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6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후편 -3- 메인

메인(メイン)

                                
                                   1

 

"언니, 정말로 괜찮으세요?"
유미는 가게 속의 행렬에 줄서면서, 앞에 서있는 사치코님의 코트소매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뭐가 『정말로 괜찮아』야?"
"17년간 지켜오던 기록이, 오늘을 기해 깨지는 것에 대해......"
"과장이 심하네. 예정했던 행동에, 하나하나 트집잡지 말아줘."
"하지만..."
유미가 그 코스를 제안한 것은, 설마 첫 체험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괞찮으니까, 당신은 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만 해주면되. 내가 망설이거나 하면, 바로 커버해줘야되."
"하아"
이건 무슨 대화일까? 라면서 말하고있던 유미는 스스로 반문했다. 방식이라니, 커버라니, 그런 걱정 안해도 간단히 살수있다니까, 햄버거 정도는.
그렇다. 실은 두 사람, 지금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있다. 놀랄만한 일은, 세상에 사치코님, 패스트 푸드점에 들어가는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양가집 아가씨였으니, 라고 정리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도쿄에 살고있는 고교생으로써 그것은 상당히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이 나이까지 패스트 푸드 미경험이라는 것은, 가정의 방침이나 법칙이란 것이 관계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집에 전화라도 해서, 허가를 받은 다음에 도전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말이다, 부자들의 생활습관이 웬지 잘 이해할수없는 유미같은 사람은 쓸대없는 신경까지 쓰게되는 것이다. ---햄버거는 집에서 일하는 요리사가 만들어 준 것을 먹어본 적이 있다고 하니, 종교상의 이유가 아닌 것은 알수 있지만.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가씨가 지켜야할 것이란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면, 크게 벗어난 행동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걸 물어본다면 불쾌한 얼굴을 하겠지, 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더더욱 말할수 없다.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을때 주문하길 기다리는 행렬은 점점 짧아져서, 어느샌가 다음이 사치코님의 차례가 되었다.
"아시겠지요, 햄버거와 우롱차 두개씩, 그리고 감자튀김은 M사이즈를 하나 주문하는 거에요."
유미가 군자금이 들어있는 봉투를 전해주자, 사치코님은 시끄럽다고 말하는듯이 그것을 받았다.
"몇번이고 반복하지않아도 잘 알고있어. 권해도 추가주문은 하지않는다, 맞지?"
"맞아요. 예정외의 지출은, 나중의 계획에 차질을 주니까요."
"예~ 예."
보통때와는 역전된 상황. 속편하지는 않지만, 웬지 조금 즐거웠다. 사치코님은 닭튀김이나 애플파이에 혼동됨없이, 완벽하게 주문을 끝냈다.  돈내는것도 완벽했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점원이 내미는 쟁반을 받지도 않고, 자리를 향해 걸어오고만 것이었다.
"언니도 참....."
서둘러 쟁반을 받아들고, 사치코님을 뒤따라갔다. 따라가는동안, 얼굴에서 불이 나는듯 했다. 커버한다는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롭게 느꼈다. 
"어머? 점원이 가져다주는게 아니였어?"
".............."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는 것은, 진짜로 말하는 것이겠지, 사치코님.
"손님이 자신이 산 상품을 자리까지 가지고가서 먹는다, 그런 시스템이에요."
이거야말로, 일본에 처음 온 외국인을 상대하는 느낌이다. 아니야, 오늘날 패스트푸드가 없는 나라는 거의 없으니까,  .......  그렇다면 우주인인가?
"당신이 말해주지 않았잖아."
박스처럼 나뉘어진 자리의(박스석) 의자에 앉아마자, 사치코님은 목소리를 죽이며 말했다.
"예?"
자신의 언니가「우주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유미라 하더라도 상식문제를 빠트리거나 하지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사람의 행동을 본다면 알수있잖아요."
"유미가 뒤에서 어지럽게 말하니까, 관찰할 시간이 없었단 말이야."
"어디까지나 저의 책임, 이군요."
"뭐가 틀리다는거야?"
지기 싫어하고 심술장이인 사치코님은, 자신의 실패를 동생에게 넘겨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었다. 그 웃는 얼굴이 즐거워 보였기에, 유미는「뭐, 상관없지」라고 생각했다. 사치코님은 실패가 어울리지 않는다. 얼굴을 붉히고 풀죽어있는 얼굴보단, 잘난듯 웃고있는 얼굴을 보는 것이 기쁘다.
"식겠다, 먹읍시다."
하지만, 사치코님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쉽게 햄버거에 손을 대지 않았다. 포장을 펼칠때까지는 잘 나갔지만, 곧 쟁반위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햄버거를 들어올리고, 감자튀김을 들어올리고, 우롱차가 들어있는 종이컵, 마지막으론 밑에 깔려있는 종이를 뒤집어 봤다. 
잠시 상황을 보고 있었지만, 이쯤해서 슬슬 말을 걸어보는것이 좋으려나, 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배가 고팟기에,우선 햄버거를 한입 물고나서.
"저기, 언니?"
"응?"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 사치코님은, 다음 순간, 신기한 것이라도 발견한 것 같은 표정으로 유미를 봤다.  --라고 하기보단, 유미의 입술과 유미의 손에 들려있는 반쯤 포장지로부터 얼굴을 내밀고 있는 햄버거와 교대로 봤다.
"설마....."
두 사람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엣?"
상대방의 말에 대한 반응도, 놀라울 정도로 똑같았다. 하지만 유미는 알고있었다.「설마」가 나타내는 내용은, 두 사람 모두 전혀 틀린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언니. 패스트 푸드의 햄버거에는, 나이프와 포크는 나오지 않아요."
".....그런듯 하네."
사치코님은 씁쓸한 듯 웃으며, 채념한듯 한숨을 쉬었다.
"불찰이야, 이전에 샌드위치에 데인적이 있었으면서."
"에~, 그럼, 언니의 집에서는."
무심결에 몸을 앞으로 내밀고, 흥미 진진하게 유미가 질문하자,  사치코님 보기에도「불쾌」하다는 것을 알 것같은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게 됬네. 우리 집에선, 샌드위치도 나이프랑 포크로 먹는단 말이야."
사치코님이 유치원에 다닐때, 도시락의 시간에 샌드위치를 나이프랑 포크로 먹고있자, 클래스메이트들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것 같다. 그 이후, 밖에서 샌드위치를 먹을때는 저항이 생기지만 참고 손으로 먹도록 조심한다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이런 것이라도 없다면, 우리 집이 일반가정과 다소 틀린 점이 있다, 란걸 알수가 없어."
사치코님은 수정이 끝난듯 했다. 크게 입을 벌리는 것에는 저항이 있었는지, 햄버거를 손으로 뜯어서 입에 넣었다.
"유치원 다닐 정도가 자아가 형성될 때지 않아? 놀림을 당하면, 그때마다 정색을 하고 생활을 개선해온거야."
"생활을 개선?"
"도시락통을 바꾸던지, 자가용차로 마중오는 것을 그만두게 하던지, 클래스 메이트의 대다수가 보는 텔레비 애니메를 보던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애가 무리해서 하지않으면 안되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 증거로, 너무 노력하다가 결국 열이 나서 쓰러져버렸었어."
"하아."
이런 엄청난 말을 듣게 되버리면, 유미따위는 뭐「하아」정도밖에, 할 말이 없다.
"그 때문일려나. 그래서, 그 당시의 일들은 별로 잘 기억하지못해."
말을 하면서, 햄버거에는 필요불가결한 피클을 잡아서 냅킨 위에 빼버렸다. 변함없이, 편식이 심하단 말이야.
그렇다고해도 사치코님은, 유치원때부터 싸워오고 있었구나. 대단해. 너무 대단해.
자신은 유치원때,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유미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은 단지, 빈둥빈둥하며 생활해온 것이 아니었을까. 놀이도 그림그리는 것도 노래부르는 것도 즐거웠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다니, 상상도 해본적 없었다고 생각한다. 평화로운 인생이다.
"어째서일까. 이상하네. 나도, 이런 옛날 얘기를 다하고."
사치코님은 포테이토를 하나들고 우아하게 먹었다. 손가락으로 직접. 이제 포크같은건 찾지않는다.
"그런 일 없어요. 저, 언니의 옛날 얘기, 더 듣고 싶어요."
"어머."
"......아, 과거만 듣고싶은건 아니지만."
유미의 필사적인 설명을 들으며, 사치코님은 미소지었다.
"그럼, 지금의 말을 해볼까? 그리고나서, 조금 미래에 대해서도."
사치코님의 말에, 어째서인지 조금 가슴이 뛰었다.

 

 

                                2

 

"저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왜 그래, 유미. 좀전부터 물을 끼얹는 듯한 말만하고."
"하지만"
조금 미래에 대한 말, 이라고 말하길래, 자신들의 이후에 관한 얘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가고싶은 가게가 있으니까 데리고 가줘라고 말해서, 온 곳이 이 가게.
"다시 한번 『태어나서 처음』인 청바지 가게, ....... 이지요? 언니."
끈질기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유미는 몇번이고 확인했다. 것도 그럴 것이 그걸 해보고싶다고는 하지만, 오가사와라 집안의 아가씨를 가본적도 없는 가게에 안내해도 되는 것일까. 가게의 입구는, 추운 계절인데도 활짝 열려있고 안쪽에서는 컨트리 음악이 들려왔다. 도로까지 넘쳐나올듯한 물품의 양. 「세일」과「초특가 바겐세일」의 붉은 글씨가, 눈에 신선하게 들어온다.
"그래 맞아. 태어나서 처음이야."
예를 들자면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치코님은 마치 스타트 지점에서 대기하고있는 개썰매 레이스의 개와 같이, 지금바로 안으로 들어갈 것같은 모습. 그것을 유미가 힘껏 막으며 물어봤다.
"그래서, 윈도 쇼핑이 아닌, 정말로 사려고 하시는거지요?"
"당연하지. 개인적인 쇼핑을 해도 좋다고, 당신이 말했잖아."
"그거야 말하긴 했지만--"
사전을 사는 것과 청바지를 사는 것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뭐가 틀린지, 설명하긴 힘들지만. 사치코님의 경우, 분명히 틀려. 절대로 틀리다.
"아버님이나 어머님께 야단맞지 않으세요?"
"어머, 괜찮아. 할아버님은 우실지 모르지만."
할아버님을 울리면서까지 입지않으면 안되는 물건이 아니야, 청바지는. 하지만, 사치코님의 할아버님은, 겨우 그런 것으로 울음을 터트리신담 말인가? ---  아냐, 단지 예를 든거겠지.
"할아버님의 앞에서 입지않으면 되겠지. 게다가. 아무리 할아버님이라 해도, 손녀의 옷입는 것까지 뭐라하신다면 곤란하지."
"곤란하다, 라니."
"이런 기회가 아니면, 올수없단 말이야. 나는 전에부터 한번 청바지란 것을 입어보고 싶었단 말이야."
"하아"
한번 청바지란 것을 입어보고 싶었단 말이야, 라니. 역시 사치코님, 말씀하시는게 틀려.
바지=청바지, 라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 유미와는 크게 틀리다.
뭐 하긴.  원래 청바지란 것은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이었다, 고 들은적 있으니까, 부자집 아가씨와는 연이 없는 물건일지도 모르지.
그런 아가씨를 이쪽 세계의 색깔로 물들여도 좋은 것일까라고 유미가 생각하고 있을때, 사치코님은 이미 가게에 들어가고 있었다.
"유미, 중얼중얼 혼잣말하고고 있지말고 안내해줘."
"아, 예"
유미는 각오를 단단히 정했다. 패스트 푸드를 극복했으니까, 청바지 가게라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게임센타라고 말했다면, 그것만은 강하게 거부했을거라고 생각했다. 거기만은 유미의 영역밖의 장소였다.
"청바지 가게란 곳, 스웨타나 체육복같은 것도 파는구나."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흥분한듯 사치코님이 중얼거렸다. (정말 첫 체험이었구나.....)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점이라고 해도, 그것만 파는 가게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OO버거나 XX치킨과 같은 이름의 패스트푸드 가게라 해도, 감자튀김이나 마실 것같은 것도 팔고 있으니까.
시디숍에는 카세트 테이프나 비디오 테이프, 정육점에선 소스도 팔고 그런다. ---조금 탈선해버렸다.
"물건 사는 것을 방해받지 않는 것은 좋구나."
사치코님은 걸어나가며, 쇼핑객들이 가게의 상품을 자유롭게 물색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고보니, 좀전에 팻션빌딩에서의 윈도 쇼핑할때는, 상품을 손에 들려고 하면 바로 점원이 다가와서 소재의 설명을 하던지 시착을 하라고 권하던지 하는 가게가 많았으니까, 이런 것이 반대로 신선할지 모른다. 청바지 가게의 점원은, 별로 손님을 따라다니지 않는다. 죽 둘러봐도, 계산대를 담당하는 사람 이외는, 열심히 상품을 나열하고 있던지, 옷단을 올리고 있던지의 어느 쪽이다.
"이렇게 많이 있는데,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청바지를 찾을 수 있는거지?"
사치코님은 그 물품의 양에 놀라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만 한 것이, 이 가게의 안쪽 공간이 전부 청바지의 진열대가 자리잡고 있어서 어중간한 양이 아니다. 얼마 정도 다른 색의 청바지가 섞여있기는 하지만, 그 대부분이 일반적인 색깔의 소재이다.
"....... 나, 자신이 없어졌어."
접혀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알수가 없다. 이럴 때야말로, 부탁할수있는 점원의 존재가 감사하게 느껴지는데 말이야.
불안한듯, 사치코님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가게안은 붐비고 있었다. 가벼운 컨트리 음악과 무거운 미싱의 소리, 일요일 오후의 쇼핑을 즐기는 젊은이와 가족과 함께온 손님들.
(좋지않아.)
유미는 알아챘다. 사치코님은 풀죽어가고 있다. 첫 패스트푸드는 어쨌든 무난하게 넘길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첫 청바지 가계에서 잘 쇼핑을 할수없게 된다면, 이후의 쇼핑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Trauma(정신적 외상)이라고 하던가? 그건 곤란해.
"정신차려주세요, 언니.  제가 같이있으니까요."
유미는 사치코님의 양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잡고, 격려했다. 여기는 동생인 자신이 어떻게든 하지않으면, 하고.
" ...... 유미"
"여기에는 상당히 많이 있지만, 언니에게 딱 맞는 사이즈는 한정되있어요. 우선, 레이디스의 진열대 이외의 것은 보지않아도 좋아요."
손을 잡고, 여자의 그림이 그려있는 코너에 끌고 갔다.
"여기가, 레이디스?"
"예. 이것으로 물품이 반 이하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듣자, 사치코님은 조금 안심한듯한 얼굴을 했다. 다행이다. 좀전에는, 멀미하는 사람같은 얼굴색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좋아하는 색이나 형태를 선택해서, 자신한테 맞는 사이즈를 사면 되는거에요."
사치코님이라면 몇십만엔이나 하는 Vintage(오래되고 가치있는물건)라도 살수있겠지만, 지금은 무시하자. 
지금은 가능한 헤매지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형태.....?"
"그러니까. 바짓단이 넓은 것이라든지, 좁은 것이라든지, 스트레이트라던가. 간단하게 말하면, 그런 것들이에요."
그외에도 가랑이부터의 길이라던지 이것저것 있지만, 전부 생략. 초보자에게 너무 많이 말하면, 머리가 폭팔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유미꺼는?"
"예?"
"지금, 유미가 입고있는 것. 그런 형태가 좋아"
있을법한 일인가 사치코님, 유미의 코트를 들추며 말했다.
"이거 말이에요?"
스트레이트에 색이 빠진 형태. 특이함이고 뭐고도 없는, 그냥 보통의 청바지인데.
"그래. 유미의 모습을 보고, 청바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에~~~ㅅ?"
무심결에 목소리가 나왔다. 것도 그렇지 동경하는 사치코님이, 유미의 흉내를 내려하다니. 크게 놀랐다, 청천벽력이었다.
"목소리가 커."
하지만, 가게 속은 북적거렸기때문에 누구도 이쪽을 신경쓰지 않았다.
"언니도 참, 저보다 스타일 좋으니까 슬림같은게 어울린텐데."
중얼거렸지만,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유미는 언니에게 허리 사이즈를 물어본후, 스트레이트가 있는 진열대에서 두벌의 청바지를 꺼냈다.
"밑단이, 조금 길어."
사치코님은 자신에게 대어보며 말했다.
"시착해보고, 자르는 거에요. 접어입는 사람도 있지만요."
"유미는?"
"물론, 잘라서 입지요."
"그럼, 그렇게 하겠어."
사치코님은 죽 서있는 시착실에, 기분좋게 들어갔다.
"입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유미는 커텐 앞에서 스텐바이 했다. 어쨌든, 가드하고있는 셈이었다. 여기는 남성객들이 많고, 시착도 셀프서비스이기 때문에 이 근처에 점원도 없으니까. 실수해서 누군가에게, 언니의 시착장면을 훔쳐보게라도 하게 된다면 큰일이니까.
옷이 스치는 소리에, 조금 두근두근. 지금 코트를 벗고있어, 라던지. 스카프를 벗었다, 라던지. 상상해버리다니, 마치 변태 아저씨.
이거야말로, 로사 기간티아를 책망할수 없다.

(하지만 언니의 경우, 밑단의 길이가「조금」길 뿐이다.)

유미의 경우는, 언제나 밑단이 꽤 길어서. 라고 하기보다 너무 길어. 언제였던가 밑단으로, 티슈 케이스와 작은 가방(복주머니 같은 형식의 주머니)을 만들수 있을 정도였다. 신장차는 분명히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다리 길이가 틀리다고 생각한다. 그냥 본 느낌은, 사치코님의 경우 양쪽다리 남는 것으로 팬 케이스(필기구 케이스)하나정도 만들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가슴은 유미보다 큰데, 허리는 가늘다니, 뭔가 불공평해.  정말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신이시여. --라고, 불만을 마음 속에서 말하고 있을때, 돌연 커텐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유미? 있어?"
"예, 옛."
"좀 부탁이 있어."
"예?"
부탁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뭔가 용건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실례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커탠을 조금 열고 얼굴만 시착실에 밀어넣었다.
"어머나."
무심결에 나온 말이, 그것이었다.
사치코님은 조금 어색한 듯이 유미를 본다. 「어머나」말에 대해, 화내고싶지만 화낼수없는 상황이 그곳에 있었다.
"어떻게 해야되는거야?"
어쩌면, 사치코님, 긴듯한 청바지를 접지않고 그대로 입고있다. 그래서, 웬지 뭐가뭔지모를 패션이 되어있었다.  발꿈치에서 일단 꺽여서 발 앞부분이 나와있다. 실례지만, 물받이를 연상해 버렸다.
"잠깐 실례."
유미는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한 뒤, 이번에는 전신을 밀어넣었다. 물론 신발은 벗고나서.
"설명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언니.  이건 접는 거에요."
말하면서 유미는, 사치코님의 다리 쪽으로 구부렸다.
"밟고계시는 발꿈치를, 일단 들어주세요."
"응 .... 이렇게?"
비틀.
"앗!"
크게 기울어진 사치코님의 몸을, 유미는 서둘러서 지탱했다.
"언니, 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주세요. 그리고, 발꿈치를 드는 것은 한쪽씩 하지요."
"..... 그래.  알았어"
곧 유미의 양어깨에, 중량이 가해졌다. 이런 상황인데, 이런 것이 신기하게도 기뻤다.
지금, 언니의 몸을 지탱해주고있어, 란 실감과, 그리고 언니가 신뢰하며 몸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
"그럼, 오른발부터"
유미의 말에 따라, 사치코님의 오른쪽 발꿈치가 살짝 올라간다.  밑단을 엉성하게 접고나서, 왼쪽도 똑같이 했다. 어쨌든 발꿈치가 나오지 않으면, 밸런스가 깨져도 다리로 버틸수 없으니까. 언제나 스커트 밑은 익숙해져 있을텐데, 스타킹을 신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치코님의 다리는 성인여성의 다리로 보였다. 이런 아름다운 다리를 보면,「다리 페치」의 사람들의 기분이, 알 것같기도 하다.
"이정도 길이면 어떠세요?"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물었다.  마치 여기 점원이 된듯한 기분.
"그렇네."
"신발을 신고, 일단 시착실에서 나와서 전신을 거울에 비춰봐 주세요. 밸런스라던지, 알수있으니까."
" ...... 근데, 유미. Pumps(굽있는 여성구두)라도 상관없어?"
"아, 그렇구나. 언니. 청바지 입을때, 어떤 신발을 신으실 예정이세요?"
"유미같은 신발이 좋아."
라고 말해도, 동경할 정도로 좋은물건은 아니다. 정말 일반적인 운동화.
".... 언니 발사이즈는?"
"유미랑 같아. 23(cm)."
씩하고 웃는다.
"...... 예."
그런 이유로, 정말 일반적인 운동화(조금 지저분함)는 사치코님에게 반강제적으로 대여되어버렸다.
하지만 사이즈가 같다고 양말을 신고있는 유미의 발이 사치코님의 Pumps에 딱 맞을수는 없다. 하지만 시착실에 서있으면 거울을 볼수 없기 때문에, 예비조치로써 Pumps 속에서 앞꿈치로 서는 곡예를 하지않으면 안되는 경우를 당하고 말았다. 
"자, 유미. 나를 잡아."
"예, 옛"
형세역전. 거울에는 훤칠하고 멋있는 청바지 모습의 사치코님의 옆에, 엉거주춤한 묘한 자세로 서있는 유미가 처량하게 비치고 있었다.
"이걸로 하겠어."
또 하나는 입어보지도 않고, 사치코님은 바로 정해버렸다. 심플하지만, 정말 잘어울렸다. 마치 그걸 입고왔던 것 같이.
"그럼, 이 위치를 클립으로 고정시킬테니 살짝 뻗어주세요"
오른쪽에 접은 곳이 움직이지 않게하기위해, 준비되어있는 대형 클립 두 개로 고정시켰다.
"아아,  클립으로 고정시킨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구나."
시착실에는 『밑단 교정 무료.  한쪽 부분을 클립으로 고정하고 계산대로』란 주의가 적혀있었다.
"맞아요.  이걸 점원한테 가지고가면 밑단교정을 해주는 거에요."
"알았어."
사치코님은 시착실에 들어가서 커튼을 닫았다. 되돌려받은 운동화의 끈을 묶으면서, 유미는 내심 안심했다.
어쨓든 이 관문은 넘은 것 같다. 남은 것은, 기다리던 티 타임. 전부터 가보고싶었던 커피숍에서, 케익세트를 먹을 예정이었다.
"유미."
커튼 반대편에서, 사치코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예."
"커피숍에 가기 전에, 들리고싶은 곳이 생겼는데, 괜찮겠지?"
"예?"
웬지 모를 싫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안된다고는 말할수 없다. 여기까지 왔으니, 어디까지고 함께하는 것뿐.
"괜찮아요. ..... 그런데, 어디를?"
예상이란 것은 틀릴 수도 있기때문에, 일단 물어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적중하고 말았다.
"운동화란 거, 일반적인 신발 가게에서 팔고있지?"
아직 청바지의 계산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치코님의 머리 속은 이미 다른 장소로 워프해있었다.

 

 

                                     3

 

"...... 망했다."
영화관의 앞에서, 츠타코는 중얼거렸다. 대실패였다. 드물게 저질러 버린 Careless mistake. 이 무슨 불찰인가.
"다음회 상영개시시간이 전회 상영종료시간이라고는 할수없다, 란 소리군."
"그런 것입니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괜찮아. 당신은 이미, 나의 기대이상으로 일해주었으니까"
미나코님은, 츠타코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 주었다. 캔 녹차의 따뜻함, 배도 두둑해진 영향일까, 미나코님은 상당히 마음이 넓어져 있었다.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레이들을 숨어서 찍었지? 그것으로 충분해."
"하아"
역건물 안에 있는 휴게실에서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조금 여유를 피우고 말았다. 
그래서 기억하고있던 시간 간당간당하게 영화관 앞에 도착해보니, 이미 다음 회가 시작하려고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출구부근에 잠복해있어도, 영화를 다본 손님들이 나올리 없었다. 이 쇼크는, 로사 카니나인 카니나 시즈카님의 핀트가 안맞은 사진을 찍었을때 이상으로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되돌릴 수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시마코 근처를 찾는게 우선이야. 식품매장에서 본 것이 본인들이라면, 우리들같이 벤치에서 먹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게 적당하겠지."
"하아, 적당하다, 입니까?"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츠타코는, 『토도 시마코와 카니나 시즈카 두 사람이 벤치에서 반찬을 먹고있는 그림』이란 것이 아무리해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벤치라면 무릎에 올려놓고 먹으니까, 어쩔수없이 구부정하게 되버린다. 하지만 그 두 사람에게 구부정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어땠나. 미나코님과 자신은, 비참할 정도로 등을 구부리고 우엉조림같은걸 입에 옮기고 있는것이 잘 어울렸다. 꺽어서 사용한 일반 일회용 젓가락마져, 비참함을 나타내는 소도구로써 딱 어울렸다.
"그리고, 동시진행으로 사치코들도 찾지않으면 안되지."
"엣, 어째서 그 일을.....!"
자신은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유미와 사치코님이 이 마을에서 첫 데이트를 즐기고 있을것이라는 정보는 역시 흘리면 좋지않겠지, 라고, 대화가 그쪽으로 빠질 것 같으면, 화제를 바꾸던지해서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고생은, 전부 말짱 도루묵이었단 말이었다.
미나코님은 이마 용건이 끝난 영화관을 벗어나, 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되는대로, 츠타코도 뒤를 따랐다. 설마, 다시 잠복작전을 실행하지는 않겠지. 그것만큼은 그만둬주길 바랬다.
"그래그래. 시마즈 요시노 아가씨도 함께야."
나란히 걸어가며, 미나코님은 이상한 말을 했다.
"예? 함께, 누구랑?"
"함께라고 말하면, 사치코들과, 란 말이야. 아니지, 함께 였었다, 란 것이 정확할려나? 내가 만났을때, 혼자 떨어져서 외로워 보였지만."
"사치코님과 유미와...... 요시노?"
"그래. 어머, 그러고보니 나, 유미의 이름 말했었나?"
"에? 아, 예. 미나코님, 좀전에 말하셨어요."
위험해 위험해. 조심하지않으면, 유미를 감싸기위해 정보를 흘리지않은 것이 들키고 말아. "그랬었던가? 뭐, 그건 그렇다치고. 어떤 조합이라고 생각해?"
"글쎄......."
이쪽이 묻고싶다, 라고 츠타코는 생각했다. 어째서 유미의 첫 데이트에, 요시노가 끼어있는가를.
역 개찰구에서 만났을때는, 요시노의 「요」자도 없었는데--.
"하지만, 유미들은 보물찾기의 상품과는 관계가 없으니까, 그냥 놔두는 편이 좋지 않을런지..."
"물러, 츠타코씨. 신문기자란 것은, 기사가 된다 안된다는 제쳐두고. 어쨌든 발견한 껀수는 전부 줏어모으지 않으면 안되지. 사치코를 잡아두면, 이대로 시마코들을 찾아내지 못했을때의 보험도 되는거야."
"하아, 보험이라."
시마코들을 발견한다고 해도, 줏은 껀수는 전부 기사화시킬것 같은데. 미나코님의 경우엔.
『목격!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 자매의 휴일』--- 이라고 말이지. 눈에 선했다.
정말이지, 라고 츠타코는 결린 어깨와 목을 풀었다.  신문기자는 아니지만, 그녀 역시 카매라맨.
좋은 껀수가 굴러다니면, 망설임없이 주우려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니, 상당히 잘 알수있다.
역 앞에 정류장에는, 버스가 서 있었다. 정차장소가 적힌 표시를 멍하게 보면서,「저걸 타면 학교에 갈수 있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때, 승차구에 한 명의 젊은이가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응?)

또 다시,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찾고있는 시마코나 시즈카님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그 사람은.......  아니야, 설마 그럴리가.)

그럴 마음만 있으면, 정기권이 있으니 버스에 타서 확인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대로 버스가 출발해 버린다면 다음 정류장에서 걸어서 돌아오지않으면 안된다.
"츠타코? 가자."
"아, 예."
미나코님이 늦어있는 츠타코를 불렀기에, 츠타코는 그대로 그 일은 잊었다. 시마코도 시즈카님도 아닌 이상,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뒤따라갈 이유는 없었다.
"간다니,  어디로?"
따라잡고나서 묻자, 미나코님은 반짝하고 눈을 빛냈다.
"우선은 역 건물안의 휴게소를 뒤지러, 어떻게 할래?"
"..... 함께하지요."
타버린 배다. 지금 역건물 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가만놔두면 언젠가, 미나코님은 다시 성냥팔이 소녀가 되지않는다고 장담할수 없다. 말하자면 관리자 역할이다. 훗날 생각해보니, 이때도 멍청한 실수였다고 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깊게 파고들어 버스에 탔다면, 츠타코는 잘됬으면 그날 안에 시마코를 만났을지도 몰랐던 것이다.

 

 

4

나는 뭘하고 있는 거지.  --- 요시노는, 발 아래쪽을 달리는 차의 파도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미나코님과 해어진 뒤, 가능한 아는 사람과 만나지 않기 위해 커피숍에 들어갔다.
일부러 버스값을 들이며 K역까지 나왔으니, 책 한 권사고 돌아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났다.
그래서, 모처럼의 일요일이고, 여기는 유익하게 보내주지 라고 결정한 것이다. 예산이 두사람에 3천엔이라니, 돈아껴가며 데이트를 하고있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수없을 정도의, 우아한 한때를 연출해보자, 라고.
기온은 낮고 바람도 불지만, 날씨는 나쁘지 않다.  태양도 나와있다.
햇빛이 잘 드는 커피숍의 창가에 앉아, 로얄 밀크티를 마시며 막산 책을 읽었다. 그러는 동안 배도 고파왔기에, 그 가계에서 세 종류 있던 런치 메뉴 속에서 일부러 보이기위한듯이 가장 비싼 천오백엔하는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레이짱들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둘이서 먹으면, 소비세포함해서 3천엔을 넘어버린다.
하지만 두시간정도 버티다보면, 싫어도 책 한권은 다 읽게된다. 요시노는, 거기서 커피숍을 나왔다.
보통 때는 맛있는 가게인데, 오늘은 왠지 싱거운듯한 맛으로 뭔가 부족한 듯 했다.  주방 담당이 바뀐 것일까.
마을을 방황하다보면, 다시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른다. 오늘은 더욱, 혼자 있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보이게 되는 것이 불쾌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유동적인 책방이나 시디숍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다시 커피숍에 들어갈 기분도 들지 않았고, 보고싶은 영화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하면.
요시노는 역에서 걸어서 몇분걸리는 도립공원에 간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동상을 보던지 혼자서 사슴을 보던지 혼자서 토끼를 보던지 하고있는 사이에 점점 우울해져서, 결국에는 혼자서 원숭이를 볼 기분은 아무리해도 생기지 않아서, 결국 오래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공원 내에는 유원지의 탈 것도 있었지만, 그런 건 혼자서 타봤자 허무할 뿐이다. -- 일요일은, 열받을 정도로 가족동반이 많다.
역에 돌아갈까, 아니면 역 남쪽 큰 거리로부터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잡화점 같은 곳이나 둘러보러 가볼까. 요시노는, 멍하게 육교 위에서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인가, 빠른 건가 느린건가도 모르겠어.
아날로 그시계의 초침이 움직이고 있으니, 발밑에 차가 달려지나가고 있으니, 시간은 자신의 주위를 객관적으로 흘러간다.
이런 곳에서, 뭐를 하고있는걸까.
아무래도, 지금 있는 장소는 자신의 시간이 아니었다.
책을 사길 바랬지만, K역에서 사지 않았으면 되는 일이었잖아.
배가 고팠지만, 별로 천오백엔하는 점심을 먹지 않았어도 됐는데.
공원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서 갈 정도로 좋아하지도 않은데.

(나, 집을 나와서 얼마나 얘기했지?)

미나코님과 조금. 나머지는 커피숍에서 주문할 때와 돈낼 때, 공원의 입장료를 살 때.

(학생 한장)

그 이후로, 한마디도 안했다.
지금, 이 자리에 레이짱이 있으면, 전혀 다른 기분으로 있을 수 있었을 텐데.  요시노는, 조금 풀이 죽었다.
조금 사치도 해보고, 보통 때보다 좀더 나가도 보고......  하지만 그런 것을 했다 하더라도 레이짱이 없는 구멍을 메꿀수는  없었다.
레이짱과 함께라면, K역이 아니라도 좋아. 점심밥이라도, 집에서 토스트 굽고 홍차준비하고, 그런 것으로도 좋다. 두 사람이 코타츠에 들어가서, 별로 대화를 하지 않다고 해도 서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겠지.

(바보야.  나도)

레이짱이 없다고 해도, 그렇게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했으면, 적어도 이런 허무한 기분은 들지 않고 보냈을 것이다.

(돌아가자)

K역에 왔던 수확은, 책 한권이란 것으로 끝내기로 했다. 육교의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조그맣게 몸을 폈다.
그때, 아무 생각없이 본 큰 도로의 옆의 보도를 걷고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짱......!?)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처음에는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설마)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눈에 힘을 줘서 봤다. 일견 남녀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은, 아래쪽 길을따라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입체적인 십자모양이니까 교차할 일은 없지만, 가까워짐에 따라 모습이 크게 변하며, 이제는 의심할 필요도 없어졌다.

(.... 큰일이다.)

요시노는 그 자리에 주져앉았다. 쇼크나 현기증 때문이 아니다. 저쪽이 보인다는 것은, 이쪽의 모습도 막힘없이 보인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잡이의 사이로 확실히 아래쪽의 모습을 관찰한다.

(뭐, 뭐를 하는 거야!)

돌연, 여자다운 모습을 한 타누마 치사토(말 놔버렸다)가, 레이짱의 팔에 응석부리듯 달라붙었다.
더군다나, 레이짱도 그것을 떨쳐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뿐인가, 즐겁게 웃고 있기까지 했다.

(놓지 못해, 그 손!)

뭘 그렇게 익숙한 척하고있어. 낯짝 두꺼운 것도 정도가 있어.

(보물찾기 상품으로 손에 넣은 반나절 데이트의 상대밖에 안되는 주제에.)

거리적으로는 들릴 이유도 없고, 만약 들리면 큰일이니까, 입을 뻐끔거리면서 마음 속에서 큰 소리로 욕했다.    
실제로는, 치사토씨의 죄는 아니다.
요시노 역시 그런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상황을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상 풀이 죽으면,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는 것조차 되지않을듯했다. 정신력의 감퇴는 육체의 쇠퇴마저 부른다.

(레이짱도 레이짱이야. 뭐할려고 그렇게 산뜻한 웃음을 짓는 거야.)

그런 이유로, 요시노는 마음 속에서 점점 두 사람을 비난했다. 요시노가 있는 보도교를 통과해, 역을 향해 걷고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는 동안 계속 이어졌다. 화살촉은 세상을 떠도는 말이 되어, 이윽고 농담, 트집까지 발전해, 욕까지 말하길 끝내고 나니, 거기서 겨우 요시노는 시원해졌다.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더욱 더 시원해졌겠지만,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그럼...."
등을 쭉 펴고 걷기 시작했다.
맥빠져있는 요시노라니, 어울리지 않아.
기선을 잡으면 필승, 방어보다 공격. 언제나 전진전진, 파란 불.
그것이야말로.「레이짱의 요시노」이니까.

 

 

                              5

 

"전자 렌지가 없는 것이 아쉽네."
시즈카님은 포크를 놓으며 중얼거렸다.
"킷슈는 그렇다 쳐도, 소혀스튜의 버섯의 항아리 구이는 역시 따끈따끈한 게 좋은데."
"장미의 저택에는 없어요."
시마코의 말에, 시즈카님은 풀썩하고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말해줘야지, 시마코씨. 알고있었다면, 이건 안샀을텐데."
"죄송합니다. 생각 못했어요."
두 사람뿐인 장미의 저택은.
조용했다.
장미의 저택뿐만 아니라. 고등부의 교정전체가, 마치 폐허같이 숨을 죽이며, 휴일의 예상못한 방문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요일에 학교 오는 거, 처음이야?"
"예."
"나는 두 번째. 첫 번째는, 놓고 간 악보를 찾으러 왔었어."
"아아. 그래서 수위 아저씨에게 그런 말을?"
"그래. 일요일에 의심받지 않고 학교에 들어가는 방법, 알고있었던 거지"
리리안 여학원은 여자학교이기 때문에, 높은 벽과 튼튼한 문으로 지켜지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외부자의 불법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언제나 여러 명의 수위 아저씨가 교내를 순회하고, 항상 문의 대기소에서 눈을 빛내고 있어주는 것이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안심하고 학업에 충실할 수 있다, 고.

하지만, 휴일은 조금 틀리다. 모든 문은 닫히고, 정문 옆에 작은 통용문만 개방되어있고, 수위 아저씨도, 정문의 안쪽에 있는 대기소에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즉, 그곳만 클리어 할 수 있다면, 일요일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도 꿈이 아니다. 물론 서클활동이나 위원회같은 것으로 모일 때는, 정식 수순을 밟지 않으면 안되지만.
"『잊은 물건이 있어서 찾으러 왔어요.』라고 말하고 학생수첩을 보여주고. 사진이 본인이란 것이 확인되면, 사복입고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시즈카님이 말한 대로, 수위 아저씨는 쾌히 들여보내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현재, 여기, 장미의 저택에 있다.
"하지만. 그럭저럭 맛있는 점심이었지. 그렇지 않아?"
"예."
그 증거로, 두 사람이 사온 식료품은 케이크를 빼고 모두 먹어 없어져있었다. 차가운 소혀 스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시마코씨가 주식으로 주먹밥을 선택한 이유, 이제 알았어."
"깊은 뜻은 없었지만요."
단지 일본식이 좋아서였을 뿐. 물건을 사는 도중, 「잠깐 전화 걸고 올테니 주식을 사둬줘.」라고 시즈카님이 시켜서, 시마코는 생각난 것이 주먹밥이었다. 라고 하기보다, 그것이외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럼, 무의식의 승리이군. 볶음밥이나 파스타는 역시 따뜻한 쪽이 맛있으니까."
"...... 아아,  그렇네. 주식이란 게, 볶음밥이나 파스타라도 상관없었겠네요."
"좋지 않아. 주먹밥이 좋았어."
시즈카님은 배를 잡고 웃기에, 시마코도 왠지 모르지만 우스워져서 같이 웃었다.
케이크가 남아있었지만, 두 사람은 배가 꽉차서 나중에 먹기로 했다.
"아직 시간 괜찮지?"
시계를 보면서 시즈카님이 물었다.
"예."
시마코는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나, 현미차를 다시 두 사람의 찻잔에 따랐다. 올라오는 수증기와,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따뜻했다.  아직 난방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휴일에 학교에 오다니, 생각도 못해봤어요."
시즈카님의 반대편 자리에 돌아와서, 시마코는 말했다.
"그래?"
"예, 생각해 보세요, 누구도 없는 학교에 와서 재밌어요?"
그러자 시즈카님은, 난처하다는 듯 웃는 듯한 복잡한 얼굴 을하며 위를 쳐다봤다.
"재미, 라고 할까. ...... 그래, 틀린 각도에서 보는 풍경같이 신선한 거야. 언제나의 교정, 
언제나의 복도, 교실--. 언제나 있는, 클래스메이트나 선생님이나, 선배후배들이 그곳에 없는 공간....... 나는 착각이 들어. 설마하면, 사라져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 모두는, 다른 장소에서 언제나와 같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사라져버린건, 자신."
시마코는 중얼거렸다.
그 감각, 아주 조금 공감되었다.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체감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없어진 학교라든지, 자신이 학교에서 사라진다든지, 그런 것은 매일같이 생각하는 일이다. 이전에는 담담하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잘 생각 안 하려 하고있다.
시즈카님은, 언젠가 리리안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시마코보다 리리안을 이미지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마코에게 있어서, 학교는 단지 그릇인 것이네."
"그릇?"
되물어보자, 시즈카님은 말을 보충하듯이「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라며 말을 이었다.
"학교는 사람을 담는 그릇, 이란 말이야. 시마코는 지금, 사람에게 흥미가 있는 거야, 아마도. 그래서 그릇에 대해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시즈카님은?"
"나?"
"시즈카님도 사람에겐 흥미가 없는 것 같이는 보이지 않는데요."
"그렇구나, 하지만, 그것도 최근에 일이야."
차를 마시며, 시즈카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예를 들면, 유미한테는 흥미가 있어."
"아아, 유미."
시마코도 눈을 가늘게 떴다. 어째서일까, 그 클래스메이트를 생각해낼 때는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는 이유는.
"사치코는 리리안 백서의 인터뷰에서, 만남은 엉뚱한 계기로, 라고 말했지만. 나에게는, 그녀들이 만나려해서 만났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 유미는 사치코가 없어도 그 나름대로의 학원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치코에게 있어서는 유미가 옆에 있다 없다에 따라서 학원생활의 충실도가 틀려질꺼라고 생각해."
"그렇네요."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치코님은 유미의 매력을 잘 파악해, 동생으로 선택했다.
운명, 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진부할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이외로는 생각할 수 없는 만남이란 것은 분명했다,--- 라고 시마코는 생각했다. 그래, 자신과 로사 기간티아와 같이.
"그리고, 시마코."
"예?"
"당신한테도 흥미가 있어."
시즈카님은, 생각도 못한 것을 말했다.

당 신 에 게 도 흥 미 가 있어.(일본에서는 강조할 때 카타카나를 사용)

그것은 예상치 못한 주문 같았다.  의미는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이라서?"
시마코는 생각되어지는 이유를 말했다. 시즈카님이 자신에게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하면, 그것이외는 생각나지 않았다.
"..... 라고 하기보다 당신의 내면, 이야. 입장이나 외견이 아닌 부분."
"내면--"
"계기는, 학생회 임원선거의 입후보 등록 최종일."
입후보 등록 최종일이라고 한다면, 약 한달 전의 일이다.
"저, 뭔가 했나요?"
시마코가 질문하자, 시즈카님은 떫게 웃으며「너무해, 까먹지 말아 줘」라고 말했다.
"나한테 선언했잖아. 로사 기간티아이외의 사람에겐 언니라고 부르지 않겠다, 라는 식의 말을 말이야."
"아아-"
"그때, 당신은 신기하게 진심이랄까, 마음을 스트레이트로 부딛쳐왔잖아? 내 속의 토도 시마코 이미지에는 없었던 부분이어서, 솔직히 깜짝 놀랐어. 그래서 말이지.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때까지는 로사 기간티아의 동생으로 밖에 보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알고싶어진거야. 토도 시마코란 사람에 대해서."
시즈카님은 테이블 위에서 손을 깍지끼고, 정면으로 시마코를 봤다. 시즈카님의 시선은 독특했다.
잘 닦여진 보석 같았다. 체온을 뺏어갈듯한 서늘함이. 하지만 투명하면서 아름답다.
"그래서? 어디까지 알아내셨나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시마코는 입을 열었다. 그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비꼬는 듯이 들렸을지도 모른다.
"흥신소나 탐정사무실이 아니니까, 알고싶은 것은 집안사정이나 그런 게 아니야."
"그러세요."
"나는, 당신을 확인해 보고 싶을 뿐이야. 당신을 통해서. 또, 당신 이외의 사람의 마음을 통해서."
이미, 어떤 것이든 궤뚫어보여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마음을 열은 적도 없었는데.
"그런 이유로, 나는 당신이 숨긴 카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거야, 분명히."
부드럽게 웃으며, 시즈카님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시마코하고는, 이렇게 천천히 보낼 수 있고--"
시즈카님은, 다시 시계를 봤다. 천천히라고 말하고 있지만, 혹시 지금부터 다른 예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시즈카님?"
"아아, 미안해. 상당히 예정하고 틀리게 진행되버렸다, 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예정에서 벗어났다, 라고 하시면?'
"마침 잘됐어. 시마코, 달리기도 함께 처리해주지 않겠어?"
말하면서 일어나는 시즈카님.
"예?"
달리기라던지 처리한다던지, 시마코는 무슨 소린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데리카의 용기는 쓰고버리는 식이고, 차를 마신 찻잔을 씻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그러자 시즈카님은,「이거야」라며 손가방에서 갈색봉투를 꺼내서, 내용물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버석버석하고, 종이를 정리하는 소리가 났다.
"이거--"
시마코가 손에 들어서 보니, 그것들은 레포트 용지를 접은 것으로, 어떤 것도 앞면 아래쪽에는 이미 빽빽하게 글자가 써져있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클래스메이트들이, 데이트의 예정표를 만들어 주었어. 패턴을 몇 개씩이나."
"어머나."
"그래서, 최종후보가 이거인데."
표지에는 학교편이라는 문자. 만나는 장소라던지, 살 물건의 리스트라던지, 버스의 시간표라던지 자잘한 곳까지 적혀있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일요일의 학교, 라고 말했더니 적어와서. 하지만, 이대로 행동한다면 이대로 레포트 제출해도 되니까 편해질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이건."
만나는 장소도, 산 물건의 내용도, 틀려. 버스시간표는 복사해서 붙여놨을뿐이니까 상관없다고 해도, 학교에 도착해서의 행동도 조금 틀려.
"그래. 그래서 상당히 예정에서 벗어났다, 라고 말한 거야."
"그래서 수정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때?"
"클래스 메이트분들에게, 시즈카님이 얼굴을 들 수 있을 정도라면."
시마코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싱크대에서 사용한 컵과 포크를 놓고있자, 레포트를 집어넣은 손가방을 들은 시즈카님이, 방 밖으로 나가며「빨리」라며 재촉한다. 자신은 코트도 다 입었으면서 시마코한테는 설거지 시간도 주지 않는다.
삐걱삐걱하며 계단을 내려와 장미의 저택 밖으로 나왔다. 태양은 크게 서쪽으로 기울어있었다.
"우선은, 위원회 칠판부터야."
중간정원에서 교정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시즈카님은「준비, 땅」이라고 말하며 달려갔다.
"하!?"
"달리기를, 이라고 말했잖아. 빨리 안 하면, 두고 간다"
웃으며, 달려간다. 거리는 계속 벌어진다.
"그런 제멋대로."
어쩔 수 없이, 시마코도 달리기 시작했다. 보통 때라면, 절대로 하지않는 행위였다. 「복도에서 뛰지말것」은 유치원 교정에서부터 이어진 기본적인 규칙이었다.
누구도 없는 교정.
누구도 없는 복도.
앞을 달리고 있는 한 명의 사람.
건물에 울리는 두 사람의 발소리.
코러스같이, 돌림노래와 같이.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뛰어 지나갔다.
"약하네, 시마코."
강사실을 마주 보고있는 벽에 걸려있는 위원회 칠판의 앞에, 시즈카님은 늦게 온 후배가 가쁘게 숨쉬는 것을 보고 웃었다.
"폐활량의 차이잖아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목도 폐도 단련하는 방법이 틀리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환경정비위원회에서는 발성연습도, 복근운동도 할 일이 없다.
"레포트에 의하면,『두 사람의 추억의 장소에서의 대화』라더군. 하지만, 별로 칠판을 봐도 감회가 새롭지는 않지만."
위원회 칠판에는, 환경정비위원회 소식의 이번주호가 붙어있다. 발렌타인 데이에 행하여진 보물찾기를 했을 때, 이 위에 하얀 카드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시마코는, 그것이 누구든 간에, 카드를 발견해 주었던 것에 대해 감동했다.
하얀 카드는 자신의 마음이었다. 숨겨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분명히 마음 속 어딘가에선 발견해주길 바래. 알아채주길 바래, 라고.
그렇기에, 기뻤다. 발견돼서 밖으로 빼내져서. 그렇게 되고 싶다고, 꼭 기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어디지요?"
"음악실. 하지만, 어떨련는지"
"예?"
"어쨌든, 가볼까?"
시즈카님은 이번에는 뛰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고등부의 교정을 걸었다.
시마코는 말할 꺼리를 찾았다. 하지만,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묵묵히 걸었다. 시즈카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통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럽다라고, 시마코가 느끼기 시작할 때, 음악실에 도착했다.
"아, 역시."
방음문의 손잡이를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시즈카님은 중얼거렸다.
"열쇠가 걸려있나요?"
"그래. 뭐, 그럴꺼라고 생각은 했지만. ....... 아쉽네. 시마코가 피아노를 치면 내가 노래부를 예정이었는데."
봐 여기, 라고 채용된 레포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분명히, 시마코 본인은 알지못하는 사이에,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피아노를 친 적은 없었으니까, 어째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 신기했다.
"시마코씨, 피아노 칠 수 있어?"
"예........? 예. 그렇게 잘은 치지 못하지만."
라고 하는 것은, 소문의 출처는 시즈카님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다.
"아베. 마리아는?"
"예......?"
"괜찮아, 입으로 피아노 소리 내란 말은 안할테니까."
시즈카님은 웃으며 말하기에, 시마코도 쓰게 웃으며 끄덕였다.
"Charles Gounod(바하의 아베 마리아를 종교적 가곡으로 바꾼 사람-일반적으로 부르는 아베 마리아를 만든 사람)의 것이라면."
"산백합회의 신입생 환영회때 사치코가 친 것 말이군. ..... 좋아해?"
"예."
대부분의 아베 마리아는 좋아했다. 성모 마리아를 찬송하는 노래는, 어떤 것이든 아름다웠고 어떤 것이든 쉬웠다.
"그럼, 피로해보자."
시즈카님은 시마코의 손을 잡고, 복도를 나아갔다. 복도에는, 발코니 같은 중간정원쪽으로 열려있는 장소가 있다. 삼층의 이 장소에서는, 역시 전망이 좋았다. 시즈카님은 시마코의 손을 놓으며, 좌우의 손가락을 갈고리같이 걸고 가슴을 폈다.   
"오늘의 답례의 의미를 담아서--"
시즈카님의 입에서 들려온 것은, Charles Gounod의 아베마리아.
중간정원에 메아리치는 그 목소리는 너무도 아름다웠고.
그곳에는, 분명히 마리아님이 존재하고 있어서.
시마코는, 모르는 사이에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6

 

그럼 안녕. 이라고 말하며 시즈카님은 돌아갔다. 아베 마리아를 한 곡 다 부르자 그래도, 장미의 저택에 돌아가지 않고 볼 일이 있으니까, 라고 말했다.
"아, 케이크는."
조금 떨어졌다고 생각하면서, 시마코는 그렇게 불러 새웠다.
"당신에게 주겠어."
가볍게 뒤돌아보며, 시즈카님은 웃었다.
"예?"
"뒷정리에 대한 상이라고 생각해."
시즈카님이 이대로 돌아가 버리면, 당연히 시마코가 장미의 저택에 혼자 돌아가서 사용한 방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마치 무언가의 벌칙게임 같았지만, 치즈 케이크이란 보수가 있는 이상, 이것도 엄연한 노동이었다.
"많다고 생각되면, 다른 사람하고 같이 먹어."
"하아."
라고 말해도, 집에 가지고 돌아간다 한들, 우리 부모가 드실지 어떨지 의문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냉동시키던지 해서 전부 자신이 먹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시마코에게는, 역시 벌칙게임이었지도 모른다. 여기에 유미나 요시노가 있어주었다면, 정말로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일텐데.
"당신에겐 어떨지 몰라도, 오늘은 즐거웠어. 나, 시마코에게 짓궂은 장난해보고 싶었어."
"짓궂은 장난?"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전에 당신에게 거절당한 걸 상당히 원망하고 있었거든, 나."
백장미님이 졸업한다면 시즈카님의 동생이 되지 않겠냐고 권유받았었다. 그것을 거부한 것을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괜히 싫어하는 듯 말하고 멋대로 다루던지 --. 하지만 완벽하게 악역을 관철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약한 점이야."
"..... 저, 시즈카님 좋아해요."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말은, 때때로 진실과 가까이 있다. 지금까지 시마코는, 시즈카님이 좋은지 싫은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아마도 그쪽일 것이다. 시즈카님이 좋다. 인간으로써, 호감이 간다.
"고마워, 나도 그래."
비꼬는 듯한 태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미소를 띄우며, 시즈카님은 시마코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상쾌함을 느꼈다.
언젠가도 그랬다.
시즈카님이 장미의 저택을 방문하셨을 때, 언제나 그곳에 있는 사람처럼 방의 공기와 어울려 있어서 신기했다.
"얄궂네. 어쩌면 우리들, 백장미님의 존재가 없었다면 자매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몰라. .... 두 사람 다 백장미님을 정말 좋아하고 있는데."  
"하지만 백장미님은 존재하니까."
"그래.  그래서 우리 둘은 행복한 거야."
시즈카님은, 잡고있던 손을 놓았다.
"그럼 안녕."
".... 시즈카님."
"그래, 까먹지 말아 줘. 나, 꽤 앙심을 품는 타입이니까, 계속해서 괴롭힐지도 몰라."
"그거, 무섭네요."
"그래, 각오하고 있어."
시즈카님은 복도를 돌아 모습을 지웠다. 혹시 돌아오시는 건 하고 생각해, 시마코는 5분 정도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시즈카님이 말하는「복수」는, 오늘은 넘기실 생각인 듯 했다.
정신의 고양과 육체의 피로를 안고서, 시마코는 장미의 저택에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왠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시즈카님에게는 분명히 끌려 다녔지만, 그것은 싫지 않았다. 둘이 있으면, 탄력이 붙어 무엇이든 간단하게 되었다. 시간의 감각도 없어질 정도로,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다. 지금 혼자가 되어 복도를 걷고 있으니, 시즈카님의 말이 생각난다. 
어쩌면, 사라진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시마코에게는, 언젠가 시즈카님같이, 졸업이 아닌 다른 형태로 여기서 사라지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친하게 지내준 친구들을 두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도망치듯 사라지지 않으면 안되는 자신의 모습이, 지금 혼자서 교정에 존재하는 자신에게 정확히 겹쳐졌다.
언젠가 빼앗길 것이라면, 원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반대로, 시마코는 백장미님이라는 언니를 얻고, 유미나 요시노와의 우정을 키울 수 있었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인가. 상냥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주면, 그것에 기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약한 생명체인 것일까.
시마코는 마음 속에서, 시즈카님을 원망했다. 어째서, 내버려두고 가버린건가? 지금, 혼자 있는 것이, 오늘의 데이트 메뉴중에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장미의 저택의 뒷정리도, 교내를 전속력으로 달린 것도, 마음 속 어둠에 직접 파고 들어온 것도, 이 장소에 혼자 남겨진 고독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시마코는 학교가 무서웠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확실히 단순한 그릇이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무서웠다.
혼자되는 것이 무서웠다.
시마코는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돼.
장미의 저택에 돌아가, 짐을 가지고 바로 돌아가자. 뒷정리는 내일 아침, 빨리 등교해서 해도 된다.
어쨌든, 지금은 일초라도 빨리 고독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교정에서 중간 정원으로 나와, 중간 정원에서 뛰어들듯 장미의 저택에 들어갔다. 그래도 외로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장미의 저택과 교정은 같았다. 아니, 오히려 애착이 있는 만큼 더욱 성가실지도 모른다.
계단을 크게 흔들리게 하며 올라간다. 이렇게 난폭하게 뛰어 올라간 것은, 처음이었다.
멈추면, 고독에게 따라잡혀 꼼짝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자신이 자신을 궁지에 밀어넣는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박차가 가해져 이젠 어찌할 수도 없었다. 시마코는 낯익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서 와."
들려올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 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시마코에게는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너무 갑작스러워 믿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어찌된 일인가.
방은 따뜻했고, 테이블에는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짐이 있으니까, 돌아올꺼라고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어디 갔다가 온 거야? ..... 정말, 무슨 얼굴 하는 거야."
꿈이나 환상이라고 하기엔, 리얼했다. 그 사람은, 있을법한 일인가, 홀의 치즈 케이크 전부에 포크를 찍어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하고 있는 건.
"언니....?"
"정답--, 이라고. 뭘 확인하는 거냐. 그런 거 보면 알 수 있잖아. 혹시 너구리나 여우가 변신해있는 줄 알았어?"

거짓말이나 환상이라고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백장미님이었다.
"아아--"
시마코는 전신의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왜 그래?"

놀라서 백장미님이 다가와 주었지만, 설 기력이 없었다.
"시마코?"
"언니..... 저"
매달려서, 울었다. 큰 소리로, 말이 될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괴로웠다.
외로웠다.
무서웠다.
백장미님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안아 주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받아줄 확실한 품속이었다. 어째서 그곳에 있는 것인지, 어째서 울고 있는 것인지. 서로에게 말로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방은 백장미님이 덥혀놔 주었다.
고독은 문의 건너편에 있다.
그리고 시마코는, 백장미님의 품안에서 겨우 안심할수 있었다.

 

 

                                  7

"아"
오전중, K역 책방에서 본 인물, 그것이 요시노였다는 것을 유미가 생각해낼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똑같은 시추에이션으로 그 본인이 눈에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장소는 역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 그래도, 예쁘게 꾸민 가게들이 산재해 있는 탓일까, 오고가는 사람들의 수는 상당히 많았다.
"요시노?"
누구라도 상관없이, 아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무심코 말을 걸게 만드는 무언가가 오늘의 요시노에게는 있었다.
"아아, 유미."
돌아보는 얼굴은, 생각보다 밝았기에 안심했다. 저녁의 햇살의 조절로 표정에 그림자를 보이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미는.... 맞다, 데이트라고 말했었지. 아, 사치코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요시노."
"즐거웠던 것 같아 보이니 다행이네, 유미."
요시노씨는, 사치코님과 유미가 들고있는 쇼핑백을 보고 웃었다. 하지만, 역시 레이님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마음 속에서부터의 기운참은 느껴지지 않는다.
"요시노, 혼자? 쇼핑이나 다른 용무?"
말하고 나서 유미는「실수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째서 항상, 이렇게 한마디가 많은거지.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잘 말하지도 못하면서.
"응, 뭐. 쇼핑할 것도 있었지만은--"
어색한 무드가 되어버렸다.
"요시노짱, 혹시 볼일이 끝났으면, 우리들이랑 함께 차한잔 어때? 유미는, 그래 권해볼까해서 물어본거야."
사치코님, 나이스 커버. 유미는 마음 속에서 합장했다. 덕분에 친구와의 사이에 금가지 않고 넘어갈것 같아.
"차...?"
"그, 그래. 지금부터 우리들  소문의 가게에 갈려고 생각하고 있어. 거기, 리리안 백서의 인터뷰에서 카와고에 선생님이 소개했던 커피숍."
그것이 시초가 되어 작년말 근처였을까, 그 가게에 가서 케이크 세트를 주문하는 것이 고등부에서 작은 붐이 일었었다.
K역이라고 하는, 학교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고, 맛도 있다.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것은, 커피숍으로 보이지 않는 외관이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오래된 목조의 작은 서양식 건물로, 보통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가 커피숍이 되어있다던가. 간판도 없어서, 학교의 모두는 멋대로 「소문의 가게」라고 부르고 있던 것이었다. 일단, 하교도중에 커피숍에 들리면 안되게 되어있기 때문에, 유미는 아직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데이트가 K역 주변으로 결정된 이상 꼭 소문의 가게는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해되지 않아요?"
요시노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던지며, 작게 웃었다. 첫 데이트란 것을 알고 있기에 사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없어. 시끌벅적 한편이 즐겁기도 하고. 그렇지, 유미."
"아, 예."
사치코님의 말에 크게 끄덕이면서도, 유미는 복잡한 기분. 구조선을 보내주셨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사치코님은 사실 둘일 때보다 셋일 때가 즐거운 것일까? 라는 의심도 해보기도 하고. 그럼, 이라며 요시노가 끄덕였기에, 셋이 함께 소문의 가게에 가게 되었다.
길을 가면서, 유미는 물어보는대로, 오늘은 어떻게 보냈나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윈도 쇼핑하고, 패스트 푸드에서 점심 먹고, 청바지 가게에서 청바지 사고, 신발가게에서 운동화 사고, 책방에서 사전사고, 악기점에서 악보사고--.  생각해보니, 물건을 살건 사치코님 뿐이었다.
오늘의 요시노의 행동은, 묻지 않기로 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들려주기 싫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기에.
"맞다, 유미. 지금, 봉투 속에 얼마 있지?"
사치코님이 돌연, 무엇을 생각했는지 유미가 관리하고 있는 데이트 자금의 잔고를 물어왔다.
"그러니까, 패스트 푸드 이후론 쓴 적이 없으니 꽤 남아 있지만..."
마지막의 커피숍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케이크 2인분정도는 충분히 남아있다.
"그럼 요시노. 미안하지만 잔금의 1/2과 같은 금액을 유미의 봉투에 넣어 줘."
"엣. 어, 언니!?"
무엇을 하려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소리지르는 유미를 막고 요시노가 사치코님의 의견에 수긍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말씀을 고맙게 받아들여서."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빼서, 유미가 가지고있는 봉투에 넣었다.
"....?"
"유미, 설마 사치코님을『이악스럽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서, 설마."
하지만 사실은, 조금 생각해버린 어리석은 동생.
요시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산한 대로야, 미안하잖아. 반대로 방해꾼이 얻어먹기만 한다면, 그럼 괜히 신경쓰게되고. 여기부터 데이트에 합류하세요, 라고 하면 이쪽도 부담되지 않잖아."
그러니까 이것이 사치코님 방식의 상냥함, 이라고.
요시노가 말해서, 처음으로 눈치챘다.
"그렇구나..."
대단해.
역시.
멋있어.
유미는 왠지 또 기뻐졌다.
"언니."
옆에 다가가, 쇼핑백을 들고있는 손에 매달렸다. 왠지 모르지만, 돌연, 그렇게 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왜그러는 거야?"
"저, 언니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지금 굉장히 행복해요."
요시노가 옆에 있어도, 누군가가 보고 있어도 관계없다. 사치코님이 옆에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목소리를 귀로 듣고, 이렇게 손으로 만져서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다. 그것만으로 만족.
"무겁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치코님은 유미가 낀 팔을 떨쳐내려 하지 않았다. 요시노가 작은 목소리로 「GOGO」하며 성원을 보내주었다.   

 

                                       8

 

정말 여기 일려나, 라고 목을 갸우뚱거리며 조심조심 문을 열자, 분명히「여기」는「그곳」이었다.
"어서 오세요."
기모노 위에 앞치마형 드레스를 입은 작은 할머니가, 유미들 3명을 맞아주었다.
"큰 테이블에 합석해도 괜찮을련지. 그 외에는, 카운터쪽 자리밖에 비어있지 않아요"
할머니가 되돌아 봤다. 카운터 자리는 3자리가 함께 비어있지 않다.
"합석도 좋아요."
가계 안은 대부분 젊은 여성손님이어서, 사치코님은 합석을 선택했다. 보통 때는 이렇지 않지만 일요일은 조금 혼잡해지는 듯했다.
안내 받은 자리는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로, 이미 여자 두사람이 쉬고 있었다.
"실례하겠어요."
먼저 있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의자에 앉는다-- 와, 동시에 그쪽 두 사람과 이쪽 세 사람은 동시에 "아~~ㅅ"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치코님, 유미, 그리고 요시노!..... 우와~ 아쉬워라."
억울한 듯한 얼굴로, 츠타코는 집게손가락으로 몇 번이고 셔터를 누르는 포즈를 취했다.  
거기다, 츠타코와 함께 있는 사람은, 세상에나 신문부의 미나코님.
"요시코씨, 다행이네, 제대로 만난 것 같아서."
미나코님은 의미불명의 말을 했다.
"덕분에."
요시노도, 이것 역시 의미불명의 대답.
"케이크 세트 3개"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지 몰라서, 유미는 주문 받으러온 할머니에게 주문했다.
케이크는 3종류에서 고를 수 있다고 해서, 이 기회에 세 사람 다른 것으로 주문했다. 요시노것은 잣이 들어간 치즈 케이크, 사치코님은 밤의 타르트, 유미는 초콜릿의 쉬폰케익. 마실 것은 맡겼더니, 케이크에 어울리는 차를 셀렉트 해준다. 반대로, 차를 선택한 후에 케이크를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츠타코. 오늘은 카메라 어떻게 했어?"
사치코님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사치코님 뿐만 아니라. 유미도 그리고 아마 요시노도, 그건 꼭 듣고싶은 말이었다. -- 그 츠타코가, 오늘에 한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지 않다.

(아냐 잠깐.)

오전 중에 만났을 때는,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쉽다" 라고 한 것이다. 사치코님이나 요시노가 나타났는데도, 셔터를 누를 카메라가 없으니까.
"『스쿠프! 타케시마 츠타코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요시노는 조롱하듯 말했다. 완전하게 눈 앞에 있는 미나코님을 조롱하고 있다.
".... 그런 대단한 건 아니야. 기대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 마음가짐은?"
"이 가게에 들어와서 얼마 안됐을 때, 가게 사람이 『가게 안에선 사진 찍지 말아줘요』라고 먼저 못박아 버렸단 말이야."
그런 이유로, 츠타코의 카메라는 지금 가방 속에 있다. 츠타코는, 언제라도 찍을 수 있는 상태로 있고 싶어하기에, 카메라는 대체로 사람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가지고 있다.
"아~, 이럴 줄 알았다면 카메라를 넣어서 가게에 들어와, 셋이 함께 있는 것만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풍류를 모르는군."
사치코님이, 홍차를 마시면서 미소지었다. 확실히, 오래된 서양 건물을 조금 개조해서 만든 커피숍에서, 셔터를 누르던지 플레쉬를 터트리던지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츠타코도 가끔은 양손을 놓고 한가롭게 있는 게 좋다. 하지만, 무리일지도 모른다. 알아챘을 때는 츠타코의 오른손은, 멋대로 카메라의 셔터를 찾고 있었다.
그래도, 그날 저녁때의 예정에 없던 다과회는 즐거웠다.
미나코님은 신문에 관한 말은 일절 하지않고, 츠타코도 카메라는 한번도 빼지않고, 요시노는 "레이짱"이라고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
교복을 입지 않은 모습은 신선했고, 홍차도 케이크도 맛있었다. 생각 밖으로, 대화도 탄력이 붙었다.
학교에선 맛보지 못한 재미있는 시간.
이런 시간, 여자친구들이란건 좋구나, 라고 생각했다.

 

          *           *           *

 

 

약 한시간정도 보냈을려나, 라고 생각하고 시계를 보자, 벌써 2시간이상이나 이 가게에 있었다.
그런 이유로 서둘러 돌아가다보니, 유미는 엄마가 부탁하신 대구포를 사는 것을 완전히 까먹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