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2권 황장미 혁명 -6- 끝이 좋으면

끝이 좋으면(終わりよければ)

 

 

    1

 

"ㅡ그렇게, 된 거에요"
날이 밝아 월요일.
평소처럼 평온한 학교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되었다고 생각한, 방과 후 장미의 관.
'왜 나 혼자, 로사 페티다랑 마주 앉아서 심문 당해야 하는 걸까.'
따뜻했던 다즐링은 아이스티가 되어 버렸다. 이래저래 한 시간, 이렇게 로사 페티다께 붙잡혀있다.
"다른 분들은 오늘 늦으시네요"
"도망친 거야, 나한테서"
"하?"
"자세한 건 유미쨩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라고. 그러니까, 너한텐 설명할 의무가 있어"
"그런"
위원회가 있는 날도 아닌데 사람이 오지 않는다 했더니, 다들 유미에게 떠넘기고 도망쳐 버린 모양이다.
"자, 계속해 봐"
"이제 다 말씀 드렸다니까요"
하지만 로사 페티다는, 아직 설명이 한참 부족하다며 끈질기게 해설을 요구한다. 오랜만에 등교한 로사 페티다는 완전히 풀 파워다.
사정이 있어서 푹 잠겨 있던 로사 페티다는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이렇게 집요한 로사 페티다도 그다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신참인 유미 외에는 다들 도망칠 만도 하지. 뭘해도 따분한 듯한 로사 페티다지만, 한번 흥미가 생기면 어디까지건 끈질기게 파고드는 성격인 듯 하다.
"유미쨩, 잘 들어. 나는 약 2주간의 화제에 완전히 뒤처져 버린, 불쌍한 존재야. 거기다 귀여운 동생들의 위기마저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지내 왔어. 2주일분을 빨리 되찾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아"
하지만, 기억상실증이었던 것도 아니고. 제일 파란이 컸던 처음 1주일은 제대로 학교에 와 있었으면서 알아채지 못한 거니까, 이렇게 엉뚱한 사람을 끌어들여서 소동을 일으키는 것도 좀 그렇다 싶지만요.
"뭐, 괜찮겠지. 어쨌거나 다 잘 마무리가 되었다는 거지"
"그렇죠"
"요시노쨩은, 다음 주 퇴원이라고?"
"예"
"잘됐구나"
로사 페티다는 식어버린 홍차에 얼굴을 찡그리고, 컵을 싱크대로 가져갔다.
"아, 제가 씻을께요"
"그래? 미안해"
유미는 따라가서 교복 소매를 걷었다. 에휴우. 이제 겨우 무죄방면이 될 것 같다. 꼭 진로지도처럼(실제로 받은 적은 없지만) 1대 1로 마주앉아서 질문 받는 건 역시 좀 불편하다. 그에 비하면, 꽤 차가와진 수돗물에 손을 담그는 쪽이 훨씬 편하지.
"그건 그렇고, 로사 페티다"
"왜에?"
"로사 페티다는.... 저기-"
기분 좋게 콧노래 같은 걸 부르고 있는 로사 페티다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묻고 싶어진다. 예의 부은 볼이라거나, 일주일 넘게 쉬었던 이유, 그리고 병원에서 목격했던 거 등등. 하지만 역시 프라이버시랄까, 쉽게 질문하기 힘들다. 그러자, 로사 페티다쪽에서 뭔가 눈치 챈 듯이 입을 열었다.
"설마 유미쨩도, 내가 임신이라도 했다고 생각했어?"
"엣!? 로사 페티다, 임신하셨던 거예요!?"
너무 놀란 바람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튀었다. 로사 페티다는 명백하게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을 했다.
"설마, 라고 했잖아. 그런 거 할 리 없잖니. 상대도 없는데"
"없으신가요"
"없으셔요. 유치원부터 여학교였는데, 어떻게 친해지겠어? 믿을 거라곤 선생님뿐이지만, 사립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뿐이고"
"뿐, 인 것만도..."
하지만, 확실히 그런 경향은 있구나― 하고 생각해 버린다.
"반에서도, 그런 걱정한 사람이 있었지.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라니. 그건 전적으로 로사 페티다의 태도를 보고 상상한 거라고 보는데. '임신' 같은 화제, 고 1에게는 좀 자극이 너무 강하다.
"치과 진단서, 여기저기 보여주면서 다녀야 하는 걸까"
"아아, 치과 진단서를. ...잠깐, 치과!?"
놀라움의 제 2파. 컵을 다 씻어서 정말 다행이다.
"뭐야, 몰랐어? 내가 사랑니 뽑은 거"
로사 페티다는 입을 크게 벌려서 왼쪽 잇몸 깊은 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까지 자알 보여주었다.
"아무튼, 밥알이 들어가서 큰일이야"
"에--------------엣!?"
듣자 하니.
치과에서의 그 키잉- 하는 소리가 싫어서, 철들 무렵부터 열심히 이를 잘 닦았고, 그 덕에 태어나서 지금껏 치과에 간 적이 없다는 것이 자랑이었던 로사 페티다. 이 닦는 것과는 관계없이 이상한 곳에서 사랑니가 나와 버린 건, 불행한 사고 같은 것이었다. 일찍 치과의 문을 두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그 키잉- 하는 소리가 부적같이 되어서 아무래도 치과의 문을 열수가 없었다고. 그래서야 무슨 요괴도 아니고.
"치과 정도, 하고 웃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죽을 만큼 무서웠으니까. 차라리 사랑니로 죽어버리면, 치과에 갈 필요도 없겠지 하는 생각도 했는걸"
"..."
그 기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보통 사랑니로 죽지는 못하니까.
"게다가, 이 나이에 치과를 무서워한다고 다들 알게 되는 건, 로사 페티다로서 너무나도 굴욕적이야"
"저... 그럼, 그 볼을 누른 채 눈물짓고 계셨던 건"
"아마, 아파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거 아니었을까. ...어머, 유미쨩이랑 만났었나?"
"분명히 '유미쨩' 이라고 말씀하셨었어요. 게다가, 그때-"
유미는, 거기서 얼버무렸다. 실내화를 신고 집에 갔다는 걸 유미가 알고 있다고 하면, 분명히 굴욕적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이래서야 요시노양이 있던 병원에서 유미나 요시노양과 만났다는 사실 같은 건 머리에 들어있지도 않겠지. 그렇게 지적하자, 리리안 교복을 입은 여자애는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거, 유미쨩이었어? 게다가 뭐야, 요시노쨩도 그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
결국, 로사 페티다는 못 가겠다는 걸 창피해서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내내 비밀로 해뒀었다. 그래서 열이 나 끙끙거리고 있는 로사 페티다를 본 아버지가 패닉을 일으켜서 구급차를 불러버렸다고 한다. 다행히 실려 간 병원은 종합병원이라 치과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사랑니를 뽑을 수 있어서 겨우 한숨 돌린 후에 아버지는 흠칫하고 깨달은 것이다.
"구급차 불러버렸잖아? 금방 돌아오진 마라. 하시는 거야. 마을회장 같은 걸하고 있는데다 꽤 겉치레하기 좋아하는 분이니까. 아버지 얼굴을 봐서, 열이 내릴 때까지 입원했다는 거지"
"좋은 아버지시잖아요"
"어디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적당히 맞장구쳤다간 가만 안 둘 거야, 하고 로사 페티다의 얼굴에 쓰여 있다.
"에 그러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꼴불견이라도 되어 버리는 것. 그런 점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2

 

그건 그렇고.
동생이면서도 한번 받은 로사리오를 돌려주고 관계를 끊어 버려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요시노양의 그 뒷일을 조금 이야기해야 하겠지.
퇴원해서, 요시노양이 학교에 돌아왔을 때쯤엔 리리안 여학원의 정원도 완전히 겨울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고, 황장미혁명 같은 화제는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거의 잊혀져 버린 상태였다. 그 '리리안 백서' 에도 요시노양이 등교했다는 기사가 체면치레 정도로 실려 있었을 뿐. 꽤나 타산적이구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시노양은 또 한건 해냈다. 요시노양은 이번엔 놀랍게도, 레이님을 마리아상 앞에 불러내서(!), 스스로 '동생으로 맞아 주세요.' 하고 머리를 숙인 것이다.
학년이 낮은 쪽에서 작별을 고하는 것도 물론 이례적인 일이지만, 자매가 되는 것을 제의하는 건 그보다 더욱,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한번 이쪽에서 차버린 상대에게, 라며 다들 대소동이 벌어져 버렸다.
그런 외야의 소란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요시노양과 레이님은 매일 사이좋게 학교에 온다. 혁명 전보다 친해진 것 같이 보이는 건 유미뿐만이 아닐 것이다. 요시노양은, 내년부터 검도를 시작할 거라고 정말로 마음먹고있는 모양이다.
현재, 레이님과 요시노양의 파국에 영향을 받아 로사리오를 돌려드려 버린 하급생들이 원래 언니께 복원을 부탁하는 게 자그마한 붐이 되고 있다. 한때 분위기에 휩쓸려 헤어지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으니까, 마침 좋은 기회 아닐까.
"아무튼, 대체 그 애들은 무슨 생각인 걸까"
그런 그녀들을, 자기 생각이란 걸 가지고 있지 않아, 라며 사치코님은 투덜댄다. 하지만, 유미는 왠지 알 수 있었다.
장미님들이나 봉오리들은, 전 학생들이 동경하고 있으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동경하는 사람들과 닮고 싶다고. 그 마음을, 얼마 전까지 같은 입장이었던 유미는 잘 알 수 있다. 사치코님은, 아마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사치코님이, 유미가 좋아하는 사치코님이었다.
"그건 그렇고, 유미"
방과 후, 은행 가로수 길의 낙엽 위를 걸으며 사치코님은 조금 짓궂은 눈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나는 유미가 '사치코님' 이라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엣"
"하지만. 언제까지고 기다려도, 넌 바꿔 부르려고 하질 않잖니"
할 말은 했다는 듯이, 사치코님은 유미에게 등을 돌리고 쓱쓱 걸어가 버렸다.
"사치코니임"
쫓아가도, 선언대로 돌아보지 않는다.
"무시당하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부르도록 해"
알고 있겠지, 하며 눈을 보지도 않고 새침하게 걸어간다. 유미는, 긁적긁적 관자놀이를 긁었다. 왠지, 괜스레 쑥스럽다.
"...ㄴ니"
"안 들려-"
이렇게 되면, 절대로 말하도록 할 셈인 것 같다.
유미는, 단념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보고 있는 건 마리아님뿐이다.
"언니!"
은행 가로수 길 가운데에, 유미의 목소리는 묘하게 똑똑히 들렸다.
그러자 마리아님처럼 아름다운 언니는, 잘 울리는 목소리로 '그래' 하고 돌아서서, 만족스럽게 웃은 것이었다.

 

 

 

- 2권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