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7권 사랑스러운 세월; 전편 -4- 옐로 로즈 소동

옐로 로즈 소동

 

 

1

 

신문부가 또 "한건"했다. 뭐냐구? 친숙한 "리리안 와판" 최신호의 모든 면이 츠키야마 미나코님의 소설로 몽땅 채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조금 바뀌었지만, 분명히 모델은 황장미님(Rosa foetida). 도쿄에서 태어나서 도쿄에서 자란 사람조차 ‘이봐, 타이틀이 "옐로 로즈"라니 황장미랑 다를 바가 없잖아! 칫...’이란 식의 관서 사투리를 내뱉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대체, 시마이 리에코(島居 利江子)라니... 멍하게 읽고 있다가는 토리이 에리코(鳥居 江利子)라고 생각해버릴 것이다. 아마도 항의 방지책인 듯한, "소설"이라던가 "픽션"이라는 문구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체 누가 신경 쓰겠냐’고 항의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것이었다. 
유미는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황장미혁명 때 했던 말을 생각해내었다. 
- 말하자면... 츠키야마 미나코는 ‘기자’라기보다는 ‘소설가’라고 해야 할 거야. 
분명히 그런 건지도 몰랐다. 어디까지 취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이상이라고 판단될 정도로 꽤나 억측으로 쓰여진 부분이 있었던 것이었다. 츠타코씨의 말에 의하면 신문부는 그 이후로 특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사진조차 입수하지 못했다. 
"이 "이미지 사진"은 대체 뭐야?" 
사치코님은 간만에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있었다. 
"아마도 와이드 쇼에서 종종 보여주는 이미지 영상 따위를 흉내 낸 것일꺼야. 됐으니까 앉아, 사치코."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주의를 주었다. 
"청소년의 범죄 따위를 보도할 때에 종종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영상을 말하는 거지?“ 
라는 것은 백장미님(Rosa gigantea)의 발언. 의자에 앉은 채로 다리와 팔을 꼬면서 보충설명을 했다. 
“본인이나 본인이 다니는 학교를 촬영해서 방송하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말이지. 대신에 자료영상이라던가 이미지영상 같은 것에 주의문구를 넣어서 사건과는 무관계인 젊은이들의 영상 따위를 보여주는 것이지.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뒷모습을 중심으로 보여준다던지, 모자이크를 넣는다던지해서 말이야.” 
입원했을 때에 와이드 쇼를 보았다고 하는 요시노씨도 가세해서 이미지영상의 해설을 해주었다. 레이님, 시마코씨, 그리고 유미는 ‘그렇군’이라며 끄덕거렸다. 하지만, 단지 사치코님만은, 
“제가 그런 것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라고 말하면서 ‘쾅쾅’하고 테이블을 두드렸다. 거기에는 각자 1부씩 지참한 ‘리리안 와판’의 최신호가 7부 펼쳐져 있었다. 
“이거, 비스듬하게 뒤에서 찍혀있지만, 아무리 봐도 미나코씨잖아? 단정하게 헤어밴드로 앞머리까지 올리다니, 어째서 임시변통인 방법을 쓴 걸까? 이렇게 황장미님(Rosa foetida)과 닮은 사진을 게재한다고 해서 독자들이 황장미님(Rosa foetida)이라고 착각할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야.” 
“...” 
유미는 무의식적으로 발밑을 향했다. 부끄럽게도 미나코님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는 황장미님(Rosa foetida) 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이번호의 ‘리리안 와판’을 손에 넣은 학생들의 반수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을 것이다. 유미조차 꿰뚫어보지 못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간만에 3학년들이 장미의 관에 방문했다. 방과 후에 ‘리리안 와판’을 각자의 손에 들고서 자주적으로 집합한 것이었다. 관심의 대상인 황장미님(Rosa foetida)은 결석. 아까 유미가 신발장을 들여다보고 확인한 것에 의하면, 지금 현재 적어도 교내에는 없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주의가 부족했어.” 
홍장미님(Rosa chinensis)이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신문부가 움직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 
그러자 사치코님이 다시 눈을 치켜뜨고는 말했다. 
“언니, 알고 계셨나요!?” 
“뭐... ‘밤마다 다른 남자와 데이트’란 것뿐이지만.” 
으드득으드득하고 어딘가에서 소리가 났다. 누군가의 이가는 소리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사치코님이 손으로 손수건을 쥐어짜는 소리였다. 
(위험해...) 
사치코님... 분노를 참고 있다. 
(이제 큰일났다...) 
축적한 뒤에 폭발시키는 쪽이 오히려 무서운 것이다. 
“알고 계셨다면 어째서...” 
으드득으드득, 으드득으드득... 
“사치코에게 보여줘서 대소동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사치코같이 바로 시비를 따지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질 뿐이니까.” 
으드득하는 소리를 눈치 챈 것일까,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사치코님의 도발하는 듯한 말에 대해서 마치 골라놓기라도 한 듯이 답변해 주었다. 
“그건 그래.”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부채질하듯이 무책임하게 동의했다. 으드득으드득... 
“죄송합니다. 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된 유미가 손을 들었다. 일종의 자수였다. 더 이상은 어떻게 하더라도 처리할 수 없는 시한폭탄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괴로워하면서 폭발을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이 시계의 바늘을 움직이겠다는 심산이었다. 
“너까지...” 
분노의 방향이 바뀌었다. 마녀같은 사치코님의 얼굴... 
“죄송해요, 언니... 상담하려고 생각했지만, 언니가...” 
“내가, 뭐?” 
“뭐라고 할까... 남녀의, 저...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듯해서...” 
으드득으드득... 찌직... 
“불쾌? 불쾌라고?” 
사치코님은 결국 찢어져버린 하얀 손수건을 테이블 위에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뒤에서 이런 식으로 귀에 들어오는 편이 몇 백배는 더 불쾌하다는 것을 어째서 모르는 거얏!” 
“하아...” 
드디어 폭발했다. 유미는 얼굴을 손으로 감쌌지만, 3학년 2명은 “오, 드디어”라면서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그럼 뭐야? 내가 남자혐오라서 숨기고 있었다는 거야?” 
버렸을 거라 생각했던 손수건을 주워서 또다시 쥐었다. 무엇하나 변명할 수 없었던 유미였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손수건에게는 죄가 없다.’ 
“모두 나를 바보로 만들다니...” 
‘그건 아니에요’라고 말하려는 순간에, 시마코씨가 손을 들고서 말했다. 
“저도 몰랐습니다만?” 
그러자 ‘나도’라고 같이 말한 것은 요시노씨. 
“유미씨가 말했던 원조교제 운운의 이야기란 거, 황장미님(Rosa foetida) 이야기였어?” 
“원조교제? 그럴 리가 없잖아...” 
레이님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뭐, ‘옐로 로즈’를 읽은 이상은 의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지.” 
백장미님(Rosa gigantea)은 시치미를 때는 것인지, 본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흠...” 
결국 홍장미 패밀리를 제외한 전원이 손을 들었기 때문에, 사치코님은 아주 조금이지만 상했던 기분을 풀었다. 자신만이 몰랐다는 것을 자존심이 용서할 수 없었다는 것이겠지... 
“그것보다는 이 소설이 정말로 언니를 모델로 했다면...” 
레이님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것만으로도 공기가 흐릿하게 가라앉았다. 어떤 의미로 가장 쇼크를 받은 것은 황장미님(Rosa foetida)의 동생인 레이님일지도 모른다. 
“괜찮아. 거의 창작이라는 이름의 억측이야.”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테이블 너머에 있는 레이님의 어께를 탁탁하고 두드려주었다. 
“뭔가 근거라도...” 
레이님은 마리아상에 빌듯이 홍장미님(Rosa chinensis)에게 매달렸다. 
“뭐... 나는 ‘옐로 로즈’에 있는 오류를 몇 개라도 지적할 수 있어.” 
가슴을 펴는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믿음직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모두는 일제히 ‘리리안 와판’의 지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옐로 로즈’ 개요]

고교 졸업을 눈앞에 두고서 왠지 가슴에 바람구멍이라도 난 것 같았던 ‘옐로 로즈’, 즉 시마이 리에코는 사회경험을 겸해서 데이트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상대는 전부 어른이었고, 리에코가 몰랐던 세계로 데리고 가주었다. 
야구선수인 A와는 밤새도록 드라이브를 했다. 외과의사인 B는 미술관에, 미식가인 모델 C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급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주었다. 하지만 리에코는 양복처럼 매일 저녁 남자를 갈아 치우는 것에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 때에 나타난 것이 에리코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의 신임교사인 D. 그는 밤거리를 목적도 없이 방황하는 리에코를 보호해주고,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상냥하게 타이른다. 그의 말에 눈을 뜨게 된 리에코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지만 어느새 D의 모습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졸업식 날, 리에코는 D에게 프로포즈하려고 결심하고 있다.

“-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이야기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지만... 알고 있는 사람이 모델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질리지는 않고서 읽을 수 있어.”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비꼬는 듯이 웃었다. 
“거기서 어디가 틀렸다는 것이지요? 잘난 척 그만하시고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불만이 가득한 얼굴의 사치코님이 재촉했다. 
“자, 진정해. 유미짱, 예의 물건은 아직 주머니 안에 들어있지?” 
“하...”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예의 물건이라면 물론 손수건... 은 역시 아니겠지. 
“제출.” 
“... 예.” 
유미는 순순히 ‘예의 물건’인 사진을 내놓았다. 그것을 받은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테이블 위에 펼쳤다. 
“이것은 유미짱의 급우인 타케시마 츠타코씨가 찍은 사진 몇 장이야.” 
“카메라짱, 대단해...”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휘파람을 불었다. 
“세이, 끼어들지 말아줘.” 
“... 실례. 계속해.”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두 손을 모아서 비는 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지...’라는 표정으로 계속했다. 
“여기에 5명의 남성이 찍혀있지? 그 특징을 조합해서 가명을 붙여주면 어떻게 될까?” 
A씨, B씨, C씨라며 순서대로 사진을 늘어세우는 홍장미님(Rosa chinensis). 그러자 세 명은 재미있게도 ‘옐로 로즈’의 등장인물과 잘 들어맞았다. 
“그럼 교사 D는?” 
남은 것은 머리 부분이 듬성듬성한 중년의 살찐 남자와 곰 같은 남자였다. 
“적어도 어느 쪽도 우리 학교의 교사는 아니야. 애시당초 이곳에는 수년간 남자 신임교사 따위는 눈에 띄지 않았어.” 
전원이 ‘그래’이라고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반은 거의 꾸며낸 이야기.” 
“그럼 반은 사실입니까?” 
레이님은 다시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게 아니라 억측이라고 할까나... 그런데 백장미님(Rosa gigantea).”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곰 같은 남자 사진만 빼놓고는 이름을 불러서 물었다. 
“이 4장의 사진을 보고서 뭔가 느끼는 것이 없어?” 
“4장? ... 앗!” 
“그렇지?” 
“역시!”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홍장미님(Rosa chinensis)과 눈을 맞추면서 끄덕거리던 그 순간, 
“3학년 국화반, 토리이 에리코씨, 지금 즉시 생활지도실에 와주시기 바랍니다.” 
태평한 음악을 인트로로 삼은 교내방송이 들려왔다. 
“반복합니다. 3학년 국화반...” 
이크, ‘가시나무 숲’의 재현인가... 이번에는 황장미님(Rosa foetida)이 생활지도실에 불려가게 되었다. 
“설마, 생활 지도 선생님이 이 기사를 진짜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설마...” 
핫핫핫핫... 
장미의 관에 울려 퍼지는 일동의 메마른 웃음소리. 하지만... 누구 하나도 전혀 무관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그야 출두하는 거지.” 
토리이 에리코라는 이름을 가지지는 않았을 7명의 소녀들은 거의 동시에 일어섰다. 마치 ‘7인의 사무라이’처럼. 
“유미. 사진 잊지 마.” 
사치코님이 방을 나가면서 말했기 때문에 유미는 크게 끄덕이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알겠습니다’라는 뜻으로. 
 

2

 

츠키야마 마나코는 생활지도실 밖의 복도에서 닌자가 되어 있었다. 
"부장, 결과는?" 
뒤에서 묻는 소리가 들렸다. 
"최고. 아니, 훨씬 더 대단한 상황." 
들리지도 않는 벽에 귀를 대고는 돌아보지도 않고서 대답했다. 어떤 일이라도 모양부터 갖추는 것이 터득하는 지름길이다. ‘이러고 있으면 이윽고 닌자의 술법을 터득해서 들리게 되지 않을까’하고 반쯤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벽도 문도 방음처리 되어있다는 사실은 매우 잘 알고 있었지만... 
"대단하다니요?" 
"관계자인 듯한 남성이 4명 와있어. 증인으로 불려나온 것일까?" 
미나코는 더욱더 닌자의 모습을 갖추고서 말했다. 직원실에서 생활지도실까지 서로 이야기하면서 장소를 옮기다가 소문의 남성들을 처음으로 보았다. 복도에서 힐끔 본 순간, 미나코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자신이 쓴 소설에서 막 나온 듯한 남자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었다. - 완벽했다. 
"4명이라면 A씨, B씨, C씨, D씨겠네요?" 
그렇다. 유일한 오점인 1명만은 이야기에 나오지 않았던 타입의 남자가 섞여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에리코, 즉 리에코의 손님으로 '옐로 로즈'의 속편에서 등장시키면 된다. 
"어째서 D씨는 없는 거야?" 
귓가에서 묻는 소리가 났다. 
"왜냐면..." 
미나코는 거기까지 답하고는 몸서리를 쳤다. 어느 사이에 이상한 공기가 자신을 감싸고 있었다. 
"그건..." 
두려움에 떨면서 뒤돌아보았다. 
"그건 D씨는 네가 창작한 인물이었으니까. 그렇지, 미나코씨?" 
"왓" 
당연히 비명을 지르게 된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홍장미님(Rosa chinensis)의 기척이었으니까. 미나코는 부원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집중력이 원망스러워졌다. 
"이 소동의 책임을 어떻게 질 생각이야?" 
"책임...이라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에이... 홍장미님(Rosa chinensis)이 이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시다니... 저는 단지..." 
변명을 하면서 도망갈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벌써 앞도 뒤도 장미 패밀리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끝장이었다. 
"소설을 발표한 것뿐이라고 말하는 거야? 설마 그걸로 끝이라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말한다면요?" 
"너의 작품인 '옐로 로즈'에서는 주인공이 데이트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는 설정이었지?" 
"에? ... 예." 
"학교신문이라는 최소한의 제한 때문인지 18금으로 설정된 듯한 사진은 없었다는 것은 인정해줄께." 
"아, 일단 자숙하는 의미로..." 
사실은 쓰고 싶었지만 황장미님(Rosa foetida)과는 관계없이 클레임이 걸릴 것 같아서 포기했던 것이었다. 제약 속에서 소설을 쓰는 것이 마치 프로의 작가가 된 듯하기도 했고... 아주 조금이지만 흥분했었다. 
"하지만"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눈을 치켜뜨고서 계속했다. 
"너는 그냥 독자에게 무척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설에는 혼동하기 쉬운 표현이 사용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명예를 무척이나 손상시켰다는 사실은 모르겠어?" 
"예?" 
두근. 
"데이트 클럽은 분명히 성매매행위. 예전에 불려가서 당일퇴학당한 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는 말하지 말아줘." 
두근두근하고 고동이 빨라진 것은 뒤에서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어께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리리안 와판'을 잘나가게 하기 위해서 무척이나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기는 했다. 하지만 황장미님(Rosa foetida)에게 원한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것을 계기로 퇴학하게 된다면... 
"제, 제가 어떻게 하면..." 
전신에 힘이 빠졌다. 바닥에 엉덩이가 닿을 것 같았기 때문에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정신차려'라면서 받쳐주었다. 
"전교생에게 토리이 에리코는 '옐로 로즈'와 무관계라고 발표해주었으면 하고, 필요하다면 관계자에게 사죄도 하는 걸로 했으면 하는데?" 
미나코는 홍장미님(Rosa chinensis)에게 엄한 주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 전부 다 픽션인 것은...“ 
설사 미나코가 픽션이라고 보증한다고 해도, 학교 측에서 자세히 조사한 결과로 사실 소설과 같은 일이 행해졌다고 한다면... 
“픽션이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잘못 생각했거나 취재미스.” 
“취재미스라니...” 
그 말은 흘려버릴 수 없었다. 항의하려고 하자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마침 잘됐어. 같이 가자.” 
그래서 일동은 생활지도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확실히 노크를 하고 난 뒤였다. 
 

3

 

똑똑. 홍장미님(Rosa chinensis)이 생활지도실의 문을 노크했다. 10초정도 지나니까 반대쪽에서 문을 열었다. 
“흠... 너희들, 무슨 소동이지?” 
생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수녀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토리이 에리코와 관계된 일로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보통은 별로 만나지 않는 선생과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할 텐데, 생활지도실로 들이닥쳐서는 가슴을 펴고 용건을 말해버리는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대단해...라는 생각에 유미는 존경의 시선을 보내면서 행렬의 말단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말씀드릴 것?”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변호입니다. 증인도 데리고 왔습니다.” 
“증인?” 
수녀님이 고개를 갸우뚱거린 순간,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등을 톡하고 두드리고는 ‘증인’을 앞으로 밀어냈다. 
“츠, 츠키야마 미나코입니다.” 
미나코님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당황하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츠키야마 미나코... 아, 신문부의 부장이지. 지금 막 너를 부르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 
‘들어와’라고 재촉한다. 그러자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저희들도 괜찮겠습니까?’라고 의견을 물었다. 
“‘저희들’이라니?” 
수녀님은 생활지도실의 밖에 모여 있던 한 집단을 휙 둘러보고는 물었다. 
“설마하니 여기에 있는 모두?” 
“예.”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정색을 하고 답했다. 
“수가 많네...” 
하나, 둘, 셋, 넷... 홍장미님(Rosa chinensis)의 등 뒤에는 모두 합해 6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모두 일행입니다.” 
장미님 둘 정도만이라면 어쩌면 간단하게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양보하지 않았다. 너무나 믿음직해서 유미 같은 경우에는 멍하니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잠깐 거기서 기다려.” 
수녀님은 안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서 일단 방안으로 들여놓으려고 하자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바로 미나코님에게 접근해서는 손을 잡아끌었다. 마침 미나코님을 데려갈 생각이었던 수녀님이 그 모습을 보고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너도 악당이었군.”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홍장미님(Rosa chinensis)의 귓가에 속삭였다. 
“‘비장의 카드를 뺏기고 문전박대당하는 바보도 있나요’란 것이지.” 
“이봐, 말해버리면 어떡해?” 
후후후... 두 장미님은 시대극 따위에서 대관(역주 - 시대마다 다르지만 일종의 지방관임)과 월후옥(역주 - 옷가게. 백화점의 전신) 주인이 꾸미는 흉계를 연상케 하는 웃음소리를 냈다. 뭐, 어쨌거나 상관없지만 말투가 제멋대로다. 
“좋아. 모두 들어와.” 
상담을 끝마치고 돌아온 수녀님은 문을 크게 열었다. 
“단, 지명된 사람 외에는 발언을 기다릴 것. 알겠지?” 
못된 대관과 악덕상인, 그리고 그 부하들 모두가 착한 아이들의 모범처럼 ‘예’라고 대답했다. 
“실례합니다.” 
줄줄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 역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눈을 반짝이면서 참가자들을 보았다. 생활지도실은 그다지 좁지 않았지만 넓은 편도 아니었다. 일단 눈에 뜨인 사람은 응접세트처럼 소파에 앉아있는 학원장과 3학년 국화반의 담임이었다. 그 반대쪽 자리에는 본적이 없는 중년남성과 황장미님(Rosa foetida)의 모습. 의자가 부족해서인지 비교적 젊은 3명의 남자는 소파 뒤에 서있었다. 
“에리코, 학교에 있었어?” 
발언을 기다리기로 한 약속을 잊은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결국 말을 걸었다. 
“뭐.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어.” 
오늘의 황장미님(Rosa foetida)은 멍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뾰로퉁해있었다. 
“일단은 돌아가려고 후문 근처까지 갔을 때 그 방송이 나온 거야. 이 사람들 덕에 학교건물까지 되돌아왔어.” 
‘이 사람들’이라고 턱으로 가리킨 것은 4명의 남성들이었다. 순서대로 그 얼굴을 본 유미는 깜짝 놀랐다. 그들 모두가 지금 유미의 제복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었다. 수영장에서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었던 다부진 체격의 남자. 플래티나 티켓(역주 - 경쟁이 심해서 무척이나 구하기 어려운 티켓)의 콘서트에서 황장미님(Rosa foetida)을 에스코트한 진중한 남자. 함께 고급 브랜드의 옷을 골라주었던 훤칠한 남자. 얼굴과 체격만을 놓고 본다면 동일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옐로 로즈’에서의 A씨, B씨, C씨의 특징과 딱 맞았다. 
“4명이서 직원실에 쳐들어와서 대소동을 벌렸다는 거야. 참을 수가 없어...” 
황장미님(Rosa foetida)이 목을 움츠림과 동시에 옆의 남자가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A씨도, B씨도, C씨도 아니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중년남성이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이쪽이야.” 
그는 인내심의 한계까지 도달했는지 있는 힘껏 일어섰다. 그러자, 마침 거기에 서있었던 홍장미님(Rosa chinensis)이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안녕하셨는지요, 아저씨.” 
(에?) 
“오늘은 또 꽤나 헐렁한 모습이시네요.” 
이어진 백장미님(Rosa gigantea)의 말에 ‘아저씨’는 좀 듬성한 머리를 긁으면서 웃었다. 
“오... 요우코짱에다 세이구나.” 
(에엣?) 
머릿속은 대혼란. 홍장미님(Rosa chinensis)도 백장미님(Rosa gigantea)도 이 남자와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곤란한걸. 상점가 회합 도중에 전화가 걸려 와서 말이지, 단정한 옷차림 따위를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어.” 
성기게 짠 스웨터에 청바지. 위에 걸친 점퍼에 붙은 ‘○○상점가’ 로고마크가 오히려 멋있을 정도였다. 
“그럼 오라버니들도?” 
“어쩔 수 없었어. 아버지가 일하던 중에 ‘에리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소집했으니까.” 
A씨는 야구가 아닌 미식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오른쪽과 마찬가지.” 
흰색 가운 차림으로 등장한 B씨는 외과의가 아니라 치과의라니... 미나코님, 분하겠다... 
“마찬가지.” 
C씨라 불려왔던 남자는 촬영에 사용했던 꽤 비싼 의상차림인 채로 와버렸기 때문에 ‘이건 사버린 건가’라면서 투덜거렸다. 자세히 보니까 TV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보시는 것처럼, 에리코네 아버지, 오라버니들.” 
홍장미님(Rosa chinensis)의 소개에, 
“에~!?” 
미나코님, 사치코님, 레이님, 시마코씨, 요시노씨, 그리고 유미까지 합해서 6명은 있는 힘껏 외치고 말았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라니... 그럼, 복수의 남성과 데이트했다고 하더라도 가족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는 거잖아... 오히려 보호자 동반의 건전한 유희일지도... 
“이것 봐. 역시나 오해받고 있잖아. 얼굴이 닮지도 않은 오빠가 여동생이랑 손잡고 다니면 안되는 거라니까. 거기다 아버지까지 가세하다니... 우리 집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질려버린 황장미님(Rosa foetida)이 내뱉듯이 말하자, 아버지와 오라버니 3명은 제각각 호소했다. 
“에리짱은 어째서 그런 심한 말을 하는 거야.” 
아버지가 말하자 A씨, 즉 토리이 장남도, 
“옛날에는 이런 차가운 아이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라면서 한숨. 
“너는 우리 집의 아이돌이야.” 
“우리들 마음의 등불을 꺼트리지 말아줘.” 
B씨, 즉 차남, 같은 식으로 C씨인 3남도 매달리듯이 주장했다. 외견은 달랐지만, 토리이가(家)의 남자들은 황장미님(Rosa foetida)에게 약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미 푹 빠진 것 같았다. 보고 있던 유미도 ‘분명히 좀 심한 것일지도’라고 생각했다. 딸 혹은 여동생을 상대로 호화로운 데이트를 준비한다는 것은 평균적인 일반서민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랍니다....”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설명에 의하자면... 
지금부터 18년 전, 토리이가(家)에 딸이 하나 태어났다. 남자 3명이 연속으로 태어난 뒤에 얻은 대망의 딸이었기 때문에 에리코짱은 가족들에 의해 소중하게 키워졌다고 한다. 나이차가 나는 오라버니들은 일을 시작하자 어느 정도 자유롭게 쓸 만 한 돈을 남기고는 여동생이 사고 싶어 하는 것을 사서 안겨주거나, 특별한 장소에 데리고 하거나 하였다. 처음부터 모두가 사이좋게 외출했으면 좋았겠지만, 오라버니들은 여동생을 독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꼬셔서 나갔다. 대항의식 때문이었는지 돈도 물 쓰듯이 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다 못한 어머니가 호통을 쳤다는 것이지.” 
한 달에 여동생과 지내는 시간을 제한하고, 사용해도 좋은 금액의 상한이 정해졌다. 그리하여 간신히 에리짱은 차분한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었지만... 
“겨울로 접어든 무렵부터였을까, 수험 준비한다고 폼을 잡고는 청을 뿌리쳐왔기 때문에... 합격발표와 동시에 아이돌 수준의 과밀 스케줄이 된 거야.” 
오라버니들은 돈도 시간도 쌓아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기다 아버지까지 가세해서... 
“우리 어머니가 유미짱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부끄러워서 사실을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 우리 집 남자들이 나이가 찬 딸을 끌고 다닌다는... 독점하고 싶다고 호텔까지 잡았다니까? 덕분에 매일 오후에 수면부족 상태로 학교에 왔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방해하는 사람 없이 비디오 감상을 하고 싶었다구.” 
“높은 곳에서 여동생과 최고의 야경을 바라보고 싶다는 것이 어디가 나쁘다는 거야?” 
“철야로 독점을...” 
휴... 누가 무슨 발언을 하던 간에 똑같다. 토리이가(家)의 남자들은 여기서 4명이 한 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릴 뿐이었다. 
“오라버니들은 말이지, 시스콘이라서 여자친구도 사귈 수 없어.” 
황장미님(Rosa foetida), 말을 확실하게 마무리해주셨으면... 시스콘. 시스터 콤플렉스의 약어인가? 
“어째서 그렇게나 심한 말을...” 
“에리짱이 시집가기 전까지 지켜주는 것이 오라버니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뿐인데...” 
“아니, 시집 따위는 가지 않아도 좋아. 계속 우리 집에서 즐겁게 지내자.” 
오라버니들은 결국 울면서 애원하기 시작했다. 
“흠... 그쯤해주시지요.” 
그 시점에서 학원장이 입을 열었다. 이 가족이 벌이는 부부싸움 수준의 소란을 계속 보고 있다가는 해가 저물어버릴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에리코가 밤거리를 남성과 함께 걷고 있었다는 정보가 몇 차례 학원에도 들어왔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분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저희들은 특별히 소동을 일으킬 의도가 없었습니다. 물론 소문이 퍼지고, 그에 의해 조금 지나친 수준의 학원신문이 발행되어버린 것에 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도가 미치지 못한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리안 와판’에 관해 지적받았기 때문에 신문부의 부장인 미나코님은 ‘면목 없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신문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뭐가 문제입니까?’라고 학원장은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학교측이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불러낸 것이 아니라, 정말로 토리이 일가가 일방적으로 들이닥친 모양이다. 
“하지만, 학원장. 당신은 이 신문에 적혀있는 것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들을 데이트 클럽의 손님이라고 한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세세한 특징 따위는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토리이(아버지)는 꽉 쥐어서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테이블 위에 놓고서 탕탕 두드렸다. 보니까 오늘 발행된 ‘리리안 와판’ 최신호였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최신판 그 자체가 아니라 팩스로 전송된 것인 듯 했다. 
“적어도 후반부는 픽션이겠지요. 저희 학원에 D와 같은 교사에 해당되는 남성교사는 본적이 없습니다.” 
미나코님은 학원장의 말에 몇 번이고 끄덕거렸다. 일이 너무 커진 탓에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모두들, 비호하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아버지는 교사들, 학생들을 탐색하듯이 휙 둘러보았다. ‘마리아님의 정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리리안 여학원의 사람을 잡고서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다니 배짱이 대단했다. 이 방에는 수녀님이 두 사람이나 있는데... 
“PTA(역주 - Parent-Teacher Association의 줄임말. 우리의 학부형회와 유사한 조직.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후에 일본으로 전해짐)에서 부회장을 맡고 계시는 아저씨께 거짓말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홍장미님(Rosa chinensis)이 손을 들면서 웃었다. 
“의심이 드신다면 고등부뿐만 아니라 중등부의 직원실도 들여다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초등부나 유치원은 조금 학교건물과 떨어져 있지만 원하신다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백장미님(Rosa gigantea)도 역시 손을 들었다. 아무래도 그 포즈는 ‘지명되지는 않았지만 발언해버렸습니다. 괜찮겠지요?’라는 주장인 듯 했다. 이 방에 들어올 때에 받은 ‘지명된 사람 외의 발언은 자제해라’는 수녀님의 주의를 의리상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지명되기 전에 발언하고 있으니까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인가? 
“웃...” 
토리이네 아버지는 풀이 죽었다. ‘어디 한번 집수색이든 뭐든지 해보세요.’라고 뻣뻣하게 나오는데 ‘아, 그렇습니까?’라고는 쉽게 하지 못하는 법이다. 설사 해보고 싶더라도 학원 전체의 직원실이라면 꽤나 큰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그런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에리코.” 
“어차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의 사촌 여동생의 딸이라고 하는 먼 친척인 아주머니가 쓸데없이 참견해서 팩스를 보낸 거잖아요.” 
(어? 사무실?) 
정말이었다. 아까보다 더 자세하게 보니까 종이 끝에 ‘리리안 여학원?사무실’라고 작게 발신원이 적혀있었다. 
“그럼 여기에 적혀있는 건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라니요?” 
“아니... 그러니까... 뭐랄까, 좋아하는 사람은 없느냐고.” 
우물우물. 아무래도 그건 부친의 입으로는 좀 묻기 거북한 내용인 듯하다. 유미는 귀를 코끼리처럼 만들면서 ‘딸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런 것은 아버지에게 듣고 싶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건 아버지 대신 남동생이나 오라버니로 바꾸어놓고 보아도 같은 것이었다. 
“있어요.” 
불명확한 아버지의 말을 완전히 지우듯이, 황장미님(Rosa foetida)은 확실하게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 정도는...” 
“엣?" 
하고 외친 것은 아버지도 아니었다. 오라버니도 아니었다. 홍장미님(Rosa chinensis)과 유미, 미나코님을 제외한 학생들이었다. 토리이가(家)의 남성일동은 너무나 쇼킹한 발언에 말도 못할 정도에다 졸도 직전이었다. 교사들은... 하지만 유미에게는 거기까지 관찰할 여유가 없었다. 
“누, 누굽니까, 그 사람은...” 
레이님이 손도 들지 않고서 황장미님(Rosa foetida)에게 달라붙었다. ‘우산을 엮는 낭인’이란 말이 유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황장미님(Rosa foetida)이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사람 밖에는 없을 것이다. 
“유미짱, 사진 좀 빌릴께.”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전광석화처럼 유미의 스커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왓!” 
“쏘~리” 
백장미님(Rosa gigantea)은 사진을 묶음채로 꺼내서는 엄지손가락으로 한장 한장 넘기면서 확인하다가 원하는 사진을 찾아내서는 그것을 황장미님(Rosa foetida)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 사람?” 
그건 유미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같은 사진이었다. 동물원에서 구운 고구마를 입에 넣는 곰 같은 남자와 그것을 보고 있는 황장미님(Rosa foetida)이 찍혀있었다. 
“어라, 잘 찍혔네. 나 줘.” 
황장미님(Rosa foetida)은 손에 쥐고서 바라보다 백장미님(Rosa gigantea)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백장미님(Rosa gigantea)은 ‘그게...’이라며 유미에게 말했고, 곤란해진 유미는 ‘츠타코씨에게 말해두겠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츠타코씨가 버려도 된다고 말했으니까 이제 그 사진은 유미의 소유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촬영자의 동의를 구하고 나서다. 그나저나 완전히 샛길로 빠지고 있다. 
“에리코, 대답해. 너를 속인 놈이 이 남자야?”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아버지... 꽤나 혈압이 올라간 듯 했다. ‘괜찮은 걸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Yes이자 No입니다.” 
‘놀리는 거야?’라며 일어선 아버지는 뒤에 있는 오라버니들에 의해 억지로 앉혀졌다. 중년 뱃살이 앞을 가로막으면 방해가 되는 법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지만, 나는 속아 넘어간 게 아니니까.” 
“아...” 
4명의 토리이씨는 거의 같은 포즈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표정은 마치 뭉크의 ‘절규’. 오히려 No이자 Yes인 쪽이 쇼크가 적었을지도 모르겠다. 
“토리이, 그 사람과는 어떻게 알게 된 거지?” 
학원장이 물었다. 
“며칠 전에 동물원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제가 모르는 세계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며칠 전!?” 
학원장은 쉰 목소리를 내는 오라버니들을 ‘자자’라며 달래었다. 
“그래, 이 남자는 뭐하는 사람이야?” 
전의 상실의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남이 냉정하게 일을 진행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식축구 유니폼인 채로는 아무래도 투지를 불태우는 이미지가 있었다. 
“뭐로 생계를 꾸리느냐는 질문이라면 하나데라의 비상근강사. 하지만 본업은 로맨티스트.” 
“로맨티스트라는 건 뭐야?” 
3남은 그것을 신종 직업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스타일리스트라던가 헤어 메이크 아티스트라는 식의. 
“설마 우산 따위를 만들고 있습니까?” 
미나코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4의 남자가 교사라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조금 흥분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산을 엮는 낭인’이란 키워드가 풀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분명히 황장미님(Rosa foetida)은 ‘우산을 엮는 낭인의 아내가 되고 싶다’고 유미씨에게 말씀하셨지요?” 
이래서는 훔쳐들은 것을 자백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미나코님은 그것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내!?” 
차남이 외쳤다. 거의 듣고 흘려버린 듯한 장면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잡아내는 것은 평소에 상당히 세밀한 작업을 하는 사람다웠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우산을 엮는 낭인에다 로맨티스트라니 대체... 유미의 어수룩한 머릿속에는 곰 같은 남자가 허리에 도를 차고서 종이우산 위에 색색의 공을 뱅글뱅글 돌리는 모습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에리짱. 너는 그, 부업으로 우산을 만들고 있는 재수생이랑 버, 벌써 결혼 약속을 한 거냐?” 
오라버니들의 머릿속도 꽤나 복잡한 모양이었다. 하나데라의 비상근강사라는 설명은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건지... 
“우산을 엮는 낭인은 예라구요.” 
황장미님(Rosa foetida)은 어께 근처에서 양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는 목을 움츠렸다. 
“우산을 엮는 낭인의 아내란 거, 결국 함께 고생하고 싶다는 거지?”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이제 발언하면서도 손을 들지 않았다. 수녀님의 주의는 사실상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이었다. 
“함께 고생...? 음, 그래. 그런 느낌일 거야.” 
“고생이라고?” 
힘이 빠져서 쉬고 있던 아버지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바람 빠진 공기 인형에 조금씩 공기를 넣는 느낌이었다. 
“허락 못해.” 
구석구석까지 공기가 들어가서 검지손가락 하나가 ‘핑’하고 황장미님(Rosa foetida)을 향해있었다. 
“고생이란 말을 멀리하도록 하면서 소중하게, 소중하게 키운 딸이야. 부모의 노력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노력이라니 무슨 말이야, 아빠? 그냥 응석 받아준 것?” 
“선생님들. 부디 말씀 좀 해주십시오. 남자와 헤어지지 않으면 퇴학시킬꺼야라고.” 
지적받은 수녀님들도 부녀싸움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할 수는... 저...” 
황장미님(Rosa foetida)은 데이트 클럽에서 일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남자와 사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는 퇴학은커녕 정학을 주는 것도 무리. 아무리 메이지 시대에 창립된 옛 학교라고 해도, 다니는 사람은 헤이세이 시대의 여자아이인 것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했다가는 폭동이 일어난단 말이다. 
“토리이씨. 학교 측은 처음부터 따님의 처분 따위는 원하지 않았습니다.” 
보라. 학원장도 곤란의 극에 달해있다. 애당초 이 소동은 학교 측이 행동을 취하기 이전에 토리이씨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들이닥친 것에서 시작했다. 
“좋습니다. 그런 것이 없어도 딸은 눈을 뜨겠지요. 부모의 의견을 무시하고 남자에 매달리면 어떻게 되는지 눈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이미 합격한 대학에도 가지 못하는 거야. 나중에 울면서 매달려도 이제는 늦은 거다. 물론 용돈도 없다.” 
오... 협박을 해왔다. 하지만 그 선언은 아버지로서는 꽤 강력했다. 자식에게 있어서 용돈 중지는 분명히 곤란한 일이다. 
“어떻게 생각해?”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작은 소리로 살짝 백장미님(Rosa gigantea)에게 물었다. 
“좋지 않아. 아저씨는 에리코의 성격을 모르고 있어.” 
두 사람은 ‘응응’이라며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에 부딪치면 더욱 더 타오른다.” 
“부모의 압력이란 것도 자식의 반항을 증가시키는 요소니까.” 
그러니까 잘 아는 친구들의 의견으로는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성격상, 지나치게 간섭하면 오히려 역효과다’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 남자를 여기로 데려와. ‘더 이상 딸을 꼬시지 마’라고 아버지가 확실하게 말해주지.” 
“억지 좀 그만 쓰세요.” 
강제로 헤어지게 만들려고 하는 아버지에게 딸이 기분 좋게 애인을 소개할리 없었다. 
“하나데라 학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아버지가 벌떡 일어났다. 그 뒤를 오라버니 3명이 수하들처럼 따라서 출구 쪽으로 나간다. 1명 더 들어갈 여유가 있다면 나쁜 놈을 혼내주러 가는 미토코우몬(역주 - 토쿠가와 미츠쿠니의 별명. 에도시대 사람으로 희대의 명군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활약상이 이야기로 내려옴)이 들어갈 것이다. 
“정말, 이 이상 소동을 크게 만들지 말아줘요.” 
황장미님(Rosa foetida)은 나이든 일행을 쫓아갔다. 이대로 하나데라에 들이닥친다면 양 고교에 걸친 대사건으로 발전해버릴 것이다. 그 때, 
“저, 왔습니다만...” 
어째서인지 문을 열고서 예의 곰 같은 남자가 나타났다. 
“너, 네, 네놈” 
아버지도 오라버니도 생각하지 못했던 적의 기습에 손가락질한 채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황장미님(Rosa foetida) 본인이 가장 놀라고 있다. 
“저도 지금 별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가 돌아본 장소에는 타케시마 츠타코씨가 있었다. 
“하교하려고 하니까 5명 중에서 4명이 학교에 나타난 것을 보고는 말이지, 혼자 왕따시키면 불쌍할 것 같아서...” 
곰남자의 정체가 하나데라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라는 것을 몰랐던 츠타코씨는, Two-Shot 사진을 찍었던 동물원이 생각나서 다행히도 그를 발견하고는 바로 연행해왔다는 것이었다. ‘토리이 에리코씨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과 함께.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옆에 있는 하나데라 학원의 고등학교에서 과학 강사를 하고 있는 야마노베라고 합니다.” 
야마노베 선생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향해서 머리를 크게 숙였다. 얼굴이 수염투성이라서 나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진에서 봤을 때보다 말쑥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성실한 것 같아서 꽤 호감이 들었다. 
“네놈, 잘도 우리 에리코를...” 
장남이 후려치려는 기세였기 때문에 차남, 3남에다 아버지까지 달라붙어서 간신히 말렸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가족이 폭력사건을 일으키는 것을 눈뜨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일 것이다. 미식축구 선수가 작심하고 달려든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 사람이라면 간단히 끝장날 것이다. 
“저,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야마노베 선생은 지금 별로는커녕, 거의 상황을 알지 못한 듯했다. 맞을 뻔 했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있었으니까. 그 때, 황장미님(Rosa foetida)이 한 발짝 나서서는 말했다. 
“야마노베씨. 저와 결혼해 주세요.”

 

 

4

 

물론, 그 때 방 안은 일제히 적막에 휩싸였다. 전대미문이었다. 이전에 리리안의 생활지도실에서 여학생이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한 적이 있었겠는가? 없다. 아니,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지는 않는다. 
“야마노베씨가 지는 쪽에 커피우유 하나.” 
“그래서는 내기가 되지 않아. 내 쪽에서도 어쨌거나 야마노베씨가 참패한 미래밖에는 보이지 않는걸?” 
“흠...” 
백장미님(Rosa gigantea)과 홍장미님(Rosa chinensis)은 또 소곤소곤 속삭이고 있다. 그 외의 사람들은... 
“...” 
야마노베 선생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를 침을 삼키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재깍재깍... 유미의 머릿속에서는 퀴즈 프로의 도전자가 대답을 재촉당할 때에 나오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자, 동경에서 오신 야마노베씨가 선택한 답은! 
“거절하겠습니다.” 
“아...” 
여학생들이 낙심해서 한숨을 쉬는 중에, 
“오우...” 
토리이네 남자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들어올렸다. 아버지는 야마노베씨의 손을 잡고서 무심결에 ‘고맙소’라고 예의까지 차렸다. 하지만, 기뻐하기는 아직 일렀다. 
“어째서지요?” 
단숨에 비극의 히로인이 된 황장미님(Rosa foetida)은 왕자님에게 이유를 물었다. 
“어쩌서냐니...” 
왕자, 즉 야마노베 선생은 말이 궁해졌다. 그러자 황장미님(Rosa foetida)은, 
“10살이라는 연령차인가요? 죽은 아내가 아직 잊혀지지 않은 건가요? 저축한 돈이 없어서인가요? 번 돈을 전부 공룡 화석을 캐는 데에 써버려서인가요? 해외로 가는 데에는 딸린 식구가 없는 편이 좋아서인가요?” 
‘이것 때문인가’라고 생각나는 대로 이유를 나열했다. 그 덕분에 일동은 물론이고, 아주 조금이지만 유미조차도 야마노베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저렇게 보여도 아직 30이 안되었구나’라던가, ‘아내가 죽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구나’라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로맨티스트라고 한 것은 공룡 화석 채굴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듯하다’라던가, 그것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에 자주 가는 듯하다’라던가. ‘그다지 돈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라는 식으로. 
모두가 침을 삼키며 지켜보던 중에, 야마노베 선생은 허리를 펴고서 대답했다. 
“그것도 전부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꽈당. 이게 콩트였다면 그 장소에 있는 사람은 모두 좌우로 쓰러졌을 상황이었다. 
“아니, 말을 바꾸지요. 당신을 연애의 대상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숨을 토해냈다 들이키는 야마노베 선생. 
“저희들은 오늘을 포함해서 딱 3번 만난 사이지 않습니까? 합해봐야 3시간 남짓이라구요.” 
쾅쾅, 꽈당. 코미디언이었다면 분명히 기세 좋게 촬영세트 벽을 뚫어버렸을 거다. 콩트였다고 해도 대단원이다. 
“실례군요. 3시간 반은 함께 있었습니다. 당신은 오랜 시간동안 코끼리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짧게 느꼈는지는 몰라도” 
3시간이나 3시간 반이나... 오십보백보이지 않나요, 황장미님(Rosa foetida)? 
“에리코가 옆에 있는데도 코끼리만 보다니, 이 괘씸한...” 
(어이어이, 아버님. 프로포즈를 거절해준 야마노베 선생을 고맙게 생각했었잖아요? 거기다 논점에서 벗어나 있다구요.) 
발언하는 입장이 아니라, 단지 청취하고 있을 뿐인 유미는 몰입하기에 바쁘다. 
“불쌍한 에리코.” 
“상처 입은 너를 가족의 따뜻함이 치유해 줄 꺼야.” 
“우리들이 아버지를 달래줄게. 확실하게 용돈을 받을 수 있게끔.” 
오라버니들은 고개를 숙인 황장미님(Rosa foetida)을 둘러싸고는 제각각 위로해주고 있다. 역시 이 오누이들의 관계는 조금 문제가 있는 건지도. 
“알겠습니다.” 
황장미님(Rosa foetida)은 얼굴을 들었다. 
“이해해 주었구나, 다행이다.” 
야마노베 선생은 정말로 한숨 돌린 듯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딸의 불꽃같은 동경은 실연으로 끝났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일으켜 세워져서 그 뒤로는 행복하게 살았다네. 경사로다, 경사로다.’라는 식으로 이대로 대단원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던 그 때, 
“하지만 납득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엣!?" 
야마노베 선생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결국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하?” 
“그러니까 알아두세요. 저는 당신을 알고 싶어서 이것저것 질문만 했었지만, 그래서는 너무나 일방적이란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저에 대해 알아두세요. 그 다음에 서로 사랑하게 된다면 그 때에 결혼해요.” 
생각해보니 예의 황장미님(Rosa foetida)이 살짝이나 조금 정도로 물러설 리가 없었다. 반대하면 할수록 불타오른다. 거절당할수록 상대방이 좋아한다고 말할 때까지 노력한다. 
“그게 좋겠군요. 저도 찬성입니다.” 
조용히 가족 콩트를 보고 있던 학원장이 살짝 손을 들고서 말했다. 
“좋지 않아~요!” 
토리이 일가의 학부형들은 목소리를 모아서 반대했다. 
“너무 속 좁은 소리만 하시면 결국 도둑 사랑하는 딸이 되어버릴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뇨, 그래서는 곤란합니다.” 
“야마노베 선생이라면 절도 있는 교제를 하실 겁니다.” 
역시 학원장. 아픈 곳을 찔러서 능숙하게 교통정리를 해주고 있다. 
“웃...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그 사람이... 뭐라고 할런지...”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아버지가 말을 머뭇거리면서 ‘그 사람’을 슬쩍 보았다. 그러자 일제히 방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야마노베 선생에게 집중되었다. 
“야마노베 선생?” 
백장미님(Rosa gigantea)이 ‘쯧쯧쯧’하고는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살짝 속삭였다. 
“지금은 동의해두는 편이 좋다구요. 그녀는 도망치는 만큼 쫓아오는 여자라서 ‘자라 에리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자라 에리코’ 따위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백장미님(Rosa gigantea)이야말로 ‘거짓말쟁이 세이’다. 
‘아, 알겠습니다. 친구라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야마노베 선생은 어수룩한 말을 하면서도, 메모지를 찢어서 자신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서는 황장미님(Rosa foetida)의 아버지에게 건내주고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했다. 학원장이 신임한다고 하니까 상당히 진지해졌다. 어쨌든 황장미님(Rosa foetida)과 야마노베 선생은 공개적으로 사귀게 되었다. ‘친구’부터 결혼까지라는 꽤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긴 했지만. 
“하지만, 야마노베 선생이 넘어왔으니까 싫증나버렸다는 경우도...” 
문득 유미는 불안해져서 물었다. 그러자, ‘걱정 마’라고 홍장미님(Rosa chinensis)이 대답해주었다. 
“저렇게 재미있는 ‘장난감’을 에리코가 쉽게 내려놓으려고 하겠어?” 
대충 인사를 끝마치고 무사퇴장하게 된 야마노베 선생은 오른손과 오른발이 동시에 나가는 재미있는 행진을 보여준 데다, 로맨티스트라는 비유와는 꽤나 거리가 멀게도 방문객용 슬리퍼가 익숙하지 않았는지 뒤꿈치를 스스로 밟고 미끄러지는 바보짓까지 보여주었다.

 

 

  5

 

「――하여, 로사?페티다의 사랑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임. 우리 리리안 여학원 고등부의 학교신문 『리리안 와판』은 이 호외로서 전호게재 소설 『옐로우 로즈』에 관한 소동의 전말을 기록하는 바이다.」
　괜찮은데,라며 로사?페티다는 웃었다. 점심시간에 미나코님이 장미의 관에 가져온 제 1호를 유미가 3학년 국화반에 보내서 읽고 난 직후의 감상이다. 
　마시고있던 사과주스의 빈팩을 교실 뒤의 휴지통에 버리고서 로사?페티다는 유미를 복도밖의 층계참에 데려왔다. 날씨가 좋다. 봄,이라는 느낌의 날이다.
「로사?페티다가 OK라면 그대로 프린트아웃 해버릴것같은데」
　구름사이로 비쳐들어오는 햇빛에 유미는 눈을 가늘게 떳다.
「OK OK. 그래서, 다른사람의 의견은?」
「사과와 정정이었어야 할것이 다큐멘터리가 되버리다니,라고 저희 언니께선 뭔가 어이없어하셨지만요.」
내내 부외자였던 감이 있는 사치코님은 싫은소리 한번이라도 해주지 않고는 못넘어가는것 같다. 그만큼 제일 열심히 읽고있었지만.
「그냥은 일어나지 않는 신문부인걸(역주:천재는 넘어저도 맨손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등등의 속담?). 그래도 이 기사 미나코상이 쓴 게 아니지?」
「아,아시겠어요. 스루인 마미 상의 문장인것같아요.」
미나코님은 자숙과 반성의 의미도 포함해서 이번 호외에는 노터치였다. 이 사건으로 꽤나 혼이 난듯하다. 그렇데도 미나코님은 또 금방 부활하겠지만.
「그럼, 마미상이 내년도의 부장일까나」
「그 미나코부장이 순순히 은퇴같은걸 해줄까요」
「그렇구나」
　기지개를 켜는 로사?페티다의 발치를 무언가가 지나갔다. 런치였다.
「아, 고론타」
「…… 로사?페티다도 고론타라고 부르시나요」
　몇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유미에게 있어서는 런치의 역사가 길었으니까.
「그치만 세이가 그렇게 부르고있잖아. 고론타 이리와」
　로사?페티다가 손을 내밀어 부르자 런치는 일단 서서 이쪽을 향한다. 하지만「냐아-」하고 인사했을뿐 또 곧장 달려가버렸다.
「틀림없이 뭔가 좋은걸 찾아낸거구나」
　울타리속으로 사라져버린 고양이에게 로사 페티다는 눈을 흘겼다.
「알만해」
　혼잦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은 조금 고양이를 닮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