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BATTLE ROYALE) :: 통합 리뷰

 

 

배틀로얄 최초 시리즈(2000).

 

중학생 때였나, 어쩌다가 본 신문 광고로 알게 된 타이틀.

배틀로얄이라는 타이틀 자체를 알게 된 계기는 영화였지만, 그것이 타카미 코우슌의 소설이 원작이며, 타구치 마사유키의 만화로도 나왔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내가 본 것은 영화→소설→만화 순이었는데,

전부 볼 사람은 소설→만화→영화 순으로 보길 추천한다.

 

순서가 그리 중요하진 않은데, 각색한 정도를 고려하면 그렇게 보는 게 제일 나을 것 같다.

추천하는 것은 원작 소설이고, 만화는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원작 소설에 더 충실했던 것은 타구치 마사유키의 만화판이었으나,

만화작가가 너무 억지스럽게 성적으로 접근한 면이 있었고, 그림체 역시 별로 배틀로얄에 어울리지 않았다.

선과 색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그림체이긴 하지만 인체 붕괴가 심하고 심미적이지 못하다.

만약 내 힘으로 배틀로얄 만화판 캐스팅이 가능했다면, 역시 이토 준지를 꼽았을 것이다. 물론 배틀로얄은 단순한 공포물에서 끝나는 작품이 아니지만, 친구를 살해하는 학생들의 심리적인 불안정감과 광기 어린 모습, 이성을 잃고 미쳐 가는 모습은 이토 준지만이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또는 수려하면서도 폭넓은 표현이 가능한 극화체를 소유한 작가 이케가미 료이치도 좋았을 것 같다.

타구치 마사유키의 만화판은 광기 어린 캐릭터들을 보면 오히려 오버스럽고 우스웠다. 표현이 너무 투박하고 미숙했기 때문에, 그림체 자체가 아무리 연륜 있어 보여도 아마추어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작품.

 

영화의 경우 원작과 비교했을 때 다소 각색이 많이 들어가서 설정이 변한 부분들이 있지만,

주요 장면 등은 원작의 매력을 적당히 살렸기 때문에 오히려 더 보는 재미가 있다.

설정을 다소 변화시킨 것도 특유의 개연성을 위한 각색이라 나름대로의 영화 배틀로얄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원작가 타카미 코우슌은 현대 일본의 정치·사회적인 면을 극단적인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는데,

만화와 영화 모두 그 원작 소설에서 느껴지는 다소 철학적인 부분을 모두 잡지는 못했다.

영화는 그나마 어느 정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만화는 너무 쇼맨십에 치중한 느낌.

 

사실 영화와 만화 모두 비주얼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배틀로얄이라는 타이틀로 강조할 수 있는 것은 자극적인 장면 묘사 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화 및 영화 형태로만 배틀로얄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작품에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기가 더 쉬울 것이다.

 

원작가가 소설에서 말하려는 것과, 만화가가 만화에서,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문학 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부분부분 특정 대목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한편 만화의 경우 연륜이 느껴지는 작화는 인정하지만 작품에 어울리는 작화도 아니었고, 너무 작가 개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억지스럽게 몰고 간지라 원작의 분위기를 많이 일그러뜨렸고, 따라서 작품 자체에 감동받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경우엔 캐릭터 각각의 비주얼적인 면을 좀 더 패셔너블하게 디자인한 점, 스토리와 설정의 설득력 있고 감동을 유발한 각색 등이 볼거리였다(프로젝트를 맡은 교사가 원래 담임을 맡았던 사람었다는 설정 등).

 

가장 캐릭터 변동이 컸던 키리야마의 경우 만화와 영화에서 각각 다르게 그려냈는데, 만화에서는 소설 속의 키리야마에 좀 더 설정 및 일화를 덧붙였으며 영화에서는 아예 '정체불명의 전학생'으로 만들어 캐릭터 자체를 완전히 바꾸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학생이라는 신분에 눈빛만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키리야마가 제일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 영화에서 키리야마를 전학생으로 만든 이유는 영화라는 매체의 시간 제한적인 면 때문에 '보스'로서의 키리야마를 제대로 묘사할 여유가 없어서였겠지만….

 

총체적으로는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도 있고 볼 만한 작품이라는 감상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소설과 영화 만큼은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존엄성, 공동체 생활, 경쟁 의식, 학생과 스승의 관계, 사랑과 우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흥미의 여지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원작의 명성을 등에 업고 무리해서 기획된 후속작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이 카테고리에서는 소설판 배틀로얄 전문을 소개한다.

절판 및 품절된 도서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는 없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이후에라도 문제가 확인될 시 바로 삭제할 예정인 점 참고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