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 약속

그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한 소년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돈은 그녀의 석 달치 용돈과 맞먹는 꽤 큰 액수였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였다. 소년의 집은 아주 가난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자,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급히 쓸 데가 있어서 그래. 닷새 안에는 꼭 갚을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던 그녀는 할 수 없이 돈을 빌려 주었다.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드디어 약속한 닷새째가 되었다. 그러나 소년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를 원망했다.

'믿었는데, 그렇게 망설이다가 돈을 빌려 주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

밤이 되었다.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창 밖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자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급히 뛰어 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소년이 말했다.

"내가 마술을 보여 줄게."

그는 꼭 쥐고 있던 주먹을 창턱에 올려 놓은 다음 재빨리 뒤집어 손을 폈다. 손바닥 위에 꼬깃꼬깃한 지폐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놀라서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지폐가 마치 종이꽃 같았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년이 찾아온 것만으로도 섭섭했던 마음은 이미 풀렸다.

"다리에서부터 뛰어왔어."

 
나중에 그 소년은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녀는 그가 쓴 글을 읽으며 자기가 빌려 준 돈의 쓰임새를 알게 되었다. 소년은 저혈당을 앓고 있는 어머니께 포도당을 사 드리고 급히 돈을 빌렸던 것이다. 그리고 약속한 날짜 안에 돈을 갚으려고 날품팔이를 했다. 닷새 동안 밤마다 기차역 근처 다리 아래서 채소 장수를 도와 채소를 운반했다. 닷새 째 되는 날, 소년은 마침내 갚을 돈을 다 모았다. 그러나 너무 피곤해 쓰러질 것 같아서 집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인다고 한 것이 그만 저녁 무렵까지 자 버린 것이었다. 잠에서 깬 소년은 화들짝 놀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소년이 왜 그렇게 급하게 밤길을 뛰어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이 그녀와 소년의 추억이었다. 그녀는 '신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어릴 적 돈을 갚기 위해 줄달음질쳤던 그 소년은 아주 큰 기업의 회장이 되었다. 그녀는 옛 추억을 떠올려 그의 자서전 집필을 도왔다. 그녀는 '그 때의 일이 성공을 향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 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