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보몽 단편선-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

 

 

어느 먼 옛날, 돈 많은 상인이 한 명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여섯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세 명은 아들이었고 세 명은 딸이었습니다. 이 상인은 지혜로운 남자였기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고, 다양한 분야의 선생님을 두었습니다. 딸들은 무척이나 예뻤습니다. 그 중에서도 막내는 감탄할 만큼 예뻤기에, 모두들 그녀를 미녀라고 불렀습니다. 이에 언니들은 질투를 느꼈습니다. 막내는 언니들보다 예쁜 데다 마음씨까지 고왔던 것입니다. 언니들은 돈이 많았기에 교만했습니다. 언제나 귀부인 행세를 하며, 다른 상인의 딸들과는 만나려 들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의 옆에 있으려면 어느 방면에서건 월등해야만 했습니다. 이들은 쉴 새 없이 무도회장과 극장을 누비거나 산책을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좋은 책을 읽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막내를 놀려 댔습니다.

이 언니들이 부자인 것을 알았던 몇몇 거상들이 그녀들에게 청혼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매는 공작이나 적어도 자작이 아니라면 결혼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미녀는 자신에게 청혼하는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게 감사의 표시를 했지만, 자신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몇 년 동안은 아버지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거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이 상인은 많은 돈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의 작은 집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울면서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제 우리는 시골집에 머물러야 한단다. 너희들도 농부처럼 일하면 거기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두 언니들은 도시를 떠나기 싫다고 대답했습니다. 더 이상 재산이 남아 있지 않아도 자신들과 결혼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몇몇 남자들도 있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녀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가난해졌기 때문에 애인들은 더 이상 그녀들을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들의 오만함 때문에 아무도 그녀들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그녀들은 가치가 없어. 잘해야 동정이나 받겠지. 이제야 좀 콧대가 낮아지겠군. 양 떼를 지키면서도 귀부인 행세를 하려나."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도 오갔습니다.

"미녀에게 있어서는 참 불행한 일이야. 이렇게 좋은 아이인걸.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착하게 대하고 말이야. 그 아이는 정말 부드럽고 정직한 아이야."

그렇기에 미녀가 가진 것이 없어도 그녀에게 청혼하는 신사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미녀는 그들에게 불쌍한 아버지를 불행 속에 내버려 둘 수 없으니, 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가서 여러 가지 일을 도와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가엾은 미녀는 처음엔 돈을 잃었다는 생각에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때마다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울어 봤자 재산이 다시 굴러 들어오지는 않아. 돈이 없어도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 해.'

 

상인 가족은 시골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상인과 세 아들들은 밭을 갈았지요. 미녀는 새벽 네 시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집을 청소하고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녀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인처럼 일하는 데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온 지 두 달 쯤 지나자 미녀는 체력도 좋아졌고, 힘든 일도 척척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서는 책을 읽거나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기도 하고, 또 노래를 부르거나 실을 잣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두 언니들은 지루해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들은 아침 10시에 일어나 온종일 밖에 나가 산책했고, 그녀들이 한때 지녔던 좋은 옷가지들이나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쉬워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막내를 보라지. 그 아이는 천한 영혼을 지녔어. 그렇게도 멍청하니 이 불행한 상황에서도 만족하는 거잖아."

착한 상인은 이 두 딸들처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역시 미녀가 언니들보다 소박하며 다른 사람들 가운데 확연히 눈에 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미녀의 마음씨와 끈기에 감탄했습니다. 언니들은 집안일을 하는 동안 불만에 가득 차 끊임 없이 욕을 해 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가족이 시골 집에서 조용한 삶을 산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인은 편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기쁘게도 그의 화물들을 실은 화물선이 드디어 도착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 소식에 두 언니들은 몽상에 푹 빠져서 곧 이 지겨운 시골에서 나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나갈 준비를 마치자, 그녀들은 아버지께 치마, 목도리, 모자와 자질구레한 장신구들을 사 달라고 마구 졸라 댔습니다.

미녀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화물선의 화물들을 모두 팔아도 언니들이 원하는 것을 사 주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미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무엇을 사 달라고 조르지 않는구나."

그러자 미녀가 대답했습니다.

"아버지, 저를 생각해 주신다면 장미 한 송이를 사다 주세요. 여기서는 찾아 볼 수가 없네요."

사실 미녀가 원하는 것은 장미 한 송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 것도 원하지 않으면 언니들이 비난할 게 뻔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었지요.

 

상인은 곧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의 화물들을 서로 자신의 것이라 우기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고통을 겪고 보니 상인의 형편은 사실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집은 겨우 오십 킬로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그는 아이들을 볼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커다란 숲에서 그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독하게도 많은 눈이 왔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상인은 말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밤은 오고 있었고 그는 죽을 듯이 배가 고팠습니다. 바람 소리인지 늑대들의 울부짖음인지, 그의 주변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 왔습니다. 그 순간, 그는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 끝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 빛은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쪽으로 오랜 시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한참 걸어가다 보니 온통 불을 밝혀 놓은 큰 성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상인은 자신을 이 쪽으로 보내 준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는 서둘러 성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를 뒤따라 가던, 배고픔에 허덕이는 말은 건초와 귀리가 있는 큰 마구간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안으로 허겁지겁 뛰어 들었습니다. 상인은 말을 마구간에 묶어 두고 성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큰 방으로 들어가니 기분 좋게 타오르는 벽난로가 있었습니다. 탁자 위에는 잘 구워진 고깃덩이가 가득했고, 한 사람 분의 식기가 있었습니다. 비와 눈이 뼛속까지 스며든 탓에 상인은 몸을 좀 녹이려 벽난로에 다가갔습니다. 그는 중얼거렸습니다.

"이 성의 주인이나 가족은 내가 이렇게 자유로이 행동해도 용서해 주겠지. 틀림 없이 곧 여기로 올 거야."

 

그는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계가 밤 11시를 알릴 때까지도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배고픔을 못 이긴 그는 결국 몸을 떨며 닭고기를 집어 두 입에 먹어 치웠습니다. 그리고 와인 몇 잔을 들이키자 대담해져서, 방을 나가 큰 방들과 웅장한 가구들을 천천히 구경했습니다. 그러다 침대 하나가 놓인 방을 발견했습니다. 자정이 지난 시각이었고 무척 지쳐 있었기에 그는 문을 잠그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졌습니다.

 

그가 일어났을 때는 다음 날 아침 10시였습니다. 그는 어느 새 깨끗한 옷을 입고 있었고, 어젯밤에는 낡아 있었던 침대도 상태가 좋았습니다. 그는 무척 놀라서 중얼거렸습니다.

"분명 이 성은 착한 요정의 성일 거야. 그가 내 상황을 딱하게 여겼구나."

창밖을 내다보자 더 이상 눈보라는 몰아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꽃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요람이 보였습니다. 상인은 전날 음식을 먹었던 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작은 탁자 위에 초콜릿이 몇 조각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습니다.

"요정이여, 제 아침 식사도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상인은 초콜릿을 먹고는 말을 찾으러 나갔습니다. 그러다 장미로 뒤덮인 요람을 보고는 미녀가 부탁한 것이 떠올라, 수많은 장미들 중 한 송이를 부러뜨려 꺾었습니다. 그러자 그 순간 큰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끔찍한 야수가 뛰어 나왔습니다. 상인은 기절할 지경이었습니다. 야수가 으르렁거리며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런 배은망덕한 사람 같으니! 내 성으로 들여 와 당신의 목숨을 구해 주었더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내 장미를 훔쳐 가는 거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미를! 잘못을 저질렀으니 죽어야겠소. 신에게 기도할 시간을 15분 드리지."

상인은 야수의 발 밑에 엎드려 두 손을 모아 빌었습니다.

"나으리,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 딸들 중 한 명이 저에게 부탁한 이 장미를 꺾는 것이 당신을 화 나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자 야수가 대답했습니다.

"나를 나으리라 부르지 마시오. 그저 야수라고 하면 된다오. 난 칭찬을 좋아하지 않소. 그러니 생각하는 대로 말하시오. 나에게 아첨할 생각도 하지 마시오. 딸이 있다고 했소? 그렇다면 당신이 죽는 대신 딸들 중 하나를 데리고 오시오. 그러면 용서해 주겠소. 대꾸하지 말고 어서 가시오. 당신의 딸들이 당신 대신 죽기를 거절한다고 해도 석 달 안에 여기 다시 오겠다고 맹세하시오!"

상인은 이 잔인한 괴물에게 딸을 바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집으로 돌아가 딸들을 한 번 더 안아 볼 수 있는 기쁨이라도 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다시 오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야수가 말했습니다.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나시오. 하지만 빈 손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소. 당신이 어젯밤 잤던 그 방에 돌아가면 빈 상자가 하나 있을 것이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전부 상자 안에 담아 들고 가시오."

그리고 야수는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상인은 생각했습니다.

'죽어야 한다면 내 가엾은 아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이라도 들고 가야겠어.'

 

그는 그가 어젯밤 잤던 방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큰 금괴들 사이에 야수가 말했던 큰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상자 안을 금괴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마구간에 가서 말에 올라타고는 급히 성을 빠져나왔습니다. 처음 성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기쁨만큼, 이번에는 슬픔이 그를 사로잡았습니다. 그의 말은 숲을 한 바퀴 돌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를 본 아이들이 기뻐하며 그의 주변에 모여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인은 그들을 어루만지지 않고 그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장미 한 송이를 미녀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미녀야, 이 장미를 받으렴. 이 불쌍한 아버지보다 훨씬 소중한 꽃이란다."

 

곧 그는 그에게 있었던 비통한 일을 가족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두 언니들은 비명을 질러대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미녀에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이 오만한 아이 좀 보세요. 왜 우리처럼 옷이나 장신구들을 요구하지 않은 거죠? 이 아이는 스스로 우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지. 하지만 얘 때문에 아버지가 죽게 된 거예요. 그런데 슬프지도 않은지 울지도 않네요."

그러자 미녀가 대답했습니다.

"언니들, 울어도 소용 없는 일이야. 왜 아버지가 죽는다는 것에 울어야 하지?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괴물은 아버지의 딸들 중 한 명을 데려오길 원해. 내가 가서 괴물의 화를 가라앉히겠어. 난 기쁜걸. 내가 죽으면 아버지를 구할 수 있잖아."

그러자 세 오빠들이 말했습니다.

"아니야, 동생아. 너는 죽지 않을 거야. 우리가 그 괴물에게 갈게. 만약 그를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가 죽으면 된단다."

상인이 말했습니다.

"그를 죽인다고? 기대하지 마라, 얘들아. 야수의 힘은 무척 세단다. 그를 죽일 수 있다는 희망은 내게 남아 있지 않아. 난 미녀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했단다. 하지만 미녀를 죽게 하기는 싫구나. 이 아버지는 늙었고 앞으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차라리 내가 몇 년을 희생하는 것이 나을 거야. 사랑하는 너희들을 잃고 후회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러자 미녀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제가 약속할게요. 아버지는 저 없이는 그 성에 가지 못해요. 그리고 제가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어요. 제가 아무리 젊다고 해도 저는 그다지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아버지를 여의는 슬픔보다는 차라리 그 괴물에게 먹히는 게 좋겠어요."

 

미녀는 정말로 그 성에 가고 싶었습니다. 두 언니들은 이 막내의 고운 마음씨에 심한 질투를 느꼈습니다. 상인은 딸을 잃게 되었다는 고통에 짓눌려 금으로 가득 찬 상자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잠을 청하기 위해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을 때, 옮기지도 않았던 상자가 침대 옆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그는 다시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딸들이 도시로 돌아가자고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이 시골에서 죽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미녀에게는 이 비밀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미녀는 상인이 없는 동안 언니들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몇몇 신사들이 찾아왔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언니들을 결혼시키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녀는 무척 착했고 언니들을 사랑했으며, 언니들이 했던 나쁜 행동들도 모두 용서했던 것이었습니다.

나쁜 두 언니들은 미녀가 아버지와 떠날 때 양파를 눈에 박박 문질러, 억지로 쥐어 짜 낸 가짜 눈물을 몇 방울 흘렸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선량했던 오빠들은 너무 괴로워서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울지 않는 사람은 미녀 뿐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도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았지만 그들의 고통을 더하기 싫었던 것이었습니다. 상인과 미녀는 말을 타고 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저녁이 되자 그들은 처음에 봤던 것과 같은 밝은 빛을 보았습니다.

 

말은 홀로 마구간에 남겨졌습니다. 상인이 딸과 함께 큰 방에 들어가니 커다란 탁자 위에 성대한 만찬이 차려져 있었고 두 사람 분의 식기가 있었습니다. 상인은 무언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온해 보이려 노력했던 미녀는 탁자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하며 생각했습니다.

'야수가 나를 먹어 치우기 전에 내가 살찌기를 원하나 봐. 이렇게 좋은 음식을 차려 줬잖아.'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상인은 눈물을 흘리며 가엾은 딸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습니다. 야수의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미녀는 야수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려 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의연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던 야수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원해서, 스스로 여기에 온 것이오?"

그녀는 떨면서 대답했습니다. "네."

"정말 착한 사람이로군. 고맙소, 노인이여, 내일 아침에 떠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여기에 발을 들여놓지 마시오. 미녀여, 좋은 밤 되시오."

그러자 미녀가 대답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야수여."

그러자 야수는 즉시 사라졌습니다. 상인은 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지요.

"아, 딸아! 무서워서 반쯤 죽을 뻔했구나."

미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저를 믿고 내버려 두세요, 아버지. 내일 아침에 떠나세요. 그리고 모든 걸 하늘에 맡기세요. 혹시라도 야수가 저를 불쌍히 여길지도 모르잖아요."

그들은 침대에 누웠습니다. 밤새도록 깨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침대가 무척 좋았던 탓에 그들의 눈은 금세 스르르 감겼습니다. 잠든 미녀의 꿈 속에 한 여인이 나타나 조용히 말했습니다.

"미녀여, 당신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했습니다. 당신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삶을 바쳐서까지 했던 행동들은 반드시 보상받을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미녀는 아버지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위안은 되지 않았지요. 사랑하는 딸과 떨어져야 할 시간이 되자 상인은 고통스러워서 끊임 없이 신음을 내뱉으며 흐느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자 미녀는 큰 방에 홀로 앉아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무척 용기 있었기 때문에 곧 신에게 모든 걸 맡겼고,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시간에 대해 슬퍼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날 저녁 야수가 자신을 먹어 버릴 거라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미녀는 저녁을 기다리면서 성을 구경하며 산책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속속 드러나는 성의 아름다움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러다 '미녀의 방'이라고 쓰여 있는 문을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그녀는 황급히 그 문을 열었습니다. 화려한 방 안을 보자 눈이 부셨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방 안에 큰 책장, 하프시코드, 그리고 수많은 악보들까지 놓여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지루해하지 않기를 원하나 보구나."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나를 단 하루만 여기에 머무르게 하려고 이렇게 많은 것들을 준비해 놓지는 않았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더욱 용기를 얻었습니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 펼치니 거기에는 금으로 "원하세요. 요구하세요. 여기서 당신은 여왕이고 주인입니다" 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아! 그저 가엾은 우리 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어요. 아버지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녀가 큰 거울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 속에 그녀의 집이 보였고 그녀의 아버지가 슬픈 얼굴을 한 채 집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언니들이 아버지 앞에 왔습니다. 언니들도 짐짓 슬픈 체하고 있었지만, 막내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는 것이 얼굴에 모두 드러나 있었습니다. 조금 뒤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미녀는 이 야수가 무척 너그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러니 그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오가 되자 그녀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악기들이 스스로 연주하는 멋진 공연을 들었습니다. 밤이 되어 그녀는 식탁에 앉았고, 곧바로 야수의 소리가 들리자 겉잡을 수 없이 몸이 떨려 왔습니다. 야수가 말했습니다.

"미녀여, 음식이 마음에 드십니까?"

그러자 미녀가 바르르 떨며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주인이잖아요?"

"아니오. 여기 주인은 당신 밖에 없소. 내가 당신을 귀찮게 하면 당신은 그저 나에게 가라고 하면 된다오. 그 즉시 나가겠소. 말해 보시오. 난 정말 추하지 않소?"

"그건 맞아요. 전 거짓말쟁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맞는 말이오. 하지만 난 못생긴 데다 지혜롭지도 않다오. 난 그저 바보 같소."

"지혜롭지 않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랍니다. 터무니없는 말이에요."

그러자 야수가 대답했습니다.

"어서 드시오, 미녀여. 그리고 당신의 집에서는 지루해 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시오. 여기 있는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오. 당신이 기쁘지 않다면 나는 슬퍼질 것이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로군요. 당신의 마음씨에 무척 감동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니 당신의 모습이 더 이상 추해 보이지도 않네요."

"그러하오. 사실 난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괴물에 불과하다오."

그러자 미녀가 말했습니다.

"당신보다 훨씬 더 괴물 같은 사람들도 많아요. 전 차라리 당신의 모습이 좋네요. 그 괴물 같은 사람들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나쁘고 그릇된 마음을 숨기고 있거든요."

"내가 만약 지혜롭다면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하기 위해 많은 칭찬을 할 것이지만, 나는 바보라오. 어찌 됐든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는 말 뿐이오."

 

미녀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이 괴물이 거의 무섭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을 하자 그녀는 두려움에 질리고 말았습니다.

"미녀여, 나의 부인이 되어 주겠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녀는 야수의 말을 거절하면 그가 크게 화를 낼 것이라 생각하며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떨면서 말했습니다.

"아니오."

그 순간, 불쌍한 괴물은 지독한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온 성에 한숨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하지만 곧 야수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안녕히 가시오, 미녀여."

그 덕에 미녀는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야수는 방을 나가면서 가끔씩 미녀를 돌아보았습니다. 홀로 남아 그를 보던 미녀는 이 불쌍한 야수에게 커다란 연민을 느끼며 혼잣말했습니다.

"아아, 이렇게 좋은 마음씨를 가졌음에도 그토록 추하다니! 정말 안 됐어…."

 

미녀는 이 성에서 평온하게 석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 때마다 야수가 그녀의 방에 찾아왔고, 밥을 먹을 때는 항상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야수는 현명한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사실 재치라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야수를 자주 보자 미녀도 그의 추함에 익숙해졌고, 그가 찾아오는 순간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9시가 아직 멀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주 시계를 쳐다보기까지 했습니다. 야수가 항상 그 시간에 찾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가 그녀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그것은 야수가 매일 밤 자러 가기 전에, 그녀에게 자신의 부인이 되어 줄 수 있냐고 물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미녀는 그의 말을 매번 거절했고, 그 때마다 야수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느 날 미녀는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당신은 나를 슬프게 해요. 전 당신과 결혼할 수 있기를 원해요. 하지만 저는 무척 솔직한 사람이에요. 아마도 평생 당신과 결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언제나 당신의 친구예요. 이것으로 당신이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

그러자 야수가 대답했습니다.

"나도 나를 올바르게 평가해야 하는 걸 안다오. 또 내가 무척 흉측하다는 것도 안다오. 하지만 당신을 무척 사랑하오. 그래도 당신이 여기 머무르길 바란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오. 부디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시오."

미녀는 이 말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거울을 보자, 거울 속의 아버지가 딸을 잃었다는 슬픔에 무척 아파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야수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약속할게요.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요. 아버지를 보지 못하게 한다면 전 고통스러워 죽고 말 거예요."

야수가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고통을 준다면 나조차도 죽는 게 더 편할 것이오. 아버지의 집으로 보내 드리겠소. 거기 계속 머물러 계시오. 그러면 당신의 불쌍한 야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을 것이오."

그러자 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전 당신이 좋아요. 당신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 일주일 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제 언니들은 모두 결혼했고, 오빠들은 모두 군대에 가 버려서 아버지는 홀로 계세요. 아버지 곁에서 일주일만 있을게요. 일주일만 참아 주세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떠나시오. 하지만 꼭 약속을 지키시오. 당신이 돌아오고 싶을 때면 언제든 당신이 자는 침대 머리맡 탁자에 당신의 반지를 올려 놓으시오. 안녕히 가시오."

야수는 이 말을 하면서 습관처럼 한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미녀는 그의 비통해 하는 모습을 보자 슬픈 마음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그녀는 아버지의 집을 찾았습니다. 그녀의 침대 옆에 있던 작은 종을 울리자 하인이 달려 오더니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리에 놀란 아버지가 달려왔고, 사랑하는 딸을 다시 보게 된 기쁨에 무척이나 기뻐했습니다. 그들은 15분도 넘게 꼭 끌어안고 있었지요. 그렇게 기뻐하고 나자, 미녀는 문득 옷을 갖고 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그 때 하인이 와서 미녀에게 방금 옆방에서 큰 모자와, 금과 다이아몬드가 박힌 원피스들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미녀는 야수의 친절에 깊이 감사하며 원피스 중에서 가장 덜 비싸 보이는 것을 갖고는, 하인에게 남은 원피스들을 건네 주며 언니들에게 선물해 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원피스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아마도 야수는 이 모든 것을 네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보구나."

그러자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피스들과 모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미녀는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그 사이에 언니들이 미녀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들과 함께 달려 왔습니다. 언니들 모두 가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어떤 잘생긴 신사와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이 신사는 자신의 얼굴을 무척 사랑한 나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기 얼굴만 쳐다 보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항상 아내의 못생긴 얼굴을 비난했습니다. 둘째는 무척 지혜로운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지혜를 모두에게 화 내는 데에만 쏟았고, 물론 그 첫 번째 희생양은 항상 그의 옆에 있는 아내였습니다. 아름다운 미녀가 공주처럼 입고 있는 것을 보자 두 언니들 모두 괴로움에 죽을 것 같았습니다. 미녀는 언니들을 끌어 안았지만 그녀들의 질투를 가라앉힐 수는 없었습니다. 미녀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이야기하자 언니들의 질투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두 언니들은 정원으로 내려가 울면서 서로 말했습니다.

"왜 막내가 우리들보다 더 행복한 거지? 왜 우리는 막내만큼 사랑스럽지 않은 걸까?"

첫째가 말했습니다.

"내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어. 막내를 일주일 넘게 여기에 잡아 두는 거야. 그러면 어리석은 야수는 분노로 가득 차겠지. 막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마도 막내를 집어 삼킬지도 몰라."

그러자 둘째가 말했습니다.

"그 말이 맞아.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더 사랑 받을 수 있을 거야!"

이런 결론을 내리고 나서 둘은 다시 올라가 막내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두 언니는 말들을 모조리 쫓아 버린 뒤, 미녀가 떠난다는 것에 슬퍼하는 척 했습니다. 마음이 약해진 미녀는 일주일을 더 있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가엾은 야수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에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야수를 보지 못해 무척 쓸쓸했습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지낸 지 열 번째 밤에 미녀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녀는 성의 정원에 서 있었고, 야수는 풀밭 위에 누워서 고통 속에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배은망덕함이 그를 죽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미녀는 몸을 떨면서 눈물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난 정말 나쁜 사람이구나. 그토록 나에게 배려해 준 야수에게 고통을 주다니! 이게 그의 잘못인가? 그가 추하게 생겨서? 그가 지혜롭지 못해서? 하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야. 그건 그 어느 것보다 가치가 있는 거야! 왜 나는 그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은 거지? 그와 함께라면 잘생기고 지혜로운 사람보다 더 행복할 거야. 한 여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남편의 아름다움도 지혜도 아니야. 좋은 품성과 덕망, 배려라고. 그리고 야수는 이 모든 것을 갖췄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친절하고 존중할 줄도 알고 감사할 줄도 알아. 가자. 그에게 더 이상 불행을 안겨 줄 수는 없어.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나는 평생 후회할 거야."

이 말과 함께 미녀는 잠에서 깨어나 탁자 위에 반지를 올려 두고 다시 어렵게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녀는 야수의 성에 있었습니다. 기쁨에 들뜬 그녀는 그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멋진 옷을 차려 입었습니다. 그리고 밤 9시가 될 때까지 쓸쓸하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9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도 야수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녀는 야수가 죽었을까 봐 너무 걱정되었습니다. 그녀는 온 성을 뛰어 다니며 그의 이름을 부르다가 곧 절망에 휩싸였습니다. 모든 곳을 샅샅이 뒤진 다음, 문득 꿈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라 그녀는 운하 쪽에 있는 정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가엾은 야수는 미녀가 온 줄도 모른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미녀는 야수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에게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그의 얼굴은 더는 무섭지 않았고, 그를 보자 그녀의 심장이 다시금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운하에서 급히 물을 떠다가 야수의 머리 위에 뿌렸습니다. 야수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미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약속을 잊으셨군요. 당신을 잃었다는 슬픔에 저는 굶어 죽기로 작정했답니다. 하지만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쁘군요."

"안 돼요, 사랑하는 야수여.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살아서 저의 남편이 되어야죠. 제 손을 당신에게 건넨 이 순간부터, 저는 당신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맹세할게요. 아아, 전 오로지 당신에게 친절을 베푼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느끼는 이 고통을 보니 이제 당신을 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을 것만 같아요."

 

미녀가 고통스럽게 이 말을 내뱉자 곧 성 안의 불이 모두 켜지고, 하늘에서는 불꽃들이 터지며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모든 것이 축제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지만 미녀의 시선을 잡아 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녀는 다시 사랑하는 야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몸을 떨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야수는 어느 새 사라지고 미녀의 발치에는 정말 멋진 왕자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미녀의 관심을 끌 법도 했지만 미녀는 그저 야수가 어디 있냐고 물을 뿐이었습니다. 그러자 왕자가 대답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예전에 나쁜 요정이 저를 야수의 모습 안에 가둬 버렸거든요. 아름다운 여인이 저와 결혼하기를 승낙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 요정은 제 지혜와 재치까지도 내비치지 못하게 막아 버렸답니다. 이 세상에서 정말 착한 사람은 당신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당신에게만 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당신에게 제 왕관을 씌워 드리겠습니다."

미녀는 무척 기뻐하며 왕자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성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와 그녀의 가족들 모두가 성으로 와 있었고, 미녀의 꿈 속에 나타났던 여인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던 착한 요정이었지요. 요정이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미녀여, 당신의 좋은 선택에 대한 보상입니다. 당신은 아름다움과 지혜보다는 덕망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진 한 사람을 찾았군요. 당신은 이제 위대한 왕비가 될 것입니다. 권력이 당신의 덕망을 훼손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요정은 미녀의 두 언니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악한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두 개의 석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두 분을 감싸고 있는 돌 안에서도 이성은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분은 동생의 성문을 지키십시오. 다른 고통은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동생의 행복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 전까지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영 석상으로만 남게 될까 봐 두렵군요. 교만함과 분노, 욕망, 나태를 고치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나쁘고 인색한 마음인 당신들에게는 어쩌면 기적과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정은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멋지게, 왕궁에 어울리도록 변했습니다. 두 석상만 빼고 말이지요. 왕자는 미녀와 결혼했고, 둘은 아주 오랫동안 덕망을 쌓으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