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국 이야기 (彩雲國物語) 2권 -4장- 황상서, 가면을 벗다

제4장. 황상서, 가면을 벗다.

 

 

"---요춘, 우리들, <차주의 독수리>는, 이 왕도에서도 초유명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찻집에서 와구와구 명물인 자주만두를 볼이 미어지게 입에 넣으면서 <두목>이 거듭거듭 말했다.

변함없이 햇빛은 강해서, 왕래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요! 굉장해요- 두목!"

마찬가지로 차를 마시면서 요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위군까지 출동해서 우리들을 찾고 있다고 했어. 이제 우리들은 어엿한 거물이야."

"왠지, 황송한데요."

"바보. 우리의 실력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흥, 근위 따위에게 잡힐까 봐? 그건 그렇고 요춘, 거물이라면 그 나름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돼."

"그 나름의 일이라구요?"

깜빡깜빡 요춘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왕도 구경만 하며 어술렁 어슬렁 돌아가면, 유명인의 이름이 손상된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니, 우리들은 원래 버젓한 목적이 있어서, 이 귀양에 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나 요춘이 그것을 떠올리기 전에 두목이 말을 계속했다.

"여기서 하나, 유명인에게 어울리는 큰일을 해보려고 해. 벌써 계획은 세워져 있어."

"에엣, 두목, 어느 사이에!

"후후후, 두목이 된 자는, 항상 한발 앞을 생각하고 있는 거다."

"대단해요. 그런데, 무엇을 하시려구요?"

그 시점에서, 두목과 요춘의 머리에서는, 이미 무엇을 위해 귀양에 왔는지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두목은 만두로 입을 우물거리면서,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훗. 듣고 놀라지마. ---왕궁에 숨어들어, 보물을 전부 훔쳐오는 것이다."

 

 

******

 

 

"연청, 잠깐 괜찮아?"

"응-.........? 이런- 벌써 아침인가?"

뒤돌아본 연청이 상당히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어, 수려는 흠칫했다.

"....혹시, 바, 밤샜어?"

"황상서가 <보자>고 하더니 산더미만큼 결재할 서한을 건네주었어. 휴일 같은 건 새빨간 거짓말 아냐?"

연청은 눈을 힘껏 비비면서 하품을 참았다.

수려도 내심 깜짝 놀랐지만, 연청은 문관으로서도 상당히 일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례차례 책상에 쌓여 가는 일의 양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황상서는 할 수 없는 일은 시키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전력으로 보고 있는 듯. 그래서 더욱더 이상하기 짝이 없는 털투성이 남자다.     

오늘은 7일에 한번인 휴일이었다. 수려는 일손이 부족해서 출사하려고 했지만, 몸을 망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너 아니야 라고 황상서에게 반격당해, 결국 연청과 함께 휴일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밥 가져왔는데....어떻하지? 오늘은 좀 무리일까?"

"응? 아아, 그 약속. 간다고 가. 아가씨 혼자서 외출하게 한다면 정란에게 살해당할테니까."

"하지만 자지 않아도 돼? 산도 좀 올라가야 하고, 힘들텐데."

"하룻밤 철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결국 자주 하고 있고. 아침밥을 먹고 나면 기운을 차릴테니까 걱정하지마. 그런데 소하님과 정란은?"

"벌써 출사했어요. 지금은 아침이라기 보다 낮에 가깝다구요."

"정말? 전혀 알아채지 못했어. 그럼, 빨리 먹고 나갈까?"

고양이처럼 얼굴을 문지르고, 수려가 준비한 밥상과 마주보았다. 그리고 연청은 맹렬하게 식사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에게 말한 대로, 연청은 아침밥을 먹고 얼굴을 씻고 나니 완전히 평상시처럼 되었다. 철야의 흔적은 조금 야윈 뺨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깜짝 놀랐어. 하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돼요. 나이도 나이니까."

".....아가씨 정말, 나를 몇살이라고 생각해?"

투덜투덜 불평하면서도, 연청은 청소도구 한벌을 한쪽 손에 메고 가볍게 산길을 올랐다.

"묘 청소인가-? 하지만 슬슬 성묘의 시기도 끝나갈 때잖아? 아, 자주는 아직 멀었나?"

"으응, 어머님의 기일이 내일이예요. 그러니까 청소해두려고 생각해서."

"그래?"

연청은 그 말만 하고, 톡톡 수려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늘도 덥다. 연중으로 피어있던 꽃을 꺽으려고 했지만, 올해는 굉장한 더위로 계절 꽃도 시들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몇 송이인가 보이는 것을 꺽었다.

꽃을 꺽는 것을 도와주면서, 생각난 것처럼 연청이 말했다.

"맞다, 아가씨. 이쪽에서 뭔가 묘목이라도 뽑아서 가지고 돌아갈까?"

"......에?"

"뭐, 조금 정원이 쓸쓸한 것 같아서. 예쁜 꽃이라도 달린 나무같은 거, 어때?"

수려는 잠시 침묵하고,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고마워. 하지만 됐어요. 무거워서, 돌아갈 때 힘들 테니까."

"그래?"

연청은 역시 그 이상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수려는 그것에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건 그렇고 연청, 당신의 원래 볼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아아, 슬슬 정리될 참이야. 그러니까 아가씨 네에 폐를 끼치는 것도 앞으로 조금 남았어."

"그렇군요.... 왠지, 조금 아쉬워요."

"이런, 기뻐할 말을 해주잖아-."

"하지만 당신은, 왠지 정말 가족같은 걸. 제대로 돌아갈 곳, 있는 거야?"

"있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어느 정도 있을 거야?"

"글쎄. 뭐 호부에 사람이 돌아오면 이라고 생각했지만, 아가씨의 약 덕분에 슬슬 돌아오고 있는 것 같으니까, 뭐 7일이나, 그 정도일까?"

수려는 재빨리 엽의사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여름을 타는데 효과가 있는 약을 잔뜩 가지고 왔던 것이다. 모두에게 나누어 주셔요 라고, 황상서와 경시랑에게 건네주었는데, 효과가 꽤나 있었던 듯. 덧붙여 약값은 사후승낙으로 소태사 부담이었다.

신비한 우메보시 단지의 이야기를 하자, 60세 정도로 보이는 엽선생은 "하아, 과연"하고 호쾌하게 웃으며 멋대로 소태사에게 부담시켰던 것이다.

"하하하. 비용의 걱정은 하지 말게. 이런 때에 단지 따위나 들고 다니는 바보에게는, 이 정도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되지."

말하는 것으로 봐서, 엽선생은 태사와 상당히 친한 듯, 듣고 보니 예전부터 각지에서 얼굴을 마주 대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아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고생하여 겨우 당도한 산의 중턱에는, 묘가 산재해 있었다. 그 안에서도, 어머니 쪽으로 수려는 헤치고 들어갔다. 언틋 보기에는 알 수 없는 장소에 그 묘가 있었다.

"헤- .....좋은 곳에 지었네. 전망도 좋고, 주변에는 사계절 그때 그때의 나무가 심어져 있네."

"비장의 장소지요?"

간소하게 만들어진 묘석으로 다가가, 수려는 더위에 시든 꺽어온 꽃이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꽃..... 아버님이나 정란이 다녀갔네요. 추월당했네."

그리고 묵묵히 청소를 시작했다. 연청도 묵묵히 입을 다문 채 그것을 도왔다.

완전히 깨끗하게 된 후, 수려는 손을 모았다.

지그시 묘석을 응시했다. 그대로, 수려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연청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옆에 그냥 멈추어 서 있었다.

그림자의 길이가 변할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수려는 툭하니 말했다. 

"연청은, 가족은?"

"있었어. 형제자매만도 여섯이었지. 어릴 때, 적에게 침입 당해 모두 살해당하고 지금은 나 하나 뿐이야."

수려의 안색이 변한 것을 눈치채고, 연청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은 후, 안심하라는 것처럼 그 머리를 두드렸다.

"미안해요....."

"옛날 일인걸."

연청의 말투는 다정했다. 표면만이 아닌, 마음으로부터다.

"그런데 아가씨의 어머니라면, 틀림없이 맛있는 밥을 짓는 사람이었겠지?"

".......에에?......그래요......그런 건....아니지만,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것 같은 사람은 아닐 거예요. 아버님과 같을 정도로 솜씨가 좋지 않았어요. 여러 가지로 노력했지만, 같이 하면 내 쪽이 빨리 숙달되었는 걸요. 아아 하지만, 나무에서 과실을 따는 것은 무척 잘 하셨어요. 가을에는 정란과 어머님이 떨어뜨리고 나와 아버님이 주웠었지요."

".......그거, 남자의 역할이잖아...."

"그런 것을 좋아하는 분이었어요. 무엇이든지 재미있어 했지요. 항상 웃고, 기운차고, 잔뜩 놀아주시고요. 병약했던 나의 간호도 꼬박 붙어서 해주셨어요."

"병약? 누, 누가?"

"예전에는 몸이 약했어요. 뭐예요, 그 눈은. 믿지 않는 거예요?"

"거짓말이겠지."

"정말이예요. 어머님이 계시지 않고 부터는, 이상하게도 건강해졌지만."

"그럼, 어머니의 가호네."

수려는 머리를 숙였다.

".....그 날은, 우레가, 울렸어요."

작은 소리에, 연청은 바로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달래는 것처럼 수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아가씨 우레를 싫어하는 거구나."

"....폭풍우 같은 날이었어요. 빗소리에 귀가 아프고, 바람 소리가 무서웠어. 어두운 하늘이 가끔씩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났어요. 뱀같은 번개가 몇 개나 보였다 사라지고."

기록적인 뇌우의 날이었는데, 마치 자장가라도 듣고 있는 듯 잠든 것처럼 떠났다.

".....어머님, 무척 활기차고 건강한 사람이었어요."

"아아."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전날까지 웃고 있었는데....다음날에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어."

"그래."

"....나는 그 때에도 앓고 있었지만, 어머님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얼마 후 나았어요."

"어머니가 지켜 주신 거야."

참지마, 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내려왔다. 연청의 말은 정말로 공기 같았다. 쓰윽 몸 속으로 들어오고, 그 순간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르륵 하고, 수려의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하와 정란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자신과 같을 정도로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었던 두 사람에게, 자기만족을 위해 그런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나, 내가 어머님의 목숨을....빨아들여버린 거예요...."

"그럴 리가?"

"내 대신에 어머님이 죽었......어...."

"만일 정말 그렇다면, 어머님도 소원을 이뤄서 만족해하셨을 거야."

"여름.....싫어.....우뢰도.....소중한 것을 모두 빼앗아 가."

그러니까, 정란이 적퇴치를 하러 가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도 불안했다. 다른 계절이었다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겠지만, 하필이면 지금의 시기에---하고.

마침내 수려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처럼 우는 수려를, 연청이 살짝 끌어안았다. 연청은 수려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받아 주었다. 무엇을 말해주었으면 하는지를 알고, 그 대로의 것을 말해 주었다. 거짓말이라고도 위로라고도 느껴지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말투로.

수려는 그 말에 마음껏 어리광을 부렸다. 어머니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어리광부릴 수 있었다. "그런 게 아니야"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다. 계속 함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짐짓 말할 수 있었다. 비겁하고 어린아이 같은 자기연민.

연청은 그것을 알면서 받아주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기운이 없어졌던 건가? 정란도 소하님도 걱정하고 있다고."

정란과 아버님을 합쳐서 둘로 나눈 것 같다고, 수려는 울면서 생각했다. 다정하고 커다랗다.

"이렇게 매년 여름이 올 때마다 어두워지면, 어머니도 무덤 속에서 우셔. 나도 가족을 잃은 것은 여름이지만, 여름을 좋아해. 중요한 추억 쪽이 더 많으니까. 아가씨는?"

"잊어...버렸어.... 그런 거."

"생각해 내. 그러면 분명히 여름도 좋아하게 될 거야. 여름만 빼놓다니 너무 아깝잖아."

"그럴......지도."

"그럴 거야."

낮은 목소리는, 마음에 쏙 미끄러져 들어와, 귀에 기분이 좋았다.

"아가씨도 벌써 16살이잖아. 좋은 기회니까 슬슬 어른이 되지 않으면-."

".....?"

"올해로, 어두운 여름은 끝내라는 거야. 주위에 걱정을 끼쳐서는, 아직 어린애잖아. 내가 응석을 받아주었으니까, 이제 할 수 있겠지?"

"....당신, 다정하고 엄한 사람이야."

"좋은 남자의 비결이라니까!"

가슴을 편 연청에, 수려는 얼굴에 부딪히는 수염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이 덥수룩한 수염 깍으면 어때?"

"이 야성적인 수염의 매력을 모르다니, 역시 아직 어린애구만."

".....내일까지."

"응?"

"어머님의 기일까지는 기운 차릴게. 약속해."

연청은 빙긋이 웃었다.

"좋은 여자에 한발 가까워졌네, 아가씨."

 

 

*****

 

 

"왠지, 묘하게 기분이 좋은데."

"어쩐지 불안해."

추영과 강유가 중얼거리고 있는 것도 당연하게, 그들의 주인은 그 날, 묘하게 실실 웃는 얼굴로 집무실로 갔다.

"수려님의 일, 들켰나?"

"설마. 그랬다면 제일 먼저 우리들에게 덤벼들었을 걸. 어째서 알려주지 않은 거야! 하면서."

"그것도 그렇네."

"--강유, 이쪽의 서한은 이미 처리를 끝냈어. 그럼, 다음은 이거다!?"

채운국 국주·자류휘는 상쾌하게 말했다. 피부마저 반들반들 탱탱이다. 게다가 언제나의 2배의 처리 속도와, 5배의 의욕이 넘쳐흐르고 있다. 어지간한 강유도 수상하게 생각했다.

"주상, 뭔가 이상한 거라도 주워드신 것 아닙니까? 그쪽에 난 버섯이나, 수상한 풀이나, 벌레나, 부엌 쓰레기 같은 거요."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어..."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무엇이든 입에 넣는 5살 꼬마. 라고는 역시 입에 올리지 못했지만, 얼굴에는 나타나 있었던 듯. 추영이 옆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류휘는 그런 무례한 신하의 발언에도, 이상하리만치 느긋했다.

"후. 나는 오늘 밤 <요바이>를 결행하기로 했다."

강유와 추영은 황당해졌다.

".....요바이라구요?"

"제대로 그 취지도 편지에 써서 소하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상관없다고 답장이 왔어."

"그런데 그 편지, 뭐라고 써서 보내셨습니까?"

질문을 받은, 류휘는 암기하는 것처럼 공중으로 시선을 돌렸다.

"밤에 방문한다. 가능하다면 수려와 식사를 하고 싶다. 니코도 듣고 싶다. 소하와 정란도 함께 하룻밤을 보내준다면 고맙겠다. 시간이 나는 것은 4일 후 일 거다, 라고."

뭐가 요바이야, 하고 신하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했다. 그건 단순한 저택방문이잖아.

"주상, 말씀드려두겠습니다만 저는 일단 근위의 장군입니다. 그런 걸 바보처럼 정직하게 말씀하시다니, 제가 방해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대로 조의에는 시간 맞춰서 돌아올 건데? 게다가 가끔 휴식이 필요하다고 자주 추영도 말했잖아?"

".....당신의 그 솔직함에는 질리도록 경탄했습니다."

"부끄럽잖아. 그렇게 칭찬하지 마."

"칭찬이 아닙니다. .....뭐 가실 곳이 소하님의 댁이고, 단순히 일박인 것 같고, 하루 정도라면 괜찮겠지. 강유?"

"안된다고 해도 갈 거잖아. 대체 네가 막지 못하는 것을 나에게 막으라는 거야? 뭐 외출을 할 거라면 그만큼의 일을 빨리 끝내 두어야겠지요?"

이런 의욕을, 쓸데없이 발산 소비되게 두는 것은 아깝다. 가능한 이용해서 정무처리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지. --재빠르게 대책을 세운 그들은 유능하지만 비정한 부하였다.

"그럼, 다음은 이쪽의 서한을 부탁합니다. 끝나면 맞은 편의 서한. 짬짬이 난잡한 책상 주위, 스스로 제대로 정리정돈 해두도록 하셔요."

"응, 지금의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잡다한 일을 떠맡기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지금 절호조의 류휘 19세.

"그러고 보니 주상, 초안 쪽은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아, 이제 조금만 기다려 줘. 아직 고치는 것이 끝나지 않았다." 

부지런히 정무에 몰두하는 류휘에게, 추영은 재미 반으로 물어보았다.

"그런데 주상, 수려님을 곁에 두기 위해서, 어째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십니까? 지금의 당신이라면 이번이야말로 정식으로 하명해서 후궁에 불러들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홍가가 가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가문과 혈통에 비추어 생각하면 반대할 사람도 없을 텐데요?"

 

오히려 정치적 변동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첫 번째 부인으로 하기에 안전하다고 생각해 양손을 들고 환영할 터였다. 서서히 <여성>에 익숙해지면, 각 중신이 자신의 딸을 최고의 요건으로 들여보낼 작정인 것이 틀림없지만.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쓰던 것에 정신을 빼앗겨, 잠시 후에 류휘가 중얼거렸다.

"수려는 스스로 후궁을 나갔다. 그것은, 후궁에 머무를 마음이 없다는, 수려의 의지야."

--더 나아가서 류휘의 곁에 머무를 마음이 없다는 것.

생각하자, 다시 어두워진 공기가 류휘의 주위를 덮기 시작했다. 마음뿐 아니라 붓이 미끄러지는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무리하게 후궁으로 불러들인다면, 분명 수려는 화를 낼 거야."

"봄에는 매일 심하게 화내게 만드셨지 않습니까?"

"그것과는 달라.... 마음에 걸린다. 수려는 다정해. 화내고 있을 때도 다정하다. 언제나 나를 위해서 화내 주었어. 나는 그것이 기뻤다. 하지만."

말을 머뭇거렸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다.

".....용납되는 것과 용납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의 것은, 아마 후자겠지. 후궁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간단하지만, ....무언가가, 망가질 거라는, 기분이 들어."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던 듯 고개를 뒤튼 류휘와는 반대로, 추영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잘 알고 있다, 고 생각했다.

수려는 후궁으로 돌아올 의지가 없다. 봄의 사건은 그녀의 안에서 인생에 있어서 십대 큰 사건의 하나로서 처리 완료의 선반에 분류되어, 그립기는 해도 다시 파낼 것이 전혀 없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수려는 류휘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연애 감정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그런 감정을 갖는 것을 배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영은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영리하다. <왕>을 사랑한다는 것, 더 나아가서 명실공히 비가 되는 것의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거절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연애 감정을 갖지 않은 것으로 달아날 길을 준비하고, 물러날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부리나케 마을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다.

이번에 류휘가 국왕으로서의 자기 혼자만의 판단으로 후궁으로 불러들인다면, 그것은 수려에게 소중한 것을 모두 버리고,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강요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아마, 지금의 수려는 그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한번 친해지면, 더한층 불합리하게 분노가 심해진다. 수개월 전의 관계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류휘가 바라는 것은 이번에야말로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권력자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무리하게 손에 넣으려고 하기만 한다.)

류휘는 무의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번거롭게 손을 써서, 때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그녀의 의지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확실하게 손에 넣을 방법을.

(....혹시, 여성을 함락시키는 천성의 재주는 나보다 높을지도?)

그러나 류휘의 길은 험하다. 본인은 연애초심자, 상대방은 연애 미만의 의지가 강고한 여성으로, 덤으로 그녀의 앞에는 아득히 높은 벽이 있다. 초심자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난이도가 높은 상대방을 택해 버렸던 것이다.

갑자기, 자조의 웃음이 새어나왔다.

(.....뭐, 나도 다른 사람 말할 게 아닌가?)

추영은 관을 쓰지 않은 류휘의 머리를 천천히 부비부비 쓰다듬었다. 빙그레 웃는다. 

"뭐, 힘내셔요. 당신은 꽤나 희망이 있습니다."

 

 

*****

 

 

"그 활발한 두 사람이 없으니까, 이 방이 외롭습니다, 봉주."

"......그 이름으로 부르지마."

"괜찮지 않습니까? 둘뿐이고요. 대체 기인같은 꼴사나운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겠습니다."

"............."

10년 이상 싫증내지 않고 함께 있어준 만만치 않은 치유계·경유리에게는, 황상서도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구석이 있다.

"항상 하는 보물창고의 점검도, 혼자라니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숨겨둔 금고에서 보물창고의 열쇠를 집었다. 그것을 허리춤에 차면서, 경시랑은 문득 방을 둘러보았다.

"이 방, 이렇게 넓었던가요?"

뻥하고 공간이 뚫려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지 반 개월하고 조금 지났을 뿐인데, 그 두 사람이 이렇게도 친숙해져버린 것인가 하고 깜짝 놀랐다.

"이시랑에게 말해, 계속 잡아두면 안되겠습니까? 연청님은 역시 무리라고 해도.....수군이라면."

"아니, 그것은 무리일 것이다."

"어째서 입니까?"

가면이 가만히 경시랑을 보았다. 어이없어 하는 듯한 시선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경시랑은 발끈했다.

"어째서 입니까?"

".....너, 정말로 눈치채지 못한 거냐?"

"하? 무얼 말입니까?"

"아니......뭐, 됐다. 이사랑이 어차피 수가 국시를 칠 거라고 말했다고 했지?"

"아니요. 관사가 되었을 때에는 하고, 확실히 말하지 않았습니다."

황상서는 잠시 침묵했다. 무엇을 생각한 것인지, 붓을 멈추었다.

"유리, 이전에 왕이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던 국시여인수험제에 대한 것을 기억하고 있나?"

"물론입니다. 당신이 말없이 도중에 퇴석해버려서, 뒤에 핑계가 큰일이었으니까요."

".....미안했어."

"익숙해졌으니까요. 게다가 그런 때의 당신의 태도는 해결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신경쓰이는 게 있어."

"아아, 사부상서의 일입니까?"

황상서는 오만상을 쓰는 얼굴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경시랑에게는.

"....어째서 너는 바로 알아차리는 거지?"

"그야 가면을 쓰기 전부터 당신의 곁에 있었으니까요. 그 정도는 압니다. ....확실히 그 때, 사부상서가 그다지 반대를 하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물론 적극적인 찬성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망할 놈이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쥐고 있는지도 몰라."

".....망할 놈이라니..... 여전하군요. 사부상서에게는 자주 선물을 받고 있고----"

"그 이상한 가면 몇 개? 그런 건 싫다고 말했다."

"저런. 맨 얼굴의 당신과 대등하게 마주 대해 주시는 몇 안되는 친구 분이시니, 옛날 일은 잊어버리고 사귀시면 좋을 텐데."

"허튼 소리 하지마. 죽어도 사양이다. 누가 친구야? 그런 남자는 망할 놈으로 충분해."

변함없이 흥분된 태도에, 경시랑은 한숨을 쉬었다. 언제나 냉정 침착한 황상서였지만, 사부상서의 일이 되면 일변해서 완고하게 감정적이 된다.

"그런데, 여인수험의 일입니다만."

그 때였다. 정원 앞에서 무엇인가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붙잡아라!" 든가 "맞은 편으로 달아났다!" 등의 위사들의 노성이 귀에 들려와, 황상서와 경시랑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사냥개라도 뒤쫓고 있는 건가?"

경시랑이 반쯤 창 쪽으로 얼굴을 향한 순간, 그 창에서 사냥개가 아닌 2인조의 검은 옷차림의 소년들이 뛰어 들어왔던 것이다.

 

 

시간은 조금 거술러 올라간다.

"으-음, 어째서 이렇게 간단하게 발견된 거지? 우리들의 잠입은 완벽했을 텐데!"

전신을 검정 일색의 의복으로 몸을 감싼 <두목>은, 소리를 지르며 뒤쫓아온 근위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 정원을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수중에 있는 돈을 털어서 검은 옷을 새로 맞췄는데 이상하네-?"

같은 빠르기로 달아나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요춘. 한밤중이라면 어찌됐건, 아직 해도 떨어지지 않은 이 시각에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선언하는 그 검은 옷차림이야말로 간단하게 발견된 요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얼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엄청난 강운과 다리 힘을 가진 주인이기도 했다.

"두목-, 왠지, 점점 안으로 가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요."

"으-음.... 자석은 조금 전 떨어뜨렸어. 모처럼 산에서 고생해서 파냈는데."

"해가 기울고 있으니까, 저쪽이 서쪽입니다!"

"바보! 이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데, 서쪽 같은 건 도움이 안돼!"

그러니 자석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등을 두목은 생각하지 못했다.

원래 혹서로 사람이 적었지만, 실은 우림군의 반이 적 퇴치를 위해 성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하여 발견되었다고는 해도, 달아나는 발의 속도와 몸의 가벼움만은 자랑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지붕을 타고 와 멈춘 곳에서 뛰어내려---조금 열려 있는 창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경시랑은 뜻밖의 사건에 말문이 막혔다. .....뭐야? 이 까만 두 사람은?

그러나 뛰어내린 쪽도 깜짝 놀랐다.

"우왓, 이, 이런 곳에 괴인가면 남자가----요춘! 여기서는 죽은 척이다!"

외치고 <두목>은 갑자기 털썩 쓰러졌다. 뒤를 이어 요춘도 죽은 척을 하려다---그만 두었다.

"두, 두목! 그것은 곰과 만났을 때입니다!"

"핫, 그, 그런가? 괴인가면 남자의 대처 방법은--그렇다, 소금이다!"

벌떡 일어난 두목은 주머니에서 휴대품인 소금 주머니를 꺼내어, 황상서를 향해 털어 냈다.

그 바람에 맥락 없는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고, 황상서는 정면으로 소금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두두두목-! 그건 유령이나 괄태충의 처리법이 아닌가요오?"

"비슷한 거잖아! 게다가 한낮에 나오는 비상식적인 괴인이다!"

황상서는 말없이 가면에 떨어진 소금을 닦았다. 경시랑은 그 모습에 내심 신음했다.

(......화, 화났다......)

최근에는 보기 드물 정도로. .....이것은 안 좋은데.

가면의 눈과 코의 구멍로 소금이 들어간 것인지, 황상서의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진 것을 경시랑은 알았다.

"두목!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요오오."

"뭐, 뭐라구? 그럼, 설탕인가!?"

"너, 너희들, 나쁜 말은 안할테니까, 지금 당장 근위 쪽에 체포되는 편이."

황상서가 후두부에 두른 가면의 끈으로 손을 뻗었다.

"안됩니다!"

경시랑이 멈출 새도 없이 풀린 끈이, 팔랑 떨어지고, 뒤이어 가면이 벗겨졌다.

"괴인가면이....."

머리카락과 얼굴에 뒤집어쓴 소금을 털어내면서, 황상서는 찌릿 틈입자들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 얼굴을 정면으로 보아버린 소년들은 말문이 막혔다. 아니, 사고회로가 날아가 버렸다.

굳은 채인 두 사람에게 다가가, 황상서는 쭉 손을 뻗었다. 오랜만에 본 맨 얼굴에 경시랑도 잠시 숨을 들이켰지만, 곧 퍼뜩 자신으로 돌아왔다.

"우왓, 적당히 하셔요, 봉주! 당신은 기공의 달인......"

그 때, 재빨리 몸을 움직여, 소년들이 튀듯이 양 겨드랑이로 빠져나갔다. 본능적으로 주박을 풀고, 가까스로 기절을 면한 두 사람에 황상서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요춘, 위험해, 이 남자! 우리를 돌로 만들 셈이다! 눈을 마주치면 안돼!"

"예. 다시 가면을 쓰는 쪽이 더 나아요."

우왓 하고 경시랑이 이마를 눌렀다. 

황상서의 관자놀이에 푸른 힘줄이 떠올랐다.

".......사람의 얼굴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내가 맹수냐?"

"안되겠어. 이건 상대가 나쁘다, 요춘. 알겠지?"

"달아나는거군요!"

"바보, 내일을 향한 명예로운 철수라고 햇."

강운과 함께 달아나는 발에도 정평이 있는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뛰어나갔다. 그 때, 자칭 <두목>은 경시랑과 부딪혀, 옆으로 뛰어 피하며 그의 허리춤에 있던 무언가를 손으로 쳤다. 단단한 그.것.을 반사적으로 왼손으로 움켜쥔 후, 다시 들어왔던 창으로 뛰어내렸다. 

정말 멋지게 달아나서, 뒤쫓아갈 기분마저 들지 않을 정도였다.

"쯧, 달아나는 건 빠르군......!"

악역 전개의 대사를 내뱉고 분한 듯 혀를 찬 후, 황상서는 아직 옷 위와 머리카락에 남아있는 소금을 털어 내고, 다시 가면을 썼다.

"......정말, 이걸 벗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자못 초조한 목소리에, 경시랑은 빙긋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야, 유리. 그 두 사람이 비번인 날이었기에 다행이지."

"예, 하지만 연청님이라면 한번 웃고 원래대로 돌아갔겠지요. 수군은 분명 깜짝 놀라겠지만, 열심히 못 본 척 하고, 언제나 대로 대해주지 않을까요?"

어쨌든 당신이 가면을 벗을 기회가 주어진대도, 아무 짓도 하지 않을 아이니까요. .....그 말로 표현하지 않은 말에, 황상서는 가면 속의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그런데 유리."

"예?"

"너, 조금 전에 허리에 보물창고의 열쇠를 걸고 있지 않았나?"

"에? 예. 정기 점검하러 가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아아아앗!?"

허리춤을 더듬은 경시랑은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당황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열쇠의 행방을 찾으려고 했으나, 상사에 의해 멈춰졌다.

"소용없어. 아마 부딪혔을 때 가지고 갔겠지. 나에게 소금을 털어낸 쪽의 손에 그것인 듯 한 것이 쥐어져 있었다."

황상서의 동체시력을 알고 있던 경시랑은 더욱더 새파랗게 질렸다.

"거, 거짓말이시죠?! 어째서 이렇게 침착하신 겁니까?"

그는 다급하게 창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그 2인조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것은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열쇠 아닙니까!?"

경시랑은 비명을 질렀지만, 스스로의 위기관리의 서투름을 한탄한대도 이미 늦어있었다.

 

 

*****

 

 

"오늘의 식사는 뭐가 좋을까?"

묘 청소에서 돌아와, 수려는 연청과 함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드물게 대성통곡한 탓인가, 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

"입막음 료로, 가능한 한 뭐든 해줄게요."

"오, 잘됐네. 응-그럼, 산채가 먹고 싶어-. 버섯이라든가 야채라든가."

"상당히 겸허하네. 그걸로 좋아?"

"응. 우선 산채면 돼. 조리법은 아가씨에게 맡길게."

"그럼, 뭔가 골라서 돌아갈까? .....그런데, 어라? 왠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이런 더위에, 전신에 검은 옷차림의 동행 두 사람이 길 건너편에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연청은 그들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본 순간, 딱 굳어버렸다.

"한여름에 저런 꼴을 하다니 바보 아니예요. 전신에 검정일색이라니.....어머, 작은 쪽, 흔들흔들하는데요. 아, 쓰러졌어. ----큰일났네!"

비틀거리고 있던 작은 검은 옷이 툭 쓰러지자, 다른 한쪽이 당황한 듯 안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을 본 수려는, 순식간에 달려가고 있었다.

"앗, 아가씨 잠깐.... 어째서 말을 듣지 않는 거야?"

연청이 제멋대로 뻗은 수염을 쥐어뜯고, 어쩔 수 없이 수려의 뒤를 쫓아갔던 것이다.

 

 

갑자기 쓰러진 요춘에 <두목>은 깜짝 놀랐다.

"어이 요춘, 요춘!?"

"흔들면 안돼!"

의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낯선 소녀가 험한 얼굴을 하고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요춘의 복면을 벗기고, 이마에 손을 댔다. 

"......열중증이야. 이 더위에 이런 옷을 입다니.... 정말 뭘 생각하는 거야? 너희들은. 이봐, 너도 빨리 웃옷을 벗어. 이 애의 이름은?"

"요춘....."

수려는 가볍게 소년의 어깨를 두드리고, 귓가에서 이름을 불렀다.

"요춘군, 요춘군, 들려?"

"........으......예......"

"다행이다. 의식이 있는 것 같아. 맥은....약하지만, 대단한 건 아니야. 호흡은 괜찮네. 손발의 경련은.....오른쪽의 장딴지가 조금. 너 소금 가지고---있을 턱이 없지."

"가지고 있어! 아, 아차! 그 괴인가면 남자에게 전부 던져버렸다!"

"괴인가면 남자?"

수려의 뇌리에 그 말에 해당하는 인물이 한 명 떠올랐지만, 곧 지워졌다. .....설마.

"없는 것 같네. 그럼, 바로 근처의 집에 가서 소금과 물을."

"여기, 아가씨. 식염수과 설탕물."

"연청. 잘 알고 있네. 고마워요. 문제는 마실 수 있는가 하는 거지만....."

농도를 확인한 후, 요춘의 입에 식염수를 머금게 했다. 잠시 후 꿀꺽하고 삼켰다.

"다행이다. 수분은 마실 수 있는 것 같아. 다음에는 냉각이지만.....얼음은 비싸. 특히 여름에는. 할 수 없지. 연청, 우리 집으로 옮겨 줄래요? 엽 선생께 왕진해 달라는 쪽이 빠르겠어."

"---우리 집 쪽이 빨라."

갑자기 들려온 차가운 미성에, 수려는 뒤돌아보았다. 그리고---말문이 막혔다.

그럴 작정은 아니었지만, 일순 모든 것이 머리에서 날아가 버렸다. 눈앞에 나타난 얼굴에 수려는 떡 입을 벌렸다. 정말이지 아연해졌다. 연청도 물끄러미 눈이 둥그래져, 무의식적으로 ".......대단해"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두목>은 아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는! 괴......"

"이 소년을 살리고 싶으면 입다물어."

째릿 매섭게 쏘아보며, 두목은 꼭 입을 다물었다.

그림에 그린 듯한 미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아름다움이 이런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매끄러운 흰 피부는 마치 도자기 같다. 죽 뻗은 콧날도, 굳게 닫힌 입술의 모양도, 긴 속눈썹 하나 하나까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다. 살짝 이마에 닿은 머리카락의 느낌마저 아름답고, 차갑고 어딘가 기분이 언짢은 듯한 두 눈도, 너무나 정돈된 얼굴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이 정도의 미모는, 수려도 연청도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 미모의 주인은 남자다. 말을 잇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정돈된 얼굴이라면, 무엇을 해도 박력이 있다. 그가 손을 뻗어 요춘을 살짝 끌어올리는 모습마저, 한 장 간직해두고 싶을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절세의 미인은 천천히 소년을 연청에게 떠맡긴 후, 영롱한 옥같은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수레를 보내겠다. 기다리고 있어."

"헤, 아, 저어."

남자는 스쳐 지나며, 연청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주었던 <선물>은 전부 정리했나보지?"

이번에야말로 연청은 아연해졌다.

거짓말이겠지......하고 마음 속으로 신음했다. 정말 악몽과 다를 바 없다. 어째서 그 가면 밑이 저래!?

(아니, 그런가.....? 알았어. 어째서 그 사람의 맨 얼굴이 조정 전체에서 금기가 되었는지....)

그 얼굴은 흉기라고 해도 이미 과언이 아니었다. 그가 만일 여자였다면, 절세미녀로서 역사에 그 이름을 떨쳤을 것이다. 그것은 정말 숨겨두는 쪽이 세상을 위하고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정말, 그가 남자라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의협심도 이성도 있는, 미모에 자만하지 않고 능력을 중시하며 자신의 평가에 일절 괘념치 않는 남자였기 때문에 이 채운국은 무사했던 것이다. 그에게 미모 이외의 무언가가 하나라도 빠져 있었다면, 지금쯤 어찌 되었을까?

(.......그런데 어째서, 일을 내팽개치고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누가 뭐래도 그 일만 아는 그가.

그의 집은 채칠구의 하나, 황동구에 주거를 갖춘 대저택이었다. 부지 면적은 수려의 집보다 좁았지만, 몹시 거칠어 대부분이 사용불가인 소하의 저택과 달리, 이쪽은 전부 손질이 되어 있다.

어쩐지 그는 이름을 대지 않고, 저택에 들어왔을 때도 뒷문으로 살짝 들어가, 일동을 안내해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별채로 요춘을 옮겼다. 실은 그는 저택에서도 어지간하지 않은 한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런 사정을 수려들은 알 턱이 없었다.

불려온 엽 의사와 수려가 조치를 시작해, 별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청은, 혼자 남겨진 자칭 <두목>을 앞두고 한숨을 쉬었다.

"......정말, 어슬렁어슬렁 산에서 나와서는 이런 짓은 뭐지? 상림, 이었던가?"

새파란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년은, 깜짝 놀란 듯 얼굴을 들었다.

"어떻게 이름을?"

이번에야말로 연청은 기가 막혔다.

"......너희들, 도대체 어째서 여기까지 온 거지? 내참. 완전히 당초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있는 거냐? 사실 그러니까 나도 매일 밤 나무 위에서 야숙하는 너희들을 보고 마음을 놓은 거지만. 쫓아온 상대를 잊어버리는 바보라니."    

긴 수염을 젇히고, 왼쪽 뺨의 십자 상처를 보였다. 그것을 본 상림은 펄쩍 뛰었다.

"아앗, 너, 너는-------! 윽, 관광에 열중하느라 완전히 잊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뭐야, 할거야?"

미모의 황기인은, 그것을 말리지도 않고 입을 다물고 보고 있었다.

상림은 털썩 주저앉아,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둬. 너희들은 요춘을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 아버지께 은혜를 입으면 절대 배신해서는 안된다고 들었어."

연청은 뺨을 긁었다.

".........너, 그 "아버지"에 대해서는 뭐랄까, 왠지 굉장히 오해하고 있구나?"

"뭐라고!"

그 때, 시술실인 방의 문이 열렸다.

 

 

"하-, 끝났다, 끝났어."

톡톡 허리를 두드리면서 엽 의사가 나왔다. 무척 느긋한 말투였다.

그것을 본 상림은 벌떡 일어섰다.

""의, 의원님! 요춘은--요춘의 상태가 그렇게까지 나쁜 겁니까!?" 

"......응?"

"의원님은 저를 낙담시키지 않으려고 그런 느긋한 태도를 취하시는....."

"아니, 이제 완전히 괜찮아졌어. 다행히 경증의 열중증이었고."

"위로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경증으로 실신까지 할 턱이 없잖아요! 사나이 상림, 만일의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말씀해주십시오."

멍-, 자리가 조용해졌다. 연청은, 어째서 상림이라는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그 정도로까지 오해를 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안되겠군, 이라고 엽의사도 생각한 듯, 짐짓 점잔을 뺀 얼굴을 만들었다.

".......실은, 상림군, 요춘군을 구할 방법이 딱 한가지 있다네."

"음, 이 뒤편의 산에 석곡이라는 다년초가 나고 있는데, 그것을 생약으로 해서 마신다면."

"요춘의 목숨은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거군요!? 오늘밤에 뜯어오겠습니다! 쉬운 일입니다."

"......어떤 풀인지, 알고 있는 건가.....?"

"아아, 그 점은 걱정하지 마셔요. 확실히 녀석, 꼬맹이일 때부터 봉노산에 살고 있었을 테니까, 초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을 겁니다. 아버지도 생약 작황의 명인이었구요."

".......석곡이라는 생약이라면, 우리 집에도 있지만. 자양강장제 아닌가?"

"뭐, 무슨 일이든 하는 쪽이 잠시 잊을 수 있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고."

엽 의사는 미목이 초절수려한 기인을 보고, 웃음이 흐트러졌다.

"이야, 왕진하러 와서 이런 미인과 만나다니, 운이 좋네요. 저의 긴 인생에서도 정말 좀처럼 만나보지 못한 미인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여자가 아닌 것인지."

탁탁 평평한 가슴을 재미없다는 듯 쓰다듬는 엽 의사를, 기인은 시선만으로 내려다보았다.

화를 억누르는 미인의 눈길은, 가끔 사람 하나는 간단히 사살할 정도의 효과가 있다. 이렇게도 자를 듯 날카로운 시선을 쏟아 부어도 꼼짝 않는다는 것은, 이 엽의사도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농담이 아니라 방의 공기가 차가워져, 연청은 부들 몸을 떨었다.

기인의 손가락이 불쑥 엽 의사에게 뻗어갔다. 그 하나의 동작마저 무심코 넋을 잃고 볼 정도였지만,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아챈 연청은 당황해서 그 팔을 겨우 정지시켰다.   

"그그그그그만! 의사를 날려버리면 안되지요, 역시."

"........알았다."

기인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어딘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호전적인 사람이다.

"뭐라고, 저를 날려버리려고 하셨습니까? 과격한 것도 매력적이군요~"

하하 하고 큰소리로 웃는 엽 의사에, 더욱더 미간의 주름이 깊어진 황기인. 연청은 지금 처음으로 말고삐를 쥔 경시랑의 위대함을 통감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이 위험한 인물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점점 풍전등화가 되어가는 엽 의사의 목숨을 구한 것은, 시술실에서 삐쭉 얼굴을 내민 수려였다.

"연청, 우리 집에 편지를 보냈어? 상당히 늦어져버려서.....밥은 어떻하지?"

"아가씨, 오늘은 여기서 묵지 그래?"

연청의 당돌한 제안에, 수려는 미간을 모았다.

"......하아?"

"신경 쓰이잖아. 요춘이라는 소년의 용태. 하루 정도는 상태를 지켜보는 게 필요하겠지. 게다가 이미 한 명은 뒷산으로 달려가 버렸고."

"그야 확실히 그렇지만.....그럼, 저녁식사 준비만 하고 나서, 일단....."

"괜찮다니까. 어린애도 아니고, 저쪽은 뭔가 적당히 먹고 있을 거야."

어지간한 수려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뭔가, 숨기는 거 없어?"

"그러니까, 실은 이미 여기서 묵겠다고 써서 편지를 보내서--"

"에에!? 뭐야? 그렇게 여기가 마음에 들어? 그야 우리 집은 낡은 저택일 뿐이지만, 아니 그게 아니고. 좀 멋대로 아냐?"

"우, 미안. 용서해 줘."

체면에도 불구하고 꾸벅꾸벅 머리를 숙이는 연청에, 수려도 기세가 꺽였다. 정말로 연청은 사람의 마음을 잘 달랜다. 어쩔 수 없지, 하는 기분이 들어 버렸다고나 할까?

"......하아, 뭐, 이미 편지를 보냈다면 어쩔 수 없네.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지나가던 친절하신 분. 후의에 기대 하룻밤 신세를 지겠습니다."

맨 얼굴을 한 황기인의 정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정중하게 머리를 숙인 후, 수려는 요춘의 용태를 보러 엽 의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직후, 절대영도의 미성이 울렸다.

"......연청, 어느 사이에 그렇게 하기로 한 거지?"

"에, 하하하-. 지금이요. 그러니까 잘 부탁합니다."

"어째서?"

"그렇지 않다면, 소하님 댁에서 폐를 끼치고 있는 어느 사람에게 제가 살해당할 테니까요. 요림이 큰 소란을 피워준 덕분에, 아마 다른 패거리들도 눈치챘을 테니, 오늘밤이 고비일까 해서." 

상당히 추상적인 이야기였지만, 기인은 정확하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짐작했다.

"즉, 오늘밤 여기에 <단체 손님>이 온다는 건가?"

"에, 헤헤헤. 뭐, 그런 말입니다. 여기라면 다소 부서져도 부자니까 걱정없고, 호위병도 있고, 넓고, 주인은 입이 무겁고, 신분이 높은 대단한 분이고, 제 정체도 알고 있고, 딱 손님을 붙잡는데 맞는 이상의 장소니까요."

점점 기인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연청은 두 손을 비비며 들어올렸다.

"괜찮지 않습니까? 결국 저, 열심히 했잖아요? 그렇죠? 그 상이라고 생각하셔요. 옷, 대장 배짱이 좋잖아요. 뭣하면 신작 가면을 만들어서 선물할 테니까."

"필요 없어!"

"아가씨에게 대장의 정체 밝히거나 하지 않을 테니."

"수가 여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곤란한 것은, 서로 마찬가지잖아?"

"당신은 말하지 않을 거예요."

방그레 연청은 웃었다.

"말할 작정이었다면 벌써 예전에 밝혔을 테지요."

똑바로 자신의 맨 얼굴을 응시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자를 오랜만에 발견했다, 고 기인은 생각했다.

"......좋을대로 해. 단 나는 도와주지 않을 테니까."

"물론. 아마 증원으로, 최저 한 사람이 올 예정이고, 걱정 없어요. 아가씨와 도련님 조의 쪽을, 지켜주셔요."

"누가 네 걱정 따윌 할까?"

"칭찬해주시니 광영입니다. .....그런데 황상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기인은 슬쩍 수염 투성이인 연청을 보았다. 그리고 한마디로 대답했다.

"너보다는 연상이다."

 

 

*****

 

 

연청에게서 도착한 편지를 둘러싸고, 소하의 저택에 모여있는 남자들은 끙-하고 눈썹을 모았다.

"하, 하필이면 오늘이야...."

궁성을 빠져 나와 잠행해온 류휘는, 도착했을 때의 명랑함은 어디로 가고,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상. 딸이 돌아오면 전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하는 곤란한 듯이 편지 내용을 내려다보았다.

"주상도 정말 때를 못 맞추시네요. 역시 인연을 맺어주는 붉은 실은 3개월 전에 탁 끊어진 건지도."

"원래 이어지지 않았던 거 아냐? 포기하고 성으로 돌아갈까?"

재미 반, 호위를 겸해 따라온 강유와 추영이 심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이으면 되잖아. 이 편지에 있는 저택으로 가자! 대체 연청은 누구야?"

"저의 옛 친구입니다. 지금 잠깐 식객으로 있어요."

선뜻 응한 정란에, 류휘는 놀라서 되물었다.

"......정란의?"

정란은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말없이 허리에 검을 찼다.

"그건 그렇고, 저는 갑니다. 여러분도, 가실 거라면 반드시 검을 가지고 와 주십시오. 아마 밤새도록 뛰어다니게 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좋으시다면."

사악 그 자리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추영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무슨 말이지? 거기서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그가 머무른다고 하지 않았겠지요. 하필이면 그 저택에."

"하필이면..... 황동구의 별난 저택에 머무른다고 했지?"

강유는 말을 하며, 흠칫해서 추영과 얼굴을 마주보았다. 황.동구의, 별.난. 저택?

"연청같이 성가신 놈을 혹사시켰으니, 조금쯤 폐를 끼쳐도 좋다고 생각한 거겠지요. 게다가 오늘은 다행히 빨리 백대장군에게서 해방되었고, 오늘에 한해서는 적이 돌아다닐 염려도 없구요. 어딘가의 바보스러운 정의의 아군인 사람이 밤에 배회하며 차주에서 유입된 적 퇴치를 해주었지만, 그래도 수배서에서 의하면 아직 꽤 남아있을 테니까."

하아, 하고 정란은 한숨을 쉬었다.

"그들이 뒤쫓아왔다고 하는 남자와, 우리의 식객이 이상하게 많이 닮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까, 분명 본인이라고 여겨져 버린 거겠지요."

추영은 딱딱하게 굳은 관자놀이를, 손가락 끝으로 문질렀다.

"......정란."

"예?"

"그런 것은 좀더 빨리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본인이 나중에 잘 말씀드릴 작정인 듯 했으니까, 그러면 두 번 일하는 거 아닌가요? 맞다, 이것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한 적을 남김없이 퇴치한 거니까, 특별보수는 있는 거겠지요?"

".......설마 그것을 예상하고 입다물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아니요, 그럴 리가. 정말 우연입니다."

또 다시 빙긋. 마성의 미소다, 라고 강유와 추영은 동시에 생각했다.

겨우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해한 류휘는 새파랗게 질렸다.

"그럼, 함께 있는 수려도 위험한 거 아냐!"

"괜찮습니다. 연청이 옆에 있다면, 아가씨에게 위험이 닥칠 일은 전무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맡기지도 않았습니다."

그 절대적인 자신에, 깜짝 놀란 것은 추영과 류휘 쪽이었다.

".......상당히, 신뢰하고 있는 것 같네."

"신뢰라고나 할까.....저는 그 남자보다 강한 인간을, 그의 사부를 빼고는 알지 못합니다. 본인의 앞에서는 죽어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격투와 곤이라면 틀림없이 채운국 제일입니다."

무관·남장군으로서 추영의 눈동자가 두근두근 기대로 빛났다.

"검은?"

"전혀 못합니다. 그러니까 우림군에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검은 싫다고 했으니까요."

"......그거 유감인데."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세분은."

류휘는 꽉 주먹을 쥐었다.

"가는 게 당연하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하러 왔는지 모르잖아."

"내참. 그럼, 강유는 어떻게 할래?"

"뒤에서 돌맹이라도 던지면서 응원할게. 맞아도 투덜대지마."

"우와- 할 마음이 들었네-......"

정란은 주고받는 대화를 입다물고 듣고 있던 소하에게 얼굴을 향했다.

"이렇게 되어, 오늘밤 집 지키기를 부탁드립니다.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응. 기다릴게. 내일은 모두 함께 성묘를 가지 않으면, 아내가 화낼 테니까."

그렇다, 내일은 이 집의 주인·소하의 아내이자, 수려의 어머니인 사람의, 기일이었다.

"마님이 화를 내면 무서우니까. 반드시.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저택을 나서면서, 정란은 살짝 혼잣말을 했다.

"연청도 정말 악운에 강해. 하필이면 남장군과 주상이 함께인 날에 맞추다니."

 

 

젊은이들이 나간 후---텅빈 방에서, 소하는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자, 듣고 있었지? 주취."

예---하는 말과 함께, 지금까지 그곳에 있었던 듯 극히 자연스럽게 주취가 모습을 나타냈다.

"황상서의 저택 주위는 어떻게 되었지?"

"정란님이 예측하신 대로입니다. 오후의 사건으로 연청님 일이 들통나버린 듯 합니다. 남은 차주의 적을 정리해서 황상서의 저택에 야습을 할 계산인 듯, 주위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수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전날까지의 연청님의 착실한 노력으로, 상당히 수가 줄어들었으니까요. 3, 40명 정도입니다. 일부 귀양의 불한당도 섞여 있는 듯 합니다만, 대단할 것은 없습니다, 소하님이 참가하지 않으셔도, 저만으로 충분합니다."

소하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내의 기일 전에 딸 일행의 목숨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둘 수는 없지. 만일의 일이 생긴다면 후회도 할 수 없다."

비록 많은 사람의 목숨을 그 손으로 빼앗아 온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