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5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전편 -3- 외부인

외부인(部外者)

 

 

1

 

"그래서, 어떻게 된거야?" 
츠타코가 '흥미진진'이란 느낌의 얼굴로 살짝 엿보고는 들어왔다. '임시회의'에서부터 며칠 지난어느 날의 점심시간. 유미는 카츠라의 그룹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젓가락을 쥔 손이 쉬고 있는 때가 많았다. 
"어째서냐니, 보면 아는 거지."
3일 연속으로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활발함이 장점인 유미가 한숨 따위나 쉬고 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동생들에게 그다지 즐겁지 않은 상황인거야?" 
"그렇지 뭐." 
장미의 관에서 쫒겨난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있기가 불편하다. 왜냐면 같이 식사를 하러가도부통들끼리만 뭉쳐서 상담을 하기 시작하니까. 그러면 '외부인'은 '외부인'이 들으면 안될 것 같아서 슬그머니 구석으로 찌그러져 있거나,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옆에 가지 않는 편이 서로를 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시노와 상의를 한 결과, 당분간은 장미의 관에 가지 않기로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같은 학급의 시마코가 알려줄 것이다. 부통들은 전부 반이 다르고, 방과 후에는 레이님이 부활동이 있기도 해서 딱히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을 유미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세 사람이 모이는 시간을 피해서다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츠타코, 괜찮다면 여기 앉아볼래?" 
카츠라가 일어서서는 의자를 권했다. 
"뭐, 그렇게까지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상관없어. 우리들은 벌써 도시락을 다 먹은 데다, 지금부터 갈 곳이 있으니까." 
책상을 모아서 앉아있던 다섯 명은 유미를 남기고 모두 하나씩 자리를 떠났다. 서둘러서 도시락 꾸러미를 손에 드는 급우 네 명. 
"전부 다 가는 거야?" 
츠타코씨는 안경다리에 손가락을 걸쳐서 무테안경을 올렸다. 
"그래. 유미도 가자고 했지만, 별로 흥미가 없는 듯해.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으면 쓸쓸하니까, 부디 츠타코가 같이 있어줬으면 해." 
카츠라는 빠른 속도로 그런 설명을 하고는 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몇 명의 급우들에 합류해서,함께 껑충껑충 뛰듯이 교실을 나갔다. 
"...뭐야, 대체?" 
들릴만한 범위에 있는 것은 유미 혼자뿐이어서 긴장이 풀린 츠타코는 복도 쪽으로 시선을 던지고는작게 중얼거렸다. 
"도서관에 초콜릿 책을 보러간다더라." 
멤버의 한 사람의 집이 서점인데, 멋진 책을 발견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용돈으로는 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니, 살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버리면 이번에는 초콜릿을 위해 모아두었던 자금이 날아가 버린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이 "그 책은 분명히 도서관에 있었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러면 모두가 그 '멋진 책'을 보러가자"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 도시락을 먹는 속도가 모두들 대단했다. 잘 씹어서 천천히 먹는 편이 건강을 위해서도 좋고, 다이어트도 된다고 유미에게 알려줬던 카츠라가 세 번인가 네 번 우걱우걱 씹은 것만으로 삼켜버렸으니까. 
"그렇군. 초콜릿에 관한 멋진 책이라... 그거 매력적이네. 유미는 어째서 같이 가지 않았어?" 
츠타코는 손을 뻗어서 자신의 책상에 놓여있던 우유팩을 집어 들고는, 의자방석에 온기가 아직 남아 있을 듯한 카츠라의 자리에 앉았다. 
"사치코님, 초콜릿이 싫은 모양이야."
유미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 화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농담이겠지. 사치코님은 크리스마스에 ‘Buche de Noel을 드셨다구. 로사 페티다 앙 부통의 수제품인 거." 
'그거 맛있었어'라고 츠타코는 먼 눈을 하고는 중얼거렸다. 수제품이라고 해도, 시판되는 것에 조금 손을 가한 것뿐이었지만... 제작과정을 보지 못한 그녀는 그런 것은 모른다. 
"...그런가."
분명히 'Buche de Noel'은 초콜릿 크림이 듬뿍 들어간 케이크. 유미도 사치코님이 먹고 있는 것을 목격했지만, 레이님을 의식해서 싫은 초콜릿을 먹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편식이 심한 사치코님. 관계를 맺은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싫은 것을 발견했을 때의 표정은 벌써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그렇게나 싫은 얼굴을 하는 사람이 연기 따위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면,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준다는 관습에 반대하는 걸까... 어느 쪽이라도, 나에게는 같은 것이지만..."
"고대하고 있던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는 즐거움이 없어졌다는 것인가..." 
'드물게 리서치까지 했는데 말이지'라고 말하는 츠타코. 먹고 남은 우유를 마지막까지 빨고는, 지지직하는 소리를 냈다. 동정해주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소리가 방해를 해서아무래도 친근하게 대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면 몸둘 곳이 없겠네. 장미의 관에는 있을 장소가 없고, 교실에서는 발렌타인 데이 화제 일색이니."
츠타코는 점심시간의 복숭아반 교실을 크게 둘러보았다. 그러했다. 카츠라들만이 아니다. 학급의 거의 2/3, 아니 3/4가, 어쨌든 태반의 학생들의 머릿 속에는 현재 발렌타인 데이로 가득차서, 수업중 이외에는 그 화제가 날아다니지 않는 때가 없는 상황이었다.
'해봐', '어디어디 가게의 초콜릿이 맛있어', 'TV에서 소개한 수제 초콜릿의 레시피를 구했어'... 초콜릿과 함께 손으로 짠 스웨터를 선물한다고 들떠있던 급우는, 쉬는 시간도 반납하고 뜨개질을 계속하고 있다. 평소에 신세를 지고 있는 선생님에게, 동경하는 선배에게, 짝사랑하는 다른 학교의 남자에게... 주는 상대는 각각이었지만,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발렌타인 데이까지 1주일만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꺼야?"
어쩔꺼냐고 물어봐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니까 곤란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바에는 관계자인 편이 좋았을까나... 외부인이 되었다고 해도, 사치코님의 카드를 찾아낼 자신도 없고..." 
유미의 푸념을 듣고서, 츠타코는 심술궂게도 일격을 찔러넣었다. 
"흠... 사치코님이 누군가와 데이트해도 좋아?"
"그건 싫어."
절대로. 
"그럼, 어쩔 수 없잖아.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기를 건거잖아. 미련이 많구나..."
그런 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요시노는 깨끗이 승복했을지도... 승산이 무척이나 많은 내기를 받아들이고는, 거기다 신중을 기한다는 의미로 레이님이 숨길만한 장소를 예상해서 실제로 숨기기에 적당한 장소가 있는지 확인하러 다니고 있다. 몸은 하나뿐이니까 그날에는 어디를 돌아다녀야 되는지 등등을 생각하면서 레이님과 따로 행동하면서도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거기다 요시노에게는 보물찾기와는 별도로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을 전하는 즐거움이 있다. 
"나도 사치코님에게 초콜릿을 전하고 싶었는데..."
천천히 창 밖의 살풍경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만들어서는 강제로라도 떠넘긴다면?"
츠타코도... 명안을 생각해냈다는 듯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요시노가 레이님에게 로사리오를 갑자기 돌려준 때처럼, 가능하다면 마리아님의 앞으로 불러 내주면 좋겠다니... 분명히 도촬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가능하다고 생각해? 이런 내가?"
상대는 머리를 들 수 없는 언니. 불러낸다는 첫 단계부터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러네... 유미에게는 무리인가? 어느 정도냐면, 먹을 수 없는 초콜릿을 눈물을 참으면서 형틀에흘려 넣는다고 할까나... 달아야 할 초콜릿이 희미하게 짠 눈물 맛."
츠타코는 애절한 표정을 만들면서 주먹을 쥐었지만, 유미는 맥이 빠져서 한숨을 쉬었다. 
"...그거 연기잖아."
게다가, 참은 눈물이 어째서 초콜릿에 들어간다는 것인지...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대충 말하면서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유미. 생각하는 것은 '공짜'고, 초콜릿을 주고 싶다면 주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아? 만약 14일날에 사치코님의 마음이 바뀌어서 초콜릿을 받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때 가서 건네줄 초콜릿이 없다면 분명히 후회할꺼야. 어쨌든 만들어 보고, 그래도 줄 수 없다면 나에게 이야기해. 교실에서 함께 먹어줄 테니까." 
'답례로 자판기 커피정도는 낼 테니까'라면서... 가질 사람은 단순한 친구. 왠지 조금 기분이 가벼워졌다. 츠타코씨는 가능하다면 초콜릿 증정 순간에 (안보이는 곳에서) 입회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다큐멘터리도 아닌데다 카메라가 어딘가에서 노리고 있는 장소에서 사치코님과 진지한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플래시를 터트리고 싶다면, 그거야말로 츠타코가 보물찾기하듯이 현장을 찾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자, 그럼 건투를 빌께."
계속 이야기하는 동안에, 오후수업의 예종이 울렸다. 유미는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는 츠타코를 마중하면서 비어버린 도시락통을 반다나로 감쌌다. 카츠라들이 꺄꺄거리면서 교실로 돌아왔다. 뜨개질하는 학생들은 본령이 울릴 때까지는 계속할 기세다. 그런데... 츠타코가 갑자기 뭔가를 생각해낸 듯이 유미의 옆으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말하는 것을 잊었어. 이번의 보물찾기 말이지... 사진부도 한 몫 끼게 되었어... 라고는 해도 관계자라기보다는 협력자니까 누가 어디에 숨기는 지 등등은 모르지만. 리리안 백서가 이 발렌타인특집을 꾸밀 때에 쓸 사진을 사진부가 담당하기로 했어."
이런 말을 봐서는 츠타코, 올해의 발렌타인 데이에도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줄 생각은 역시 없는 듯하다. 카메라와 사진을 더없이 사랑하는 사진부의 에이스는, 아무래도 올해도 또 연중무휴로 소녀들의 모습을 계속 쫒기로 한 모양이다. 

 
  2

 

"어라, 유미짱."
방과후.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청소를 끝마치고 교실로 향하던 도중에 자기도 모르게 발이 향하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장미의 관 앞까지 와있었고, 거기서 레이님에게 발견되고 말았다. 
"혼자야?"
레이님은 교실에서 직행한 모양으로, 스쿨 코트와 가방을 안고서 웃었다. 
"간만이네. 아, 그렇네... 유미짱을 만나면 전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잠깐만, 어?"
가방을 열고서 한참을 부스럭거렸지만 못 찾아내자, 선 채로 찾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한 레이님은 "어쨌든 안에 들어와"라고 말하고는 유미의 손을 끌고 문을 열었다. 
"저, 앗..."
장미의 관 옆까지 온 것 자체가 예정 외의 일인데, 안에까지 들어가 버리면 곤란하겠지... 하지만 레이님은 신경쓰지 않고서 계속 계단을 올라갔기 때문에, 뿌리치고서 도망쳐서 돌아갈 수도없었다. 할 수 없이 유미는 레이님을 따라서 2층으로 향했다. '사치코님이 없다면 좋을 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오, 첫 번째다."
방에 들어오면서 레이님은 처음 듣는 목소리를 내고는 전기 스위치를 넣었다. 
"곧 차를 끓이겠습니다."
금방 습관이 나와버려서, 유미는 전기 포트로 달려갔다. 
"괜찮다니까. 신경쓰지마."
"예."
포트의 안에 남아있던 물을 버리고, 안을 씻고는 새로운 물을 넣는다. 코드를 콘센트에 꼽자, 포트안에서 "끓어라"고 말하듯이 둔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싱크대에 걸어놓았던 행주를 가볍게씻어서 짜고서는 테이블 위를 훔쳤다. 덤으로 마루도 청소하고 싶었지만, 먼지가 나기 때문에 포기했다. 
"자, 그럼 저는 이만..."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하'하고 한숨을 쉬고 보니, 갑자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걸까' 상태가 되어서 바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잠깐 기다려봐. 잡무를 봐준 것은 고맙지만, 그게 끝나자마자 작별이야?"
"저, 하지만... 지금부터 회의가 있는 것이 아닌지..."
오늘은 레이님의 부활동이 있는 날. 그런데도 장미의 관에 왔다는 것은 이제부터 무언가 예정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있지만 말이야..."
레이님은 웃으면서, 옆에 있는 의자를 내어서는 유미가 앉도록 권했다. 
"유미짱에게 건네주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말했잖아?"
"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렇다. 처음에 그런 경위로 장미의 관에 오게 되었지... 
"자, 이거."
레이님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서, 유미의 눈 앞에 놓았다. 그것은 얇은 잡지와 닮은, 한 권의책이었다. 
"이거..." 
"만나면 건네주려고 생각해서, 계속 가방 안에 넣고 다녔던 과자책이야.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법이 잔뜩 실려 있는 데다, 순서도 알기 쉽게 적혀있으니까 받아두면 도움이 될 거야. 레이 특제 트뤼프 초콜릿의 레시피도 안에 첨부해두었어."
"하지만, 레이님도 이제부터 만들지 않나요?"
"괜찮아. 필요한 몇 군데...라고 해봐야 재료의 분량정도라서 메모해두었어. 그리고 이것 외에도 이런 책 몇 권은 가지고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 벌써 필요 없어진 거야?"
"아니요, 그런..." 
"OK. 그럼, 사치코에게는 비밀로 하고, 깜짝 놀라게 해봐.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자신있는 분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레이님은 생기가 넘치고 있다. 미소년 같은 외관이 방해해서그런 이미지와는 꽤 멀어져 있지만, 본래의 성격은 자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예의 요시노와 오랜 시간 동안 잘 지내고 있으니까. 컬러 사진으로 가득찬 초콜릿 과자책을 둘이서 사이좋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 있던 문이 열렸다. 
"사, 사치코님..." 
정신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를 눈치 채지 못했던 유미와 레이님은, 허둥대며의자에서 일어나서는 책을 가방 안으로 숨겼다. 
"... 왜 놀란 거야?"
"아, 아뇨... 별로..." 
일어선데다 포트에서 김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 분의 홍차를 타서는 2학년인 두 사람에게 서비스했다. 
"유미, 너의 것은?"
사치코님이 차갑게 물었다. 
"아... 저는 바로 돌아갈 거에요." 
"일이라도 있어?" 
"... 예, 뭐..." 
절대로 '있기가 곤란하니까'라고는 말 못한다. 사실은 미나코님과 시마코 등등이 오기 전까지는 있어도 되지만, 어째서인지 사치코님의 기분이 언짢은 듯해서 오늘은 별로 좋지 못할 것 같다. 서투르게 옆에서 알짱거리다가 더욱더 불쾌하게 만들었다가는 큰일이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머리털이 곤두서있을 때의 사치코님은 요주의. 보통은 내색을 안하지만, 본성은 히스테리하니까. 
"그럼, 수다 그만 떨고 빨리 가버려." 
아, 결국 미움 받았다. 
"사치코. 그런 말투 그만둬. 유미짱은 내가 강제로 끌고 왔으니까."
"레이가?" 
사치코님은 조금 얼굴을 들고서, 두 사람을 교대로 보았다. 그러고는 단지 '그래'라고만 말하고는,컵에 든 홍차에 입을 대었다. '무슨 일로 온 거야'라던가 '왜 레이님이 청했는가'라던가... 어느 것 하나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질문을 해온다면 귀찮겠지만, 이렇게나 무관심하게나온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조금 맥이 빠지는 것이다. 
"자, 실례하겠습니다."
꾸벅하고 머리를 숙이고는 문으로 향하자, "잠깐만, 유미짱"하고 레이님이 쫒아왔다. 
"미안하지만, 이거... 돌아가는 길에 국화반에 들려서 요시노에게 건네주지 않을래?"
"예?"
건네어진 것은 예의 책. 뒷면으로 향해있기 때문에 제목은 감추어졌지만, 꽤나 대담. '요시노에게'라고 말하면서 사치코님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윙크했다. (...라는 말은, 나에게 빌려준다는 건가?) 
"감사합니다" 대신에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왔다. 사치코님은 레이님이 요시노에게 전하는 책에는 전혀 흥미가 없는 듯해서, 혼자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와서 관의 현관에 도달했을 때, 반대쪽에서 문을 열고는 기세좋게 들어온 시마코와 조금 부딪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다행히도, 피해는 서로 가지고 있던 것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으로 끝났다. 
"청소가 끝나자마자 바로 오려고 생각했지만, 이러저런 잡무가 겹치고 말아서..."
어째서 서둘러 왔는지를 설명하면서, 시마코는 흐트러진 서류를 주웠다. 유미도 그것을 도왔다. 
"어라, 이거..."
서류 밑에서 나온 기억에 없는 책을 손에 들고서, 시마코는 '아...'라고 중얼거렸다. 
"유미꺼죠? 발렌타인 데이에는 역시 초콜릿을 만드는건가요?"
"... 응. 어떨까해서. 일단, 책은 레이님에게 빌렸지만... 일단은 시험중이라고 해야겠지..."
"그렇군요..."
서류를 옆에 끼고서는, 팔랑팔랑 소리를 내며 페이지를 넘기는 시마코. 
"그러고 보니, 교실에서도 모두들 이런 책을 펼치고 있었지요." 
조금 웃으면서 책을 덮고는 건넨다. '시마코는 로사 기간티아에게 초콜릿을 건네지 않을 건가'라고받으면서 유미는 생각했다. 
"유미가 와주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서두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지요." 
'그럼'이라고 말하면서 시마코는 계단을 올라갔다. 
(아, 그런가) 
장미의 관을 나서서, 학교 건물로 들어가면서 유미는 겨우 알게 되었다. 최근, '외부인'이 된 1학년 두 명이 장미의 관에 오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시마코가 잡무에 쫓기게 된 것이었다. 별로 하급생의 일이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상급생에게 청소를 하게 만들거나 차를 타게 만들면서자신은 느긋하게 등장하는 것에는 반감이 생기니까. 시마코는 위원회라던지 학급의 일 등등으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언니와 동생이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별개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주변에 폐를 끼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고민에만 정신을 뺏기고 있는 것은 좋지 못하다며 유미는 조금 반성했다. 

 
  3

 

 

신문부는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를 조금씩 발표하기 시작했다. '리리안 백서는 원래 주간이기 때문에, 호외라던가 별책이라는 식으로 사이즈를 줄여서 매일 배포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리리안 백서 프티 사이즈 - 발렌타인 기획 카운트 다운 스페셜'. 방송부의 명DJ도 질릴만한, 길고긴 이름이다. 실제로 타이틀만으로도 좁은 공간을 꽤나 차지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세상사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간지를 낸 것으로, 신문부가 발안하고 산백합회 간부가 주관하는 발렌타인 기획은 학생들에게 순식간에 퍼졌다. 처음에는 무얼 할런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획이 날이 갈수록 점점 명확해져간다는 것 또한, 소녀들의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부통들이무얼 한다는 것 같다는 정보가 게재된 2일째의 기사가 지금까지로서는 가장 반향이 컸다. 학생회 임원선거의 여흥이 아직 식지 않고서 남아있었기 때문에, 차기 장미님들의 인기는 피크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말이죠. '부통의 동생들이 무언가 알고 있을 거야'라고 하더군요. 급우들이 꽤나 추궁했기때문에 큰일이었어요."
청소가 끝난 음악실의 창을 닫으면서, 유미는 어깨를 움츠렸다. 
"어라... 유미들,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시즈카님은 피아노의 덮개를 닫은 손을 살짝 때서는 돌아섰다. 예쁘게 같은 길이로 자른 짧은 머리가 뺨의 옆면을 스쳤다가 얌전해졌다. 
"설마..."
유미는 바람소리가 나도록 고개를 저었다. 트윈 테일이 기세 좋게 허공을 갈랐다. 기획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부통이 보물을 숨기고 그것을 찾는 게임이라는 것뿐. 보물이 카드인가 초콜릿인가, 부상이 데이트가 된 것인가 아닌가, 그 이후의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었다. 부통의 보물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발표되었기 때문에, 동생이라고 해도 일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시마코는 추궁당하지 않았어?" 
"확실히 본인에게 묻는 것은 룰 위반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 같더군요. 급우들도 자숙하고 있습니다.거기다가 시마코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득을 보고 있어요." 
청소 일지를 안고서 한숨을 쉬었다. 함께 음악실의 청소당번을 하고 있던 급우들이 먼저 교실로 돌아가 버렸기 때문에, 합창부의 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짧은 시간이나마 음악실에는 두 사람 뿐이었다. 유미는 오늘 조금 청소 시간에 늦었기 때문에, 페널티로 일지를 내는 역을 스스로 맡았던 것이었다. 
"분명히,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타입일지도. 하지만... 부럽다."
"그렇지요?"
"유미 이야기야." 
"예?"
'몰라도 돼'라고 말하고는, 시즈카님은 그 이야기를 끊어버렸다. 
"그럼, 유미는 지금도 급우들에게 당하고 있는 거야?" 
"아뇨. 요시노와 함께 신문부의 부장과 직접 담판을 지어서, 다음 날의 
'리리안 백서 프티 사이즈...'의 기사를 바꾸었습니다. '차기 부통도 일반 학생과 함께 게임에 참가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른다'고요. 그것으로 일단은 납득한 모양입니다." 
"아, 그건 다행이네."
곧 유학을 위해 리리안 여학원을 그만둘 시즈카님은, 별로 흥미가 없었는지 이번의 발렌타인 기획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것이 로사 기간티아의 보물찾기였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오로지 '부통들이 숨길만한 장소'의 예측표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제 쪽이 오히려 묻고 싶을 정도인데..."
학교는 넓고, 보물찾기는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장소가 숨기기 좋은 곳인지는 알 수가 없다. 부통인 세 사람은 머리도 좋은데다, 바로 간파될 장소 따위를 선택하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네... 나라면 '자신이 그 사람이라면 어디에 숨길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입니까?"
자신이 어디에 숨길까 따위, 유미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마침 그 말이 나왔으니까, 눈 앞에있는 사람의 숨길만한 장소를 상상해보기로 했다. 
"시즈카님이라면 그랜드 피아노의 안이라던지요?"
피아노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너무 간단하잖아? 거기다, 그날 수업에서 피아노를 썼다가는 금방 들통 날거야."
"음..."
그러네...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장소는 의미 없다는 말이다. 보물을 숨기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피아노는 그렇다고 쳐도... 음악실 정도라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 다음으로는... 그렇지. 도서관 정도일까?" 
"도서관?"
"누가 보물을 찾는다고 해도 상관없지만, 가능하다면 나를 잘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발견되는 것이좋지 않아?" 
시즈카님은 도서위원을 하고 있다. 
"그렇군요."
끄덕이면서 생각했다. 사치코님은 어디에 숨길 생각일까... 어떤 사람에게 발견되고 싶은 걸까... 만약 자신이 사치코님의 보물에 가장 빨리 도착한다고 하면, 동생으로서 언니를 이해해준다고 하는어필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초콜릿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치코님에게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유미 자신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보상이 될 테니까. 
"그런데... 유미는 사치코에게 초콜릿 줄 꺼야?" 
"예?" 
갑자기 이야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놀라서는 이상한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보물찾기 하는 날이 발렌타인 데이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생각한 것이겠지만... 
"아, 비밀인가... 물어보면 안되는 거야?"
"아뇨... 그럴 리가."
만들 예정이지만, 건네줄지는 모르겠다 ― 라는 내용으로 설명하자, 꽤나 길어져버렸다. 사실은, 벌써 어떤 초콜릿을 만들 것인지 구상이 서있다. 물건을 만드는 즐거움이란 것은, 아마도 만들기 전에 머릿속으로 해보는 작업에서 얻는 것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생각한 데로 만들어졌을 때의 만족감이 같은 40%. 남은 20%는 재료를 살 때나 만들 때의 즐거움 등이 뒤섞여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아직 '만든다'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무심코 상상해버린다. 왜냐면 머릿 속에서 만들어진 수제 초콜릿은 완벽한 모양으로 등장하는데다, 얼마든지 다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니까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시즈카님은?" 
분위기에 취해서는 말해버리고 나서야 '아차'라고 생각했지만, 시즈카님은 별로 데미지를 입지 않은 듯이 가볍게 웃었다. 
"유미씨, 지금 걱정했지? 그만둬, 그런 건."
"... 죄송합니다." 
"분명히 난 로사 기간티아를 동경하고 있지만, 특별히 실연당한 것도 아니야. 단순히 동생이 되지못한 것과 학생회 임원 선거에서 참패한 것, 그리고 덧붙이자면 얼마 안 있으면 이탈리아로 유학한다는 것 정도."
'그 정도 겹친다면, 꽤나 심한 것이 아닌가'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어쩌면 단 한 번의 실연이 그만큼 집중되기 때문에 낫지 않을까라고... 
"그러니까 초콜릿은 줄거야, 물론."
"예!?" 
"'시마코에게서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 줘'라고 로사 기간티아도 말하셨고, 거기다 애시당초 시마코를 위해서 사양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시즈카님이란...) 
전혀 별개의 타입이지만, 요시노에 필적할 만큼 맷집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로는 곤란함을 튕겨낸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파워풀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지났다고 그렇게나 사이가 좋아진..." 
"로사 기간티아와 나? 보통이야. 유미와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다고는 해도..."
초콜릿의 화제로 꽃을 피울 정도로 틈이 나는 건가, 로사 기간티아. 수험생이라서인지는 몰라도, 등교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학교에서는 안 보이는데... 
"로사 기간티아는 상냥하니까. '오는 초콜릿은 거절하지 않는다'는 말을 봐서는 받아줄 것도 같고... 선물하는 보람이 있어."
"하..."
상냥하기보다는 절개가 없는 것이지만... 로사 기간티아의 경우에는. 
"아, 하지만 사치코가 상냥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야." 
"사치코님?"
흘려버릴 수 없는 이름. 거기다 '상냥하지 않다'따위의 수식어. 아니, 정확히는 '상냥하지 않다'는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어쨌든 상관없었다. 
"사치코님이 어떻다고 말씀하신건가요? 로사 기간티아와 비교하신거라면, 역시 오는 초콜릿을 거절한다는 의미인가요?" 
"에? 하지만 유미, 그 일로 망설이고 있는 거 아니야?" 
"그래요... 하지만" 
'어째서 보고 온 것처럼 알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치코님이 초콜릿을 받아주지 않을지도...라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유미는 시즈카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소문이 나기 때문에 누구에게 상담하지도 않았는데... 
"왜냐면, 나는 사치코와 같은 학년이니까. 작년의 발렌타인 데이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건 신기한 게 아니잖아?"
"아..."
"말 그대로 미인인데다 존재감이 있잖아? 1학년이었지만, 동급생뿐만 아니라 상급생까지 초콜릿을 지참해서 사치코의 반을 방문했었어."
"동급생?"
"중등부는 엄하기 때문에, 발렌타인 데이가 되어도 과자는 지참금지잖아? 분명히 그것에 대한 반작용도 있었을꺼야."
고등부가 되자마자 '학생의 자주성을 존중'이라며 갑자기 교칙을 풀어버리다니... 뭐,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의무교육 중에는 얌전히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이겠지만.아무튼 '고등부로 올라가면 하고 싶었던 일' 중에는 '발렌타인 데이를 즐겁게 연출한다'는 것이 당연히 하나씩은 들어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기로 예정된 사람'이 없는 사람은 프레젠트 광선이 동경하는 학생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산백합회 간부관련자에게 초콜릿이 집중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야기로 돌아온다면... 사치코님은 산처럼 쌓여서 떠맡겨진 초콜릿을 보고는, 노골적으로 질색하는 얼굴을 하고서 모두 되돌려줬어." 
"헤..." 
"그것도 일종의 상냥함이지." 
"돌려주는 것이 어째서 상냥함이죠?"
솔직한 질문을 유미가 입에 담았지만, 시즈카님은 그것에는 대답하지 않고서 단지 희미하게 웃었다. 
"때가 되면 알 꺼야." 
또 어물쩍 넘어가고 말았다. 놀리고 있는 걸까... 이윽고 합창부원들이 띄엄띄엄 나타났기 때문에,유미는 그럼...이라고 인사하고는 음악실을 나왔다. 
"유미" 
시즈카님이 문까지 쫓아와서는 불러세웠다. 
"있잖아. 3일밖에 없으니까 당일도, 그날이 되기 전의 며칠 동안에도 발렌타인 데이를 충분히 즐기는 것이 좋아. 고민하거나 방황한 것도 내년, 내후년 이후까지 좋은 추억이 될 테니까." 
"시즈카님..." 
"나, 작년에는 단지 관찰자였기 때문에... 그래서 올해야말로 이탈리아에 가져갈 추억을 만든 거야. 그러니까, 유미도..." 
마지막까지는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시즈카님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았다. 사치코님과의 나날은 앞으로 1년 남짓. 어차피 그렇다면 즐겁게 지내는 것이 좋다. 있는 힘껏 웃으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분명히 그런 것을 말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예." 
유미는 힘차게 대답을 하고서 그리고는 한 번 더 고개를 숙이고는, 직원실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