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BATTLE ROYALE) :: 제１부 - 시합 개시 #.4

　누마이 미츠루(남자 17번)는 달빛이 내리는 폭 10미터 정도의 좁은 백사장과 그 옆으로 난 숲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지급받은 데이 팩과 자기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오른손에는 그 데이 팩 안에 있던 소형 자동 권총(이건 월터 ppk 9mm로, 이 게임에서 지급된 무기 가운데는 괜찮은 편이라고 해도 좋다. 요즘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총기의 대부분은 이 나라 제품이고, "미제" 를 지외한 적국에서 만든 것들도 제３국을 경유하여 대량으로 싸게 수입한 것이었다)을 움켜쥐고 있었다. 미츠루는 그 총의 모델 건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딸려 있던 메뉴얼을 읽지 않아도 사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격철을 당길 필요가 없다는 것까지도 알고 잇었다. 탄환도 한 상자가 있어 이미 장전해 두었다. 

 

　권총의 촉감은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지만, 더 중요한 것이 왼손에 있었다. 이것도 지급받은 자석이다. 슈야가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철로 만든 싸구려지만,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 미츠루 자신보다 40분 이상 먼저 분교의 교실에서 출발하기 전에, 그의 위대한 리더인 기리야마 가즈오(남자 6번)가 건네준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게 진짜 섬이라면 남쪽 끝에서 기다린다" 라고.

 

　물론 이 게임에서는 누구 하나 아군이 될 녀석은 없다. 그게 룰이다. 그러나 "기리야마 패밀리" 에겐 절대적인 유대감이 있었다. 아무리 "불량" 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해도, 그 유대감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누마이 미츠루와 기리야마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왜냐하면 현재의 기리야마 가즈오를 만든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미츠루였기 때문이다. 그 인연은 나나하라 슈야 같은 일반적인 학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기리야마 가즈오는 적어도 중학교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불량" 이 아니었다. 미츠루가 아는 한.

 

　미츠루는 처음 기리야마 가즈오를 만났던 날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또렷한 기억이었다. 미츠루 자신은 초등학교 때부터 꽤 이름난 불량학생이었다. 단지 포악한 군주였던 적은 없다. 그저 형편없는 가정에서 자란 그에게는, 그리고 공부도 못하고, 아무런 재능도 없었던 그에게는 싸움을 하는 것이 유일한 자기 증명이었다. "강하다" 고 하는 것만이 그의 가치 기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증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중학교에 올라간 그 날, 시내의 다른 초등학교에서 입학한 녀석들 가운데 "튀는 녀석" 들을 눌러 놓는 데 힘을 기울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시내에서 만난 녀석들이 실력으로 미루어 생각하면, 다른 초등학교에서 온 놈들 가운데 별다른 녀석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자기를 알지 못하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왕은 한 명이면 된다. 그게 질서를 지켜 나가는 방법이니까. 물론 그가 이런 표현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느낌만은 알고 있었다. 역시 눈에 거슬리는 녀석이 두세 명 있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에서 열린 학교 설명회도 끝난 방과 후, 마지막 한 녀석을 처치하고 있을 때였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미술실 앞에서 미츠루는 그 녀석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미 그 녀석의 눈은 겁을 먹은 상태였고, 눈가에 반쯤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단 두 방의 펀치에 끝난 것이다. 

 

　「알았어? 잘 들어. 내 앞에서 잘난 척 하지 말란 말이야.」 

 

　그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말하자면 이제 그만 놔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 테지만, 확실하게 못을 박아둘 필요가 있었다. 

 

　「알았느냐고 묻잖아!」 

　라고 말하면서 그 녀석의 몸을 힘센 왼팔 하나로 쑥 치켜 올렸다. 

 

　「대답해. 이 학교에서 제일 센 건 나야. 알았어?」 

 

　미츠루는 아직도 상대가 대답하지 않는 데에 화가 나서 더 높이 치켜들려고 했지만, 그 때 그 녀석의 눈이 자기 뒤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츠루는 획 돌아보았다. 갑자기 손을 놓자, 멱살이 잡혀 있던 그 녀석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도망쳤지만, 쫓아갈 수는 없었다. 자기보다 키가 훨씬 큰 녀석들 네 명이 미츠루를 둘러싸고 있었다. 풀어헤친 교복 옷깃에 달린 배지는 그들이 3학년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눈에 "그런 녀석들" 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결국 자기와 비슷하게 사는 녀석들이었다.

 

　「꼬마야.」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여드름이 난 얼굴을 한 녀석이 미츠루에게 말했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되지.」 

 

　어깨까지 기른 갈색 머리의 또 다른 한 명이 묘하게 두꺼운 입술을 둥글게 말며 말했다. 

　「요 녀석 못 쓰겠네요.」 

　약간 여자 같은 말투에 네 명 모두가 소리 내여 웃었다. 키히히히, 하는 미친 사람 같은 웃음소리였다. 

  

　「버릇을 고쳐줘야 되겠네.」 

　「그래야겠어.」 

 

　또 히히히, 하는 웃음소리가 났다. 

 

　의표를 찔러, 미츠루가 정면에 있던 여드름 난 녀석에게 발길질을 먹이려 했지만, 먼저 왼쪽에 있던 한 녀석이 미츠루의 발을 잡아 뿌리쳤다. 엉덩방아를 찧은 미츠루의 얼굴에 정면에 있던 여드름 난 녀석이 갑자기 발길질을 했다. 미츠루 앞니가 부러져 나가고 뒤통수가 조금 전까지 자기가 동급생을 밀어붙이던 벽에 쾅, 하고 부닥쳤다. 머리가 아찔했다. 

 

　뒷머리에 뭔가 뜨거운 것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미츠루는 두 팔로 땅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이번에는 오른쪽에 있는 녀석들에게 배를 걷어차였다. 미츠루는 헉, 하는 소리를 내며, 바로 뱃속에 들어 있던 것들을 토해냈다.「더럽게」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재수없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겁한 놈들! 1대1이면 지지 않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기가 아까 그 녀석을 족 치기 위해 애당초 사람이 없는 곳을 고른 것이다. 선생이 지나갈 가능성도 적었다. 놈들은 자기 오른손목을 바닥에 밀어붙였다. 오른손의 둘째손가락을 한명이 조심스럽게 구부려 구두 밑에 넣는 순간, 미츠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공포를 느꼈다. 

 

　설마… 설마….

 

　그러나 설마가 아니었다. 구두에 힘이 가해지고, 미르추의 손가락이 뿌직,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미츠루의 목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한 통증이었다.「키히히히」하는 웃음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가운데 손가락을 구두 밑에 넣었다. 

 

　「그, 그만…」 

 

　이미 프라이드고 뭐고 다 버리고 애원하는 미츠루의 목소리는 무시되었다. 뿌직, 하고 같은 소리가 나고, 미츠루의 가운데 손가락은 이미 망가져 있었다. 

 

　「자, 하나 더 할까?」 

 

　바로 그 때였다. 미술실의 문이 드르륵 열리며,「조용히 할 수 없나?」라는,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순간 미츠루는 선생님이 미술실에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랬다면 더 일찍 말렸을 것이고, 또 조용히 해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미츠루는 등을 짓눌린 채로, 그쪽을 보았다. 

 

　덩치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러나 아주 핸섬한 소년이 거기 서 있었다. 손에는 그림붓을 들고 있었다. 

 

　그 소년은 미츠루가 삭급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본 얼굴이었다. 자기 클래스메이트인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이사 왔다든가 해서 아무도 그 얼굴을 모르는, 그러나 말이 없고 얌전해서, 미츠루의 눈에는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던 녀석이다. 그 기품 있는 얼굴로 보아, 부잣짐 도련님이겠구나, 분명히 싸움 같은 것하고는 인연이 없을 게 틀림없는, 상대할 필요도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입학식 첫날부터 저 녀석은 미술실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물론 그림 같은 걸 그리고 있었겠지. 그런데 저 녀석 좀 이상한 녀석 아닌가? 그때, 여드름 난 녀석이,「넌 뭐냐?」라며 그 소년에게 다가가, 앞에 섰다.

 

　「뭐야. 너? 1학년인가? 왜 여기 있는거야? 응? 이야기해봐. 앙?」 

 

　그러면서 소년이 들고 있는 그림붓을 낚아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붓끝에 묻어 있던 짙은 청색의 그림물감이 튀어 올랐다. 소년이 천천히 여드름 난 녀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나머지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만 네 명의 3학년 학생이 그 작은 소년에게 박살이 났다(사실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했다). 소년은 미츠루에게 다가와 잠시 들여다보더니, 「상처를 보니 병원에 가는 게 좋겠구나.」 라고만 말했다. 그리고는 바로 미술실로 돌아갔다. 

 

　그러나 미츠루는 한동안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 네 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차원을 본 것이다. 라는 생각에 휩싸여 있엇다. 말하자면 10년을 했어도 기껏해야 5회전밖에 뛰지 못하는 열치기 복서가 세계 챔피언을 눈 앞에서 보았을 때의 경악과도 같은 것이다. 

 

　천재를 본 것이다.

 

 

 

 

　그 뒤로 미츠루는 그 소년─기리야마 가즈오를 모시기로 했다. 시험해 볼 필요도 없었다. 기리야마는 자기가１대１이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다 싶었던 그 상대 네 명을 몽땅 다 처리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왕은 한 명이면 되고, 그렇지 않은 놈은 그 왕을 모셔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 놓은 규칙이었다. 그가 전부터 즐겨 보던 소년 만화를 보면 그렇게 하는 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리야마는 이상한 아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격투 방법을 몸에 익힌 걸까─. 미츠루가 묻자, 「배운 거야.」 라고만 하며, 그 이상은 무얼 물어봐도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다닐 때 이름이 꽤 났었겠구나.」 라고 넘겨짚었더니, 「아니 그런 적 없어.」 라고 대답했다. 그럼 혹시 공수도 대회 같은 데서 우승을? 그런 적도 없다.

 

　또 한편 미츠루가 처음 만났던 그 날도 미술실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미츠루가 묻자, 기리야마는 그냥 「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거야.」 라고 대답했다. 그런 약간 이상한 점까지 포함해서, 미츠루는 기리야마에게 반했다(또 그 그림은 미술실에서 본, 아무도 없는 운동장 풍경을 그린 것으로, 1학년 학생이 그린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 그린 것이었지만, 기리야마는 그림을 그린 뒤에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기 때문에 미츠루가 그것을 볼 수는 없었다). 

 

어쨌든 미츠루는 기리야마를 여러 곳으로 안내했다. 작은 마을, 친구들이 모이는 곳인 찻집이나, 훔친 물건을 보관해 두는 비밀 장소라거나, 좀 문제가 있는 물건을 팔아 주는 장물애비가 있는 곳 등, 자기 자신은 어느 쪽이냐 하면 싸움 전문이었지만, 뭐 여하튼, 알고 있는 한 모든 곳을 다 소개해 주었다. 기리야마는 항상 차분한 표정으로, 그러나 흥미를 느끼는지 따라왔다. 그러던 중에 그 날 박살내 주었던 녀석들 이외의 상급생, 다른 학교 패거리들, 또는 고등학생과도 맞붙는 경우도 있었다. 기리야마는 그때마다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미츠루는 완전히 기리야마에게 빠져 버렸다. 그것을 일종의,─그랬다,─챔피언 복서를 키우는 트레이너의 기쁨과도 비슷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기리야마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머리도 좋아 무엇을 해도 뛰어났다. 술집의 창고 같은 곳으로 물건을 훔치러 들어갈 때도 실로 기막힌 계획을 세웠고, 그걸 실행해 보였다. 기리야마 덕분에 미츠루는 몇 번이나 궁지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기리야마와 함께 있게 되고 나서부터는 경찰에 체포된 적이 없다). 게다가 기리야마의 아버지가 현 내에서, 아니 쥬고쿠(中國) 시코쿠(四國) 지방 일대에서 톱클래스에 드는 기업의 사장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무서울 것이 없었다.

 

　미츠루는, 진짜 왕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분명히 이 녀석은 장차 대단한 놈이 될 거다,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될 거다, 라고. 다만 그런 식으로 자기 그룹의 우두머리로 기리야마를 앉히고, 여러가지 나쁜 짓들을 반복하면서도, 딱 한 번 기리야마에게 이런 짓을 하게 해도 좋을까 하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있다. 기리야마는 자기 집(정확하게 말하면 저택이다)에 미츠루가 찾아오는 것만은 계속 거부해 왔기 때문에(확실하게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로 그럴 거라고 추측했다), 기리야마의 부모가 도대체 기리야마의 행동을 알고 있는지 어떤지는 몰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집안의 도련님인 기리야마에게 나쁜 짓만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닐까 하고, 미츠루는 망설이던 끝에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기리야마는 「괜찮아. 이런 것도 재미있잖아?」 라고 했을 뿐이다. 그래서 미츠루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이럭저럭 자기와 기리야마는 내내 함께 지내온 것이다. 왕과 좋은 참모로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클래스메이트라면 몰라도 기리야마와 자기 패밀리의 멤버들이 서로 죽인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리야마가 자기들에게 메모를 건넸을 것이다. 기리야마는 이미 지금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워 놓았음에 틀림없었다. 사카모치를 어떻게 따돌리고 여기서 도망칠 것인가? 기리야마 가즈오가 마음만 먹으면 정부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분교를 나와 남쪽으로 약 25분쯤 갔을 때, 딱 한번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분교 동남쪽에 있는, 집들이 많은 마을 쪽으로 사라진 그 그림자는 아마 구라모토 요지(남자 8번)인 듯했다. 물론 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출발한 분교 앞에 이미 텐도 마유미와 아카마츠 요시오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미츠루는 어쨌든 기리야마와 약속한 장소로 서둘러 가기로 했다. 다른 녀석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여기서 도망치는 것이다. 남쪽으로 내려감에 따라 숨을 곳이 적어져, 미츠루의 몸과 마음은 점점 긴장되었다. 이미 교복 속의 온몸이 땀에 젖었고, 파마를 한 약간 짧은 머리카락 안에서도 땀이 솟아 이마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약간 앞쪽에 해안선이 보였다. 해안선은 오른쪽, 서쪽을 향해 구부러져 있었으며, 그 커브 부분에 울퉁불퉁한 바위가 산에서 동쪽으로 튀어나와 바닷속으로 가라안족 있었다. 공룡이나 괴수 같은 것이 등만 남기고 묻혀 있는 것 같았다. 바위는 미츠루의 키보다 훨씬 높아 그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힐끔 바다 쪽으로 돌리자, 가로놓인 어두운 물결 건너편에 섬이나 아니면 더 큰 육지임을 나타내는 작은 불빛이 몇개 보였다. 이곳은 세토나이카이에 떠있는 섬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미츠루는 신중하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백사장과 수의 경계선을 떠나, 달빛 아래 몸을 드러내고, 바위 쪽으로 다가갓다. 그리고 급한 경사를 보이는 바위에 달라붙어, 오르기 시작했다. 바위의 감촉은 차갑고 미끄러웠다. 오른손에 든 권총과 어깨의 짐이 거치적거려 오르기 힘들었다.

 

　간신히 바위 위까지 올라가 보니 바위 폭은 약 3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뒤편으로 다시 백사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츠루는 바위 너머로 내려가려고 발걸음을 뗐다. 

  

　「미츠루.」 

 

　갑자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미츠루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뒤돌아보며 오른손에 든 권충을 들어올렸다가 휴, 하고 한숨을 쉬며 총을 내렸다. 튀어나온 바위 그늘에 기리야마가 있었다. 바위의 툭 튀어나온 부분에 걸터앉아 있었다. 미츠루는 「보스」 라고 부르며 안도의 목소리를 냈다. 

 

　그 순간….

　미츠루는 그 기리야마의 발 밑에 세 개의 덩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둠 속의 그것을 자세히 보려다가 바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덩어리는 사람이었다. 

 

　누워서 하늘을 노려보고 있는 것은 사사가와 류헤이(남자 10번), 옆으로 쓰러져 몸을 구부리고 있는 것은 구로나가 히로시(남자 9번). 틀림없이 미츠루와 마찬가지로 기리야마 패밀리의 멤버였다.

 

　또 한명은 세일러복을 입은 여자애로, 엎드려 있어서 잘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가나이 이즈미(여자 5번)인 것 같았다. 세 사람의 몸 밑에는 물 같은 것이 고여 있었다. 검게 보이기는 했지만, 미츠루는 물론 그게 무엇인지 금방 알아챘다. 햇빛 아래서 보면 그 고인 물은 대동아공화국의 국기에 사용하는 색과 똑같은 크림슨 레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미츠루는 뭐가 뭔지 몰라, 후들후들 떨었다. 대체, 대체 이것은…

 

　「여기가 남쪽 끝이다.」 

 

　기리야마의 올백 머리카락 아래서, 항상 그렇듯이 냉정한 눈이 미츠루를 올려다보았다. 시합이 끝난 뒤에 복서가 가운을 걸치고 있듯이, 교복 상의를 팔을 꿰지 않고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여, 여기, 이 녀석들은…?」 

 

　미츠루는 턱이 덜덜 떨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녀석들은 대, 대체.」 

　「이거 말이야?」 

 

　기리야마는 지극히 평범한(그러나 아주 좋은) 스트레이트 팁 구두 끝으로 가까이에 있는 사사가와 류헤이의 몸을 툭 찼다. 자기 가슴 앞쪽에 두었던 류헤이의 오른팔이 원을 그리더니, 철퍽 하며 고인 물에 떨어졌다. 새끼손가락과 약지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날 죽이려고 했어, 구로나가도 사사가와와 마찬가지고. 그래서 내가 해치웠어.」 

 

　설마… 미츠루는 귀를 의심했다. 구로나가 히로시는 특별한 재주도 없이, 그냥 그룹에 끼어든 녀석이었을 뿐이고, 그런 만큼 기리야마 가즈오에겐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사사가와 류헤이는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는, 좀 거친 녀석이기는 했지만(이따금 아카마츠 요시오 같은 애들을 못살게 굴고 싶어 하는 걸 말리느라 힘들었다). 자기 동생이 한 번 물건을 슬쩍하다가 걸렸을 때, 기리야마가 연줄을 동원해 경찰에 손을 써준 뒤로, 기리야마에게 크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기리야마를 배신한다는 것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츠루 주위에 끈적끈적한 것이 붙어 있었다.

 

　피다. 피 냄새다. 그 분교의 교실에서 맡았던 구니노부 요시토키의 피 냄새보다 이 냄새는 더 지독했다. 피의 양이 다른 것이다. 아마 목욕탕 욕조를 가득 채울 정도의 피가 여기 뿌려져 있음에 틀림없다. 그 냄새에 기가 질린 듯이, 미츠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그렇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구로나가나 사사가와도 자기가 살해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상황에서 정신이 이상해졌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녀석들은 그만큼 그릇이 작았던 것이다. 이 약속장소에 나타나기는 했지만, 기회를 노려 기리야마를 쓰러뜨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한 구의 시체에 미츠루는 눈길이 갔다. 엎어져 있는 가나이 이즈미는 체구가 작고 귀여운 여자애였다. 시의회 의원의 딸로(하긴 이 중앙집권 관료국가에서 시의원, 시평의회 의원이라고 하는 자리는 아무런 실권도 없는 단순한 명예직이긴 하지만), 시로이와 읍 안에서는 기리야마의 집안 정도는 아니라 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부잣집 딸이었다. 그러나 건방을 떨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미츠루 자신도 꽤 귀여운 여자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물론 신분이 다른 사람에 애를 태우는 짓을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지만, 그런 가나이가… 미츠루는 간신히 입을 움직였다.

 

　「저, 저, 보스, 저… 가나이는…?」 

 

　기리야마의 차갑게 치솟은 눈이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기가 질려, 미츠루는 스스로 대답을 찾았다. 

 

　「가, 가나이도, 가나이도 보스를 죽이려고 한 건가?」 

 

　기리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여기 있었어, 가나이는.」 

 

　미츠루는 약간 머뭇거렸지만, 그러나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자기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켰다.

　지금 보스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바로 힘주어 말했다. 

 

　「나, 나는 괜찮아. 보스를 죽이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아. 이런 바보 같은 게임은 질색이야. 사카모치와 그 전수방위군 녀석들을 해치울거지? 해치울 거야, 나는….」 

 

　물론 "금지구역" 이라고 하는 것 때문에 그 분교에는 접근할 수 없다. 사카모치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기리야마라면 그런 문제에 대한 대처 방법 정도는 이미 생각해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츠루는 말을 멈추었다. 기리야마가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자꾸만 입 안에서 굳어지는 혀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말을 이었다.

 

　「그럼, 그럼 도망칠 거지, 여기서? 좋아, 배를 찾아서…」 

 

　기리야마가, 「내 말을 들어 볼래?」 라고 했다. 미츠루는 다시 말을 멈추었다. 기리야마가 말을 이었다. 

 

　「나는 어느 쪽이건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기리야마의 이야기는 그렇게 들렸지만, 미츠루는 눈을 껌벅이지 않을 수 없었다. 기리야마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기리야마의 눈빛을 읽으려 했지만, 그의 눈은 그늘 속에서 여전히 조용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어, 어느 쪽이건 상관 없다고?」 

 

　기리야마는 약간 고개를 뻗듯이, 턱을 밤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달이 밝게 빛나고 있어, 단정한 기리야마의 얼굴에 미묘한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그 자세로 기리야마가 말했다. 

 

　「나는, 때로 뭐가 옳은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있어.」 

 

　미츠루는 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떄 무언가가 머리를 스쳤다. 뭔가가 부족하다, 하는 느낌. 그리고 그 이유를 깨달았다. 자긴, 저기 뒹굴고 있는 사사가와, 구로나가와 마찬가지로 패밀리의 일원인 즈키오카 쇼(남자 14번)가 보이지 않았다. 자기보다 먼저 출발했을 그 녀석이 왜…?

　물론 즈키오카 쇼는 겁을 먹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데 애를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어쩌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누군가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없다는 사실에 아주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기리야마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그래. 나는 모르겠어.」

 

　말을 계속 토해내고 있는 기리야마는 이상하게도 매우 슬퍼보였다. 

 

　「어쨌든.」

 

　기리야마가 미츠루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기리야마의 말투가 왠지 알레그로 표시라도 발견한 듯이 빨라지고 있었다. 

　「내가 여기 왔을 때, 가나이가 있었어. 가나이는 도망치려 했지. 나는 일단 가나이를 붙잡았어.」 

　미츠루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나는 동전을 던졌지. 앞이 나오면 사카모치와 싸운다. 그리고…」 

 

　기리야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츠루는 드디어 깨달았다. 설마, 그럴 리가….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 기리야마는 왕이며, 자기는 그의 좋은 참모였으니까. 그것은 영원히 변치 않을 충성과, 그리고 은총일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 기리야마의 지금 머리 모양─올백의 그 머리 모양─도 자기가 그 날 다친 손가락 골절이 다 나았을 무렵에, 기리야마에게 권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게 더 좋아. 더 무서워 보이고, 보스.」 

 

　그리고 기리야마는 내내 그 머리 모양을 바꾸지 않았다. 그것은 하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미츠루에게는 자기와 기리야마의 관계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렇지만 미츠루는 드디어 깨달은 것이다. 어쩌면 기리야마는 다른 머리 모양을 하는 것이 그저 귀찮았을 뿐이었던 게 아닐까?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보니 머리 모양에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던 게 아닐까?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분명히 자기들과 기리야마는 계속 함께 행동해 왔다. 자기는 그것을 일종의 신성한 팀 스피리트라고 생각했지만, 기리야마에게는 그냥 기분전환이거나, 혹은 "단순한"─그렇다, 단순한 경험─아무런 감정도 따르지 않는 단순한 경험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그래, 기리야마 자신이 언젠가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것도 재미있지 않느냐고. 

 

　지금 미츠루의 뇌리에는 꼭 한 가지, 전부터 마음에 걸리던 것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내내 마음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기리야마 가즈오의 웃는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머리가 좋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아니, 그것은 맞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 속 싶은 곳, 실은 자기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깊은 어둠이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 어둠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완전한 무(無),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어쩌면 즈키오카 쇼는 그걸 눈치 채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러나 거기까지 미츠루의 생각이 미칠 여유가 없었다. 미츠루의 온 신경은 오른쪽에 들고 있는 월터 PPK, 그 방아쇠에 걸린 검지(그렇다, 그 날 부러진 그 손가락)에 집중되어 있었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고인 피에서 나는 냄새와 뒤섞였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미츠루의 오른손 끝, 월터 PPK의 총구가 움찔 움직였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기리야마가 어깨에 걸친 교복을 벗어던지고 있었다. 따르르륵,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물론 소리의 질은 완전히 달랐지만, 1분 동안에 950발의 총알을 뿜어내는 그 소리는 골동품상에서나 찾을 수 있을 만한, 일종의 구식 타이프라이터 소리와 비슷했다. 가나이 이즈미, 사사가와 류헤이, 구로나가 히로시 세 명은 나이프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그것은 이 게임이 시작된 이후 섬에서 울려 퍼진 첫 총 소리였다.

 

　미츠루는 아직 서 있었다. 교복 아래,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배에서 가슴 까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 네 개가 뚫려 있었다. 등 쪽에는 깡통이 들어갈 크기 정도의 큰 구멍이 두 개 나 있었다. 월터 PPK를 쥔 오른손은 허리 부근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눈은 마치 북극성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달빛이 밝은 날이어서 아마 그 별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카스텔라 같은 것을 넣는 상자에 손잡이만 붙인 것 같은 금속 덩어리 잉그램 M10 서브머신 건을 손에 든 기리야마가 말했다. 

 

　「뒤가 나오면 이 게임을 한다고….」 

 

　기리야마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미츠루가 털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몸이 완전히 수평이 된 뒤, 머리가 땅에 부딪혀, 딱 한 번 5센티미터 정도 튀어 올랐다. 기리야마 가즈오는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불쑥 일어나 누마이 미츠루의 시체로 다가가 총찬에 뚫린 그 몸을 왼쪽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렸다. 마치 뭔가를 확인하듯이. 

 

　그러나 그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양심의 가책이라거나 슬픔이라거나 동정이라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는 단지 총탄이 뚫고 지나간 뒤의 사람 몸이 어떤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아니, "알아 두는 것도 나쁠 게 없다" 고 생각했던 것이다. 

 

　바로 손을 거둔 기리야마는 그 손가락을 머리 외쪽의 관자놀이─정확하게는 그 약간 뒤─쪽으로 들어올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것은 단순히 올백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을 쓸어올리는 동작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기묘한 감각─아픈 것도 아니고, 가려운 것도 아닌 묘한 감각─인데, 그것안 아주 이따금, 1년에 겨우 몇 번 정도 생길 때 반사적으로 거기를 만지게 되는 손가락 끝의 감촉처럼 기리야마 본인에게는 아주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단지 "부모"가 시켜준 특수교육을 받아, 이 나이에 이미 세상 일을 거의 다 알고 있는 기리야마도 그 감각의 원인만은 몰랐다. 무리도 아닌 것이, 거기에 있던 상처는 기리야마가 스스로 거울을 볼 수 있을 무렵에는 흔적이 거의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자기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을 때, 그 상처가 생긴 어떤 특별한 사고 때문에 자기가 죽을 뻔 했던 것도, 물론 그 일로 어머니는 즉사한 것도, 태어나기 직전이었던 자신의 그 머리에 박힌 예리한 파편을 둘러싸고 유명한 의사와 아버지가 나눈 이야기도, 혹은 아버지도, 그리고 완벽한 수술을 했다고 자부한 그 의사도 도저히 알 수 없는 곳, 그 파편이 도려낸 미세한 신경세포의 한 묶음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다. 의사는 곧 간장에 병이 생겨 앓다가 죽었다. 아버지, 그의 "친아버지" 도 결국은 복잡한 사정 때문에 지금은 이 세상에 있지 않아, 기리야마에게 그러한 것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고 하면, 기리야마 본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본인은 그것을 그리 특별하게 인식한 적이 없다고는 해도, 아니 그런 인식 그 자체가 불가능했다고도 할수 있는 것이지만─이런 것이다. 기리야마 가즈오가 지금 누마이 미츠루를 포함해 네 명의 시체 앞에서 양심의 가책이라거나 슬픔이라거나 동정 같은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으며, 아니, 원래 그렇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뭔가를 느낀다는 일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남은 인원 34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