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선] 키퍼 스토리 (Keeper's Story) -1- 오래 전 어느 날

나는 빈민굴에서 태어나 아주 가난하게 자랐다. 일찍이 부모님에게 버림 받아 먹고 살기 위해 도둑질과 구걸도 했다. 하지만 꾀가 많고 잘생긴─내 상스런 말투를 용서해 주시길─나는 우연한 기회에 명예를 얻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리고 지금은 조용한 시골로 내려가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어쩌면 여러분은 이미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한때 높은 자리에 있었던 분들 중에는 내 얘기를 듣고 뭔가 기억나는 게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연설도 잘 하고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나를 이상하게도 정치가들은 그들의 세계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도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캐니데이 가문에서 태어났다. 역사가 아주 오래 된 우리 가문은 그 옛날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의 벽에도 그 모습이 남아 있다. 흔히 나를 무어라고 부르는지 듣는다면 아마 여러분은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개!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난 바로 이 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개 취급하는 것이 싫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이름이 있으니까.

  

 

사실 나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기가 죽곤 하는데 그건 내 출생이 좀… 지저분해서이다. 하지만 많은 개들이 그렇게 지저분한 곳에서 태어난다. 개들은 사람과 달리 깨끗하고 위생적인 곳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대부분의 개들이 차고 한 귀퉁이나 녹슨 세 발 자전거와 초록색 이끼가 낀 못 쓰게 된 자동차 타이어 등이 버려진 곳에서 태어난다. 또는 축축하고 거미줄이 잔뜩 쳐진 지하실 한 구석의 곰팡이 냄새가 폴폴 나는 옷더미 속에서 태어난다. 나는 뒷골목의 나무 울타리 밑에서 4형제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그 골목엔 쓰레기통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투쥬르 퀴진(Toujours Cuisine)'이라는 간판을 단 프랑스 식당 뒷문이 나 있었다.

우리 엄마가 그 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먹을 것을 쉽게 구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를 돌보느라 피곤한 엄마는 길거리나 남의 집 뒷뜰을 헤매면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 싫을 때가 있었다. 지친 엄마는 쉴 자리가 필요했다. 울타리와 쓰레기통 사이의 그 구석은 조용하고 어두컴컴한 비밀스런 장소로 땅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한때 그 곳에는 고양이가 살았다. 엄마는 코로 킁킁 냄새를 맡아 보더니 그 곳에 먼저 살았던 임자가 고양이, 그것도 수코양이란 것을 알아 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고양이는 더 이상 근처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그 주변에 여러 차례 엄마의 자리라는 표시를 해 두었다. 그런 다음 주변을 빙빙 돌아다니며 발로 쓰레기를 긁어 모으고 쭈글쭈글 종이를 구겨 보드랍게 해 아기 낳을 자리를 만들었다. 물론 그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지만 개의 세계에서는 모두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나는 엄마가 어떻게 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아마도 엄마는 많은 생각을 하고 정성을 다해 새끼 낳을 자리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혹은 열흘이 지난 후 우리가 태어났다. 아들 셋이 먼저 태어나고 마지막으로 작고 연약한 딸이 태어났는데 지금은 오직 한 형제만이 내 곁에 남아 있다. 다른 형제들은 아주 오래 전에 마음 아프게 헤어졌다. 그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 웬일인지 개들은 어릴 때 부모 형제와 헤어져서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우리 형제는 같이 뛰어 놀고 서로 싸우며 짖는 연습을 했다. 또 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여러 가지 폼을 잡기도 하고 각자 다르게 귀를 쫑긋대기도 했는데, 그건 모두 다른 뜻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직은 약하기만 한 다른 형제들의 꼬리를 물어 당기는 장난도 많이 했다. 그리고 가장 젖이 잘 나오고 빨기도 쉬운 젖꼭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쳐 냈다. 엄마는 우리가 깽깽거리고 다투는 것을 피곤하지만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만약 우리가 힘없는 다리를 비틀거리면서 엄마 품에서 너무 멀어지면 커다란 발을 뻗어 다시 끌어안아 주었다. 우리는 언제나 엄마 품에 폭 안겨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잤다. 엄마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마음은 항상 편안해졌다. 엄마가 숨을 내쉴 때마다 우리들의 몸도 함께 들썩거렸다.

가끔씩 엄마는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켠 다음 우리를 품에서 떼어 냈다. 형제 중 하나가 텅 빈 공중에다 발을 바동거리며 있는 힘을 다해 젖꼭지를 물고 늘어져도 엄마는 금방 몸을 흔들어 그를 떼어 냈다. 그리곤 우리를 두고 어디론가 나갔다. 엄마가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한데 모여서 작은 소리로 훌쩍훌쩍 울었는데 가끔씩은 엄마 없는 빈 집에서 조금이라도 따뜻한 자리를 찾으려고 꼬물꼬물 돌아다니기도 했다. 엄마가 아주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 우리를 끌어안아 주어야 겨우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눈을 뜨게 된 후에야 나는 엄마가 잠시 우리 곁을 떠나 어디를 다녀오는지 알았다. 제일 먼저 엄마는 식당으로 갔는데 정문으로 가지 않고─나중에 내가 자란 다음에 가 보니 정문은 나무를 솜씨 좋게 파서 만든 것으로 놋쇠 장식판까지 붙어서 매우 화려해 보였다─늘 열려 있는 수수한 뒷문으로 갔다.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끔 밖으로 나와 뒷문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주방장의 흉을 보았다. 그렇지만 때로는 덜걱거리는 프라이 팬 소리와 접시닦이들과 샐러드 담당 요리사가 다투는 소리에 지친 주방장이 혼자 나와 길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는 힘이 쭉 빠지고 피곤한 모습으로 문에 기댄 채 프랑스 어를 중얼거렸다. 주로 '하나님' 또는 '제기랄'이란 말이었다. 주봉장은 그 곳에는 자기 혼자만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처럼 머리 좋은 개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알지 못했겠지. 그렇게 몇 번이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주방장은 늘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마음을 가다듬어 난장판이 벌어졌던 부엌으로 다시 돌아갔다.

어쩌다 가끔 식당문이 닫혀 있을 때면 엄마는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른쪽 앞발로 문을 긁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엄마가 앉아 있는 모습이 얼마나 우아했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마가 혈통 좋은 개라고 깜빡 속아 넘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혈통이 좋아도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없는 법!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지금 너무나 배가 고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따금 엄마를 흉내내는 개들도 있었지만, 결코 우리 엄마보다 멋진 포즈를 취하진 못했다.

엄마는 정말 멋진 개였다. 엄마에게는 콜리(스코틀랜드가 원산인 양치기 개)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순종 콜리의 귀족적인 코를 갖고 있었다. 굳이 다른 점을 든다면 콜리의 털이 쭉쭉 뻗은 데 비해 엄마 털은 곱슬곱슬하고 아름다운 황갈색이란 것이다. 나도 엄마를 닮아 곱슬곱슬한 털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형과 동생의 털은 쭉쭉 뻗어서 겉으로 보기엔 밋밋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우리가 위스피라고 불렀던 여동생은 털도 성긴 데다가 한 쪽 어깨가 점박이였다. 위스피는 생기 발랄하고 애교도 만점이었지만 그 겉모습 때문에 오랫동안 '지저분하게 생긴 개'─용서해 주시길, 나는 다시는 이 말을 입에 담지 않겠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먼 훗날 어떤 일이 위스피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때까지 위스피는 단 한 번도 예쁘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나 우리 엄마는 정말 멋진 개였다. 엄마의 태도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게다가 언제나 자세는 완벽했고─턱을 치켜들고, 꼬리를 내리고, 머리를 반듯이 세웠다─, 눈빛은 맑고 영리했다. 엄마의 얼굴에는 남을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도 있었다. 멋진 폼으로 앉아 있는 엄마를 보면 항상 누군가가 웃으면서 말했다.

"잠깐 기다려라. 먹을 것을 좀 가져올 테니."

그리곤 버터를 발라 바삭하게 구운 닭고기 한 조각─닭 기름은 털을 반짝이게 하는 데 좋다─과 베아른 소스를 뿌린 특별 투르느도 스테이크를 접시에 담아 갖다 주는 것이었다. 나는 형제들 사이에 파묻혀서 엄마가 닭고기와 쇠고기에서 소스를 조금씩 꼼꼼하게 걷어 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몸놀림이 얼마나 섬세한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늘 배가 고팠다. 그것은 엄마 배에 머리를 묻고 있으면 쉴 새 없이 꼬르륵 소리가 났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기품 있고 영리했다. 만약 게걸스럽게 밥을 먹는다면 사람들이 엄마를 깔볼 것이고, 결국 콜리들이 받는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피나는 노력으로 배고픔을 감추고, 50달러나 되는 프랑스 요리가 썩 맘에 차지 않는 듯 깔짝깔짝 먹었다. 그런 다음엔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괜찮은 식사였어. 하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식사를 할 때도 많았지.'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야채 덩어리를 삼키고 꼬리를 한 번 이리저리 멋지게 휘돌린 다음 타박타박 걸어 식당을 떠났다. 엄마는 정말 구경꾼 앞에서 연기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식당 문 앞에서 멋진 식사를 마치고 나면 엄마는 큰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큰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생각지도 않았던 먹이를 발견하곤 한다. 후식으로 먹기에 나쁘지 않은 아이스크림이라든가 핥아먹기에 좋은 햄버거를 쌌던 종이 등등. 그렇게 디저트까지 먹은 다음에야 비로소 엄마는 우리가 숨어 있는 비밀 장소로 돌아왔다. 엄마는 우리를 깔고 앉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몸으로 둥글게 원을 그려 우리를 품으로 끌어 안았다. 그러면 우리는 엄마 몸으로 기어 올라가 엄마 입 주위에 묻은 음식을 핥아 먹었다. 위스피와 나는 엄마 턱과 수염에 묻은 것을 맛보려고 기를 썼지만 형과 동생에게 밀리기 일쑤였다. 그러고도 그들은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투덜대고 화를 냈다.

 

우리의 성격 차이는 점점 분명해졌다. 형과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힘이 넘쳤고 싸우기를 즐겼다. 둘은 눈만 뜨면 끊임없이 물어뜯고 싸웠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늘 진짜 싸움으로 번졌다. 매일매일 골목은 싸움터 같았다. 둘이 싸울 때마다 겁에 질린 나와 위스피는 흐느껴 울며 엄마에게 도망쳤다. 그러면 엄마는 우리를 다독거리고 달래 주었다. 엄마는 싸우기 좋아하는 두 아들에게 터그(Tug; 투쟁)와 터슬(Tussle; 격투)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형과 동생은 여느 때처럼 쓰레기통 근처에서 싸움질을 하고 있었고, 나는 위스피와 함께 건물 한 쪽을 비추는 햇살 아래 누워 따뜻함을 즐기고 있었다.

"서그(Thug; 자객)와 머슬(Muscle; 근육) 좀 봐."

내 말에 반쯤 졸고 있던 위스피가 눈을 뜨더니 킬킬거렸다.

"서그와 머슬이라고?"

"입에서 그렇게 나왔을 뿐이야."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귀여운걸."

위스피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입 속으로 터그를 서그로, 터슬을 머슬로 바꾸어 불러 보았다.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멋진 이름이었다.

햇살 아래 몸을 쭉 뻗고 누워 터그와 터슬이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사람들에게서 들은 말 몇 가지를 연습했다. 형제 중 하나가 아침에 짖어 대던 것이 생각나서 나는 '짖는다(Yip)'라고 속삭였다. 그 다음에 생각난 말은 '꼬집는다(Nip)'였는데, 그 생각을 하자 진짜 아픈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으르릉(Grr)'이란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다음에 기분 좋게 말했다.

"털(Fur)."

나는 여동생을 흔들어 깨웠다.

"위스피, 어서 일어나. 내가 뭘 말하는지 들어 봐."

위스피는 눈을 뜨고 천천히 하품을 하면서 내가 말의 음을 맞추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치즈(Cheese)와 맞는 음은 뭐야?"

위스피가 작은 꼬리로 땅을 탁탁 치면서 물었다. 위스피는 그 무엇보다도 치즈를 좋아했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춘 다음, 엄마라면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을 무시무시한 단어 하나를 말했다.

"벼룩(Fleas)."

위스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안해." 나는 조용히 말했다.

"프랑스 어로 프와(Pois)라고 하는 콩(Peas)도 음이 맞기는 해."

잠시 후에 내가 덧붙여 말했다. 그러자 위스피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둘은 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음식에 콩이 섞여 있으면 그 콩들을 코로 접시 끝으로 밀어 냈다.

 

 

자라날수록 우리는 엄마 얼굴에 묻은 기름기 많은 찌꺼기나 젖 말고 다른 음식을 바라게 되었다. 엄마가 가끔씩 물어다 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우리는 저 멀리 어딘가에 멋진 음식 세계가 펼쳐져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마침내 말썽꾸러기 터그가 혼자 힘으로 먹을 것을 찾겠다고 보금자리를 떠났다. 늘 그랬듯이 그 날도 엄마는 음식을 구하러 나가고 집에 없었다. 우리들이 자란 만큼 먹는 양도 많아졌기 때문에 엄마는 더욱 자주, 더욱 오랫동안 음식을 구하기 위해 우리 곁을 떠났다.

나는 걱정스런 눈으로 터그가 용감하게 집을 나서는 것을 지켜 보았다. 나는 터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얌전한 위스피나, 아니면 거칠긴 하지만 마음은 착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터슬과 노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러나 어쨌든 터그는 내 형이었고, 나는 그가 음식을 구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 터그는 '투쥬르 퀴진'으로 가서 엄마가 항상 앉던 문 옆에 엄마의 자세를 흉내내어 앉았다. 그리곤 높은 소리로 깽깽 짖기 시작했다. 엄마는 절대 짖지 않았는데…. 때론 침묵이 사람의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엄마 생각이었다. 그러나 터그는 태어날 때부터 참을성이 모자랐다.

아직 어린 터그가 짖는 소리는 작았지만 그래도 접시닦이들 중 하나가 그 소리를 듣고 문 밖으로 나왔다. 그는 몸집이 아주 큰 사람으로, 이름은 피트였다. 나는 그를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그는 이상하게도 내가 볼 때마다 더러운 앞치마에다 손을 쓱 문지르고 주머니를 뒤져 구겨진 담뱃갑을 꺼냈다. 그의 팔에는 이상한 무늬가 있었다. 그것은 꽃을 두른 단도 문신으로 자주 색깔이었고 팔목에서 팔꿈치 중간까지 새겨져 있었다. 피트는 껄껄대면서 터그를 내려다 보았다. 그의 웃음 소리는 엄청 컸다.

"어이, 이리 좀 와 봐!"

그가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그 개의 새끼가 왔어!"

젖은 손을 닦으며 나타난 다른 접시닦이들은, 의기 양양하게 앉아 있는 터그를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터그를 잘 아는 나는 그가 지금 얼마나 불안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터그는 꼬리를 가볍게 떨었고, 귀도 똑바로 세우지 못했다. 아직 어린 그는 두려움을 숨길 수 없었다. 피트는 조심스레 터그를 들어올렸다. 그렇게 큰 손과 커다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놀랍게도 행동은 아주 점잖았다. 그는 배에 손바닥을 대고 어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생전 처음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터그가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그 가냘픈 다리를 버둥대는 걸 보며 알 수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는 그의 갈색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 때 갑자기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피트, 당했군!"

접시닦이 중 하나가 소리쳤다.

"이것 봐. 내 손에 오줌을 쌌어!"

피트가 소리쳤다. 터그가 떨고 있다는 내 추측은 맞았다. 개가 무서움을 탈 때면 그런 식으로 자제력을 잃곤 한다.

"어디 좀 보자."

빼빼 마른 흑인의 말에 피트는 오줌 묻은 손을 앞치마에 닦더니 터그를 넘겨 주었다.

"우리 아이에게 개 한 마리를 구해 주겠다고 약속했거든. 그런데 이게 숫놈이야, 암놈이야?"

흑인이 터그의 꼬리를 들치며 아래를 살피자 네 명의 남자가 한꺼번에 머리를 들이밀고 그 곳을 들여다 보았다. 정말 개의 세계엔 사생활이란 전혀 없다.

"암놈이야." 마침내 누군가 말했다.

"맞아, 암놈이야." 다른 사람이 맞장구쳤다. 나는 암놈이란 말에 수치심을 느꼈다.

"네 아이가 싫어할 것 같으면, 내가 데려갈게. 내 여자 친구도 개를 좋아하거든."

키가 가장 큰 남자가 말했다.

"암놈이 좋대."

"암놈이 더 순하지. 절대 물지 않거든."

마치 진리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피트가 선언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정말 멍청한 인간이란 것을 알았다. 그는 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데려갈게."

마침내 말라깽이 흑인이 결심한 듯 말했다.

터그는 그들의 대화를 알아 들었을까? 그들이 자기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것을 이해했을까? 개가 사람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데다가 터그는 우리 형제 중 가장 머리가 나빴다. 잘난 체할 생각은 아니지만 내 여동생 위스피는 공부나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다. 위스피는 내가 음을 발견하고 좋아하면 귀 기울여 듣고 예의를 갖추느라 몇 가지 질문도 했지만 전혀 학자 타입은 아니었다. 또 형 터그는 가장 맏이인 데다 용감했으나 똑똑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난꾸러기 터슬은 터그보다는 붙임성이 있었지만 그저 노는 것만 좋아했지 지적 호기심은 전혀 없었다.

우리 식구들 중 사람들의 말에 관심을 가진 것은 나 뿐이었다. 덕분에 접시닦이들이 터그를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그의 장래를 결정하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한 것도 나 혼자였다. 그리고 피트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을 때도 나는 그 뜻을 금방 알아 들었다.

"여기 한 마리가 있다면 분명히 어딘가에 더 있을 거야. 가서 찾아 보자!"

나는 허둥지둥 옆에 있던 납작하게 눌린 마분지 상자 틈으로 기어 들어갔다. 하지만 남동생과 여동생을 깨워 숨으라고 알려 줄 시간은 없었다. 어느 새 앞치마를 두른 네 명의 남자가 우리를 잡으러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축축한 마분지 상자 아래서 가능한 몸을 납작하게 한 채 떨면서 숨어 있었다. 아직 강아지인 나는 무척 몸이 작았다. 내 조상 중에 양치기나 사냥개로 유명한 개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사람들이 무릎에 올려놓고 귀여워하는 애완견의 피는 우리에게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사람 손 하나에 올려질 정도로 몸집이 작았다. 나는 수많은 손들이 내가 숨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팔 다리를 최대한 쭉 벌려 몸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무서워서 떨고 있는데도 머릿속으로 시상이 떠올랐다.

 

도망가요! 도망가요! 도망가요!

Flee! Flee! Flee!

 

덜덜 떠는 사이에 내 마음 속에 떠오른 말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자연스레 이런 말이 생각났다.

 

오줌 쌌어요! 오줌 쌌어요!

Gotta pee! Gotta pee!

 

정말 나는 무서움 때문에 오줌을 쌀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잠시 동안 나는 내 위험한 처지도 잊은 채 말들을 보기 좋게 늘어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코 앞에 닥친 위험이 너무 커 나는 곧 숨는 데에만 신경을 쓰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러고 보니 꼬리가 제일 걱정이었다. 꼬리가 상자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지 아니면 제대로 감추어졌는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의외로 개는 자기 꼬리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론 나는 내 꼬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비록 아직은 작고 덜 자랐지만 언젠가는 아주 멋진 꼬리가 될 징조가 보였다. 나는 숱이 많고 일자로 곧게 뻗은 꼬리를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꼬리가 상자 밖으로 나와 있는지 보려고 몸을 돌릴 때가 아니었다.

"여기 있다!" 피트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 왔다.

"여기 좀 봐. 어쩐지 너무 많이 먹는다 했지."

마른 흑인이 말했다. 그 소리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감히 그 쪽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바로 내 곁에 있는 것이다. 나는 혹시라도 꼬리가 상자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면 제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기만을 바랐다. 만약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그들이 내가 숨어 있는 곳을 발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 꼬리는 몸의 중요한 일부였지만 제멋대로여서 내 맘대로 하기가 어려웠다.

그 때 누군가가 말했다.

"피트한테 있는 것까지 합하면 모두 세 마리군. 귀엽지 않아?"

"두 마리를 데려갈까 하는데 너무 많은가? 만약 두 마리를 가져가면 내 여자 친구가 화를 낼까?"

"천만에. 여자들은 강아지를 좋아한다구. 아마 네가 강아지를 데리고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기처럼 혀 짧은 소리를 내면서 갖은 아양을 부릴걸."

"암놈이 하나 더 있나 찾아봐 줄래?"

그들이 터슬과 위스피를 들어올리는 동안 나는 떨면서 어서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곧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내 몸은 상자 밑에서 더욱 움츠러들었다. 접시닦이들은 다시 한 목소리로 개들이 모두 암놈이라고 말했다. 암놈과 숫놈도 구별하지 못하다니…. 이 때만은 내 형제들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다행으로 여겨졌다. 그 순간 내 꼬리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제 사람들은 강아지들을 한 군데로 모으고 있었다. 나는 내 형제들이 무서워서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그저 몸을 숨기기에만 바빴다. 그 때의 죄책감은 평생 나를 따라다녔다.

"이 개는 꼴이 영 말이 아니군."

누군가 말했다. 나는 그가 위스피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위스피는 털 색깔도 고르지 못하고 숱도 적었다. 그 목소리엔 못생긴 위스피에 대한 동정심이 스며 있었다.

"자, 이것도 같이 데려가자. 아무도 안 갖겠다고 하면 그 땐 동물 보호소로 보내 버리면 되니까."

나는 가슴이 뛰었다. 인간을 위한 것이긴 했지만 나는 '보호소'라는 말과 그 뜻을 알고 있었다. 거기에는 음식과 옷과 따뜻한 잠자리가 있다. 내가 태어난 이후 쭉 살았던 골목에는 가끔 부랑자들이 어슬렁댔는데, 비라도 오는 밤이면 그들은 보호소로 갔다. 보호소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우며 사생활은 없는 곳이지만 정말 먹을 것이 없을 때나 잠자리가 필요할 때 그 곳에 가면 음식과 휴식을 얻을 수 있단다. 그 때 나는 동물 보호소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렇게 하자."

강아지들을 앞치마로 싸 가지고 식당으로 가면서 피트가 말했다.

"동물 보호소에서 재워 줄 테니까."

나는 안심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내 모습을 드러내 함께 가야 할 것 같았다. 밥을 먹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즐겁게 논 다음에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틀림없이 벼룩 없는 깨끗한 담요도 있을 것이다. 나는 상자 밑에서 기어나와 문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기다려요. 나도 같이 있었어요. 나도 한 식구라구요. 같이 데려가 줘요. 나도 재워 주세요.

그러나 문은 벌써 닫힌 뒤였고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슬픔에 잠긴 나는 쓰레기통 뒤에 있는 우리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그리곤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꼬리로 턱을 문지르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나는 다시 음을 맞추는 놀이를 시작했다.

 

이제는 나 혼자 남았어! 어떡하지?

형제들은 가 버렸어! 여동생 역시!

All alone! What to do?

Brothers gone! Sister, also!

 

나는 시를 다시 한 번 외워 보았다. 그리고 내가 실수한 것을 발견했다. 두 번째 줄에서 '여동생 역시'를 '여동생도(Sister, too)'로 바꾸어야 했다. 단어들이 제 위치에 놓이고 음이 맞으면 그 시는 정말 듣기 좋다. 시가 없으면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까? 춥고 외로운 내 마음은 시를 짓는 사이에 어느덧 편안해졌다. 그런데 엄마가 벌써 몇 시간 째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전에는 이토록 오랜 시간 우리 곁을 떠난 일이 없었는데…. 나는 엄마가 보고 싶었고 엄마 품에 안겨서 젖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와서 아기들이 없어진 것을 보면 얼마나 슬퍼할까?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엄마를 기다리던 나는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추위 때문에 잠을 깬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엄마 냄새부터 찾았다. 엄마 냄새를 맡으면 언제나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에게서 특별한 냄새가 났고 어딘지 조금 달랐다. 다른 개의 냄새가, 그것도 수캐의 냄새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하품을 하면서 한 번 더 냄새를 맡기 위해 머리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엄마는 골목 끝에 있었다. 나는 쓰레기통 옆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엄마를 더 잘 보려고 까치발을 했다. 엄마는 키가 크며 털이 시커멓고 얼굴이 잘 생긴 도베르만(테리어 개의 하나로 경찰견, 군용견으로 쓰임)과 같이 있었다. 엄마는… 꼭 바람난 여자처럼 꼬리를 부자연스럽게 휙휙 돌리면서 둥글게 구부린 목을 도베르만의 매끄러운 어깨에 비벼댔다. 천하고 싸구려 같은 그 행동에 나는 몹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낑낑거리자 엄마는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를 본 엄마의 왼쪽 귀가 씰룩거렸다. 나는 다시 한 번 작은 소리로 짖었다. 그러자 엄마의 파트너 도베르만이 지루해 보이는 눈으로 나를 보더니 재빨리 엄마에게로 돌아섰다. 엄마는 한숨을 쉬었다. 둘은 잠시 동안 서로의 코를 부비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엄마가 지켜 보는 가운데 도베르만은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나는 재빨리 잠자던 곳으로 달려와 푹 쓰러져서는 자는 척 했다. 그리곤 기다렸다. 엄마의 발걸음은 아주 느렸고 마지못해 걷는 기색이었다. 예전에 엄마는 우리를 보면 얼른 달려와 사랑이 듬뿍 담긴 코로 우리가 무사한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얼른 몸으로 감싸 안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한숨을 쉬며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없어진 것이 슬퍼 그러는 줄 알고 나는 엄마를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엄마는 아이들이 없어진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오직 도베르만이 사라진 골목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떡해서든 엄마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낑낑거려 봤지만, 엄마는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난 더 이상 보채지 않기로 마음을 다져 먹었다.

 

얼마 후, 마침내 즐거운 저녁 데이트가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엄마는 내 옆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제 엄마는 엄마 노릇 하는 데 싫증이 난 게 분명하다. 나는 엄마가 파티에서 남자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엄마를 비난할 마음은 없었다. 엄마는 이제 겨우 세 살이었다. 엄마 앞에는 새로운 연애나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또 아기를 갖고 싶은 것이다.

나는 마치 발에 붙은 젖은 신문지 조각을 떼어 내는 일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발 하나를 열심히 핥으면서, 혹시 엄마가 예전처럼 내 몸을 쓰다듬어 주고 싶어하지 않을까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무성의하게 몇 번 나를 다독거리긴 했지만 생각은 다른 곳을 헤매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자식들이 없어졌다는 것을 눈치는 챘을까? 나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화를 알아차린 엄마가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며 잠자리를 긁어 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한숨을 푹 쉬면서 잠시 앉아 있던 엄마는 곧 눈을 감고 잠이 들어 버렸다.

나는 그 곁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자마자 혼자서 여기저기를 헤매는 꿈을 꾸었다. 두렵고 불안한 꿈이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 그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내 꿈은 나쁜 징조였던 것이다. 엄마가 누웠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개의 직감으로, 나는 엄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는 엄마에게 바치는 시를 짓고 싶었지만 도저히 끝마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모든 시마다 '혼자(alone)'라는 단어로 끝을 맺었는데, 혼자와 음을 이루는 말로 '뼈(bone)' 밖에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뼈를 생각하면 할 수록 엄마 생각은 덜 났다. 나는 내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건 바로 밥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심한 배고픔이 느껴졌다. 나는 코를 벌름거렸다. 골목 어디선가, 내가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에서 아침밥으로 먹으면 딱 좋을 냄새가 풍겨 왔다. 그 순간 갑자기 새로운 시가 떠올랐다.

 

꼬리야, 일어서라! 발들아, 앞으로 나가자!

햄과 비스킷 냄새가 나는 곳으로!

Upright, my tail! Forward, my legs!

I think I smell some ham and biscuits!

 

아니지, '비스킷'이 아니라 '계란(eggs)'이라고 해야 운이 맞는다.

그 순간 나는 시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알게 되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 시를 다시 한 번 외우자 새 힘이 솟았던 것이다. 그 시는 마치 국가나 행진곡 같았고 내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고아가 되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과거를 뒤로 한 채,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