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원암 천계정(天鷄井)에 얽힌 전설

조선 시대, 현재의 중앙동 삼동마을에 욕심 많은 장사꾼이 있었다. 이 장사꾼은 항상 새벽에 첫닭이 울 때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하인들은 매일 깊은 새벽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무척 불만이 많았다. 한편 장사꾼의 집 바로 옆에는 결혼해 분가한 하인이 살고 있었다. 그 하인에게는 만수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기가 근방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어느 날 만수는 매일 새벽에 나가 밤 늦게 돌아오는 아버지가 걱정돼 기분이 우울해졌다. 만수는 새벽 첫닭을 못 울게 하기 위해 곧장 인근 신기산성 부근 서낭당의 무당 할머니를 찾아가 그 간 있었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만수의 기특한 생각에 크게 웃던 무당 할머니는 조금 망설이다가 방법을 일러 주었다. 동네 뒷산에 가면 천계암이라는 바위와 인근에 천계정이라는 우물이 있으며, 매일 새벽 하늘에서 천계가 내려와 그 곳에서 물을 마시고는 천계암에 올라가 크게 우는데, 그 소리를 듣고 삼동마을 닭들이 따라 운다고 했다. 그러니 천계정에 독한 술을 풀어 천계가 술에 취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그 때 잡으라고 했다.
자정이 지났을 무렵, 만수는 독한 술을 들고 천계암으로 올라가 인근을 뒤져 천계정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천계정에 독한 술을 풀어 놓고 숨어서 때를 기다렸다. 얼마 후, 휘황찬란한 금빛의 천계가 하늘에서 내려와 천계암에 내려앉았다. 천계는 천계정으로 다가가 목이 마른 듯 제법 오랫동안 물을 마셨다. 잠시 후 천계는 흡사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만수는 이 때다 싶어 천계를 덮쳐 잡은 후 서둘러 집으로 내려와 헛간 깊숙한 곳에 천계를 숨겼다.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잔 만수 아버지는 뒤늦게 늦잠 잔 것을 알고는 부랴부랴 장사꾼의 집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늦잠을 잔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장사꾼 역시 늦잠을 잤는지 이제 막 일어나고 있었다. 새벽닭이 울지 않자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단잠을 자는 것은 좋았지만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자 만수는 갈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녀가 만수를 찾아왔다. 옥황상제님이 키우시던 천계를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수는 천계를 주면 아버지가 또 힘들어질 것이며 자신은 아버지가 힘든 게 너무 싫다고 말했다. 선녀는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 아버지 상전에게 가서 솔직하게 말해 보라고 타일렀고, 만수는 알았다며 천계를 꺼내 선녀에게 주었다. 천계를 받아든 선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천계암 쪽으로 올라갔다.
만수는 용기를 내 선녀가 시키는 대로 장사꾼을 찾아가 아버지의 힘든 점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장사꾼은 재미있어 하며 만수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보라고 했다. 만수는 새벽일은 물건을 준비하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니 몇 명씩 순번을 정해 일을 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낮에 아주 활기차게 일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장사꾼은 크게 웃으며 자신도 만수의 말처럼 해 보려던 참이라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대신 만수에게 자신의 밑에서 장사를 배우라고 했다. 장사꾼은 만수가 훗날 큰 장사꾼이 되겠다며 큰 보배를 얻었으니 자신이 더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그리고 서둘러 하인들을 불러 모아 순번을 정해 새벽에 일어나도록 했고, 하인들은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게 되어 그 덕분에 장사꾼은 두 배의 이익을 거두었다. 장사꾼은 그 이익을 열심히 일한 하인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현재 삼동마을 위쪽 경부고속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계원암은, 우리나라에서는 계(鷄) 자를 쓰는 그리 흔치 않은 사찰로 알려져 있다. 이 계원암에 오르다 보면 그 길목 능선에 천계암이라는 너른 바위 하나가 서 있으며, 인근 계원암 경내에는 천계가 내려와 물을 마셨다는 천계정이라는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병자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효험이 있다고 하며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고 그 양도 일정하다고 전해진다.

- 양산문화원, <양산고을 옛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