고, 갑자기 생각하기도 싫은「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점점 구멍에 빠져들어갈 듯해서, 그 다음은, 생각하는 것을 관두기로 했다.
"왜 그래?"
"아니요. 언니가 보고싶으시다면, 윗층으로 올라갈까요?"
아닌 것처럼 떠봤다.  나도 이렇게 질투하는 사람이었나, 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아아, 아니. 잠깐 아버님의 생일선물이 생각이 났을뿐이야.  하지만, 아마도 여기에 있는 상점들은 젊은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 많을테니, 다음 기회에 해도 되."
"아, 사치코님의 아버님에?"
그런 일이라면, 이라고 생각해 위로 올라가는 에스칼레이터를 향하려하자, 사치코님은 유미의 손목을 붙잡아 세웠다.
"그러면 안돼, 그런 짓했다간 애써 지킨 풍수지리가--"
".... 예?"
"어머나?"
리드를 맡겨서일까, 사치코님은 완전히 유미 모드에 오염되어있었다.

 

 

                          4

 

"흠"
영화관 앞에서 팔짱을끼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것은 타케시마 츠타코였다.
"삼천엔의 예산으로 전부 해결해야되는 데이트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건 뭔 뜻이지?"
하지만, 영화관에 들어간 두사람이 영화를 보지않는다는 것은, 우선 생각할수 없다. 하세쿠라 레이님과 오늘 반나절의 파트너인 타누마 치사토 아가씨가, 표파는 곳에서 표를 구입해 영화관 속으로 사라진지 약 3분. 그렇다면, 이 무식하게 큰 간판에 그려진, 달콤한 청춘연애영화를 볼 것이란 것으로 확정해도 된다는 뜻이겠지.
"학생할인으로 두 사람 것을 내면, 잔돈도 안남잖아."
설마, 점심은 패스인가? 라고 생각하자, 자신의 배가 소리를  냈다.
영화의 상영시간을 체크했다. 두시간이상 여유가 있으니, 배를 채우려면 지금뿐이다.
그녀들과 함께 흥미도 없는 영화를 볼 생각도 없었고, 그 사이에 시마코들을 발견할수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행운이라 할수있을 것이다.
"햄버거가 무난하겠지만....."
웬지 그런 기분이 들지않았다.
"쌀을 먹고싶어."
그것도, 카레라던지, 볶음밥이아닌, 주먹밥이나, 김밥이던지, 그런 일본의 흰쌀의 단순하면서도 가장 맛있게 먹을수있는 것.
머핀과 감자 샐러드와 컵스프같은, 아침밥을 먹고와서. 점심은 어떻게라도「점심」이란 느낌의 것을 먹고싶었다. 런치는 패스.
"역건물의 일층에서 도시락 사서, 공원에서 먹자."
혼자서 일본식의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 것은, 고교 1학년의 여자아이에게는 조금 난이도가 높은 행위일 것이다. 아니야 아니야, 츠타코라면 가능하겠지만, 단순히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기때문에 넘겨버린 것이다. 
식료품을 다루는 가게가 늘어서있는 좁은 통로를, 혼잡함을 뚫고 목표로 정한 도시락집의 앞까지 갔다. 다시마와 매실, 두 종류의 주먹밥을 주문했다. 반찬은 다른 곳에있는 반찬가게에서 살 생각이다. 우엉조림이나 해초 조림, 또는 말린 무우채 조림 같은게 좋다. 계산대앞에서 계산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아무 생각없이, 상점들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딘가에서 본듯한 얼굴이 10미터정도 앞의 가계옆을 지나갔다.
"시마코!?"
천엔짜리 지폐를 내고 잔돈을 받자마자 서둘러서, 따라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버리면 찾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시마코였을까? 츠타코가 봤을때는, 옆에 카니나 시즈카님의 모습은 없었기 때문에, 그리 자신할수는 없었다.
"별수없군, 내가 살꺼나 사볼까."
예정대로 우엉조림을 100g, 그리고 콩과 다시마 조림이 맛있어보여서, 그것을 100g 주문했다.
혼자서 먹기에는 조금 많지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카메라맨은 체력이 필요하기때문에 스스로 OK해버렸다. 이번에는 잔돈을 내고있는데, 또다시 본적있는 얼굴이 눈에 스쳐 지나갔다.
"시즈카님!?"
츠타코가 있는 반찬가게에서 봤을때, 반대편 가게의 대각선쪽에있는 가게의 앞. 그렇기때문에 거리적으로는 그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돌아가지않으면 그 장소에는 갈수가 없었다.
마치, 좀전에 환각을 본 것같다. 싫은 예감이 적중했다. 생각했던대로, 그 가게의 앞까지 도달했을 때는, 시즈카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번에는, 상황과 관계없이 뛰어왔는데.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시즈카님이었다. 두 사람 다 이 곳에 있다는 것이 무엇에도 비할수없는 증거. 
"그런데 어째서 두 사람, 같은 장소에서 따로따로 다니는거지?"
시즈카님이 뭔가 물건을 산 것같은 가게는, 일류호텔이 역견물에 분점을낸 delicatessen(조리된 치즈나 소세지등을 파는 가게)의 가게였다.

 

 

                                 5

 

"잠복작전이야. 할 말있어?"
츠타코의 시선을 알아채자, 미나코님은 조금 삐진듯이 말했다.
"할 말이라니요."
"하지만,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니요, 그냥. 수고하시는구나, 하고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을뿐이에요."
이렇게 추운데 역 북쪽입구에, 무식하게 크게「K역」이라고 적혀있는 글자아래서, 즉 역의 밖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서 있었으니까.
성냥팔이 소녀냐, 너는. --- 선배만 아니라면 뭐라해주고 싶다. 아니, 연상연하 관계없이 뭐라고 해주고싶은 츠타코였다. --- 그렇지만, 단지, 상대가 미타코님이니, 여기는 신중하게 행동해야할 상황이다.
"안녕하세요."
--- 그런 이유로, 충동을 억누르며 우선은 인사를 했다. 실은, 미나코님과의 오늘 첫 만남이었다.
"그래, 안녕하세요."
하지만, 말과는 틀리게, 미나코님의 기분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뭐,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바람부는 속에서, 계속 서서 사람을 찾고있었으니 기분나뻐질 만도 하지.
"좀 전에 시마즈 요시노를 만나서, 머리 속에 번뜩이면서 떠오른 것이 있었어."
"요시노? 그녀가 뭐라했는데요?"
"내가 찾고있는 것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찾기 힘들다, 라고 그녀가 말하더군."
"하아."
"그래서,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여기를 지나가는 레이나, 시마코를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거야."
"....."
예를 들어, 타겟트가 북쪽 입구쪽에서 놀고있다고 가정하고, 데이트도 슬슬 끝나갈때, 어쩌면 여기를 지나갈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건데, 그 정도 희망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역 정면이란 장소는.

여기를 향해오는 사람은 확실히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역이나 역건물이나, 역건물의 옆건물을 목표로 하고 오는것이니까. 아직 데이트를 시작한지 얼마되지않은 시간이니, 역에서 멀리 떨어지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게다가, 역을 이용한다고해도 역건물에 들어오기위한 출입구는, 사방팔방에 열려있으니까, 그 어딘가로 들어가버린다면 그걸로 끝이 아닌가?
아직 멀었어. ---츠타코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미나코님은, 도대체 뭘하는건지. 그래봤자. 레이님이나 시마코는 만나기 힘들어.
"저기~, 어딘가에서 쉬지 않으시겠어요?"
비닐봉지를 들어보이며 제안했다.
"괜찮으시다면. 조금이지만, 배를 채울만한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누군가가 움직이게 하지않는다면, 이 사람은 계속 이 장소에 있을꺼야.
"휴식?"
미나코님은, 노골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라고 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휴식을 취할만한 여유가 없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작전회의라는 명목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작전회의?"
이번에는「무슨 꿍꿍이라도 있어?」 라고 말하는듯한, 의심을 품은 듯한 표정. 별수없나? 
일년후배가 아무 이유없이 그냥 위문품을 주는 것이니까.
"미나코님은, 저에게 따뜻한 녹차를 사주세요. 그럼 쌤쌤이 되지요? 자자."
손을 잡아끌며, 역건물 안으로. 어쨓든 바람을 피할수있다면, 어디라도 상관없다. 미나코님이 하는 걸 따라한다면, 이쪽까지 얼어버릴듯했다.
"잠깐, 츠타코씨. 나는 아직--"
군시렁 대고있는 미나코님의 귀에, 츠타코는 결정타가 되는 말을 들려주었다.
"상관없으시겠어요? 저, 좋은 껀수를 가지고 있어요."
역건물의 로에서 밖을 돌아보자, 썰렁한 마을의 풍경 속에, 눈에 익숙한 버스가 출발하려하고있었다.

 

 

6

 

"도대체 뭘 생각하시는거에요?"
시마코는 결국 말하고 말았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말하려다 관둔 말이었다.
"뭘 생각하고 있냐, 라고? 살아있는 사람이니까. 이것저것 생각하고있어, 이렇게 보여도."
시즈카님은 얼굴을 창밖으로 향한 상태로, 살짝 미소를 띄웠다. 일부러인지 무의식적으로인지,
시마코의 얼굴을 보지않는다. 풍경 쪽이 더 흥미가 있는것일까?
---라고, 시마코가 생각하고있을때 돌연 돌아보며 말했다.
"그것보다, 장미의 저택에 식칼은 있어?"
"예?"
"식칼. 나이프도 상관없지만."
이거, 라고 내보인 것은 케익상자. 정말 작기는 하지만 치즈 케익이 한조각, 이 속에 들어있다.
"예, 있어요. 식칼도 나이프도 포크도"
그렇다는것은, 역시 학교에 갈 생각인듯 했다. 물론, 이대로 버스가 달려간다면 리리안 여학원앞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겠지만. 어째서, "데이트"하는데 학교를 가는거지? 시마코는 전혀 알지못했다. 둘은 버스에 흔들리고있었다.
K역 북쪽 입구출발, 리리안 여학원앞 경유의 순환버스. 일요일 점심때이기 때문일까, 버스는 생각보다 비어있다. 같은 북쪽입구로부터 출발하는, 부영주택행 버스가 상당히 혼잡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3천엔으론 그리 많이 살수없구나"
두 사람의 발밑에는, 역건물의 식료품매장에서 산 식료품이 각각의 비닐봉지에 들어가있었다. 시금치의 킷슈(파이의 일종)조각이던지, 당면 샐러드 100g이라던가, 버섯 마리네 100g 이던가. 최소단위로 이것저것 사모았다. 하지만 그것을 지시한 시즈카님은, 산 물건에 대해 별로 마음에 들지않는듯, 했다.
"그러시다면, 학교에 가지않고 어딘가에서 천오백엔정도하는 점심을 먹어도 좋았을텐데..."
스프, 샐러드, 빵, 메인 디쉬.... 거기에 디져트와 커피가 포함되서 천오백엔정도하는 메뉴는, 점심이라면 얼마든지있다.
"처음과 끝이 바뀌었다고 할까."
"예?"
"나는 학교에 가고싶어서 K마을을 떠난게 아니라, K마을을 떠나고 싶어서 학교를 선택한거야."
"......?"

"외야가 시끄럽지 않았어?  조용히 얘기도 되지않잖아."
"하아"
처음에 시마코는, 「외야」란 것이 사람이 넘쳐흐르는 마을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 들어보니, 시즈카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그런게 아닌듯 했다.
"버스가 출발하기전에, 3분정도 시간이 있었잖아? 그때, 신문부의 미나코와 사진부의... 그러니까...."
"츠타코?"
"그래, 츠타코. 그녀가, 역 앞에 서있었어"
"역 앞에, 그 두 사람이?"
"난말이지, "역시" 라고 생각했어"
시즈카님은, 자랑스럽게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마코는,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도, 말하려하고있는 것들도, 아쉽지만 알수가 없었다. 버스는, 정류장이 아닌 곳에 정차해있다. 50미터 정도 앞에있는 신호는 파란색이다. 그런데 그리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역시 정체되고있기 때문일까?
신호는 황색에서 빨간색이 되었다가, 다시 한번 파란색이 되었다. 그 사이에 시마코는 계속 생각해봤지만, 결국 확실한 대답을 끌어낼수가 없었다.
"뭐가『역시』인가요?"
느릿느릿하게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하고 있는중에, 그녀는 생각 끝에 물어봤다.
"응?"
시즈카님의 생각속에선 이미 그 화제는 끝나버린듯, 처음에는 질문의 내용을 잘 알지못한듯했다.
"역 앞에서 미나코님과 츠타코가 서계셨다, 란 말을 말하는거에요."
시마코의 설명에, 시즈카님은 「아, 그거」라고 말한 뒤 대답했다.
"생각해봐, 신문부와 사진부가 누군가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잠복하고있었단 말이야."
"예."
버스는 정류장에서 멈추고, 3명이 내리고 2명이 승차했다. 별로 차내의 풍경은 바뀌지 않았지만 밖의 풍경은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상당히 변화하고 있었다. 어수선하게 뒤섞여있는 마을을 벗어나, 녹색이 많은 지역으로. 이 주변은, 절이나 공원, 그리고 학교도 많다. 상점도 있지만, 개인이 경영하는 작은 가게들. 주택도 있지만, 주택 단지는 적어서, 한적한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어째서, 그녀들이 K역에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알수있지?"
고조되는 기분을 억누르듯이, 시즈카님은 명확하게,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어째서 K역에 있었는가........?"
시즈카님이 하신 말을 되새기면서,  시마코는 생각해봤다. 두 사람이 K역에 있었던 이유와, 어째서 그녀들을 시즈카님은 피하려했는가, 를.
정답을 알아내기전에, 시즈카님은 답답하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란 사람은, 사람을 의심해본적 없어? 그게 아니라면, 그냥 그런 척하는거야?"
"그런 척한다?"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단지 상대의 말 속에 숨어있는 가시와 같은 존재는, 느꼈다고 생각했다.
"유미가 말한 토도 시마코 이미지랑은 인상이 틀리네."
"유미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쁘고 상냥하고 머리가 좋고 인망이 있고, 같은 나이라고는 생각할수없이 착실한 시마코."
"너무 과대평가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버스는 스무스하게 나아가고 있다. 승객이 없는 정류장을 통과하고, 신호에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안 것도 있어. 당신의 노력으로, 지금의 토도 시마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 "
"반론은?"
"...... 반론의 여지가 없네요."
"또,  우등생다운 대답이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쯤에서 그만두자."
시즈카님은 어깨를 움추리며 웃었다.
"너무 심하게 말했어, 미안해. ...... 나, 이런 말할려고 당신을 끌고나온게 아니야."
"아니에요."
반론하지 못했던 것은, 적절한 지적을 받았기때문일까, 아니면 반론할 기력이나 자신이 지금의 자신에겐 없었기 때문일까, 시마코도 알지못했다.
별로 쇼크를 받지않은 것이, 자신도 신기했다.
단지, 여기까지,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보려했던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자신만의 마음만으로도 벅차하고있는 시마코에게는, 다른 사람의 영역까지 간섭할수있는, 그런 강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더 컸다.
이 사람이라면, 어떨까? 오그라든 마음 속에, 계속 밀고들어오는 이 사람은, 자신을 구해줄수 있을까?
창밖의 가로수길이 눈동자의 표면에 새기면서, 생각한다. 버스는 어느샌가 낯익은 풍경속을 달리고있다. 매일같이 이용하고있는, M역부터 순환버스의 노선과 합류하는 곳이었다. 문득, 시마코는 생각난 것을 물어보았다.
"미나코님이나 츠타코가, 우리들의 행동을 추적해서 기사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런 말씀이신지요?"
"응. 그건 어느 정도 예측한 일이었지만."
시즈카님이 대답했다. 두 사람의 회화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재개되었다.
"K역은 위험하다. 라고?"
"그래. 그래서 만날 장소를 K역으로 한 것도, 조금 스릴이 있었어."
"....... 아아, 그래서 서쪽 출구로."
시즈카님이 만날 장소로 지정한 것은, 개찰구에서 상당히 떨어져있는 역건물에 가장 서쪽에 있는 출입구. K역에 전차로 오는 사람이라면, 별로 만남의 장소로 선택하지 않는 장소였다. 좀전까지는, 단순히 식료품 매장과 가까우니까 선택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학교 집합이라고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시마코 생각하지 않았어?"
"에? 어떻게 아셨어요?"
정곡을 찔렸다. 이럴때, 갑자기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급생들에게 놀림을 당하고있는 유미도, 곧잘 이런 식으로 동요하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얼굴하고있으니까. 관찰하고 있으면 알수있어."
만족한듯이, 시즈카님이 미소지었다.
"좀전?"
버스는 신사 앞을 통과하고있다.
"점심이 어쩌고 하고말하고 있을때 말이야. 하지만, 이번에도 부정해 주겠어. 시작과 끝이 바뀌었다고, 말이야."
"어째서지요?"
"그렇게 하면, 데이트가 아니잖아? 나는, 물건을 살 때나, 버스를 탈 때나, 전부, 당신과 함께 지내겠다라고 생각했어."
시즈카님은 하차버튼을 눌렀다. 완만한 언덕에 진입하면, 리리안 여학원은 이제 금방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