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4권 산들바람 솔솔 -4- 나를 찾아 줘

                                 - 나를 찾아줘 -

 

 

                                        1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의자채 휙 돌아앉은 유우키가 물어왔다.
 "그냥..."
 동생 침대에 걸터앉아 쿠션을 던지며 놀던 유미의 대답이 이어진다.
 "낡은 온실로 가서 로사 키넨시스의 꽃봉오리 옆에서 사진을 찍었어. '연재기획, 각각의 장미 앞에서!' 라고나 할까?"
 사진부인 다케시다 츠다코가 찍어준 산 백합회 임원들의 사진하고 짧막한 인터뷰. 그걸 듣고 마미는 춤이라도 출것처럼 기뻐하며 빵을 전부 사 주었다.
 "그런거.. 마음대로 정해 버려도 되는거야?"
 젖은 머리를 닦은 수건을 침대끝에 던지는 동생. 유미는 놀라서 얼른 피했다.
 "사치코님들 한테는 허가를 받았다니까. 그래서 신문부를 도와준거야. 산 백합회도 여러가지로 바쁘니까 특종을 찾는답시고 이리저리 따라붙으면 귀찮거든. 게다가 연재기획이라고 해놨으니 당분간은 사진 한장이랑 간단한 내용만 취재해 주면 신문부쪽엔 신경을 꺼도 되잖아"
 그나저나 로사 키넨시스는 사계절 피는 꽃이라서 온실안에 피어있던걸 찍을수 있었다지만 로사 페티다나 로사 기간티어는 어떻게 찍을 셈일까? 뭐.. 신문부 입장에서야 꽃 같은거 피어있든 안피어 있든 상관없는 걸지도 모르지만.
 "흐응- 그나저나 요즘엔 서로 바빠서 같이 얘기할 시간이 없었네? 유미도 학교에서 여러가지 겪는 거구나.."
 "그야 그렇지"
 유미는 잠옷바지의 발목 부분을 잡아끌어 그자리에서 양반다리를 해본다. 자기 스스로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리 느긋하게 지낼수 만은 없는거다. 더구나 '로사 키넨시스 앙 뷔통'이란 입장까지 있으니 말이다...
 바쁜건 유우키쪽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아니.. 나보다 더해서 매일매일 7~8시에 귀가하는게 대부분 이었다. 다음 주말엔 드디어 하나데라의 학원제가 있는 거니까. 덕분에 요즘들어 저녁도 따로 먹는데다.. 유우키는 항상 피곤해 보인다. 샤워를 하고나서 바로 골아 떨어지는게 거의 일상이 되버렸을 정도...
 오늘은 드물게 7시 전에 귀가를 해서, 오랜만에 가족 전원이 식탁에서 마주볼수가 있었던 거지. 자기전에 잠깐이나마 이렇게 남매끼리 얘기하는 건 대체 얼마만의 일이려나..?
 "그런데.. 앨리스는? 그뒤로 좀 어때?"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었어..
 "어떻냐니?"
 "왜 있잖아, 무언가에 씌인것만 같다던... 뭐랬더라? 오싹한 느낌이랬나?"
 맞아,
 '무언가에 씌인것 같지만 그 정체는 아마도 사람인것 같아'라던 얘기의 피해자는, 사실 앨리스라 불리는 아리스가와 긴타로 인거다.
 "응? 아.. 앨리스는 그때 이후로 괜찮은것 같아"
 "앨리스는..?!"
 뭐지?
 왠지 말하는 투가 앨리스 이외의 누구가는 괜찮치 않은것 같잖아?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계속 물어보자,
 "요즘 고바야시가 좀 이상하거든"
 ..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고바야시도 무언가가 들러붙은것 같대?"
 "아니, 그 반대야. 그냥 걷고 있어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대"
 "기분이 좋아진다구?"
 "누군가가 자기를 동경하고 있다나? 요즘 그런 얘길 하면서 콧대가 높아져서 말이야.."
 뭐야 그거?
 유미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하긴.. 고바야시는 원래부터 마이 페이스 였었지..
 "앨리스 쪽은 둘째 치더라도 고바야시 쪽은 그냥 착각일것 같은데? 아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앨리스한테 영향을 받은거 아냐?"
 확실히 앨리스가 오싹함을 느꼈다던 바로 다음날 아니면 그 다음날에 나온 얘기니까. 게다가 '나도 무언가 느꼈어!' 라며 기쁜듯이 떠벌리고 다녔다나?
 "하지만 오싹한거랑 기분이 좋은거랑은 정 반대잖아"
 "그래도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선 같은거야. 그런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오싹할 수도 있고, 좋은 기분이 될수도 있는거잖아"
 "흐응-"
 그런 관점으로 볼수도 있는 거구나.
 누군가가 날 보고있다..? 그 시선을 호감으로 느낄 것인지 아니면 괴롭히려는 시선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그 차이가 상대방의 평가를 정 반대로 바꾸어 버리는 거니까.
 "아, 맞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유우키가 화제를 바꾼다.
 "장미님들 가운데 고소공포증이 있는분 계셔?"
 "갑자기 왜?"
 "그게.. 우리 애들이 준비에 너무 열을 올려 버렸나봐"
 "무슨 소리야?"
 "장미님들이 앉을 심사위원 자리가 말이지..."
 "아-"
 유미는 손뼉을 쳐본다.
 그러고보니 하나데라의 학원제때 사치코님들은 심사위원 겸 선물 증정을 부탁 받았었지. '하나데라 대난투'라고 했었던가?
 "그거, 높은거야?"
 "응.. 조금"
 유우키가 미안한듯 대답을 한다.
 만들다 보니 '조금 더, 조금 더'라며 가속이 붙어버린 탓에 원래 계획했던 설계도의 1.5배나 크게 되어버렸다는 얘기였다.
 유우키 왈, 남자애들은 여럿이 모여 있으면 허풍이랑 씀씀이가 커진다나? 게다가.. 그럴때면 장난감을 갖고노는 꼬마애들 처럼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니! 남자애들 이란건 도무지 모르겠어.
 "높은데 못올라가는 사람이 있으면 바꿔야 하니까.. 되도록 빨리 물어봐 줘"
 "알았어, 얘기해 둘께"
 그 말을 끝으로 동생 침대에서 일어난다. 방을 나서며 잘자라고 한마디 해주려 돌아보니, 유우키는 벌써 의자 위에서 곯아 떨어져 있었다.

 

 

                                        2

 

 "높은데? 그거라면 사치코는 안되겠네"
 지금은 방과후, 장미의 저택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어.
 "역시.. 라니? 유미도 알고 있었어?"
 "전에 88열차는 타지 않을꺼라고 하신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88열차? 아- 저번에 놀이동산 가자고 했을때 얘기구나"
 화이트 데이랑 유미의 생일축하를 겸한 놀이동산 에서의 반나절 데이트 약속.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 연기되어 버린게 벌써 4개월째...
 "그땐 빠른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말이죠"
 "그애, 탈것도 좀 그래.. 유미도 알고있는거 아냐?"
 "멀리 가게되면 멀미 같은걸 하곤 하시더라구요"
 1년이나 사귀고 있으면 그정도 쯤이야.. 뭐.. 사치코님이 멀미하기 쉬운 체질이란 사실은 최근에 알았지만 말야.
 "맞아 맞아. 그런데도 아빠가 같이 가자고 하면 해외로도 훌쩍 따라가 버린다니까"
 레이님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남성 혐오증이 어쩌구 하면서 아빠 만큼은 그냥 따른단 말야, 라며...
 "우리 친적중 어떤분은 비행기에 타기전에 가볍게 한잔해서 공포심을 억누른다고 하시더라. 사치코의 경우 미성년자라서 술을 마실수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약에 기댄대. 이륙하기 전에 약먹고, 계속 자고.. 식사하고 또 약먹고 자고.. 수학여행 갈때나 다녀올때 말야 화장실 같은걸로 비행기 안에서도 자리를 뜰 경우가 있거든. 사치코네 반 옆을 지나칠때면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있는 사치코 얼굴밖에 못봤다니까"
 레이님이 도저히 숙녀답지 않게 '크하핫-'이라 호쾌하게 웃던 와중, 돌연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침을 흘렸다는 거야"
 막 방안에 들어온 사치코님께 딱 걸려 버린거다.
 오다가 만났는지 뒤에는 요시노, 시마코, 노리코까지 데리고 있어서 왠지 위엄이 보인달까? 하지만...
 "그냥 그렇단 얘기였어. 조금은 허풍이 섞였었나?"
 레이님한텐 친구인 사치코님이 째려봤자 별 타격이 없는것 같아. 앉아있던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기지개를 편다.
 "유미, 레이가 했던 거짓말 따윈 믿지 마"
 방안에 들어와 옆을 지나치던 사치코님이 유미 머리를 가볍게 때린다.
 "아.. 예"
 그래도 전부 거짓말인건 아닐꺼야..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잠만 잤다는 대목은 아무래도 사실 같은데다, 조금.. 아주 조금쯤은 침을 흘리셨을 런지도 모르는 거잖아.

 "수학여행이라.. 좋겠다-"
 아무 생각없이 튀어나온 한마디에 사치코님이 웃으며 대꾸를 한다.
 "유미네들도 얼마 안있어 갈꺼잖아"
 "예"
 그렇게 대답을 하곤 마실것을 준비하기 위해 일어선다. 하지만.. 수학여행에 가고싶어서 좋겠다고 한건 아닌데 말야. '사치코님과 함께가는 수학여행'이 부러웠던 건데...
 두사람 다 유치부 에서부터 리리안에 다니고 있었지만, 한학년 차이가 있으니 평생토록 함께 수학여행을 가게 될일은 없는거다.
 물론.. 수학여행 뿐만 아니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일도 없는거고, 졸업앨범 안에도 나란히 사진이 실릴 일도 없는거지.
 이런말 해봤자 소용없는 거지만, 학교에 다니는 시간중 거의 대부분은 제일 좋아하는 언니랑 따로따로 지내고 있는 거잖아..
 혹시나 같은 반에다 자리까지 가깝다면, 그동안 계속 사치코님을 볼수 있을텐데 말야. 왠지 사치코님 반 친구 분들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같은학년 이었으면 '쉬르'가 될수는 없었던 거니까.. 결국 그냥 투정부리는 것밖에 안된다는건 알고 있어.
 "유미님, 나머지는 제가 할께요"
 노리코가 그렇게 나섰지만 '괜찮아'라며 거절한다.
 사치코님을 위해서 마실것을 준비하는 거야.
 함께 지내는 소중한 시간, 그런 작은 부분을 하나 하나 쌓아가는게 지금의 유미한테는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지니까. 그래서 정성들여 차를 따른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다가 비행기 얘기가 나온거니?"
 여느때보다 맛있게 됐는지 아닌지 모를 차를 마시며 사치코님이 물어 보신다.
 "응? 아.. 하나데라의 학원제 얘긴데..."
 차근차근 설명을 하자 예상했던 대로 사치코님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저.. 사치코님? 힘든 거라면 저쪽에서도 다시 만든다고 했었는데요..."
 "그럼 그만큼 예산이 늘어나게 되. 시간도 들고 수고도 해야하고.."
 역시 사치코님이셔. 우리 학교의 축제 기획을 맡고계신 만큼, 비용 같은데까지 신경을 쓰신다니까.
 "저쪽에서도 곤란할 테지"
 사치코님은 크게 한숨을 내쉰다.
 예정보다 높이 만들어 버린 하나데라 쪽에도 물론 문제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만들라고 요구한다는건 좀... 우리쪽 에서도 몇미터 이상은 절대로 안되! 라고 한 적은 없었고 말야..
 "그럼 언니 대신, 모자라지만 제가 올라갈께요"
 맡겨만 주세요! 란 느낌으로 유미가 가슴을 두드려 본다. 그러자 사치코님이 재빨리 그 주먹을 낚아챘다.
 "무슨말을 하는거니? 너한테 하게 할꺼라면 내가 할꺼야. 까짓꺼.. 얼마만큼이라도 올라가 주겠어. '로사 키넨시스'로써의 일은 훌륭하게 해낼 테니까, 넌 그저 보고만 있으렴"
 "그래도.. 2층에서 땅을 쳐다보는 정도의 높이라고 하던데요?"
 "2층 높이?"
 "예"
 고개를 끄떡이자 사치코님은 소리내어 웃는다.
 "그정도면 별것 아니잖아. 2층 높이란건 1층의 지붕위란 소리잖니. 사실, 이정도 높이에서 고개를 내미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면 유미 너.. 설마 내가 건물 3층까지 조차 못간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니예요"
 그렇게 생각 안해요. 그렇게 생각은 안하지만 말이죠...
 사치코님은 벽이나 천정에 둘러쌓여 있지 않은 공간이 얼마만큼 무서운 건지 알고나 계신걸까? 게다가 사치코님이 올라갈 곳은 초보들이 만든 작품인데 말야...
 삐걱삐걱, 흔들흔들... 실물을 보러가지 않아도 유미에겐 충분히 상상이 가는 일이었다.
 "잔소리 하지말고 유우키씨 한테는 알겠다고 전해주렴"
 ".....예"
 그 잔소리란걸 더 해두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본들 반발심만 세질께 뻔하니까 그냥 입다물고 있기로 했다. 실제 상황에서 아무래도 무리다 싶으면 바로 교대할수 있게끔 미리 준비해 두면 되는 거니까.
 "유미도 사치코를 다루는데 익숙해 졌나보네?"
 레이님이 그렇게 속삭여 온다.
 "예?! 아니예요, 그런 뜻은 없어요"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왠지 일이 그렇게 되버린걸...아무튼, 유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치코님 입에서 OK가 나오도록 몰아버린 모양이다.
 "시마코-"
 자기한테 직접 관계없는 일인 탓인지 요시노는 별 관심없다는 투로 물어본다.
 "시마코는 높은데 올라가도 괜찮은 거야?"
 "2층 높이라며? 조금 무서운걸"
 저렇게 말로 표현해 버리는 시마코같은 타잎은 현실이란걸 직시하고 있으니까 그만큼 그때그때 알아서 차분하게 대응할수 있을꺼라 생각해. 그런 반면...
 "뭐니? 너무 걱정스런 티를 내지 마렴, 그정돈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자아- 일하자, 일"
 스스로 괜찮다고 자기암시를 걸어놓곤 더이상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치코님 쪽이야말로 걱정스러워지는 유미였던 거다.

 

 

                                        3

 

 방과후의 교실에서 츠다코가 자기 책상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왜그래? 무슨일 있어?"
 "유미구나... 마침 잘됐어. 아니다, 그 반대인가.."
 유미는 오늘도 장미의 저택에서 학원제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정도 끝이 보이자 두고온 물건을 가지러 교실로 돌아온 참이었다.
 오늘은 체육이 있었으니 체육복을 갖고가지 않으면 안된단 말야. 9월에 들어섰다고 해도 아직은 더운날도 꽤 있거든. 땀으로 범벅이 된 체육복을 사물함 안에 이틀이나 놔뒀다간...
 "그거, 뭐니?"
 사진을 정리하던 중이었는지 츠다코의 책상 위에는 몇장의 사진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학교 안에서 거의 몰카로 취급될 만큼 위험할 정도의 사진을 찍고 다니는 츠다코라서 그런 광경을 보는것 차체는 어렵지 않았다.
 찍혀있는 사람에 대해서나 발표해도 될만한지 여부, 어쩔수 없이 파기되어야만 할 운명인 사진들... 그 분류방법은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긴 하다.
 "어? 이거.. 전부 나잖아?!"
 유미가 사진을 몇장 들어서 본다. 거기엔 어김없이 눈치채지 못한채 찍힌 유미의 사진들 뿐..
 "맞아"
 이런때의 츠다코는 변명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내가 찍었어. 싫다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하진 않을테고 갖고 싶다면 줄께. 하지만 정말 괜찮게 나온거라 꼭 발표해보고 싶어!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끌고 나가는 거다.
 "학원제를 대비해서 널 찍고 있었거든. 우리 사진부의 전시물 말이야"
 "왜 하필 나야?"
 "그야 작년에 그만큼 인기였잖아. 유미랑 사치코님의 대형 패널사진 말야. 그래서 올해도 홍(紅)장미 쪽에 신세를 좀 져볼까 해서..."
 "이봐 이봐-"
 그래서 날 보자마자 '마침 잘됐어'랑 '그 반대'라고 했던 거구나. 이제와서 그런말 해봤자 좀 늦은감은 있지만...
 "근데? 뭘 고민하는 거야?"
 "그렇게 보여?"
 "응"
 불까지 꺼져있어 어두운 방과후의 교실에 혼자 팔짱끼고 우두커니 앉아서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한다구.
 "대체 뭐야? 피사체가 불만인 거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기도 모른체 피사체가 되어버린 유미에겐 책임이 없을 꺼였다.
 "그게 아냐.. 유미는 귀여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귀엽다니까"
 "......그래?"
 츠다코는, 나 스스로 조금 사진빨을 못받았다고 생각하는 사진들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그런 사진들 쪽을 더 좋아한다는 걸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된 거다. 미리 '그럼 찍을께-' 하고 찍은 사진보단 어디를 보고 있는건지 알수없는 듯한 표정이나 평상시의 별 의미없는 몸짓 같은거.. 그런걸 좋아하는 거다.
 "그나저나 언제 찍은거니?"
 그 사진들 중에는 학교안이 아닌 곳에서의 사진도 섞여 있었다. 역전에서 사치코님과 나란히 걷고있는 모습이나 버스 정거장에서 시마코랑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모습들... 다행히도 집안에서 혼자 뒹굴고 있는거나 목욕중인 사진 같은건 없었지만 말야.
 "유미사진 뿐이라면 괜찮은데 말이지..."
 응?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럼 뭐가 문제인데?"
 "모르겠니?"
 "모르겠냐니...?"
 예전에 찍혔던 사진들을 떠올려 봐도 이거랑 어디가 다른건지 딱히 알수가 없다. 물론 찍힐 당시의 상황이나 시간 같은건 전혀 다르긴 하다. 찍는 당사자인 츠다코의 사진기술 쪽도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떨어질 리는 없는건데 말야..
 "이거나.. 아님 이런건 그렇게 눈에띄진 않는데 말이지"
 츠다코는 사진들 가운데서 몇몇개를 골라 유미앞에 내밀었다.
 "이정도면 금방 눈에 들어오지?"
 "응?"
 금방 알수 있다던 사진 3장을 책상위에 나란히 놓아본다.
 그러자...
 "앗-?!"
 감이 느린 유미에게도 확실히 보여온다.
 별 생각없이 보고있을 때엔 잘 몰랐었지만 이렇게 몇장만 골라서 보니 무엇이 문제인지 한눈에 알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머리속에 새겨둔 상태로 아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사진들을 다시 바라보자 그다지 눈에띄진 않았지만 역시 그 문제점은 확실히 찍혀있는 거였다.
 "대체 무슨 일이지?"
 츠다코는 이래선 전시회에 내보낼수 없다고 했다.
 "아깝지만 필름채 태워버릴 수 밖에.. 이런게 신문부 손에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테니까"
 "그래도 아깝네.."
 "맞아. 하지만 사진에 손을 대서까지 전시하고 싶은건 아니니까.. 애초에 유미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니까 모른채 전시해 버려도 아무도 모를수도 있지만 말야"
 그래도 츠다코는 알고 있다. 게다가 유미도 알아 버린거다. 전시된 사진을 볼대마다 두사람은 그 부분이 신경쓰여서 어쩔줄을 몰라할께 뻔한거야..
 "유미가 찍힌 부분만 잘라서 줄까?"
 "아냐.. 됐어"
 여태까지 츠다코가 유미를 찍어온 사진은 거의 받아왔지만 이번껀 그만두기로 했다. 내 모습만 잘라낸 사진 같은걸 갖고 있으면, 분명 잘려진 나머지 부분이 신경쓰일 테니까. 그렇다고 츠다코가 폐기하기로 결정한 사진들 전부를 이대로 가져가기에도 좀 그렇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런지 모르겠단 말야.
 "왠지 좀 무서워"
 "하긴.. 유미 입장에선 그럴만도 하지"
 츠다코는 사진을 정리한 뒤 봉투에 넣는다.
 "난 이걸 폐기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넌 어떻게 할래?"
 "글쎄..."
 "말하지 않았던게 좋았으려나..?"
 "아냐, 알려줘서 고마워"
 유미는 체육복을 넣은 가방을 감싸안고 비틀거리며 교실을 나섰다.
 이 일을 사치코님께 상의하는게 좋을까?
 '그야.. 언니한텐 숨기는거 없이 대하는게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자기 마음속도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닌거다.
 츠다코가 찍은 사진들.. 그건 모두 우연히 찍혔을 가능성은 없는걸까?
 '열장 넘는 사진들이 모두 우연히?!'
 그럴수도 있는걸까?
 사진속의 유미가 머리를 묶고있던 리본은 대개 달랐다. 그건 각각 다른날에 찍혔다는 증거인 거다.
 그런데도 유미 뒤에 반드시 찍혀있던 그 사람...
 장미의 저택에 돌아오는 동안 유미는 몇차례나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 누군가 있을런지도 몰라.
 열 몇장이나 되는 사진들이 유미의 마음속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4

 

 다음날은 금요일 이어서 적당히 일을 하다 볼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며 장미의 저택을 나섰다. 어중간한 시간이어서 인지 은행나무길에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혼자 교문을 나서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항상 옆에있던 사람들이 없으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지금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걸지도 몰라.
 전후좌우, 그 어디에도 사람이 없으니 바람이 잘 통해서 조금 외롭다. 유미는 이런 기분속에 혼자 빠져있을 한명의 소녀를 떠올려 본다.
 혹시.. 말을 걸어 올런지도 몰라. 천천히 걸으며 조금은 그런 기대감을 가져본다.
 만약 말을 걸어온다면 나란히 걸어야 겠어. 나란히 걸으며 묻지 않으면 안될 것들을 확실히 들어 둬야지.
 유미는 뒤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 나뭇잎 사이를 스쳐 지나온 바람이 유미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었다.
 "유미-"
 그러나.. 정작 말을 걸어온건 다른 사람이었다.
 "세이님...?"
 리리안 여대에 다니기 전까지 '로사 기간티어'였던 사토우 세이님은 대학 건물쪽에서 가볍게 점프하듯 이쪽으로 뛰어와 유미랑 나란히 섰다.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상의는 하얀 세일러 칼라 디자인 이어서, 약간은 예전의 모습을 떠올릴수가 있었던 거였다.
 "지금 가니?"
 "예..."
 그야 귀가길인건 틀림없으니 일단 끄떡여 본다. 그러자 세이님은 이쪽으로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곤, 유미 귓가에 속삭이는 거였다.
 "근데.. 너 배후령이 딸린건 알고 있니?"
 "배후령 이라뇨? 그런 표현은 좀..."
 "뭐야- 알고 있었구나?"
 츠다코가 찍었던 사진을 본 탓에 알수 있었던 거긴 하지만... 그게 없었다면 아마 앞으로도 계속 눈치채지 못했을 런지도 몰라. 그런데도 잠깐 본것 만으로 금방 알아채 버리다니.. 역시 세이님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니까.
 "흐응- 그래서? 어디까지 달고 다닐껀데?"
 세이님은 뒤돌아 보지 않은채로 엄지손가락으로 '저거'라며 뒤를 가리킨다.
 "일단은 교문까지..."
 "교문? 거기까지 가면 뭔가 일어나는 거야?"
 "어차피 제가 둘러대도 금방 들키겠죠? .....예, 맞아요"
이건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이 되버렸네? 미리 준비해둔 재료들에 세이님이란 조미료가 더해졌으니...결과가 어떻게 나올런지 상상이 안간다.
"방해하진 않을께. 봐도 되지?"
 "안된다고 해도 보실 거잖아요.."
 "당근-"
 어쩔수 없네..
 기왕 이렇게 된거 운에 맡기는 거야.
 세이님은 싫어하면 할수록 들러붙는 사람이니까...

 교문앞에 기대고 있던 그 사람은 유미를 발견하자 가볍게 손을 흔들며 웃어 보인다.
 "유미, 오랜만이네?"
 그런가.. 오랜만인 거구나...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그나저나 카시와기씨가 와버릴 줄이야..."
 곤색 티셔츠 위에 면으로 된 상의를 입고 평범한 청바지를 입고있을 뿐인데도 왜 이렇게 눈에 띄는 걸까?
 저 태도 때문인가? 아님 자신감 넘치는 표정 때문? 어찌됐건 키크고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론 이렇게나 존재감이 뚜렷하진 않을 꺼였다. 지금이 그나마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시간대여서 다행이야.
 바로옆 버스 정거장에 있던 몇명의 애들이 이쪽을 찔끔찔끔 훔쳐보고 있었다.
 "여전히 귀여워"
 카시와기씨가 강아지 꼬리같은 유미의 양갈래 머리를 살짝 만져온다.
 "조금 오버예요"
 유미는 웃어보이며 친한척 다가오는 손길을 가볍게 뿌리친다.
 "오버라구? 섭섭하네.. 연극이 아냐. 이 기회에 내 마음을 전해 두려는 거지"
 오른손을 활짝편 뒤 가슴에 갖다대며 얼굴이 점점 이쪽으로 다가온다. 지금이라도 '줄리엣!'이라고 외칠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이다.
 "죄송하지만 전 여자앤데요"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카시와기씨의 얼굴을 손으로 막는다. 그대로 놔뒀으면 키스당할뻔 했다니까...
 "여자애가 뭐 어때서? 난 여성을 숭배하고 있거든. 여성이 없으면 남자도 태어나지 않으니까"
 "그야 그렇지만..."
 이런 얘길 하려고 '여자'란 단어를 꺼낸건 아니었는데 말야.. 카시와기씨는 남자쪽을 좋아하는 거잖아? 난 여자니까 관심밖인 거잖아욧! 하고 주장하고 싶었던 거다.
 "그나저나 저 배후령은 대체 뭐지? 유키치(*주1)한테 들었던 거랑은 좀 다른것 같은데?"
 "배후령 이라구? 그거 실례잖아"
 새로이 배후령이란 칭호를 받아든 세이님이 교문 뒷편에서 뛰쳐나와 카시와기씨를 노려본다.
 "세이님!"
 "원래는 그냥 숨어서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말야, 우리 귀여운 유미가 은행왕자의 마수에 넘어가는걸 그냥 보고만 있을순 없었단 말이지"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이건 다 계획이었단 말이예요!
 그런데 그걸 설명하기도 전에 카시와기씨랑 세이님 둘이서 얘기에 빠져버렸다. 한번 칼을 뽑으면 점점 흐름이 빨라져서 중간에 끼어들 여지가 없는 거다.
 "유미가 귀엽다는건 나도 동감이야. 하지만 은행왕자라는건 그냥 흘려버릴수 없겠는 걸? 설마.. 그게 날 말하는건 아니겠지?"
 설마고 뭐고...
 "카시와기, 네녀석 말고 누가있냐!"
 에휴.. 언제나의 일이지만 카시와기씨에 대해서만은 입이 거칠어 지신다니까.
 "네녀석이란 말 쓰지마. 넌 여자잖아"
 "전부터 말했었지? 남자니 여자니..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야. 여성을 숭배한다는 주제에 머리속은 굳어있는 녀석이네"
 "여자랑 남자는 원래 다른거야. 무조건 똑같다고 우기는 너야말로 유치한거 아냐?"
 "뭐야?!...라고 반박해두고 싶긴 하지만 끝이 안보이니까 다음에 다시하자. 근데 대체 뭐가 그런게 아니라는 거야, 유미?"
 금붕어처럼 입만 뻥긋뻥긋 거리며 대화속에 끼어들 타이밍만 노리고 있던 유미에게 겨우 말을 꺼낼 기회가 온 거다.
 "저기.. 세이님? 카시와기씨는 제가 동생한테 부탁해서 저하고 사이좋게 보일려구 온거거든요. 그쵸?"
 이상한 오해를 받으면 서로 곤란한 거지.. 유미가 카시와기씨에게 동의를 구해본다. 그러나 카시와기씨는...
 "아냐, 내가 자원했어"
 "자.. 자원?!"
 "맞아. 학생회실에서 유키치들이 뭔가 비밀애기를 하더라구. 그래서 이리저리 캐물었더니 다 불더라. 그래서 그 역할을 내가 맡은거지"
 그걸 들은 세이님은 질린 표정으로 대꾸를 했다.
 "졸업한 학교에 너무 얼굴 들이미는게 아냐, 정말이지.. 이봐, 애들은 그런 선배를 제일 싫어한다는 거 알고나 있는거야?!"
 세이님은 말없이 보고만 있기로 했던 당초의 약속따윈 벌써 잊어버렸을 테지.. 그저 싸우고싶어 안달난 길거리의 개들처럼 카시와기씨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어설프게 그만두게 하려하면 되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서 그냥 두사람이 하는걸 보고 있기로 했다. 뭐.. 멀리서 본다면 세명이서 사이좋게 얘기를 나누는 거라 볼수도 있겠네...
 "미안하지만 후배들 쪽에서 제발 와달라고 부탁해 온거야. 졸업한지 반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의지되는 선배라.. 이것도 꽤 피곤하다니까"
 "부탁받다니? 학생회에서?"
 "아니, 추리소설 동호회야"
 "추리소설 동호회에 불려온 녀석이 어째서 학생회실에 있었던 거지? 그건 뭐야? 하나데라에선 추리소설 동호회의 동아리방은 학생회실 안에 있는거냐?!"
 "뭐.. 좀 어때? 들린김에 잠깐 보고 온건데"
 "흥! 어차피 유우키 얼굴이라도 보러간 걸테지"
 "그야 정답이긴 하지만.. 그 얘기는 이만 끝!"
 "좋아. 하지만.. 유미한테 친한척 하는건 그냥 넘어갈수 없어"
 "그러니까 카시와기씨 하곤 그냥 사이좋은 척을 할 뿐이라니까요"
 "사이좋은 척이라니? 난 정말 사이좋게 되고 싶은걸?"
 "카시와기씨, 죄송하지만 제가 됐다고 할때까지 입좀 다물어 주실래요? 얘기가 복잡해져요"
 에궁.. 처음부터 설명해 둬야지...
 "그러니까..."
 천천히 걷기 시작하며 유미가 입을 연다.
 그나저나.. 카시와기씨 입을 막은것까진 좋았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단 말야..
 "유미한테 들러붙은 귀찮은 짐덩어리한테 남자랑 사이좋게 지내는 장면을 보여주려던거 아냐?"
 세이님이 먼저 물어온다.
 "그말대로예요"
 귀찮은 짐덩어리란 표현은 좀 그렇지만...
 "이거.. 유미가 쓴 시나리오야?"
 "아뇨, 동생이랑 그 친구들이...."
 "그럴것 같았어. 어? 버스가 왔네. 탈꺼지?"
 "예"
 유미가 빠른 걸음으로 정거장까지 왔을때, M역행 순환버스가 막 도착해 문을 열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이 한줄로 차례차례 올라탄다. 교문에서 막 나온 애들이나 자전거로 통학하는 친구들과 얘기하던 애들이 버스를 보곤 서둘러 허둥지둥 뛰어오는게 보인다.
 "네녀석도 타는거냐?"
 두사람 뒤를따라 말없이 올라타는 카시와기씨를 보며 세이님이 묻는다. 왠지 이번엔 카시와기씨 쪽이 배후령 같은 느낌이다.
 "예전의 그 촌스런 빨간차는 엿바꿔 먹었냐?"
 "......"
 아무런 대답이 없다.
 "카시와기씨, 이제 말해도 괜찮아요"
 문득 아까일이 생각난 유미가 주문을 풀어주자 카시와기씨는 '푸핫-'이라며 크게 숨을 내쉬곤 '아무말도 못한다는 건 꽤 어려운 거네?'라며 웃었다.
 "그나저나 촌스런 빨간차라니? 너무하네.. 그럼 네가 타던 그 조그만 누렁이는?"
 "리리안 여대는 자가용 통학 금지야"
 "우리쪽도 마찬가지야. 오늘은 나도 강의 끝나고 집에가는 길이라니까"
 "흐응-"
 "솔직히.. 어딘가에 차 숨겨놓고 유미를 태운뒤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지만 말야.. 이쪽이 차타고 다니면 미행할 수가 없는 거잖아"
 "누구? 배후령?"
 "그래, 그러니까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자구. 미행하기 쉽게 말야"
 마지막 한사람이 타자 버스가 출발한다. 그녀는 제일 앞자리에 미끄러지듯 앉고는 M역에 내릴때까지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쪽에 앉아있던 유미가 일부러 신경쓰지 않았으면 앞에 있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였다.

 

 

                                        5
 
 다음날..
 교실 청소를 끝낸 유미에게 카나코가 찾아왔다.
 "이렇게 얘기하는거, 정말 오랜만이네?"
 그리곤 그대로 뒤따라 가본다. 저번 빵 사건 이후로 카나코는 전혀 눈앞에 나타나질 않았었다.
 카나코는 말없이 걷고 있다. 처음엔 어딘가 목적지가 있어서 그리로 가려던 건줄로만 알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유미의 착각인가 보다. 아니면 가려던 곳에 도착해 보니 누군가 먼저 자리잡고 있다거나, 조용히 얘기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거나 해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는건지도 모르고...
 두사람은 안뜰에서 학교 건물 뒷편, 체육관 옆길 같은데를 계속 걷고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 벌써 방과후인 거다. 날씨도 좋고.. 이런날 오후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애들은, 벌써 안뜰이나 운동장 같은데서 도시락을 펼쳐놓고 있을 시간이다. 정문 앞까진 귀가하는 애들로 북적대고 있었고, 선생님 말씀이 길었었는지 아직도 청소가 끝나지 않은 반도 보인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다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낼수 있을꺼야. 하지만 카나코의 애타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슬렁 거리기도 그렇고...
 그래서 낡은 온실까지 데려온 거다. 여기라면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 카나코의 표정이 인적이 없는 장소에 들어서자 겨우 조금 풀렸다.
 여긴 밖에서 보면 언제나 낡아 보인다. 그런데 안에서 보면 의외로 잘 정돈되어 있어서 장미들을 중심으로 갖가지 식물들이 가지를 뻗고 잎사귀를 솟아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 관리는 누가 하고있는 걸까?
 "나한테 얘기가 있는거 아니니?"
 조용히 물어본다.
 그러자...
 "내일 하나데라 학원제에 가시면 안되요!"
 "왜?"
 그런데 카나코가 꺼낸 얘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서 솔직히 놀라 버렸다. 나도 묻고싶은건 많았단 말야..
 "죄송하지만 유미님은 아직 장미님이 되신건 아니잖아요. 가야만 할 의무는 없는 거예요"
 "그건 그렇긴 한데..."
 하나데라 쪽에서 정식으로 의뢰받은건 세분 장미님들 뿐인거다.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그 '뷔통'들까지 가야만 하는건 아니긴 하지..
 "작년에도 오가사와라 사치코님은 가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하세쿠라 레이님은 가셨어"
 "그렇다는 건 참가자의 자유의사로 결정해도 된다는 얘기네요? 가기싫다고 하면 안가도  되는거죠?"
 "그럴순 없어"
 잘 설명할순 없지만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란 말야.. 뭐라고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자니 카나코가 재차 물어온다.
 "그렇게 가고 싶으신 건가요?"
 저런말까지 들으니 왠지 되묻고 싶어지네...
 "넌 왜 날 보내고 싶지 않은건데?"
 그러자 엉뚱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거긴 위험해요"
 "위험...?"
 "남자들만 있으니까.."
 "응?!"
 꼭 동물원이나 사파리 공원에 대한 주의사항을 듣는것 같단말야. 거기엔 육식동물만 우글거리니까 위험해요! 같은 느낌..
 "남자들은 모두 유미님을 노리고 있는 거예요"
 무슨 소린지...
 "왜...?"
 "유미님, 너무 귀여우시니까.."
 "......"
 대체 어떤 논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얘기를 정리해 보자면... 남학교엔 남정네들 밖에 없으니까 위험하단 얘기지? 그러니까 하나데라에 도우미로 가지 말라는 거니?
 "유미님은 조심성이 없으세요. 순수하셔서 그런거지만 남자가 수작을 걸어와도 전혀 경계심이 없으시잖아요. 남자따윈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험한 존재란 말이예요!"
 카나코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유미에게 열변을 토했다.
 "그래서 내가 만났던 남자애들 뒤를 밟았던 거니?"
 "예?"
 "어제 내가 M역에서 카시와기씨랑 헤어진 뒤, 그사람을 따라갔었지?"
 "........몰라요"
 "내 동생이 역에서 부터 계속 널 뒤쫓아 갔었어. 키가 크고 머리가 긴 여자애가 카시와기씨 집앞까지 따라가서는 그대로 되돌아 왔다더라"
 "어째서...?"
 카나코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아예 눈을 돌려버렸다.
 "유미님, 어째서 제가 드리는 말보다 남자따위의 말을 믿으시는 거예요!"
 "남자가 아냐, 내 남동생이지"
 딱 잘라 말해버리자 고개숙인 카나코가 끊어질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걱정되니까..."
 "걱정되니까 뒤를 밟는거야? 걱정되니까 날 몰래 감시하는 거고?"
 유미의 질문에 카나코는 입을 굳게 다물어 버린다. 그렇단 얘기는 츠다코의 사진속에 찍힌 머리긴 여자애가 전부 카나코라는 사실이 우연은 아니란 거지?
 "예전에 하나데라쪽 학생회 사람 뒤를 미행했던 것도 카나코, 너지?"
 "그게 뭐 잘못됐나요? 자긴 남자면서도 여자처럼 유미님한테 달라붙기나 하고! 우리학교 교문 앞에서 유미님을 기다리기까지 했단 말이예요!"
 카나코가 세게 나온다. 이젠 고집대로 밀고 나가려나 보네?
 "그렇게 말하는건 그사람한테 실례잖아"
 "틀린말은 아니잖아요. 아무리 여자애처럼 꾸며봐야 남잔 남자라구요!"
 감정섞인 그 말에 문득 무언가 느껴지는게 있었다. 카나코, 너 혹시...
 "남자가 싫니?"
 "꼴도 보기 싫어요. 정말 최악의 생물이예요"
 빙고! 였구나. 카나코도 사치코님 처럼 남성혐오증이 있는 거였구나.
 아냐, 잠간 기다려!
 카나코의 저 남자에 대한 적대적인 혐오감을 보고 있자니, 사치코님의 경우를 단순히 남자를 싫어한다는 말로 표현한다는건 좀 틀린게 아닐까 생각된다. 사치코님 쪽은 '남성혐오' 라기보단 '남성 공포증'에 더 가까운게 아닐까? 남자가 갑자기 다가서면 그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릴 정도니까 꼭 남자한테 적의를 갖고 있는건 아닌 걸꺼야. 그저 남자에 대한 면역이 부족해서 때대로 혼란스러워질 뿐인거다.
 "인간말종 같은 남자도 있겠지만 모두 그런건 아니잖아"
 "대부분은 그래요"
 카나코의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아무래도 저 생각은 상당히 뿌리깊이 박혀 있나봐..
 "그래도 남자랑 여자가 있으니까 인류가 이어져 내려오는 거잖아. 카나코 한테도 아버님은 계실꺼 아냐?"
 "없어요"
 "아.. 미안..."
 "그런 사람은 제 부모가 아니예요!"
 "......"
 뭐.. 집집마다 그집 나름의 사정이란게 있는 거니까.. 이 이상은 파고들지 않는게 좋겠어.
 남성 혐오에도 그럴만한 사연은 있는거다. 좋아하게 되는데엔 그다지 이유같은건 필요없지만 말야.
 응?! 이거.. 누가 했던 대사 였더라?
 "하지만 카나코.."
 인류의 절반은 남자니까 그 절반을 모두 거부해 버리면 그만큼 세상이 좁아지는 거잖아. 물론 억지로 좋아하게 되라고 할순 없는 거겠지. 그런데도 남자란 이유만으로 그런걸 돌아보지도 않는 카나코가 불쌍하게만 느껴진다. 여태까지 거부당한, 그리고 앞으로도 거부당할 남자들 보다도 훨씬 더 불쌍하게 느껴지는 거다.
 "유미님까지 남자 따윌 감싸주는 건가요?"
 카나코가 차가운 표정으로 웃는다. 설마.. 날 비난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까지 화를 내려는건 아니겠지? 방금전 들었던 유미님'까지'란 말이 자구만 귓가에 맴돈다.
 "이 얘긴 그만해요. 남자얘기 같은건 유미님하곤 어울리지 않아요"
 "어울리지 않는다구?"
 "예, 유미님은 언제까지나 천사같은 모습만 보여주시면 되는 거예요. 남자같은 더러운 족속들 일은 신경쓰지 마시고 항상 깨끗한 소녀인 채로 마리아님의 뜰락에서 미소지어 주세요"
 카나코는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무리야"
 딱 잘라 말해 버렸다.
 "어째서요?"
 "나도 우리학교가 좋으니까 계속 이대로 있고싶어. 하지만 좋든 싫든 나이는 먹는거고 나이를 먹으면 여러모로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잖아"
 "그렇게 앞날까지를 말하는게 아녜요. 전 지금 이순간을 얘기하는 거라구요"
 "그렇다 해도 난 한사람의 개인으로써 인격이란게 있어. 카나코가 날 걱정해 주는건 기뻐. 그치만 하나데라에 도우미로 가서도 내 의지로 움직일 꺼고, 나이에 맞는 판단도 할꺼야"
 "그런걸 바라는게 아니예요"
 "무슨 소리니?"
 도대체 카나코가 뭘 생각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 그런걸 바라는게 아니라니... 무슨 뜻이지?
 "제가 요구하는건 온실 속에서 꽃이 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로사 키넨시스의 꽃봉오리란 말이예요. 차가운 바깥 바람이나 해충한테 시달릴 일도 없이 적당한 온실에서 물이나 양분이 공급되고 한점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한 꽃이란 말이예요. 전 유미님을 처음 봤을때부터 유미님이야 말로 우리 리리안을 상징할 순진무구한 존재라고 확신했어요. 그저 여기서 보기좋은 꽃을 피워 주시면 그걸로 되는 거예요. 밖으로 눈을 돌리실 필요까진 없단 말이예요"
 "난 카나코가 생각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좀더 흔하고 별로 귀할것도 없는, 약간의 햇볕만 쪼여주면 알아서 자라는 잡초란 말야..
 "저뿐만이 아니예요. 모두 유미님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거라구요. '로사 키넨시스 앙 뷔통' 이란 단어에 어울리시는 분, 모두가 동경하는....!"
 "그러니까 난 그런사람이 아니래두"
 "그럼, 여태까지 속여오신 건가요?"
 "뭐?"
 "애초에 저희들한테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신건 유미님 이잖아요. 틀리다고 하신다면.. 좋아요. 하지만 끝까지 그 이미지 대로 연기를 해 주셔야 해요. 어째서 유미님 답지않은 언동을 일삼으시는 거예요? 어째서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시는 거예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던 카나코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유미는 그 우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왜 우는건지 애써 생각해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추궁을 당하던건 나였잖아? 내가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른채,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다가 결국엔...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지 말아 주세요"
 카나코가 비명과도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간다. 하지만 어느샌가 입구앞에 사람이 서 있어서 카나코의 앞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니?"
 기품있는 그 목소리에 유미의 눈이 커진다. 꿈만 같게도 그곳에 서 있던건 제일 좋아하는 언니였던 거다.
 "네 마음대로 좋아해서 따라다녀 놓고는 생각했던 거랑 다른 모습을 봤다고 상대방에게 상처입혀도 되는거니? 설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건 아니겠지?"
 "언니...."
 뒷모습 만으론 카나코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수는 없었다. 그치만 지금처럼 사치코님의 화난 표정과 차가운 목소리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 거였다.
 "뭐든지 네 맘대로 하려는건 그만둬. 니가 이 세상의 법칙은 아니잖아"
 카나코의 입에선 끝내 아무말도 나오질 않는다.
 사치코님이 통로 옆으로 비껴서서 사람 한명이 지나갈 만한 공간을 만들자 카나코가 온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갑자기 긴장이 풀려버린 유미는 힘없이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있었다.

 

 

                                        6

 

 "괜찮니?"
 사치코님이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려주며 묻는다.
 "예... 뭐랄까, 아직 무슨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주저앉은 채로 사치코님의 얼굴을 올려다 본다. 노기로 가득했던 얼굴 표정은 이미 풀려져 있었고 목소리도 차갑지 않았다.
 "세이님이 어젯밤에 전화를 해 주셨거든.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니까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하시더라. 그분... 유미에 대해서는 너무 민감하시다니까"
 어떻게 여기 계시는거예요, 라고 질문을 하기도 전에 이미 대답이 들려왔다.
 "그치만..."
 확실히 세이님은 언제나 힘이 되어 주신다.
 그래도 지금 이순간, 역시 함께있고 싶은건 사치코님 인거다.
 "저답다는게 어떤 걸까요? 전 여태까지 누가 절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같은건 그다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거든요"
 아직도 조금 혼란스러운 마음에 머리속에 떠오른걸 그대로 말로 꺼내본다. 이걸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을 정리해 두고 싶었던 거다.
 "그걸로 된거 아니니?"
 사치코님이 웃어주신다.
 "난 말야, 가끔 그런걸 생각해보곤 하는데..."
 "예? 정말이예요?"
 "자기 멋대로, 오만하고 성깔있고... 난 의외로 자기 자신을 잘 바라보고 있는것 같아"
 몇걸음 걸어간 사치코님은 화단에 심어진 로사 키넨시스의 꽃봉오리를 살짝 건드린다. 그건 몇일전에 츠다코가 찍었던 사진 속에서보다 조금이긴 하지만 확실히 커져 있었고 색깔도 한층 붉어져 있었다.
 "유미, 넌 '자기다움' 같은걸로 고민하지 말고 네 생각대로 행동하렴. 그 결과물이 '유미다움'인거야. 네 경우엔 그걸로 되는게 아닐까?"
 "언니...."
"그 애는 네 겉모습만을 보고 동경했던 거라고 생각해. 그건 분명히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론 너무 약하잖아. 서로 교감을 얻으려면 더욱 많은걸 쌓아가야 하는거야"
 그 계기 같은건 어떤 일이라도 상관 없는거다. 사치코님은 서로 만남을 가진 뒤의 두사람이 같이 연결고리를 두껍게 해 나가야 하는거라고 하셨다.
 약한건 쉽게끊어져 버린다. 그렇게 되는건 어쩔수 없는거지.. 그래도 다시 연결고리를 만들수도 있을테고 그게 또다시 끊어질지도 모르는 거다.
 "그러고 보니 제가 언니한테 처음 주목하게 된게 오르간으로 '아베 마리아'를 치고계신 모습을 보고나서 였어요"
 유미는 그자리에서 일어나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래.. 외모는 눈에 잘 들어오는 부분이니까. 그래도 정말 소중한건 안쪽에 숨겨져 있으니까 그걸 찾아내는건 힘든거야"
 "숨겨져 있다구요?"
 "그래, 맞아"
 사치코님이 손을 뻗어주어서 그 옆으로 다가가 본다.
 "난 유미, 네 얼굴도 머리카락도 목소리도 손가락도 모두 좋아해. 하지만 그 외모가 마음에 드니까 널 좋아하는건 아니야. 그것들을 움직이고 있는 네 마음이란게 있으니까.. 거기에 애착이 가는거야"
 사치코님의 손이 유미의 볼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만지고, 손을 잡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복의 세일러 칼라 타이묶음 앞에서 멈춘다.
 "제.. 마음..."
 "맞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인 거야. 만약에 유미답다는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거라면 아마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언니는.. 그걸 찾아내 주실 껀가요?"
 꼭 대답이 듣고 싶었다.
 내안에 숨겨진 소중한 것. 그게 유미를 유미답게 해주는 그 무언가라면, 망설이지 않고 반드시 찾아낼수 있다는 말을..
 "당연하잖아. 난 말야, 아무런 소리도 없이 깜깜한 어둠속에 있더라도 그곳에 유미가 있다면 금방 알아낼수 있어"
 "아...."
 "그리고.. 만약에 유미가 큰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실려간 상태일때, 이집트의 미이라들 처럼 전신붕대를 하고있는 환자들이 천명쯤 나란히 있더라도 분명히 널 찾아낼 자신이 있어"
 "저기.. 그런 가정은 좀 불길해요..."
 "그렇네.. 아무튼, 그정도로 널 아끼고 있는거야"
 그 말을 듣자, 온몸에서 힘이 빠져갔고 뒤이어 눈물이 점점 솟아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언니가 두 팔을 벌리고 날 기다려 주기까지 하니, 망설일것 없이 그 품으로 뛰어들어 본다.
 "언니--!"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계속 넘쳐나와서 이젠 멈출수가 없었다.
 이건 카나코의 말 때문에 쌓인게 지금에서야 흘러나오는건 아닌거다. 사치코님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셨으니까... 그래서 흐르는 눈물인 거야.
 소리없는 어둠속 이라거나,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다거나.. 정말로 그런 상태가 됐을때 언니가 날 찾아내 줄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어. 마음속에선 그런거 무리라고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지금의 내겐 그 말이 필요한 거다. 긁힌 상처에 바르는 소독약 처럼, 날 지켜주는 약이 필요했던 거다.
 "괜찮아. 난 유미, 네편이니까"
 어린애들 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유미는 눈물도 닦지 않은채 기분좋게 사치코님 품에 안겨 있었다.
 '모두' 라는건 어느정도 인원을 말하는 걸까? 백명? 아님 2백명? 아니면.. 더 많이?
 그런거 잘 모르겠어. 그치만...
 모두가 날 좋아해 주는게 전부는 아닌거다.
 단 한사람 뿐이더라도 이렇게 날 아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 거라면 그걸로 충분한 거니까.
 유미는 그 사실을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오직 한사람, 사치코님께 배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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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1) 유키치는 유미 동생인 유우키의 별명(?)이다.
        1권에서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인물에 대해선 설명한바 있다.
        '후쿠자와 유우키'랑 비슷한 발음이어서 그렇게 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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