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시드 -4권- 강림한 검 :: PHASE.0 시드를 가진 자

C.E.30년대에 조지 그렌이 발표한 두 가지 충격, 유전자 개변 문제와 '에비던스(Evidence) 01' 문제로 기존 종교계는 크게 술렁이며 찬반 양론이 끊이지 않았다. 종교가들은 어떻게든 그것들을 기존 종교 체계에 편입시키기 위해 안이한 논리로 자신들의 교리를 포장하거나, 혹은 신앙을 굽히지 않겠다며 눈에 보이는 현실을 거부한 채, 각자의 교리를 내세우며 논쟁했다. 사소한 교리 한 구절에서 꼬투리를 잡아 다른 사람의 논리의 헛점을 파고들었고, 논쟁이 논쟁을 불러 처음의 문제 제기조차 흐지부지되었다. 그런 종교계에 사람들은 실망하여 등을 돌렸다.

후에 도사라 불리며 내츄럴, 코디네이터 쌍방에서 많은 신봉자를 갖게 된 마르키오도 원래는 구세대 종교 단체에 속해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역시 자신이 믿고 있었던 것에 의문을 품었고, 끊임 없이 계속되는 논쟁에 염증을 느끼고 법의를 벗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는 법이다. 여러 가지 가치관이 붕괴된 시대였기에 사람들은 한층 더 자신들을 붙들어 매 줄 가치 체계를 원했다. 그런 그들에게 마르키오가 준 것은 아주 단순한 사상이었다.

 

내츄럴과 코디네이터를 막론하고 인간은 모두 같은 동포이며, 같은 나무에서 열린 과실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 안에서 저 편의 바다로 노 저어 갈 자들이 생겨 날 것이다. 그들은 'SEED를 가진 자'. 인간과 세계를 융화시키고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약속된 존재.

'SEED'─Superior Evolutionary Element Distend-Factor. 과거 학회에서 한 번 발표된 이후로 관심 밖에 있었던 이 '인간의 인식력'에 관한 연구를 마르키오는 자신의 사상으로 끌어 들여 발전시켰다. 그것은 코디네이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를 조금 조작했다고 해서,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육체의 개혁이 아니라 정신의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마르키오는 어떤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자세는 내츄럴에게도 코디네이터에게도 받아 들여져서 쌍방의 진영에 많은 추종자가 생겼다.

내츄럴과 코디네이터가 둘로 나뉘어 싸우는 시대가 되었을 때, 그는 얼마 간 양자의 중재를 맡게 되었다. 그는 조정자 자격으로 양 진영을 방문하여 그 때마다 평화를 설파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는 없었고, 설사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소리는 싸움을 요구하는 보다 많은 목소리에 묻혀서 전쟁은 확산될 뿐이었다.

그가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본 미래는 언젠가 인류에게 찾아 올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람들 사이에 뿌려진 씨앗은 싹을 틔우지도 못하고 불꽃에 타 버릴 운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