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Dracula) :: 작품 해설, 작가 연보

「덴 디 토드텐 라이텐 슈넬(죽음은 발이 빠르다)」

 

「고트 인 히멜(하느님, 맙소사)!」

 

「인 마누스 투아스, 도미네(주여, 당신 손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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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공포와 매력의 양면성을 가진 존재,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흡혈귀 소설의 고전으로 현재까지도 수많은 변형을 거듭하며 소설과 영화, 만화로 재탄생되고 있다. 흡혈귀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드라큘라 백작이지만 흡혈귀는 브램 스토커가 새로 만들어 낸 존재는 아니다. 흡혈귀 전설은 고대부터 세계 각지 대부분의 문화권에 전해지던 것으로, 땅에 묻힌 시체가 되살아나 초자연적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는 고대로부터 중세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이렇게 구전으로만 떠돌던 전설이 처음 문학에 등장한 것은 18세기였으며, 스토커가 1897년 <드라큘라>를 출간하기에 앞서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뱀파이어(The Vampire)>와 존 셰리던 르 파누의 <카밀라(Carmilla)> 등의 흡혈귀 소설이 등장한다. 이러한 공포 소설 속의 흡혈귀와 온갖 전설 속 흡혈귀의 모습을 집대성해 오늘날 흡혈귀의 원형이 되는 존재인 드라큘라 백작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작가 브램 스토커다.

 

브램 스토커는 어린 시절 매우 병약한 아이여서 일곱 살까지는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 했고, 당시 스토커의 어머니는 누워 있는 아들이 심심할까 봐 아일랜드의 온갖 전설과 귀신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이것이 훗날 스토커가 <드라큘라>를 쓰는 자양분이 되었다. 스토커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그 후 헨리 어빙의 극장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다. 그러던 중 헝가리인 작가이자 여행가인 아르미니우스 뱀버리를 만나 카르파티아 산맥의 무시무시한 전설 이야기를 듣고 드라큘라에 대한 착상을 얻었다. 그리고 그 후 7년 간 1885년 에밀리 제라드가 쓴 에세이 <트란실바니아의 미신들(Transylvania Superstitions)>을 포함해 유럽의 온갖 전설과 흡혈귀 이야기를 조사했다. 기존의 공포 소설과 달리 스토커는 서간체 소설 형식을 이용해 등장인물의 일기와 메모로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했다. 여기에 신문 기사와 편지, 전보를 첨부하여 객관성과 사실성을 부여하려 했다.

애초에 이 책의 제목은 '불사귀(Undead)'였으나, 자료를 조사하던 중 왈라키아의 군주 블라드 드라큘 이야기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아 '드라큘라'라는 제목을 짓는다. 드라큘라의 모델이 블라드 드라큘이라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전해지고 있으나, 브램 스토커의 가계도를 조사한 아일랜드의 역사학자 피오나 피츠사이먼스는 아일랜드의 통치자이자 브램 스토커의 직계 조상인 마누스 오도넬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소설 <드라큘라>는 고딕 소설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고딕 소설이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성행했던 소설의 한 장르로, 중세 고딕풍의 폐허가 된 고성을 배경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해 기괴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포 소설을 일컫는 말이다. 18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이러한 고딕 소설이 성행하게 된 데에는 시대적인 배경이 있다. 당시 영국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 혁명이 절정에 달해, 런던 도처에는 공장 굴뚝이 즐비하고 소설 속 반 헬싱 박사가 말하듯 '매연'이 심각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산업 혁명을 일으킨 영국은 유례 없이 번영하며 산업 구조와 경제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고,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전통적인 종교 사상을 뒤흔들고, 상인 계층이 대두해 기존의 사회 질서가 바뀌는 격동기에 있었다. 그 때는 '이성의 시대'라 불릴 만큼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이성을 신봉하던 시대였다. 그 이면에 놓인 비합리적인 욕망과 사악한 충동을 표현하기 위해 초자연적이고 비합리적인 소재를 이용한 것이 바로 고딕 소설이다.

 

< 드라큘라> 역시 초반은 트란실바니아에 위치한 음산한 고성을 배경으로 고딕 소설 특유의 공포심을 한껏 자아내지만 배경은 곧 현대 런던으로 바뀌며 미신이 우글거리는 트란실바니아와 과학적인 합리성이 중요시되는 런던이 대비된다. 이 소설의 커다란 골자를 이루는 틀은 드라큘라 백작으로 대변되는 과거, 미신, 이교도, 초자연적인 존재를 현대이자 과학, 기독교, 이성으로 대변되는 아브라함 반 헬싱 박사 무리가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결국 과학이 급진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외세의 역침략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자 서구의 기독교관과 과학이 우월하다는 당대인의 믿음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하나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점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관과 성(性)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여성상은 소설 속에서 묘사되듯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처녀' 루시와 '순종적인 아내이자 자애로운 어머니' 미나이며 여성의 성적 욕망은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드라큘라 백작의 '흡혈귀의 세례'를 받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루시가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모습을 드러내자 주위 남자들이 극심한 혐오감에 떠는 모습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흡혈귀에 담긴 성적인 뉘앙스는 이 뿐만이 아니다. 처음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 성에 머물 당시, 세 여자 흡혈귀 역시 관능적인 미모로 조너선을 유혹하고 피를 빠는 행위를 '키스한다'고 표현하는데 조너선은 저도 모르게 이들의 '키스'를 바란다. 흡혈귀를 혐오하고 흡혈귀를 지상에서 없애겠다는 숭고한 목적 의식이 투철한 아브라함 반 헬싱 박사마저 세 여자 흡혈귀를 없애려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매혹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드라큘라 백작, 흡혈귀가 의미하는 또 하나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의 억압되고 금지된 성적 욕망과 충동인 것이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오늘날까지 수없이 변주되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단순한 공포 소설이 아닌 19세기 말 영국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일 뿐 아니라, 드라큘라 백작이 우리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보편적인 공포와 욕망이 투영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드라큘라 백작은 비록 반 헬싱 박사의 일행에 의해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매력적인 캐릭터만큼은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아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불멸의 존재로 남을 것이다.

 

－역자 원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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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연보

브램 스토커 (Bram Stoker) (1847~1912)

 

 

1847년

11월 8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공무원인 아버지 에이브러햄 스토커와 복지사이자 작가인 어머니 샬럿 마틸다 블레이크 손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병약한 아이라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걷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생활했다.

 

1864년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했다. 수학 전공. 학업 성적이 우수했으며 운동에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칼리지 역사 협회 감사이자 철학 협회 회장으로 활약하며 첫 논문으로 <소설과 사회의 선정주의>를 썼다.

 

1867년

수학 우등 학사 학위를 받고 대학을 졸업하는 동시에 더블린 시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학창 시절 친구를 통해 연극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고딕 소설 작가 조셉 셰리든 르 파뉴가 공동 소유했던 <더블린 이브닝 메일>에 짬짬이 연극 비평 기사를 기고하며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동했다.

 

1874년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아 더블린 스케칭 클럽(Dublin Sketching Club)을 창설했다.

 

1876년

당대의 유명 연극배우 헨리 어빙이 출연한 <햄릿>을 관람한 뒤 비평문을 기고한 것을 계기로 헨리 어빙을 만나 평생 이어지게 될 친분을 쌓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미모의 신인 여배우 플로렌스 달컴과 사랑에 빠졌다.

 

1878년

헨리 어빙이 극단을 설립하면서 라이시엄 극장 책임자이자 개인 비서로 임명하자, 가족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런던으로 이주했다.

어빙이 사망하는 1905년까지 라이시엄 극장 책임자로 근무했다.

런던의 사교계에 입성해 같은 아일랜드 출신인 오스카 와일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뿐 아니라 코난 도일과 같은 런던 문인들과 교류했다. 같은 해 12월에 플로렌스 달컴과 결혼했다.

 

1879년

외동아들 어빙 노엘 손리 스토커가 태어났다.

 

1890년

첫 장편 소설 <뱀 길(The Snake's Pass)>을 출간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897년

<드라큘라(Dracula)>를 출간하지만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며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1899년

<드라큘라(Dracula)> 미국판 초판본이 뉴욕에서 출간되었다.

 

1902년

<바다의 미스터리(The Mystery of the Sea)>를 출간했다.

 

1904년

<일곱 별의 보석(The Jewel of Seven Stars)>을 출간했다.

 

1905년

1910년까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문학부 기자로 근무하며 연극 비평문을 기고했다.

 

1906년

<헨리 어빙 회고록(Personal Reminiscence of Henry Irving)>이라는 전기를 출간했다.

 

1909년

<수의를 입은 여인(The Lady of the Shroud)>을 출간했다.

 

1911년

<흰 벌레의 소굴(The Lair of the White Worm)>을 출간했다.

 

1912년

4월 20일, 향년 6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조카인 대니얼 파슨이 1976년에 출간한 전기에 따르면 사망 증명서에 적힌 사망 원인은 '운동실조증'으로, 이는 당시 매독의 완곡한 표현이라 사인에 대한 의견이 아직까지 분분하다. 사망 이전에 여러 번의 뇌졸중을 겪었다. 스토커의 유해는 런던 골더스 그린 화장장에 안치되었다.

 

1922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이 <드라큘라>를 각색한 영화 <노스페라투>를 제작했다.

스토커의 부인 플로렌스가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걸면서 <드라큘라>는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되고, 그 후로 수없이 영화화되면서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