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지혜의 나무 :: 행복을 쫓는 사나이

행복을 쫓던 사나이

프랑스

 

 

옛날 옛적, 한 불행한 사내가 살고 있었다. 자기를 사랑해 주는 상냥한 아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매일같이 그의 집 앞을 지나가는 여자들 가운데 한 번이라도 멈춰 서는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대신 그의 밭에는 노상 까마귀들이 와서 울어 댔고, 양떼에는 늑대들이 달려 들었으며, 가축 우리에는 여우가 끊일 줄 몰랐다. 돈 내기라도 하면 언제나 지는 쪽은 그였다. 무도회에 가려고 집을 나서기라도 하면 비가 내렸다. 지붕에서 기왓장 같은 것이 떨어질 때는 언제나 그가 바로 밑에 있을 때였다. 요컨대, 그는 운이 없었다.

어느 날, 더 이상 부당한 운명의 손길에 괴로움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마을 뒤편에 있는 숲 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은자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길을 가던 중에, 오리 떼가 바로 그의 머리 위를 날아가면서 똥을 갈겼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런 일에 습관이 되어 있었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마침내 먼지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된 그가 은자의 오두막 앞에 이르렀을 때, 그 성스런 사내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희망은 오직 신(神)에게 있네. 운이 없다면 오로지 신만이 그 운을 자네에게 줄 수 있지. 신을 만나러 가 보게. 그 분은 틀림 없이 자네에게 부족한 그 뭔가를 주실 걸세."

"그럼 그리로 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은자여!"

그래서 그는 머리 위에 모자를 얹고 어깨 위에 보따리를 걸친 다음 길을 떠났다. 구름 너머 산 꼭대기의 흰 동굴 안에 살고 있다는 신에게 가서 자신의 행운을 구할 참이었다.

 

도중에 어느 커다란 숲을 지나게 되었는데, 오솔길 사이로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이빨을 딱딱 부딪치고 손을 벌벌 떨면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아, 이 끔찍한 짐승아, 제발 나를 잡아먹지 말아 다오. 나는 지지리 운도 없어서 같이 사귀어 봐야 별로 좋을 게 없는 인간이란다. 사실, 너는 나를 먹을 수조차 없을 거야. 날 삼키면 아마도 내 뼈들 중 하나가 삐져 나와서 네 목구멍을 찢어 놓을지도 몰라."

"쳇, 그딴 건 겁나지 않아. 사실은 요즘 별로 식욕도 없다구. 그런데 신사 양반, 어디로 가던 중이었지?"

"신을 만나러 가던 참이었지. 저기 저 산 꼭대기 높은 곳에 계신다는 분 말이야."

"아, 그럼 가서 내 안부도 좀 전해 줘." 하고 하품을 하면서 호랑이가 말했다.

"그리고 요즘 내가 왜 이렇게 식욕이 나지 않는지도 꼭 좀 물어봐 줘. 이렇게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가는 얼마 못 가서 죽을 것만 같단 말이야."

여행자는 그러마고 약속하고, 그 커다란 산짐승과 잠시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서 지껄인 다음,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날 저녁, 어느 넓고 푸른 평원에 이르러 메마른 떡갈나무 밑에다 불을 피웠다. 막 잠을 청하려 드는데, 갑자기 머리 위의 나뭇가지에서 무슨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거기 누구요?"

그러자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나무란다. 나는 지금 숨 쉬기가 몹시 힘들어. 여기 이 초원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좀 보렴. 모두들 높이 쭉 뻗어 올라서 보기에도 멋지고 힘차지 않니? 그런데 나만 유독 이렇게 빼빼 말랐지 뭐야. 도대체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

"나는 지금 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거든. 내가 네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꼭 알아 가지고 올게."

"아, 고맙다. 여행자야." 병약한 나무가 힘없이 대답했다.

 

아침이 되자 사내는 다시 길을 나섰고, 정오께에 마침내 산 기슭에 도착했다. 저녁 무렵, 산으로 통하는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오르다가, 그는 길 옆에서 좀 떨어진 곳을 보게 되었다. 거의 쓰러져 가는 폐가였다. 지붕은 깨져서 다 드러났으며, 문짝은 황혼녘 바람에 삐그덕거렸다. 사내는 문으로 다가가 열려진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굴뚝 옆에 어떤 여인이 머리를 수그린 채 앉아 울고 있었다. 사내는 여인에게 하룻밤 묵어 갈 것을 청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렇게 슬퍼하고 계시는지요?"

여인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 낸 다음,

"신만이 아실 일이겠지요." 라고 대답했다.

"만일 신만이 그걸 알고 계신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 분께 그걸 여쭤 봐 드릴 테니까요. 그러니 편안히 주무시기를, 아름다운 아가씨여!"

그러나 그녀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지난 해부터 쭉 왠지 모를 고통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여행자는 드디어 신의 동굴 앞에 다다랐다. 그 동굴은 둥그렇고 또 황량했다. 천장 한가운데 구멍이 나 있었고 그리로 하늘의 빛이 내리쬐었다. 사내는 안으로 더 들어갔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 아들아, 무얼 원하느냐?"

"신이여, 저는 행운을 원합니다."

"세 가지 질문을 내게 해 보아라. 그러면 너는 그걸 얻으리라. 행운은 이미 네가 떠나 온 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느니라."

"아, 감사합니다, 신이여. 이 산 기슭에 웬 여인이 살고 있는데 아주 슬픈 얼굴로 계속 울고 있더군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그 아름답고 젊은 여인은 남편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 거다."

"그리고 신이여, 여기를 오다가 숲에서 아주 병든 나무 한 그루를 보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메말라 있는 것일까요?"

"금궤 하나가 밑에 묻혀 있어서 뿌리가 땅 속 깊이 자라는 것을 막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나무란 뿌리가 깊이 자라지 못하면 살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이여, 그리고 또 숲 속에서 참으로 괴상한 호랑이를 보았습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먹기가 싫다더군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을 잡아먹기만 하면, 그 호랑이는 다시 식욕을 되찾을 것이니라."

"잘 알겠습니다, 신이여. 그러면 안녕히!"

 

사내는 아주 만족해 하면서 기슭을 향해 산을 내려왔다. 여전히 자기 집 앞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보자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아름다운 아가씨,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당신에게는 남편이 필요하답니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그럼 이리로 들어오세요. 당신은 내 맘에 들게 근사하게 생기셨어요.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하지만 난 시간이 없어요. 나는 이제 곧 내 행운과 만나기로 되어 있거든요. 행운이 날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모자를 들어 올리며 활달하게 인사한 다음, 웃으면서 껑충껑충 길을 내려갔다. 이윽고 초원에 이르러 병든 나무가 보이자 그는 멀리서 소리쳤다.

"나무야, 네 밑에 금궤가 묻혀서 뿌리를 아프게 하고 있단다. 신께서 그러셨어!"

나무가 대답했다.

"여행자야, 그럼 그걸 파내 줘. 그럼 너는 부자가 될 거고 나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될 거야!"

"하지만 난 시간이 없단다. 곧 내 행운과 만나기로 되어 있거든. 행운이 날 기다리고 있어. 행운이 날 기다린다구!"

그는 짐 보따리를 간신히 어깨에 메고는 날이 저물기 전에 숲 속에 도착했다. 길 한복판에 예전의 그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 착한 짐승아, 이렇게 된 거란다. 너는 어떤 사람을 하나 잡아 먹어야 하는데, 아무나 먹어선 안 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야 한다는구나."

"어떻게 그걸 알았지?"

"나야 모르지 뭐. 그저 신의 말씀을 네게 그대로 전해 주는 것밖에는 없어. 어떤 여인한테나 나무한테 했던 것처럼."

"여인이라니?"

"그래, 여인이었어. 그칠 줄 모르고 울고 있는 젊고 예쁜 여자였는데, 남자가 필요해서 우는 거래. 내가 그렇게 말해 주니까 날 원하더군. 하지만 난 그럴 시간이 없었지."

"나무는 또 뭐지?"

"금 궤짝이 밑에 묻혀서 그 나무가 자라는 것을 막고 있었어. 나무는 날 보고 그걸 좀 파내 가라더군. 하지만 내가 이미 말했다시피, 나는 그럴 시간이 없잖아.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자, 그럼 안녕. 나는 바빠서 이만."

"아니, 어딜 간다는 거지?"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내 행운과 만나기로 되어 있거든. 행운이 날 기다린대. 행운이 날 기다린다구!"

"잠깐만." 하고 호랑이가 끼어 들었다.

"자기 행운을 찾아 다닌다는 사람이 거저 굴러 들어온 천사 같은 여인과 황금 보물을 못 본 척 그냥 내버려 뒀다면 그런 사람을 대체 뭐라고 해야 하지?"

"바보 같군, 그건 쉽잖아." 멍청해진 사내는 영문도 모른 채 대답했다.

"바보지 뭐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사람보다 더 어리석은 바보가 있을 것 같지는 않군."

그 말이 사내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호랑이는 마침내 아주 왕성해진 식욕으로 그를 먹어 치웠으며, 그러한 은총을 베풀어 주신 신께 감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