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0권 레이니 블루 -3- 스위츠

스위트(スウィ-ツ, sweet)

 

 

　　　　　1

 

　일요일 오전 7시 50분. 후쿠자와가에 사치코님에게서의  전화가 왔다.
　호출음이 울릴 때 웬지 모르게 예감이 왔다. 그래서 가장 가깝게 있었는데 수화기를 잡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누구에게서 왔는지 모른다. 모르는 채, 집을 나와 버리고 싶었다. 전화가 걸려온 사실을, 칠판지우개로 지우듯이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처지에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키친에 있던 엄마가, 후다닥 나와 힘차게 수화기를 잡았다.
「네, 후쿠자와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가 유미의 편을 찌릿 하고 보았다. 싫은 예감이 맞는 것 같았다.
「유미, 오가사와라씨라고」
　엄마는 수화기를 내밀었다. 오가사와라씨는 사치코님의 성씨지만, 엄마는 완전히 잊고 있다. 사치코님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으면, 분명하게 인사를 해야지 라고 평소부터 말했는데  동급생이라고도 생각했는지, 깨끗하게 수화기를 내밀어버렸다.
　子機(본체에 따로 부속되있는 전화기)로 이야기할까하고도 생각했지만, 어제밤 유우키가 방에 가지고 간 채로 아직 자고있었다. 거기에다가 웬지 모르게 누군가가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수화기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미입니다」
「사치코입니다」
　목소리의 어조로, 이제 그 이상 묻지 않아도 내용은 예상이 됬다. 미안해. 유미. 아마, 그렇게 이어질 것이었다.
「미안해, 유미」
　너무나 예상대로였으므로, 무심코 웃어 버릴 것 같게 되었다. 사실은 웃을 일은 아닌데. 그렇지만, 이런 쇼크는 곧바로 오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서서히. 그러니까 더욱 더 귀찮기도 해.
「오늘--」
「안되시는 겁니까」
　유미는 먼저 말해버렸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그러니까 그만큼 쇼크이거나 하진 않습니다 는 고집을 피고 싶었다.
「에에, 급한 볼일이 생겨버려서」
　당일 아침에 캔슬의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급한 볼일이 아닌 것이 이상했다.
「약속이 자꾸 지연되어 버렸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로 이전부터 비워뒀었지만은」
　변명같은 사치코님의 목소리가, 수화기로부터 들려 온다. 그렇지만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서, 유미는 입을 다물고 듣고 있었다.
「 나도 즐겁게 기대하고 있었어」
　너무해요. 언니. 이것으로 몇번째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나와의 약속을 취소해야하다니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할 예정입니까. 누구와 만납니까. 그 사람은 나보다 더 생각해줘야만 하는 사람입니까. ――말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었다. 말해 버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편해질 것인가. 그러나 그것들을 모두 삼키고 대신에 토해닌 유미의 말은,
「알았습니다」
　――이었다.
「미안해. ……그러면」
　여운이고 뭐고 있던  있지 않았다. 너무나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리다니.
「유미?」
　수화기를 제자리에 둔 유미에게, 엄마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 왔다.
「오늘, 나가지 않을 거 같아
　말하면서 울 것 같아져서 당황해서 계단을 올랐다. 도중에 일어난 유우키에 부딪칠 것 같았지만 우는 얼굴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유미?　누나?　저기 어떻게 된거야?」
　문을 노크 하는 소리에,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동생이 어떻게든 해 줄 수 있는 것 같은 것은 아니었다.
　유미는, 침대 위에서 소리를 죽여 울었다.
　유원지에 갈 수 없는 것은 분하지 않아. 슬프게 만든 것은 언니 그 자신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상관없어」
　아무것도 아니다. 가족에게는 관계없는 일이다.
　이것은, 언니에게 부딪쳐서 생긴 눈물이기 때문에.
　언니 이외의 존재와는 어떻게 하더라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2

 

　비가 근처까지 왔다.
　월요일.
　어제의 일로 오늘도 울적해 하고 있다는 것, 머리카락도 생각한대로 모양이 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은 최악이었다.
　등교하는 길, 신발장에서 요시노양이 실내화를 땅에 던지고 있다.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씩 분노를 방출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걸로 다 해결된다면 어느 누구도 고생하진 않는다.
　점심시간, 장미의 관의 입구에, 익숙한 세로 롤의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미님」
「……안녕하세요. 장미의 관에 용건이라면, 안에 들어가시죠?」
　상냥하게 웃으며 오는 토우코짱에 대해, 유미는 조금 싫은 기색이 담긴 말투를 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런 식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본인뿐일 것이다.
「괜찮습니다. 클래스메이트들과 중정에서 도시락을 먹게 되어있으니까 그 전에 조금 만날 수 있으면 이라고 생각해서 왔을 뿐이에요.」
　토우코는 「누구에게」는 부분을 생략했지만, 유미도 굳이 묻지 않았다. 말하는 쪽도 듣는 쪽도, 그것이 사치코님이라고 알고 있으므로, 말은 어느정도 통한다.
　좋은 상황이라고 해야하는지 나쁘다고 하는지, 바로 그 본인이 등장한 것은 그런 때였다.
「어머나, 토우코짱?」
　어느 쪽에 먼저 말을 걸어주는 것인가. 뭐랄까 그런 세세한 일이 오늘따라 유미는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었다.
「붉은 장미님. 이거」
　토우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아. 일부러 가져다주다니 고마워.」
「쉬는 시간에 한 번 교실에 방문했습니다만 계시지 않으셔서요」
「선택 수업이었거든」
　사치코님은 토우코의 손에서 그것을 집어서 왼쪽 손목에 걸었다. 그것은, 사치코님이 언제나 차고 있던 시계였다.
(어째서, 언니의 시계가 토우코의 손에--)
　토요일의 아침, 유미는 사치코님이 확실히 그 시계를 차고 있던 것을 보았다. 그럼 하교할 때 토우코와 대화하는 도중에 사치코님이 무엇인가의 이유 때문에 빌려줬던 것이었을까. 
(그래도. 그렇다면, 왜「일부러 가져와 주었어」라고 했지? )
　그것은, 마치 분실물을 찾아서 보내 주었을 때의 말투였다.
　분실물.
　도대체, 언제, 어디서,――라는. 불필요한 생각이, 유미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토우코도 그 자리로부터 자취을 감추었다. 잔디밭 가운데 쯤에 비닐 시트를 깐 소녀들에게로 돌아갔던 것이다.
　토우코가 없어지자, 사치코님은 겨우 유미에게 말을 했다.
「유미, 어제는 미안」
「……아니에요」
　거북한 것은 사치코님의 쪽이었고 유미가 먼저 눈을 돌렸다. 조금 요시노양이 늦게 왔기 때문에 그대로 함께 장미의 관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의 장미의 관은, 평소와 다르게 조용했다. 요시노양과 레이님은 싸움이라도 했는지 조용했고, 유미들도 같은 상태였다.
　언제나 점잖은 시마코양이라도 있어 준다면, 그 나름대로 화제를 만들 수 있겠지만, 노리코짱과 오늘의 만남을 하고 있는지 여기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더욱 침묵이 가득가득하다.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  유미는 요시노양과 가볍게 방의 청소를 시작했다. 방과 후, 노리코짱이 시마코양과 함께 장미의 관에 온다고 한다. 홈룸의 뒤, 각 클래스 분담의 교내 청소를 하고 나서 장미의 관에 모이는 것이니까 손님을 맞이하기 직전에 관내의 청소를 할 만한 짬은 없을 것 같았다.
　장미님의 두 명은, 테이블에 학원제 용의 자료를 대충 훑어보고 있다.
　때때로, 사치코님의 시선을 느꼈지만, 유미는 청소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하며 무시했다. 　대충, 어제의 보충이라도 할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사치코님의 상냥한 말이, 유미에는 괴롭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요즈음의 사치코님의 말은 상냥한 것이 아니고 단 것이었다.
　표면이 코팅된 사탕과자를 입에 넣었을때와 같이 받으면 조금 행복한 기분은 든다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상상하고 기뻐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초콜릿도, 너트도, 그저 조금의 양주도, 안에는 어느것도 들어있지 않다. 사치코님의 말씀의 내용은 텅 비어있는 공동으로 기대한 만큼 허무함만 퍼진다. 그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이젠 입에 넣고 싶지 않다. 그것이 본심이었다.
괴로워도 씁쓸해도 좋으니까, 좀 더 열매가 있는 말을 듣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유미의 아집인 것일까
　자신에게는 너무 과분한 언니를 가진 비극.
(미나코님, 어려워요)
참고 있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라고 어드바이스 받았지만.
경우가 나쁜 여동생은 자신이 로사리오를 돌려줄 수 없는 이상, 미움받지 않게 가만히 참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3

 

「자양화의 별명을 알고 있습니까」
　고문(古文)의 수업의 도중에, 선생님이 말했다.
　끝내기 좋은 곳까지 번역이 끝났다, 그렇지만 수업 종료의 차임벨까지는 약간 시간이 있었다. 그런 때에 시작된 잡담이었다. 클래스메이트의 누군가가 집의 정원에서 꺾어온 자양화의 희미한 블루가 교실의 일부분을 물들이고 있었다.
「자양화의 꽃의 색이 바뀌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고 계시군요. 그러니까, 거기로부터 별명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메이저인 것 중에서는, 「7가지 변화」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닌자 같겠지요?」
　60세는 넘긴 품위있는 여자 강사는, 자양화의 꽃의 색이 변화하는 조건이라든지 변색의 경과 등을 충분히 그 시간만큼 말하고, 수업을 끝냈다.
　끝무렵에 가르쳐 준 꽃말이, 유미의 마음에 묘하게 스며들었다.
　――변덕.
　자양화의 꽃을 보면서 생각했다. 블루인 상태에서도, 이렇게 예쁜데. 어째서 색을 바꾸어 버리는 것일까.
　변덕.
　사치코님의 마음도 이전과는 바뀌어 버린 것일까.

 

 

　　　　　4

 

　시간이라는 것은 정해진 속도로 흐르고 있는 것이지만, 마음의 상태에 따라, 길기도 하고 짧거나 하는 것이다.
　쉬는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업 중은 너무나 천천히 한 걸음씩 지나가고, 찾아오지 않는 그 사람을 기다리는 쉬는 시간은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 버린다.
　유미는, 사치코님이 교실로 찾아 와줬으면,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만나러 찾아가는 것 보다, 장미의 관에서 같이 있는 것보다 사치코님의 의지로 일부러 유미를 만나러 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토우코짱의 일을 분명하게 말해주었으면 했다. 유원지 약속을 캔슬하고 토우코짱과 만났다든가 뭔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었다.
사치코님은 만나러 오지않았고 토우코짱과 얼굴을 부딪치기도 싫었기 때문에 유미도 사치코님의 교실로 찾아가지 않았다.
방과후에 무엇인가 액션이 있을지도 몰라 하고 기다려봐도 사치코님은 요즘엔 빨리 돌아가버린다.
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일시적으로 걱정을 했지만 차근차근 관찰해보면 오히려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이라서 오히려 더 실망을 하게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금요일.
　산백합회의 일로, 오랫만에 방과 후 사치코님과 장미의 관에 남았다. 시마코양과 새롭게 동료로 한 노리코도 함께이다. 요시노양와 레이님은 동아리 모임에 가서 없다.
쌓여있는 일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은 좋다.
사치코님이 이곳에 있는 이상, 어디에서 누구와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은 생기지 않는다. 잡담을 아끼고 묵묵히 손만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으면 언니의 행동을 의심하고 있다고 간파당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일단락되어 쉬는 시간 이란 단계가 되자 　유미는 갑자기 장마의 관의 2층이 지내기 불편해져 버렸다.

눈앞에 사치코님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 다만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인 사치코님이.
(유미)
지금이라도 그렇게 부를 것 같은 그런 거리이다. 그러나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면, 말을 걸어 준다면 좋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반면, 유미에는 사치코님의 말이 무섭기도 했다.
　자라도 준비하게 되면 숨을 돌릴 수 있을거 같지만 신입의 노리코짱은 생각이 잘 미치는 아이라서 유미가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을 때는 벌써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시마코양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당장 비가 내릴 것 같은, 그런 하늘을 올려보고 있으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런 때, 사치코님이 말을 했던 것이다.
「노리코. 그 「시마코씨」라고 하는 부르는 것, 어떻게든 안 되는 걸까」
　노리코는, 1학년. 시마코양은 2학년. 리리안 여학원고등부의 전통으로, 하급생은 상급생에 대해서 이름에 님을 붙여 부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노리코는 시마코양을 이전부터 왠지 「시마코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처음은 유미도 위화감을 느꼈지만 어느새인가 익숙해져버려서 지금은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러나 사치코님은 다른 것 같다.
「이런 일은 시마코가 분명하게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야」
　시마코씨의 책임이라고도 엄격하게 주의를 주었다. 그렇게되면 시마코씨를 아주 좋아하는 노리코는 입다물지 않았다. 마리아제를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3학년 상대로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아이이다.
「쓸데없는 참견입니다.」라든가 「연공서열 반대」라고 아우성치며 노리코는 항의했다. 그야말로, 사치코님의 아름다운 얼굴을 찌푸려지게 할 정도로의 박력으로.
　불쌍한 것은 산백합회와 노리코 사이에 끼어버린 시마코양이었다. 어느 쪽인지 선택하라고 재통당한 그녀는 프레셔를 이기지 못하고 드디어 도망가버렸다.
「시마코!」
「시마코씨!」
　사치코님과 노리코의 소리가 동시에 겹쳤다. 하지만, 비스킷문에서 나가버린 시마코씨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언제나  조용하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마코씨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면서 달려 나가버렸다.
「……너무 심하게 한건가」
　긴 흑발을 어깨너머로 넘기며, 사치코님이 중얼거렸다.
「노리코의 차례야」
「네?」
　멍하게 있던 노리코는, 제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시마코를 돕는 것 . 할 수 있겠지」
「아」
「부탁해」
　사치코님이 문으로 향해 살그머니 밀어 내자, 노리코는 되돌아 보며 크게 끄덕였다.
「맡겨 주세요」
　계단을 달려나가는 소리를 감싸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이번 일은 좋게 정리가 되었다.
　그것은 경사로운 일인데 유미의 속에는 석연치않은 감정이 남았다.
다른 자매의 걱정은 하면서 자신의 여동생의 일은 내팽개치고 있는 언니의 태도가 슬펐다.　
「언니께선, 의외로 남의 일을 잘 돌봐주는군요」
　창을 닫으면서, 유미는 말했다.
「남의 일을 잘 돌봐준다고?」
　사치코님이 되묻는다.
「조금 전. 시마코양이 노리코를 여동생으로 하는 계기를 만드신거죠」
「자 어떻게든 되겠지 」
　그렇게 무정하게 말하면서, 사치코님은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은 일단락되었고 시마코양과 노리코도 없어졌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결정한 것 같다.
「기다려 주세요, 언니」
　방에는 두 명 밖에 없다. 유미가 어떤 생각으로 있는지, 언니에게 전할 수 있다고 하면 지금이 찬스였다.
「다음 약속을 해주세요」
「다음?」
「함께 유원지에 가 주신다 라고, 그렇게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약속은 할수 없어, 또 취소할지도 모르는걸」
「그렇지만」
　유미는 외쳤다.
「약속을 할 수 있다면 , 그 날까지는 안심하고 있을 수 있을테니까요」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 진실했을지도 모른다.
「무모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약속을 할 수 있다면 그 날까지는 저는--」
「유미……」
　사치코님은 조금 놀란 것처럼 유미를 응시했다. 이런 식으로 똑바로 상대와 마주 보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강해진 빗소리 속에서, 두 명의 사이에 침묵이 찾아왔다.
　서로 상대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그 때, 계단을 올라 오는 발소리가 들려 왔다. 노리코들이 돌아온 것 치고는 빨랐다.
「사치코 언니!」
　노크도 없이 들어 온 것은, 토우코였다. 그녀는 곧바로 사치코님에게 달려가서, 무엇인가 귀엣말했다.
　사치코님은 몇번인가 끄덕였고, 마지막에 「알았어」라고 말했다. 그 내용 유미에는 닿지 않았지만, 사치코님이 토우코와 함께 돌아가려 하고 있는 것 정도는 알았다.
「언니.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유미는 불러 세웠다. 어떻게든 해서든 막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토우코에게만은, 사치코님을 데려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유미...」
　사치코님은 토우코에게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고, 유미에게 향했다.
「지금은 예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너와 약속을 할 수는 없는거야.」
　토우코의 발소리가 작아진다.
「그럼, 언제라면」
「그것은 잘 모르겠어」
　머리를 숙이며 사치코님은 중얼거렸다.
「언니」
　여름이라든지 가을이라든지. 막연한 약속으로 좋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사치코님의 마음의 일부를 맡기만 하면 좋다.
「그렇게 알아줘」
　사치코님은 가방을 가져, 등을 돌렸다.
「가지 마세요, 언니」
　간절히 원하여도, 안되었다. 언니는, 상관하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황당한 일을 하는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된 곤란한 여동생. ――반드시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붉은 장미님」
아래층에서 급한 듯한 토우코짱의 목소리가 난다. 문에 손이 갔을 때 유미는 깨어질 듯 외쳤다.
「 저보다 토우코짱을 선택하신거군요!」
　사치코님은 멈춰 섰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얼굴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었을 만큼 무서웠다.
「...화낼거야」
　그런 말을 남기고, 사치코님은 나갔다.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는, 토우코에게 가 버렸다.
「화낼거야--입니까」
　유미는 혼자 남겨진 방에서, 작게 웃었다. 화내고 싶다면, 화내면 된다.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한 가벼운 미소나 달콤한 말보다 상당히 좋았다. 
　그러니까, 무서운 얼굴을 하셨다는 것으로 유미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쁜 감정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사치코님을 거기까지 화나게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분노의 감정이든 무엇이든 마음에 직접 닿았던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
　뒤틀린 애정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무리한 약속을 조르거나 일부러 화나게 하는  말을 말해 보거나.
　마음이 불안정해져버렸다. . 유미는, 유리창에 부딪치는 빗방울을 보았다.
　이 비.
　반드시 날씨의 탓이다.
　그러니까 기분이 개이지 않는 것이다, 라고.

 

 

　　　　　5

 

 

잠깐 빗방울이 유리에서 굴러 떨어지는 모양을 바라보고 나서, 유미는 컵을 씻어 장미의 관에서 나왔다. 가방을 놓고 갔기 때문에, 머지않아 시마코양들은 돌아올 것이지만, 기다리지 않았다.
블루의 우산을 쓰고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평상시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은, 자양화의 꽃이 피어 있는 장소를 지나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의 색이 오늘 아침과 달라져있으면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미짱」
　은행 가로수를 걷고 있는 중에, 돌연 이름이 불려졌다. 되돌아 보고 그것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을 때는 그 사람은 유미를 목표로 해서 달려 오고 있었다.
「우산 좀 같이 쓰자」
「세이님!?」
　그것은, 시마코씨의 언니인 사토 세이님이었다. 아무래도 세이님, 대학교사의 출입구 부근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면서, 사냥감이 우연히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심코  잡혔던 것이 유미.
「우산 같이 쓸 정도의 친구는 많이 있지 않나요?」
　기가 막히면서도 안심하며, 유미는 우산을 쓰고 걸었다. 세이님은 젖은 블라우스를 손수건을 꺼내서 가볍게 닦은 후, 우산대를 뺏어잡고 하하 하고 웃는다.
「 하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걸 친구들이 다 돌아갈 때엔 아직 내리지 않았고.」
「세이님은, 무슨 일로 남으셨는데요」
「응―. 뭐, 굉장한 일이 아니지만--」
　한 번 고등부 교사 쪽에 시선을 향하면서 세이님은 물었다.
「시마코는 특별한 일이 없지?」
「시마코양?」
　어째서, 하며 유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졸업했으니까 의지하지 말아, 라고 말하고 있던 세이님이, 남겨 온 여동생을 걱정하다니.
「어제  점심시간, 이 근처에서 시마코 같은 사람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 어제의 수업을 게으름 피웠기 때문에, 오늘 아침 들은 것이거든  그 정보.  쉬는 시간, 대학 교사의 근처를 의미도 없게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 아이가 아니고. 혹시 나에게 무엇인가 용무라도 있는건 아닌가, 라고 생각해서」
　그 말은, 세이님은 시마코씨를 매복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된다. 수업이 끝난후 어느 정도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비가 내리는 전부터 쭉. 고등부의 학생들이 돌아가는 모습이 잘 보이는 장소에서, 여동생의 모습을 한번 보고 돌아가자 라면서.
　시마코양은 행복하겠네 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졸업하고 나서도 걱정해 주고 있는 좋은 언니가 있다. 너무나 부러워서, 무심코 눈물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서둘러 눈을 떼었다. 갑자기 울거나 하면 세이님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시마코양이라면, 아마 노리코와 어디선가 비를 피하고 있을 것……」
「―그럼 괜찮은건가. 유미짱하고 돌아갈래. 역까지 가자고」
　작게 끄덕이고 함께 걷기 시작했다. 시마코양에게는 미안하지만 세이님을 잠깐 빌리기로 했다. 세이님이 거기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유미는 평소의 「유미」로 있을 수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언제였는지 역시 세이님이 도와 주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발렌타인 데이의 직전, 사치코님과 사소한 일로 잘 되지 않게 되어, 낡은 온실에서 주눅들어 있을 때 맞이하러 와 주었던 것이 세이님이었다.
　그 때, 세이님은 뭐라고 말해 주었던 것이었는지. 자신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는가. 유미에는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그것은 벌써 먼 옛 기억이 되버렸다..
「――뭐지?」
　교문까지 오자, 세이님이 말했다.
「네?」
　무엇. 그 직전에 유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꺼꾸로 되물었다. 그러자, 세이님은 생각치 못한 말을 했다.
「마음 속의 것, 털어 놓아도 좋아. 우산 같이 씌어 준 답례로 들어 줄께」
　만나고 나서 여기 올 때까지 , 유미는 백면상 한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 버린다. 이사람은 사치코님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도 쉽게 알아차려 버린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은지 모르겠어서 유미는 아무 말없이 세이님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역시 고민의 원인은 세로 롤?」
「...어떻게 아셨습니까」
「조금 전, 사치코가 이 길을 지나갔거든. 나를 눈치채진 못했지만」
　역시, 토우코와 함께 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이님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반드시 즐겁게 대화를 많이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같은 우산을 쓰고 있진 않았으니까」
「그렇습니까--」
「응. 그랬어」
　같은 우산을 쓰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놓이고 있다. 자신은 세이님과 한 우산을 쓰고 있는데도. 꽤 타산적인 이야기였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유미는 「털어 놓는다」는 것을 할 수 없었다. 세이님에게 이야기하면 마음이 시원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해버리면  자기 혐오에 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자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졸업한 사람에게, 언제까지나 의지하고 있어선 안 된다.
　세이님도, 무엇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다만, 마리아님과 같은 자비 깊은 미소를 띠우며, 한마디 했을 뿐이다.
「유미. 사치코를 버리지 말아」
　버림받을 것 같은 것은 제 쪽입니다,――그런 말을 삼킨 그 때.
　빗속, 버스가 라이트를 번쩍이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