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을 믿지 말라 - 프롤로그

작가 - 리자 러츠(LISA LUTZ)
서던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리자 러츠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그루즈 캠퍼스와 얼바인 캠퍼스, 영국 리즈 대학교 등 여러 대학을 다녔지만 아직 학위는 없다. 돈 안 되는 여러 이상한 직업들을 경험하며 90년대를 보냈고, 영화 <플랜B>의 시나리오를 썼지만 영화가 완성된 후 다시는 시나리오를 쓰지 않기로 결심한다.
2004년부터 <네 가족을 믿지 말라> 구상을 시작했으며, 뉴욕 웨스턴빌에 있는 200년 된 집에서 칩거하며 3년 만에 소설을 완성했다. 경찰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마땅한 주소지 없이 살고 있는 그녀는 첫 소설 <네 가족을 믿지 말라>를 통해 뉴욕 타임스, 아마존 닷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전세계 23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영화화가 진행되는 등 작가로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기회와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로렌 와이스버거와 <원 포 더 머니>의 재닛 에바노비치를 능가하는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녀는 현재 <네 가족을 믿지 말라>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리즈 소설을 집필 중이다.

옮긴이 - 김이선
서강대 영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오디션－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모든 것>, <암살주식회사>, <보트 위의 세 남자>, <고양이 전사들>, <자전거를 탄 세 남자> 등이 있다.


THE SPELLMAN FILES
Copyrightⓒ2007 by Lisa Lutz
All rights reserved.
This Korean edition was published in 2008 by Gimm-Young Publishers, Inc.
with arrangement of Spellman Enterprises, Inc. c/o Levine Greenberg Literary Agency, Inc.
New York through KCC, Seoul.



프롤로그 


샌프란시스코, 밤

나는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지하 주차장으로 숨어든다. 그러나 매끄러운 시멘트 바닥에 부딪히는 구둣발 소리 때문에 누구에게든 내 위치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들은 내 발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미행 당할 가능성이 있을 땐 절대로 이 신발을 신으면 안 되겠어.'
나는 나선형으로 뻗은 주차장 차도를 달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나를 따라잡을 수 없다. 거친 숨소리에 발소리가 묻힌다. 뒤쪽에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나는 제 자리에 멈춰 선다. 좀 더 신중하게 소리를 들어 보기 위해서다. 한 쪽 문이, 그리고 연이어 다른 쪽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시동을 걸고 있다. '대니얼의 차를 찾아야 해.' 나는 머릿속으로 그들의 다음 행동을 그려 보며 눈을 부릅뜬다.
순간 짙푸른 BMW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양 옆에 선 어마어마한 두 대의 SUV만 아니었으면 나름 괜찮았을 텐데. 아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신형 포 도어 세단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구멍에 열쇠를 꽂는다.
아뿔싸, 자동차 경보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마치 아랫배를 푹 쳐 오는 것 같아 잠시 숨을 쉴 수가 없다. 보안 시스템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내 차는 12년 된 뷰익이다. 그래서 열쇠로 차 문을 연다. 차 문은 원래 그렇게 여는 거였다. 나의 엄지 손가락이 더듬더듬 원격 장치를 찾는다. 경보 장치 소리가 멈춘다. 그러나 그들이 차도를 따라 올라오고 있다. 나의 신경을 자극하려는 듯 아주 천천히. 나는 마침내 차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른다.


자동차 추격전 #.3

정체를 알 수 없는 포드 세단 한 대가 나타난다. 아직은 아무런 행동이 없다. 그러나 내가 요란한 바퀴 소리와 함께 주차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 뒤에서 차도를 가로막고 선다. 이제 남은 것은 직진 뿐이다. 백미러로 그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나는 급하게 왼쪽으로 핸들을 틀며 거리로 뛰어든다. 나의 발이 바닥을 친다. 오호, 비싼 차가 보여주는 부드럽고 신속한 가속이 놀랍다. 사람들이 괜히 허세나 부리려고 이런 차를 사는 건 아닌가 보군. 하지만 익숙해지면 곤란하다. 내 차가 아니다.
속도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50마일을 가리키고 있다. 포드는 약 100미터 쯤 뒤에 있다. 하지만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하는 중이다. 나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다가 세크라멘토 스트리트 쪽으로 급우회전을 시도한다. 하지만 적은 이미 나의 모든 트릭을 꿰뚫고 있는 자들이다.
두 개의 언덕을 지나 BMW가 단숨에 도심으로 진입한다. 포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나는 연료계를 체크한다. 이런 속도라면 아마 한 시간 쯤 남은 것 같다. 나는 골목으로 우회전하여 반대편으로 질주한다. 그리고 왼쪽으로 차를 틀어 일방통행 길로 들어선다. 불법이다. 두 대의 차가 요란한 경적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다. 따돌렸을까 싶어 백미러로 확인을 해 보지만 어림 없다.
마켓 스트리트 남쪽을 향하며 나는 마지막으로 속력을 높인다. 저들을 따돌리겠다는 생각에서라기보다는 이대로 죽을 수 없기 떄문이다. 그런 다음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아직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건 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포드가 BMW 뒤쪽 3미터 지점에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선다. 나는 엔진을 끄고 몇 차례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차에서 내린 후 태연한 표정으로 포드 세단을 향해 걸어간다. 사이드 윈도우를 톡톡 두드리자 창문이 스르륵 내려간다. 나는 차 보닛에 손을 얹고 차체에 살짝 기대 선다.
"어머니, 아버지, 이제 그만 하시죠."

 

 

■ THE SPELLMAN FILES

■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이름 : 이자벨 스펠만 (28)
－특이사항 : 큰 딸. 어린 시절 방탕한 생활로 체득한 뛰어난 감각으로 미행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사립탐정. 자신이 저지른 범죄 리스트를 작성하여 실패를 최소화하는 주도면밀한 십대 시절을 거쳐, 헤어진 남자친구 리스트를 인덱스 카드에 정리하는, 역시나 주도면밀한 이십대를 보내고 있음.

－이름 : 데이비드 스펠만 (30)
－특이사항 : 큰 아들. 가족 중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사생활권이 있다고 생각하며 홀로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는 매력남. 태어난 순간부터 '완벽의 화신'. 완벽하고 모범적인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이자벨로 하여금 틈새시장인 불량 인생 시장을 개척하게 만듦.

－이름 : 레이 스펠만 (14)
－특이사항 : 늦둥이 막내 딸. 최연소(6살) 미행 성공 신화의 주인공. 중학생이라는 신분을 잊고 가족이면 가족, 행인이면 행인, 닥치는 대로 미행하는 엉뚱한 꼬마 사립탐정. 식구들을 미행하면서 스냅 사진 찍어 두는 취미를 가짐. 꼬리 잡아서 협박 메일 보내고 협상하며 거액의 용돈을 벌어들임.

－이름 : 올리비아 스펠만 (50대) / 알버트 스펠만 (60대)
－특이사항 : 엄마 아빠. 사람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을 가업으로 삼고 있는 닭살 부부. 매력적인 미모의 소유자 올리비아는 큰 딸 이자벨과 변호사 킹카 소개팅 주선하기, 이자벨이 만나고 다니는 '몹쓸' 녀석들 뒷조사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기가 취미. 텔레마케터 흉내로 개인 정보 빼내기가 특기. 전직 경찰 출신 알버트는, 신의 장난처럼 생긴 외모에 커다란 덩치, 따뜻한 마음을 지님. 출신 답게 뛰어난 자동차 추격 실력을 보임. 둘 다 이상한 방식으로 자식들을 사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