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1권 파라솔을 쓰고서 -4- 잘 돌아왔어

잘 돌아왔어(ウェルカム. Welcome)

 

 

　1

 

파란 우산이 돌아왔다.
반환된 것이 아닌, 돌아왔다. 마치, 길잃은 강아지가,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유미의 품안으로 돌아온거다.

그것은, 월요일의 방과 후의 일이었다.
하교전의 홈룸이 끝나고, 교실을 나가려던 담임 선생님이, 그제서야 문득 생각난듯 유미를 불렀다.
"아, 후쿠자와양. 중등부의 아오타 선생님께서 보자고 하시니까, 청소가 끝나면 교무실로 찾아가 보렴."
"아오타 선생님?"
중등부 1학년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이다. 고등부가 되고 나서는, 건물이 다른데다가, 아오타 선생님의 수업도 없었기에, 그다지 뵐 일이 없었다. 물론 복도나 교정에서 만나 인사정도를 한 적은 있지만...
"무슨 일인가요?"
"그거에 대해선 잘 몰라. 하지만, 그다지 우울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하?"
"아오타 선생님, 웃는 얼굴이셨으니까."
"하아, 웃는 얼굴.."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 어느 쪽도, 유미에게는 짐작가는 바가 없었다. 아오타 선생님이 중등부3학년때의 담임이셨더라면 아직 어느 정도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겠지만…
예를 들자면.
반창회의 간사를 부탁한다... 던가.
중등부의 졸업식날에 찍었던 사진의 필름이 나왔으니, 지금에서라도 현상해서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다... 던가.
하지만, 그런 일이더라도. 유미에게 부탁한다는 것은, 그다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다지 학급 위원을 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중등부 시절 유미는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기에...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청소를 끝낸 뒤, 중등부의 교무실로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1년하고도 조금 더 전에는, 때때로 왔었던 직원실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들어가려니, 망설임이 느껴질 정도로 위화감이 있었다. 입구에서, 아오타 선생님의 자리를 확인하고 그 방향으로 다가가니, 도서관의 책을 읽으며 열중하고 계신 멋진 신사가 눈에 들어온다.
"변한게 없네."
아오타 선생님은 읽고있던 페이지에 가까운 곳에 있던 책갈피를 꽂고는, 책을 닫았다. 어려운 학술서인가라고 생각했더니, 가벼운 터치로 쓰여진 추리소설이다. 선생님은 의자를 밀어 책상 밑에 머리를 집어넣고는, 발 밑에 놓아둔 수제 주머니에 책을 집어넣었다.
아오타 선생님은 일본인인데도 그림책 작가인 브루나 같은 얼굴을 하고 있기에, 뒤쪽에서는 "미피쨩"이라고 불리고 있다. 아오타 미츠오라는 이름이 있는 것이, 선생님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행복할만한 우연같지는 않다. 뭐, 미피짱은 귀여우니까, 싫어하시지 않으실지도 몰라.
"후쿠자와군이 금년도, 로사 키넨시스 안 부통이라구? 열심히 하고 있구나."
"아뇨..."
중등부 선생에게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이라고 불려지다니... 무언가 복잡한 느낌. 게다가, 요즈음에는 그다지 활동을 "열심히"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건 분명 모르실 터인 아오타 선생님은 기분 좋게 웃으며, 그제서야 천천히 말씀하신다.
"리리안 여학원 후쿠자와 유미."
"하?"
"소지품에는 이름을 써 놓는 편이지?"
"엣?"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걸까. 의미도 모른채, 유미는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금방 대답을 해주시질 않는다. 그러고보니 수업도 그었지. 일단 다른 곳에 착지해서, 소토보리를 메우는 것처럼, 천천히 목적해 두었던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거다.
"언제였던가... 네가 우산을 씌워줬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나?"
"...아니요?"
"아침, 마리아상의 앞에서, 비를 맞으며 달려가던 나에게 자네가 우산을 씌워준 것 말이네. 내가 차로 통근중에, 우산을 잊어버린 것을 깜빡하고는 학교에 온 적이 있었지."
"하아"
말을 듣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아요... 라고 할 정도로의 일이다. 아마 3년정도 전의 일이겠지.
"그런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군. 너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특별한 일을 했다는 것으로는 의식되지는 않았었구나."
"저...?"
"파란 우산이었지. 할아버지께서 사주신 거라고 했어. 굉장히 좋아하는 우산이라면서."
"예."
하지만 그 우산도, 이젠 없다. 편의점의 우산걸이에서 사라진지 10일이 지났다.
찾기 힘들꺼에요...라고 말하는 점원의 말대로, 발견했다는 연락은 아직 없다. 가볍게 우산을 훔치는 인간이, 일부러 돌려주기 위해 돌아오는 경우도 없을테고…
"나는, 우산을 같이 쓰려는 의도 같은 건 없이, 자네의 우산을 칭찬했네. 진심은 자네의 행동를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우산을 칭찬하는 쪽이 더 기뻐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내 쪽이 키가 크니까, 내가 우산을 들기로 했었어. 내가 우산 손잡이를 잡았을 때 보았지. 그곳에는 이름이 써져 있더군. "리리안 여학원 후쿠자와 유미"...라고."
"예."
"난 의문이 생겼지. 어째서 주소가 아니라 학교 이름이 써져있을까... 라고."
"아아..."
유미는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억났다. 그런 대화를, 아오타 선생님과 분명히 했었다.
"할아버지께서 써주신거에요."
침으로 상처를 낸 뒤, 하얀 크레용을 칠했었다. 표면은 직물로 감싸진, 파란색 플라스틱제의 손잡이에, 하얀 문자가 마법처럼 표면에 들어났었다.        
"그래. 할아버님였어. 우산을 주셨던 할아버님."
"예. 여자아이의 소지품이니깐, 쓸데없이 주소를 적어으면 안돼... 라시면서요."
이름을 쓰는 것은,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꿔가져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혹시나 잃어버리거나 했을 때는, 그 물건과의 인연이 없는 것 뿐이다. 맞아, 할아버지께선  그렇게 말씀하셨었지. 헌데, 어째서 "리리안 여학원"과 이름을 옆에 써놓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말야, 후쿠자와군. 최근 운명 같은 것을 믿어버리게끔 만들어버리는 일들을 접하게 되더군."
"운명... 이요?"
또, 복선이다. 좀전, 상당히 결론에 가까운 곳까지 이야기가 진행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리아님의 인도... 라고 말해도 괜찮겠군."
아오타 선생님은, 검은 털보다 흰털이 조금 많은 수염을, 집게손가락으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나는 가끔, 그 때, 자네와 이야기하면서 걸었던 학교 건물까지의 수분동안이, 갑자기 떠오르곤 해서, 어째서일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네."
그것의 계기를 만들어 준 쪽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기에, 죄송한 느낌이 드는 유미였다,
"그곳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었지. 자네에 한하지 않고, 내가 이곳 학생이었다면, 비를 맞으며 달리고 있는 교사를 보곤, 분명 기분좋게 우산을 씌워주었을 거야. 우산을 씌워주면 고맙겠다는 요청있었다면, 나도 순순히 받아들였겠지. 상대가 누구던간에 개의치 않고 말야."
하지만...이라며 아오타 선생님은 말했다.
"어째서, 자네였었을까. 클래스에서도 자네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아이라 해서 지나치게 얌전하지도 않았던, 보통의 학생이었거든. 수업중에 손을 들지는 않았지만, 시키면 제대로 대답은 했어. 숙제도 잊어버리지 않고. 하지만 우등생은 아니었지. 부주의함이 많아서, 시험은 언제나 평균점에서 왔다갔다였고."
"저..."
아오타 선생님이 중등부시절의 옛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일부러 유미를 불렀을리는 없었다. 백보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눈부신 과거는 어째되었던 간에, 눈에 띄지 않았으면서도 careless miss가 많다는… 어느쪽이냐 하면 일부러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쪽의 데이터를 다시 불러 일으키는 의도를 잘 모르겠어.
"자네는 가까이 있을때는 모르겠지만, 헤어져서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그 귀중함을 알게되는 스타일이야."
"하아..."
"하하하. 자네를 혼란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군. …그러면, 운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지.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거야. 자네의 우산을 빌려쓴 것은, 물론 처음으로 자네가 말을 걸어주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처음 말을 건 것이, 운명이란 형태로 되어버린 것이었겠지."
"그런건가요?"
라며... 선수를 칠 정도만큼, 유미는 선생님의 말하고자 하는 바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식의 돌려말하는 이야기는 좀 껄끄러웠다.
"그런거야."
아오타 선생님은 손을 책상 밑으로 집어넣어, 종이의 수제 주머니로부터 무언가를 꺼냈다.
"자네의 우산이, 자네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
"앗!?"
시야에 나타난 그것을 보고, 유미는 소리쳤다. 그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본 기억이 있는 블루...
할아버지의 우산.
아오타 선생님은, 우산을 펴곤 유미에게 건내주었다. 자양화꽃의 밑부분이다.
비가 내리고 있지도 않은데, 직원실에 우산 꽃이 핀다.
비가 내리는 대신, 유미의 눈동자로부터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어떻게...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다시 만났다...라고. 더 이상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우산이, 지금 자신의 머리 위에 있다.
"받게나. 자네의 우산이지?"
아오타 선생님은 "자"...라며 유미의 손에 우산 손잡이를 잡혀주었다. '리리안 여학원 후쿠자와 유미'. 틀림없이 그것은 유미의 우산이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이 우산을...?"
아오타 선생님이 편의점에서 우산을 가져간 범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전에. 자네는 어디서 잃어버렸던 거지? 난 일단 그걸 먼저 알고 싶군."
일부러 안달나게 하려는 것 같이, 선생님이 되묻는다. 유미가 요약해서 사정을 설명하자, 역시나...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납득할 수 있겠군. 꽤나 귀중해했던 우산이었으니까. 자네가 무심코 놓아두고 잊어버린 채 갔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거든. 그런가... 가게에서 누군가 가져가버렸던건가. 그건 재난이었군."
아오타 선생님은 우산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들겼다. 재난을 만난 것은 우산을 가진 유미였긴 했지만, 알지도 못하던 사람에게 끌려간 우산도 피해자라고 하시는 것처럼...
"그러면 이번엔 내 차례네. 사실은 어제 저녁, 내 딸녀석이, 역에서 줏어가지고 왔거든."
이 우산을 말야...라고 선생님이 눈짓했다.
"역?"
"어느 역이라고 생각하나? 놀라지말게나. 후쿠시마 역이었다네."
"후...후쿠시마?"
놀라지 말라는 충고에도 아랑곳않고, 유미는 무심코 큰 소리로 복창해버렸다. 후쿠시마라면, 저 북동지방의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역이던가?
"어제, 딸네미가 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후쿠시마에 갔었거든. 그때, 어째서인지 역의 쓰레기통 근처에 세워져있는 우산에 햇빛이 비추어졌다고 하더군. 주위엔 사람이 없었었던 데다가, 버려진 것 같이 보이지는 않기에,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겠지. 딸네미는 무심코 그것을 잡아버린 것같아. 잡은 뒤 살펴보니 우산 손잡이에 '리리안 여학원'이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지 않겠어? 그것은 딸네미에게 있어 꽤나 친숙한 단어였거든. 부친이 근무하고 있는 곳의 이름이었으니까 말이야."
"예."
"평소같았다면 역무원에게 맡겨두었을텐데, 딸녀석은 주저했지. 이 '리리안 여학원'이 저 멀리 도쿄에 있는 사립 리리안 여학원이라고 가정했다고 하더군. 잊어버린 주인이 재학생이라면, 역에다가 맡겨 놓는 것 보다는 자신이 도쿄로 가지고 오는 쪽이, 우산 주인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지않을까...라고 생각한 모양이야. 도쿄에서는 '리리안 여학원'이라는 이름의 학교가 있는 것 정도는 알고들 있지만, 타지방에서는 모르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까. 장소가 역이였던 지라, 주인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컸다고 봤겠지. 후쿠시마역에서 잃어버렸는지의 여부도 주인은 기억에 없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따라서 룰을 위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딸네미는 우리 집까지 이것을 가지고 와버린거야. 어떤가. 운명이라는 것을 느끼나?"
"느껴요."
아오타 선생님의 따님이 후쿠시마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도 유미의 품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후쿠시마역을 이용했더라도, 파란 우산에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면 그걸로 그만이었을 터이고, 우산을 살펴보았어도, '리리안 여학원'이라는 문자가 지워져 있었다면 그걸로 끝이었을 거야.
결국, 이 우산에 대한 것을 기억하고 계셨던 아오타 선생님의 손에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 유미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리리안 여학원은 유치부부터 대학원까지 있어, 학생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후쿠자와 유미'라는 평범한 이름, 동성동명도 적진 않겠지. 학교의 서무과에 신고가 되더라도, 그등부 2년 소나무반 후쿠자와 유미에게까지 전해지게 될지에 대해선 의문이니까.
"하지만, 잊어버린 것이 열흘도 더 되었다니. 그때까지 이 우산은 어떤 여행을 했을지 궁금해지는군."
"정말이에요..."
유미는 우산을 접은 뒤 품에 안았다. 또 만났어...라며. 잘 돌아왔어...라며. 아오타 선생님은 만족한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우산을 접으며, 유미는 '어라'...라고 생각했다.
"여기 수선된 부분은 선생님의 따님께서 하신 건가요?"
"아니?"
"하지만, 제가 고쳤던 부분과는 다른 부분이 꿰메져 있는 흔적이 있는데요."
이전, 우산 가장자리의 실밥이 풀렸을 때 유미가 수선했던 실과는 다른 종류의 실으로 우산대와 천의 접합부가 보강되어 있었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성껏 한 흔적이 보인다. 푸른 색이 아닌, 핑크색 실로 꿰메어져 있었다.
"호오... 이것은 꽤나 미스터리하군."
선생님도 옆에서 바라보며 웃으셨다.
이 우산에는 유미가 모르는 10일동안이 있다. 물어보고 싶어도, 우산은 입이 없으니, 알려줄 수도 없다.
"이 우산도, 자네의 10일동안을 알고싶어 할지도 모르겠네."
아오타 선생의 말씀에, 유미는 눈을 감으며, 우산의 손잡이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저, 굉장히 슬펐어요. 이 우산이 없어져서, 절망했었어요."
우산과 사치코님이 겹쳐진다. 우산이 돌연 없어져버린 것처럼, 사치코님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라며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사치코님과 만나지 않았던 시간 동안, 여러 사람과 만났다. 세상은 사치코님과 자신으로밖에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닌, 동시진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각각의 삶이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젠 제대로 돌아온거군."
"예."
우산이 돌아왔기 떄문이 아냐. 이 우산이 돌아왔다고 해서, 사치코님의 마음이 돌아올거라는 억측은 하지 않아.
좀 더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이라고 깨달았다.

사치코님 쪽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실패해버리고 만거다.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기에, 때문에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소중한 장난감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사치코님을 빼앗겼다고 생각했기에, 무턱대고 울며 소리치고 있었다.
사치코님은, 아직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유미는 필요없어...라며 말하지 않았는데...
뭐랄까,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미는 그 자리에서, 아오타 선생님을 향해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힘내게나.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
선생님은 팔짱을 끼며 미소지었다.
"옛."
활기찬 대답을 하며, 오른쪽으로 돌았다. 달려나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직원실이었기 떄문에 참았다.
뭘까. 이 기분은...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 것과는 좀 틀린 것 같지만.
교무실의 문을 열자, 기분 좋은 바람이 유미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아아.. 맞아.
이런 느낌과 비슷해.

사치코님은 지금, 무얼하고 계실까.

 

 

　2

 

"...그래서, 도와주러 와 준거야?"
시마코양은,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
"맞아. 뭔가 할 일 없어?"
중등부 교무실을 나온 후, 교실에 돌아온 뒤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거나 어떤 것이든 하고 싶었기에..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 일을 말하고 싶어서, 유미는 장미의 저택으로 직행했다.
요시노양과 레이님은 부활동 때문에 부재중인 것 같지만, 성실한 백장미자매는 오늘도 착실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유미양이 기운차린 것 같아서 기쁘긴 하지만. 할 일...이라고 말해도... 글쎄..."
어깨를 으쓱하며, 시마코양은 정리하고 있는 서류를 클립으로 엮었다.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은 많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많았기에 무엇부터 손이 나가야 할지 솔직히 모르는 상태였던거다.
"사치코님은 결석한데다가, 레이님은 아침과 저녁엔 이곳에 오신다고 하시긴 했지만, 역시 그것로는 무리가 있어."
"그런가. 그렇네."
작년 이맘때 즈음, 장미님들은 전원 3학년생으로, 함께 모여있었다. 시마코양은 금년도의 로사 기간티아이긴 하지만, 1년전에는 아직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이 아니였었기 떄문에, 직접 학원제의 준비를 해 본적은 없었던 거다.
"장미의 저택에 출입하기는 했었지만, 입장상 거절했었으니까. 이렇게 될거였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가할 걸 그랬어."
시마코양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에 왔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뒤돌아 볼 수 있는 것 뿐... 당시에는 시마코양에게 있어선 그것이 최선을 다 한 것이었겠지.
"유미님, 드세요."
노리코짱이, 조용히 차를 내왔다. 있는 힘을 다해 뛰어 온 터라 갈증상태였기에 고맙게 느껴진다. 
"고마워."
상당히 맛있었다. 설거지를 하거나, 선반에서 컵을 내오가나 하는 노리코짱의 모습은, 이미 훌륭한 장미의 저택의 주인이었다. 이전의 '도우미'가 아닌... 제복 안쪽에 걸려있는 로자리오가, 노리코짱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유미에겐 보인다.
시마코양과 노리코짱도, 손을 쉬게할 겸 차를 마셨다.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쉬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인가보다. 능률적인 문제를 생각해보면, 휴식을 취하면서 일을 하는 편이 좋긴 하지만, 두사람 모두 끈기있게 일을 하는 편이니까...라며 시마코양은 쓴웃음을 짓는다.
어울려 보이기에 아름답긴 하지만, 서로 닮은 두 자매도 고생이 없을 리 없다.
"좀전의 이야긴데..."
한숨을 돌린 터라, 유미가 물었다. 
"지금은 사람이 부족한 시기라는 거지?"
"응. 그래."
시마코양은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어. 산백합회의 간부 멤버의 수는, 결코 예년에 비해 적다고 볼 수는 없긴 하지만..."
작년엔 장미님이 세명, 부통이 두명, 그리고 부톤의 프티 쇠르(요시노양)가 한명으로 도합 여섯명. 시마코양은 아직 세이님의 정식 동생이 아니었을 때니깐...
금년은, 장미님이 세명, 부통이 세명... 작년과 마찬가지로 6명이지만, 멤버가 안좋다.
레이님이 부활동으로 바쁘신 것은 작년과 마찬가지지만, 금년은 요시노양까지 가세했다. 사치코님은 결석. 유미는, 이후 제대로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아쉬운데로 곁에 둔다 하더라도...
"누군가, 부탁할만한 사람이 없을라나?"
어쨋튼, 당면한 인원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미는 제안했다. 유미 한명이 복귀했어도, 미안한 말이지만 사치코님의 몫까지 완전히 일을 처리할수 있을리는 없었다. 
"부탁을 한다고? 누구한테?"
시마코양은 유미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말투로부터, 이 아이디어는 그다지 채용될 것 같지 않았다.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유미는 고개를 숙이며, "일단 말해본 것 뿐이야."라는 어필을 했다.
하지만, 산백합회의 일을 도와주겠다는 학생은 많을 것이다. 각 클래스의 두명씩 있는 학원제 실행위원 중에서 선발해도 괜찮을 것 같고, 신문부에게 부탁해 '리리안 백서'에 모집 광고를 내도 좋을 일이었다. 그러자 시마코양은 한숨을 쉬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그러면, 유미양과 요시노양이, 동생을 만드는 편이 좋잖아."
"아효. 시마코양. 꽤나 장미님 같은 말씀을 하네!"
유미는 농담을 하며 웃었다.
동생을 만들라...라는 것은, 선대 장미님들이 부톤들에게 버릇처럼 항상 하셨던 말이었다. 최근까지, 시마코양도 사치코님과 레이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었으면서 말야.
"동생이 생긴다면, 유미양들도 보다 여유가 생길꺼야."
"물론..."
시마코양의 '동생'을 곁눈으로 보자, 납득이 간다. 노리코짱은 시마코양의 말을 듣고는 미소짓는다.
아마도, 시마코양은 step-up했을거다. 지금까지 시마코양이 있던 위치에 노리코짱이 들어왔기 때문에, 윗자리로 밀려 올라가는 형세가 된 거겠지.
"레이님의 부활동이 일단락되고, 후에 사치코님이 학교에 나오시게 된다면, 어떻게든 될거라 생각해. 그건 그렇다 치고, 사치코님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웅."
시마코양의 의문에, 유미는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아. 그다지 유미양에게 물어보고 있는건 아니야. 그저 소박한 의문."
당황해 손을 흔드는 시마코양의 뒤에서, 노리코짱이 살며시 말했다.
"로사 키넨시스, 무언가 있는 것 같아요."
"무언가...라는게 뭔데?"
두 사람이 동시에 물어보았다..
"글쎄요... 물어보기는 했지만, 토우코가 입을 열지 않아서..."
"토우코짱이..."
유미는 복잡한 기분으로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아무 것도 말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무언가 있는 것 같아요. 실례지만, 유미님과 로사 키넨시스가 엇갈리는 것도, 그 일이 원인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확실히...라고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긴 하다. 처음으로 수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토우코짱과 사치코님의 비밀 이야기였다. 토우코짱이 알고 있는데, 동생인 유미가 모르는 것이였다. 때문에 불안해졌고, 따돌림받는다는 기분이 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토우코짱밖에 모르는 비밀. 조금, 간절해진다.
하지만.
지금, 냉정히 생각해보면, 사치코님이 토우코짱을 선택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해본다. 멀긴해도, 친척인 토우코짱에게는, 다른 루트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를 법이지.
"제대로 도움이 되질 못해 죄송합니다."
마치 자신이 나쁜 일을 한 듯, 노리코짱이 머리를 숙인다.
"아냐. 괜찮어. 오히려 고마운걸."
...라며, 유미가 대답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나는 것으로 하려던 중...
"아, 그리고."
"에?"
노리코짱이 숙인 고개를 다시 올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미님. 어제는 토오코가 불쾌하게 만든 것 같아서, 그것도 아울러 죄송해요."
"..."
그것은 노리코짱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잖아...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친구의 역할일지도 모르지.
유미도, 만약 요시노양이 누군가를 부당히 매도했다고 듣는다면, 그 사람에게 바로 사과할 것이다. 시마코양의 경우에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 일단 그런 소문 자체를 믿지 않겠지만...
"그런 모습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노리코짱도 고생이 심하다.
"그렇긴 하겠지만..."
유미도 그런건 알고 있다.
단지 분별없이 얄밉다고 생각될 때가 있을 뿐.
하지만 그것이 인간관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부분이 아닐까.

 

 

3

 

오전중엔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를 계속했던 화요일.
점심시간이 되니, 개지는 않았지만, 비는 일시적으로 뚝 그쳐있었다.
오늘 아침 TV뉴스의 기상예보에서 말했던, '비 가끔 흐림'의 '가끔'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말하고 있는거겠지.
"그래서요?"
비에 씻겨진, 돌다다미의 위에 서서, 세로 롤의 소녀가 쏘아보듯이 이쪽을 보고 있다. 낮은 나무의 잎사귀에는, 빗물방울이 남아있다.
"저에게 무슨 용건이 있으신가요?
기분이 나쁜 것은, 상급생에게 불려 나온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유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아니, 둘 다겠지.
정직한 토오코짱은, 교실을 나오면서부터 계속,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 전의 계속이라도 하실 생각이신가요?"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로... 똑바른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계속?"
금방 생각나는 바가 없기에, 유미는 되물었다. 그러자, 알고도 모른채 한다고 생각했는, 토오코짱은 코웃음을 쳤다.
"항간에는 꽤나 소문이 퍼저 있는 것 같은데, 소문을 현실로 만들 생각이신가요?"
토오코짱이 유미에게 손찌검을 했다던가, 로자리오를 빼았겻다던가의 이야기. 아니아니, 치고박고 하는 것을 수녀님이 말렸다던가 하는... 뭐, 조금 전에는 꽤나 시끌벅적했었다.
하지만, 소문이 퍼졌다고 했더라도, 고등부 안에서의 일 뿐. 그것을 항간이라고 하다니...토오코짱이 좀 부풀려 말한듯 싶다.
"마침 잘됐습니다. 갤러리도 많이 있고, 증인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군요. 받아들이지요."
"증인..."
유미는 넌지시 시선을 옮겼다. 안마당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교사로부터 안마당으로 내려오는 출입구와 복도측 창문에는, 어디에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학생들이 여럿 모여있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미님이 약간이라도 저에게 무언가 해버리신다면, 저 울어버릴테니까요... 그다지 아프지 않더라도, 울어버릴꺼에요."
"...여배우니까."
가슴에 새겨두도록 하지...라고 유미는 생각했다. 오해받을만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아. 모처럼 토오코짱과의 소문이 사그러드는 시점에서, 이곳에서 하급생을 불러내 울려버렸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아무 것도 되질 않으니까.
기분을 바꾸려는 듯, 유미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먼저, 일단 그 전투태세를 어떻게 좀 해 줄수 없을까?"
"예?"
의아해하는 얼굴을 하며, 토오코짱이 되묻는다. 유미의 말의 내면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 그, 토오코짱이 말하는 것 처럼, 이곳은 보는 사람도 많으니까."
1층뿐이 아니라, 2층과 3층의 창문에도 정원을 내려다보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럼, 어째서 이 장소를 택하셨나요?"
"어필하기 위해서."
"하아?"
유미의 대답에, 토오코짱은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되물었다.
"토오코짱과 나, 그다지 사이가 나쁜건 아니잖아?"
유미는 교사의 창문을 향해, 웃는 얼굴로 갤러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 잠깐, 뭐하시는 거에요? 유미님?!"
토오코짱이 허둥대며, 유미의 손을 잡아 내린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어색한 듯이 눈을 피하거나, 웃으며 손을 흔들어 대답하거나 등의, 가지각색의 반응을 한다.
"정말... 창피하니까 그만둬주세요."
"멀리 있으니 소리까지는 들리지 않는다구. 싱글벙글 하고 있으면, 친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정도가 심하다니까요!"
토오코짱은 어이가 없는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전투태세는, 이래저래 완전히 풀려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안뜰을 고른 것은, 단순히 비가 그쳤기에, 기분이 좋아서였지만, 생각치도 못했던 추가효과가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 '사이가 나쁘진 않다'는 것은 틀린 말 아닌가요?"
토우코짱은, 미간에 주름을 세우며 투덜거렸다.
"그럼, 과감하게 '사이가 좋다'라고 할까? 하지만, 갑자기 그러는 것은 무리잖아?"
"틀려욧!"
양손으로 X자를 만들며, 한껏 위에서부터 아래로 제스쳐를 취하는 토오코짱. 그런 격심한 액션을 갤러리에게 피로하는 것은, 정작 우는 연기를 할 때엔 마이너스로 작용되지 않을까.
"아."
그것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 몸짓이 '품위 없었다'고 반성을 한건지, 토오코짱은 자신을 뒤돌아보듯 자세를 바르게 하고는, 입주변을 손수건으로 정리했다. 그리고는...
"우리들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걸로 됐어요."
유미의 얼굴에 가까이하며, 비밀이야기를 하듯이 속삭인다. 하지만 유미는, 그 의견에 찬성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안됀다니깐. 그래서는..."
그래, 이럴때는 딱 잘라서. 양보할 수 없어...라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어째서인가요?"
"그건... 그러니까... 어라? 어째서였을까?"
지나치게 많이 말해버렸던 이유였을까... 돌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 유미님?"
갑자기 두통이 온 사람처럼, 토우코짱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얼굴을 찡그렸다.
"제대로 생각한 다음에 말씀해 주세요!"
별로, 막다른 골목에 들어 온 것처럼 뚝 막혀버린 것은 아니었다. 어제 저녁, 유미는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부분의 두뇌를 사용해, 간신히 '이거다'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잊어버린다면 볼장 다 보게될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메모를 봐가면서 말하는 것도 상당히 볼상 사나울테고...
"아아 맞다. 생각냈다. 토오코짱에게 산백합회의 일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고 싶어서 말야. 때문에, 사이가 나쁘면 곤란하잖아?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
"에...예?"
토오코짱도 참... 이번엔 보청기를 끼는 걸 잊어버린 할머니같이, 귀에 손을 대고는 다시 묻는다. 머리카락에 손이 부딛혀, 세로 롤이 스프링처럼 흔들린다.
"기간한정, 1학기동안 내내, 무보수, 차茶는 자유롭게 마실 수 있고. 어때?"
"...그거, 산백합회로 끌여들이실 생각입니까?"
물론...이라며 유미는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면, 무엇으로 보이는 걸까.
"레이님이 이번 학기 내내, 조금 부활동으로 바쁘셔서 말야.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람이 필요해."

검도부는 금년도 신입부원이 의외로 많이 들어온데다가, 그것도 대부분 초심자. 때문에 지도를 해주는 사람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큰일인듯 싶다. 3학년생의 상당수가 수험준비에 발이 묶여있기에, 유단자는 현재, 부장과 레이님과 2학년생 두명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님은, 모처럼 입부했기 때문에, 기본을 몸에 익히는 처음 부분만이라도 신입부원을 봐주고 싶다는 바램이 있어서, 가능하면 부활동에 얼굴을 내비추고 계셨다. 검도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라고 생각하시고 계신 거다.
여름방학 이후에, 학원제에 눈을 돌려 얼마동안 산백합회의 활동에 참여하고, 검도부분은 학원제 이후의 가을 검도대회에 나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은퇴...라는 것으로 스케줄이 잡혀있었다.

"꽤나 제멋대로인 이야기로군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토오코짱이 냉정히 말했다.
"어째서?"
유미는, 가능한 차분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기 위해, 노력해서 웃는 얼굴을 했다. 발끈하는 것은 토오코짱이 바라는 바다.
"로사 페티다와 요시노님이 부활동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대신에, 외부에서 도와줄 인원을 
뽑는다...라. 이건 이상하지 않나요? 장미님이라면, 선거로 뽑혀진 학생의 대표잖아요. 산백합회의 일에 지장이 있다면, 부활동을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닌가요? 검도를 하고 싶다면 학생회 활동같은건 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대표라고 하는 입장이기 전에 한명의 학생이니까. 장미님들도 부활동을 할 권리는 있지 않겠어? ...그러니까, 그러니깐 뭐랄까, 말하자면 고등부 학생 한명 한명이, 산백합회의 회원이라는 거지. 반드시 장미님들만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모임이 아니라는 이야기야."
좀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반론은 했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있는 강한 말투로 말했다면, 좀 더 모양새가 났을텐데. 솔직히 말하면, 변론같은건 상당히 익숙치 않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유미님. 로사 페티다와 요시노님이 부활동 때문에 바쁜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연극부의 활동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신건가요?"
"그러니까, 부활동이 없는 날에 한해서 부탁하는 거야."
"학원제를 앞두고, 연일 상당히 바빠질텐데요."
토오코짱이 얼굴을 휘익 옆으로 돌리면서 무시했다.
"연극부의 부활동 스케쥴 나와있던데? 아직, 대본이 완성되지 않아서, 매일 연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아?"
"..."
유미라고 해도, 일단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 각 부에서 올라온 보고서나 예정표같은 서류를 검토해 본 적이 있다. 권유하려는 이상, 그녀 주변의 일을 다소 파악해 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연극부의 부장은, 여름경부터 승부를 보겠다고 말하던데 말야."
토오코짱은, 그걸로 모든 것을 파악한듯 싶었다. 입밖으로는 내지 않았지만, "곤란하군"이라고 말하는 느낌으로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들은 승낙했겠지요?"
"헤?"
"제가 도와드리는 것에 대한 이야깁니다."
"에.. 그거야..."
솔직하게 기쁜 얼굴을 내비치는 유미에게, 토오코짱은 다짐을 받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단지 로사 키넨시스가 쉬고 계시는 동안만입니다. 로사 페티다와 요시노님의 몫까지 도와드릴 생각은 없어요."
"좋아. 그 조건으로 하자."
바라던 바다. 사실 레이님과 시마코양은, 그다지 마음에 내키는 것 같지는 않았었지만, 유미가 기간한정으로 도와줄 사람을 스카우트해 오는 뿐이니까...라며 밀고 나가는거다.
"하지만, 어째서 유미님이 오셨나요?"
"뭐라고 했어?"
"아뇨... 아니에요... 헌데 뭘하고 계신겁니깟?!"
토오코짱은, 한껏 몸을 뒤로 제쳤다.
"에? 아아, 팔짱 정도는 끼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가벼운 기분으로 팔짱을 낀 것이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그러니까, 일부러 사이좋다고 보일 필요는 없다니까요."
말하면서, 토오코짱은 자신의 팔을 감싼 유미의 손을 뿌리쳤다.
"이야기가 끝났다면, 여기서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난 것처럼 먼저 걸어가는 토오코짱은. 귀 언저리가 조금 붉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