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5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전편 -5- 발렌티누스의 장난

발렌티누스의 장난(ウァレンティ-ヌスの 惡城)

 

 

1

 

눈이 빨간 것은, 어제 울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반의 1/3이 어제 어떤 이유로 통곡을 했다는 것이 되어버리니까. 물론, 우연히 같은 날에 한 학급의 학생들의 대다수가 재난이나 불행에 놀아나버릴 확률은 '0'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모두들, 오늘이란 날을 스스로가 정해서토끼가 된 것이었다. 빨간 눈의 원인은 수면부족. 물건이 물건이니만큼, 며칠 전에 만들어둘 수는없다. 1학년 복숭아반의 소녀들은 시험 전에도 하지 않았던 야간작업에 도전해서, 각자가 선물할 초콜릿 과자를 훌륭하게 만들어낸 것이었다. 학원제 수준의 떠들썩함에 교실을 들어오면서 유미는할 말을 잃었다. 
"레시피에 말이야, '3일은 보관할 수 있습니다'라고 써있어서 3일전부터 매일 만들어서는 가장 잘만들어진 것을 가져왔어. 결국 'beginner's luck'이라고 해야 할까, 최초에 만든 것이 가장 잘 되었더라. 그래서, 언니에게는 '오늘 중으로 드세요'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구." 
"점심시간에 전하기로 약속했지만, 곤란해. 교실의 온도 때문에 초콜릿이 녹아버리지는 않을까... 사물함 안에 넣어두는 편이 더 시원할까?"
"어떡해... 상자가 조금 찌부러져 버렸어. 그런데 지금 안을 확인할 수 없으니까..." 
"쿠키가 눅눅해지면 곤란하니까, 김 포장지에 들어있던 건조제를 함께 넣어두었어."
- 등등. 
와글와글, 웅성웅성... 유미는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왔는데도 학급의 반수가 벌써 등교해 있었다. 모두들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빨리도 집을 나선 것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아침에 첫 번째로 언니에게 초콜릿을 건네기 위해서기도 하겠지만. 등교했을 때 은행나무가 늘어선 길 도중에 위치한 마리아상 앞에서는, 벌써 몇 쌍의 자매가 초콜릿 증정식을 끝마치고 있었다. 야간작업한데다일찍 일어나기까지 하다니, 모두들 수고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시판하는 것을 준비한 사람은 
다소 가벼운 기분이겠지만, 그만큼 손수 만든 카드 따위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결국 수면부족이 되고 만다. 작년의 레이님처럼 케이크 레벨에 도전한 사람은 농담이 아니라 반철야상태라고 생각한다. 손수 짠 스웨터를 줄 예정이었던 사람은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결국 조끼가 되고 말았다.

"유미, 부디 건강하시길." 
토끼가 된 사람 중에 하나인 카츠라는 폴짝폴짝 뛰어서는 유미 옆에 왔다. 
"카츠라, 벌써 초콜릿 건넨거야?"
"정답. 잘 알고 있구나."
"다른 사람에 비해서 긴장감이 없으니까." 
지금부터 줄 예정인 사람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상한 광선이 몸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에 금방 알수 있다. '받아주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던가, '주기 전에 일이 생겨서 부서지면 어쩌지?'라던가로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조금 털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미는? 사치코님께 언제 전할 꺼야? 방과 후라면 부통들, 바쁘지 않아?" 
"... 응."
'아직 약속하지 않았으니까'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정을 모르는 카츠라는 '자매니까 약속 따위는안해도, 언제라도 줄 수 있잖아'라고 말한다. 자기도 아침에 첫타로 테니스 코트에 언니를 불러내서 초콜릿을 건넨 주제에... 
"잠깐 나갔다 올께."
유미는 벗었던 스쿨 코트와 가방과 손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섰다. 곧바로 2학년의 교실이 있는 한편으로 향한다. 손가방 안에는 어제...라기 보다는 오늘 오전 2시까지 걸려서 만든 트뤼프 초콜릿이 작은 상자에 들어가 있다. 레이님의 오리지널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트뤼프 초콜릿을 만들려고 시행착오를 한 결과, 초보가 만들 때에는 가르쳐준 대로 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독자성을 추구하다보니 묘한 향신료라던가 양주 따위를 넣어서 강렬한 맛을 내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실패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해두었던 약 3배의 재료를 모두 써버리고 나서야 사치코님께 드릴 분량 정도의, 제대로 된 것을 만들 수 있었다. 포장을 하면서 로사 기간티아가 퍼뜩 생각나서는, 조금 장난을 치기로 마음먹고 겉보기에는 맛있을 거 같지만 맛은 최악인 실패작을 사치코님의 것과 모양이 같은 상자에 넣어왔다. '시즈카님의 초콜릿을 받고서 뽐내고 있을 것이 뻔하니까 먹여버리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가방 안에는 2개의상자가 들어가 있다. 색이 다른 상자를 골랐으니까 다른 상자를 건낼 염려는 없었다. 상아빛 상자는 사치코님, 갈색 상자가 로사 기간티아.

2학년 소나무반은, 유미네 반처럼은 소란스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사람들이 벌써 등교해 있었다. 2학년의 경우, 언니이도 하고 동생이기도 하니까 초콜릿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되기 때문이다. 소나무반 앞에도, 그 옆의 동백반의 앞에도, 스타의 입장을 기다리는 팬처럼 1학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뜨였다. 
"아, 후쿠자와 유미씨."
문 앞에서 '중개해달라고 부탁하자'고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마침 교실 안에서 나온 학생이 유미의 얼굴을 보고서 이름을 불렀다. 
"사치코에게 용무? 잠깐만 기다려."
말하나 했더니, 휙 돌아서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 그게..."
불러세울 틈도 없었다. 원래 '사치코님을 불러내달라고 하자'고 생각했으니까, 불러세울 필요도 없었지만. 
(... 그러니까)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 용무가 있다고 알려져 버렸다. 너무 어이없어서 긴장하고 있던 어깨와 팔꿈치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간다. 말하자면, 유미의 얼굴과 이름이 벌써 오가사와라 사치코의 동생으로서 학생들의 머리에 입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상급생의 교실을 방문한다는 것 때문에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실패하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지', '언니에게 수치를 안기지 말아야지'라고 걱정한 것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하아...) 
여기서 한숨 한번. 제1 난관은 지났지만, 다음 난관이 생각났다. 용기를 쥐어 짜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사치코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미안해. 사치코, 벌써 왔었던 것 같지만 교실에는 없어. 장미의 관에는 가보았어?"
"아니요."
오늘 보물찾기의 본부가 된다는 말은 '외부인'은 들어가면 안된다는 건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미의 관에 가기 전에 사치코님을 붙잡기 위해서 교실을 방문한 것이었다. 
"아마, 거기 있을 거 같아. 가볼래?"
"예."
갈건지 말건지는 어쨌든 간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머리를 숙였다. 
"별 말을... 아, 유미씨. 오늘 참가하는 거지? 열심히 해. 우리들도 응원하고 있으니까." 
사치코님의 급우는,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었겠지만, 있는 힘껏 유미에게 압박을 가해주었다. 2학년은 1학년 정도로 보물찾기에 불타고 있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같은 반에서 함께 책상을 맞대는 친구에게는, 급우와의 반나절 데이트 따위는 흥분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유미의 경우라도 만약 시마코와 반나절 데이트 할 수 있는 티켓을 손에 넣는다면, 더 적합한 사람에게 양보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과 비슷한 것이겠지.

교실에 돌아갈까, 장미의 관에 가볼까... 망설이면서 유미는 복도를 방황했다. 가는 방향에서, 학교 건물에 다다른 곳에서 초콜릿 증정이 행해지고 있었다. 계단을 지나는 장소라던가 직원실의 앞에서라던가... 이렇게 추운데, 중앙정원에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따뜻함'과'사람이 없는 장소'를 저울질한 결과로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교 건물 내를 떨면서 돌아다니다가 출입구로 들어갈 때, 신문부가 최신판의 '리리안 백서 프티...(이하 생략)...'을 배포하고 있었다. 
"자, 드디어 오늘 방과후입니다. 3시 40분부터, 신문부 주최로 '산백합회 간부 부통의 보물찾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참가방법은 여기에 써있습니다.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은 점심시간까지 끝마치시고, 모두들 오셔서 참가해주세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미나코님의 동생이었다. 기사의 내용을 한번 읽어보았다는 점에서, 정말로 와판 판매원 같았기 때문에 감동했다. 
"유미." 
한 장 받았을 때, 뒤에서 어깨를 쳤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미나코씨의 모습이 있었다. 
"다행이다. 어제의 상태라면 혹시 결석할지도 몰라서 어쩌나하고 생각했었어."
그러고 보니, 미나코님은 유미의 흠뻑 젖은 걸레 같은 얼굴을 본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패닉상태였기 때문에 겨우 기억의 한 구석에서 끌어낼 수 있었던 것뿐이지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정말로... 동생이 참가안하면 성황을 이루기에는 부족하게 되잖아." 
"...하아"
미나코님의 걱정은, 기획이 얼마나 성공할 것인가에만 있는 모양이다. 
"사치코씨와는? 아직, 만나지 않은거야?" 
"예."
"그건 좋지 않아. 따라와."
"앗..."
미나코씨는 유미의 손을 쥐자마자 그 상태로 계속 복도를 걸어갔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과 후까지는 화해했으면 좋겠어. 부통이 동생과 사이가 벌어진 채로는, 분위기가 어두워져버리잖아. 하지만, 유미씨. 만에 하나, 잘되지 않더라도 보물찾기에는 참가해주는 거지?"
"예?"
"OK, 결정되었어. 약속하는거야."
(...약속...이라니) 
동의한 기억은 없지만. 미나코씨는 자신의 희망을 현재의 가능한 일과 멋대로 겹쳐보고 있다. 하지만, 뭐 참가할 생각이니까 정정할 필요는 없었다. 끌려간 곳은 장미의 관이었다. 
"저..."
"뭐야?"
"외부인이 들어가도 되는건가요?"
문에는 잽싸게도 '보물찾기 대회 본부'라는 벽보가 붙어있었다. 
"괜찮아, 물론이지. 보물을 찾는 동안에는 장미의 관을 개방하기로 했으니까 이 안에는 기획서 따위를 남겨놓지 않았을 뿐더러, 부통들은 입이 무거우니까 숨긴 장소를 누설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자, 그럼..."
미나코씨는 거의 이곳의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유미는 반대로 손님처럼'실례합니다'라며 관 안으로 한발짝 들이대었다. 이래서는 보통 때와 전혀 반대다. 
"자, 건투를 빌께."
같이 들어갈거라 생각했지만, 미나코님은 그대로 돌아서는 돌아가 버렸다. 방송 조회가 시작되기 전에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엄청나게 많으니까라며... 바쁘다면 다른 자매에게 참견 따위는 안하면 좋겠는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계단 옆까지 간 순간, 1층의 방문이 열렸다. 
"우왓!!"
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 상대방이 거기에 있으리라고는 서로 몰랐기 때문에, 양쪽 다 그 장소에서 심장을 누르고는 굳어버렸다. 
"깜짝이야... 유미였어요?"
"뭐야, 시마코야?" 
"어... 어쩐 일이세요?" 
시마코로서는 드물게 허둥대는 모습. 마치, 뭔가 좋지 않은 것이라도 한 듯 하다. 
"사치코님, 오셨어?"
"예? 아, 위에... 아마도." 
"고마워."
답례를 말하고는 그대로 계단을 올라갔다. 빨리 하지 않으면, 미나코님이 아니라도 방송조회까지 해두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예의 시마코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멈춰 서서는, 지금 방금 시마코가 나간 문을 뒤돌아보았다. 보통 때에는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아마도, 보물찾기에 관련된 행동일 거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유미는 그 현장을 못본 것으로 하기로 했다. 2층의 회의실이라는 이름의 살롱의 문 앞에 서자, 안에서는 사치코님 외에도 복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위바위보의 주먹 위치에 둔 채로 유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실제로는 거기에 문턱따위는 없었지만, 마음의 문턱은 꽤나 높다. 어제 있었던 자신의 추태를 떠올리고는 달아나듯 돌아가고 싶었지만, 사치코님의 동생으로 있고 싶다면 언젠가는 부딪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번에야말로, 문을 열면 사치코님이 있다. 
(우선 어제의 일을 사과하고, 그리고...) 
즉석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서, 노크했다. 금방은 반응이 오지 않았다. 반응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려니 모처럼 모았던 기세가 빠져 나가는 것 같아서, 그대로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정도껏 해둬, 요시노."
들어가자마자 받은 것은 레이님의 큰소리. 
"알려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내 예상만은 들어줘."
혼나면서도 요시노는 거의 기가 꺾이지 않았다. 물고서는 놓지 않는다. 왕왕거리는 것이, 마치 시끄럽게 구는 강아지같다. 이래서는 유미의 노크 따위는 들릴 리 없다. 
"내 얼굴색을 보고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할 생각이겠지만, 그 수에는 안 넘어가. 아 유미짱, 딱 맞추어서 와주었어. 미안하지만, 이 시끄러운 녀석을 어딘가로 데려가주지 않을래?" 
"예... 아, 예?"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기 때문에 눈알만 굴리고 있으니까, 레이님이 요시노의 양팔을 잡고서는 유미의 옆까지 데려왔다. 그러고는 '자'라며 물건이라도 건네는 것처럼 요시노의 신병을 인계해주었다. 
"힌트 정도는 괜찮잖아. 인색한 언니."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내민다. 요시노는 미워하는 표정이 어째서인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오히려 사랑스러울 정도다. 
"알려줄 리 없잖아. 동생이란 것만으로도 꽤나 유리하니까."
그러니까 요시노는, 오늘 레이님이 보물을 숨긴 장소를 어떻게 해서든 듣기 위해서 질기게도 엉겨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레이님이 외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까..."
이런 고생스러운 물건, 받아도 곤란하다. 하지만 막나가는 말로 한번 발산했으니, 요시노가 날뛰지는 않을 테니까 일단 안심. 
"됐어요. 언니에게는 부탁 안해요. 유미, 가자."
당초에는 요시노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지만, 역으로 끌려가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모처럼의 이미지트레이닝이 전부 허사라니... 사치코님은 분명히 레이님의 너머에 있다. 마음에 드는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시선을 이쪽으로 보내고 있을텐데... 
"자, 잠깐만. 요시노."
비스킷 문의 건너편까지 끌려가는 도중에, 유미는 힘껏 버텨서 발을 멈춰세웠다. '금방 끝날테니까'라고 말하고는 돌아섰다. 
"언니."
"뭐... 뭐야?" 
엄청난 기세로 돌아왔기 때문에 사치코님은 솔직히 간담이 서늘해진 모양이었다. 
"저,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괜찮으시다면 오늘 시간을 내주셨으면 합니다만..." 
유미는 단숨에 말했다. 
"어제의 계속인가? ...좋아."
잠깐 생각하는 듯한 침묵 뒤에, 사치코님은 깍지를 끼고서는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저녁에는 괜찮겠지? 보물찾기가 끝난 뒤에."
"예."
"장소는?"
"가능하다면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낡은 온실은 어떨까요?"
"온실?"
사치코님은 눈썹을 찌푸렸다. 
"예. 그 장소가 맘에 안드시면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만..."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 온실로 하자."
"예."
'감사합니다'라고 끝마치자, 사치코님이 '유미'라고 불러세웠다. 
"너, 보물찾기에 참가하는거야?"
"예."
'당연히'라고 대답했다. 원래부터 보물찾기에 참가하기 위해서 '외부인'이 된 것이었다. 그 결과로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졌다고 해서 참가하지 않는다면 본말전도가 된다. 
"그래..."
사치코님은 왠지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2

 

그 날은 6시간짜리 수업이 꽉 차 있었지만... 선생님들이 불쌍할 정도로, 학생들은 전부 수업에서 몸을 빼고 있었다. 수면 부족이란 것도 있지만, 방과 후의 즐거움으로 머릿 속이 꽉차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교사는 자신의 발렌타인 데이 에피소드 따위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채웠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과서를 펴지 않아도 되었다. 괘씸하다고 생각하는 머리 굳은 교사도 결국은 설교로 시간을 써버렸기 때문에 수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과 후.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청소를 후다닥(하지만 숨겨져 있을가능성이 있는 장소는 확실히 체크하면서) 해치우고, 장미의 관 앞의 중앙정원에 집합했다. 유미도뒤늦게야 참가자 집단에 간신히 합류할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로사 기간티아와 요시노를 발견했다. 참가자와 대면하는 형식으로 부통인 세 사람, 그리고 신문부의 부원들이 장미의 관을 등지고 대기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몇 명 학교 건물에서 중앙정원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지만, 흥미진진 혹은 싱글벙글이라는 호의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미나코님이 확실히 기획서를 제출해서 학교 측에 알려준 성과일 것이다. - 하니까 되잖아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슬슬 시작해볼까요?"
미나코님이 손목시계를 슬쩍 보고, 3시 45분이 된 것을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높혔다. "지금 이 시각을 기해서, 보물찾기 대회의 참가자 접수를 종료합니다." 
그 말이 신호였는지, 신문부의 학생들 몇 명이 일제히 A4 크기의 종이를 참가자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미도 받았다. 두근두근하면서 보니까, 딱 반으로 나누는 위치에 점선이 그어져 있고 가위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말하자면 잘라내는 선이다. 이 말은, 이 종이는 점선을 따라 잘라내서 결국 좌우로 나뉘는 운명이 된다는 것 같다. 
"보시면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보시는 쪽의 우측에는 이 게임의 설명과 주의사항이 적혀있습니다. 그 뒷면에 고등학교 건물을 중심으로 한 학원의 지도가 프린트되어 있는지 확인해주십시오."
휙하고 돌리니까, 역시나 거기에는 학원제에서 사용했던 교내 안내도를 복사했다고 생각되는 꽤나 자세한 지도가 있었다. 앞뒤를 뒤집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점선의 우측에 있는 부분이었다. 
"점선을 따라 잘라내시고는, 참가자 여러분들은 이쪽을 가지시면 됩니다."
슥슥... 유미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점선 부분을 손톱으로 잡아당기면서 금을 만들었다.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잘라낼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이란 것은 참 재미있다. 
"가위와 펜은, 여기에도 몇 개 준비해놓았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저의 설명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된 후에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웅성거리기 시작한 중앙정원에서, 미나코씨는 지지않을 정도의 큰 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사치코님, 레이님, 시마코라는 부통 세 명이, 각각 손에 든 가위나 칼, 펜을 들어올려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마치 상품을 소개하는 TV 방송의 어시스트같다. 그러자 참가자의 시선은 부통에게 집중되어서 단지, 문방구를 들어 올린 것뿐인데도 일순간 '와'하고 달아올랐다가, 레이님이 검지손가락을 입술 위에 세우는 포즈를 한 것에 의해 가라앉았다. 
(...괴, 굉장해) 
물론 부통의 인기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카리스마가 있었다니... 다시금 유미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면 중앙정원이 모인 학생들로 넘칠정도였으니까. 대충 센 것만해도 200명 이상이 있었다. 축제 기분으로 참가한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부통들에게 호의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발렌타인 데이라는 특별한 날에 추위도 무릅쓰고 카드 찾기 따위를 할리 없다. 부상이 부통과의 데이트 교환권이라니까... 
"...라는 이유로, 이 빈 칸에는 반과 이름을 확실히 기입해주십시오."
부통의 인기에 감동하고 있는 동안에, 어느 사이엔가 미나코님의 설명은 진행되고 있었다. 
(기입?) 
옆을 보니까 반이 다른 1학년 학생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학생수첩을 꺼내서는 그것을 밑에 받치고수첩에 딸린 펜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뭔가 했더니 자신의 이름인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아까가위와 펜을 지참하라고 했었지... 우측에 프린트된 문자에 시선을 보내자 갑자기 '서약서'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서약서...?) 
자세히 보니까 바로 그 뒤에 '겸 등록서'도 있었다. 왼쪽에 씌어진 주의사항과 비슷한 문구가 적혀있었고, 마지막에는 '이상의 주의사항을 지키면서 게임에 참가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덧붙여져서그 아래의 공란에 반과 이름을 적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꽤나 머리를 굴렸구나, 미나코님... 서약서를 제출하게 만들어서 무모한 행위를 막을 속셈이다. 서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참가등록이 안되게 만든다면, 참가 희망자 전원이 사인할 것이다. 그리고 자필 사인을 하는 것에 의해 '주의사항을 읽지 않았습니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된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 어떠한 트러블이생긴다고 해도,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그것은 자기 책임이 되는 것이다. 참가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겠지... 
"부통의 자필 카드는 이런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미나코님은 파란 종이를 들어올려 보였다. 뒤에 있는 사람에게도 보이도록, 다른 신문부원들이 곳곳에 분산되어서 같은 종이를 들어올렸다. 보여진 면 자체는 문고판 사이즈의 두꺼운 종이였지만, 반으로 접혀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2배의 크기였다. 
"이것은 견본이기 때문에 청색으로 했습니다만, 실물은 각 장미의 봉오리의 색을 하고 있습니다."
사치코님은 홍색, 레이님은 황색, 시마코는 백색이라는 말이다. 
"홍, 황, 백의 카드는 각각 1장씩, 교내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습니다. 만약 발견한다면 그대로 본부인 장미의 관에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참가등록의 이름과 학생수첩을 비교해서, 다르지 않으면 우승자로 인정하겠습니다. 자필 카드에 더해서 부상으로 부통과의 반나절 데이트 권을 그 장소에서 드립니다."
'와~'라던가 '꺄~'라던가 '오~'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술렁거림, 그리고 환호성이 중앙정원에 울려 퍼졌다. 학교 건물에 둘러싸인 장소였기 때문에 메아리쳐서 상당히 울렸다. 
"도중에 어떤 일이 생긴다면, 장미의 관 혹은 교내의 몇 군데에 상주하고 있는 신문부원과 상담해주십시오. 장소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질문 있습니까?"
설명을 일단 끝낸 미나코님이, 참가자들을 향해서 말했다. 
"저요."
몇 명의 학생들이 힘차게 손을 들었기 때문에, 미나코님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순서대로 가리켰다. 
"만약에, 복수의 학생이 동시에 카드를 찾아낸 경우에는 어떻게 합니까?"
'아, 그렇구나'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이 정도의 사람들이 한 번에 찾아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패턴도 안생긴다고는 할 수 없다. 모두가 '그럴 듯한 장소'를 찾으니까. 
"그렇군요. 최초에 손이 닿은 사람...이란 결정법밖에는 없겠지만, '거의 동시에'라는 상황이라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 때는 발견자들을 데리고 장미의 관까지 오세요. 부통 앞에서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겠습니다. 되었나요? ... 그럼 다음 질문."
"발견한 카드는 증여할 수 있습니까?"
사치코님 팬인데 레이님의 카드를 발견해버린 사람은 레이님 팬인 친구에게 카드를 선물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이다. 
"기본적으로는 그 행위를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우리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증여가 이루어진경우에는 그것의 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서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서약서와 학생수첩과 카드를 함께 제출한다면 우승자로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제한같은 규칙을 생각해본다면 발견자가 제삼자에게 선물하는 것은 꽤나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승자이외의 사람이 데이트 권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나코님의 대답은 조금 어렵지만, 요약하자면 만약 유미가 우연히 레이님의 카드를 발견해버려서 요시노에게 주려고 해도 그것은 꽤나 어렵다는 말이 된다.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고서 요시노에게전하고는 곧바로 요시노가 '제가 찾았습니다'라고 해버리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해준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한 시간 내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요시노를 찾아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레이님의 카드가 목적이 아닌 사람이라면 그 남은 시간에 사치코님이나 시마코의 카드를 먼저 찾아낼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가장 먼저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질문이 있습니까?"
미나코씨가 휙 한번 참가자 집단을 돌아보고는, 거수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4시 40분까지 신청이 없을 경우, 부통의 카드는 무효가 됩니다. 자... 슬슬 시작할 시간입니다만,그 전에, 참가하고 있는 부통의 자매(soeur)들은 이쪽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예?"
부통의 자매(soeur). 그것은 유미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요시노들은 미나코님의 옆으로 걸어갔다. 
"어라, 유미씨도인가요?" 
가까이에 있던 급우에게 떠밀려나가듯이, 유미도 그 안에 섞였다. 멤버는 로사 기간티아, 요시노, 그리고 지금까지 뭘 하면서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로사 페티다까지 있었다. 
"수험, 끝났습니까?"
작은 소리로 물어보자, "아직"이라는 대답이 왔다. 뭐, 로사 페티다라면 이렇게 재미있을 것 같은이벤트가 있는데도 참가하지 않았다가는 참을 수 없었을 테니까. 
"부통의 자매 분들에게는 유감입니다만,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스타트 시간을 5분 늦추는 페널티를적용하겠습니다."
"엣?!"
부통의 자매들은 전부 불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미나코님의 계략은 다른 참가자들을 기쁘게 했다. 말한 것이 스타트 직전의 돌발상황이었기 때문에, 요시노가 날뛰면서 항의할 수도 없었다. 불평을 해보았지만, 군중의 환호에 묻혀서 사라져버렸다. 
"그럼, 서약서를 제출한 사람부터 스타트합니다."
미나코님이 체육에서 쓰는 듯한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3

 

한발짝 물러서서 관찰해보니 학생들의 움직임이 잘 보였다. 우선, 미나코님이 설명하는 동안 서명하기도 하고 잘라내기도 하는 등 만전을 기한 학생들은, 시작됨과 동시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신문부원이 안고 있던 골판지 상자에 '서약서'라는 이름의 종이 반쪽을 던져 넣고, 학교 건물이나 교정 등등으로 빨리도 흩어져갔다. 행동이 빠르다. - 벌써 어딘지 짐작을 한 모양이다. 그 다음으로, 꼼꼼하고 신경질적인 타입. 받침도 없이 글자를 쓰고 싶지는 않다거나, 가위 없이 종이를 자른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점점 시간이 간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서, 접수대로 쓰기 위해 내놓은 긴 책상을 위해 순번을 기다리는 줄을 만들고 있다. 이래서는 부통의 자매보다 스타트가 늦어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중간쯤에 위치해있는 것이 가장 많은 타입인지도 모르겠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채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고는, 혹은 친구들끼리 상담해가면서 완성한 서약서를 골판지 상자에 투입하고는 무리를 지어서 꺄꺄거리면서 중앙정원을 빠져나간다. 보물을 발견했을 때를 생각해본다면 단독행동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번외편으로, 아예 '처음부터 보물찾기는 포기합니다'라는 타입이 있다. 단지 부통를 보고 싶다, 옆에 있고 싶다라니... 서약서를 내고는 5미터 정도 떨어져서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유미의 경우에는 장미의 관의 문에 종이를 대고서 이름을 썼다. 요시노는 첫 번째 타입이라서 벌써준비완료였기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실내화로 잔디밭을 파헤치고 있었다. 서약서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출발을 할 수 없으니까. 
(아...) 
점점 발끝에 흙이 묻어갔다. 이대로 학교 건물에 돌아갔다가는 복도가 더럽혀진다. 
"5분 지났습니다. 부통의 자매 여러분, 출발해주십시오."
미나코님의 목소리에, 로사 기간티아, 로사 페티다, 요시노, 유미는 골판지 상자에 달려들었다. 
"이봐, 요시노짱."
달려가는 요시노씨의 팔을 로사 페티다가 잡았다. 
"실내화에 흙이 묻었으니까 걸레로 닦아."
"에?"
"'에'라니. 바쁜 레이 대신에 내가 주의를 주는 것은 당연하잖아?" 
"예..."
불만스럽겠지만, 언니의 언니에게는 거역할 수 없다. 
"하지만, 로사 페티다... 이대로는 걸레를 집으러 갈 수 없는데요?"
아주 조금 반격. 하지만 할머니다운 로사 페티다, 아직까지는 손녀에게 지지 않는다. 
"내가 장미의 관에 가지러 갈테니까,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
"아, 그럼 제가..."
3학년을 부려먹을 수는 없다. 유미는 미나코님의 허가를 받아서 장미의 관에 들어갔다. 원래는 보물찾기에 들어가도 좋은 장소로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뭐야, 뭐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지 못한 로사 기간티아가, 재미있다는 듯이 유미의 뒤를 쫒아왔다.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요."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서, 잽싸게 계단을 올라, 방 밖에 있는 목재 사물함을 열었다. 거기에는 청소용구 한세트가 놓여 있는 장소라서, 양동이에 걸려있는 걸레 한 장을 손에 넣고는 부실의 세면장에서 씻고, 다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갈 때도 올 때도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로사 기간티아를, 미안하지만 완전무시. 
"미안하게 되었어, 유미짱."
현관에서 레이님이 살짝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요시노를 멀리서 계속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유미. 그 젖은 걸레, 치우지 말고 여기에 펼쳐서 놓아둬."
이어서 들어온 사치코님이 말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학생들이 신경쓰면 곤란하니까 발을 닦을 수 있도록 말이지."
"예."
말을 걸어준 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기뻐서 걸레를 들고 있는 요시노를 내버려두고서는, 관 안으로 들어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치코님이 특별히 웃어주지도 않았지만... 이제부터 부통들은 장미의 관 2층에서 자신이 숨긴 보물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여러 지역의 몇몇 군데에 분산되어서 대기 중인 신문부원들을 대신해서 서약서를 회수한 골판지 상자를 안고 계단을 올라간다. 사치코님이 숨긴 카드를 발견했다고 신청할 행운아는 누구일까? 그게 자신이라면 너무나 좋을 텐데... 시계를 보니 벌써 4시 5분. 제한 시간까지 앞으로 35분을 남기고 있었다.

  
 
4

 

"흠... 그렇군."
요시노가 사용한 걸레를, 사치코님의 지시대로 유미가 관의 입구에 발터는 매트처럼 놓고서는 '아이구'하면서 허리를 펴자, 로사 기간티아가 서있었다. 
"'그렇군'이라니요?" 
"유미짱이 허둥대면서 뭘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계속 보고 있었던 걸까? 현관을 들어가면 바로 앞에 있는, 조금 솟아있는 곳에서 팔짱을 끼고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요시노는 대충 인사하고 날듯이 가버렸지만... 
"수고, 수고. 자 그럼, 조금 불러 모아볼까나..."
뭐라시는건지, 로사 기간티아... 문을 열고서 중앙정원에 얼굴을 내밀고는, 아직 근처에 있는 학생들을 꼬시기 시작했다. 
"어이~, 괜찮다면 안에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않을래? 부통들도 있다구."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던 학생들은, '그럼'이라며 무섭고도 무서운 장미의 관에 들어왔다.유미는 처음으로 여기에 사치코님을 만나기 위해 왔던 때를 생각해냈다. 그 때 시마코가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츠타코씨와 둘이서 계속 서성거리며 애먹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지금, 장미의관에 발을 들이고 있는 학생들도 분명 그 때의 유미와 비슷한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는해도, 아직 중앙정원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일단 유미도 '안에 들어오실래요?'라고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 장소에 남아 있는 대여섯 명은 '아뇨'라고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유미짱은 어때?" 
로사 기간티아가 기분 좋은 얼굴로 청했다. 
"사양하겠습니다."
이젠 30분밖에 안남았으니까. 꽤나 늦어버렸지만, '참가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거니까. 미나코씨가 핸디캡을 적용한 것을 좋게 생각하자면 그만큼 자매가 유리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로사 기간티아, 찾을 생각 없나요?" 
"뭘?"
"시마코의 카드." 
"그렇지..."
아무래도 귀찮아진 모양이다. 하지만, 참가자의 수를 보고서 질려버렸다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시마코와의 데이트라고 해도... 거기다 시마코가 숨긴 장소, 전혀 감이 안와."
"설마..." 
그렇지만, 로사 기간티아는 시마코를 잘 이해하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시마코도 '어중간하게 숨겨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꼬고 또 꼬아서 생각해서는 결국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건지도... 
"시마코라면 신앙심. 하지만, 성당은 이번 보물찾기의 장소에서 제외되었잖아? 뭐, 설사 장소 안이라고 하더라도 시마코가 신성한 장소를 게임을 위해 이용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그건 제외... 라는 이야기는 마리아상 옆도 아니라는 거잖아. 조용한 곳에서 조금 생각해보지 않으면 모르겠는걸..."
입에 손도 안 대고는 큰 하품. 생각해본다는 말은 입에 담아본 말일 뿐이고, 아무래도 이제부터 한숨 잘 생각인 모양이다. 
(우~, 아마 시마코의 카드는 저기에 있을 텐데...) 
유미는 1층 문을 째려보았다. 아침에 만났을 때, 시마코는 분명히 동요하고 있었다. 저 장소에는 무언가 있다. 무언가 있다면 카드 이외의 다른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알려주는 것은규칙위반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주의사항에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것은 유미가 부통의 동생으로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니까. 
"... 유미짱, 혹시 저 방에 좋은 게 숨겨져 있는 거야?" 
"앗!?"
'아차'라고 생각했다. 도둑잡기에서 잡은 것이 조커라고 간파당한 때와 같은 반응을 해버렸다. 이래서는 '그 말대로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니, 그 이전에 백면상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져 버렸는지도... 
"고마워. 찾아볼게."
뛰어오르면서 문으로 직행. 
"유미짱, 건투를 빌께." 
"앗, 로사 기간티아!" 
자신의 솔직한 반응과 백면상을, 이제서야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 나란 사람은, 대체...) 
'쿠쿵'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금씩 제한시간인 4시 45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일단 반성하는 것을 뒤로 미루고, 보물을 찾으러 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관을 나서자 예의 한 집단이 있었다. 
(?) 
그녀들의 의도를 모른 채로 학교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어째서인지 그 6명은 모여서 유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에...?)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미행이었다. 하지만, 유미가 빨리 걸으면 걸을수록, 종종걸음이 되었다가 뛰어서 쫒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도망자를 추격하는 것처럼... 학교 건물을 따라 달리던 도중에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요시노와 우연히 만났다. 
"유미도 꼬리가 달려있네?" 
"에?" 
그러는 요시노도 뒤쪽으로 몇 명의 학생들이 쫒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들, 부통의 동생들이, 카드가 있는 곳을 짐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래서 그 장소까지 안내하라는 속셈인거지. 얍삽한 수법이야."
"허걱..."
요시노의 해석은 꽤나 악의가 있는 견해였지만... '맞아도 좋고 안맞아도 그만'일지도 모른다. 먼저 찾아내는 것은 무리지만 제 1발견자의 한사람이 되어서 가위바위보에 참가할 수 있다면, 몇 분의 일의 확률로 우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찾아내는 것보다 그쪽의 가능성에 승산을 걸어본다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떨궈버려. 안그러면 목적지에는 갈 수 없다구." 
시기적절한 충고를 남겨놓고, 요시노는 유미가 지금까지 온 길을 달려갔다. 그렇다면 요시노를 마치 어미새로 인식한 병아리처럼 쫓아오는 집단은 레이님을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 그 안에는 유미의 급우도 있었다. 그녀는 언니가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인 모양이다. 혹시라도 카드를 손에 넣는다면 반나절 데이트는 어쩔 생각인지... 
(하지만...) 
자신의 뒤를 쫓는 학생들을 향해 되돌아서서, 유미는 한숨을 쉬었다. 이 집단을 이끌고 보물을 찾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곤란했다. '따돌려'라는 요시노의 충고는 정말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랑은 아니지만, 달리기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다. 순발력은 다소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구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마라톤 대회에서는 언제나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른 편이었다. 성급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따돌릴 자신 따위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봐." 
유미는 있는 힘껏 말을 걸었다. 사치코님의 신봉자들을 향해서. 
"나를 쫓아와도 소용없을 거라 생각해. 부통의 자매라고 해도,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런 건 알고 있어."
그룹의 리더라고 해야 할까, 성격이 드셀 것 같은 눈썹이 인상적인 학생이 한 발짝 나와서 대답했다. 그녀와는 분명히 초등학교 때에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다. 이름은 바로 생각나지 않았지만. 
"하지만, 유미라면 의심쩍은 곳이 있잖아? 적어도 우리들에 비한다면."
"그렇지 않아. 어디를 찾아야할 지 모르겠어."
모르지만, 쫓아오니까 도망가고 있었던 것 뿐. 왜냐면 어제는 너무 열심히 초콜릿을 만드느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설마."
웃음 한번으로 부정당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어딘가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달리고 있다고 생각된 모양이다. 무척이나 과대평가하고 있다. 
"나를 쫓아오는 동안에, 분명히 누군가가 찾아낼 꺼야."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유미는 설득을 계속했다. 
"그렇게 말해서 우리들을 포기하게 만든 다음에 혼자서 카드를 찾으러 갈 생각이지? 좋아, 빨리 가버리는게 어때? 하지만, 유미가 가는 방향으로 우리들이 우연히 간다고 해도 규제할 수 있는 권한 따위는 없겠지?"
"웃..."
그래그래, 특히나 말빨이 좋은 학생이었던 이 사람. 학급회의에서 반대의견 따위를 지지했다가는 고압적으로 압박을 넣을 것 같은 타입. 요시노와 츠타코와 로사 페티다의 '대단한 부분'을 전부 모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나... 이래서는 유미 따위가 정면으로 승부해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앗! 저런 곳에!"
큰 소리를 내면서, 유미는 성당 쪽을 가리켰다. 
"뭐야!?"
사치코님을 노리는 그녀들은, 놀라서 일제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을 노려서 유미는 달려 나갔다. 성당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학교 건물을 따라 필사적으로. 
"아, 거기 서!"
마치 도주범을 쫓는 형사처럼 외치고는 소녀들이 뒤를 쫓아온다. 마리아님도 깜짝 놀랄만한 대단한광경. 스커트 따위는 펄럭이든 말든.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이제야 생각났다. 쫓아오는 그녀, 체육제에서 릴레이의 최종주자를 했었지... 
(이젠 한계다.) 
학교 건물의 바깥쪽을 힘껏 달렸지만, 도중에 스피드가 떨어지고 있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안에서 우아하게 보물을 찾는 학생들이 보였다. 이게 본래의 모습이다. 그게 어째서 이런 곳까지 쫓겨 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되었을까... 
(창?) 
유미는 생각보다 앞서서, 그 다음으로 열려있는 창문에 날아들었다. 유미의 가슴보다 조금 높았지만, 철봉에 오르듯이 창틀에 손을 올려서 점프. 스커트 안으로 휘감기는 양발을 아둥바둥 움직여서는, 어거지로 벽을 타넘어서 어찌저찌해서는 안에 들어갔다. 
"창이야! 창으로 들어갔어!"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한숨 쉬고 있을 틈이 없다. 유미는 들어왔던 창을 닫고서, 잠궈버렸다. 운 좋게도 그곳은 학생용 화장실이라서, 구조상 밖으로 난 창은 이것밖에 없었다. 쫓아오기 위해서는 다른 장소에서 학교 건물로 들어와서, 입구를 도는 수밖에 없었다. 기릭기릭기릭기릭. 한동안 창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15개 있는 칸막이 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2개. 그 중의 하나에서 "뭐야!?"라며 학생이 뛰어나왔다. 안면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카츠라였다.

"유미, 뭐하는 거야?"
사건이 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한숨을 쉰 카츠라는, 일단 칸막이로 돌아가서 물을 내리고는세면대에서 손을 씻고서 질문했다. 
"... 술래잡기라고 해야 할까?"
유미조차 자신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 
"보물은?"
"아직."
어느 사이에 창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유미는 살짝 밖을 내다보았다. 보이는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곳에서 우물쭈물하다가는 어디선가 학교건물 안으로 들어온 그녀들에게 붙잡히고 말 것이다. 
"영차"
유미는 창문을 열고서 다시 창을 기어올랐다. 복도에 나가는 것보다, 이쪽이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다. 
"...유미?"
들어오는 현장을 보지 못한 카츠라는, 뭐가 시작되는 건가 싶어서 눈을 좌우로 굴렸다. 
"내가 나가면, 창문을 잠궈줄래? 그리고 여기서 나를 만난 것을 비밀로 해줘."
"... 응, 알겠는데..."
창문을 잠궈버리면 다시 여기서 밖으로 도망갔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니까 다소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지만, 지금 카츠라에게 설명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자, 부탁할께."
훌쩍. 이걸로 두 번째니까 처음보다는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다. 밖의 지면이 낮았기 때문에 뛰어내려가는 바람에 부딪친 다리가 찡하게 아팠지만. 전속력을 내서, 유미는 학교건물에서 빠져나가서는 샛길의 나무그늘에 몸을 숨겼다. 어쨌든, 눈에 띄어서는 곤란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손목시계를 보았다. 4시 25분. 생각도 못한 곳에서 시간을 써버리고 말았다. 요시노는 어떻게 하고있을까? 장미의 관까지 돌아갈 시간을 빼면 딱 10분. 우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10분 안에 카드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고 있을 틈이 없다. 한 군데, 많아야 두 군데. 아니 여기서는 집중해서 한 군데로 압축하는 편이 좋았다. 
(사치코님이 숨긴다면...) 
유미는 생각했다. 사람은 자신과의 공통점이 거의 없는 곳에 숨길 수 있을까... 많은 카드를 뿌리는 것이 아닌, 단 한 장의 카드를 보물로 정해서 감추는 것이라면... 시즈카님도 말했다. 시즈카님이라면 음악실이나 도서관이라고. 이 보물찾기에는 힌트가 없었다. 그 사람이 숨긴다고 하는 사실만이 힌트였다. 사치코님은 클럽활동을 하지 않는다. 위원회에도 나가지 않는다. 레이님이나 시마코에 비해, 행동반경이란 것이 거의 없다. 교실일까, 장미의 관일까. 하지만, 교실은 보물찾기에서 제외되어 있다. 장미의 관에는 시마코의 카드가 숨겨져 있다. 그런데도 사치코님의 카드를 한 장 더 숨길 수 있을까?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교내 지도를 펴보았다. 학교 건물 뒤편에는 제 2체육관과 무도관도 보물찾기 구역에 들어가 있었다. 레이님의 카드는 무도관일까? 아니,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걸까? 
(만약, 내가 감춘다면?) 
사치코님과 같이, 유미도 부활동이나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자신을 시범 케이스로 생각한다는 것은 낯 두꺼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이었다. 
(나라면...) 
사치코님이 찾아내었으면 좋겠다. 무리로라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보낸장소. 사치코님이 유미를 생각해내어 줄 장소. 
(거기에...) 
유미는 자신이 숨길 장소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바로 달려 나갔다. 그 장소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만약, 사치코님이 유미에게 전하고 싶었다면... 
눈 앞에, 낡은 온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5

 

그 곳에 발을 들이자, 안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아..."
그 사람은 갑자기 들어온 유미에게 조금 놀란 듯이 돌아보았다. 유미와 같은 제복을 입고 있으니까고등부의 학생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얼굴을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유미와 비슷하게 머리를 둘로 묶었지만, 조금 길이가 부족해서 귀밑머리가 많았다. 
"안녕하셔요. 미안, 놀라게 해버린 모양이야."
"아니야."
키가 작아서 1학년인가 생각했다. 이것 또한 유미와 같은 입장인 것을 보아서는 보물찾기의 참가자라고 생각되었다. 
"유미양, 여기에는 카드를 찾기 위해서?"
유미는 몰랐지만, 상대는 유미를 알고 있었다. 정말로 유명인이 된 모양이다. 
"응. 너도?"
"유미양보다 조금 일찍 여기에 도착했는데, 있을 거라 생각해?"
짐작했던 장소에 자신보다 빨리 온 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유미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 사람의 상태를 보니 카드는 발견되지 않은 듯하다. 
"그러네."
온실 안을 걸으면서 유미는 여기에서 카드를 발견했을 경우의 소유권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보았다. 
(역시 가위바위보를 하는 수밖에...) 
이 사람이 포기하고서 가는 것을 기다리면 시간제한에 걸려버린다. 여기서 유미가 발견한다고 해도, 동석(?)한 그녀는 다소나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 않은가? 앞서 여기에 도착한 것은 틀림없이 그녀 쪽이니까. 적어도 유미에게는 그 존재를 무시하고서 자기 혼자만의 것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위바위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마음 속으로 타협안을 정해놓고는 예의 장소로 다가갔다. 
"역시"
무의식 중에 목소리를 높혔다. 그곳은 마루판을 때내고 흙을 돋구어서 화단을 만들어 놓은 장소. 그 화단에서 장미가 다수 심어져 있는 부근의 상태가, 명확하게 어제와는 달랐다. 
"뭐야, 유미양?"
먼저 왔던 그녀가, 쫓아와서 물었다. 
"아마도 여기일거라고 생각해서."
로사 키넨시스 주변의 흙 중에서 한곳만 까맣게 변색되고, 조금 솟아있었다. 그것은 최근 파내어서다시 뭍은 흔적임에 틀림없었다. 사치코님이 직접적으로 자신을 상징하는 홍장미를 선택해서 카드를 숨겼다. 이 이상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미는 그 흙뭉치에 양손을 찔러 넣어서 구멍을 파기 시작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마치 개처럼'이라고 생각되었다. 
"저, 유미?"
등 뒤에서 그 사람이 무언가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미는 필사적이라서 그것을 듣고 있지 않았다. 맨손이라서 수분을 듬뿍 머금은 흙이 손톱 밑으로 파고들어서 기분 나빴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고 있으면 보물찾기 따위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괜찮다면 도와주지 않을래? 발견하면 두 사람이서 신청하러가자."
이렇게 되면 시간과의 전쟁이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노동력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그러자 '괜찮다면'이란 말과 함께 어깨너머로 묘삽이 건네어졌다. 
"하지만, 분명히 거기에는 없다고 생각해."
도와주면서 그 사람은 말했다. 
"뭐?"
일순간, 귀를 의심했다. 지금, '거기에는 없어'라고 말한 건가? '어째서 그런 걸 아는 거야?'라고 유미는 눈으로 물어보았다. 그녀는 조금 곤란한 듯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그곳을 파보았던 사람은 나인걸."
"에!?"
"말하는 것이 늦어져서 미안해. 사실 나, 유미양이 오기 전에 그곳을 파보았어."
"그런..." 
하지만 유미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묘삽을 바로 건넨 것은 지금 사용했기 때문이라고생각한다면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 흙을 파낸 흔적이 생생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다. 30분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무척이나 자신 있었는데, 아무래도 허탕 친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종이 카드를 땅에 묻는다는 아이디어는 조금 무모했을지도 모르겠다. 
"저, 유미양은 어째서 여기라고 생각했어?"
"어째서라니?"
"온실에 들어오자마자 이 장소로 직행했잖아? 무언가 근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아, 그건..."
유미는 눈앞에서 푸른 잎을 펼쳐 보이고 있는 그 장미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로사 키넨시스... 사치코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꽃의 이름. 
"... 그런 것이었구나."
그 사람은, 무척이나 감동한 듯이 끄덕거렸다. 
"그럼, 너는 어째서 파보았어?"
유미가 한 것치고는 꽤나 머리를 굴린 질문이었다. 유미처럼 장미에서 추리한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그곳을 파보았던 것일까... 
"그건... 땅의 색이 그곳만 달랐기 때문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말로!?"
그걸 들은 유미는 묘삽을 손에 들고 다시 그 땅을 파기 시작했다. 혹시나 빙고였을지도 몰랐다. 파서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이었겠지만, 혹시 그 깊이가 포인트라서, 얇게 팠던 그 밑에 카드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20cm 정도 파고서야 유미는 포기했다. 시계를 보니, 분침이 7과 8의 중간쯤에 와있었다. 이제는 절망적이었다. 귀밑머리가 인상적인 그 학생은, 조용히 흙을 되돌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결국, 두 사람은 보물을 못찾았다는 의미에서 같은 입장에 서게 되었다. 수도를 틀어서 손을 씻고 같이 온실을 나서자, 게임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참가자는 중앙정원에 집합하기로 했기 때문에 유미는 그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과는 몰라도 괜찮아."
"...뭐?"
"카드가 내 것이 되지 못했으니까.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걸."
사치코님의 카드는 벌써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버렸을지도 모르고, 넘어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느 쪽이더라도 자신의 것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그것이 확정된 단계에서 벌써 게임오버일지도 몰랐다. '사치코님이 어디에 숨겼을까', '누가 사치코님의 카드를 찾아내었을까'라는 것까지 신경이 쓰이는 유미같은 학생들이 대다수라고 생각은 하지만... 
"유미양, 신경쓰지 말고 가봐."
밖에서는 찾고 있던 학생들이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라는 느낌으로 하나둘씩 나타나서는학교건물을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자, 그럼..."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유미도 걷기 시작했다. 
"부디 건강하시길."
결국 이름도 알아내지 못했다. 물어보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타이밍이란 것도 있으니까... 상대가 이쪽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무언가를 물어볼 수 없다. 시즈카님의 전례도 있었기 때문에 서투른 질문을 할 수도 없었고... 같은 학교에 있으니까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는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그 사람의 얼굴을 확실하게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인물을 기억에 담아둔다는 행위는 꽤나 어려운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20발짝 걸을 동안에 빨리도 그 사람의 인상이 흐릿해졌으니까.  
 

6

 

"아, 요시노?"
도중에, 안면이 있는 뒷모습을 발견해서 말을 건네었다. 돌아보는 얼굴을 보고서 한순간 후회했지만, 이름을 불러버린 것을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뭐야?"
'저기압입니다'라고 얼굴에 쓰여 있다. 묻지 않아도 보물찾기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미는?" 
"뿌뿌~" 
걸으면서 유미는 입으로는 오답음을 내면서, 손으로는 얼굴 앞에서 X자를 만들었다. 조금이나마, 요시노의 얼굴이 풀렸다. 부통의 동생이라는 같은 입장에 서있기 때문에, 목표로 한 카드는 다르지만 서로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찾아내지 못했으니까 전원 실격일지도 몰라."
요시노는 차츰 평소의 기세를 회복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지만... 유미는 생각해보았다. 먼저 왔던 그 사람은, 파기 전에 흙의 색이 달랐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역시 사치코님이 숨긴 것은 그 장소였고, 그 사람이 오기 전에 벌써 누군가에 의해서 파헤쳐졌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 쪽의 가능성이 더 컸다. 바로 옆의 비상구가 열려있었기 때문에 업소용의 발털이 매트에서 실내화를 벗고는 교내로 들어갔다. 
"요시노는 어디를 찾았던 거야?" 
"레이짱 팬을 따돌리고는 우선 도서관."
"도서관?"
"도서관에서 뜨개질 책이랑 요리책을 닥치는 대로 열어보았어."
그래... 레이님의 취미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보물이 얇은 종이라면 '책 사이에'라는 절호의 숨길 장소가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빌려갈 수 있는 책이라면 보물을 찾을 장소로 부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머릿 속에서 180도 방향전환을 했다고 한다. 숨기고 나서 시작하기 전까지 누군가가 빌려간다면 발견되지도 않겠지만... 
"그래서, 그 다음으로 무도관에."
"그건 꽤나 직선적이네."
"보물을 숨기는 레이짱이 직선적이잖아. 나라면 그래도 꼬고 또 꼬아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직선적인 사람이랑 다를 바가 없어졌어... 무슨 말이냐면, 모두 와있었어. 무도관에. 덕분에 다다미를 벗길 일손이 부족하지는 않았어." 
흙을 팠던 자신도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지만, 다다미 밑까지 체크한 요시노도 대단했다. 유미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도에서 제외되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마리아님의 정원에 있는 연못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나왔을지 모른다. 학교 건물 안을 지나서 중앙정원으로 나서자, 벌써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고 장미의 관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나오는 중이었다. 신문부원과 부통, 그 뒤로 장미의 관에 틀어박혀(실례) 있었던 듯한 부통 팬인 학생들이었다. 
"아, 아...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꽤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힘들었는지, 미나코님은 어딘가에서 조달한 듯한 확성기를 손에 들고 인사를 시작했다.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전부가 듣는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스타트 때보다는 모인사람 수가 약간 적어진 느낌이었다. 역시 결과 발표 따위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과 도중에 기권한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앙정원을 향해서 이동 중인 학생들과, 방송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열중해서 제한시간이 다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빠르긴 합니다만, 시간도 늦어지고 했으니 결과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보물로서 숨겨져 있던 부통의 카드가 2장 발견되었습니다."
'와~'라는 함성과, '에~'라는 낙담의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유미는 '아~'라는 쪽이었고, 요시노는'좋아'하고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2장 발견되었다는 것은, 1장은 무효라는 말이다. 그래서 요시노는'이겼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요시노의 경우에는 손수 쓴 카드와 데이트 권을 노리고 보물찾기에 참가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레이님에게 부탁하면 언제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 단지, 누군가의 손에 그것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요시노의 예측은 아마도 맞을 거라 생각한다. 시마코의 카드는 로사 기간티아가 발견했을 것이고, 사치코님의 카드는 누군가에게 발굴되었을 테니까.

"이름이 불린 분은,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까지 기다려도 웅성거림이 그치지 않자, 불쌍하게도 미나코님은 확성기로도 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발표라고 하자 순식간에 물을 뿌린 듯이 조용해졌다. 
"우선 하얀 카드를 발견한 분은..."
미나코님의 말과 동시에, "유미짱, 아까는 고마웠어."라고 로사 기간티아가 말했다. 
"어?"
지금부터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될 사람이 이런 곳에서 얼쩡거리고 있다니...라고 주의를 주려고할 때에, 로사 기간티아 이외의 사람의 이름이 확성기를 통해 들려왔다. 
"2학년 등나무반, 카니나 시즈카씨."
(...에?) 
동시에 '에~~~!?'라는, 이번에는 일종의 놀라움을 나타내는 소리가 노도와 같이 중앙정원을 울려 퍼졌다. 설마라는 의미의 '에~~~!?'다. 왜냐하면 시즈카님과 시마코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모두들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부통들에게 대항해서 학생회 임원선거에 입후보해서는 패했던 시즈카님.설마 그 사람이 시마코의 팬이었을 줄이야...라고 모두들 동요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미조차 크게 놀랐을 정도이다. 보물찾기에 참가했다는 그 사실조차 몰랐으니까. 웅성거림을 배경음으로 삼고서, 시즈카님은 곧바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라는 것은, 틀림없다는 건데... 정말로 시즈카님이 찾아낸 거구나.) 
역시나, 시즈카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휘익~"
로사 기간티아가 휘파람을 불었다. 
"시즈카였구나..."
'시즈카였구나'가 아니잖아요. '어째서 힌트를 알려주었는데도 찾아내지 못한거에요?'라고 쏘아보았다. 하지만 로사 기간티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아서, '어째서 무서운 얼굴을 하는 거야?'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앞에서는 시즈카님에 대한 우승 인터뷰가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기분이십니까?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 따위의 서론이 끝나자, 인터뷰는 핵심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의 카드는 어디서 발견했습니까?" 
한 개의 확성기를 번갈아가면서 썼기 때문에 조금 지지부진했다. 유미는 '장미의 관 1층입니다'라는 대답이 들려올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원회 게시판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튀어 오르고 싶어졌다. '그런 말도 안되는'이라며... 왜냐하면 시마코는 그 때 분명히 무언가 비밀스러운 행동을 했었다. '보물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한 것이었어?'라고 묻고 싶어졌다. 그게 아니라면 유미에게 들켰다고 생각해서 급히 장소를 변경했다던가...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 위원회 게시판이 맞습니까?"
예의 시마코에게 미나코님은 확성기를 가지고 확인하러 갔다. 그러자 시마코는, 
"예. 제가 숨긴 장소는 위원회 게시판입니다."
잘못 들을 리가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대답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시마코. 대담하게도 위원회 게시판이라고 하는, 각 위원회에서 공지를 게시하기 위한 다다미 한 장 정도의 코르크 보드에 그것을 붙여놓았던 것이었다. 그것도 '환경정비위원회로부터'의 위에다. 위원회로부터의 공지를 너무 학생들이 읽어주지 않는다는 비난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시마코의 카드가하얀 색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곡예일 것이다. 
"그러면, 로사 기간티아는 어째서 아까 '고마웠어'라고..." 
간만의 질문이었음에도, 요시노의 '으악'이라는 외침에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것도 없었다. 지금, 이름이 불린 것으로 생각되는 몇 명의 1학년 학생들이 줄줄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선두에 있는 학생의 손에는 자랑스럽게도 노란 색의 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발견된 다른 한 장은, 레이님의 카드였구나."
"우..."
외치고 난 다음의 요시노는 낙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쌍해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울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풀썩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고개를 숙여서 앞을 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앞에서는 레이님이 보고 있는 와중에 미나코님의 '가위바위보' 소리에 맞추어 규칙대로 가위바위보가 행해지고 있었다. 요시노가 침울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집단은 요시노가 따돌렸어야 할 일당들이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레이님의 카드가 나온 장소는 요시노가 최초로 들렸던 도서관. 사실은 레이님, 에도 시대의 물가 따위가 적혀있는 대출이 금지되어 있는 책 사이에 카드를 숨겨놓았다. 아마 레이님의 팬일거라 생각되는 집단은, 따돌려진 것처럼 하고서는 도서관에 들어가는 요시노의 뒤를 밟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요리라던가 수예 등의 실용서로 직행하는 요시노를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거기서부터 자력으로 추리해서 그 책을 찾아낸 것이었다. '리리안 백서'에 적혀있는 정보를 믿은 그녀들은, 레이님의 독서취미를 틀리게 인식하고 있었다. 얄궂게도 너무 레이님을 잘 알고 있었던 요시노가 패해버린 것이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학생이 기쁜 듯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자는 요시노일지도 모른다고 유미는 생각했다. 직선적인 성격으로 생각되어온 레이님이,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한번 꼬아놓은장소에 숨겼다는 식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역시 레이님은 직선적이라서, 요시노에게 발견되어 주었으면 하는 일념으로 그 장소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게임 전부터 승부는 이미 지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지나친 생각이라고 해버리면 그뿐이긴 하지만... 유미는 그 책을 요시노가 열람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일이 있었다. 레이님이 너무나 직선적이어서 요시노의애독서에 끼워 넣었다는 쪽이 진상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유로,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의 카드만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미나코님의 말에, 유미는 퍼뜩 제정신이 들었다. 그랬다. 레이님의 카드가 발견된 이상, 아직 나오지 않은 카드 색은 빨강. 사치코님의 카드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복잡한기분이 들었다.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기쁨, 자신이 찾아내지 못했다는 후회. 하지만 요시노의 실망을 생각한다면 드러내놓고 좋아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규칙대로, 지금부터 회수하러 갈 본인에게 반환하겠습니다. 그 내막은 주간발행의 '리리안 백서'를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보물찾기 대회의 특집호입니다. 사진부의 협력으로 탐색중인 모두의 모습도 확실하게 촬영했으니까 기대해주시길. '리리안 백서'에 연재될 사진에 찍힌 분 전원에게 그 사진을프린트해서 드리겠습니다."
미나코님, 선동에 선동을 거듭하고 있다. 그 옆으로 사진부의 에이스인 타케시마 츠타코씨가 카메라를 찍는 포즈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부통들이 마지막까지 그 장소에 남아있었던 참가자 전원에게, 은박지로 포장된 한입크기의 초콜릿을 한 개씩 나누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참가상’이란 것이었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사치코님도 어째서인지 이것만은 거역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본의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넘겨주지 않으면 안되는 얄궂은 결과가 되어버렸다. 유미는 사치코님의 줄에 서서, 초콜릿을 받았다. 모처럼 사치코님의 손으로 넘겨받은 초콜릿이었지만, 무척이나 배가 고팠기 때문에 바로 입으로 들어가 버렸다.

 

 

  7

 

당연한 것이었지만... 사치코님의 카드가 어디에 숨겨져 있었는가를 확실하게 하지 않고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투덜거리던 학생들이 초콜릿을 받고 나서도 중앙정원에 죽치고 앉아있었다. 약 10명 정도라면 맞을까... 그 중에는 유미에게 들러붙어서 쫓아서 왔던 사람들도 섞여있었다. 사치코님 팬이며, 기세등등하고, 지기 싫어하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그녀들은 미나코님이 "'리리안 백서'에서 발표하니까"라고 3번 설득했음에도 납득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최후까지 남게 된 사람들이었다. 
"관계자 등등을 합해도 20명을 넘지 않을꺼야... 딱 좋은 수일지도 모르겠어."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면서, 미나코님은 그 10명을 향해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좋아요. 지금부터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의 카드를 회수하러 갑시다. 그 대신에 당신들은 '리리안 백서'의 독자 리포터라는 형식으로 사치코님의 보물이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는 증인이 되어주었으면 하는데, 그래도 되겠지요?"
'물론'이라고 10명 전원이 동의했다. '지금부터'와 '증인'이란 말에 유미도 불타올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들은 미나코님의 계략에 놀아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되었다. 관계자만 회수하러 가게 되면 처음부터 숨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반드시 제3자를 증인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미나코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은 희망자 전원을 데리고갔어도 상관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사람 수가 많아져서,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사치코님의 팬을 추려냈다는 말이다. "정답은 '리리안 백서'에서"라고 우선 발표한 후에, 포기하는 것이 빠른 학생들은 빨리 집에 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다. 
"유미짱도 가는 거지?"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유미는 기쁘게 '예'라고 대답하고는 남은 학생들 사이로 들어갔다. 다른 부통이나 그 자매들은 함께 오지 않았다. 나중에 '리리안 백서'를 체크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정도의 흥미뿐이겠지. 그 기분은 자신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깃발 같은 것은 없지만, 마치 관광버스의 가이드 같다. 미나코님은 의욕에 넘쳐서 그 집단을 선도했다. 미나코님의 뒤에는 사치코님. 유미는 조금 사양해서 맨 뒤에 붙었다. 사치코님은 대체 어디에 숨기셨을까?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학교건물의 복도를 걸었다. 
"사치코님, 언제 숨기러 가셨나요?"
전방에서 가던 1학년이 사치코님에게 물었다. '놓칠소냐'라는 심산으로 유미도 귀를 바짝 세웠다. 
"오늘 아침 일찍. 쉬는 시간에는 누군가에게 보일지도 모르잖아?"
사치코님은 보통 때보다 빨리 등교해서 자신의 카드를 숨긴 모양이다. 물론 사전에 신문부에 문의해서 '언제, 어디에' 숨길 것인가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실망이야. 내 카드만 아무도 찾아주지 않다니..."
사치코님은 팬인 소녀들에게 대체 어디를 찾아보았냐고 역으로 질문했다. 그 대답을 들으면서 일행은 학교건물의 뒤편으로 나왔다. 
(어...?) 
왠지 이상한 기분. 이유를 알고 보니 유미가 아까 막 왕복했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앞에는 반쯤 폐옥이 되어버린 그 온실이 있다. 두근두근이 쿵쾅쿵쾅으로 변했다. 천천히 걷고 있을뿐인데, 고동이 격해지고 있었다. 
(설마... 하지만... 엇) 
'그거야 그거'라는 것은 이런 감각을 말하는 것일까... 혼자서 당황하는 동안에 점점 그 장소의 앞까지 오고 말았다. 맨 뒤에 부록처럼 붙어있었기 때문에 유미에게는 지금의 이 놀람을 전하거나 의견을 들어줄 상대가 없었다. 
"여기에 숨겼어."
사치코님은 방향을 바꾸면서 말했다. 
"온실...!"
유미의 앞에 있었던 10명의 거의 반수가 가지고 있던 지도를 바스락거리면서 펼쳤다. 아마도 그곳이 영역 안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학생이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온실은 지도의 끝에 눈에띄지 않는 위치에 있기는 했지만 분명히 기재되어 있었다. 출입불가의 표시인 사선이 그어져있지 않았다. 
"들어갈까?"
열린 문을 잡고서, 사치코님이 팬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다렸다. 모두가 들어간 것을 인식하고 나서야 숨긴 장소를 알려주려는 마음 씀씀이인지도 모르겠다. 
"저... 언니." 
마지막이었던 유미는 지나칠 때에 망설이다가 말을 걸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얼굴색이 안좋잖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유미가 몸 상태가 안좋은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저, 왔었어요. 오늘 여기에. 하지만, 발견하지 못했어요..."
"어디를 찾았는데?"
"로사 키넨시스의 뿌리 근처의 흙속이요." 
"설마..."
사치코님은 유미의 손목을 잡고서, 대단한 기세로 미나코님과 팬 10명을 제치고 로사 키넨시스가 심어져 있는 앞으로 왔다. 모두들, 흠칫 놀라서 보고만 있었다. 
"네가 찾은 장소가 여기야?"
"에, 예..."
유미가 파헤쳤다가 다시 묻은 장소에는 꿈 따위가 아니라는 증거로 까맣게 된 흙이 공기를 머금어서 튀어 올라와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쫓아온 미나코님에게 사치코님은 '사실은...'이라고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유미, 정말이야?" 
라고 물어보았지만... 사치코님이 무엇을 말했는지 잘 못들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정말로 여기를 팠었어?'라고 다시 물어왔기에 유미는 크게 끄덕거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럴 리 없어. 내가 여기에 묻었는데?" 
사치코님이 히스테리 일보직전의 박력으로 외쳤다. 
"유미가 너무 조금 판 거 아니야?"
"전, 이만큼 팠었어요. 하지만 없었습니다." 
유미는 '이만큼'이라고 말하면서 양손을 약 20cm 벌려 보였다. 
"어차피 놓친 거잖아."
울컥. 
"혹시 제가 놓쳐버린 거라고 해도, 그렇게 될 정도로 깊게 묻은 언니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발견되는 것을 목적으로 숨기는 것인데, 그렇게 깊게 묻을 바보는 없어.기껏해야 이정도야."
이번에는 사치코님이 양팔로 유미의 반 정도의 길이를 나타내었다. 
"그럼, 어째서 저는 그렇게 얕은 장소의 카드를 발견하지 못한 건가요!"
어느 사이엔가 유미도 대들어버리고 말았다. 왜냐면 이쪽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치코님이믿어주지 않으니까. 그 때, 등 뒤를 누군가가 쿡쿡 찔렀기 때문에 '헉'하고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자매싸움은 나중에 천천히 하시길 바랍니다만?"
미나코님은 쓴 웃음을 지었다. 사치코님 팬들은 입을 쩍 벌리고는 사치코님과 유미를 보고 있었다. 설명도 없이 두 사람이나 알만한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사치코님의 일면을 강제적으로 보아버렸다는 부록까지 붙어버렸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쇼크였는지도 모르겠다. 유미도 처음에는 그랬다. 
"파보면, 어느 쪽의 말이 옳은지 알 수 있지 않겠어?"
미나코님이 적당한 조언을 해주었다. 사치코님도 유미도, 머리로 피가 몰려있었기 때문에 그런 간단한 것조차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유미는 아까 쓰고는 막 돌려놨던 묘삽을 들고 와서는 미나코님에게 넘겼다.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라는 명목으로 제3자에게 파도록 한 것이었다. 
"판다니, 여기를 판단 말인가요?"
"에? 정말로?"
미나코님의 손에 들린 묘삽이 최초의 흙을 퍼올리자, 온실 안은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아까 묻었다고 들었는데... 설마 흙 속에 카드를?"
이유도 모르고 동향을 지켜보고 있던 사치코님의 팬들은, 여기까지 와서야 간신히 상황을 이해한 듯하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장소에? ...아!"
예의 눈썹이 인상적인 소녀가 작게 외쳤다. 어디라도 감이 좋은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설마, 이 나무가 로사 키넨시스라는..."
"맞아."
사치코님이 꽃처럼 웃었던 그 때, 미나코님이 '있다'라고 소리쳤다. 유미도 사치코님도, 사치코님을 둘러싸고 있던 모두들도 일제히 그 장소를 들여다보았다. 
"그럴 리가..."
중얼거린 사람은 유미였다. 믿을 수 없었다. 묘삽으로 흙을 치운 곳에, 선명한 비닐 밀폐포가 눈에보였다. 비춰서 보이는 안에는 틀림없는 빨간 카드. 
"하지만, 아까는 분명히..."
말하면 말할수록 패자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유미는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이 믿고 있었던 그 기억이 틀렸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었다. 
"유미씨, 유감이야."
미나코님이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웃... 이런 건 더 싫어... 차라리 비웃는 편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래, 증인도 있어요."
"증인?"
"아마도 1학년인 것 같았는데, 키가 작고 저같이 머리를 둘로 묶고 있었고, 귀밑머리가 볼까지 오는 사람도... 저, 같이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는, 글쎄..."
우마와는 다른 학급의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을 물어두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봐도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였다. 
"정말로 있었어? 그 사람?"
"유미씨, 꿈꾼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해버리면 점점 불안해진다. 그 학생은 누구였을까? 정말로 실존하는 인물일까? 하지만, 이 손이 기억하고 있다. 차가운 흙의 감촉. 그것은 절대로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응석받이처럼 외치자, 뒤에서부터 어깨에 살짝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믿을께."
천천히 돌아본다. 아니, 그 전에 알고 있었다. 그 손의 중량감과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 
"언니..."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아까는 정말로 없었던 거지?"
그 이상이란 것이 없을 정도로 상냥한 얼굴로, 사치코님은 수긍해주었다. 그래서 유미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반론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믿어 주었으면 했던 것은 단지 한사람뿐이었으니까.사치코님이 믿어준다면, 그뿐이었다.

"꺅!"

어둑해진 온실 안에서 갑자기 플래시가 터졌다. 
"실례. 놀라게 해버렸네." 
어느 사이에 들어와 있었는지, 츠타코가 사치코님 팬 사이에 서있었다. 
"하지만, 무척이나 좋은 장면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잠깐 실례합니다'라고 앞으로 나와서는, 미나코님을 몰아낸 다음에 구멍이 잘 보이는 위치까지 나아갔다. 
"증명사진, 찍어둘께요."
번쩍번쩍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셔터를 눌렀다. 만족할 만큼 찍자, 이번에는 돌아서서는 관중들의 모습을 찍고 있다. '신문에 게재해도 좋을 사진을 찍어줄지도'라고 기대하는 미나코님은, 제멋대로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부의 에이스에게 간섭조차 하지 않는다. 
"어?"
일어서서는 나가려던 츠타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미, 학생수첩 빌려줘."
"에?"
"괜찮으니까 빨리 좀. 2개 있어야 될 거 같아."
츠타코는 자신의 것과 내밀어진 유미의 학생수첩을 가지고, 다시 구멍이 있는 곳까지 갔다. 
"뭐할 생각이야?"
이번에는 미나코님도 입을 열었다. 
"이 학생수첩... 길이가 약 10cm 정도에요. 그래서 저는 크기를 알기 어려운 물건의 사진을 찍을 때, 보기 좋게 하려고 학생수첩을 옆에 두는 경우가 있어요."
흔히 쓰는, 담뱃갑 같은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말이지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구멍의 깊이."
말하면서 츠타코는 자신의 학생수첩을 구멍 안에 세웠다. 구멍 옆의 딱딱하게 된 지면이 원래의 높이였지만, 수첩의 끝에는 전혀 닿지 않았다. 
"자, 하나 더."
이번에는 유미의 수첩도 츠타코의 수첩 위에 연결했다. 그러자, 꼭대기가 간신히 지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17cm나 18cm 정도네요. 이번에는 사치코님의 증언과 다릅니다. 물론 정정하지는 않으시겠죠?"
"응. 내가 그렇게 깊게 묻은 기억은 없으니까."
사치코님은 웃었다. 그렇군... 무턱대고 부정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웃으면 되는 거였구나. 
"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사치코님이 묻었던 카드. 유미가 팠을 때에는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때에는 사치코님이 묻었던 장소보다 깊은 위치에 있었다. 마치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카드 자신이 잠깐 몸을 숨긴 것처럼 생각되는 이상한 일. 
"글쎄."
사치코님은 웃었다. 
"성 발렌티누스가 장난을 쳤다..."
사치코님은 밀봉한 비닐을 들어 올려서 미나코님에게 건넸다. 
"무리하게 진상을 찾아내는 것보다, 이 정도로 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 말에, 그 장소는 신神이 내려온 듯한 고요함이 깃들었다. 그 정도가 좋아. 유미는 생각했다. 오늘은 멋진 발렌타인 데이니까. 기적이 일어나도 별로 신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춥다고 생각되어서 밖을 보자, 언제부턴가 하늘에서 하얀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8

 

"약속으로는 온실에서 만나기로 한 거였지만, 지금 이야기할까?"
마지막으로 온실을 나가려고 할 때에, 사치코님이 유미에게 물었다. 
"아니요!"
유미는 힘주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초콜릿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는 것이 목적인데, 빈 손이라면 전혀 의미가 없다. 
"그래. 그럼, 일단 장미의 관에 돌아갈까? 날도 어두워졌고 눈도 오니까."
유미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치코님은 무뚝뚝하게 말한 후에, 종종걸음으로 먼저 걸어갔다. 돌아보지도 않는 사치코님을 유미는 쫓았다. 어두운 샛길. 언제까지 걸어도 줄어들지 않는 거리가, 마치 꿈 속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트렸다.

 

 

9

 

학교 건물로 들어가자 학생들은 자신의 교실에 짐을 가지러가기 위해서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결국 최후에 남은 사람은 미나코님과 사치코님, 그리고 유미뿐이었다. 사실은 유미도 가방이랑 코트랑 소중한 초콜릿을 가지러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지만, 계속 사치코님의 모습을 쫓아서 여기까지 와버렸다. 
"저, 바로 돌아갈 테니까 관에서 기다리고 계시겠어요? 정말 곧바로니까..."
"좋아. 서두르지 말고."
사치코님의 허가가 나자마자, 교실로 직행. 방과 후의 학교건물은 쓸쓸하기 마련이지만, 아직 보물찾기의 여운으로 각 교실에 전등이 켜있었기 때문에 평범했다. 1학년 복숭아반도 켜져 있었다. 츠타코일까라고 생각해서 들어가 보니 있었던 사람은 시마코였다. 개인 사물함을 열고서, 부스럭거리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어? 시마코, 아직도 있었어?" 
"아, 유...유미!?" 
뒤를 향해있었기 때문에 유미가 들어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놀라서 돌아보고는, 허리를 쭉 펴고는 잠깐 경직해버렸다. 
"미안. 놀라게 해 버렸네." 
"...정말로. 유미 때문에 오늘 아침에도 놀라버렸어요. 맞아요, 오늘 아침." 
시마코는 유미에게 달려들어서는, '혹시 알고 있어요?'라고 매달렸다. 
"뭐... 뭘?"
"핑크색의... 아니요."
말하고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유미가 알 리 없지요. 미안해요."
"그러니까, 뭘?"
"괜찮아요."
사물함의 문을 닫으러 돌아가는 뒷모습이, 꽤나 힘이 빠진 모양이었다. 
"뭔가 찾고 있는 거야?"
"예... 그렇기는 한데..." 
요령이 있을 리 없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의 책상 속을 보고서, 책상 옆에 무언가 걸려있지는 않나휙 본 뒤에 한숨을 쉰다. 
"시마코, 가방은? 장미의 관에?" 
"... 장미의 관. 그래, 장미의 관밖에 없어. 분명히 거기 있을 거야." 
자신이 두고 왔을 텐데, 시마코는 꽤나 떠들썩하게 가방을 둔 장소를 단언했다.

"보물찾기, 결국 성황이어서 다행이야."
"...그래요."
"사치코님의 카드, 추첨해서 선물한다더라. 물론, 데이트 권은 없지만. 나도 응모할까나." 
"아, 그렇네요."
"그건 그렇고, 시즈카님에게는 정말 놀랐어." 
"에? 아... 놀랐어요."
이쯤에서 유미는 시마코와의 회화를 단념했다. 교실을 나오자마자 이러저런 화제를 던져보았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 그것뿐만 아니라, '주의가 부족했어' 따위의 혼잣말을 하질 않나... 대답하는 것도 버드가지처럼 맞장구만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유미는 물어보았다. '뭐가 부주의했다는 거야?'라고. 그러자, 예상외로 확실한 대답이 돌아왔다. 
"거기가 보물찾기 구역 내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거기라니?"
"1층의 창고. 어떡해야 하죠? 제외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
대답해 주는 것은 좋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가 불명. 그래도 한정된 정보만이라도 모아서 추리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시마코는 그 방에 놓아두었을 무언가를 찾는 중이야? 그게 없어서 곤란해 하는 거고?" 
"그래요." 
"음..."
그래서 교실에 찾으러 왔던 것이었다. 분명히. 아마도 자신의 기억이 틀렸을지도라는 생각에서. 있어야 할 물건이 없어지거나, 없어야 할 물건이 있는 등등... 오늘은 왠지 이상한 날이었다. 정말로 발렌티누스의 장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물찾기에서 방을 수색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것은 훔치지 않을 텐데..."
"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이름이 쓰여진 것도 아니라는 둥, 오해받을 외견을 하고 있었다는 둥... 시마코는 마치 퀴즈 방송의 힌트 같은 말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벌서 장미의 관 앞까지 오게 되었다. 
"와~. 유미짱."
문을 연 순간, 로사 기간티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유미에게 뛰어들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전혀 알 수가 없다니까... 시마코가 보고 있는 곳에서 껴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시마코가 보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아까는 대단한 기세였기 때문에 참았지만, 유미짱에게 초콜릿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기다렸당~"
"초콜릿?" 
시마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미, 언니에게 초콜릿을 주셨나요?"
"에? 응..."
어찌되었건 간에, 오늘은 그런 여유가 없었다. 사치코님조차도 이제부터 줄 참이었기 때문에 어째서 로사 기간티아에게 초콜릿을 줄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고 있었을까... 
"아직도 멍해 있는거야? 시즈카에게서는 아까 직접 받았으니까, 그렇다면 역시 범인은 유미짱이잖아."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재촉일까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로사 기간티아는 그렇게 해서라도 초콜릿을 회수하고 싶은 것일까... 
"여기요."
유미는 손가방에서 상자 한 개를 꺼내서 로사 기간티아에게 건냈다. 재촉했으니까 안줄 수는 없지 않겠어? 무지하게 맛없는 트뤼프 초콜릿이 10개 들어간 갈색 상자지만... 시즈카님에게 초콜릿을 받았다고 좋아하고 있으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맛은 없지만, 특별히 독을 넣은 것도 아니니까 배가 아플 이유도 없다. 
"시마코, 이건 의리 초콜릿이니까 깊은 의미는 없어."
"어, 예..."
끄덕이면서, 시마코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초콜릿 상자를 건내받은 로사 기간티아조차도... 시마코 이상으로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라는 것은 유미짱이 아니었단 말이네."
"하?"
"어쩌지... 먹어버렸는데... 하지만, 정말로 유미짱이 준거라고 생각했거든."
이번에는 로사 기간티아가 의미불명의 말을 했다. 
"유미짱, 눈으로 신호하고 있었으니까라고... 하지만 어떤 식으로 생각해보아도 나에게 주는 거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거기서 유미는 감이 왔다. 아마도 시마코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미가 대신 질문했다. 
"그거, 혹시 핑크색 포장지에 싸여진 거였나요?"
"포장지는 아니었고 핑크색 종이 주머니였을꺼야. 핑크색을 바탕으로 한, 하얀 장미 모양." 
백장미 모양이었으니까 자신의 것이라고... 그런 생각은 고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장미 모양의 포장지 따위는 산처럼 쌓여 있으니까. 다행히도, '진범'의 의도는 로사 기간티아와같았기 때문에 큰 사건이 되지는 않았지만. 
"맛있었나요?” 
"응. 초보자같이 조금 모양이 삐뚤삐뚤하긴 했지만. 무척 맛있는 마블 케이크였어. 어라, 어째서?" 
'역시 범인은 유미짱이었잖아'라고 말하는 로사 기간티아의 손에서, 유미는 아까 주었던 초콜릿 상자를 뺏었다. 
"앗, 어째서..."
"무척이나 맛있는 케이크를 먹은 뒤에, 이런 초콜릿 먹으면 입이 돌아갈테니까요."
그리고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시마코에게 '다행이다'라고 말을 해주고는, 유미는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계단을 리듬에 맞추어서 올라갔다. 아마도 추리는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무척이나 맛있는 마블 케이크야말로 시마코가 찾고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계단을 리듬에 맞추어서 올라갔다. 2층에는 사치코님이 기다리고 있다.

 

 

10

 

"기다리셨습니다...앗"
2층의 부실에 들어가자, 사치코님은 혼자 테이블에서 문고판을 읽고 있었다. 
"아, 유미."
얼굴을 들고서, 조금 웃는다. '아... 얼마나 멋진 미소인가'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가능하다면 시간을 멈추게 하고는 계속 보고 싶다. 그렇게, 너무나 좋아하는 미소였다. 
"무언가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었지?"
사치코님은 책을 덮고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유미는 당황해서 걸어갔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모양이 되었다. 
"예. 저... 받아주셨으면 하는 것이..."
말하면서 유미는 손가방 안으로 손을 넣어서 내용물을 찾았다. 
"뭐야? 설마 로사리오는 아니겠지?"
"로, 로사리오!?"
"아닌가보네. 다행이다."
유미의 동요를 보고서 사치코님은 고개를 숙이고 작게 웃었다. 아무래도 속마음을 떠본 모양이었다. 그런 점은, 조금 장미님들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런 심장에 무리를 주는 말은 별로말해주지 않았으면 한다. 이쪽은 평범한 것조차 언니와의 진검승부를 대비하게 되어서 심장이 조여들어오니까. 
"생각해보니, 그런 자잘한 것으로 로사리오를 돌려줄 사람이라면 내가 동생으로 삼지도 않았을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사치코님은 곧고 긴 머리를 어깨에 걸쳤다. 
"하..."울컥. 이쪽의 마음 속의 아픈 곳을 찌르는 듯한 비꼬는 말이, 빼닮은 듯한 로사 키넨시스의 주특기. 사실 사치코님이 '그런 자잘한'이라는 가벼운 말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 유미는 꽤나 거창하게 생각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났다. 왜냐하면, 자신은 언니가 바라고 있는 동생의 모습과는 꽤나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되었으니까.

"내가 1학년이었을 때, 지금의 로사 키넨시스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어." 
'그야말로, 신神처럼...' 사치코님은 1년 전의 분위기를 찾아서 부실에 시선을 띄웠다. 
"그런데도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을 잘 모르겠어. 그래서, 자신이 없어졌던 거야. 분명."
말하면서 사치코님은 자신의 기분을 정리하는 듯 했다. 
"어제, 꽤나 말을 심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요."
'라고 대답하는 것도 아마 조금 심한 것일지도'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사치코님은 원래 얼굴 표정을 만드는 법이나 자주 쓰는 목소리 등이 재난(?)이 되어서 조그마한 것에도 꽤나 박력이 생기는 일이종종 있다. 
"그건 네가 나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당황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분명 나의 오해였던 모양이네?"
"예. 저... 그건...” 
'지금이다'라고 생각한 유미는 손가방에서 상자를 꺼내서 내밀었다. 
"이건?"
"초콜릿이에요. 레이님에게서 조언을 받아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언니에게 비밀로 하고 싶었기때문에 살금살금하는 것이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언니가 피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저란 사람이 순서라던가 결산이라던가 하는 것에 서툴러서, 혼자서만 불타올라서는 달려 나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 언니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따위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언니가물어봐도 만족스러운 설명을 할 수 없었어요." 
"...유미." 
"알고 있어요. 언니가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을 싫어하신다는 것은. 하지만, 저, 어떻게 해서라도 평소의 감사의 마음을, 형태를 가진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래서..." 
"유미!" 
조금 강한 어조로 말을 막았다. 
"내가... 싫다는 소리라도 했어?"
"하?"
"정말... 너는 말이 없는 것처럼 하고 있다가도, 말을 시작하면 둑이라도 터진 것처럼 멈추지를 않아. 역시 아직은 잘 이해할 수 없어..."
"저..."
"내가 치를 떨었던 것은,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고 싶다는 욕구를 나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가벼운 발상을 하는 일부의 학생들에 대해서야." 
"에..."
"그러니까 네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것이라면, 물론 고맙게 받아야겠지. 당연한 거 아니야?"
사치코님은 유미가 내민 상자를 살짝 손으로 집었다. 
"받아도 되겠지?"
'예'라고 말한 순간, 유미는 어떤 것을 알게 되었다. 상자의 색이 어째서인지 갈색. 
"고, 곤란해요. 돌려주세요, 언니."
상자를 되돌려 받으려고 힘을 넣었다. 하지만, 사치코님은 꽉 쥐고서는 놓아주지 않았다. 
"한번 내민 상자를 도로 가지고 가다니, 보기 흉해."
"그런 게 아니라..."
사치코님이 다섯 손가락으로 꽉 고정하고 있는 그 상자, 사실은 로사 기간티아에게 건네어질 물건이었다. 유미의 수제 트뤼프 초콜릿이란 점에서는 안의 내용물이 같았지만, 맛은 상당히 틀렸다. 로사 기간티아에게 뺏어온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에, 손가방에 넣어서 잡힌 상자가상아빛이라고 의심하지도 않고서 꺼낸 것이었다. 
"적당히 하고 손을 떼, 유미."
"언니, 그러니까, 사실은 이쪽이..."
유미는 남은 왼손으로 부자유스러운 동작을 해가면서 가방에서 또 하나의 상자를 꺼내었을 때, 그 일은 일어났다. 우선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았던 갈색 상자. 그것은 폭발했다(한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유미가 꺼낸 새로운 상아빛 상자. 그것도 폭발했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 둥글고 검은 색의 탄환(인 것 같은 물체)이 몇 개인가 테이블 위를 빠르게 때리면서 붙었다. 
"아..." 
서로 전력으로 잡아당긴 결과, 상자가 부서져서 안에 있던 초콜릿이 튀어나왔다. 그것이 진상이었다. 두 번째의 상자는 첫 번째가 부서져서 균형을 잃은 사치코님이, 순간적으로잡았기 때문에 첫 번째와 같은 결말이 벌어졌다는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서로의 머리 위로 초콜릿이 떨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위안은 되었다. 절인 매실 크기라고는 하지만 상대는 초콜릿. 맞으면 당연히 아플 것이다. 두 사람은 테이블 위와 그곳 말고도 굴러 떨어져서 마루에 흩어진 초콜릿을 바라보며 한동안 맥이 빠진 채로 있었다.

 

"... 이거, 무언가의 퍼포먼스?" 
이윽고는, 사치코님이 웃었다. 
"예. 깜짝 초콜릿이라고 합니다."
"깜짝 초콜릿?"
"입이 돌아갈 정도로 대단한 맛을 가지고 있는 '꽝'이 있습니다. 그것이 깜짝." 
"바보네."
사치코님은 농담으로 들었는지, 웃으면서 테이블 위의 하나를 집어서는 입으로 가져갔다. 
"앗!"
말릴 틈도 없었다. 
"괜찮아. 테이블 위의 것이니까."
"하..."
사치코님이 한번 떨어진 것을 입에 넣는다는 것도 분명히 놀라웠지만, 그것보다는 먹어버린 초콜릿의 맛이 더 신경쓰였다. 
"...어떤가요?"
유미는 두려움에 떨면서 물었다. 사치코님은 눈을 감고서, 입 안에서 초콜릿을 한동안 굴리더니, 다시 눈을 뜨고서 말했다. 
"맛있었어."
'휴...'라고 유미는 가슴을 문질러 내렸다. 
"다행이다. 자, 그것은 '당첨'입니다." 
제작자인 유미조차, 잘~보지 않으면 '당첨'과 '꽝'의 구별이 가지 않는 두 종류의 초콜릿. 확률은1/2. 역시 사치코님. 운이 따라주고 있다. 사치코님이 '꽝'을 입에 담지 않도록, 유미는 재빨리 테이블 위의 초콜릿을 주웠다. 주우면서 일단 눈을 크게 뜨자 구별이 되었다. 혹시라도 한 개 먹고싶다고 말할 때를 대비해서 비교적 깔끔한 성공작을 줍지 않으면... 전부 20개였던 초콜릿은, 테이블 위에 15개 흩어져 있었다. 
"'당첨'이라면 무언가 좋은 것이 있어?"
"그러니까..."
아차... 생각해놓지 않았다...라기보다, '깜짝 초콜릿'이란 이름도 지금 방금 생각해낸 것이었다.하지만 '당첨'과 '꽝'이라면 추첨. 추첨에는 경품이 붙기 마련이었다. 몸을 숙이고는 바닥에 떨어진 초콜릿을 주우면서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맛있는 초콜릿 자체가 경품이었지만,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다. 남은 초콜릿은 싱크대 밑이라던가, 문 옆이라는 다양한 장소에 굴러가 있었다. 평소에 분명히 청소했는데도, 방안에 굴러다니자 표면의 코코아 파우더는 어딘가 날아가 버리고, 대신에 고운 모래라던가 먼지가 무참하게 붙어서 무언지 알 수 없는 물체가 되어버렸다. 실례지만, 일본식 과자의 참깨 범벅 경단과 좀 닮았다. 후...하고 입김을 불어서, 표면을 깨끗하게 한다. 끝까지 찾아내서는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단, '당첨'인지 '꽝'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3개까지는 간단하게 찾아냈지만, 마지막 한 개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당첨'이 9개, '꽝'이 9개였다. 사치코님이 먹은 것은 '당첨'이었으니까 어딘가에 '꽝'이 하나 있어야 했다. 혹시라고 생각하고는 테이블 위를 한번 더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초콜릿이 발견되었다. 무참하게 잡아당겨져서 찢긴 상자 속에, 귀퉁이에 걸린 채로, 기적처럼 그것은 몰래 숨어있었다. 
"언니."
유미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그 초콜릿을 집어 올리면서 말했다. 
"'당첨'을 뽑으면, 예외 없이 저와의 반나절 데이트가 주어집니다만..."
최후의 한 개는, 어째서인지 '당첨'의 상자에서 나왔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