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7권 챠오 소렐라 -5- 꽃의 도시

꽃의 도시는 어떤 거리?

 

 

1

 

월요일.
테르미니 역을 11시 조금 전에 나와 유로스타에 타고, 피렌체로 향했다.
유로스타라는 것은 일본으로 말하자면 신칸센(신간선)같은 열차다. 국철 역은 지하철과 다르게 개찰구가 없다. 표는 각자 각인해서 탈 의무가 있다. 각인을 잊으면 벌글을 무는 일도 있어서 시스템을 모르고 눈물을 흘린 여행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점심인 샌드위치를 먹으며, 창 밖을 흘러가는 전원풍경을 바라보았다.
눈에 박혀드는 초록빛. 메마른 토지의 색깔. 맑게 개인 하늘. 석조 건물. 나타났다 사라지는 풍경은 유화 그 자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토지이기에 예술도 꽃 핀 것일지도 모른다.
1시간 45분 정도 유로스타를 타자, 2번째 체재지인 피렌쳐의 산타 마리아 노베라역에 도착했다. 꽃의 도시 피렌체는 작다. 시내는 노선 버스가 많지만 가이드북에 실려있듯이 관광지는 두오모를 중심으로 반경 700m 정도의 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도보로도 돌아볼 수 있다. 그러니 역에서 호텔까지는 당연히 도보다.  관광객으로 꽉찬 길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와, 아르노 강가를 좀 걸으니 곧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까지 아직 조금 남아있었기에 짐을 맡긴 후 두오모 주변을 가볍게 산책한다. 작은 거리라곤 하지만, 볼 거리는 많다. 전부 보면서 돌아다닐 순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어디에 뭐가 있는 지를 체크하고 모레 자유행동 시간을 위한 참고로 삼도록 하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두오모는 옛날 얘기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교회다. 겉보기에는 웨딩케익같은 화려함이 있고, 빙글 돌아보면 초컬릿파우더가 뿌려진 둥근 케익이 나타난다. 생각한 바를 그대로 입에 담자 클래스메이트들은 키득키득 웃었다.
"유미양 배고프지 않아?"
"아냐. 아까 멧돼지 상을 보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는걸."
그러자
"그럼 유미양은 굉장히 배가 고플 때, 살아있는 소나 돼지, 새를 보고 맛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더더욱 웃음거리가 될 짓을 벌이고 말았다. 그렇지야 않지만. 수족관의 게를 보고 맛있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있지만."
"알았다. 유미양은 지금 달콤한 것에 굶주린 거야."
이번 지적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왜냐, 지금 바로 눈 앞에 있는 산 로렌쵸 교회의 벽화를 보고 코무(?)로 표면의 크림을 올린 홍차 시폰 케익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좀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시노양이 슬그머니 말해줬다.
그래그래. 피렌체는 케익가게같은 맛있어보이는 거리인 거야.

 

 

2

 

가벼운 관광을 끝내고 체크인한 호텔은 로마의 호텔과는 달리, 심플하고 시크(?)했다. 외견이나 내장이나 모노톤 기조에 글래스나 실버의 경질이면서도 쿨한 소재가 많이 사용되어 있었다.
"오오, 이번 샤워에는 호스가 달려있어! 럭키!"
욕실 안으로 곧장 뛰어들어간 요시노양이 소리쳤다.
"음, 역시 칫솔 세트는 없네. 신기하단 말야. 그래, 유미양 들었어? 그렇게나 설명회에서 주의를 줬는데도 칫솔 안가져온 사람이 꽤 있대. 대부분은 나리타에서 샀지만 호텔에 도착한 다음에야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나봐.
 하지만 선생님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를 했다는 거 같아. 그 커다란 수트케이스의 내용물은 그런 걸로 꽉 차 있는 거 아닐까? 응, 유미양 듣고 있어?"
요시노양도 참 들뜬 거 같다. 로마의 호텔에 도착했을 때에는 몸이 안좋아서 방을 탐험할 수 없었겠지만. 원래 그녀는 그런 타입인 것이다. 하지만 유미가 로마의 호텔에서 하고 싶었던 것도 실은 이것이었다.
"저기저기저기, 비데 써 봤어?"
화장실 옆에 있는 낮은 세면대 비슷한 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요시노양이 물었다.
"한번도 안써봤어. 잘 모르겠어서."
요시노양의 텐션에 압도되어 유미가 답했다.
"그렇지, 잘 모르겠지."
"화장실은 난 일본의 샤워 붙은 화장실이 좋은 거 같아."
"동감, 그리고 목탕. 난 욕조랑 샤워할 곳이 따로 있는 욕실에 가고파."
의견 일치를 본 두사람은 웃으면서 맞장구쳤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하지만 먼 이국 땅에서 익숙한 환경을 그리워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대에도 그런데. 그 옛날 크리스트교를 전하기 위해 처음 일본 땅을 밟은 선교사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밖에 없었다.

 

 

3

 

그날 밤 먹은 저녁은 볼륨이 있었다. 젊은 여자애들이 먹을 것을 전제로 메뉴를 선택했을텐데, 한접시에 놓여진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야채가 든 스프가 대접같은 그릇에 떡 놓여졌다. 로스트 비프는 슬라이스되지도 않고 덩어리 채 쿠웅. 게다가 파스타도, 빵도 빠방. 아무리 성장기라 해도 이렇게 먹을 수는 없다.
"아깝다."
고 한탄하면서도 다 먹어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그 지방 사람인 듯한 노부부는 리리안 학생들의 메뉴 이상의 볼륨 있는 식사를 하면서도 와인을 꿀꺽꿀꺽 마셨다. 배가 너무 불러서 식사를 남길 수 밖에 없을 때, 유미는 "여기 유키가 있더라면"하고 생각한다. 아마 기쁘게 와구와구 먹어치우겠지.
"유키군 뿐이면 안되지. 코바야시군이랑 타카다군이랑, 앨리스는 좀 불안하지만, 닉코, 각코선배도 불러야지."
요시노양이 웃으며 말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전부 먹을 수 있을텐데, 라고.
"유키군은 유미양 동생이잖아? 올해의 하나데라 학생회장. 우리 학교 학원제를 도우러 온다던데, 뭘 한대? 역시 작년처럼 왕자님일까?"
"왕자님!?"
내 동생 만은 그럴 리가 없어 라고 유미는 고개를 저었다. 후쿠자와가(家)는 남매 모두 너구리 얼굴. 유키가 왕자님을 맡을 경우는 너구리 왕국 이야기 뿐이다.
"어떤 의미로는 왕자님보다도 굉장한 역이야."
"요시노양!"
조금 입이 가벼워진 요시노양에게 견제구를 던진다.
"...아차. 수학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극비였나. 미안."
"거기까지 말해놓고 그만두다니 좀 더 힌트를 줘. 응, 유미양."
"비밀이라니까."
"설마 남매가 러브신!?"
"-그런 소리 말어."
원래 배가 부르긴 했지만 그 이야길 계기로 유미의 포크는 우뚝 멈췄다. 유키랑 러브신? 농담도 아니네, 기분 나빠라. 그런데도 식후 케익이 오면 다 먹는다니까. 여자애의 위장은 정말 신비로운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
"피렌체는 케익의 거리니까, 먹어야지."
이런 핑계를 붙이면서. 케익의 거리에 오늘밤엔 다른 이미지가 추가됐다.
고기 덩어리. 앞으로 유미는 대량의 고기를 볼 때마다 피렌체를 떠올릴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