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의 반지 - 작품 해설, 찾아보기

작품 해설

니벨룽의 반지, 영웅의 탄생과 몰락

 

 

이 책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극본을 소설화한 것입니다. 니벨룽의 반지를 소설화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원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원본에 충실하려고 해도 극본을 소설화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변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독일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게르만 신화의 배경을 따로이 설명해야 할 때도 있고, 극본에 나오는 무대 장치나 방백 부분은 빼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바그너의 극본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향기는 그대로 살리려고 애썼습니다. 바그너는 훌륭한 음악가인 한편 또한 훌륭한 문필가였기 때문입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독일 기사(騎士) 문학의 걸작인 '니벨룽의 노래'를 바탕으로 바그너가 창작한 오페라입니다. '니벨룽의 노래'는 12세기 경에 음유시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서사시입니다. 곧, 중세 시대에 음유시인들이 류트를 타며 귀부인들에게 들려 주었던 노래입니다.

'니벨룽의 노래'는 1부 <지크프리트의 죽음>과 2부 <크림힐트의 복수>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지크프리트의 죽음에서는 용을 죽인 영웅 지크프리트가 군터의 음모에 빠져 살해당하는 이야기가 담겨 잇습니다. 2부 크림힐트의 복수에서는 지크프리트의 아내인 크림힐트가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오빠 군터와 그 일족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한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프롤로그 <라인의 황금>, 1부 <발퀴레>, 2부 <지크프리트>, 3부 <신들의 황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에 없는 프롤로그 라인의 황금과 1부 발퀴레의 이야기를 첨가하였는가 하면, '니벨룽의 노래'의 2부인 크림힐트의 복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쯤에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실 겁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창작품입니다. 그 둘은 비슷한 만큼 또 서로 다릅니다.

 

사실 바그너가 중세 시대의 전설이나 신화를 따 와서 자신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니벨룽의 반지' 만은 아닙니다. 그는 게르만이나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수많은 창작 오페라를 만들어 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파르치발'은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로엔그린'과 '탄호이저'는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러면 바그너는 왜 오페라의 내용을 신화에서 따 왔을까요? 그것은 바그너 자신의 예술론에 기인합니다. 바그너는 자신의 오페라를 전체 예술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전체 예술이란 특정한 계층이 즐기는 오락이 아니라 모든 계층들이 즐길 수 있는 국민 예술을 말합니다(그런데 바그너가 원했던 것과 달리 아직까지도 오페라는 일부 상류층만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바그너는 오페라가 국민 에술이 되려면 모든 국민들이 이미 알고 좋아할 수 있는 신화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신화를 단순히 문학으로서만이 아니라 음악과 무대 미술과 연기가 총동원된 종합 예술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을 그저 클래식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영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바그너의 오페라가 가장 발달된 종합 예술이었으니까요. 그는 오페라의 작곡가였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의 극본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음악과 대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무대 미술, 연기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까지 참여했습니다.

바그너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습니다. 그 뒤 어머니의 재혼으로 의붓아버지를 얻는데 그 사람이 바로 당대에 연극 배우이자 가수이자 시인이자 화가로 유명했던 루드비히 가이어였습니다. 가이어는 어린 바그너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바그너는 그의 의붓아버지가 일하는 극장에서 자라다시피 했습니다. 만약 바그너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는 음악가보다는 영화 감독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예술을 표방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중 가장 위대한 걸작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니벨룽의 반지'입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공연 시간만 해도 열 다섯 시간이 넘습니다. 최신판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보다 세 시간 가량이 더 긴 셈이지요.

바그너가 니벨룽의 반지의 초안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48년 그가 35세 되던 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26년 후인 1848년의 일이었습니다. 결국 '니벨룽의 반지'는 바그너가 생애를 바친 역작인 셈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문학적 성취가 높은 서사시, 거대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드라마, 그 위에 깔리는 최상의 음악을 보여주었습니다.

 

'니벨룽의 반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것이 단지 위대한 예술가 바그너의 역작이어서만은 아닙니다. 사실 사람들이 '니벨룽의 반지'에 관심을 가지는 더 큰 이유는 이 작품이 19세기 독일의 시대 정신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니벨룽의 반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독일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기원후 4세기 경 유럽을 다스리던 서로마제국은 서쪽으로 이동해 온 게르만에 의해 멸망 당합니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게르만은 유럽 곳곳에 자신들의 왕국을 세웁니다. 그 중 가장 강력했던 국가가 바로 카를로스 대제가 이끄는 프랑크 왕국이었습니다. 유럽으로 침입하는 이슬람 세력을 막아 준 대가로, 카를로스 대제는 800년에 교황에게서 로마 황제의 칭호를 받습니다.

그러나 카를로스 대제가 죽은 후, 프랑크 왕국은 그의 아들들에 의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로 분열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독일 왕실은 자손이 귀해, 911년에 이르자 더 이상 왕위를 상속할 사람이 없게 됩니다. 그 뒤로부터 독일은 제후들이 선거를 통해 왕을 선출합니다(독일의 왕을 선출할 선거권을 가진 제후들을 선제후라고 합니다). 919년 작센의 제후였던 하인리히 1세가 독일의 왕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리고 962년 그의 아들이던 오토 1세가 왕위를 이어받게 됩니다. 오토 1세는 교황으로부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라는 칭호를 받습니다. 이 시기를 독일의 제1제국 시대라고 부르지요. 형식적으로나마 독일은 서로마제국을 계승하는 유럽의 패자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오토 1세가 이루어 놓은 허울 뿐인 신성로마제국은 갈수록 약해져, 14세기 경에는 크고 작은 300여 개의 제후국으로 분열하게 됩니다. 1648년, 30년 전쟁이 끝나고 베스탈렌 조약에 의해 독일은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아니라 수많은 제후국들의 연방체로 공인되어 버립니다.

유럽이 근대화를 맞게 되고, 나라마다 갈수록 민족 국가의 성격을 강하게 띠기 시작하자 독일 내부에서도 통일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독일 남부는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서서히 통일되어 가고, 독일 북부는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되어 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독일 통일의 움직임은 프랑스 혁명에 의해 다시 한 번 좌초됩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나폴레옹이 이끄는 혁명군은 유럽을 정복하기 시작합니다. 프랑스 혁명군은 1805년 오스트리아를 함락하고 이듬해 프로이센을 점령합니다. 그렇게 해서 오토 1세로부터 이어져 오던 신성로마제국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나폴레옹이 실각하자, 유럽은 나폴레옹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독일은 통일을 위한 몸부림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독일은 1871년 비스마르크에 의해서 제2신성로마제국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바그너는 1813년에 태어나서 1883년에 죽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나폴레옹의 혁명군이 독일을 지배하던 시절에 태어나서 비스마르크에 의해 독일이 제2신성로마제국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고 죽습니다. 한 마디로 그의 생애는 독일이 민족 통일을 이루려고 애 쓰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독일을 하나의 민족 국가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독일 민족이라는 공통된 문화적 기반이 필요했습니다. 그 때 부각된 것이 바로 게르만 신화입니다. 곧, 바그너는 게르만의 신화를 통해서 독일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것입니다. 사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에는 게르만 신화는 이교도라고 해서 철저하게 배척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문화가 부활한 르네상스 시절에는 게르만의 신화는 야만적인 것으로 무시당했습니다. 이러한 게르만의 신화를 새롭게 조명한 것이 바로 독일 낭만주의자들이었습니다. 독일 낭만주의자들은 게르만의 신화와 전설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바그너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바그너는 게르만의 신화와 전설을 종합해 오페라로 재창조했습니다. 오페라의 형식으로 각색된 게르만의 신화와 전설은 자연스럽게 독일 사회로 퍼져 나갔습니다. 위대한 게르만이라는 민족 정신을 고취시키면서 말이죠. 이런 점에서 바그너의 음악이 정치적이라는 비판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는 당시 독일이 처한 상황과 희망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신, 거인, 난쟁이, 인간의 네 종족들이 서로 갈등합니다. 여기서 신은 기독교 교회를 상징합니다. 거인은 봉건 영주를 상징합니다. 파프너와 파졸트는 독일의 두 거인, 즉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를 상징합니다. 또 난쟁이는 근대화 이후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자본가 계급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자본가들의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독일의 금융계를 쥐고 있던 유태인들입니다. 이렇게 세 세력들이 싸우는 사이에, 새로운 계급이 태어납니다. 그것은 바로 지크프리트로 상징되는, 기존의 어떤 가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인류들이지요. 훗날 니체는 이 새로운 인류에게 초인(uber man)이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한 아이온(Aion)의 몰락과 새로운 아이온의 시작을 선언하는 작품입니다. 아이온은 '영원'이라는 말로 번역되지만 그보다는 영원에 가까운 장대한 시간을 말합니다. 아이온은 하나의 세계가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적인 주기를 말합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과거의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황혼은 또 누군가의 새벽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새로운 인류의 성공을 분명하게 그리지 않고 있습니다. '니벨룽의 반지'의 모든 인물들은 결국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됩니다. 신(교회)과 거인(봉건 영주)과 난쟁이(신흥 자본가)와 영웅(새로운 인류)은 반지를 놓고 서로 경쟁합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 그들은 사랑 따위는 팔아 버립니다. 알베리히는 라인의 황금을 얻기 위해 사랑을 포기합니다. 보탄은 발할 성 건설의 대가로 젊음과 사랑의 여신 프라이아를 거인들에게 넘깁니다. 그러나 거인들은 젊음과 사랑의 여신 프라이아 대신 반지를 대가로 요구합니다. 새로운 영웅 지크프리트는 하겐의 음모에 빠져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배신합니다.

이들 중에 진정한 승리자는 없습니다. 그들은 절대 권력과 부를 얻으려고 투쟁하나, 그 덕분에 사랑을 잃고 타락합니다. 결국 절대 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반지는 다시 자연을 상징하는 라인의 처녀들에게로 돌아가고 맙니다.

사실 새로운 인류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바그너의 결말은 뭔가 미진합니다. 적어도 그들은 새로운 인류를 상징하는 영웅 지크프리트가 권력과 함께 사랑을 지키며 새로운 미래의 가치를 열어 주기를 바랐을 테니까요. 그러나 니벨룽 반지의 3부, 신들의 황혼에서 새로운 인류의 상징인 지크프리트는 기존 가치의 상징인 신들과 함께 멸망하고 맙니다.

 

니체는 바그너가 그린 영웅적인 최후와 운명론적인 몰락을 비판합니다. 니체는 여기서 병적인 증후를 읽어 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니체의 경고는 옳았습니다. 사실 '니벨룽의 반지'는 독일의 앞날을 예언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바그너가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독일에서는 스스로 영웅 지크프리트를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히틀러였습니다. 히틀러는 자신이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인류를 창조할 영웅이라고 선전합니다. 독일 민중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히틀러의 선동에 넘어갑니다. 그러나 히틀러와 독일 민중의 위대한 꿈은 한 차례 피바람을 몰고 오는 광기로 끝나고 맙니다.

재미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싸우던 영국에서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맞서는 새로운 신화가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톨킨의 '반지의 제왕'입니다. 신화 연구자였던 톨킨은 누구보다도 게르만의 신화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히틀러의 제3제국이 신화를 어떻게 정치적인 선전물로 이용하고 있는지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톨킨은 이러한 독일 신화에 맞서 새로운 연합왕국(United Kingdom)의 신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왜 제가 영국의 신화가 아니라 연합왕국의 신화라고 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제가 연합왕국의 신화라고 말하는 데는 그 나름대로 까닭이 있습니다. 영국은 우리 나라처럼 단일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래 브리튼 섬에 살고 있던 것은 검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켈트 족이었습니다. 그런데 4세기 무렵, 독일 작센 지방에 살던 게르만의 일파가 켈트 족이 살고 있는 브리튼 섬으로 쳐들어와 잉글랜드 지방을 점령합니다. 그 후 그들은 잉글랜드에 사는 작센 족이라는 의미에서 앵글로 색슨 족이라고 불리게 되지요. 그러다가 11세기에 북쪽에 사는 게르만 족인 노르만이 브리튼 섬에 쳐들어와 정복 왕조를 세웁니다. 이렇게 해서 브리튼 섬의 서남쪽인 잉글랜드와 웨일즈에는 게르만 족이 살게 되고, 섬의 동북쪽인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는 켈트 족이 나누어 살게 됩니다. 그런 덕분에 브리튼 연합왕국에는 켈트 신화와 게르만 신화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신화 체계가 공존합니다. 사실 영국의 역사는 서로 다른 이 두 민족 사이의 갈등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어떤 점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즈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보다 독일에 더 가깝습니다. 또한 영국 왕실은 대대로 독일의 제후국에서 배우자를 데려왔기 때문에 영국의 왕실에는 독일의 피가 짙게 흐릅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영국 왕실은 독일에 우호적이었습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영국과 독일은 적국이 됩니다. 독일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영국에 사는 켈트 족과 게르만 족은 서로 협력해야 됐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영국에 사는 켈트 족과 게르만 족을 묶어 줄 새로운 통합 신화가 필요했습니다.

톨킨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서 '반지의 제왕'을 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톨킨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왔으면서도 '니벨룽의 반지'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입니다. '니벨룽의 반지'와 마찬가지로 '반지의 제왕'에서도 반지는 절대적은 권력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여러 종족들이 서로 반지를 차지하려고 싸우지만 '반지의 제왕'에서는 여러 종족들이 연합해 반지를 버리려고 합니다. 바그너는 절대적인 권력에 대한 영웅적인 의지를 그렸다면, 톨킨은 절대적인 권력을 해체하는 작은 사람들(호비트)을 찬양합니다. 바그너와 톨킨은 저마다 자신의 공동체의 가치를 드러내는 신화를 쓴 셈이지요. 어쩌면 2차 세계대전 자체가 위대한 영웅을 따르는 전체주의와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인 민주주의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가치의 충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차 세계대전은 영국과 연합국들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바그너의 음악은 자신이 반유태주의자였고 히틀러가 그의 정치 선전에 이용했다는 이유로 금기시됩니다. 유태인 금융 자본가가 주요 고객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는 한동안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썩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사과 전체를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니까요. 그 사과가 바그너와 같은 천재의 예술일 때는 더 그렇지요. 바그너의 예술 속에 있는 잘못된 사상은 비판 받아야겠지만 그의 예술이 가지고 있는 장엄함과 인간의 의지에 대한 예찬은 귀 기울일 만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바그너의 예술이 가지고 있는 빛과 그늘을 구별할 만큼 분별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2005년 8월

류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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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기

 

 

[군터]

기비히 성의 영주. 하겐과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이다.

그는 하겐의 충고대로 지크프리트를 이용해 브륀힐데를 신부로 맞이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그와 그의 가문의 비극이 시작된다.

 

[구트루네]

하겐과 군터의 누이동생.

사랑의 묘약으로 지크프리트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브륀힐데를 잊은 지크프리트와 행복한 결혼을 꿈꾸지만 그녀의 꿈은 골육상잔이라는 악몽으로 끝을 맺는다.

 

[그라네]

브륀힐데의 말.

브륀힐데는 사랑의 증표로 자신의 애마 그라네를 지크프리트에게 준다.

 

[노른]

운명의 세 여신.

맏언니 우르드는 과거의 여신이고,

둘째 베르단디는 현재의 여신이며,

막내 스쿨드는 미래의 여신이다.

 

[노퉁]

원래는 보탄의 검이었으나, 지크문트에게 전해진다.

지크문트가 훈딩과 싸울 때, 보탄에 의해 두 조각이 났다가 훗날 지크프리트에 의해 다시 온전하게 태어난다.

 

[니벨룽의 반지]

알베리히가 라인 강의 황금을 훔쳐 만든 마법의 반지.

반지는 반지의 주인에게 절대적인 권력과 부를 가져다 준다.

이 반지 때문에 신들과 난쟁이와 거인과 인간 사이에 피 비린내 나는 투쟁이 일어난다.

 

[니벨하임]

지구의 밑바닥. 난쟁이들이 사는 동굴.

 

[도너]

천둥과 번개의 신.

프리카, 프라이아, 프로의 형제이다.

 

[라인 처녀들]

보클린데, 벨군데, 플로스힐데라는 이름을 가진 세 명의 물의 요정.

그녀들의 임무는 라인 강 바닥에 있는 황금을 지키는 것이다.

그녀들은 자신들에게 구애하는 알베리히를 조롱하다 라인 강의 황금을 빼앗긴다.

 

[리젠하임]

지구의 가운데 부분. 평야 지대로 거인들이 산다.

 

[미메]

니벨룽 족으로 알베리히의 동생이다.

형의 지시로 독일 판 도깨비 감투인 타른 헬름을 만든다.

 

[발퀴레]

보탄과 에르다 사이에서 태어난 여덟 명의 전쟁의 여신들.

전쟁터를 돌면서 전사들의 싸움을 격려하고 전사들이 죽은 뒤

그들의 영혼을 발할 성으로 데려오는 역할을 한다.

 

[발트라우테]

여덞 명의 발퀴레 중 하나.

지크프리트가 보탄의 창을 부러뜨리자 신들에게 몰락이 다가온다.

발트라우테는 다가오는 몰락을 막기 위해 불타는 바위산으로 브륀힐데를 찾아간다.

지크프리트에게서 사랑의 증표로 반지를 받은 브륀힐데에게 찾아가 반지를 라인 처녀에게 돌려주라고 충고한다.

 

[발할 성]

거인 파프너와 파졸트 형제가 신들을 위해 건설한 도시.

그 어떤 성도 발할 성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은 없었다.

거인들은 성을 지어 준 대가로 여신 프라이아를 요구하고,

이 때문에 신과 거인과 난쟁이 족 사이의 분란이 일어난다.

 

[벨쿤데]

라인 처녀들 중 한 명.

 

[보탄]

신들의 왕.

지혜를 구하기 위해 한 쪽 눈을 바쳤기 때문에 눈이 한 쪽 밖에 없는 외눈박이다.

그는 또한 옛날 신과 난쟁이와 거인들 사이에 있었던 계약의 맹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계약의 수호자라고도 불린다.

그는 항상 계약의 상징인 창을 들고 다닌다.

그 창은 또한 그의 권력의 증표이기도 하다.

그의 어깨 위에는 푸긴과 무닌이라는 두 마리의 까마귀가 앉아 있는데, 그들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보탄에게 소식을 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그의 발치에는 펜리르라고 하는 늑대가 따라다닌다. 그래서인지 보탄은 발제(늑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탄의 창]

신과 난쟁이와 거인이 맺은 계약의 증표.

이 계약의 맹주였던 보탄은 우주목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꺾어 창의 자루를 만들고 그 안에 세 종족 사이의 계약을 룬 문자로 적었다.

그 뒤 보탄의 창은 세계 질서의 상징이자 보탄의 권력을 나타내는 증표가 되었다.

그러나 보탄의 창은 젊고 무모한 영웅 지크프리트에 의해 부러진다.

 

[보클린데]

라인 처녀들 중 한 명.

 

[브륀힐데]

에르타와 보탄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서, 전사들의 영혼을 발할 성으로 데리고 오는 여덟 명의 발퀴레 중 하나이다.

지크문트와 훈딩이 싸울 때, 보탄의 뜻을 어기고 지크문트를 돕다가 아버지 보탄의 분노를 산다.

그 벌로 불타는 바위산에서 잠들어 있다가 영웅 지크프리트에 의해 깨어난다.

 

[아스가르드]

지구의 꼭대기 부분.

신들이 사는 고원 지대.

 

[알베리히]

난쟁이 니벨룽 족의 왕.

라인 처녀들에게 구애했다가 거부 당하고 그 분노로 라인 강의 황금을 훔쳐 반지를 만든다.

보탄에게 반지를 빼앗긴 뒤, 보탄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간 여자인 크림힐트 몸에서 아들 하겐을 낳는다.

 

[에르다]

태초의 어머니.

운명의 세 여신인 노른의 어머니이자, 여덟 발퀴레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보탄이 반지를 놓고 거인들과 싸울 때 그 앞에 나타나 신들의 몰락을 예언한다.

 

[이그드라실]

세계의 기둥이자, 지구의 척추인 우주목(宇宙木)이다.

자신의 창이 부러지자 보탄은 신들과 영웅들을 시켜 우주목을 쓰러뜨린다.

 

[지크문트]

보탄이 인간 여자를 통해 낳은 아들.

지클린데의 쌍둥이 오빠이기도 하다.

여동생 지클린데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그와 지클린데 사이에서 영웅 지크프리트가 태어난다.

 

[지클린데]

지크문트의 여동생.

지크문트가 보탄의 창에 의해 죽은 후,

보탄의 눈을 피해 달아나 니벨룽 족인 미메의 집에서 지크프리트를 낳는다.

 

[지크프리트]

지크문트와 지클린데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아버지와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른 채 미메 손에서 자란다.

부러진 검 노퉁을 새로 벼리는 데 성공하고,

그것으로 뱀으로 변한 파프너를 죽인 뒤 그는 반지의 주인이 된다.

또한 불타는 바위산에서 잠자는 브륀힐데를 깨운 영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베리히의 아들 하겐의 음모에 빠져 자신의 사랑을 배신하고 비참하게 죽는다.

 

[타른 헬름]

알베리히의 주문으로 미메가 만든 황금 투구.

이것을 쓴 사람은 모습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순간 이동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파프너]

거인 형제 중의 형.

발할 성을 지어 준 대가로 니벨룽의 반지를 얻게 된다.

그 반지를 놓고 싸우다 동생을 죽인다.

그 뒤 뱀으로 변해 '질투'의 동굴에서 반지를 지킨다.

 

[파졸트]

거인 형제 중 동생.

형의 반지를 탐내다 형 파프너에게 살해 당한다.

 

[플로스힐데]

라인 처녀들 중 하나.

 

[프로]

젊음과 풍요의 신.

프라이아의 오빠이기도 하다.

 

[프라이아]

풍요와 젊음의 여신으로, 자신의 정원에서 황금 사과를 키운다.

그 황금 사과 덕분에 신들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탄은 거인들에게 발할 성을 지어 준 대가로 프라이아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프리카]

보탄의 아내이자 신들의 여왕.

프라이아, 프로, 도너와 한 형제다.

남편의 방랑벽과 바람기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다.

그래서 그녀는 계약의 수호자라는 보탄의 입장을 이용해,

보탄이 인간 여자를 통해 낳은 지크문트를 죽이도록 몰아세운다.

 

[하겐]

난쟁이 알베리히가 복수를 위해 인간 여자 크림힐트의 몸에서 낳은 아들.

그의 어머니 크림힐트는 또 기비히 성의 영주와의 사이에서 군터와 구트루네를 낳는다.

하겐은 영주가 된 군터를 도우면서 그를 조종해 아버지 알베리히의 복수를 시도한다.

 

[훈딩]

지클린데의 남편.

지클린데가 지크문트와 사랑에 빠져 도망치자 그들을 쫓는다.

보탄의 도움으로 지크문트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