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국 이야기 (彩雲國物語) 1권 -종장- 문에는 이홍이 있다

종장

  

“…..빠르네.”

수려는 정란의 베갯머리에서 복숭아를 벗기면서 한숨을 쉬었다.

“벌써 한달이나 지났어.”

그렇군요, 하고 정란은 한숨을 쉬었다.

“……저도 더 이상 이 방에 있을 의미가 없습니다만.”

한달, 정란은 왕의 명에 의해, 궁성의 한 방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려 쪽은 치사독이었다고 하지만, 해독약을 투여하고 이, 삼일 자고 나니 완전히 건강해졌다. 오히려 독과 비슷한 향을 들이마시고, 전신에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허벅지에 소도를 꽂은 정란 쪽이 회복이 늦었다. 그래도, 한달이나 지나자 거의 완전히 나은 것에 가까워졌다.

“아버님에게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어.”

수려는 빙그레 웃었다.

“내일, 집으로 돌아가겠지?”

“아가씨….”

수려는 창으로 정원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길었어. 복숭아도 벚꽃도, 이미 졌으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아무것도 없어.”

탁, 하고 수려는 작은 칼을 내려놓았다. 사락, 하고 초여름의 따뜻한 바람이 방으로 날아들어왔다.

“주상이 제대로 정사를 돌보게 된 지금, 내가 후궁에 있을 의미는 아무 것도 없어. 하루종일 멍하니 보내는 것도, 싫어. 그리고, …..내가 살 장소는 여기가 아니니까.”

수려에게는, 단순히 류휘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만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여기 저기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 밥을 짓고, 옷을 수선하고. 16년간 그렇게 살아왔다. 그것은, 후궁에서 예쁘게 장식하고, 왕을---류휘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않고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것과 바꿀 수는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자신밖에 할 수 없는 것. 후궁에서의 그 임무는 끝났다. 하지만, 아직 마을에서는 끝나지 않았다.

“…..원래, 돌아갈 것을 전제로 해서 한 걸. 학원도 다시 열지 않으면 안되고, 여름의 연회에 시녀일도 들어와 있고, 무엇보다, 내가 없어지면 집은 어떻게 해.”

“…..주상이, 서운해 하시겠군요.”

정란이 작게 웃었다.

“어떻게 말씀드리실 작정이십니까?”

“이미 말했어.”

정란은 눈을 크게 떴다. 수려는 조금 뺨을 부풀렸다.

“그것이, <그래?>라고 밖에 하지 않았어. 조금 더 이별을 아쉬워해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조금 여쭙고 싶습니다만, 그 후에 정원으로 내려가지 않으셨습니까?”

“에? 응, 그래. 정원의 나무의 가지치기가 어떻다던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어.”

“……………”

정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옛날부터, 무척 침울해질 때, 자주 류휘는 정원으로 내려가 혼자서 우울하게 침울함에 빠지는 버릇이 있었다. 그때마다 자신이 정원으로 내려가 쭈그려 앉아있던 어린 소년을 데리러 갔던 것이다. 덧붙여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무심결에 지껄이는 것은 가장 깊이 침울함에 빠졌을 때다.

“분명, 주상도 내심으로는 무척 쓸쓸해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우—응, 그래. 실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어. …..상당히 그리울 거라고 생각해.”

“서운하십니까?”

수려는 조금 웃었다. 그래, 하고 중얼거렸다.

“3개월 가까이 얼굴을 마주했는 걸. 뭐라고 해도 즐거웠어. 하지만.”

수려는 마디진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여염집 규수의 손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손가락을.

“…..이번에는, 진짜 부인을 맞아야 해. 언제까지나 내가 눌러앉아 있어서는 안돼. 지금의 그 사람이라면, 분명히 앞을 다투는 미인으로 머리도 좋은 진짜 아가씨들이 들어올거야. 그러면, 남색가 같은 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걸.”

정란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것.을 신경쓰고 있었던 것인가? 하고.

일국의 왕마저도 끌어들인 것은, 아름다움도 가는 손끝도 아니다. 그런 것과 바꿀 수 없을만큼 귀중한 것. 그러나----.

“그 사람, 분명히 좋은 임금님이 될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정란.”

빙그레 웃는 수려. ----분명히,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 내면의 아름다움에 의해.

웃는 얼굴을 하면서,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하고 정란은 생각했다. 이 정도로 애정이 넘치는 얼굴이면서, 그러함에도 완전할 정도로 연정이 없다. 알아채지 못하게 한 왕이 대단한 건가? 알아채지 못한 수려가 대단한 것인가? …..어느 쪽인 것일까?

그리고 방의 문이 두드려졌다.

 

 

“…..내일, 수려와 함께 돌아간다고 들었어.”

류휘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수려가 자리에서 떠나, 방에는 류휘와 정란의 두 사람 뿐이었다.

정란은 얼굴을 들었다. 류휘는 고개를 숙인 채였다.

“…..그것은, 괜찮아. ….너와 둘만이 되는 것은 오늘로 마지막인 것 같아서, 왔다.”

류휘가 정란을 보았다. 정란은 조금이지만, 표정이 달라졌다.

사락사락하고, 정원의 가지 끝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나에게는, 아주 좋아했던 형님이 있었다.”

툭하니, 류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둘째 형님이었다. 청온형님…..언제나, 외톨이였던 나와, 놀아주었어. 형님은 무척 바빴을텐데, 시간이 나면 만나러 와주었다. 언제나 정원의 구석에서 떨면서 웅크리고 있던 나를, 형님만이 봐주었다. 청온형님만이,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어.”

류휘는, <나>라는 일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을, 의미를 정란은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그 형님이 아주 좋았다. 어마마마가 괴롭혀도, 다른 형님들이 괴롭혀도, 청온형님이 언제나 나를 그 커다란 등으로 감싸주었다. 밤의 정원에 혼자 내던져졌을 때도, 지하창고에 갇혔을 때도, 발견해 준 것은 형님이었다. 형님만이, 나를 찾아주었다.”

천천히 눈꺼풀을 닫았다. 먼 옛날의, 슬프고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나는 어머니가 죽어도, 형이 모두 죽어도, 울지 않았어. 정말은 전혀,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청온형님이 사라져 버렸을 때만은, 울었다. 매일매일 울어서…….분명, 나의 16년치의 눈물이 거기에 전부 쓰여져버렸을 거야. …..그때부터 하루도, 형님의 일을 잊은 날이 없었다.” 

-----언제나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둘러싼 계절 속에서, 그가 바라고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유배되었다고, 소하가 가르쳐준 후에도, 계속 기다렸다. 형님은 무척 머리가 좋고 강하니까, 분명히 언젠가, 왕궁의 높은 담도, 몇백명의 호위병도, 뛰어 넘어서, 맞으러 와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방법도 없고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상당히 이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쪽에서 만나러 가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내란도 종결되면, 나 같은 건 아바마마도 조신들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테니까, 소재상 측근이 왕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준비도 했었어. 만일을 생각하여 폐공자라도 된다면 얽매이는 것도 없어지고 홀가분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재상이 바보 같은 말을 꺼냈어. 아버지까지 왕이 되라고 말을 꺼내셨다. 지금까지 돌아보지도 않던 조신들이 모두,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웃기지 마, 하고 생각했어.”

류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지금까지 실컷 내버려 두고,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는거냐, 하고 생각했다. 내가 왕궁에 있었던 것은, 단지 소하와 송장군이 있었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스스로 왕궁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의 어린애였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절대로 왕궁을 떠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송장군에게 검을 배웠으니까, 형 전부를 각각 때려눕혀 두번 다시 쓸데없는 참견은 당하지 않게 되었지만-----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싫었다. 그래도 위의 네 사람이 있으니까, 막내인 나 한 사람이 사라져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원래 있어도 없어도 괜찮은 취급이었고.”

희미하게, 정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은 내란이 일어났을 때 빠져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소하가 출사하지 않게 되었어. 어떻게 된 것인가 하고 생각해서, 출사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보냈고, ……알아차렸을 때, 공자는 나 한사람만 남아 있었다.”

“………..”

“그래도, 그렇게 바보같이 양쪽이 모두 쓰러지는 일을 일으킨 형들과 반이라도 같은 피를 이은 공자 따위는, 분명 폐위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은 지금까지와 같이, 없었던 것처럼 취급될거라고. 그래서 여행준비를 하고……성을 나가, 청온 형님을 찾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

쏴아하고, 바람이 방으로 가득 찼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류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소재상에게 왕이 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이런 곳에, 나를 일생 가두어두려고 하는가, 하고 생각했어. 어디를 봐도, 어떤 얼굴을 봐도, 싫은 생각이 멈추지 않았어. …..소재상에게 왕위를 선양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아바마마도-----소재상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래도 심하게, 딱 잘라 거절하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소재상은, 정말 예리했어. 잘도 그렇게 머리를 굴렸지.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붙들어 왔다. 결과적으로는 소재상이, 왕위에 오르지 않으면 관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어. 망할 영감 이라고 생각했다.”

내란으로, 나라가 피폐되어 있는 것 정도는----그것이 실제 어느 정도의 것인가는 실감할 수 없었지만----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정도 왕위 다툼을 거쳐, 아직 전혀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권력과 실력을 겸비하고, 조정을 정리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소재상 뿐이라는 것도. 그런데 소재상은, 류휘의 즉위와 그것을 바꿔도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던 것이다.

“웃기는 소리를 하는 망할 영감이라고 생각했지만…. 최후에는, 소하에게 부탁받아, 즉위를 승낙했다. 하지만, 하나만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내가 16년 이상 계속 품고 있었던 소원만은, 포기할 수 없었어.”

겨우, 정란은 눈을 크게 떴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처럼.

“……마지막 도박 이었다.”

툭하고, 류휘는 중얼거렸다.

“소하에게, 그 시대의 되풀이만은 그만 두어주었으면 한다고 들었으니까, 빠듯하게 나라가 정상으로 움직일 정도의 것을 했다. 그리고 기다렸어. 누군가가 형님을 떠올려서, 왕으로 맞으려고 할 때를.”

유배되었던 공자를 조정으로 맞아들이는 것은, 칙명을 내린데도 불가능하다.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두번 다시 궁성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유를 붙인 것이다. 정사를 돌보지 않는 왕. 조정에 얽매여버린 그의, 그것은 아슬아슬한 도박이었다.

얄궂게도, 이곳에서 한가지, 아주 사적인, 하지만 나라의 운명을 뒤흔드는 도박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주상….”

“알고 있어. …..나의, 어리광이었다. 지금은, 그것을 알겠어.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루고 싶었다. 그 정도로, 청온형님은, 나의 모든 것이었어.”

꾸고 싶지 않은 꿈을, 매일 밤 꾸었다. 10년 이상의 세월을.

하지만 정란이 손을 잡아준 날부터, 이상하게도 그 꿈을 꾸지 않았다. 그리고 수려와 함께 잠들게 되자, 다른 악몽도 사라졌다.

소태사가 보내온 두 사람은, 류휘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두 사람이었다.

변함없이, 어째서, 그 영감이 그렇게 예리한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마치 천리안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내다보는-----선인의 보구. 약이 오르지만, 역시 모르겠다.

그 영감 정도로 속이 꺼멓고 잔인하게 자기 멋대로, 언제나 나의 기분따위는 상관없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자신의 소망을 이루려고 하는 싫은 망할 영감은 없다. ------그리고, 그 정도로 선왕과 이 나라를 무엇보다 사랑하고 있는 자도.

바램을 이루어주겠다----그렇게, 약속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아.니.어.도. 괜.찮.았.을. 터.였.다. 

“……나는, 지금도, 혹시, 형님을 찾는다면, 바로 죄를 벗기고, 나를 대신해 왕좌에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어. 나는…. 형님의 곁에서, 그 옆에서, 보좌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정란은 조용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류휘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형…..”

“주상.”

정란은 류휘의 말을 가로막았다.

“저는, 청온공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만일 제가 청온공자라면, 이렇게 말했겠지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빨리 버리라고요.”

“어째…..” 

“왕은, 당신입니다, 주상. 당신을 중심으로, 조정은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청온공자는, 필요없습니다. 오히려, 방해입니다. “

“아니…..”

“게다가, 청온공자도, 그다지 그런 것은 필요없다고 말씀하실 거리고 생각합니다만. 분명히, 어딘가에 있는 가정으로 맞아들여져서, 마음 착한 주인어른과, 기운차게 일하는 아가씨를 위해서 부지런히 일하고, 가난하지만 분명히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서, 사랑하는 막내 동생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만족하고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청온공자는 무척 훌.륭.한. 분 같으니까요.”

웃는 정란에게, 류휘는 고개를 숙였다. 목구멍에서 따뜻한 것이 치밀어 올랐다.

“…….나, 는, 정말로, 형님이.”

“울지 마셔요. …..예, 아마, 청온공자도 그것을, 무척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무척 겸허하기 때문에, ….오직 한번뿐이라도, 형이라고 불러주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행복한 기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 보증하겠습니다.”

“….나는, 그런 것은, 싫어.”

“꽤, 고집이 세군요.”

정란은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 주저하다가, 살짝 류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런 말을 길게 하고 있으면, 또 성가신 일이 된다고 생각해서, 가까이에 있던 청온 형님도 어디론가 가버리겠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어딘가로.”

“예, 없어져 버리겠다고 하실 겁니다.”

류휘는 얼굴을 들었다. 순간적으로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란은 그것을 다정하게 닦아주었다.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싫…어.”

“그럼, 더 이상 그런 말하지 마시고, 어딘가에 있는 것 정도로 봐 주십시오.”

“……..”

“봐 주셔요.”

“……………………….우…..응.”

정란은 빙그레 웃었다. 여기에 주영이 있었다면, 아마 그가 최강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류휘는 원망스러운 듯이 정란을 올려다 보았다. -----모든 것의 원흉은 절대, 이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정란은,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나는 절대, 비슷한 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연령미상입니다. 저는. 스스로도 몇살인지 모릅니다.”

“……그 주영보다 연상이라고….생각하지 않았어….”

“뜻밖입니다. 그분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담담히 말하는 정란에, 류휘는 등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평온한 웃음으로 어른들을 마음대로 다루었던 형을 떠올렸다. 류휘는 떠올리지 않아도 좋을 것까지 떠올리고 말았다. 

확실히 이 사람은 그 형이었다고----절절하게 류휘는 실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 

 

 

다음 날----수려와 정란은, 소수의 사람들의 배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옆에는 역시 눈에 띄지 않는 마차가 준비되었고, 마차의 옆에는 수려와 소하, 그리고 정란이 나란히 있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꾸벅 머리를 숙인 수려였지만, 배웅하는 소태사의 모습이 없는 것을 서운하게 생각했다. 

“유감이네요……소태사께도 제대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할 수 없지요.” 

게다가 류휘는 무척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가, 쓱, 수려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수려, 그 속이 시커먼 영감에게 속아넘어간 게 있어.” 

“에?” 

소하와 주취도 무엇인지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사정을 알지 못하는 수려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속이 시커먼>과 <속아넘어갔다>에는 팟하고 반응했다. 

“-------혹시 소태사, 약속한 사례금을 떼어먹을 작정은 아니겠지요?! 농담이 아니예요. 아버님, 탈취해야 해요! 지위가 높은 사람이니까 어리숙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된다구욧!!” 

엉뚱한 분개였다. 이번에는 이 말에 류휘가 반응했다. 

“…..수려는, 돈을 목적으로 나에게 시집와서, 나를 가지고 놀다 버린 것인가……” 

“사람에 대해 나쁜 말 좀 하지 말아줘요. 정당한 보수라고 해도 좋잖아요.” 

“그 망할 영감에게 이용당한 위자료는 얼마야?!” 

“금 오백량.” 

“싸! 수려 기다려, 나라면 그 세배를 주겠어.” 

“예—예, 좋아요. 거기까지.” 

주영은 류휘의 입을 가로막고, 그 귀에 속삭였다. 

“수려님, 가끔 놀러 오셔요. 그리고 직접 만든 요리도 맛보여 주시겠어요?” 

주영이 빙그레 웃었다. 수려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재료비를, 가지고 와 주시면 기쁘겠어요.” 

“………” 

“그---건, 농담이예요. 언제라도 받아 주셔요.” 

모두가 거짓말을 하네, 하고 생각했다. 

“정란은 정말 우림군을 나갈 건가?” 

“예. 원래 아가씨에게 아우른 특진이었으니까요. 원래의 부서로 돌아가는 것이 도리에 맞습니다. 승진에 부정이 있어서는 안되니까요.” 

수려와 류휘는 아무래도 납득하지 못하는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이 두사람이 시험 삼아서 설득해도, 정란은 넘어가지 않았다. 그 진정한 이유를 회상하며, 주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우림군이라는 건, 정시에 돌아갈 수 없잖아요? 아가씨가 만든 밥을 먹을 수 없으니까요.” 

……..그는 주영이 인정한 몇 안되는 최고의 남자였다. 

장수는 살짝 수려의 머리를 때렸다. 

“…..장수님?” 

“잘 해주었어. …..칭찬해 줄게.” 

장수에게는 드물게, 그것은 제대로 된 미소였다. 수려는 기뻤다. 

“:……고맙습니다. 장수님도 놀러 오셔요.” 

장수는 소하를 보았다. 그러자, 소하는 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장수의 얼굴이 확 빛났다. 

“뭐, 가도 좋겠지.” 

아무래도 어쩔 수 없지, 라고 하는 그런 말투는, 그러나 그 기쁜 듯한 얼굴이 멋지게 배반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 이런 아버지를 존경하는 건가? 아직도 수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취” 

수려는 키가 큰 여관의 손을 꼭 잡았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진짜 다정하게 대해 줘서, 나 정말로 기뻤어. 주취가 있었으니까 어떻게든 된거야. 고마워.” 

주취는 눈가가 축축해졌다. 꽉 수려를 껴안았다. 

“시간이 나면, 주취도 놀러와. ……그리고 향령을 부탁해.” 

예, 하고 주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수려는 류휘를 향했다. 류휘에게만은, <놀러오셔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말한 단어는 단 하나뿐이었다. 

“안녕.” 

류휘는 화가 난 것처럼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쩍 정란을 보았다. 그러나 곧 그 고개가 기울어진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수려는 입술을 빼앗겼다.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얼어붙었다. 

(--------------------------------이익!?) 

류휘는 입술을 떼기 직전, 조그맣게 속삭였다. 

“보고 있을게. 바로 너는 돌아와 줘.” 

혼란에 빠진 수려의 귀에는, 그 말은 닿지 않았다.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면서, 수려는 손바닥으로 계속 때렸다. 그러나 간단하게 어깨를 붙잡혔다. 

“다, 다다다다다다당신 이런 사람들 앞에서.” 

“나는, 나쁜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무척 당당하게 류휘는 가슴을 폈다. 

“그러니까, 맞고 있지는 않을거야.” 

“당신” 

“맞아. 한가지 말하는 걸 잊었어.” 

류휘는 가볍게 수려를 끌어당겨, 그 귀에 무엇인가 귓속말을 했다. 

그 순간, 수려의 눈이 그 이상 없을 정도로 휘둥그래졌다. 

“그것을 계속 입다물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맞아야지요.” 

수려는 부들부들 떨었다. 남색가-----가 아니라니-----뭐라곳!?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그래, 주영의 말에 의하면, 나는 “양쪽 다” 라는 것 같아.” 

“미미미미미믿을 수 없는 이 절조없는 남자----------------------------ㅅ!!” 

수려의 절규가 창공으로 높이 높이 날아 올라갔다. 

 

 

*** 

 

 

송태전은 비원의 한쪽에 있는 탑의 정상으로 갔다. 먼저 와 있는 손.님.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역시 여기에 있었나? 감금되어 있으면서도 빠져나와 이런 곳에 오다니…..” 

“나도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가두다니 심한 짓 아닌가? 정말 요즘 젊은이들은…..중얼중얼..” 

사락------하고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소태사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파랗고 파란-----하늘. 

원준은, 이곳에서 나라를 조망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아득한 저쪽까지 조망되는 이곳에서, 언제나 셋이서---- 때로는 왕을 끼어서 술잔을 서로 주고 받았던 그 때. 

“….송, 너의 “꽃”은, 서향이지.” 

그렇게 말하고, 소태사는 검의 손잡이에 새겨져있는 꽃 문양을 바라보았다. 

“---원준의 “꽃”은 국화였어.” 

침묵한 후에, 그래, 하고 소태사는 중얼거렸다. 

“---긍지 높고 고고한, 그 녀석 같은 꽃이지.”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소. 하지만-----…..잘 했네.” 

“송…..” 

“뭔가?” 

“….자네는, 그렇게 빨리, 나를 두고 가지 말아주게.” 

작은 아이 같은 목소리였다. 

송태전은 대답하는 대신, 검의 손잡이로 쓱 소태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윽고 국시의 여성 수험이 인정되었다. 

왕이 인내심 강하게 설득하여 실현된 이 법률은, 그 해, 처음으로 여성 합격자가 나와서 반대세력을 입다물게 만들었다. 

함께 시험을 친 남자를 물리치고, 멋지게 3위---- 합격을 열매를 거둔 그 여성의 이름은, 홍수려. 

후에, <군에는 남시가 있고, 문에는 이홍이 있다> 고 노래되어지는, 전설의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