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완만한 대왕들

드랙스와 드랜은 글랜의 거대한 접견실 옥좌에 앉아서 생명에 관해 논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수한 지능과 체력 덕택에─그리고 글랜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들이라는 사실로 인해─왕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 행성과 그들의 유일한 신하인 궁전 로봇 진드롬에 대해 분할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드랙스는 은하계의 다른 행성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관해 지난 4세기 동안(이들은 매우 완만한 종족이었다)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상대방에게(상대방은 아까부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는 듯 했다) 말했다.

「드랜, 좀 생각해 보았는데, 은하계의 다른 행성에는 생명이 존재할지도 몰라.」

드랜은 이 말에 어떻게 대답할까 잠시 궁리하고 있었다. 그 동안 행성은 태양 주위를 몇 번 돌았다.

「사실이야.」 마침내 그는 동의했다. 「그럴 가능성은 있어.」

몇 달 후 드랙스가 재빨리 대꾸했다.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야 하네.」

「왜?」

드랜은 상대방에 질세라 재빨리 되물었다. 이 신속한 반응을 본 드랙스는 드랜 역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랙스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넘겨야 할지 신중하게 고려했고, 두껍게 방호된 파충류의 두개골 안에서 단어 하나 하나를 일일이 음미해 본 다음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 왕국은 인구가 감소되어 가고 있네. 따라서, 다시 한 번 많은 백성을 거느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은가.」

드랜은 드랙스를 곁눈질해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한 쪽 눈을 감았고, 다른 쪽 눈을 반쯤 감고는 공동 통치자를 관찰했다. 그가 보는 한 상대방의 모습은 예전에 보았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 또한 사실이네.」 그는 시인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나?」

이번엔 드랙스가 고개를 돌렸고, 상대의 눈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은하계의 다른 행성에 생명이 존재하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

「흐으음.」

어느 새 사계절이 두 번 지나갔다. 이윽고 드랜은 '조금 생각하게 해 줘' 라고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실례가 되지 않을 만큼 기다린 다음 드랙스는 헛기침을 했다.

「충분히 생각해 보았나?」

「아니.」

드랙스는 기다리는 동안, 거의 의식할 수 없을 만큼 파르스름한 빛 줄기가 접견실을 가로지르고, 다시 가로지르고, 또 다시 가로지르는 광경에 눈의 초점을 맞춰 보려고 노력했다.

「진드롬!」 마침내 그는 신하를 불렀다.

 

로봇은 주군을 위해 동작을 늦췄고, 거의 석상만큼이나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먼지떨이가 그의 오른손에서 삐죽 나와 있었다.

「글랜의 국왕 폐하,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렇다, 진드롬. 충실한 신하여. 좋았던 시절에 우리가 건조하고, 결국 쓰지 않았던 오래 된 우주선들이 있었지. 그 중에 아직 쓸 만한 것이 남아 있느냐?」

「점검해 보겠습니다, 대왕님.」

그는 조금 위치를 바꾼 것처럼 보였다.

「도합 382척이 있습니다.」 그는 보고했다.

「그 중 4척이 가동 가능한 상태입니다, 대왕님. 작동 회로를 모두 점검해 본 결과입니다.」

 

「드랙스,」 드랜이 경고했다.

「자네는 또다시 부당한 월권 행위를 저지르고 있네. 그 명령을 내리기 전에 일단 나와 상의해 보았어야 했어.」

「사과하겠네.」 상대방은 말했다.

「단지 나는 이 일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싶었을 뿐이네.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자네가 결정할 경우에 대비해서 말이야.」

「자네는 내 결정을 정확히 예기했네.」 드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네의 그 열성적인 태도 뒤에는 뭔가 숨은 목적이 있는 것 같군.」

「왕국의 안녕 이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네.」 상대방은 미소 지었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 자네가 '왕국의 안녕'이라고 말했을 때, 그 후에 발생한 내부 투쟁에 의해 우리는 다른 로봇 한 대를 잃지 않았나?」

「나는 그 일로 인해 교훈을 얻었고 더 현명해졌다네. 장래에는 더 사려 깊게 행동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군. 자, 이 탐험 얘기인데─ 은하계의 어느 부분을 먼저 조사할 생각인가?」

긴장에 찬 침묵이 계속됐다.

「나는 자네가 탐험을 지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네.」 드랙스가 중얼거렸다.

「왕으로서는 자네가 더 성숙하니까, 특정 종족이 우리의 영명한 통치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면 자네 쪽이 더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그렇지, 하지만 자네는 나보다 젊기 때문에 좀 더 활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 탐험 여행은 자네가 참가하면 좀 더 신속하게 시행될 거야.」

그는 '신속'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우리들 모두 두 척의 우주선에 분승해서 타고 가면 어떨까.」 드랙스가 제안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신속하게─」

그들 사이의 뜨거운 토론은 헛기침에 해당하는 금속적인 소리에 의해 중단되었다.

「양대(兩大) 폐하.」 진드롬이 재촉했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는 아시다시피 극히 짧기 때문에, 유감이지만 현재 가동 가능한 우주선은 단 한 척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고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결정됐어, 드랜. '자네'가 가야 해. 출력이 떨어진 우주선을 조종하려면 좀 더 차분한 '인재'가 필요할 테니까 말이야.」

「그럼으로써 뒤에 남은 자네가 내부 투쟁을 유발하고, 부당하게 권력을 찬탈하는 것을 두고 보란 말인가? 안 돼, 자네가 가야 해!」

「아니면 우리 모두 '함께' 갈 수도 있겠지.」 드랙스는 한숨을 쉬었다.

「훌륭한 선택이군! 왕국을 지도자 없이 내버려 두다니! 그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정치적 곤란함을 야기한 것과 같은 종류의 우매한 발상이 아닌가.」

「양대 폐하.」 진드롬이 말했다.

「누군가가 가지 않는다면 우주선은 곧 쓸모 없게 됩니다만.」

두 왕은 신하를 찬찬히 바라보며, 이 간결한 표현이 신속하게 야기한 논리적인 결론에 찬동했다.

「좋아.」 그들은 함께 미소 지었다. 「네가 가도록.」

진드롬은 극히 종순한 태도로 절하고는 글랜의 거대한 접견실에서 나갔다.

 

「진드롬에게 그 자신의 복제들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리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드랜이 제안하듯이 말했다.

「신하들이 더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일들을 성취할 수 있을 테니까.」

「자네는 우리가 최근에 맺은 협정을 잊었나?」 드랙스가 물었다.

「지난 번에는 로봇의 수가 너무 늘어나면서 파벌 싸움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었어─그리고 그 파벌 일부가 야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는 몇 년에 걸쳐 말꼬리를 흐림으로써 자신의 말을 강조했다.

「자네가 지금 한 언급에 나에 대한 숨겨진 비난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확실히 모르겠네만,」

상대방은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경솔함에 관해서 자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면 좋겠군─그리고 '단일 로봇 보호 조약'을 추진한 사람이 자네라는 것도 잊으면 안 돼.」

「다수의 유기체 신하가 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나?」 드랙스가 반문했다.

「물론이지.」 드랜이 말했다.

「유기체의 존재 원리에는 모종의 비합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명령을 받아도 기계보다는 덜 종순한 반응을 보이는 법이네. 적어도 우리 로봇들은 서로를 파괴하라는 우리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랐어. 그렇지만 무책임한 유기체 신하들은 이 쪽에서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짓을 하든지─이것은 조잡한 반응이라고 해야겠지─아니면 그런 명령을 해도 거부하거나─이것은 반항 그 자체야─ 둘 중 하나라네.」

「맞아.」

드랙스는 미소 지으며, 바로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몇 천 년 동안이나 쓰지도 않고 아껴 둔 보석과도 같은 말을 꺼냈다.

「유기적 생명에 관해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명이 불확실하다는 사실 그 자체겠지.」

「흐으음.」 드랜은 눈을 실처럼 가늘게 떴다.

「그 말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하지. 자네 생각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여기엔 궤변이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보증하지. 이건 긴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네.」

「흐으음.」

 

드랜의 명상은 진드롬의 도착에 의해 중단되었다. 진드롬은 금속제 양팔 밑에 갈색의 흐릿한 것을 하나씩 끼고 있었다.

「벌써 돌아왔나, 진드롬? 거기 가지고 온 것이 뭐지? 우리도 볼 수 있도록 가만히 있도록 하게.」

「현재 이들에게는 진정제를 투여해 놓았습니다, 양대 폐하. 두 분의 망막에 불쾌한 진동 패턴을 생성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호흡이 야기한 움직임입니다. 지금보다 더 깊게 마취시킨다면 유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랜은 주장했다.

「우리는 새로운 신하들을 주의 깊게 감정해 볼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을 볼 수 있어야 해. 움직임을 좀 더 늦추도록.」

「자네는 나의 동의도 없이 그런 명령을─」 하고 드랙스가 운을 뗐지만, 갑자기 출현한 두 마리의 털복숭이 두 발 동물에게 정신이 팔려 입을 다물었다.

「온혈인가?」 그는 물었다.

「예, 폐하.」

「그렇다면, 극히 짧은 수명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군.」

「맞아.」 드랜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런 종족은 매우 빨리 번식하는 경향이 있지.」

「그 관찰은 사실인 경우가 많아.」 드랙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진드롬, 이들 두 마리는 번식에 필요한 성(性)에 각각 속해 있는가?」

「예, 폐하. 이들 유인원 사이에는 두 종류의 성이 있고, 저는 그것들을 한 마리씩 가져왔습니다.」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네. 어기서 이것들을 찾아 왔나?」

「수십 억 광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이들 두 마리를 밖에다 풀어 놓고 그 곳으로 돌아가서 좀 더 많이 가지고 오도록.」

두 생물의 모습이 사라졌다. 진드롬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여행을 또 할 만한 연료가 남아 있나?」

「예, 폐하. 최근 들어 더 생겨났습니다.」

「좋아.」

로봇은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어떤 종류의 정부를 세우면 좋을까?」 드랙스가 물었다.

「여러 정부 형태에 관한 논의를 다시 검토해 보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군.」

 

이들이 토론하고 있던 중에 진드롬이 돌아왔고, 그 곳에 선 채 왕들이 그 사실을 깨닫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진드롬? 뭔가를 잊고 갔나?」

「아닙니다, 폐하. 제가 표본을 입수했던 세계로 되돌아가 보니, 그 종족은 핵 분열 과정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진화했고, 원폭 전쟁을 일으킨 끝에 전멸해 있었습니다.」

「참으로 경솔한 짓을 했군─그러나, 이것은 온혈 종족의 불안정함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행위라고 해야겠지.」

진드롬은 조금씩 자세를 바꿨다.

「뭔가 달리 보고할 것이 있나?」

「예, 양대 폐하. 제가 풀어 놓았던 두 마리의 표본이 증식해서 이제는 글랜 행성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마땅히 그 사실을 우리에게 보고했어야 했어!」

「예, 양대 폐하. 하지만 그 때 저는 이 곳에 없었고─」

「그 자들이 직접 우리에게 와서 보고했어야 했네!」

「양대 폐하, 유감이지만 그 자들은 두 분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지?」 드랜이 물었다.

「대왕님들과 저는 현재 몇 천 층에 걸친 충적암 밑에 묻혀 있습니다. 지질학적인 변화가─」

「너는 이 궁전을 유지하고 부지를 청결하게 유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어.」

드랜이 노려보며 말했다. 「또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나?」

「아닙니다, 폐하! 모두 제가 이 곳을 비우고 있던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당장 가서 그 문제에 대처하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우선.」 드랙스가 명했다.

「우리의 신하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는지부터 말해 보게. 우리에게서 숨기는 편이 좋다고 그 자들이 판단한 일이 무엇인지를 말이야.」

「최근 들어서는,」 로봇이 말했다.

「금속을 주조하고, 단련하는 법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착륙했을 때 물건을 절단하기 위한 여러 독창적인 도구들을 개발해 놓고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서로를 절단하는 데 그 도구들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드랜이 외쳤다.

「왕국 내부에 분란이 존재한다는 얘긴가?」

「아, 예. 폐하.」

「내 허가도 없이 나의 신하들끼리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우리' 신하들끼리.」 드랙스는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신하들끼리.」 드랜이 정정했다.

「우리는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해.」

「찬성하겠네.」

「찬성하겠네.」

「유혈 사태로 이어지는 제반 활동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려야겠군.」

「우리의 공동 선언 얘기를 하고 있는 거겠지.」 드랙스가 말했다.

「물론이네. 나는 자네를 가볍게 본 것이 아니네. 단지 이 초유의 국가적인 비상 사태에 동요했을 뿐이야. 그럼 공식 선언문을 기초하기로 하지. 진드롬더러 필기 도구를 가져오라고 해야겠군.」

「진드롬, 가서 필─」

「여기 있습니다, 양대 폐하.」

「자, 여기 있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두 분 폐하께서 그 일을 하시는 사이에 저는 궁전을 청소하는 편이 좋을 듯─」

「안 돼! 거기 서서 기다리고 있어! 매우 간결하고 요령 있는 선언문이 될 거야.」

「흐음. '짐들은 여기서 선언하노니….'」

「우리 칭호를 넣는 것을 잊지 말게.」

「맞아. '아래에 기명한 글랜의 제왕인 짐들은 여기서 선언하노니….'」

감마선의 미약한 파동이 두 명의 지배자들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충실한 진드롬은 이 파동의 성질을 규명했고, 두 주군의 주인을 환기시키려는 무익한 노력을 계속했다. 마침내 그는 그의 종족 특유의 끈기 있는 제스처와 함께 이 노력을 포기했다. 그는 기다렸다.

 

「끝났어!」

그들은 미사여구로 문서를 장식하고는 합의에 도달했다.

「자, 아까부터 네가 하려고 했던 말을 해도 좋아, 진드롬. 하지만 간단하게 보고하도록. 너는 이것을 곧 전달하러 가야 하니까 말이야.」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양대 폐하. 두 분께서 그것을 쓰고 계시는 동안, 이 종족 또한 문명 상태까지 도달해서, 핵 에너지를 개발한 다음 전멸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야만적인!」

「온혈 동물이 무책임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 청소하러 가도 되겠습니까, 양대 폐하?」

「곧 가도 좋아, 진드롬, 곧. 하지만 일단 나는 이 선언문을 문서고에 보관함으로써, 장래에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하자고 정식으로 제안하겠네.」

드랜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하겠네. '우리'가 명령하도록 하지.」

로봇은 너덜너덜해진 선언문을 받아 들고 그들 눈 앞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말이네.」 드랙스가 생각에 잠긴 투로 말했다.

「현재 지상에는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깔려 있지 않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것을 써서 다른 탐험을 위한 우주선 연료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번에는 좀 더 긴 수명과 좀 더 침착한 성질의─우리와 가까운─생물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진드롬에게 지시할 수 있네.」

「그런 경우에도 그 나름대로 위험이 따르겠지. 하지만 우리는 우선 '단일 로봇 보호 조약'을 폐기하고 진드롬에게 자기 자신의 복제를 몇 개 만들라고 명령할 수도 있네. 엄밀한 감독 하에서 말이네.」

「그럴 경우에도 그 나름대로 위험이 따르겠지.」

「어쨌든 간에, 일단 자네의 제안을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나도 자네 제안을 고려해 보아야겠군.」

「오늘 참 바쁘게 보냈군.」 드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숨 자고 생각해 보기로 할까.」

「좋은 생각이군.」

글랜의 거대한 접견실 안에서 도마뱀 류의 동물이 커다랗게 코를 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