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7권 챠오 소렐라 -4- 진실의 입

'진실의 입'의 투덜거림

 

 

1

 

로마의 지하철은, A선과 B선 2개 노선 뿐이다.
심플하기 때문에, 적어도 도쿄 지하철노선도처럼 보면 볼 수록 뭐가 뭔지 모를 지경에 놓일 일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그래도 외국은 외국이라 표 한장을 사는 것도 꽤 힘든 일이었다. 반별 자유행동. 오늘 예정지는 산타 마리아 마죠레교회, 코로세움, 진실의 입. 사전에 얘기가 되어, '좋은 기회니까 지하철을 타보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했지만 실제로 도전해보니 꽤 힘든 일이었다.
일단 사람이 많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30명이 같은 차량에 타는 것은 무리니까,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몇번이나 내릴 역을 확인한 다음, 홈에 내리곤 출구를 향해가는 사람들의 흐름에 휩쓸린 후 점호.
전원이 모였다는 확인한 다음, 이동. 역을 나오기 전에 점호. 나오자마자 즉시 점호. 모든 일이 그런 식이었다. 어제의 벚꽃반 사건이 있었으니 선생님도 평소 이상으로 신경질적이 되어 있던 것이다. 지하철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선생님은 드러나게 [귀찮은 짓을]이라고 씌여있는 듯한 얼굴을 한 의미를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학생들이 정한 일을 위험하지 않다면 하게 하는 것이 카토리 선생님, 그리고 고등부의 방침이었다.
호텔 옆 역에서 A선으로 일단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여긴 B선과 교차되는 역이자, 국제선, 국내선이 발착하는 국철역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가장 큰 역이라고 한다. 테르미니역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산타 마리아 마죠레 교회가 있다. 여긴 마리아님의 고해에 의해 만들어진 교회다. 우연히도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로, 마리아님의 마음을 떠오르게 하는 새파란 하늘 아래, [구름의 성 마리아]라 불리우는 새하얀 건물은 청초한 아름다움에 빛나고 있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자 마침 일요일 미사가 한창이었다.
넓은 성담의 중심부에 로프같은 것으로 간단히 갈려져 있고, 안에 의자를 널어놓고 신부님과 신자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다. 설교나 기도 말은 다르지만, 리리안의 성당에서 행해지는 미사와 겹쳐지는 부분도 많다. 크리스트교의 학교에 다니는 몸으로 유미들도 신자들의 뒤에서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렸다.
테르미니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지하철 B선으로 콜로세움역으로. 역에서 내리자마자 유명한 원형 경기장이 나타난다. 실은 여긴 견학코스에 넣을까 넣지 않을까로 2학년 소나무반 HR에서 찬반양론이 있었다. 찬성파는 [로마의 휴일]에서 앤 여왕이 관광한 곳을 한군데라도 많이 직접 보고 싶다고 주장했고 반대파는 [살육을 구경거리로 삼았던 곳은 가고싶지 않다]고 했다. 결국 좀 거리를 두고 멀리서 건물만 보기로 했다. 한역 전에 내리게 되지만 진실의 입에 가는 통과점에 콜로세움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녹음이 많고, 바람이 잘 드는 오랜 석반 위를 여유롭게 걸어다는 사이에 오래 된 작은 교회에 닿았다.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 정말로 여기에 [진실의 입]이 있는 걸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에서 삐져나온 행렬을 보니, [그런가보다]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훨씬 교회 안쪽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응, 길에서 보이는 곳에 있었구나.'
이런 대회를 나누며 2학년 소나무반 일행도 줄 맨 뒤에 섰다. 행렬의 선두 위치는 교회의 입에에 들어가서 곧장 왼쪽으로 꺾여, 길가의 가늘고 긴 통로의 끝.거기에 [진실의 입]이 있다. [진실의 입]은 해신 트리토네의 얼굴이 세겨진 대리석 원반으로, 그 입에 거짓말쟁이가 손을 넣으면 잡아먹힌다는 말이 전해진다.
고대의 맨홀 뚜껑이라 해야할 원반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다니. 역시 [로마의 휴일]에서의 그 유명한 씬의 영향인 것일까.
유미가 보기에는 블래드리 기자의 흉내를 내, 손이 빠지지 않는 척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없었다. 자기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지 이해하는 관광객들은 다들 분별을 가지고 있어, 순서가 오면 한사람 당 한, 두장 [진실의 입] 앞에서 사진을 찍고는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순서가 다가왔다. 물론 리리안 학생들도 그 암묵의 룰을 따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유미와 요시노양이 동시에 손을 넣자, 츠타코양이 찰칵. [두사람이 같이]라는 신문부와 사진부의 리퀘스트였다. 시마코양이 같은 반이었다면 틀림없이 [셋이 같이]라고 했겠지. 사진을 찍은 후 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낡고 어둡고, 또한 작았지만 바닥의 모자이크가 아름다운, 분위기 좋은 교회다. 관광객 중에는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본 걸로 만족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 했지만 아까운 일이다. 몇걸음만 걸으면 멋진 교회가 있는데.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에서 조금 걸어가니 있는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칠코 마시모 역까지 걸어가(소화를 시키기에 아주 좋은 산책이었다) 지하철 B선을 타고 테르미니 여에서 내려, A선으로 갈아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2

 

'세이님 목격정보.'
젓가락을 펜처럼 쥐고, 마미양이 말했다.
'벚꽃반 A양 뿐만이 아니었어. 다른 사람도 있던걸.'
호텔로 돌아와 저녁까지의 찰나에도 마미양은 방에서 뒹굴거리지 않았나보다. 로비에 있는 학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때로는 벚꽃반이나 등나무반의 아는 사람 방을 찾아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룸메이트인 츠타코양은 그 동안 방에서 필름 잔량을 계산하고 카메라 손질을 하고 있었을테니 좋았을 지도 모르지만, 둘 다 [나의 길을 간다]는 타입이다.
'다른 사람이라니?'
요시노양이 야채찜을 우물거리며 물었다. 오늘밤은 오랫만의 일식이다. 슬슬 쌀밥이 그리워질 때니까라는 학교칙의 배려로 일본요리점에 예약이 되어 있던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정신에는 위배될 지도 모르지만, 올리브오일이 빠진 요리. 솔직히 고마울 따름이다.
'등나무반 학생이 밀라노의 공항에서 역시 닮은 사람을 봤대. 등나무반에서는 조금 화제가 되었었나봐. 원 로사 기간티아와 똑같이 닮은 사람이 돌아다닌다고.'
'밀라노 공항에서...?'
얘기를 들으면서 유미는 왠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인펜을 산 직후, 모여있던 등나무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로사 기간티아'라는 단어. 그건 시마코양을 칭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리타에도 닮은 사람이 있었대.'
'그건 이름이 닮았을 뿐이었잖아.'
마미양 자신이 [카토]를 [사토]랑 착각했다고 인정했을텐데.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3명이 동시에 따져묻자, 마미양은 '그렇게 단정지을 순 없어'라고 중얼거렸다.
'이름만 닮은 게 아니라, 얼굴도 닮은 사람을 봤대.'
'하지만 시마코양도...'
'응, 방송을 듣고 카토씨라고 단언했었지. 하지만 세이님과 닮은 사람을 봤다는 학생이 이렇게 많은데, 그냥 우연을 거 같아?'
우연으로 치기에는 너무 많다. 분명 그렇다.
'세이님이 이탈리아에 와있다는 거지?'
요시노양의 질문에 마미양은 작게 고개를 저으며 정정했다.
'로마에야.'
로마.
세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세이님이 로마에 와계신다. 왠지 갑자기 마음이 둥실 떠오른다.
'어째서 오신 걸까.'
'여행 아닐까?'
'학교는?'
'맞다, 대학은 지금 시험으로 쉴 거야.'
그럼 스케줄로는 문제가 없는 거다.
'하지만 세이님 때에도 수학여행은 이탈리아였을 거야. 2년 전에 온 장소에 이렇게 금방 오고 싶을까. 프랑스나 영국이여도 되잖아? 유럽까지 비행기비를 들인다면.'
'그렇네.'
요시노양의 의견은 묘한 설득력이  있다.
'그럼 역시 닮은 사람...?'
'세이님과 쏙 빼닮은 사람을 봤다는 얘길 들은 사람이 점점 암시에 걸렸다고 한다면? 세이님은 일본인과는 좀 동떨어진 얼굴이니. 이쪽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것도 없잖아.'
'나리타에서도 밀라노에서도 보르게제공원에서도? 전부 잘못 본 거란 말야?'
'응.'
세사람은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졌다. 우선 날라온 일본차를 질끔질끔 마시며 머리를 식히자.
'만약 본인이라면 그쪽에서 접촉해올 것도 같은데.'
분명히 그렇다. 수긍하며 4명은 똑같이 찻잔을 양손으로 들고 차를 마셨다.
저녁식사가 끝나고도 이 화제는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자기가 직접 그 '닮은 사람'을 본 게 아니니까 4명 모두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3

 

그날 밤, 유미가 목욕탕에 들어가 있을 때, 요시노양이 레이님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이쪽이 일요일 밤 11시경이었으니까, 일본은 월요일 아침 6시 반 쯤일까. 레이님은 준비도 해야할텐데, 꽤 오래 전화를 붙잡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일본으로 전화를 걸려면 호텔 방에서 콜렉트 콜로 걸기로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자기 집에 밖에 걸 수가 없어진다. 쇠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도, 상대 집에 전화비를 부담시킬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요시노양의 경우, 언니인 레이님을 불러낼 수도 있고, 친척이니 콜렉트 콜로 레이님의 집으로 된다. 유미가 욕실에서 나왔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침대에 앉아 웃고 있는 요시노양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 속 깊이 부럽다는 마음이 든다. 사치코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바보같은 소릴 했다가 혼나고 싶다.(웃 왠지 위험한...)
이런저런 곳을 돌아다닐 때에는 허둥대는 성격도 한몫해서 그렇게 외롭게 느껴지지 않지만 하루가 끝나고, 한숨을 돌리는 밤에는 자연스레 언니가 그리워진다. 마음을 돌려줄 TV프로그램도, 여긴 없다. 버라이어티 프로도, 이탈리아어로는 웃을 수가 없다. 사람은 그걸 홈시크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아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이것은 시스터시크. 집에 전화를 걸어도 이 쓸쓸함만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
지금 당장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은 이 마음을 사치코님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일본과 이탈리아. 지금은 [지도상의 거리]라는 알기 쉬운 잣대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비행기로 귀국하기만 하면 개선될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환경]이나 [일상생활], [시간]같은, 그런 막연한 이유로 두사람이 갈라져버리게 되었을 때 대체 어쩌면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눈물이 맺힌다. 언니가 졸업한 후의 일을 굳이 수학여행중에 생각할 건 아니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해줘도 이미 때는 늦었다. 핑그르 눈물이 맺히다가 이젠 펑펑 솟아서 이젠 수습이 안된다.
요시노양의 전화가 끝나는 기척이 없어서, 유미는 열려있던 문을 슬쩍 닫았다. 욕실에 다시 들어가 차가운 물로 몇번이나 눈물을 닦았다.
내일은 피렌체. 기분전환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