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9권 인 라이브러리 -2- 조안나

▒▒▒▒ 인 라이브러리 Ⅱ ▒▒▒▒

 

유미.
얘, 유미.
(으~음)
이런 데서 잠들면 못써.
(아, 네. 금방 일어날게요. 아뇨, 저 안 자요.)
어쩔 수 없는 애네.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질 않으니.
(그러니까, 저기. 안 잔다니까요. 언니)
난처하네...... 됐어. 너희들은 먼저 돌아가도록 해. 나? 이제 5페이지면 이 책도 다 읽으니까, 그 때까찐 이 애를 재우려고.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희들,이라니? 뭘 그렇게 생각하신단 거죠?)
그래. 평안하렴.
(평안하렴,이라니. 잠깐만요, 언니. 지금 일어날게요.)

 

「언니!」
유미는 자신의 비통한 절규에 눈을 떴다.
「언니...... 어라, 꿈? 아, 아냐아냐, 현실?」
여긴 장미관이고, 언니의 모습은 안보인다. 언니만이 아니라, 유미 말고는 누구 한 사람도 없었다.
「에 그러니까」
진정해, 진정해. 정리해서 생각해 보자구.
「우선, 시마코 양이랑 다들 해서 체육관에 갔었지. 그리고 나서 장미관에 돌아와 언니가 끓여주신 차를 마시고......」
거기까진 기억난다. 그 뒤 학원제에서 미비했던 점을 잡담처럼 얘기하기 시작한 그 근처가 수상하다. 결론을 낼 것까지도 없이, 그대로 테이블에 쓰러져 잠든 모양이다.
「다들 돌아갔나.」
싱크대의 식기건조대 안에는 사용한 흔적이 보이는 6개의 컵이 깨끗이 씻겨져 엎어져 있었다. 좌우지간에 「쫓아가야지」하고 일어섰다가, 「아니, 잠깐」하고 생각을 바꿨다.
「언니만 남아 계시겠다고 한 것 같은데......」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랬나 뭐랬나.
이를 증명하듯, 유미의 어깨에는 사치코 님의 학교 코트가 걸쳐 있었다. 의자 위에는 사치코 님의 가방도 남아 있었고. 어쨌든 유미는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적어도 동생에게 정나미 떨어져 돌아가신 건 아닌 모양이다. 아마 「잠깐 요 근처에」 다녀올 기분으로 나가신 거겠지. 그렇다면 곧 돌아오실 거야. 개인 소지품을 정리하면서 언니를 기다리자.
「응?」
리포트 용지를 정리해 가방에 넣으려던 순간, 유미는 「뭔가」를 눈치채고, 다시 꺼내 표지를 넘겼다. 그러자 자신이 졸음과 격투하며 작성한 메모라 짐작되는 지렁이 기어가는 듯한 의미불명의 선들에 섞여, 필기구를 따지지 않는다는 듯 「흘림」이나 「멈춤」이 반듯하게 지켜진 달필의 문자를 발견했다. 유미는 소리를 내어 읽어 보았다.
「『도서관에 다녀올게. 사치코』」
메세지는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져왔다.
「그렇구나. 언니는 도서관에 가신 거야.」
다 읽은 책을 반납하러, 분명 그럴 거야. 그 때, 삐걱삐걱 계단을 오르는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언니다.」
유미는 쪼르르 달려가 비스킷문을 힘껏 열어제치고는 그대로 뛰어나갔다.
「꺄앗」
마침 문 앞에 도착한 그 사람은 자신이 열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리고, 게다가 거기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꺄앗.... 이라니, 에?」
「───」
아무래도 사치코 님답지 않은 목소리라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다른 사람이었다. 약간 경직된 기색에 놀란 가슴을 누르면서도 비난의 눈초리를 잊지 않는 소녀가 한 명. 덧붙여서 헤어 스타일은 세로롤. 그렇다고 하면, 친숙한──.
「난 또, 토오코 쨩이구나......」
「토.오.코.쨩.이라 실례했네요. 그럼 평안하세요.」
「자, 잠깐 기다려.」
유미는 당황하며 휙 발걸음을 돌리는 토오코 쨩의 팔을 붙잡았다.
「왜 거기서 바로 U턴 하는데?」
「그야 유미 님이 토오코에게 용건이 없으신 것 같으니까요.」
토오코 쨩은 팔을 뿌리치고는 토라져서 고개를 돌렸다.
「에이, 신문 권유하러 온 것도 아니면서. 아무튼 어서 들어와. 차 쯤은 내올테니까.」
「신문 권유?」
등을 떠밀린 토오코 쨩은 마지못해하며 그대로 들어왔다. 유미는 토오코 쨩을 의자에 앉힌 후, 싱크대에서 차 준비를 했다. 이미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상관없다. 토오코 쨩은 그저께까지는 도우미였지만, 오늘은 손님이니까. 컵은 또 씻으면 되고, 언니 역시 모처럼 온 손님을 대접도 않고 돌려보내라고 하시진 않을테고.
「그런데 사치코 언...... 아니, 로사 키넨시스는요?」
「아, 사치코 님 만나러 왔어?」
「......아뇨.」
「하긴. 안에 사치코 님이 계신지 어떤지도 모르면서 돌아가려고 했으니까.」
그러면서 유미는, 「그럼 토오코 쨩은 뭐하러 왔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우연히 로사 페티다 일행을 만났는데, 그 때 로사 키넨시스와 유미 님이 아직 장미관에 계시단 얘길 듣고 들러봤을 뿐이에요.」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봐. 사치코 님 곧 돌아오실 거야.」
「그러니까, 로사 키넨시스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 그랬죠?」
그랬지요.
「그럼 날 만나러 온 거야?」
농담삼아 물어 보니, 돌아오는 건 의외의 대답.
「그래요. 하지만 이제 됐어요. 어차피 나 같은 건, 『난 또, 토오코 쨩이구나......』정도의 존재니까요.」
아─, 이거 아까의 실언에 상당히 원한이 깊은데.
「미안. 사과할테니 용서해줘. 그 땐 사치코 님이 돌아오신 줄 알았거든.」
「흐응, 유미 님은 언니 앞이면 그런 얼굴을 하시나 보군요.」
「그런 얼굴이라니 어땠길래?」
「입이 헤벌레 벌어져서 무진장 꼴불견이었어요.」
「아, 그, 그랬니.」
토오코 쨩은 아까의 보복으로 이렇게 빈정거리는 거라고 유미는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안그러면 앞으로 언니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라구.
「그래서, 나한테 할 얘기라도 있어?」
테이블에 홍차를 담은 컵 3개를 내려놓고는, 유미도 토오코 쨩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하나만 타오면 토오코 쨩이 괜히 신경을 쓸테니, 이왕 자기 것까지 탈 거면 곧 돌아올 사치코 님의 차도 준비해두자고 생각한 것이다.
「글쎄요.」
「글쎄에!?」
뭐야, 뭐냐구. 그 건방진 태도는. 유미는 무심코 일어섰다. 보복이라면 이미 「꼴불견 발언」으로 끝났을텐데.
「전 몰라요. 할 얘기가 있는 건 그쪽 아니었어요?」
휙 고개를 돌리는 토오코 쨩.
「뭐, 내, 내가?」
「......그러니까 이제 됐어요. 금새 잊어버릴 정도밖에 안되는 용무였다는 거니까요.」
날 놀리나 했는데 정말로 자포자기한 말투다. 그러고는 토오코 쨩은 「잘 마시겠습니다」하고 착실하게 답례를 한 후 차를 마셨다. 뭐랄까, 혼자 벙쪄있다고 표현해야 하나. '맘대로 대화를 끝내지 말아줘 토오코 쨩' 하고 외치고 싶은 유미였다.
「힌트」
「힌트라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그쪽의 볼 일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우─웅」
종합하자면 유미는 토오코 쨩에게 「볼 일」이 있으며, 그래서 토오코 쨩이 장미관에까지 그 「얘기」를 들으러 온 것이다.
「오」
뭔가가 그물에 걸렸다. 좋았어, 그렇담 기억의 해변으로 질질 끌어올리면 돼.
「유미 님, 그 그물 끄는 듯한 동작은......」
「잠깐만 있어봐.」
지금 한창 중요한 대목이니까. 질질, 질질.
「아」
알았다.
「혹시 내가 방과 후에 1학년 동백나무반 교실을 찾아간 거? 그걸 누구한테 들었구나.」
「뭐어, 그런 셈인데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토오코 쨩은 시인했다. 아무래도 유미가 하고 있던 그물 포즈가 맘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랬구나. 미안. 그냥 두 사람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서 간 거야.」
「두 사람한테, 인사?」
토오코 쨩은 눈살을 찌푸렸다.
「응. 그런데도 거꾸로 찾아오게 만들다니, 오히려 내가 미안해.」
「그리 미안해 하실 것 없는데요.......」
「응?」
「인사라면 샤프랑 프랑크푸르트를 받았으니까요.」
토오코 쨩은 조금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새삼 인사를 받을 것도 없어요.」
「하지만 만나고 싶었는걸.」
만나서, 고맙다는 말을 똑똑히 전하고 싶었다. 솔직히 기대 이상으로 도움이 되었고, 정말 즐거웠으니까.
「......그래서, 카나코 양은 만나셨나요?」
「아니, 그게 있지.」
유미가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기 전에 토오코 쨩은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 변했어요.」
「그, 그래?」
카나코 쨩이 변했다. 그건 알고 있다. 그야 학원제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가치관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변한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왜 지금 토오코 쨩은 그런 말을 꺼낸 걸까.
「로사 키넨시스, 늦으시네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미 두 사람 다 컵을 비운지 오래다. 사치코 님을 위해 끓인 차도 기다리다 지쳤는지 컵 안에서 아이스티로 변해 있었다.
「어디 가셨죠?」
「도서관.」
「도서관요?」
토오코 쨩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아뇨. 그런데도 마주치지 않았다 싶어서요.」
「무슨 말이야?」
유미의 질문에 토오코 쨩이 대답했다.
「전 도서관에 있다 이리로 왔거든요.」라고.

 

 

 

▒▒▒▒ 조안나 ▒▒▒▒

이 사람, 대체 무슨 소리야.
「연습 때도 제대로 못하는데, 본 무대에서 어떻게 하겠어?」
한 말을 뒤집는 것 같지만, 그 반대겠지. 본 무대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 거듭 연습하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반박할 수도 있었지만 난 한동안「꾸지람을 듣고 풀이 죽은 후배」를 가장하기로 했다. 하나 반론했다간 그 몇 배로 돌아올 게 눈에 선하다.
말로 질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더이상 연습이 중단되었다간 다른 부원들에게도 미안했다. 오늘의 연습 장소는 책상을 전부 뒤로 밀고난 교실 앞부분의 공간. 연극부가 학원제에서 상연할 「작은 아씨들」 연습도 본궤도에 접어들었다.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그건 나에게 있어선 어떤 의미에서 양보였지만, 뭘 착각했는지 선배 A의 태도를 더욱 더 기고만장하게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고문 선생님은 직원회의에 가셔서 부재중. 평소에 좋은 완충재가 되어준 부장이 학원제 용무로 잠시 자리를 비운 그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에이미 역인 내가 대사 하나를 빼먹었다. 그겻이 계기였다.
「마츠다이라 양은 주역의 한 사람이니 실력이 있다고 연습을 만만하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고등부 연극부는 중등부와는 격이 달라. 원래부터 외모와 끼만으로 캐스팅된 너한테 연기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겠지만.」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연극부원들 사이에서 킥 하는 웃음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흐─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서너명씩이나.
(그렇다면 내 연기력도 다시 봐야겠는데.)
코메디가 따로 없다.
「뭐가 우스워?」
다소는 견뎌봤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흘러나온 내 웃음이 선배 A의 기분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리 말하면서도 속으로 이걸 웃지 않고 배기겠냐고 생각했다. 외모와 끼만으로 캐스팅되었을 줄은 지금까지도 몰랐다. 과연 중등부와는 격이 다른 고등부 연극부, 배역 정하는 방식도 상상을 초월하는데 그래. 그렇다면 결국 이 선배는 선생님에게 에이미가 한 일을 고자질한 제니 스노우 역에 안성맞춤이다. 상연시간 문제로 에이미의 소금절임 라임 에피소드가 컷트된 것이 아깝다.
「저보고 어쩌란 말씀이시죠?」
「에이미 역을 맡았다고 해서 우쭐거리지 말란 말이다.」
「우쭐거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선배님 마음에 들어하실지 가르쳐 주세요.」
사실 여기서 눈물 한 방울 흘리면 이 선배는 만족할 뿐만 아니라 상냥하게 위로도 해주리란 것쯤은 나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가짜 울음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여기에 남을 필요가 어디에 있지. 비록 그게 연기라 해도 괴롭힘당해 질질 짰다는 꼬리표가 붙는 건 참을 수 없는 굴육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장애가 된다.
「그렇게 물어봐도 말이지.」
선배 A가 흠칫 난처한 듯 웃어보였을 때, 문이 열리면서 자리를 비웠던 부장이 돌아왔다.
「늦어서 미안. 아, 연습중이었어? 멈추지 말고 계속해.」
「그럼 이 장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선배 A는 도망치듯 등을 돌렸지만, 난 도저히 여기서 얘기를 끝내고 연습에 임할 기분이 아니었다.
「선배님, 아직 대답을 못들었는데요.」
「토오코 쨩, 무슨 일이야?」
부장은 평소와 다른 연습장 분위기를 느끼고는 나에게 물었다. 나에게서 아무런 설명도 없자, 이번엔 선배 A를 돌아보고 같은 질문을 했다.
「그냥 우리들 방해하지 말라고 1학년한테 주의를 줬을 뿐이야.」
못마땅한 듯이 툭 내뱉는 선배 A.
「토오코 쨩이 무슨 방해를 한다고? 1학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부장은 걔를 싸고 도니까 모르지. 이 정도 연기력을 지닌 애라면 우리 부에 얼마든지 있잖아.」
그 말을 들은 토오코는 이젠 그냥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이 선배는 연기가 어떻다는 게 아니라 단지 토오코의 존재 자체를 마음에 안들어한다. 그러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이 뒤틀린 관계를 회복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 당신이 에이미를 하지 그래?」
내가 말했다. 외모와 끼만으로 에이미 역이 굴러들어 왔다는 말을 다시는 입에 담지 못하도록, 싸늘한 시선과 고압적인 낮은 목소리로.  나의 일면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괴물이라도 만난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요청만 한다면 데이비스 선생님이든 마치 고모든 연기해보일 자신이 있다. '이 정도 연기력'이 어느 정도인지 똑똑히 확인시켜주고 싶다.
「자요, 방금 내가 빼먹은 대사. 시범을 보여주시죠.」
책상 위에 놓아둔 대본을 들고 그 페이지를 펼쳐 선배 가슴 앞에 갖다댄다.
「토오코 쨩, 그만 둬.」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 정도 브레이크론 어림도 없다.
「너, 너, 내가 못할 줄 알고 그러는 거지.」
선배 A는 대본을 쥐어들고는 주어진 대사를 손으로 더듬었다.
「아뇨. 선배님은 분명히 저 같은 것보다 에이미 역이 훨씬 능숙하시겠죠.」
「물론이지. 너 같은 것 없어도 우리 부는 아무렇지 않으니까.」
반울상이 된 선배와 단 1초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서, 난 교실을 뛰쳐나왔다. 이젠 될대로 되라지. ─── 그런데도.

 

이 사람, 대체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 후 이틀이 지나자 좀 지나쳤나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일은 완전히 잊고 산백합회 연극에 전념하자고 마음의 정리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토리카에바야 이야기』를 관두고 연극부로 돌아가라니. 장미관 사람들은 어떻게 이토록 잔혹한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지.
한편으론 나를 염려한 조치임을 이해한다. 될대로 되라며 포기했을텐데도, 난 아직 『작은 아씨들』에 미련이 남아 있다. 에이미를 하고 싶다. 겉으로는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능숙하시겠죠」 같은 말을 했지만, 에이미를 나보다 잘 이해하는 배우는 없다. 그 연극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극부에 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전 필요없단 말씀인가요?」
다른 한편으론 「산백합회에선 필요없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상처받은 자신을 발견한다. 입에 발린 소리로 그럴 듯하게 둘러대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모가지」니까. 한탄할 일이 뭐 있을까. 그저 여기도 내가 머물 곳은 아니었을 뿐이다. 될대로 되라며 이쪽에서 또 내쳐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에게 마지막 권고를 하러 온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자기 역할을 포기하고 대폭주하기 시작했다.
『지금 연극부로 가자. 나도 같이 갈게.』...?
『우리 연극에도 출연해줘』...?
무슨 말하는 거야, 이 사람. 결정타는 『우리집에 안 올래?』였다. 바보 아냐.
여기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건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죠? 그럼 명령받은 대로 「모가지」라고 해야지, 안그러면 나중에 「너무너무 좋아하는 언니」에게 꾸중듣고 만다구요.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안중에도 없다. 가식없는 미소를 짓는 상대에게는 무슨 말을 한들 이쪽의 패배다.
「알았어요.」
난 붙잡힌 손을 살며시 빼내었다. 다정한 손은 필요없다. 난 베스가 안고 다니는 불쌍한 조안나(인형)가 아니니까. 슬슬 에이미로 돌아가야만 해. 그러니──. 걸어가기 시작한 나에게 긴장감 제로의 목소리가 쫓아왔다.
「푹 자고, 잘 먹고, 스트레스 쌓아두지 말고. 푸념 늘어놓고 싶을 땐 나한테 오라구. 알았지?」
정말이지, 이 사람은. 바보 아냐.
쓴웃음을 지으며 난, 이야기 속에서와는 달리 낯가림이라곤 전혀 없는 베스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