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0권 로사리오의 물방울 -1- 박하 사탕

마리아님이 보고계셔(マリア樣が見てる)

레이니 블루(レイニ- ブル-, Rainny Blue)

 

저자: 콘노 오유키, (그림) 히비키 레이네

 

 

"안녕하세요(ごきげんよう)?"
"안녕하세요(ごきげんよう)?"

상쾌한 아침인사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마리아님의 정원에 모인 소녀들이 오늘도 천사같이 천진한 웃음을 띠고 높은 문을 지나간다.
더러움을 모르는 몸과 마음을 짙은 색의 교복으로 감싸고.
스커트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얀 세일러 칼라가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히 걷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등교시간 아슬아슬하게 뛰어가는 등의 품위 없는 학생 따윈 존재할 리도 없다.
사립 리리안 여학원(私立 リリアン女學園).
메이지 34년(1902년)에 건립된 이 학교는 원래 귀족의 영애를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 있는 카톨릭 계열 귀족학교이다.
도쿄도내, 무사시노의 옛 모습이 남아 나무가 많은 이 지역에 하느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일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소녀들의 정원. 시대는 변하고 연호가 메이지에서 세 번 바뀌어 헤이세이가 된 오늘날에도 18년간 다니면 온실에서 순수 배양된 아가씨들이 박스에 포장되어 출하된다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학교인 것이다.

 

계절은 초여름.
갈아입은 제복도 가벼워졌다는 것에, 밝은 기분이 될 수 없는 것은 왜?
한숨의 이유는, 중간 테스트의 결과라고 하는, 그렇게 알기 쉬운 것이 아니다. 뭉게뭉게 불명확한 그림자는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수록 확실한 것도 아니고. 제일 가까운 말로 표현한다고 하면, "그냥 뭔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더욱 더 귀찮다.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의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한숨을 쉬는 그런 느낌.
비는 내리는지 내리지 않을 것인지. 내린다고 하면, 그것은 언제쯤인가.
차라리, 그냥 지금 큰 비가 내려 버리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조용하게 시간의 흐름을 기다리고 있으면, 혹시 비구름은 어느 새인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휴~.
동시에 한숨을 쉬는 3개의 그림자.
이런 기분으로 만드는 것은, 소중한 그 사람 때문- 이라고 하는 것은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로사리오의 물방울(ロザリオの滴)

     박하엿(ハッカ飴)

 

 

　　　　　1

 

시작은, 사소한 것이었다. 사치코님의 가벼운 한마디였을지도 모른다.

"저기 시마코. 언제 노리코 양을 데려올 거지?"
"네?"
그 뜻을 해석하지 못한 시마코는 되물었다. 교사에 지적당했을 때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던 때와 같은 목소리의 어조였던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노리코, 라는 말은 들렸습니다만, 저기--"
전기 포트로부터 분출하는 증기를 조심하면서, 시마코는 찻잔을 가진 채로 뒤돌아보았다.
"그래. 틀림없이 말했어. 덧붙인다면, 시마코에게 묻고 있는 것이니까, 이 경우의 "노리코"는 니죠 노리코."
기분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사치코님은 정중하게 미리 말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본인 속에서는 벌써 결론이 나온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말투다.
"노리코라면 왜 그러시는지."
노리코에 대한 이야기라면, 시마코에 있어선 미리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 같은 것의 준비가, 아직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곤란한 것이다.
평상시와 변함없는 점심시간이었다.
시마코와 같은 학년의 부통의 두 명은 아직 얼굴을 보이지 않고, 여기 장미의 관에는 세 명의 장미님만이 있었다.
세 명 모두, 어느 쪽인가 하면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말하는 편은 아니고, 또, 서로 대화가 없는 분위기가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은 별로 오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안뜰에 접한 창으로 포크송부가 연주하는 기타의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흘러들고 있었다. 레이님은 신간의 문고본을 읽고, 사치코님은 학생 수첩에 무엇인가 쓰고 있고 시마코는 전기 포트의 램프가 보온으로 바뀌었으므로, 찻잔에 손을 뻗었다.
그런 중에 나온 것이, 로사 키넨시스인 오가사와라 사치코님의 앞의 한마디였다. 그러니까 시마코에 있어, 그것은 페인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언제 장미의 관에 데려 오는지, 라고 묻고 있어."
사치코님은, 학생 수첩을 덮어 포켓에 넣었다.
"장미의 관에, 입니까."
확인을 하면서 시마코는, 두 명의 장미님에게 등을 돌리는 자세로 작업을 재개하였다.
세 명 분의 컵에 더운 물을 따르고 티백을 헤엄치게 한다.
흰 컵 안에서, 더운 물이 천천히 붉은 색에 물들어 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금은 난폭한 차 끓이기 방법이지만, 사치코님이 "그런데도 좋으니까 빨리 해"라고 리퀘스트했으므로 따랐던 것이다. 4교시가 체육이었기 때문에, 맛보는 것보다도 목을 적시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하고 싶었던 것이다.
6월에 접어들어, 계절은 장마 전의 좋은 기후였다. 체육의 수업 다음이 아니어도, 요즘엔 물이나 차가 맛있게 느껴진다. 사치코님은 기다릴 수 없다고 하듯이 옆에 있는 티백이 든 컵을 가져갔다.
"장미의 관이지. 다른 어디로 데려가려고?"
불상의 전람회에 라면, 라는 말을 시마코는 삼켰다. 그다지 좋은 농담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시마코. 사치코는, '그녀를 분명하게 동료에게 소개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어. 알고 있지?"
로사 페티다인 하세쿠라 레이님이 두 명의 사이에 끼어들어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녀도 사치코님과 같은, 3학년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예, 그렇지만."
시마코는 자신의 컵을 가지고,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너의 여동생이라면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이 되는 거야. 단순한 1학년과는 달라."
당신의 여동생.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 단순한 1학년과는 다르다. ――사치코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시마코의 마음의 어디엔가 잔뼈와 같이 걸렸다.
"뭐지, 시마코?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것이라도 있는 거야?"
홍차를 다 마시고 나서, 사치코님이 눈썹을 올렸다. 그러니까, "예"라고 끄덕인다. 지금 오해를 풀지 않으면, 쭉 잔뼈가 박힌 채로 있게 되어 버린다.
"저..., 노리코는, 나의 여동생이라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응응하면서 가볍게 듣고 있던 레이님은, 불운하게도 홍차를 마시기 위해 입에 찻잔을 대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풋!
다음 순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의 훌륭한 홍차 물보라를, 수중공연에서같이 입에서 뿜어내었다.
"거짓말.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저기 로사리오는!?"
"건네주지 않았습니다."
시마코가 대답하자, 이번은 사치코님이.
"...아무도 믿지 않아."
조금 얼굴을 찡그리면서, 흰 레이스의 장식이 붙은 손수건을 포켓으로부터 꺼내 얼굴과 머리카락을 눌렀다. 불행하게도 레이님의 앞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홍차(다질링)의 샤워에 직격당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굉장한 사고에 말려 들어가도, 동요하지 않는 것은 훌륭하다. 과연 공주님.
"믿지 않는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가 아니야. 뭘 그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어."
"우물쭈물..."
그런 식으로 표현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마코에게는 그 말은 조금 신선했다.
자신은 정말로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요전 날의 마리아제로 인해, 신입생 전원의 앞에서 노리코와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당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난 후부터는 각 방면으로 오해가 생기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지만.

"마리아 제로부터 얼마만큼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약 반달이야. 6월에 접어들어 교복도 바뀌었는데 너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
사치코님은 몸을 뒤로 젖히면서 가슴을 폈다.
여름 교복으로 바꿨다고 해도 색이나 디자인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옷감이 얇은 천이 되었고 반소매도 선택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차이다. 리리안 기본 스타일의 아이보리의 칼라나, 로 웨스트의 검은 원피스는 계절이 바뀌어도 건재하다. 덧붙여서 지금 장미의 관의 2층에 있는 장미님으로 불리는 세 명은, 전원 긴소매의 하복을 착용하고 있다. 언뜻 보면, 지금까지와 같다. 그렇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시마코와 노리코의 관계도, 거기에 가까웠다. 마리아 제를 기회로, 두 명의 관계는 오픈이 되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진전 같은 건 없다. 사이가 좋은 2학년과 1학년.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위의 인간은, 두 명에게 그 이상의 기대를 하고 있던 것 같다."노리코를, 동료로 하는 것을 원하십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의 의향을 물어 보지 않으면 결정할 수 없는 거야?"
사치코님은 귀찮은 것 같은 표정으로, 긴 흑발을 어깨로 넘겼다.
"그러면, 묻는데. 시마코, 당신은 니죠 노리코 이외에 여동생으로 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 라고 하는 거야?"
"..."
"노리코가 제일이지?"
레이님도 다시 묻는다. 시마코는, "제일"이라고 하는 의미가 잘 모르게 되었다.
제일 친밀감을 갖고 있는 1학년은 누구냐 라고 한다면, 확실히 노리코다. 그렇다고 해서, 즉시 자매로 묶는다란 생각에도, 어딘가 저항이 있었다.
"뭘 걱정하고 있어. 노리코라면, 괜찮아. 나의 유미에 비교하면, 꽤나 확실히 하고 있고. 아무도 반대는 하지 않을 거야."
성적이라든지 담력이라든지, 그러한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유미양에게는, 그녀 외에는 아무도 갖지 못한 매력이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치코님은 그녀를 여동생으로 삼고 싶어 했던 것이 틀림없다.
"뭐, 노리코말고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도 좋지만."
"그러니까, 저에게 빨리 여동생을 선택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산백합회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이 탄생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야."
일부러 냉정한 말투를 써가면서, 사치코님은 도발하고 있다.
"전통이니까. 참아줘."
그렇게 말하는 레이님은, 그 "전통"의 세례를 받고 있지 않았다. 자신이 여동생으로 선택되었을 때도, 전 로사 페티다인 토리이 에리코님이 입학 전부터 이야기했다고 하는 것이었고, 요시노양을 여동생으로 한 것을 말하자면, 그야말로 몇 년 전부터 결정하고 있던 것을 실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생각하게 해 주세요."
시마코는 말했다.
"언제까지? 될 수 있으면, 여름 방학 전에 결정해 줄 수 있으면 고맙겠는데."
사치코님은 졸업한 전 로사 키넨시스, 미즈노 요코님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 아마, 그런 식으로 되고 싶다고 동경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아 자아, 사치코도 학원제까지는 여유있게 있으면서 동생을 구하지 않고 있었잖아."
레이님은, 선대와는 똑같이 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 이다.
"여유있게는 실례야. 2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유미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니, 어쩔 수 없지. 게다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유미의 앞에 누군가씨에게 거절당했다고 하는 씁쓸한 경험도 있고."
사치코님은, 빈 컵을 내밀며 차를 한잔 더 요구했다. 틀림없이 "누군가씨"인 시마코는, 조용히 새로운 티백을 넣고 찻잔에 더운 물을 따랐다. 그러나, 사치코님의 쿡쿡 찔러오는듯한 비야냥은 곧바로 멈춰지진 않았다. 
"적어도 나는 행동만큼은 하고 있었어. 왠지 로사리오를 받아버리지를 않았었지만."
"그러고보니, 시마코가 세이님의 여동생이 되었던 것도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였지. 두 명 모두 반 년 정도 우물쭈물 하고 있었었지."
또, 우물쭈물.
"아. 말하자면, 흰색 장미의 전통인건가?"
먼저 말이 나왔던 사치코님의 로사리오를 거절하고 세이님을 선택해 버린 원한일까, 사치코님은 야유를 담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말해 두지만, 시마코. 1년도 지나고 나서 노리코를 여동생으로 한다, 라고 하는 것은 안돼. 그렇게 응석부리게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안 되니까."
"네."
알아채고 있다라고 시마코는 생각했다. 아니, 자신도 모르는 마음 속을 투시해서 가르쳐 준 것이었다. 
이전, 노리코와 로사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시마코는, 아직 노리코에겐 필요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그런 식으로 느꼈다.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 그것을 들은 노리코는 실망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기분이 편해졌을까. 노리코가 적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아직 그 시기는 아니다.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1학년을 로사 기간티아 앙 부통으로 만드는 부담이,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한 요인인가.
시마코는, 노리코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학원에 친숙해 질 수 없는 그녀에게 머지않아 학생의 대표가 될 거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자신과 관련되있다는 이유로 노리코의 고교생활을 바꾸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은 시마코에 있어, 매우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노리코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끝맺어 버린 것을, 새삼스럽지만 후회했다. 우리들은 좀 더 깊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노리코에 로사리오를 준다.
그것은 결코 싫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그런 것이 없어도 연결되어 있다. 로사리오, 쇠르, 산백합회. 말로 옮겨져 갈 때에, 
타인의 입에 오를 때에, 왜일까 두 명의 관계가 최초와는 다른 형태에 왜곡되어지는 것처럼 생각되어 온다. 반드시, 에고인 것일 것이다. 말을 바꾼다면, 단순한 이기심. 하지만,  노리코에 관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시마코는 깨닫고 있었다.

 

 

 

"늦었습니다!"
유미양과 요시노양이, 푸드득 방에 들어 왔다. 그녀들의 클래스는 4교시에 교실 이동수업이 었어서 그 관계로 늦은 것 같다.
"뛰어오지 않아도 괜찮아."
숨을 헐떡이고, 희미하게 빰에 땀이 밴 여동생을 응시하는, 사치코님과 레이님의 눈동자는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들을 보고 있으면, 더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로사리오를 통해 자매가 된 사치코님과 유미의 관계는, 그렇게도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이는데.
로사리오의 수수를 했더라도 이전과 변함없는 좋은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레이님과 요시노의 예도 있는데.
말이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로사리오가 나쁘기 때문이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자신 안의 기분의 문제다.
"시마코."
사치코님이 시선을 던졌다.
"만약 괜찮다면 노리코에게 가끔 도우러 와 달라고 말을 해줘."
"괜찮아.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자매를 하라고 시키지는 않을 테니까."
레이님도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
시마코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누구의 여동생도 아닌 노리코를, 장미의 관에 출입시킨다.
그러면 마치, 1년 전의 자신과 사토 세이님의 궤적의 위를 덧쓰는 것 같은 것은 아닐까.

 

 

　　　　　2

 

방과후의 1학년 동백반의 교실의 앞에, 한송이의 흰색 장미가 피어 있었다.
청소가 끝난 지도 꽤 지나 있었기 때문에 복도에 있는 학생의 모습은 드문드문했다. 그런데도 서있는 그 사람의 모습은 시선을 끄는 것 같고, 지나는 길이나 우연히 1학년 동백반의 교실 내에 때마침 있던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혹은 당당히 그녀를 관찰하면서 한숨을 쉬거나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로사 기간티아이기 때문이니까.
시마코는 그런 시선들도 눈치채지 못하고 , 복도의 창으로 밖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들은, 날마다 푸르름이 짙어지고 있었다.
구름이, 조금 두꺼워진 것이 비가 올지도 모른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계절. 시마코가 손에 넣은 가방 안에는, 접은 우산이 들어가 있었다.
"시마코씨?"
불려진 쪽으로 얼굴을 향하자, 거기에는 기다리던 사람이 서 있었다. 市松 인형과 같이 똑바로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 아래에서, 노리코의 눈은 조금 놀라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죠?"
"별로, 아무것도 아니지만. 노리코가 좋다면, 함께 돌아가려고 생각해서"
그러나 시마코가 1학년 동백반에 와 보자, 한 걸음 차이로 노리코는 교실을 나와 간 참이었다. 
1학년 동백반의 학생에게 노리코의 가방이 남아 있다고 들었으므로, 곧 돌아올 것이라고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가죠 가죠. 와, 기쁘다."
솔직하게 기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마코는 쓴 웃음을 지었다.
"남은 일은? 벌써 끝났어?"
"네? 일?"
노리코는 생각하듯이 멈춰섰다, 그리고,
"없어요 없어. 끈질기게 들러붙는 토우코때문에 도망 다니고 있었으니."
라고 손을 흔들면서 교실 안에 돌아갔다.
"허둥대진 말아."
복도에 남겨진 시마코는, 단발머리를 펄럭거리는 소녀의 뒷모습에 얘기했다. 건강한 노리코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어진다.
처음은 조금 걱정했지만, 노리코는 분명하게 학원 생활에 순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그녀는,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버리고 있던, 1년 전의 자신과는 다르다. 사양 없이 말을 서로 주고받는 친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밖으로 향해 마음을 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행이야, 시마코는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고 있는데, 왜일까. 마음의 한쪽 구석에 조금 남은 모래먼지 같은 외로움. 
작은 박하엿을 입에 넣었을 때와 같이, 달고 차가운 바람이 신체의 어디선가 불고 있었다.
"...'토우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린, 혼잣말에.
"부르셨습니까?"
대답하는 소리가 있어, 시마코는 무심코 가슴을 눌렀다.
"안녕히, 로사 기간티아. 어머나, 뭐, 놀래켜 버린 것 같네요."
되돌아보니 거기에는, 과연 그 이름을 가지는 토우코가 트레이드마크의 세로 롤을 흔들면서 미소 짓고 있다.
"미안해요, 조금 생각하고 있던 것뿐이에요.... 안녕하세요, 토우코."
다소 동요했지만, 시마코는 곧바로 침착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마츠다이라 토우코는 노리코의 클래스 mate로, 사치코님의 먼 친척관계에 해당한다고 하는 아가씨였다.
토우코를 분명하게 서로 마주 봐도, 별로 싫은 기분은 되지 않는 것이 시마코에게는 이상했다. 
노리코가 토우코의 이름을 말했을 때에 느낀 안타까운 생각은, 그러니까 토우코 개인에 대한 질투심은 아닌 것 같다.
시마코가 그러한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하고 토우코는, 순진하게 서있었다.
"저기 들어 주세요. 로사 기간티아. 노리코는 심해요. 아무리 권해도, 클럽 활동의 견학조차 하지 않습니다. 나하고 같이 가자, 고 권해도 도망쳐버리기만 합니다. 그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로사 기간티아께서도 말씀해주세요."
"클럽?"
시마코가 되물었을 때,
"심한 것은 어느 쪽인데."
정확히 노리코가 가방을 안아 돌아왔다.
"토우코, 그만둬. 시마코씨까지 번거롭게 하는 건."
번거로운 듯이 중얼거리면서, 노리코는 토우코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시마코는 가슴이 조금 메어지는 것 같았다.
또, 다. 또, 어디선가 박하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리코, 클럽에 들어가는 거야?"
라고 묻자 노리코는, 윙윙 고개를 돌리며 부정했다.
"그런 기분, 전혀 없어요. 다만, 권유받고 있을 뿐인데. 모두 나를 어떻게든 학원에 친숙해지게 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거 같아요.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남의 일에 신경써주는 것이 취미 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거죠."
그러자 재빠르게, 남의 일에 신경 쓰는 것의 필두일 것인 토우코가, 말참견을 하며 말했다.
"토우코는 연극부로, 다른 사람들은 문예부나 테니스 부를, 그리고 성서 낭독부로부터도 권유가 있습니다!"
"성서 낭독?"
무심코, 시마코에 웃음이 나왔다. 불상 애호가 노리코를 잡아서 성서를 낭독시키려고 하는, 대단한 클래스 메이트가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노리코도 웃으면서 목을 움츠렸다.
카톨릭을 신봉하고 있는 절집의 딸과 본의가 아니게 리리안에 다니고 있는 불상 애호가.
정반대와 같지만, 비슷하다. 일견 먼 것 같아, 그러나 깊은 부분에서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걸까. 시마코는 가끔 생각했다. 그것은, 언니인 사토 세이님과의 관계와는 완전히 별도인 것과 같이 생각되는 일도 있고,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일도 있었다.

"긴 것 같지만 짧은 고교생활. 공부 이외에도, 뛰어들 수 있는 무엇인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노리코는,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전혀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별로 연극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거문고를 타면서 연주하는 음악부에도, 탁구부에도 서도부에도 수예부에도, 뭐든지 상관없습니다."
토우코는 주먹을 쥐고 힘껏 열변을 토했다.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로사 기간티아."
의견을 요구받자 시마코는 작게 웃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제 말은, 설득력은 없어요."
"어머나, 로사 기간티아의 경우는 산백합회일로 바쁘시죠. 게다가, 위원회 활동도 하고 계시고."
토우코는 가슴의 앞에서 손가락을 꼬고 목을 갸웃거리며 아양을 떨었다.　
"그렇지 않으면, 노리코양. 무엇인가 다른 활동에 시간을 쓸 예정이라서,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을 안 하려는 걸까."
"에--"
토우코의 말에, 시마코와 노리코는 입을 다물었다. 일순간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나 봐선 안 되는 것을 본 것처럼 곧바로 눈을 떼고 확실하게 들어버린 것이 분명한 말을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해 버렸다. ――열어버린 보물함의 뚜껑을, 입을 다물고 닫았던 것이다.
그런 두 명의 모습을 눈치 챘는지 못했는지, 토우코는 등을 돌리고 손가락을 낀 채로 양손을 위에 올려 마음껏 기지개를 켰다.
"그런데, 이제 토우코도 동아리로 가야겠어요. 빨리 가지 않으면 발성 연습 끝나버려서―"
그 자리의 분위기를 마음대로 뒤흔들어놓고 자칭 여배우는 무대에서 퇴장해 가 버렸다. 보충도 없이 남겨진 시마코와 노리코들은.
"돌아갈까."
"에에."
거북한 분위기 속에서, 묵묵히 승강구를 목표로 하면서 걷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복도나 교실에서, 두 명의 모습을 숨을 죽여 지켜보고 있는 갤러리의 시선으로부터, 우선은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3

 

이런 침묵, 언젠가 있었다.
그렇다. 쇼구우사를 방문해 온 노리코를 보내기 위해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던, 그 때의 공기와 비슷하다. 쓸데없는 말을 배제한 결과는 아니고, 필요한 말을 서로 숨긴 무겁고 괴로운 침묵.

보물함의 뚜껑은 닫았다 하지만, 연기는 약간 새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감도는 연기를 잡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얼마 안 되는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완고하게 그 자리에 머물러서, 시간과 함께 가슴이 답답해지게 하고, 그리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두 명을 궁지에 몰아갔다.
"저기"
답답한 공기에 다 견딜 수 있지 않게 되자, 두 명은 거의 동시에 소리를 냈다. 마리아상의 앞이다.
"시마코씨, 말해주세요."
"아니 노리코부터"
시마코는 노리코에 먼저 양보했다. 확실히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지만, 바로는 말로 잘 옮겨질 것 같지도 않았다. 사치코님이나 레이님의 말에 더해진 토우코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빙빙 돌아 수습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저부터"
노리코는 우선, 작게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보물함의 뚜껑에, 먼저 손을 대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토우코가 이상한 억측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마세요. 별로 나 그런 생각으로 동아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생각?"
"토우코의 그건 피해망상과 비슷한 상상이니까. 즉 내가, 장래 산백합회의 일을 하는 것을 예상하고 홀가분해 있으려 하고 있다든가 어떻게든 말하는 이야기."
장래 산백합회의 일을 한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시마코의 여동생이 되는 것과 직결하고 있었다.
"노리코"
"저,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참. 나,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동이 없는 것뿐이니까요. 그러니까 차라리, 동호회를 만들어 버릴까나 싶기도 하고요, 뭐랄까. "불상을 보는 회"라든지, 어때요?"

"...그래."
"그렇지만. 나, 고교 3년간은 공부벌레 할까-라든지도 생각하고 있어요. 리리안에 다니면서 대학수험하는 것, 꽤 큰일인 것 같으니까요."
노리코는 초조해하면 말이 빨라진다. 시마코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이 중단되는 것을 기다리고 나서 조용하게 물었다.
"노리코. 로사리오 갖고 싶어?"
그러자 노리코는, 웃는 얼굴을 지우면서 거절했다.
"그렇지만, 시마코씨는 시기가 아니다 라고 말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노리코가 원한다면--, 시마코는 그 말을 삼켰다. 아직 자기 자신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자기의 답을 모르기 때문에 결론을 노리코에게 맡긴다는 것은 어떻게든 하고 싶지 않다. 

"시마코씨.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으셨어요? 나에 관해서?"
"네?"
무심코, 시마코는 되물었다. 노리코는 감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무방비하게 얼굴에 드러내 버리고 있었을 뿐일까.
"저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긴 하지만요."
노리코는 말했다.
"여동생도 아닌데, 로사 기간티아의 근처에서 들락날락하고 있어서. 역시, 시마코씨에게 폐를 끼치고 있네요. 이러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어리석네요. 나도 참."
"그런 것이 아니야, 노리코."
논지가 조금 어긋났기 때문에, 시마코는 서둘러 정정했다. 이 장소에는 두 명 밖에 없기 때문에, 한사람이 폭주하게 된다면 한쪽에서 멈추게 하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장소까지 넘어가버릴 것 같다. 그러나, 노리코의 빠른 말은 멈추지 않는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나, 그렇지 않아도 이 학교에서는 괴짜이고, 이상한 의미로 눈에 띄고 있는 것 같고."
"노리코"
"아, 으응, 결코 시마코씨가 그런 식으로 나를 보고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학원의 동경의 대상인 학생회장에게 너무 너무 허물없게 행동을 한 것 같고--"
"노리코!"
시마코는 조금 배에 힘을 주고,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노리코는 놀란 것처럼 어깨를 한 번 위아래로 움찔하더니 이윽고 "네"라고 작게 대답을 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딸꾹질을 끊는 기술과 같이, 잘 들어갔다. 말을 기다리고 있는 노리코에, 시마코는 말했다.
"내가 너를 그런 식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너라면, 내가 나의 의지로 너와 함께 아플거야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거라고 생각해."
"...시마코씨"
"달라?"
"다르지 않아요. 그렇지만"
노리코는 말을 보충했다.
"그렇지만, 세계는 두 명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구나."
확실히 노리코가 말하는 대로였다.
노리코는 어른이다. 거기에 비교해 자신은--, 라고 시마코는 생각했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목 때문에 노리코와 거리를 두다니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고 해서 노리코를 여동생으로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시마코씨?　무엇인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마리아님에게 기도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자, 노리코가 물었다. 역시 무엇인가 있던 것은 아닐까하고 신경 써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마코는,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사무적으로 있는 그대로, 오늘 있었던 무엇인가에 대해 말을 했다.
"로사 키넨시스와 로사 페티다께서 한 번 장미의 관에 오세요라고. 노리코를 권해보라고 하셨어."
"에-"
노리코는, 뚜렷하게 싫은 얼굴을 했다. 마리아제의 그 일로 악역 역할을 훌륭하게 관철해낸 산백합회 간부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서투르게 접근했다가는 또 속아 버릴지도 모른다고 경계하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올바른 감각이다.
"노리코가 좋다면, 여러 가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볼런티어(지원자) 라는 거?"
"그렇구나. 볼런티어일까"
시마코는 웃었다. 노리코는 "한가한 인간이 스카우트 되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시마코씨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역시, 망설임이 얼굴에 나와 있는 것일까. 노리코가, 재빠르게 확인해왔다. 시마코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싫으면, 너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거절했겠지."
"그런가. ..., 응, 그렇지. 아, 생각해볼게요."
마리아님이 두 명의 모습을 바라보시고 있었다.
전도다난을 걱정해주는 것 같이.
그것이, 6월의 첫째 주 금요일의 일이었다.

 

 

　　　　　4

 

그 순간, 시마코는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쉬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니죠 노리코입니다."
"안녕하세요. 장미의 관에 잘 왔어."
마리아님의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나서 3일쯤 지난 월요일의 방과 후, 노리코는 장미의 관에 초대되었다. 그녀가 온다는 것에 호출한 사치코님, 레이님뿐만이 아니라, 유미랑 요시노의 모습도 있다. 장미 패밀리가 집결해, 손님을 마중나간 것이다. 시마코는 알고 있었다. 레이님은 이 때문에 일부러 동아리를 쉬었던 것을, 요시노와 유미는 점심시간에 이 방의 청소를 정성스럽게 하고 있던 것을. 모두가, 노리코를 기분 좋게 맞이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전해지는 만큼, 시마코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 전에 자매의 계약을 맺을지 어쩔지는 아직 모른다. 망설임의 공전으로부터 빠져 나갈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서 노리코를 장미의 관에 데려 왔을 뿐이다.
지난 가을, 돌연 이 관에 나타난 유미가, 순조롭게 이곳에 용해한 것처럼, 노리코가 동료들에게 친숙해진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가, 조금은 있었다. 쌍방의 대면은 좀 더 삐걱거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비스킷 문을 열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것까지는, 무난히 클리어 했다.
"노리코짱, 이쪽의 자리에 오도록 해. 음료는 홍차로 좋을까."
사치코님은 최상급의 미소를 뿌리며, 노리코를 손으로 불렀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는 도우러 왔으니까요."
무뚝뚝하게 거절하는 노리코를 보자 시마코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노리코의 말에 숨은 의도는 없고, 생각한 대로를 말했을 뿐이지만, 그녀를 잘 모르는 인간에게는 반항적으로 비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뭐..."
아니나 다를까, 사치코님은 조금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곧 바로 레이님이 나타나, 그 자리의 공기를 한방에 날려버릴 것 같은 밝은 소리로 말했다.
"안된다고. 노리코는 오늘 하루는 손님이니까."
뒤로부터 어깨를 안고 노리코를 테이블까지 데려가서 뭔가 발할 틈을 주지 않고 사치코님 근처의 자리에 앉게 했다. 깨끗한 솜씨였다.
"일상의 잡무는 차차 익히면 되니까 오늘은 우리의 말상대가 되어주면 고맙겠는데. 아, 유미짱, 최상급품 차를 넣어 줄래?"
벌써 스탠바이하고 있던 유미양에게 손을 들면서 레이님 스스로도 의자를 당겨 걸터앉았다. 꼭, 로사 키넨시스-로사 페티다로 노리코를 사이에 두는 것 같은 형태가 된다.
"네-."
유미양이 활기차게 대답을 했다. 요시노도 서포트를 해서 알맞게 6개의 컵에 홍차가 나왔다.
3일전의 즉석 티백과는 전혀 다르다. 하나하나의 순서를 정중하게 하고 찻주전자 안에서 찻잎을 분명하게 춤추게 한 포상은 아주 훌륭하고 최상의 향기. 손님용의, 접대용 차가 완성되었다.
"시마코. 왜 그렇게 서있는 것이지? 앉는 게 어때."
"아, 네."
사치코님에게 주의 받고 시마코는 서둘러 착석했다. 벌써 사치코님의 근처에 요시노, 레이님의 근처에 유미가 앉아 있었기 때문에, 노리코의 정면에 앉는 형태가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제일 먼 장소이기도 하다.
"노리코, 설탕이나 밀크는?"
유미가, 스틱설탕과 크림이 들어간 통을 노리코에게 건넸다.
"노리코, 어떻게 할 거야? 설탕이나 밀크는? 필요없는거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붙여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마코는 무심코 통역같이 노리코에 말을 했다.
"아, 괜찮습니다."
당연하지만, 노리코는 시마코를 통하지 않고, 유미를 향해 직접 대답했다.
"맛이 좋네요."
노리코는 스트레이트로 홍차를 마셨다. 유미는 스틱 설탕과 크림을 넣고 요시노는 크림을 2개 넣어 홍차를 베이지색으로 하고 나서 말하고 있었다.
시마코도 컵에 입을 대었다. 맛은 왠지 잘 몰랐다. 다만, 공연히 목이 마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갈증은, 컵 한 잔 분의 홍차를 목에 흘려 넣어도 충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고 그 액체가 식도를 차고 내려와 위를 따뜻하게 하더라도 시마코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스-스- 하고 가슴 속에 서늘하면서 달콤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감각을, 도대체 누가 알아줄 수 있단 말인가.
"뭐, 그게 사실이야?"
즐거운 듯한 웃음소리에, 시마코는 정신이 다시 들었다.
회화는 정체되지 않고 잘 흐르고 있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사치코님이나 레이님이 질문을 하면 노리코가 대답한다고 하는 형태가 되었다.
리리안의 생활에는 이제 익숙해졌어?
어떤 과목을 좋아해?
학원에서 곤란한 일은 있어?　――등등.
장미의 관은, 완전하게 장미님들의 테리터리. 신참자에게 질문이 집중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노리코, 가족은?"
사치코님이 묻는다.
"아버님께선 무슨 일을 하시는지?"
학원 생활에 관한 일에 대한 질문은 대충  끝냈는지, 질문은 사생활에까지 넘어갔다.
"가족, 입니까"
일순간이었지만, 노리코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띄운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시마코는, 무심코 대신에 대답해버렸다.
"아, 노리코는 지금, 숙모님 댁에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집이 치바로, 다니기에는 멉니다. 그래서..."
"...네가 대답하면 어떻게 해."
레이님에게 지적되자 시마코는 조금 낙담했다. 자신은, 무엇을 혼자서 초조해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이어받은 노리코는 침착했다.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교사입니다. 여동생이 한사람 있습니다."
질문 받았던 것에 대해 더도 덜도 없이 대답한다. 마치 일본어 강좌의, 모범 해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사는 것은 외롭진 않는지?"
"예. 그렇지만 숙모님도 리리안 출신이기 때문에, 옛 추억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즐겁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친구 같은 관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뭐, 친구 같은 사이!　아주 대단하네."
"송구스럽습니다."
우아하게 미소 짓는 소녀들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시마코는 머리에 오른 피가 스윽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웃는 얼굴 위에 웃는 얼굴을 거듭하면서, 그녀들은 아무 것도 없는 장소에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려고 있는 것과 같게 보인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마리아 제의 종교재판"의 함정을 판 로사 키넨시스, 로사 페티다. 
이 분들이 노리코의 개인정보를 아직도 입수하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 가족도, 현재의 생활환경도 모두 안 상태에서 노리코에게 물어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것은 프로세스다.
수순(프로세스) --?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도대체, 우리들은 어디로 향하려 하고 있는 것일까.
"아, 그것은 아스카나 하쿠호우의 것에 잘 볼 수 있는 특징이군요."

노리코는 대출혈 서비스로, 드디어 불상의 해설까지 시작해버렸다.
"불상감상도, 그렇게 보면 상당히 깊이가 있는 거네. 공부가 되었어."
종이인형같이, 웃는 얼굴이 점점 겹쳐져간다. 그 웃는 얼굴에 발라 굳혀져, 시마코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