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연의 편지 - 조현아

내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설 때마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아.

그 때도 결국 더 심한 괴롭힘에 시달렸다.

상황을 타개할 힘도 없으면서 목소리를 낸 게 문제인 걸까.

지민이도 동순이도 사실 날 원망하고 있진 않을까.

옳은 행동이 더 나은 상황을 만드리라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악화되지만 않으면 다행인걸,

옳다고 생각한 행동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만 한다면

그건 처음부터 옳은 행동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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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 안 내네."

"저런 놈한테 내 감정을 할애하긴 아까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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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야 안녕. 잘 지내니?

난 여기서 그럭저럭 적응해 가고 있어.

친구도 몇몇 사귀고 밥 먹거나 등하교도 같이 해. 같은 반 친구들도 좋은 애들 같아.

하지만 여기에도 괴롭힘은 있더라. 내가 당하는 게 아닌데도 너무 무서웠어.

누군가를 해치는 말들은 내가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마치 내 등 뒤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깝게 들렸어. 무서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알겠어. 눈물이 날 것 같다.

소리에게 고마워서.

 

여긴 옳은 소리에 동조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어.

내가 다른 사람의 부당한 일에 나서서 그만하라고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네 덕분이야.

네가 나에게 그렇게 해 주었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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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그래서 어느샌가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하늘을 날게 된 것도 마찬가지야.

그게 당연하고 시시하게 여겨지는 순간

기적이나 마법이 아니게 되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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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늦게 발병했더라면

내가 사랑하는 이 곳을 너희 둘과 다닐 수 있었을 텐데.

 

몰랐으면 하는 마음.

알았으면 하는 마음.

너희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응석 부리고 싶은 마음.

외로울까 봐 무서운 마음.

 

편지를 찾았으면 좋겠다.

편지를 못 찾았으면 좋겠다.

 

나를 잊었으면

나를 기억했으면

나를 보러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