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국 이야기 (彩雲國物語) 3권 -2장- 초일(初日)

제2장  초일(初日)

 

 

시정란은 검을 손에 들고, 검신을 단숨에 뽑았다. 질이 좋지 않은 양산형의 관급품. 문득, 이전에 당연한 것처럼 가지고 있었던 보검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 쌍검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그런 생각이 맴돌아, 자조했다. 지금의 자신이 그 검에 손을 대서 무얼 하겠다는 것일까? 

무관이기는 하나 말단 중의 말단인 정란에게, 임무로 검을 뽑을 기회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검 따위는 장식이면 된다. 그것이, 그들의 곁에 있는 조건인 듯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정란은 한번 한숨을 쉬었다.

이전에 주어졌던 보검을 지금 떠올리는 이유를, 정란은 잘 알고 있었다.

 

 

*****

 

 

"사부시 전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수레에 흔들리면서, 수려는 만들어준 백의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관복은 진사가 입는 것이었다. 배속이 결정될 때까지는 아무런 지위도 없기 때문에, 무위무관을 나타내는 이 색을 두른다. 흰색은 채칠가 중 하나인 백가의 색이기 때문에, 본래라면 직계가 아니라면 기본색을 사용할 수 없지만, 원래 무문인 백가는 그다지 개념치 않고 새로운 진사들에게 쓰도록 양해한 듯하다. ---당분간 이 관복에 신세를 지게 된다고 한다. 

마부인 정란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뒤돌아보았다.

"매년이 아닙니다. 강유님 이래부터라고 하니까, 7년째인 거지요."

"당분간 성의 여러 관사 선배에게 달라붙어 일을 익히라고 서한에 쓰여있었지만......견습 기간이라는 건 어떤 걸까?"

수려와 마주 보며 앉은 영월도 또, 수려와 마찬가지로, 관복을 입고 있었다.

"글쎄요."

"수려님, 어쩐지 우울한 것 같네요."

"......뭐. 가능한 중앙궁 근처에는 배속되고 싶지 않아요."

작년의 여름을 떠올리고, 수려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그 때에는 그런 일이 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일생에 한번인 기회라고 생각해서, 소년 모습으로 거침없이 일해버렸다. ....들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어떻하지. 하지만 황상서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은, 대단한 분들 뿐이니까......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설마 막 급제한 병아리를, 상층부에 견습으로 던져 넣지는 않겠지.)

"수려님."

영월에게 불려져, 수려는 부질없는 근심에서 부상했다.

"응?"

"힘내셔요."

신기하다, 고 수려는 생각했다. 이 소년의 <힘내셔요>는 어쩐지 건성으로 들리지 않는다. 담담하고 부드러운 어조일 뿐이지만, 심지가 강하다고 생각되었다. 진심으로---마음을 담은 말.

함.께. 힘내요 라고 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수려는 행복하게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옆에 있으니까."

"다정하네."

회시와 전시를 헤쳐 나온 것도, 영월과 용련이 곁에 있어 준 것이 컸다.

하지만 이것은, 수려가 넘어야 할 싸움이니까.

"고마워."

변함없을 동기인 진사들에 대비할 양으로, 수려는 배에 힘을 주었다.

"아가씨, 영월군, 궁성입니다."

정란의 목소리에, 수려와 영월은 얼굴을 들었다.

성문을 빠져나가자, 우림군의 군장을 두른 무관 하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수고하십니다. 나중에 나...가 아니라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미묘하게 다른 경어를 사용하는 그 청년무관을 보고, 세 사람은 절규했다.

"당신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어?!"

수려는 혼의 부르짖음을 외쳤다.

 

 

*****

 

 

"......나도 무르네."

서한을 정리하면서 비어있는 집무 책상을 보는 강유에, 추영은 웃었다.

"그런 것도 아니잖아. 좋은 조치였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야. 이번만은 정란을 쓸 수도 없고, 주상의 실력이라면 상당히 보충될 거야."

게다가, 하고 추영은 강유를 도우면서 덧붙였다,

"너도, 주상을 동정해서 용인해준 거 아냐?"

강유가 공무에 관해서 동정해 휘말리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추영은 알고 있다.

"뭐. 우선 조의와 봄의 제목의 선정, 나머지 최저한의 일만 해준다면 괜찮아."

"---그런데 이번의 교도관, 역시 노관사 같더군."

추영은 그리운 듯이 눈을 가늘게 했다.

"우리들의 때가 생각나는데, 강유. 서로 이런 저런 일을 당했었지."

"......부모의 원수를 갚는 듯 적으로 삼아 심하게 괴롭혔지."

"수려님들도, 이제부터 큰일이네. 게다가 그쪽의 일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고."

추영은 방긋이 피기 시작한 정원의 꽃들을 보며,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봄의 제목, 인가? 또 여러 가지 일이 있겠군."

"없는 쪽이 이상한 거지. 대책은?"

"누구에게 묻고 있는 거야? 강유."

".....요즘 기루에 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제대로 일은 하고 있어. 모른 척 해줘, 강유. 나도 건강한 성인 남자니까 말야."

"---기루보다 먼저 의사에게 가서, 그 썩은 머리를 갈아달라고 해."

추영은 웃고, 잡담을 하는 것처럼 선뜻 말을 꺼냈다.

"--예.의. 반.지.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강유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서한의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우리들 둘 모두!? 농담하지마----ㅅ"

"지, 지각해버렸네요."

수려, 영월, 뒤이어 멋대로 안내역이 된 류휘 세 사람은, 전속력으로 정원을 달리고 있었다.

"상당히, 늦었어."

라는 류휘의 말에, 류휘에의 힐문도 어딘가로 사라지고, 수려는 어리둥절해졌다. 늦어? 상당히 일찍 도착했을 텐데. --그러나 실제 집합시각이 서한에 적힌 것보다 상당히 이르다고 류휘에게 들은 순간, 수려와 영월은 얼굴색이 바뀌었다. 그리고 전력질주를 시작했지만, 어째서인지 뒤에서 마을의 건달과 큰 차이가 없는 하급병사들이 뒤쫓아 왔다.

"저 병사는 뭐야?!"

"그대들을 도착하지 못하게 하려고 누군가가 보낸 방해꾼이겠지."

류휘가 눈썹을 모았다.

"하급 병사에게까지 손을 쓰다니, 한가한 사람이 있군. 아아, 그쪽의 수풀을 뚫고 나가면 빨라."

"그건 그렇고 정말로 어째서 당신이 있는 거예요!!"

"수려씨. 상대는 임금님이예요."

국시최종시험은 왕을 포힘한 국정의 최상층부의 대면식 면접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영월도 류휘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괜찮다, 영월. 나는 이것으로 행복하다."

"---당신 잠깐 그 연못에라도 빠져줘요."

류휘의 헛소리를, 전방을 걷던 수려가 용서없이 딱 잘랐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역시 두 번째의 사랑의 짚인형을 보내는 쪽이 좋았을까?"

"보내줄 거라면 그냥 짚으로 해줘요. 낫또를 만들 짚으로 쓸 테니까요."

선두를 달리는 소녀의 팔을 잡아, 류휘는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전방에서 돌진해온 병사를 검집으로 때려 실신시키고, 영월을 잡아끌고, 세 사람 가까이의 커다란 숲으로 몸을 숨겼다. 급하게 지나가는 병사들이 지나간 후, 수려는 한숨을 쉬었다.

"......전도전난(前途全難)이네." 

"그래서 내가 온 거다."

류휘는 흐트러진 수려의 머리카락을 살짝 빗겨주었다.

"당분간 왕의 일의 태반은, 완벽하게 처리해줄, 어떤 사람에게 맡겼다."

"하?"

"나...나는, 오늘부터 그대 측근의 무관이 되었다."

"---하아아!?"

 

 

*****

 

 

수려와 영월은 어떻게든 정각에 맞출 수 있었다.

신경 쓰지 않고 정원을 달려온 두 사람의 모습은 상당히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미끄러져 들어온 두 사람에 예부의 하사가 깜짝 놀란 듯 해, 둘은 가능한 한 모습을 다듬었다. 특히 수려는 지금부터에 대비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방까지는 들어갈 수 없는 <위사>인 류휘는, 갑자기 부스럭부스럭 겹옷을 더듬었다.

"수려."

"왜요?"

"늦었지만, 급제, 축하해."

살짝 내밀어진 것은, 한 송이의 황금색의 작은 꽃이었다. 그러나 내민 손을 류휘는 당황해서 거두어들였다.

"꺽은 채 주머니에 두어서, 시들시들해....----지, 지금 것은 아니다!"

수려는 손을 내밀어, 반쯤 찌부러져 버린 꽃을 류휘의 손안에서 떠올렸다.

"---......이것으로 충분해요."

복수초라는 이름의 그것은, 축하하는 일에는 빠지지 않는 것. 언제나 바보스러운 일밖에 하지 않는 류휘지만, 이번에는 드물게 적당한 선물이었다. 꽃도, 때도.

"고마워요."

수려는 빙긋 웃었다.

 

 

수려와 영월이 하사에게 선도되어 대당(大堂)에 들어가자, 뚝 술렁거림이 멎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전보다 큰 한숨소리와 들리지 않는 소곤거리는 소리가 당내에 가득 찼다.

".......정말 왔어."

"분수도 모르고."

"정규의 수칙을 밟아서 급제한 것도 아니면서 뻔뻔스럽게."

차가운 시선과 증오가 전신에 꽂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려를 악의의 가시로 고슴도치처럼 만들어 버렸다.

"여인수험 따위. 한사람도 급제자가 없으면 면목이 없으니까, 온정으로 통과시켜 준거야."

"아무리 그래도 탐화 급제는 너무 하잖아. 우리들의 노력을 뭐라고 생각하고......."

"우리들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모처럼 급제한 기쁨도, 여자와 함께여선 반으로 줄지."

"여자는 집에서 애나 낳고 얌전히 있으면 되는 거야."

"내참. 여자가 뭘 할 수 있어. 게다가 이런 작은 계집애가---"

마음이 떨렸다. 아니, 마음만이 아니라, 전신이 조금씩 떨렸다. 

급제한 후 끊일 새 없이 두드려오는 험담에,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자신이 한심했다.

 

---얼굴을, 들어라.

 

그것은 주문. 아주 좋아하는 여성이 수려에게 들려준 것.

여자인 것에 져서는 안된다. 여성인 것에 긍지를 갖는 수려가, 무책임한 소문에 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설령 어떠한 깊은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살짝, 류휘가 준 복수초를, 겹옷 위에서 잡았다. 부적인 듯이.

머리를 숙인 자신을 질타하며, 수려는 앞을 향했다.

말을 걸려 했던 영월은, 그것을 보고 마음을 놓은 듯 웃었다.

겨우 13세에 장원급제를 한 영월도, 결코 호의적인 시선은 받고 있지 않았다. 솔직히 찬사를 보내기에는, 그는 너무 어렸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평소 대로였다. 

"제 예부상서, 및 노 예부관의 행차이십니다."

하사의 목소리에, 일제히 큰방이 조용해졌다.

예부장관인 제상서는, 풍채가 좋고, 온화해 보이는 미소를 띤 초로의 중신이었다. 그에 비해 노관사는, 제상서와 비슷한 나이이지만, 이쪽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안면의 근육을 움직여본 적이 없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국시 급제를 축하하네."

제상서가 빙긋 웃으며 진사 일동을 죽 훑어보았다.

"금년은 주상의 명에 의해, 그대들 상위 20명은 일시 조정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모두는 지금부터 나라의 기둥이 될 중요한 사람들이오. 한정된 기간이기는 하지만, 이 기회를 살려서,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하십시오. 일간 다시 이 조정의 중앙궁에서 대면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소."

그리고 뒤에 대기한 노관사를 돌아보았다.

"그건 그렇고, 그대들의 교도관을 맡는 것은, 이 노관사가 되었습니다. 몇 번이나 이런 일을 한 경험 있는 분이니까, 여러분을 잘 이끌어줄 겁니다. 미안하지만, 일이 있어서 나는 여기서 실례하겠소. 뒷일은 노관사에게."

노관사는 한마디 인사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입을 다물고 재색에 가까운 날카로운 눈으로 진사들을 둘러보는 부하에, 제상서는 난처한 듯이 짧은 수염을 바싹 당겼다.

".....노예관사, 그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만, 그들은 아직 관위도 배명하지 않았으니, 부디 부드럽게 대해주게. 머지않아 관사가 될 진사들이니. 제발 조심해서 대해주도록."

"알았습니다."

무뚝뚝하게 짧은 말로 응대한 노관사에, 다소 걱정스러운 듯한 시선을 향했지만, 제상서는 방을 나갔다.

그 후, 노관사는 진사 일동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평가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수려와 영월에게 시선이 머문 순간, 그 안광이 날카로워졌다.

"홍진사, 두진사, 상당히 관복이 더러워져 있는 것 같은데?"

"저....."

"말대답은 됐네. 몸가짐이 되어 있지 않아. 자각이 부족한 듯 하군."

"......죄송합니다."

"이곳을 닭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가? 좋네, 나중에 알맞은 일을 배당하지."

서한의 시각이 잘못되어 있었고 그뿐 아니라 병사들에게 쫓겨 정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라고 말해도 필시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변명을 포기했다.

노관사의 목소리는, 외견에 어울리게 담담하고 감정이 없었다. 

"금년도의 새로운 진사 상위 20명에 관해서는, 배속이 결정될 때까지 예부관인 나의 감독하에 두게 된다. 각각의 일을 배분하는 것도 나의 역할이고, 나 자신은 예부관으로 있지만, 참고가 될 거라고 생각하여, 사부에도 상세하게 자네들의 정보를 적어 보내도록 되어 있네."

넓은 방이 술렁거렸다. 사부에 정보를 보낸다--라는 것은, 그의 평가가 금후의 배속과 위치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진사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급제자 중에도 상위로 들어온 자네들은, 장래 이 나라의 중추를 짊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상 폐하의 치세에 첫 진사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존재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예외적 조치로 배속 전의 2개월을 성내에서 보내도록 하게 되었다. 관위는 없지만, 여러 가지 실무를 맡게될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들이 생각한 것을 한달 반 후에는 저마다 정리하여, 제출해 주시오. 제출할 곳은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재차 연명해도 좋소. 내용도 형식도 자유요."

몇 개인가 놀란 듯한 속삭임 소리가 넓은 방에 가득 찼다.

그것을 조용히 시키려는 듯이, 노관사의 발소리가 높게 울렸다.

"---또, 매일 아침 묘시 정각 7시에 이 방에서 조례를 시행하고, 일의 내용과 결과를 확인한다. 조금의 지각도 용서되지 않는다."

노관사는 주머니에서 서한을 꺼냈다.

"그러면 일과 배속처를 알리겠다. 자세한 일은 각자 배속처에서 듣도록."

그리고 그는 낭랑하게 서한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

 

 

"예부의 노관사---인가?"

금원의 한쪽에 조용히 선 고루의 정상에서, 소태사는 송태전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특별한 장소에서, 소태서는 지금은 없는 죽은 친구를 위한 잔을 하나 놓았다. 그것은 1년 동안, 달라지는 것 없이 계속되어 왔던 것.          

진사들이 모여있는 성을 내려다보며, 소태사는 킥킥 웃었다.

지금쯤, 젊은 진사들은 당장 무엇인가 인연을 맺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오랜만에, 나왔구만."

"상사에게는 좋은 얼굴을 하고, 뒤로는 신인 관사를 교육의 명목으로 못살게 굴지--이미 쉰도 넘은 주제에, 이름뿐인 고관으로, 신인을 괴롭히며 시름을 덜고 있다--고. 변함없는 소문이지. 뭐, 이런 때밖에 나지 않는 소문이지만."

송태전은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조이기인가?"

"필요하지 않은가?"

기쁘게 소태사가 대답했다. 이 표정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 보아 왔다, 고 내심 한숨을 내쉬며 송태전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명검 정도로, 단련하기 위해서는 두드려주어야 하니까 말이야. 그러나, 슬슬 물러나도 좋을 때가 아닌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주상이지. 봄의 제목에서."

바람에 실려, 자두나무 꽃잎이 날려와, 소태사의 잔으로 사뿐히 떨어졌다.

"후후.........2개월 후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을 것 같군."

"그건 그렇고 소. 여기에 나오는 유령 남자 말인데---"

"술내기에서 이기면 어떤 말도 들어주지. 하지만 아직 승패가 나지 않았어."

".......나기 전에 조리소의 술이 떨어질 걸! 조금 전에 갔더니 이 이상 한 병도 안된다고 상식관장이 울더군. 대체 너와 승패를 낸 예가 없다니까!"

"그럼, 후일 다시 붙자고."

잔의 가장자리를 핥으면서, 소태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송태전은 포기한 듯이 악우를 지그시 응시했다.

"이 밑 빠진 독! 나이를 먹어도 변함 없구만."

"자네야말로 그 나이까지 잘도 튼튼한 간장이잖나."

소태사는 기쁜 듯이 꽃잎이 떨어진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