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의 아랴 양 <번외편> 3-3

첫 데이트 연장전
- 3권 기념 페어 각 서점 1~2권 동시 구입 특전 -

※ 3권의 내용을 보완하는 SS이므로, 본편을 읽은 후에 읽어 주십시오.


"자, 여기야."
"우와~ 세련되네~."
숙성육 전문점에서 식사를 마친 후에 아리사가 마사치카를 데리고 간 곳은, 흰색과 연녹색으로 된 귀여운 건물이었다.
"어서 오세요~."
여성 점원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동화에 나올 듯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정면에는 테이블석이 줄 지어 놓여 있었고 왼편에는 각양각색의 케이크가 놓인 기나긴 진열장이 있었다. 아리사의 말투로 볼 때, 포장이 아니라 가게에서 먹을 생각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마사치카는 테이블 석이 비어 있는지 둘러 봤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맛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으음…. 역시, 여자 손님이 대부분이네.)
평일 낮의 케이크 전문점에 간단 말을 들은 시점에서 예상은 했지만, 테이블 석에 앉은 이는 대부분 여대생 그룹 혹은 사모님 집단이었다. 빈 자리는 있지만… 저 사이에 끼일 걸 생각하니, 기분이 축 가라앉았다.

하지만 아리사는 그런 마사치카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한 건지, 서둘러 진열장 쪽으로 향했다. 마사치카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 보니….
(잠깐만… 쇼트 케이크 한 조각이 700엔?! 너무 비싼 거 아냐?!)
거기에 표시된 가격을 보고 눈을 치켜 떴다. 둘러 보니, 진열장에 놓인 보석 같은 케이크들은 하나 같이 500엔이 넘었다. 메뉴 판에 적힌 음료 가격 또한 전부 600엔 이상이었다.
(케이크 같은 건 살 일이 거의 없긴 한데… 이건 비싼 거 맞지? 가게에 따라선 이 절반 가격에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끼 식사 비용을 넘는 가격의 케이크를 본 마사치카는 마음 속으로 움츠러들었다.

"쿠제? 정했어?"
"뭐? 아, 응…."
아리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마사치카는 일단 초콜릿 케이크와 아이스 커피만 주문할까 했지만… 바로 그 때, 아리사의 믿기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으음, 쇼트 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 그리고 제철 프루트 타르트와 여기 있는 밀크 크레이프와 크림 치즈 케이크. 그리고 음료는 카페오레로 할게요."
한 개가, 아냐…?!
무심코 마사치카는 전율했다. 아니, 케이크의 숫자에 속으면 안 된다. 그것도 매우 무시무시하지만, 음료 선택도 무시무시했다. 여전히 음료로 달콤함을 중화시킬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듣기만 해도 달콤함에 몸이 떨릴 것만 같았다. 점원 분도 살짝 질린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쿠제는 뭐로 할래?"
"어, 으음… 그럼 이 초콜릿 케이크와 아이스 커피로…."
"어? 하나면 돼?"
"…응."
아리사가 의아하다는 듯이 그렇게 묻자, 마사치카는 마음 속으로 '아니, 보통은 한 개, 많아도 두 개 시키는데….' 하고 태클을 날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점원 분이 케이크와 음료가 놓인 쟁반을 건네 줬다…. 참고로 케이크 다섯 개와 음료 한 잔을 쟁반 하나에 다 올려 놓을 수 없었는지, 마사치카의 쟁반에 음료 두 잔이 놓였다.
(가게 측이 상정한 적재량을 초월했구나….)
하지만 아리사는 딱히 개의치 않으며 '음료 잘 부탁해' 하고 말하더니, 테이블 석으로 향했다.
가게 안의 여자 손님이 그녀를 쳐다보는 건 미모 때문일까, 아니면 케이크 숫자 때문일까. 아마 양 쪽 다일 거라고 마사치카는 생각했다.

"으음, 그럼… 건배~?"
"…건배."
자리에 앉고 나서 어정쩡하게 잔을 맞댄 후, 각자의 케이크에 포크를 찔러 넣었다.
"응, 맛있어."
가격에 걸맞다고나 할까, 마사치카가 주문한 초콜릿 케이크는 혀 위에서 녹으며 질리지 않는 단 맛을 지닌, 입에 계속 집어넣고 싶어지는 그런 맛있는 케이크다. …아니, 케이크였다. 눈 앞에서, 케이크를 쉴 새 없이 입에 집어 넣는 아리사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보고만 있어도 속이 더부룩해져….)
아리사는 다섯 개의 케이크를 번갈아 한 입씩 먹으면서, 기쁜 듯이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미소 자체는 가슴이 떨릴 정도로 귀여웠지만, 하는 짓이 너무 악랄했다. 보는 사람조차도 입 안에 단 맛이 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리사는 그런 마사치카의 시선을 다른 의미로 받아 들인 것 같았다. 눈을 껌뻑인 후에 자기 케이크를 힐끔 내려다 보더니, 장난스레 씨익 웃었다. 그 미소를 본 마사치카는 매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한 입, 먹을래?"
거 봐~, 이럴 줄 알았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랴 양은 오늘 공격적인 것 같았다.
아리사가 한 입 크기로 자른 케이크가 높인 포크를 내밀자, 마사치카의 볼이 희미하게 떨렸다. 주위에 있는 여대생들과 사모님들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이 상황에서 거부했다간 더 심한 짓을 당할 게 뻔하기에 체념하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포크에 닿지 않도록 케이크를 입에 넣은 후, 아무 말 없이 씹었다.
"…맛있네."
여러 의미에서 입 안이 달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다시 자기 케이크를 쳐다보려…했지만, 생각이 짧았다. 예측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그럼, 이것도 먹어 봐."
이어지는 아리사의 공격! 이 흐름이면 틀림 없이 5연속 공격이다!
그야말로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입을 벌린 마사치카에게, 아리사는 케이크를 차례 차례 먹여 줬다. 참 달다, 달다, 달다….
(그러고 보니… 나, 전에 아랴에게 매운 고추를 먹인 적이 있지.)
그렇자면 이것은 어찌 보면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치카는 묵묵히 케이크를 먹었다. 그런 그의 앞에서, 아리사는….
[즐거워♡]
진심으로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