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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번외] 나카키요노 -3- 천적이 있는 풍경 천적이 있는 풍경(天敵のいる風景) 1 "도착했어" 어딜 어떻게 달려 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차는 사고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알고 있는 기도란 기도를, 몇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르겠다. "아직 천국이, ......아닌 것 같네요"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조심스레 창 밖을 내다본다. 그곳은 '한적한' 이라고 표현하는 게 딱 맞는 느낌의, 나무가 많은 주택가였다. 단순히 밋밋하다는 의미를 많이 포함해서 한적하다고 불리우는, 우리집 주위와는 전혀 다르다. 미적감각 같은 걸 계산해서 심어놓은 듯한 나무들이, 넓은 땅의 높은 담과 거리 외곽의 낙낙한 산책로를 채색하는 가로수로서 멋지게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여기 어디에요?" "그야, 오늘밤 잘 곳이지" "그거, 정말이었나..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번외] 나카키요노 -2- 1월 2일, 새해맞이 2일에 신사에서 새해맞이(二日に神社で初詣) 1 봉(일본 명절. 우리나라로 치면 한가위 - 역자주)과 정월. 도쿄는 인구가 준다는 것 같지만, 있는 데는 있고 없는 데는 없달까, 밀도의 차이는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당장, 그저 주택가일 뿐인 우리집 주위를 보자면,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한 듯 휑하니 조용해서, 버스 정류소까지 걸어서 약 7분이라는 거리 동안 만난 건 동네의 주인없는 얼룩고양이 한마리 뿐. 정월 2일 점심때쯤 되면, 새해맞이 가려는 사람도 별로 없는 걸 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연하장배달도 오늘은 쉬던가. 평일 아침저녁으로 밀리는 버스길은, 가끔가다 생각난 듯 자가용이 부드럽게 지나갈 뿐, 무지무지 조용했다. 공기까지 맑게 느껴진다. 정류소에서 기다리는 건 나 혼자. 버스가..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번외] 나카키요노 -1- 1월 1일, 정초 긴긴 밤의(長き夜の) 1월 1일(一月一日) 1 "야마나시, 갈까 하는데" 발단은, 부모님의 그 한마디였다. "야마나시?" 나와 동생 유우키는, 그들의 아이로서 당연히 되묻는다. "언제요?" "왜요?" - 하고. 조금 놀란감정을 담아서. 그도 그럴 것이, 맨 처음의 '야마나시 갈까 하는데' 발언은, 텔레비전의 새해맞이 방송에서 카운트다운이 막 끝나고, 새해 첫날 0시 정각에 붙여야만 한다는, 어딘가의 신사에서 받아 온 부적을 아빠가 받침대에 올라가 거실 벽에 붙이고, 가족 모두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를 무사히 주고받은 직후에 나온 말이었던 것이다. 그야, 아무런 맥락도 없으니 물음표가 날아다녀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아직 세뱃돈도 못 받았는데. "할머니, 혼자 계시는 모양이야. 올해 정월엔" 엄마가,..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로사 카니나 -5- 자그마한 비밀 자그마한 비밀(ささやかな秘密) 1 토요일. 4교시가 끝난 뒤의 HR 시간을 써서, 1, 2학년의 각 교실에서는 학생회 임원 선거의 투표가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각 반에 두명씩 있다. 회수한 투표용지와 결석등으로 사용되지 못한 용지의 장수를 각각 확인하고, 출석부에서 불결사항을 옮겨 적은 각각의 전용 봉투에 넣어 봉한 후, 개표실로 가져가는 것이다. 개표실은, 연초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용하고 있는 교실 반 정도 크기의 방이다. 여기는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학원제 실행위원회실이 되기도 하고 체육제 실행위원회실이나 문화부의 전시회에 사용되기도 하는 편리한 방이었다. 참고로 강사실 옆에 있다. 선생님 입회 하에 그날 곧바로 개표. 한 명이 읽고 한 명이 正자를 써 가는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사람은 충분..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로사 카니나 -4- 쇠르의 존재의의 스-루의 존재의의(姉妹(ス-ル) の存在意義) 1 "무슨 일 있었어? 시무룩한 얼굴하고선" 장미의 관 현관 앞에서, 누군가가 뒤에서 유미의 어깨를 두드렸다. "......로사 키넨시스" 오랜만에 뵙는 그 얼굴은, 평소와 마찬가지. 상냥하고, 여유가 있고, 무심코 울며 매달려버리고 싶어지는, 뭐든지 내맡겨도 틀림없는, 그런 얼굴. "와 계셨었나요" "어머, 거의 매일 학교에는 와. 그저, 입시가 끝날 때까지 남는 시간은 공부로 돌리려고 마음먹었을 뿐이야. ......춥구나. 들어가지 않겠어?" 로사 키넨시스는 문을 열고, 유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었기 때문에, 조금 안도하면서 관에 발을 들여놓는다. 다행이야, 제대로 올 수 있었어라고. 방과 후, 거의 일과처럼 오고 있는 장미..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로사 카니나 -3- 너, 무슨 생각해? 그대, 무얼 생각하나(君、何思う) 1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선거 공지가 있었다. 고등부 건물의 복도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포스터가 붙고, 선거까지의 일정 등이 발표되었다. 1월 마지막 토요일의 방과 후가 투표일, 그 3일전 수요일에 연설회가 있게 되었다. 입후보 마감일은 연설회 일주일 전으로 아직 시간이 있었지만, 사치코님과 레이님은 접수 첫날에 일찌감치 수속을 마치고, 선전 포스터용 도화지 20장과 연설회에서 후보자가 걸 어깨띠용 흰 천을 받았다. 일찍 입후보를 표명한 것은, 뷔통인 2학년 두사람 뿐만이 아니다. 그건 로사 카니나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금 현재, 입후보자는 이상 3명. 시마코양은 어쩔 생각인지 아직 미적미적하고 있다. 입후보한순서로 당선되는 게 아니니까 뭐 느긋하게 해도 상..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로사 카니나 -2- 흑장미님? 로사 카니나(흑장미님)?(黑薔薇さま? (ロサ- カニ-ナ)) 1 다음날, 유미는 조금 일찌감치 등교해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리리안 여학원의 중, 고등부 도서관 열람실은 보통 일곱시 반부터 열린다. 도서위원을 맡은 학생이 학교에 와 있지 않으니까 사서 선생님의 부담이 된다고 해서 대출이나 반납은 여덟시가 지나서야 가능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자료를 찾는다거나 조용히 공부하고 싶은 학생 등에게는 굉장히고마운 일이다. -그래봤자, 그 고마운 시스템을 유미는 지금껏 그다지 활용하지 않았었지만. "에 그러니까 장미 도감, 장미 도감......" 집에 있었던 식물도감에서는 로사 카니나 같은 이름의 장미는 찾을 수 없었다. 로사 카니나 뿐만아니라, 로사 키넨시스도 로사 페티다도 로사 기간티아도 실려 있지 않았으니..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4권 로사 카니나 -1- 쓸쓸한 따뜻함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マリア樣が見てる) 로사 카니나(ロサカニ-ナ, Rosa Canina)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상쾌한 아침인사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마리아님의 정원에 모인 소녀들이 오늘도 천사같이 천진한 웃음을 띠고 높은 문을 지나간다. 더러움을 모르는 몸과 마음을 짙은 색의 교복으로 감싸고. 스커트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얀 세일러 칼라가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히 걷는 것이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등교시간 아슬아슬하게 뛰어가는 등의 품위없는 학생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사립 리리안 여학원. 메이지 34년(1902년)에 건립된 이 학교는 원래 귀족의 영애를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있는 가톨릭계열 아가씨 학교이다. 도쿄시내, 무사시노의 옛 모습이 남아.. 2020. 6. 25.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3권 [번외] 새하얀 꽃잎 -4- 겨울의 잔화, 그리고 겨울의 잔화, 그리고(冬の殘花, そして) 1 그 날 이후, 나는 아무 것도 할 마음이 들지 않게 되었다. 시오리를 위해 공부로 좋은 결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어져서, 당연히 수업 태도는 악화되었고 쪽지시험 결과도 좋지 않았다. 나는 교무실에 몇 번이나 불려가, 이유를 추궁 당했다. 예전에도 생활 태도는 좋지 않았었고, 클래스메이트와의 협조성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성적이 떨어지자 정색을 하고서 지도하려는 담임의 태도에 혐오감을 느꼈다. 공부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는 건, 1학년 소나무반의 쿠보 시오리에게 채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해 주면, 담임을 얼마나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설교당하는 동안, 나는 그런 공상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애니까 .. 2020. 5. 9.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3권 [번외] 새하얀 꽃잎 -3- 가을의 연정 가을의 연정(秋の煙情) 1 시간의 경과와 함께 시오리의 존재는 내 안에서 점점 더 커져갔다. 아직 여름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9월. 방학 전과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는 평범한 일상생활에, 나는 아무래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름 동안 눈부신 나날을 주었던 이 학교가, 왠지 모르게 갑갑해졌다. 학년이 다른 두 사람은 같은 학교 안에 있어도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틈만 있으면 시오리를 만나고 싶어. 수업 중에도 시오리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나는, 어느 샌가 자연 속에 틀어박히는 것 보다 강하게, 시오리와 녹아 섞여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바라게 되어 있었다. 이 마음은 뭘까. 자신 이외의 다른 누군가를 원하는, 그 종착점은 뭘까. 나로서는, 내 안의 이 마음이 남녀간의 연애와..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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