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의 모든 것 :: III. 인물, 감정, 시점 - 낸시 크레스

[인물은 플롯, 배경, 문체를 좌우한다]

 

강력한 인물을 창조하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말고도 여러 효과가 있다. 인물은 소설의 여러 다른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간과 노력, 상상력을 들여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들어 내면 저절로 소설의 플롯과 배경, 문체를 통제할 수 있다.

 

 

인물은 플롯을 결정한다

 

동일한 상황이라도 인물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내가 작정하고 집을 나가 버리면서 홀로 남겨진 남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쓴다고 해 보자.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라면 이 일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릴 것이고, 결국에는 자신과 아내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모험심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남자라면 아내가 스스로 사라진 게 아니라면서 아내를 구하러 나설 것이다. 적개심과 분노에 불타는 남자라면 복수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아내를 찾아 나설 것이다. 이처럼 인물에 따라 플롯은 달라진다.

 

 

인물은 배경을 결정한다

 

그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 인물에 적합한 배경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열두 살 동갑내기 여자아이라도 루이지애나 늪지대에서 자란 아이와 뉴욕 펜트하우스에서 자란 아이는 판이한 인식과 가치관을 지닐 것이다. 둘째, 인물이 자신의 천성에 맞는 배경을 찾아 나서게 한다. 예를 들어 잠시도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두려움을 모르는 모험가라면 보험사의 좁은 사무실에 갇혀 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유형의 인물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은가? 인물 선택에 따라 배경은 달라진다.

 

 

인물은 문제에도 영향을 끼친다

 

1인칭 시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3인칭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묘사에 쓰인 단어에 작가의 취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존은 가장무도회가 싫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주 통도 없고 말도 편하게 할 수 없고 분위기를 띄우는 떠들썩함조차 없다니." 이 구절은 이렇게 쓸 수도 있다. "존은 가장무도회가 싫었다. 아프리카의 한 마을 사람들은 1년 동안 입힐 만큼 비싼 옷을 차려입고 서로를 향해 마음에도 없는 헤픈 웃음을 흘려대는 이런 위선적인 대화보다 실용적인 대화가 훨씬 좋았다." 여기서 보듯, 인물의 성격에 따라 문체는 달라진다.

 

 

[글쓰기와 다중인격]

 

작가는 작가로서, 또는 소설 속의 인물로서 겪는 무수한 일에 얽매이지 말고 오직 종이 위에 적힌 글만으로 자신의 작품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가 그렇듯 말이다. 독자는 쓰여 있지 않은 내용은 알지 못한다. 작가는 독자가 되어 냉정하게 자신의 글이 어떻게 읽힐지 의식해야 한다. 모든 성공한 작가는 동시에 작가, 인물, 독자 이 세 사람이 될 줄 안다.

 

사실 세 사람이 되는 일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인물에서 저 인물로 옮겨 다니는 식이다. 먼저 소설 속 인물이 되어 글을 반쪽 쓴다. 잠깐 멈추고 작가가 되어 그 장면에 뭐가 더 필요한지 생각한다. 그 다음 대화를 몇 줄 더 쓴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 대화를 가차 없이 지운다. 작가로서 대화를 고쳐 쓰고 다시 인물로 돌아가는 식으로 계속 작업한다. 작가, 인물, 독자 이 세 사람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건 태도를 바꾸라는 뜻이지 슈퍼맨처럼 정체성을 다양하게 가지라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 세 사람 사이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작가는 의식하지 않아도 이렇게 할 수 있다. 글을 쓸 때 의식적으로 세 인물이 되는 법을 연습한다면 소설은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을 것이다.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을 설정하기 위한 기법을 고르고, 그 인물이 되어 보고, 그런 뒤에 이 모든 결정이 글 속에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이러한 전 과정을 통해 작가는 독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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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구성]

 

인물을 창조할 때 작가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네 가지다. 바로 작가 자신, 작가가 직접 아는 실존 인물, 건너 들어 아는 실존 인물, 그리고 순전히 상상으로 만든 인물이다. 앞의 세 가지 자원으로 인물을 창조할 때는 그 인물들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실제 모습을 변형할 때 훨씬 효과적이다. 주요 인물 중 특히 주인공은 정말로 쓰고 싶고 흥미로운 인물이어야 한다. 또한 작가는 주요 인물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주요 인물들의 짧은 일대기를 다 채울 수 없다면 아직 인물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다.

 

<주요 인물의 짧은 일대기>

 

－이름 :

－나이 :

－출생지 :

－결혼 여부 :

－자녀와 그들의 나이 :

－외모(도움이 될 만한 것은 뭐든지 적을 것)

－주거 상태 :

－직업(가능하면 고용주의 이름을 포함할 것)

－직업에서 숙련의 정도(초보자, 숙련자, 경험은 있지만 실수투성이 등)

－직업에 대한 인물의 감정 :

－가족 사항(민족, 형제자매, 부모, 사회적 위치, 가입 단체, 열두 살 전에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거부함 등 중요한 것은 뭐든 다 기록할 것)

[복합적인 인물이 흥미롭다]

 

흥미로운 인물은 대부분 엇갈리는 두 가지 가치 또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의 선택은 그의 성격과 신념을 드러낸다. 또한 인물이 선택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도 그 선택만큼이나 중요하다. 인물이 하는 이런저런 선택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때로는 뒤에 하게 될 더 큰 선택을 예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물의 행동이나 생각, 신체적 반응,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선택을 극화해 보여주자. 인물의 뒷이야기 또한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설명은 독자가 극화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떄, 극화로 보여 줄 수 없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때 효과적이다.

 

인물이 다른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엇갈리는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경우에는 다양한 장면에서 각각의 감정을 극화된 형태로 보여줄 수 있다. 또는 한 장면에서 엇갈리는 감정을 동시에 보여줘도 된다. 이 때 두 번째 방법이 더 어렵다. 인물이 엇갈리는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미리 극화된 형태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두 감정 모두 제멋대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인물의 내적 모순이 독자의 신뢰를 잃을 정도로 설정되어 거부감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주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짧은 일대기를 정리하면, 인물의 가치관과 신념에 관한 생각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정의 짧은 일대기>

－이름 :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 :

－가장 두려워하는 것 세 가지 :

－삶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태도 :

－타인을 '괜찮은 사람' 또는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 :

－유독 고통을 주는 것 :

－평생 살면서 한 일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

－정확하든 아니든 자신을 묘사하기 위해 세 단어를 고른다면 :

－스스로를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하는가 :

－인물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체 :

－소속된 단체, 없다면 그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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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겉모습은 성격 묘사를 위한 강력한 도구다.

우리 모두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당할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로

타인에게 자주 평가를 당하는 게 현실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만난 지 10초 안에 결정되고 이 인상은 놀라울 정도로 오래 지속된다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소설 속 인물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건 10초보다는 오래 걸리지만(느린 독자와 느린 작가가 있으니), 첫인상은 역시나 중요하다. 따라서 인물이 소설에 처음 등장할 때 제시되는 정보를 작가는 신중히 통제해야 한다. 여기서 정보란 인물의 외모, 버릇, 처음 하는 행동, 환경, 암시된 뒷이야기를 말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이름이다.

 

 

[이름에 담긴 암시와 함정]

 

줄리엣은 로미오를 "로미오라 부르지 않았다 해도" 사랑했을 거라고 확신하는데, 어쩌면 그녀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려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줄리엣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사람이 로미오가 아니라 스컹크워트 몬터규라고 해도 그 날 밤 자신의 방 발코니에서 그의 이름을 그렇게 외쳐댔을까?

이름은 사람에 대한 우리의 첫인상에 영향을 미치는데, 소설 속 인물도 예외가 아니다. 인물의 이름으로 독자들의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순히 이름 하나만으로 독자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짐작하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때로는 인물의 가족 사항, 나이, 대인 관계, 개인의 성격까지 짚어내곤 한다. 이처럼 독자들은 인물의 이름을 듣고 자동적으로 정보를 떠올리므로, 작가는 이를 통제하는 일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민족적 배경은 독자들이 인물의 이름에서 가장 정확하게 추정해 내는 정보다. 캐럴 실즈의 <스톤 다이어리>는 "우리 어머니의 이름은 머시 스톤 굿윌이었다" 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이름은 즉각적으로 그녀가 앵글로색슨 백인이며 독실한 기독교도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데, 실제로도 그녀는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녀의 이름은 다음에 올 내용을 준비시키고, 이후의 내용이 이름과 일치된다는 사실을 통해 작가에 대한 독자의 믿음을 두텁게 만든다. '이런 작가라면 믿을 수 있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잖아.'

마찬가지로 카림 셰러는 아랍인이거나 아랍 계통이고, 안젤리나 마그달라니는 이탈리아계이고, 레우벤 골드스타인은 유대계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영토를 알리는 깃발이 명확하니까. 하지만 카림 골드스타인이나 이선 워싱턴 마그달라니 3세 같은 이름을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럴 때 작가는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날 거라고 독자가 기대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이름들을 들은 즉시 독자의 마음 속에는 질문이 시작된다. 카림 골드스타인은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인가? 마그달라니 일가는 캐벗 일가나 로지 일가보다 더 와스프(WASP; 앵글로색슨계 미국 신교도로 흔히 미국 주류 지배 계급을 뜻함)에 가깝나? 대답은 '그렇다' 또는 '아니다'겠지만 어쨌든 독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다. 그럼 이제는 이 독자를 만족시키고 싶어진다.

 

인물의 이름을 정할 때에도 소설 쓰기의 기본 규칙이 적용된다. 즉 독자의 기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작가가 더 많은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민족적 배경이 드러나는 이름을 독자의 기대를 뒤엎기 위해 역이용하더라도, 어떤 지역에서는 특정한 민족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소설의 개연성을 높일 수 있다. 뉴욕 경찰서는 여전히 아일랜드계, 이탈리아계, 스페인계 백인과 흑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맨해튼 파출소 전체를 러시아계 이름의 경찰관들이 판을 치는 곳으로 그린다면 독자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작가가 그 동네를 잘 모르고 썼다고 생각한다.

이름은 민족적 배경 뿐 아니라 가족 사항에 대해서도 복선이 된다. 예를 들어 아들의 이름은 존 애덤스 캐링턴 4세라고 지었다면 그 가족은 이렇게 선언하는 셈이다. "우리는 우리 가문이 자랑스럽습니다." 어린 존이 다니는 학교에 선샤인과 스위트메도스미스라는 이름의 쌍둥이가 있다면 어떨까? 독자는 이 쌍둥이 가족에게 히피나 뉴에이지의 가치관이 있을 거라고 기대할 것이다. 쌍둥이가 남자 아이들일 경우에 더욱 그렇다.

 

성별 구분이 확실한 이름 역시 가족 사항의 단서를 제공한다. 미국의 상류층 가문에는 딸들에게 붙여주기 위해 대대로 내려오는 이름이 있다. 그래서 1975년 전에 태어난 여상의 이름이 매켄지 웰스라면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그녀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면 가족의 기대를 이야기의 일부로 집어넣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남성의 전유물이던 일부 이름들이 성벽의 장벽을 넘어 여성에게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애슐리, 시드니, 매디슨, 테일러 등이 그런 이름이다. 반대로 여성의 이름을 사용하는 남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남성 인물이 여성 이름을 사용한다면 민족적 배경처럼 그 이유를 조금 장황하게 설명해야 한다. 셸 실버스타인은 이런 현상을 노랫말로 썼는데, 조니 캐시가 부른 <수라고 불리는 사내아이(A boy named Sue)>다. 수, 뎁, 밀리슨트 같은 남자아이 이름은 그 가족에게 흥미로운 내력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단순히 이름 하나로도 인물에게 복선을 깔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름은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명확한 표지는 아니지만 아주 미묘하게 암시를 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글래디스나 머틀은 100여 년 전만 해도 흔한 이름이었지만 요즘 태어난 여자아이에게 붙이는 경우는 드물다. 마찬가지로 재닛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성년이 된 세대에게, 린다는 그들의 딸들에게, 제니퍼는 그들의 손녀에게 흔한 이름이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시대가 흘러도 별로 변화가 없다. 그러나 동시대 소설에 등장하는 터시어스(셋째라는 뜻)라는 이름은 아주 나이 든 사람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친구들의 끊임없는 질문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

 

역사 소설에서는 특히 시대에 부합하는 이름이 아주 중요하다. 19세기 초 영국의 섭정시대에 사는 여자아이의 이름은 결코 메디슨이 될 수 없다(메디슨은 원래 이름이 아닌 성이었다). 재닛은 제인의 약칭이었고 온전한 이름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낸시는 앤의 약칭일 뿐이었다(하지만 사내아이는 터시어스라고 불러도 괜찮았다). 쓰고 있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지역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자. 거듭 말하지만 목표는 독자의 마음에 인물의 이미지를 심는 것 뿐 아니라 작가로서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이름 짓기에서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인물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19세기의 작가들은 그런 이름을 쓰고도 별 탈이 없었다. 찰스 디킨스는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인물의 이름을 유라이어 힙이라고 지어 끈적끈적한 기분 나쁜 느낌을 주었다(유라이어(Uriah)는 히브리어로 '여호와는 불꽃'이라는 뜻이다. 유라이어 힙은 이 소설에서 비열한 인물로 등장한다). 샬럿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속 히스클리프 역시 길들여지지 않은 거친 성격을 암시한다(히스(heath)는 황야를, 클리프(cliff)는 바닷가 절벽을 뜻한다). 하지만 요즘 독자들은 이런 상징적인 이름을 들으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코미디 소설이나 아동문학을 쓸 때는 예외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인물의 성격을 알려주는 이름들이 나온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용(dragon)과 적대감(malevolence)이라는 단어를 연상시켜 악인이라는 인상을 준다. 네빌 롱바텀은 이름 때문에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될 운명이고, 루나 러브굿도 마찬가지다. 만약 웃기는 청소년 소설을 쓴다면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핵심 도구로 이 같은 이름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전략은 과거 세대의 유산으로 남겨 놓는 게 최선이다.

 

 

[호칭을 통한 관계 보여 주기]

 

소설 속 한 인물을 두고 다른 모든 인물이 똑같은 방식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다양한 호칭은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명확하게 관계의 다양성을 암시한다. 이 부문에서 러시아 소설가들은 독창적이다. 한 인물을 부르는 호칭이 너무나 다양해서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니콜라이 같은 인물들의 약칭을 모아 놓은 용어집이 딸려 있을 정도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인물들의 호칭을 통해 어떤 소설적 암시를 거는 것은 괜찮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이앤 유지니아 램지라는 이름을 가진 한 젊은 여선생이 있다. 어린 학생들은 그녀를 램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학부모들 대부분도 램지 선생님이라 부르지만, 일부 학부모는 램지 선생이라고 불러 달라는데도 램지 씨를 고집한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그녀를 즐겁게 할 때나 놀릴 때 디 공주님이라고 부른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무리 싫다고 해도 아기 때 부르던 디디를 고집한다(몇 번이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부탁했다). 중학교 때 그녀는 낭만적인 소녀 시절을 보냈고 그 때의 친구들은 그녀를 아직도 유지니아, 때때로 지니라고 부른다. 그 외 다른 여자 친구들은 다들 다이앤이라고 부른다. 국세청에서는 그녀를 다른 사람과 혼동해 다이앤 유도라 램지라고 한다. 이 같은 착오를 그녀는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동의어 사전은 도움이 될까?]

 

동의어 사전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도움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동의어 사전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순간적으로 생각이 나지 않는 단어를 떠올릴 때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이 빨간색 옷을 입었는데 '빨간색'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하다면, 사전에서 미묘하게 느낌이나 말 맛이 다른 단어들을 찾아낼 수 있다. '루비색'은 그냥 빨간색보다 화려한 느낌이다. '붉으락푸르락한 색'은 옷 색깔로는 너무 웃기다. '구릿빛'은 얌전하고 까다로워 보인다. '체리색'은 발랄해 보인다. 동의어 사전은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거나 특정 인물을 암시하는 단어를 찾을 때 편리하다. 마크 트웨인은 "정확한 단어와 거의 정학한 단어의 차이는 '번개'와 '반딧불'의 차이"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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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를 넣는 4가지 방법]

 

다음은 뒷이야기를 넣을 때의 4가지 방법이다.

 

－간단한 세부 사항

－단락

－플래시 백(회상)

－자세한 설명

 

이 방법은 모두 서로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간단한 세부 사항 : 시간이 흘렀다는 암시

간단한 세부 사항은 뒷이야기를 알려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전개 중인 장면에 세부 사항을 슬쩍 끼워 넣으면 된다. 이 방법은 속도감을 떨어뜨리지도 않고 독자를 소설 속 현재 시점 밖으로 홱 잡아당길 염려도 없다. 세부 사항을 이용하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다음은 리처드 루소의 퓰리처상 수상작 <엠파이어 폴스(Empire Falls)>다. 마일스 로비는 자신이 요리사로 일하는 식당의 유리창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9월 초 이 특별한 오후 마일스 로비의 수심에 찬 눈을 잡아 끈 것은, 어머니가 성인이 되고부터 평생 일했던 어두컴컴하고 창이 높은 셔츠 공장도, 그 공장 바로 너머에 거대하고 음울하게 서 있는 방직 기계도 아니었다. 오히려 딸 티크를 흘끔이라도 보겠다는 그의 희망이었다. 티크는 모퉁이를 돌아 혼자 느릿느릿 대로를 따라 걸었다.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티크도…

이야기는 티크에 대해 옮겨 가지만 우리는 여기서 나중에 중요해질 뒷이야기 하나를 듣는다. 바로 마일스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셔츠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이다. 이 세부 사항은 전개를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 이처럼 세부 사항을 쓰면 큰 노력 없이 뒷이야기를 암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벽에 걸어 놓은 하버드 대학 졸업장 액자

－아이가 없는 여자의 거실에 놓여 있는 색 바랜 흔들목마

－'사고 전 한때 온 동네의 자랑거리'였던 잡초가 무성한 정원

－그 날 일찍 감옥에 있는 어머니께 전화했다고 슬쩍 언급

 

이런 세부 사항에 익숙해지면 이 같은 간단한 정보가 네 가지 일을 해 낸다는 걸 알게 된다. 즉, 뒷이야기를 알려 주고, 앞으로 닥칠 사건을 예고하며, 옷이나 소지품처럼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문장도 안 되는 몇 마디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니!

 

 

단락 : 순식간에 훑어보는 과거

 

뒷이야기 단락을 중간에 끼워넣는 것은 세부 사항을 통해 암시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소설 전개를 방해하지만 한두 문단 정도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뱀파이어 폴스>를 다시 살펴보자. 마일스는 같은 마을에 사는 호러스 웨이머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있는데, 호러스의 이마에 자주색  섬유질낭이 돋아 있다. 마일스는 한동안 호러스의 섬유질낭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매일 보는 사람의 신체적 특이함은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 속 시간은 별 무리 없이 제법 긴 문단의 뒷이야기로 옮겨 간다. 이윽고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고, 호러스와의 점심이 이어진다. 이렇게 뒷이야기 단락을 끼워 넣음으로써 얻는 건 무엇인가? 간단한 뒷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네 가지 효과를 거둔다.

 

－과거의 사건 알림 : 독자는 마일스가 대학에 다녔고, 다른 해처럼 올해도 고급 휴양지인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된다.

－복선 : 피터와 돈, 그리고 그들의 별장은 소설의 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인물의 성격 묘사 : 마일스는 "진화하지" 않고 결코 엠파이어 폴스를 떠난 적이 없는데도 현명한 친구들을 잃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인물이며, 그렇다고 친구의 부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매번 피터와 돈이 자신을 다시 초대하지 말기를 바랄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

－호기심 유발 : 이제 독자의 마음에는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대학 교육까지 받은 남자가 쇠락해 가는 엠파이어 폴스를 떠날 수 있었음에도 왜 요리사로 남아 있는 걸까?'

 

 

플래시 백 : 뒷이야기의 극화

 

플래시 백은 소설 속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장면을 극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대화나 행동, 생각 등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래시 백은 현재 시점은 아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고, 따라서 현재 시점의 사건들이 보여주는 속도감이나 긴박감이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시험을 잘 따른다면 효과적인 방법이다.

 

먼저 플래시 백이 나올 구실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즉 독자들을 과거로 데려가기에 앞서 현재 시점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설의 첫 장면이 플래시 백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또한 단순하고 행동이 없는 '현재'가 이어져서도 안 된다. 겨울 오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는 2년 전 겨울 오후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젠은 누구이고 또 매니는 누구인가? 둘은 현재 어떤 관계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고 또 왜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여기서 중요한 거 마지막 질문이다. 작가는 독자가 젠과 매니의 과거를 궁금해하기에 앞서 먼저 현재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플래시 백은 적어도 두 번째 장면 이후에 배치해야 옳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첫 장면을 보여 준 뒤에, 즉 인물과 그들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시키고 난 뒤에 플래시 백을 넣는 것이다.

 

또한 플래시 백으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독자는 사건이 일어나는 바로 그 시점에서 경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뒷이야기를 들려 준다고 장마다 플래시 백을 넣으면 애초에 소설의 시작점을 잘못 잡은 것일 수도 있다. 먼저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 현재 시점에서 플래시 백으로 전화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제멋대로나 억지스럽게 전환하면 플래시 백 전체가 못 미더워진다. 과거의 사건이 왜 바로 그 시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지, 인물 또는 행동에 '명분'이 있어야 한다. 뒷이야기를 플래시 백으로 정했다면 그 이야기의 중요도를 파악한 뒤 적절한 곳에 넣고 매끄럽게 전환시켜야 한다.

 

 

자세한 설명 : 숨김 없이 말하기

 

소설 속 현재의 시간 흐름을 멈춘 뒤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뒷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의 단점은 "현재의 시간 흐름을 멈춘 뒤"라는 구절이 암시하는 대로, 때때로 영원히 멈춤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명이 너무 방대하면 소설 속 현재에서 독자들이 빠져나가고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설명을 꼭 해야 할까? 다음 두 가지 경우에는 해야 한다.

 

첫 번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경우다. 인물의 과거가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전개를 통째로 중단하고 설명하는 수밖에 전달할 방법이 없을 때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과거의 역사가 진행 중인 다른 일들을 이해하는 데 필수라면, 시작 부분에 설명을 늘어놓아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설명은 첫 번째 장면 이후에 나와야 한다. 명확하지 않더라도 첫 번째 장면에서는 행동이 나와야 한다. 뒷이야기에 이끌리는 독자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뒷이야기 자체가 엄청나게 재미있을 경우다. 독자는 뒷이야기가 환상적이라면 짜증을 내지도 책을 덮어 버리지도 않는다. 가능한 한 긴 문장으로 다음 사항을 만족시킬 뒷이야기를 써 보자.

－배꼽 빠지게 재미있다.

－숨 쉬는 것도 잊고 읽을 만큼 흥미로운 사건이 가득하다(이럴 경우에는 이 멋진 재료로 다른 소설 한 편을 써 보는 게 어떨까?).

－순수소설을 좋아하는 독자가 깊이 빠져들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으로 쓰여 있다.

이 가운데 어느 것도 해낼 수 없다면 뒷이야기는 짧게 다루거나 신중하게 문단 사이에 끼워 넣거나 플래시 백으로 넣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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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플롯 유형]

 

인물은 동시에 여러 감정을 느낄 뿐 아니라 소설이 전개되는 동안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듯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관과 감정이 달라지는 인물을 '입체적 인물'로 정의한다. 이 때 어떤 인물은 성격이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며, 이들의 동기 또한 소설이 전개되면서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그런데 이렇듯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진행성 동기'는 평면적 인물에게도 있을 수 있다. 모든 인물은 아래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성격과 동기 둘 다 변하지 않는 인물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동기는 변하는 인물(소설이 전개되는 동안 성장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하는 것은 변한다)

－성격이 변하지만 동기는 변하지 않는 인물

－성격과 동기 둘 다 변하는 인물

 

인물과 플롯은 서로 맞물려 있으므로 이 4가지를 앞으로 '인물과 플롯 유형'이라 부를 것이다.

 

 

유형 1. 변하지 않는 인물 : "나는 나다"

 

때때로 소설의 마지막까지 가장 중요한 동기가 바뀌지 않고, 성격도 아주 뚜렷해 결코 변하지 않는 인물이 있다. 제임스 본드가 좋은 예다. 그는 시작부터 지략이 뛰어나고 자상하고 강인하고 똑똑한 평면적 인물이다. 결말에서도 그는 여전히 지략이 뛰어나고 자상하고 강인하고 똑똑하다. 그의 동기도 변하지 않는다. 소설이 시작될 때 그는 임무를 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는 게 그의 목표다. 임무를 완수하는 시점에 소설은 끝난다. 중간에 일시적인 목표(악어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여성 보호하기)가 있지만 모두 최우선 목표의 일부일 뿐이다.

이런 규칙은 모험소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of ice and Men)>에서 조지와 레니의 동기는 줄곧 똑같다. 돈을 모아 작은 농장을 갖는 것이다. 둘의 성격 역시 내내 똑같다. 조지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가고, 약간 모자란 레니는 악의는 없지만 사고뭉치라서 서로를 비극으로 몰고 간다.

 

이런 유형의 소설을 쓸 때는 일찌감치 분명하고 단호하게 주인공의 성격과 목표를 알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주인공이 누구이고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알게 된다. 이렇게 하면 주인공 외에 플롯이나 음모, 장치 같은 다른 요소를 마음껏 복합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목표와 성격 모두 변하지 않는 인물이라도 어느 순간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본드는 본드 걸에게 끌리지만 동시에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때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인물이 다른 인물에 대해 엇갈리는 감정들을 느낀다면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본드가 본드 걸과 사랑을 나누었다 해도 그녀는 그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본드가 본드 걸에게 끌린다 해도 그 결과로 성격이나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유형 2. 동기만 변하는 인물 : "세상은 움직이는 과녁이다"

 

기본적인 성격과 신념은 변하지 않지만 사건을 겪으면서 원하는 것이 바뀌는 인물이 있다. 이런 인물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바로 영웅 아니면 악당이다. 영웅은 소설의 시작에서부터 기본적으로 존경을 받는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작가가 변할 까닭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자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 유향의 인물로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제인 에어>)와 에인 랜드의 하워드 로크(<파운틴헤드(the Fountainhead)>)가 있다.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우선 제인 에어는 어릴 때도 용감하고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도덕적이다. 그녀는 빅토리아 시대의 권력 구조 밑바닥에 속한 사람도 존엄하다고 믿는다. 이 점은 소설의 시작 부분에 나온다. 제인이 자신과 학교 친구인 헬렌 번즈, 그리고 학대당하는 다른 인물들을 옹호하는 장면을 통해서다. 결말 부분에 이르렀을 때에도 제인은 여전하다. 하지만 제인이 성장하는 동안 눈 앞에 놓인 동기들은 계속 변한다. 처음에 제인은 고약한 외숙모의 학대에서 벗어나려 하고, 다음에는 외숙모가 보낸 기숙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 후에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가정교사가 되고자 한다. 그러다 자신을 고용한 로체스터 씨와 사랑에 빠지고 그를 원한다(그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의 집을 벗어나려 할 때까지는). 그 다음에도 동기는 계속 바뀐다.

 

하워드 로크는 제인보다 훨씬 더 단호하고 영웅적인 인물로, 결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실패와 세상의 어리석음을 딛고 일어선다. 그의 첫 목표는 자신에게 설계를 지시한 외부 세력의 영향 없이 자신의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다음 목표는 자신의 설계 일부를 바꿔 버린 자들 때문에 그 건물을 날려 버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행동은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그의 변하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확신에서 나온다.

 

즉 인물이 영웅이라면, 그는 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경우에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다.

 

－인물이 홀로 서고자 하는데 외부 세상이 장애물을 놓는다.

－장애물이 인물에게 동기를 준다. 인물은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바꾸거나, 적응한다.

－최초의 동기가 결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또 다른 동기를 일으킨다.(제인이 가정교사가 된 결과로 로체스터 씨와 만난다)

－새로운 동기는 또 다른 새로운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이 구조는 '고전적인 플롯 유형'이라 부르기도 한다(사실 앞에서 다룬 인물과 플롯 유형 네 가지 중 하나다). '변하지 않는 인물' 유형과 마찬가지로 이 유형이 성공은 강렬하고 흥미로운 인물에 달려 있다. 이런 인물을 원한다면 그 인물이 헤쳐나갈 최초의 환경을 설정하고 나서 결과에 맞춰 그의 동기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인물' 유형과 마찬가지로 성격은 그대로인 채 동기만 변하는 인물이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감정이 변하거나 엇갈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사촌인 세인트 존 리버스가 인도 선교사로 가는 자신을 보필해 달라고 청혼했을 때, 제인은 아주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물론 (세인트 존이 전에 말한 대로) 나는 내 삶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관심사를 찾아야 한다. 그가 지금 내게 요청한 일이 영광스럽게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일이 아닐까? 고상한 배려와 숭고한 결과로, 뿌리째 뽑힌 사랑과 뭉개진 희망에 의해 남겨진 공허함을 치유하기에 최고의 일이 아닐까? 나는 그러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그런데 아직 소름이 돋는다. 아! 세인트 존과 결혼한다면 나는 나 자신의 반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 장면의 뒷부분에서 제인은 경외심, 경멸, 굴욕감, 두려움, 거부감, 냉소, 아픔을 느낄 것이다. 얼마나 혼란스러운가! 그러나 그녀의 기본적인 성격과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제인은 그 결혼이 하느님께 순종하는 일이라 해도 사랑 없는 결혼은 원치 않는다.

 

영웅의 반대편에는,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동기가 변하는 악당이 있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탐욕적이거나, 사악하거나 다른 이들을 파괴하는 등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그대로다. 그들이 이기든 지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때로 이들의 동기는 커지기도 한다. 더 큰 것을 가지려 욕심을 부리거나 더 크게 파괴하거나 더욱 거대한 범죄를 일으키고 싶어한다. 또는 영웅과 마찬가지로 악당의 동기도 소설 속 자신의 결과로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악당이 시작 부분에서 현금 수송 차량을 털려고 한다. 이제 그의 목표는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에게 쫓기는 도중에 악당의 조카와 부하가 죽는다. 형사를 향해 총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악당에게 또 하나의 동기가 생긴다. 형사에게 복수하는 것. 이제 악당의 이해관계는 사건과 그 결과로 점점 깊어진다.

 

 

유형 3. 성격만 변하는 인물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많은 소설에서 주인공은 눈에 띄게 변화를 겪는다. 그 인물에게는 단 하나의 동기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마치 마차에 짐을 싣고 서부로 가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개척자들 같다. 하지만 최우선 목표를 성취하는(또는 성취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성격 또는 신념은 변한다. 사실 이런 변화가 때로 소설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한 젊은 여자가 교도소에서 나가려는 욕망을 품고 있다. 이 욕망이 그녀의 동기다. 그녀는 소설의 1장에서 감금되었고 곧바로 이 동기를 갖는다. 이 소설은 그녀가 교도소에서 나오며 끝이 난다. 복역 기간이 끝나서일 수도 있고 탈옥에 성공해서일 수도 있고, 또는 그녀의 변호사가 재판에서 이겨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변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목표는 줄곧 변하지 않지만 그녀의 성격, 신념은 변한다. 어쩌면 다른 죄수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녀는 우월감이 강하고 냉소적인 속물에서 자신과 그들이 기본적으로 같은 인간이라고 느끼는 인물로 변화할 수도 있다. 냉소에서 공감으로, 경멸에서 우정으로 감정이 변한다. 교도소에서 나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중에 교도소 또한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을 쓰려면 명심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인물 변화는 반드시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을 작가의 의도대로 논리적으로 변화시킬 사건이 있어야 한다. "사건을 창조하라." 글쓰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서머싯 몸이 한 대답이다. 인물 스스로 변화하도록, 이러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사건을 생각해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인물은 사건에 대해 반드시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야 한다. 3장에서 말한 감정 표현 방법을 사용해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자.

－인물 변화 역시 극화해 보여 줘야 한다. "에비는 지금 교도소 적수들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라고 단순히 말하면 안 된다. 에비의 심경 변화를 그녀가 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행동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이를테면 한때 경멸하던 교도소 죄수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일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증' 과정은 입체적 인물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마지막 인증 과정을 집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인물 변화가 일시적이지 않고 영원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개 이 마지막 인증은 이전 것들보다 훨씬 강력하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매일매일 좌절을 겪는 죄수들을 단순하게 돕는 게 아니라, 교도소를 나온 직후 여전히 그 안에 있는 죄수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다.

 

독자는 본래 이러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동기는 독자의 이해력을 높이고, 입체적 인물은 인생에 대한 충고를 바라는 독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킨다. 교도소를 다룬 이야기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와 같은 인물과 플롯 유형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도 전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어떤 목표를 가진 인물은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하는 과정을 거쳐 순진무구한 인물에서 '슬프지만 현명한' 인물로 변화한다. 그 예가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the House of Mirth)>이다. 주인공 릴리 바트의 목표는 한 가지 뿐이다. 돈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그녀는 성공하지 못한다. 소설의 끝이자 그녀 삶의 끝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여러 사건으로 변하게 되고, 화려한 삶에 관심을 덜 쏟고 사랑에 관심을 더 쏟았더라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진 입체적 인물은 원하는 것을 얻지만 그 성공에 실망하는 이야기에도 효과적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그걸 이룰 수도 있으니까" 식의 이야기 말이다. 이 때 인물 변화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첫째, 인물은 성공을 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변화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많은 대가를 치렀음을 결코 깨닫지 못하지만(또는 그 사실을 인정하긴 하지만) 인물은 성공의 결과로 후회 또는 비탄에 잠기면서 변화한다.

 

 

유형 4. 성격도 동기도 변하는 인물 : "나는 지금 누구이고 무얼 원하는가?"

 

이 인물은 가장 복잡한 유형이다. 인물의 목표가 내내 변할 뿐 아니라 성격과 신념도 변한다. 이런 인물은 줄곧 혼란스러워한다. 따라서 작가는 독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허먼 우크의 퓰리처상 수상작 <케인호의 반란>에 나오는 윌리 키스 소위를 생각해 보자. 윌리는 전쟁 중에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의 동기 또한 계속 바뀐다. 시간 순으로 보자.

 

－윌리는 징집을 피하고 싶어서 해군에 자원 입대한다.

－윌리는 힘든 임무를 피하고 싶어서 소해정 같은 위험한 함대에 배속되지 않으려 한다.

－윌리는 소해정 케인호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윌리는 압제적이고 비이성적인 케인호의 퀵 함장에서 살아남고 싶어한다.

－윌리는 퀵 함장을 제거하려는 반란에 가담하고 싶어한다.

－윌리는 군사 재판과 불명예 제대를 피하고 싶어한다.

－윌리는 마침내 훌륭한 해군 장교가 되어 최선을 다해 나라를 지키고 싶어한다.

 

이러한 동기 변화를 통해 윌리의 내적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는 자기중심적이고 편한 길을 찾아다니는 인물에서 이무를 받아들이고 가치있게 여기는 인물로 변한다.

진행성 동기와 내적 변화 둘 다를 가진 인물을 만들어 냈다면 아주 잘한 일이다! 성공을 꿈꾸어도 좋을 만큼 멋진 인물을 창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면 하나의 동기를 가진, 변화하는 인물을 위한 지침을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인물 변화를 극화해 보여줘야 하고, 그 극화된 사건들의 결과로 변화가 일어나야 하며, 개연성 있는 감정 반응이 있어야 하고, 잇따른 행동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플롯과 인물의 변화

 

소설의 기본 플롯 유형을 '아우르는' 목록을 만든 작가는 많다. 1945년 프랑스의 연극비평가 조르주 폴티는 <서른여섯 가지 극적 상황(the Thirty-Six Dramatic Situations)>을 펴내면서 모든 문학 작품의 플롯 유형을 아울렀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기본 플롯 유형을 여섯 가지, 열두 가지, 또는 열다섯 가지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들도 있다. SF소설 작가 로버트 A.하인라인은 플롯 유형은 세 가지 뿐이라고 했다. 플롯은 인물 변화로부터 생기는데, 인물이 변할 수 있는 방식은 아래 세 가지 뿐이라는 것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플롯 : 인물의 삶은 다른 인물이 미치는 영향 때문에 변한다. 이 때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교사, 친구, 아이 등 유대감이 깊은 존재라면 누구든 될 수 있다. 이 플롯의 원형은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로, 야수는 미녀에게 받아들여지면서 변한다.

－'꼬마 재단사' 플롯 : 인물이 자신도 몰랐던 힘을 발견하는 상황이 나온다(동화 <용감한 꼬마 재단사(the Brave Little tailor)>의 꼬마 재단사는 거인을 죽인다).

－'사람은 깨닫기 마련이다' 플롯 : 인물이 현실과 맞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시험하면서 변한다. 인물은 때로 슬픈 결말을 맞지만 결국엔 현명해진다. 미다스 왕은 세상의 모든 황금보다 딸이 소중하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닫는다.

 

인물을 변화시키는 이 동기들 가운데 상상력에 불꽃을 당기는 게 있는가? 그렇다면 이 하인리히 분류가 자신에게 맞는 것이다.

 

 

동기, 어떻게 그릴까?

 

－인물이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게 한다 : <제인 에어>의 제인. "나는 바깥 세계의 누구와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따. 학교 안의 규칙, 의무, 관습과 신념, 소리, 어법, 체면, 복장, 그리고 선호화 혐오. 이런 게 내가 아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것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느 날 오후 8년 간의 일상에 지쳤다. 나는 자유를 갖고 싶었다."

－다른 이로부터 목표를 부여받게 한다 : "형사, 당신이 리슬링 살인 사건을 맡아 주시오."

－다른 인물과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하게 한다 : <생쥐와 인간>의 레니와 조지. "몇 가지는 까먹었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다시 말해 줘." "언젠가 우리는 함께 토끼도 키우고, 작은 집을 사서 소도 돼지도 키울 거야." 이어서 레니가 소리쳤다. "우리 땅에서 우리 힘으로 먹고 살 거야."

－다른 인물들의 입을 통해 독자들이 '엿듣게' 한다 : "잭은 형의 인정을 받으려 무진장 애를 쓰고 있지만, 칼은 그를 그냥 못 본 척해." 이 방법은 내성적이거나 말이 많지 않은 인물에게 아주 적격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수 차례 시도함으로써 자신의 동기를 입증한다 : 단순히 습관, 예의, 규칙이 아니라 인물이 정말로 원하는 것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두 번 이상 시도해야 한다.

 

 

인물의 목표 그리고 감정의 변화

 

인물은 소설이 전개되는 동안 자신의 신념과 태도를 바꿀 수도,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이전의 목표를 이루었거나 또는 이루지 못했을 때, 목표를 바꿀 수도 있고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 인물에게는 항상 강력한 동기와 진행성 동기 두 가지가 모두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동기는 대화, 생각, 행동, 설명 등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

 

인물 변화는 항상 개연성이 있는 사건의 결과로 일어나야 한다. 또한 그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한 인증 장면이 소설의 마지막에 나와야 한다.

어떤 장면 안에서 고정된 목표를 가졌더라도 인물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이 혼란스러운 장면 뒤에 동기를 극화하는 장면이 잇따르면 독자는 그 인물의 동기 변화를 알아챌 수 있다.

감정, 동기, 인물의 변화를 한꺼번에 다루는 비법은 장면 단위로 쓰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그 장면에서 이루어야 하는 모든 것을 정하자. 이렇게 하면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면을 통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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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의 인물]

 

장르 소설의 독자가 인물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기대가 무엇인지 알아야만 소설의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로맨스 소설 : 특별한 사랑법

 

로맨스 소설의 시장은 엄청나다. 많은 사람들이 러브 스토리를 읽고 싶어한다. 로맨스 소설 작가들은 여타의 장르소설 작가보다도 출판사로부터 인물에 대한 가장 분명한 지침을 전달받는다. 다른 장르소설처럼 로맨스 소설도 하위 장르가 있다. 로맨틱 서스펜스, 현대 로맨스, 리젠시, 관능 로맨스 등등. 로맨스 소설에서 인물을 성공적으로 그리기 위한 핵심은 애독자들이 하위 장르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젠시(영국 섭정시대의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소설)에서는 결코 섹스 장면이 들어가지 않는다. 당시에는 젊은 여성들이 순결을 지켰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영국 섭정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도발적인 로맨스 소설을 쓰고 싶다면 그건 역사 로맨스로 재분류되어야 한다). 따라서 리젠시의 여주인공은 재기가 넘치기 마련이다. 리젠시는 로맨스 소설의 하위 장르 중에서 가장 재치가 빛난다.

 

또한 출판사들은 인물에 대해 특별한 필수 조건을 단 임프린트(출판사 안의 독립된 브랜드. 주로 전문 편집자에게 경영을 맡긴다)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할리퀸 프레젠트는 현대를 배경으로 활기차고 독립적인 여주인공과 숨이 멎을 만큼 매력적이고 영웅적인 남주인공을 요구하는 임프린트다. 이 임프린트에서 출간하는 소설에는 상냥하지만 평범하고 뚱뚱한 여자와 반에서 소문난 괴짜 남자의 로맨스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임프린트마다 인물에 대한 요구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출판사에 직접 연락해 지침을 얻는 것이다. 인물의 나이와 상황까지 지정해 줄 만큼 자세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여주인공은 예쁘고 하다못해 톡 쏘는 매력이 있다. 로맨스 소설의 독자는 대개 여성이다. 로맨스 소설은 환상을 실현하며 독자가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성공한다. 독자들은 대개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한다.

－여주인공은 도덕적이다.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은 실수를 하거나 나쁜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덕적이다. 행실이 추잡한 인물은 로맨스가 들어간 역사소설 주인공으로는 적합할지라도(캐슬린 윈저의 <내 사랑 앰버(Forever Amber)>), 상위 범주인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옳은 일을 하려 애쓰는 인물을 창조해야 한다.

－여주인공은 독신이다. 로맨스 소설의 독자들은 대체로 불륜을 용납하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연애 말고 다른 일에 관심이 있다. 그녀에게 로맨스는 힘을 쏟아붓는 최우선 동기라기보다는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여주인공은 시작부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목장 운영, 의사 되기, 선거 출마, 최고의 유치원 선생님 되기 등.

－여주인공은 사랑스러워야 한다. 결국 남주인공의 사랑을 받으며 끝나기 때문이다. 로맨스 소설의 인물들은 예외 없이 해피 엔딩을 맞으며, 독자는 그들의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로맨스 소설 : 개성이 있는 사랑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은 어떻게 창조할까? 다른 인물들과 같다. 앞서 다룬 지침을 바탕으로 만들면 된다. 기본부터 시작하자. 이름, 겉모습, 옷차림 등등. 이를 통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정해야 한다. 그녀의 뒷이야기는 현재 원하는 바와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이 목장 경영을 원하는 이유는 목장에서 자랐기 때문일 수 있다. 또는 여주인공이 아주 어려서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고 중상류층인 가족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지금은 의대가 정말로 자신에게 맞는지 의심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

여주인공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정한 뒤에 그 인물이 되어 보자.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가? 그녀는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가? 열정적으로 아니면 조심스럽게? 이런 성격을 누구에게 가장 먼저 드러낼 수 있을까? 이 점이 첫 장면에 나오면 좋다.

 

다음으로 관심을 남주인공에게로 돌려라. 과거에 남주인공은 여주인공보다 '나이가 더 많고, 더 부유하고, 키가 더 커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이 조건은 이제 완화되었지만, 여성 독자가 사랑에 빠지고 싶을 만큼 멋진 남자여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남주인공은 다음의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독신이어야 한다.

－성적 매력이 있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처음에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똑똑해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실제로 부자가 아닐 수도 있다).

 

이렇듯 멋진 남주인공을 창조하기 위해 그의 상황에서 시작해 보자. 남주인공이 자연스럽게 여주인공과 엮여야 한다. 즉 반드시 만나야 할 상황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이 목장을 사고 싶다면, 남주인공은 목장을 팔지 않으려는 목장주, 아니면 여주인공이 관심을 둔 땅에 눈독 들이는 가까운 목장의 주인일 수 있다. 또는 주디스 맥노트의 소설 <밤의 속삭임(Night Whispers)>처럼, 여주인공이 돈 많은 바람둥이가 오래 전에 버린 딸이라면 남주인공은 그 바람둥이 아버지의 이웃이며 여주인공의 이복 자매와 약혼한 사이일 수도 있다.

 

남주인공의 상황은 플롯 뿐 아니라 그의 성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손수 일하는 목장 주인은 아마도 강인하고 바깥 활동을 좋아하며 편한 옷차림을 즐겨 하고 발레보다 소떼에 더 관심 있을 것이다(물론 그가 발레를 좋아하는 목장주라면 흥미가 배가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핵심은 개성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개성적이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여성 독자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정도라야 한다. 남주인공이 너무 특이하면 그렇게 되기 힘들다.

다시 말해 로맨스 소설의 작가는 개성 있으면서도 대중적 이상형에서 너무 멀지 않은 주인공을 만들어야 한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므로 소설을 쓰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미스터리 소설 : 괴짜가 넘친다

 

미스터리 소설도 로맨스 소설과 마찬가지로 여러 하위 장르로 이루어져 있다. 형사, 법정, 사설 탐정, 역사 미스터리, 그리고 아마추어 탐정이 나오는 소프트 미스터리(빌리지 미스터리) 등등. 이렇게 다양한 하위 장르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물로 이어진다. 미스 마플(애거서 크리스티의 시리즈 주인공)은 겉으로는 샘 스페이드(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의 주인공)처럼 고전적인 누아르 풍 탐정이지만, 데릭 스트레인지(조지 펠레카노스의 시리즈 주인공)처럼 거친 사설 탐정과 닮은 점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에 따른 공통점이 있다.

 

모든 미스터리 소설은 범죄 사건의 해결에 집중하며, 대부분이 소설에서 사건이 해결되고 범인은 붙잡힌다. 물론 에드거상 수상작인 토머스 페리의 <부처스 보이(the Butcher's Boy)>처럼 살인범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형사들은 여전히 범인을 잡으려 엄청난 애를 쓴다. 미스터리 소설 작가 클로디아 비숍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데, 그 중 하나가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즉, 범죄는 나쁘고 범죄를 저지르면 그 댁를 치러야 한다는 도덕적 가치를 재확인한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법이 언제나 정의의 편은 아니지만 대개 정의가 승리한다."

이것이 미스터리 소설의 독자가 기대하는 바다. 물론 예외는 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톰 리플리(<리플리 1: 재능 있는 리플리(the Talented Mr.Riply)>의 주인공)는 살인을 저지르고 잘도 빠져나간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은 범인이 잡히면서 끝나고, 이런 제약 때문에 작가는 어려움을 겪는다.

 

더욱이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선한 인물이 승리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 때문에 인물의 성격을 발전시킬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시리즈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독자는 렉스 스타우트의 소설 속 탐정 네로 울프가 느닷없이 날씬해지고 공손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재닛 에바노비치의 소설 속 스테파니 플럼이 우아한 옷을 입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사실 독자는 시리즈물의 탐정이 너무 많은 걸 알지 않길 바란다(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은 시리즈다). 그들이 급격히 변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주인공이 늘 변함 없기를 원한다.

이런 제약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다. 주요 인물들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 작가는 이들이 계속 흥미로운 인물일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 소프트 미스터리의 경우에는 괴상한 과업과 상투적인 내용에 빠지기 쉽고, 하드보일드의 경우에는 마치 기성복 같은 터프한 형사에게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훌륭한 작가는 이를 뛰어넘는다. 복합적인 인물이 나오는 데다 문학성까지 갖춘 미스터리 소설이 계속 나옴으로써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로맨스 소설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 소설의 장르적 제약은 오히려 기억에 남을 주인공을 만들기도 한다. 좋은 예가 레지널드 힐의 <저 너머 숲(the Wood Beyond)>과 <뷸라 하이트에서(on Beulah Height)> 등에 나오는 요크셔의 경위 앤드루 달지엘이다. 이 작가는 현실 속 사람들처럼 엇갈리는 감정을 품은 인물을 능숙하게 만들어 낸다. 달지엘은 잔인하면서도 예민하고, 정의감에 불타면서도 교묘하게 정치적이다. 게다가 달지엘과 그의 동료들은 시리즈가 계속될 수록 발전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이 소설들을 꼭 읽어 봐야 한다. 힐은 시리즈물이라는 한계에도 인물을 다채롭게 창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미스터리 소설 주인공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다음은 그 지침이다.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 보지 않으려는 고집 센 인물은 범죄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교통 경찰이 결코 탐정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사를 계속하려면 자신의 일 외에도 관심이 많아야 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아마추어일 경우에 이 점은 더욱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사건을 형사에게 넘기고 빠져야 하지 않을까?

－자립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은 범죄 수사를 시종일관 이끌어가지 못한다. 다른 인물이 그 일을 대신해 주기를 기대한다.

－아마추어라면 수사를 계속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 어떤 위협을 받고 있는가? 생계 수단, 가치관, 가족 사항, 평판, 건강은 어떤가? 법이 사건을 해결해 주리라 믿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왜 그런가? 그는 자신이 더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오만한가? 혹시 남들이 갖지 못한 전문 지식이 있는가? 원래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가? 사건이 어쩌다가 그의 손에 떨어진 것인가? 미스터리 소설 독자는 타당성이 없는 이야기, 즉 애견 조련사가 연달아 살인 사건을 여섯 건이나 해결했다는 식의 이야기에 꽤 너그러운 편이다. 하지만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안 된다. 행동에 논리적인 동기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라면 추가로 요구 사항이 있다. 그 분야를 알아야 한다. 미스터리 소설 독자는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을 섭렵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FBI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사설 탐정이 어떤 법적 한계에 부딪히는지, 경찰 수사권이 어디까지인지 환히 꿰고 있다. 상대방 몰래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이 뉴욕에서는 합법이지만 메릴랜드에서는 불법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뉴욕 경찰이 제 20 관할구역을 더 투오라고 부르고, FBI 요원이 모든 심문과 감시 내용을 파일 302로 보관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니 작가도 이런 세부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한다. 모르면서 폭넓게 조사하기 싫다면 인물을 전문가로 내세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미스터리 소설 : 법과 첨단 기술

 

미스터리 소설을 쓸 때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다. 만약 초창기 미스터리 소설을 본보기로 삼아 글을 쓰면 독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법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또한 감시, 추론, 심문과 같은 절차는 아직 그대로지만 위치 추적 같은 기술이 모든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니 인물이 전문가로서 신뢰성을 얻으려면 꾸준히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해야 하고, 인물이 어떤 정보에 접근 가능한지 알아야 한다. 즉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국가범죄정보센터(NCIC)는 미국 FBI가 조사한 엄청난 데이터 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범죄, 지문, 체포 영장, 총기, 장물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다. 이 데이터 베이스는 사법 집행에 종사하는 공무원과 연방법에 규정된 몇몇 조직만 접근이 가능하다.

－거의 모든 사람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민간 데이터 베이스는 자격증이 있는 사설 탐정, 변호사, 채권 추심원도 접근할 수 있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실종자를 찾는 아마추어 탐정이라면 공공 데이터 베이스, 클래스메이트 닷컴 같은 웹 사이트, 연락처 정보를 되파는 유료 사이트를 찾을 것이다.

 

인물이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컴퓨터로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개연성을 높이고 더 많은 사건을 만들 수 있다.

 

 

SF소설과 판타지 소설 : 정원과 두꺼비

 

시인 마리안 무어의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좋은 SF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쓰는 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상상 속 정원에 진짜 두꺼비를 집어넣거나, 진짜 정원에 상상 속 두꺼비를 집어넣는다." 말하자면 이들 장르의 주인공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은 현대인(복잡하고 탄탄하고 믿음직스럽고 심지어 '평균적'인)과 비슷한 인물을 상상 속 배경에 집어넣는 것이다. 상상 속 배경은 화성, 중간계, 우주선 함교, 외계 행성, 마술 서커스 등을 말한다. 두 번째 유형은 상상 속 인물(텔레파시 초능력자, 마법사, 외계인, 먼 미래의 낯선 문화권에서 온 여인 등)을 현실 세상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 경우 배경은 현재든 과거든 '실제' 인류 역사의 일부이고 대개 독자에게 친숙한 곳이다.

 

첫 번째 유형의 예로 킴 스탠리 로빈슨의 <붉은 화성(Red Mars)>에 등장하는 프랭크 차머스가 있다. 이 작가의 다른 등장인물처럼 차머스는 현대가 배경인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차머스는 이상주의와 자기중심주의, 그리고 분노가 태생적 우월성과 합쳐져 돌진하는 강력한 지도자다. 그의 '상상 속 정원'은 화성의 식민 개척지이지만, 그는 미국의 정치판을 다루는 소설에 집어넣어도 될 정도로 매우 생생하고 현대적으로 느껴진다.

상상 속 정원에 진짜 두꺼비를 집어넣는 판타지 소설로는 진 M.아우엘의 <대지의 아이들(the Clan of Cave Bear)>이 있다. 주인공 에일라는 상황에 따라 현대의 미국 여성처럼 반응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독자는 그녀에게 공감한다. 그녀의 상상 속 세계는 선사 시대의 지구로, 독창적으로 묘사된 네안데르탈인들이 살고 있다. 다음 단락은 갓 임신한 채 자신과 섹스할 권리를 가진 부족의 남자를 맞아들이는 에일라를 묘사하고 있다.

 

에일라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브라우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더 중요한 일들, 따뜻하고 앙증맞은 아기를 젖먹이는 일, 그것도 따뜻하고 앙증맞은 자신의 아기를 젖먹이는 일 따위를 생각하고 있었다. 얼른 끝내야지, 하는 생각에 에일라는 브라우드가 그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자세를 취해 줬다. 그가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얼른 개울로 내려가서 머리를 감고 싶은데.

 

이 단락으로 보건대 첫 번째 유형의 '전형적인' SF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에 관한 분명한 지침은 있을 수 없다. 인물은 지금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시기에 살고 있다 해도 우리를 대변하기 때문에 그들을 둘러싼 이국적인 환경에는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작가가 노련하게 창조할 수만 있다면 어떤 기질이나 인물, 성격이라도 통할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의 상상 속 인물은 지침을 더 엄격히 지켜야 한다. 이 유형은 외부인, 외계인, 타인 등 '상상 속 두꺼비'를 사실적인 환경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 인물은 당연히 여러 방식에서 현실의 우리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 리 케네디의 <미국인 니콜라스의 일기(the Journal of Nicholas the American)>의 주인공은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초능력을 가졌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차단할 수 없게 되면서 정신 이상이 되어 간다. 그런데 그와 대조적으로 그의 정원은 현대 도시의 지저분한 구역과 대비를 이루며 견고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외계인을 외계 속에, 마법사를 마법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 넣고 싶은가 그래도 되지만 그런 경우에는 대개 우리 현실 속의 인간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야 한다. 독자가 낯선 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서, 유리병 안에서 길러지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인간들이 사는 완전히 낯선 미래를 묘사한다. 하지만 주인공인 야만인 존은 현재 시대의 관점에서 현대인의 반응을 비춰 줌으로써 독자가 이야기에 닻을 내리게 해 준다. 그가 아니라면 그 소설에는 우리가 알아 보고 동일시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을 것이다.

 

'상상 속 두꺼비'를 주인공으로 삼으려면 몇 가지 명심해야 할 지침이 있다.

 

－주인공을 충분히 묘사해야 한다. 중년의 흑인 여성이라고 하면 눈에 그려 볼 수 있다(하지만 세부 사항이 많지 않으면 원하는 모습을 그려내지 못할 수 있다). 그릴멀에서 온 외계인, 유전자가 조작된 달의 주민, 로스트 왕국에서 온 변신 능력자라는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주인공의 특성은 묘사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습관적인 행동이 성격을 드러낸다. 이는 장황한 설명보다 읽기에도 더 재미있다.

－주인공에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의 행동, 욕망, 그리고 그를 만들어 낸 사회(현실과 다르다 해도)는 서로 일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슐러 K.르귄의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에 나오는 자웅동체들은 짝짓기가 매일매일 진행되는 도시의 일과를 방해하지 못하게끔 정교한 섹스 규칙을 가지고 있다.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이 마법 능력을 가졌다면 그 마법은 일관되고 신중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는 이 능력을 갖고 태어났는가, 능력을 통제하기 위한 훈련을 받아야 하는가, 어떤 상황에서 마법을 쓸 수 있는가, 그가 6쪽에서 마법을 걸 수 없다면 26쪽에서도 걸 수 없어야 한다. 불일치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외계인이 인간과 아주 다르다면 전혀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 될 수 있다(테리 카의 고전 <변신자의 춤과 셋(the Dance of the Changer and Three)>처럼). 이 경우 외계인이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플롯으로 독자를 안내할 시점인물로 인간이 있어야 한다.

 

SF소설과 판타지 소설은 모험과 특수 효과가 아니라 인간의 진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독자가 흥미를 느낄 주인공을 창조하는 것이 관건이다. 상상에 근거한 문학 작품의 성공은 정교한 플롯보다 인물에 달려 있다.

 

 

장르 소설의 인물

 

장르 소설 속 인물을 창조할 때에는 순수 소설과 기본적으로 같은 관심을 두어야 하지만 또 다른 지침도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하위 장르가 있기 때문에 작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쓰고 싶은 하위 장르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로맨스 소설은 독자의 동일시와 욕구 실현을 결합해 호감을 사야 한다. 따라서 여주인공은 매력적이고, 도덕적이고, 독신이고, 사랑스럽고, 로맨스 외에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로맨스 소설의 남주인공은 독신이고, 섹시하고, 똑똑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고, 겉으로는 무뚝뚝해도 내면으로는 부드러운 사람이어야 한다.

미스터리 소설은 대개 질서와 정의에 대한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준다. 소설 속의 사건을 끝까지 밀고 가려면 주인공은 호기심이 많고, 독립적이고, 집요해야 한다. 아마추어 탐정에게는 사건에 연루될 만한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전문가인 경우에는 작가가 수사 절차와 법률, 법 집행의 한계를 잘 알고 있어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

스릴러 소설과 서부 소설에는 대개 영웅과 악당 둘 다 나와야 한다. 작가는 영웅을 너무 선하게, 악당을 너무 악하게 그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 되고 만다. 영웅은 약점이 있지만 끈기가 있고 지략에 능하며 감정을 절제할 줄 알고, 이상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악당은 악랄한 행위를 저지르는 명분이 있어서 그 행동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완전한 악은 풍자소설에서나 통하기 때문이다.

SF소설과 판타지 소설은 '상상 속 정원에 진짜 두꺼비(이국적인 환경에 놓인 익숙한 인물)'를 집어넣거나 '진짜 정원에 상상 속 두꺼비(익숙한 환경에 놓인 이국적인 인물)'를 집어넣어야 한다. SF소설의 인물은 독자가 인정할 수 있고, 믿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한다. 판타지 소설의 인물은 괴상한 존재라 할지라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작가는 말하기보다는 충분히 극화된 형태로 이 인물을 보여 줘야 한다. 기괴한 환경 속의 기괴한 인물을 그리고 싶다면 기괴하고 낯선 그 환경 속으로 독자를 이끌고 갈 '평범한' 인간이 최소한 한 명은 등장해야 한다.

 

유머 소설이나 익살 소설 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독창적인 작가 E.B.화이트는 이렇게 썼다. "유머를 분석하는 것은 개구리를 해부하는 것과 같다. 과학도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개구리는 그 때문에 죽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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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쓰려면

어느 정도 작가는 감정에 독살되어야 한다.

혐오감, 불쾌감, 거부감, 비난, 불만, 억울함,

이 모든 게 좋은 연료다.

- 에드나 퍼버, 퓰리처상 수상 작가

 

슬픔이 말하게 하라.

- 윌리엄 셰익스피어

 

 

감정과 문장 부호

 

－대화 마지막의 줄표(─)는 말이 끊겼다는 뜻이다. 상대가 화를 내거나 흥분했을 때 쓸 수 있다. "정말, 제인, 너 그러면 안─"

－대화나 생각 중간의 줄표(─)는 인물의 말이 끊겼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놀랐음을 뜻한다. "난 안 갔는데, 왜냐하면─그 날이 아니라서─우리가 화요일이라고 말한 거 맞지?"

－말줄임표(…)는 대화나 생각이 차츰 잦아들면서 뭔가 확실치 않거나 포기할 예정임을 암시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느낌표(!)는 강조를 할 때 쓰며 대화나 생각에만 사용해야 한다. 서술을 할 때 흥분은 이야기 자체에서 나와야지 문장 부호에서 나오면 안 된다.

－큰따옴표("") 안의 작은따옴표('')는 인용한 말을 의심하거나 냉소적으로 생각할 때 사용한다. "존은 내게 지난 밤에 '사랑스러운 놀라움'을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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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상징

－플롯의 필수 요소인 동시에 인물에게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이나 개념을 고른다.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루이스 오친클로스의 소설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에서는 평범한 포크가 강력한 상징을 뜻한다.

－상징을 중심으로 사건을 펼친다.

－인물이 상징의 의미를 인식하게 할지, 아니면 인물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독자는 인식하게 할지 결정한다.

－인물이 상징의 의미를 인식한다면, 상징에 관련된 대화나 생각을 하게 한다.

－인물이 상징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상징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두 자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있다고 해 보자. 이 자매는 어머니가 아꼈지만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모자 하나 때문에 계속 싸울 수 있다. 이런 다툼이 계속되면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모자가 아니라 죽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는 게 분명해진다.

－상징의 의미를 좀 더 강력하게 만들려면 특정 장면이나 소설의 마지막을 상징으로 마무리한다.

감정 빌리기

'감정을 빌려옴'으로써 독자의 마음 속에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다. 노랫말이나 시, 영화,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인용하거나 악기, 그림, 조각 같은 예술 작품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들 역시 상징이다. 이 작품들이 그 이상의 의미를 나타내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은 신앙을 위해 재능을 바친 숭고한 이들을 대변한다. 누군가의 젊은 시절에 유행한 음악은 이제는 지나간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인물이 영화 속 주옥 같은 대사를 인용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관점이 존재한다. 먼저 한편에서는 이런 인용이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을 진실하게 반영한다고 믿는다. 사실 문화적 상징은(고급 문화든 대중 문화든) 우리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예술 작품을 소설에 끌어들이는 것은 브랜드 이름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물을 어떤 시대에 자리매김하게 하는 문학적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단테의 문장을 인용하는 인물이 닥터 드레의 랩을 인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혹시 그렇다면 흥미롭기는 할 것이다). 게다가 인용이 소설 속 상황과 분명하게 연관이 있다면 원작의 감정을 환기시키는 이득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다른 예술 작품을 인용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다른 소설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존 레넌의 노래가 아니라 '자신의 글'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게 작가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쟁점이 더 복잡해지긴 하지만, 이 두 관점 사이에는 수많은 이가 속한 세 번째 관점도 있다. 이 관점을 지닌 작가들은 산문이나 시, 노래를 소설 속에 집어넣지 않고 장이나 절, 또는 소설의 앞머리에 인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용구는 소설의 일부가 되지 않고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작품을 인용하거나 언급할 때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지침이 있다. 먼저 그 작품은 다른 예술가가 썼고 소유권이 그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단테, 셰익스피어 등 저작권이 풀린 공공 저작물은 마음껏 인용해도 된다. 공개 연설도 마찬가지다(예를 들어 어떤 후보자의 연설을 역사 소설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이 소멸되지 않은 작품의 경우에는 인용해도 좋다는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단,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서평을 쓸 때는 적절한 선에서 인용한다면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작고한 작가들은 저작권 관리인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들 중에는 인용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 그러니 인용할 때에는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게 좋다.

노랫말을 인용하는 건 더욱 어렵다. 미국의 작곡가, 작가, 출판사 협회인 ASCAP는 노랫말 인용과 관련된 규칙을 제정하고 관리한다. 그 규칙이 아주 엄격하다. 허락을 받으려면 돈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반면에 제목은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어떤 제목이든 마음껏 인용할 수 있다. 인물들이 "들어 봐! 저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부르고 있어!" 라고 하면서 노래 제목을 말해도 된다. 또 뉴욕의 링컨 센터에 가서 뉴욕 시립 발레단의 <아곤(Agon)>을 볼 수도 있고, 돌리 파튼의 컨트리 뮤직 <졸린(Jolene)>을 들으려 내시빌의 그랜드올 오프리에 갈 수도 있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벨칸토>를 빌려 올 수도 있다.

은유, 상징, 감각적 묘사

단순 은유는 한 단어나 구절의 원래 의미가 다른 상황에도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비유법이다. 그 단어나 구절을 신중하게 고름으로써 처음의 상황에 감정을 더할 수 있다. 확장 은유는 더욱 깊은 감정을 더하는데, 장면 전체에 계속 그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

문화적 함축이 강한 은유는 특별한 의미가 필요한 상황에 써야 한다. 또한 날씨에 대한 은유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감상적 오류로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징은 실제 사물은 물론이고 추상적인 개념에도 사용할 수 있다. 상징은 작가의 생각과 대화를 통해 설명하거나, 식견 있는 독자가 해석하게 그냥 내버려 두거나 둘 중 하나다. 상징은 항상 플롯이나 배경에 어울려야 한다.

인용구나 노랫말, 시, 또는 미술 작품을 인용하면 소설에 그 작품의 감정을 더함으로써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간접적인' 방식이라 소설을 망칠 수도 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방법은 감각적 묘사를 제대로 해서 장면에 이미 내재된 감정을 덧붙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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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감정 : 사랑, 싸움, 죽음 앞에서]

인물이 주요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플롯에서 긴장감을 고조시켜 절정에 다다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런 장면을 잘 쓰기 위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사랑에도 개성은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을 쓸 때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인물의 기질에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물이 하는 모든 행동도 물론 그래야 하지만, 사랑은 진부한 표현으로 서술되기 쉽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소설에 중요한 아주 낭만적인 장면을 볼 때 우리는 이미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수백 번도 넘게 러브 신을 보거나 읽은 뒤다. 생각 없이 이 장면들을 가져다 반복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터무니 없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일상 속의 낭만적인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장면은 지루해지고 만다. 사랑을 고백할 때 연인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많은 듯해도 결국은 하나다. 이를 어떻게 신선하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신선하게 만들겠다고 너무 공들이다가 자칫하면 독자의 신뢰를 잃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작가로서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을 쓸 때 인물들이 경험하는 그대로 정확히 서술하든지, 아니면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도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한 거리감과 관점을 결정할 수 있다. 노라 로버츠의 로맨스 소설 <특별한 인연(Temptation)>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을 보자. 다음은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여주인공 에덴 칼버우가 앞서 213쪽 동안 체이스 엘리엇의 구애를 거절하다가 마침내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체이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가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에덴, 당신이 어떤 것들에, 어떤 삶의 방식에 익숙한지 알아요. 그게 당신이 필요로 하는 거라면 내가 그걸 당신에게 줄 방법을 찾을게요. 하지만 당신이 내게 기회를 주면 여기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소."

그녀는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가 싶어 침을 꿀꺽 삼켰다.

"체이스, 내가 부탁하면 당신이 필라델피아로 돌아갈 거라고 말하는 건가요?"

"당신에게 중요한 일이라면 필라델피아가 아니라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거요. 하지만 당신을 홀로 보내진 않을 거요, 에덴. 여름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요."

그녀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저한테 뭘 원하시는 거예요?"

"모든 것이오." 그는 그녀의 손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평생을 원하오. 사랑, 부부 싸움, 아이들. 나와 결혼해 주시오, 에덴."

이와 같은 기본적인 고백 장면은 로맨스 소설에서는 잘 통한다. 두 사람 다 사랑에 빠져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고 솔직한 말로 나타낸다. 그런 상황에서 나옴직한 행동과 반응이 나온다(키스, 목이 멘 말, 열정적인 눈빛). 그러나 이 젊은 연인들에게는 그들만의 문제가 있다. 즉 어디서 살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지(특정 생활 양식) 같은 앞서 플롯에서 나온 문제가 있다. 이 장면은 기본적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즉 다른 로맨스 소설의 연인들은 이와 똑같이 말할 수 없다. 에덴과 체이스가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은 이들의 성격과 각자의 과거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인물들의 성격이 복잡하면 그들의 사랑도 복잡해야 한다. E.M.포스터의 <하워즈 엔드(Howards End)>에서 연인인 헨리 윌콕스와 마가렛 슐레겔은 복합적인 인물들이다. 아이가 셋이나 딸린 부유한 중년 남자 헨리는 예의를 따지고 감정을 억누르는 에드워드 시대의 산물이다. 헨리는 말을 더듬거리며 청혼하고, 마가렛은 대답을 뒤로 미룬다. 그럼에도 이는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임이 분명하다. 표면적으로는 헨리가 빌려 줄 집을 보여 준다고 마가렛을 런던으로 데려오긴 했지만 말이다.

"슐레겔 양." 그의 목소리가 굳었다.

"내가 당신을 부른 건 집 때문이 아니었소. 집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소."

마거릿은 하마터면 이렇게 말할 뻔했다. "저도 알아요."

"당신이 나와 함께 하고… 가능할지…."

"윌콕스 씨!" 그녀가 피아노를 잡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을 가로막았다.

"알아요, 알아요. 시간 나는 대로 제가 나중에 편지를 드릴게요."

그가 말을 더듬었다. "슐레겔 양…. 마거릿…."

"예! 그럼요, 예!" 마거릿이 말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내 아내가 되어 달라고 말하는 거요."

그가 '당신에게 내 아내가 되어 달라고 말하는 거요'라고 말했을 때, 그에 대한 연민이 너무 깊어서 그녀는 몸을 약간 움찔했다. 그가 예상하는 대로 행동하려면 놀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커다란 기쁨이 그녀에게 밀려 왔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었다. 이 감정은 인간애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맑은 날씨가 가져다 주는 충만한 행복감을 닮았다. 맑은 날씨는 태양에서 생기는 것이지만, 마거릿은 이 찬란한 빛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행복감에 젖어 응접실에 서 있었고, 행복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의 곁을 떠나자마자 그녀는 찬란한 빛의 근원이 사랑임을 깨달았다.

"기분이 상한 건 아니오, 슐레겔 양?"

"제가 어떻게 기분이 상할 수 있겠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그녀가 얼른 돌아가 주길 바랐고, 그녀도 그걸 알았다. 그녀는 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소유하려 애쓰고 있음을 직감으로 알기에 그 모습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악수도 않고 헤어졌다. 그녀는 그를 위해 그를 만나는 동안 잿빛같이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행복감에 몸을 떨었다.

누구도 에덴과 체이스가 이렇게 행동하리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장면이 이처럼 개성 있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헨리와 마거릿은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시대에 사는 교양인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감정을 절제해 표현한다. 누구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헨리는 그 비슷한 말조차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마거릿 역시 자신의 감정을 글로만 표현한다.

－이들 사이에는 신체 접촉이 없다.

－마거릿의 사랑은 단지 이 남자와 함께 있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다. 그녀는 그에게 주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이 점이 그녀의 핵심적인 성격이다. 이런 까닭에 그녀는 그가 힘겹게 청혼하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 시선을 피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이 장면에서 "잿빛같이 차분한 태도"로 일관한다.

－마거릿도 알다시피 헨리는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누군가에게 청혼하고 거절당할 위험을 무릅쓰는 게 몹시 힘겹다. 그는 언제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사람인데, 여기서는 그러지 못한다(그녀가 거절할지도 모르니까!).

－두 사람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헨리는 마거릿을 원하면서도 "그녀가 얼른 돌아가 주기를 바란다". 청혼하는 도중에 느낀 긴장감과 위험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마거릿은 찬란한 사랑을 느끼지만 그 사랑이 "인간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이 필요한 존재, 유용한 존재가 될 기회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 장면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두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의 핵심은 감정의 혼재다. 사랑은 여러 다른 감정과 짝을 이룰 수 있다. 좌절과 분노("당신은 이걸 왜 나처럼 보지 않으려는 거죠?"), 연민("당신이 힘들어하면 내 마음이 아파요"), 공포("당신을 잃으면 어떡하죠?"), 슬픔("이렇게 되는 걸 바라지 않았어요"), 보호본능("당신이 안전하고 행복하기를 원해요"), 심지어 증오("당신을 향한 사랑이 내 인생을 망치고 있어요!")까지.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 단순한 욕망 이상을 표현한다면 그 장면은 더욱 힘이 있고 깊어진다.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은 플롯 전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복선이 될 수 있다. <하워즈 엔드>에서는 감정을 억누르는 헨리와 그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거릿의 욕구가 지나쳐서 이들의 결혼이 깨질 위기에 처한다.

 

 

사랑을 설명하면 차원이 달라진다

 

위험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 개성을 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다. 즉, 인물들 스스로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으려는 방식으로 그들의 사랑을 묘사하는 것이다. <과거 그리고 미래의 왕>의 한 단락에서 작가는 왜 기네비어가 두 남자를 사랑했는지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어쩌면 그녀는 아서를 아버지로서 사랑하고, 랜슬롯을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아들로서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작가의 설명은 연인들 자신보다 훨씬 더 복합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해석한다.

펄 벅의 <대지(the Good Earth)>에서 농부 왕룽은 기녀인 연영과 사랑에 빠진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그의 사랑을 "병"이자 "고통"으로 묘사한다. 연영을 향한 왕룽의 맹목적인 갈망, 토지와 가족을 방치하는 그의 태도, 그녀의 손을 보고 느끼는 창피함, 잠 못 이루는 밤을 상세히 묘사한다. 설명은 왕룽과 연영 두 인물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두 인물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언급하지 않고 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기 대문이다. 이는 사실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사랑만이 아니다. 평생 동안 거절당한 아름다움에 대한 왕룽의 욕망이 섞여 있다.

 

어쩌면 연인들이 나오는 모든 장면에 설명을 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펄 벅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물들이 자아성찰적인 인물이 아니거나 더 큰 맥락에서 소설을 전개하고 싶다면,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 설명 단락을 몇 개 덧붙임으로써 대화나 행동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차원을 더해야 한다.

 

 

싸움의 기본

 

싸움의 수준은 개인차가 크다. 예를 들어 성격 차이로 늘 옥신각신하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당신은 오늘 밤 내내 나를 무시했어"), 이혼하는 부부도 있다("당신은 항상 날 무시해! 떠나겠어"). 누군가 모욕을 해도 무시해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저 사람은 늘 저런 식이야"), 모욕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내 명예를 더럽혔으니 복수할 거야!"). 물론 이 두 극단 사이에도 다양한 양상이 존재한다. 어떤 인물을 그리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따라야 한다.

 

첫째, 싸움의 수준은 그리고자 하는 인물의 성격에 맞춰야 한다. 인물은 평상시에 사건들을 얼마나 격렬하게 받아들이는가? 그는 행운에 엄청나게 흥분하고 불행에 엄청나게 상심하는 사람인가? 그러면 독자는 그가 화를 낼 때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리라고 믿게 될 것이다.

 

둘째, 싸움의 수준은 싸움의 성격을 따라야 한다. <벌들의 비밀 생활>에서 릴리는 아버지의 모욕을 대부분 못 들은 척 넘긴다("생존의 기술"). 하지만 죽은 엄마를 비난하는 것은 릴리가 얼버무리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릴리는 아주 격렬하게 반응한다. 도망쳐 버린다. 다른 유형의 인물이라면 조용히 속만 끓였을 수 있다. 또 다른 유형이라면 아버지에게 더 강하게 맞서 그가 집 안에 있을 때 불을 지를 수도 있다.

 

셋째, 싸움의 수준은 인물이 속한 문화권에 따라 결정된다. 공적이든 개인적이든 간에 싸움을 금기시하는 사회(런던의 상류층, 보스턴의 유서 깊은 부유층, '예의 바른' 가문)에서는 아무리 중대한 문제라 할지라도 싸움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는 싸움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향해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여동생의 강간범을 살해하는 것을 의무로 여기는 사회도 있다. 소설 속 배경이 어디인가? 싸움꾼은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가족의 문화를 따르는가, 아니면 거스르는가? 이 때 그 지역의 관습에 맞서는 반항아를 묘사함으로써 흥미를 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싸움이 끊이지 않는 집에서 태어난 온순한 아이라든가, 19세기 영국 상류 사회에 분노하는 페미니스트라든가.

 

몸싸움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소설 속 배경으로 설정한 하위 문화에 어울려야 한다. 만약 1980년에 아일랜드 계 이민자가 몰려 사는 미국의 한 동네에서 열두 살 소년이 다른 소년과 공개적으로 주먹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 그 싸움은 이들의 우정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시간 뒤면 소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구가 될 것이기 대문이다. 하지만 1995년에 두 상원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벌인 주먹 싸움은 그들의 관계 분 아니라 어쩌면 득표 수, 재선거 기회, 그리고 법적 책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격성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소설을 전개하고 인물의 성격을 분명히 하자.

 

 

죽음, 인물의 최후를 묘사하는 법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 다음으로 작가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죽는 순간의 경외감과 고통을 포착하려는 시도는 때때로 조롱이나 진부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위대한 작가들조차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찰스 디킨스의 <골동품 가게 이야기(the Old Curiosity Shop)>에 나오는 불쌍하고 착한 소녀 넬의 죽음에 대해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심술궂게 썼다. "돌로 된 심장이 아니고서야 디킨스가 쓴 어린 소녀 넬의 죽음 장면을 읽고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독자를 웃음이나 냉소가 아니라 슬픔으로 이끌려면 죽음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아무래도 최고의 전략은 절제다. 이 말은 죽음의 고통을 묘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절제된 언어로 묘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객관적인 언어와 그 순간의 강렬한 감정 대비가 그 장면의 충격을 한층 높인다.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the World According to Garp)>은 절제에서 한 발 더 나간다. 끔찍한 자동차 사고 장면이 등장한 뒤 25쪽 동안 다른 모든 사람의 부상과 회복, 그리고 사고 뒤의 삶이 그려진다. 그리고 비로소 월트라는 아이가 그 사고에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 때조차도 정보는 눈알을 막 맞춘 나이 많은 한 아이가 "내가 아직도 월트를 볼 수 있는 건 이 눈 때문이에요" 라는 말 뿐이다. 그 말에 가아프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알아." 문맥 상 이 부분은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감동적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쓸 때에는 신체적 세부 사항과 다른 인물들의 반응을 절제하자. 그러고 나서 이 장면을 장의 맨 끝에 배치하면 강조 효과가 가장 크다.

 

 

죽어가는 사람의 시점에서 본 죽음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대개 주변 인물의 시점에서 쓰이는데, 그래야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인물의 시점에서 쓴 좋은 장면들도 있다. 죽어가는 인물의 시점으로 쓰고 싶다면 명심해야 할 점들이 있다.

 

－언어는 객관적으로 구사하고 거리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곧 죽을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다는 점을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해야지 보여주면 안 된다. 죽어가는 사람이 그걸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다음은 <가아프가 본 세상>에서 총을 맞고 가아프가 죽어가는 장면이다.

 

가아프는 헬렌을 쳐다봤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을 움직이는 것 뿐이었다. 그가 봤을 때 헬렌은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는 눈으로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걱정 마오, 죽은 뒤에 삶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소? 가아프가 죽고 난 뒤에도 삶은 이어질 거요. 날 믿어요… 그리고 절대로 잊지 말아요, 추억이 있다는 걸, 헬렌. 그의 눈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의 시점에서 쓴 문단은 간결해야 한다. 그래야 개연성이 있다.

－시점이 옮겨가야 하므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그 장의 맨 끝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1인칭 시점으로 쓴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이야기의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드물지만 예외는 있다. 그 예가 조애나 러스의 <죽어가는 우리들(We Who Are About To)>이다. 여기서 화자는 난파한 우주선의 마지막 생존자이고,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만다. 소설은 "자, 시간이 되었다" 는 말로 끝난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런 말을 남기지 않고 죽는다. 죽음이 너무 급작스럽거나,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 약하거나, 또는 자는 동안에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다음은 모두 임종을 맞은 사람들이 실제로 한 말이다.

 

－"더 많은 빛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작가)

－"밀드레드, 왜 내 옷을 꺼내 놓지 않았지? 7시에 공연이잖소." (버트 라, 배우)

－"나는…나…바다에…혼자." (앨프리드 히치콕, 영화 감독)

－"오, 하나님, 내 영혼을 불쌍히 여기소서. 오, 하나님, 내 영혼을 불쌍히 여기소서." (앤 불린, 여왕)

－"…모르스…인디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작가)

－"천국에서는 들을 수 있을 거야." (루트비히 판 베토벤, 음악가)

 

이 말들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드는가? 모두 간략하고, 어떤 말은 이해하기 어렵고, 자세한 말이 하나도 없다. 임종을 앞둔 인물은 긴 고백, 맹렬한 비난, 거침없는 폭로, 또는 마음의 변화를 표현하지 않아야 한다. 진실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플롯을 전개하거나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기 위해 죽어가는 인물에게 마지막 말을 하게 만들고 싶다면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압축된 말이어야 플롯을 전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왜 그가 그 말을 한 것일까? 누구에게 그가 유산을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지?).

하지만 임종 자리에 동석한 다른 인물들도 똑같이 말을 절제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입을 다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들의 성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잊지 말자. 그리고 스스로 신랄한 비평을 하고 싶을 만큼 장황하지 않은지 점검하자.

 

물론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나 섹스 장면, 싸움을 벌이는 장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소설 속에 하나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격한 장면이 단 하나도 없는 소설은 드물다. 이런 장면들은 언제고 반드시 써야 하므로, 플롯 전개 뿐만 아니라 성격 묘사를 최대한 잘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랑, 죽음, 섹스, 그리고 싸움]

 

사랑, 섹스, 싸움, 죽음에 대한 장면을 쓸 때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인물들이 각 성격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면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에 신체적 반응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같은 진부한 표현도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잘 통한다.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에 개성적인 표현으로 보완해야 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은 연인들의 사랑 외에 다른 감정이나 생각을 품고 있을 경우에 훨씬 흥미로워진다.

음란물을 쓰는 게 아니라면 섹스 장면은 인물들이 성행위를 하고 있다는 데 관심을 갖는 정도에서만 흥미를 일으켜야 한다. 독자가 인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하려면 육체적 행위에 이르게 된 두 사람의 감정과 관계에 강조점을 두는 게 좋다. 성행위를 어느 수위까지 묘사할지는 장르나 작품의 전체 분위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과도한 섹스 장면은 열정이 아닌 풍자가 되고 만다.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물이 얼마나 기꺼이, 얼마나 격렬하게, 얼마나 공정하게, 얼마나 몸을 써서 다른 누구와 싸우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몸싸움이나 공적 다툼은 인물들이 속한 문화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인물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반응할지 결정할 때는 이 점을 고려한다. 몸싸움을 제대로 묘사하려면 싸울 때의 움직임, 무기 사용법, 부상의 정도를 정확히 연구해 묘사해야 한다. 이 때 영화나 TV드라마는 바람직한 본보기가 아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은 절제하는 것이다. 죽어가는 인물의 말은 간략하고 화려하지 않을 때 가장 그럴 듯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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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감 :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좌절감이다.

좌절감이 없다면 플롯도 없다.

좌절감은 이야기를 만든다.

 

인물이 느끼는 감정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사랑? 미움? 분노? 욕망? 이 모두는 엄청 중요한 감정이다. 대부분의 플롯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는 욕망이 이끈다. 그리고 그 외에는 대개 미움이나 분노가 플롯을 이끈다. 안나 카레니나는 브론스키를 사랑하고, 사악한 여왕은 백설공주를 미워하고, 에이허브는 모비딕에 격분하고, 네로 울프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런 인상적인 작품들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인물의 동기와 인물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관한 그 모든 내용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은 따로 있다. 바로 좌절감이다.

 

좌절감이 없다면 플롯도 없기 때문이다. 좌절감은 누군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을 의미하며, 이 감정은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동기, 가치, 욕망은 인물이 소설이라는 항해를 떠나도록 시동을 거는 기능을 한다. 절정은 흔히 사랑과 전쟁, 죽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폭발한다. 그러나 그 사이의 모든 것, 즉 소설의 실질적인 이야기는 좌절감이 끌고 간다.

생각해 보자. 안나가 브론스키를 쉽게 그리고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은 채 얻었다면, 에이허브가 그 흰 고래를 처음에 작살로 잡았더라면, 두 소설은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대신 안나와 에이허브는(사악한 여왕과 네로 울프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해 좌절감을 느낀다. 좌절감은 이야기를 만든다.

 

따라서 작가라면 좌절감을 연구해야 한다. 좌절감을 인물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인물의 절망을 어떻게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중요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소설 쓰기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절대적인 답은 없다. 오랫동안의 시험에 따른 몇 가지 지침이 있을 뿐이다.

 

 

<좌절감에 빠진 인물의 반응>

 

－분노

－눈물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화풀이

－세상을 향한 비난

－자책

－술 마심

－좌절감을 믿을 만한 친구에게 쏟아냄

－포기

－복수

－기도

－어깨 한 번 으쓱하고 괜찮은 척

－우울증에 빠짐

 

 

[좌절감도 순수한 감정은 아니다]

 

좌절감은 소설에서 아주 중요한 감정이므로 작가가 그 감정을 얼마나 잘 그려내는가에 따라 인물은 진짜처럼 보일 수도 있고 가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좌절감을 그릴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독자가 인물의 감정을 이해할 거라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대개 작가가 인물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에 독자도 알 거라고 짐작하는 데서 비롯된다. 인물이 시누이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해 보자. 작가는 이런 사회적인 모욕에 마음이 상하고 우울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당연히 인물도 상처받고 우울해 보이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독자도 자연히 그 심정을 알 거라고 기대한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좌절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감정과 행동으로 반응한다(예를 들어 가족의 결혼식에 안 가도 된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작가는 인물의 좌절감을 충분히, 그리고 설득력 있게 극화해야 한다. 인물과 달리 행동하고 반응하는 독자가 인물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작가에게는 '독자가 되어 보는 일'이 중요하다. 자신의 작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다른 사람이 되어 바라봐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어려운 이유는 좌절감도 사랑처럼 '순수한(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감정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좌절감 역시 다른 감정과 뒤섞여 나타날 수 있다. 분노("어떻게 감히!"), 상처("왜 날 도우려 하지 않는 걸까?"), 두려움("내가 원하는 걸 결코 갖지 못할 거야"), 자책("난 자격이 없어!"), 포기("모든 걸 얻을 순 없어!"), 또는 씁쓸함("사는 게 뭐 이래!") 등.

 

－인물은 좌절감에 대해 가장 먼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인물은 좌절감 말고 또 다른 감정을 느끼는가?

－이 다른 감정 또한 플롯을 전개하는 데 유용할까? (<내 사랑 앰버>에서 앰버가 느끼는 두려움은 남편과의 충돌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점점 커지고, 마침내 남편이 자신을 죽이기 전에 자신이 남편을 먼저 죽이는 데 이른다.)

－좌절을 당한 인물은 주요 감정 외에 또 다른 감정을 느끼는가? 어떤 상황에서 그런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소설 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가? 분명히 말하지만 이걸 다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 소설은 선택의 과정이다. 그러나 좌절에 대해 인물마다 다른 반응을 하며, 같은 인물이라도 다른 상황에서 다른 감정을 느낀다면 좌절감을 충분히 극화하는 게 중요하다. 극화는 신체적 반응과 신중하게 구성한 대화, 인물의 생각을 통해 이용하면 된다.

 

 

<신체적 반응 :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인물의 좌절감을 극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은(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그 감정이 인물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감정은 대뇌변연계라는 뇌에서 본능을 담당하는 곳으로부터 형성된다. 우리는 흔히 정보를 이성적으로 처리하기에 앞서 이미 몸으로 반응한다. 만약 좌절감에 본능적으로 분노한다면, '내 것을 빼앗겼으니까 화 나는 게 당연해' 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아니다. 대신 분노가 몸 전체를 엄습해 호르몬 수치가 바뀌고 몸짓, 얼굴 표정, 말투, 호흡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물의 좌절감을 그릴 때는 이런 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신체적 느낌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좌절할 때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자. 숨이 턱 막히는가?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이는가? 배가 아픈가? 좌절감에 대한 자신의 반응에 주목하고 이를 이용해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신체적 반응을 만들자.

 

 

<대화 : 누구에게 토로할까?>

 

때로는 신체적 반응만으로 인물의 좌절감을 극화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몸은 전혀 다른 감정에 대해 같은 반응을 할 수 있다. 즉 눈물은 좌절감, 슬픔, 심지어 기쁨의 표현일 수 있다.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은 좌절감의 표현일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표현일 수도 있다. 둘째, 앞에서 말한 대로 성격이 다르면 반응도 다르다. 이 특별한 상황에서 이 특별한 인물에게 눈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인물이 시점인물이 아니라면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절망감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신체적 반응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대화를 쓸 때는 주의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식의 대화는 피해야 하며, 대신 인물이 자신의 좌절감을 토로하고 상대는 가만히 앉아서 그 말을 듣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듣는 이가 누가 될지는 플롯의 방향 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환경에 달려 있다. 즉, 듣는 인물 역시 반응을 보이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물이 '누구에게' 절망감을 토로하는가? 상대 인물의 반응은 무엇인가? 이 반응이 플롯을 더 복합적으로 만들기를 원하는가?

 

 

<생각 :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인물이 시점인물이라면 좌절감을 극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인물의 생각이다. 시점인물의 마음 속에 무슨 생각이 오가는지 독자도 알 수 있기에 좌절감을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인물의 좌절감에 합리적으로 반응하는 인물이라도 지나치게 논리적이면 안 된다. '그래, 1안은 실패했어. 그러면 이제 2안으로 넘어가자' 라고 조용히 생각하는 인물은 독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어떤 감정이든 뒤따라야 하고 잠시라도 혼란을 느껴야 한다('1안이 실패하다니, 이제 도대체 뭘 해야 할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는 좌절감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은 좌절감을 느껴야 한다.

 

둘째, 인물의 행동을 생각으로 대체하면 안 된다. 절망에 빠진 인물은 문제를 과도하게 생각하거나,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상세한 계획을 짜거나, 절망에 빠져 있을 수 있다. 그가 무엇을 하든 간에 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생각은 인물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좌절감은 인물의 행동과 극화된 반응을 통해 보여야 한다.

 

 

[좌절감에 빠진 인물]

 

좌절감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인물에게 성격을 부여하고, 플롯을 전개하고, 인물을 곤경에 빠뜨려 동정심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인물의 좌절로 소설은 엄청난 혜택을 본다. 좌절감은 플롯을 전개할 뿐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는 데 아주 유용한 감정이다. 좌절에 대한 인물의 반응은 이제까지의 인물의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

좌절감은 때로 다른 감정들과 뒤섞여 나타난다. 이 감정을 모두 장면에 집어넣으면 소설에 개연성과 깊이가 더해진다. 또한 같은 인물이라도 상황에 따라 좌절감에 달리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도 모든 반응은 인물의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

신체적 반응은 좌절감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신체적 반응이 어떠한지 세밀하게 관찰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자. 대화와 생각을 통해 인물이 좌절한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좌절했을 때의 대화와 생각은 약간 일관성이 없다. 인물이 좌절했을 때는 대화나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줌으로써 플롯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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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 : 누구의 감정을 따라갈까?]

 

우리는 모두 꿈을 꾸듯이 살아간다. 그것도 혼자서.

- 조지프 콘래드,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 中

 

소설이 매력적인 것은 우리 머릿속이 한 가지 시점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

시점은 우리가 그 행동을 누구의 눈으로 보고, 누구의 머릿속에 있으며, 지금 경험하는 이 느낌이 누구의 것인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소설에서 누구를 시점인물로 할 것인지는 아주 중요하다. 이로써 작가가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말할지, 때로는 사건이 무슨 의미인지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점에 대한 연구]

 

시점은 누구의 눈과 마음으로 독자가 소설을 보는가를 의미한다. 보통 1인칭 시점, 3인칭 제한적 시점 또는 3인칭 다중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한다. 2인칭 시점, 1인칭 복수 시점, 3인칭 복수 시점, 서간 시점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주인공과 시점인물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어떤 이야기인가에 따라 인물들 중 다른 누구의 시점으로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점인물을 선택하기 전에 앞서 다른 시점일 때 소설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해 보자. 소설을 계속 전개할 수 있다면 시점인물은 되도록 적은 게 좋다.

 

1인칭 시점은 긴박감이 넘치고, 인물이 개성적인 말투를 사용할 수 있으며, 내적인 범주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점인물이 모르는 건 쓸 수 없고 그의 세계로 이야기가 제한되는 문제, 그리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3인칭 시점은 1인칭 시점보다 제한이 적고 외적인 범주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으며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긴박감과 인물의 말투에서 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모든 인물의 마음 속을 제 집 드나들듯 하고 이러쿵 저러쿵 논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잘 쓰기가 쉽지 않다.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시점은 서간 시점과 결합할 수 있다. 하지만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결합할 수는 없다.

 

 

1인칭 시점

 

1인칭은 본질적으로 작위적인 시점이다. 대화가 완벽하게 편집된 긴 문장을 기억해 낼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화자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척하기 때문이다. 1인칭 시점의 이런 작위성을 무시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작위성을 없애기 위해 '젊은 나'와 '늙은 나'라는 이중의 화자를 내세울 수도 있다. 아니면 설명을 제한하거나 완전히 걷어낼 수도 있다.

1인칭 시점에서 묘사와 설명은 작가가 아니라 인물이 정보를 보는 것처럼 제시되어야 한다. 이 점은 인물의 성격 묘사를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1인칭 시점에는 모든 대화를 집어넣자. 사실 누구도 대화의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1인칭 시점의 장저은 화자의 목소리다. 화자가 말하는 내용 뿐 아니라 말하는 방식을 통해 목소리에 인물의 성격을 반영하자. 목소리에 지역색을 드러내고 싶다면 사투리를 간간이 쓴다. 지나치게 쓰면 독자를 괴롭힐 뿐 아니라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1인칭 시점에서 인물에게 거리감을 두거나 격식을 차리게 하고 싶은 경우에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문장을 쓴다.

 

신뢰할 수 없는 1인칭 화자가 나오는 소설이 있다. 이런 소설은 화자가 말하는 내용과 사건의 간극을 독자가 발견하게 되면서 아주 큰 극적 효과를 일으킨다.

1인칭 다중 시점은 잘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시점의 소설은 드물다. 하지만 화자들 간에 관점 또는 말투에 극심한 차이가 있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

 

19세기에 일상적으로 쓰이던 전지적 작가 시점은 현대 소설에서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아무 때나 어느 인물의 생각 속으로(모든 것을 알기 위해) 불쑥 들어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과, 독자에게 직접 말하는 식으로 작가가 강력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의 개입은 소설 속에 직접 끼어드는 것부터, 단순히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 독자의 해석을 유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소설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소설 속 사진을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더 풍성하게 재현하며, 소설의 현실성을 자유로이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점이 이 시점의 장점이다. 단점은 이야기를 파편화하고, 인물과 독자의 거리를 더 멀리 떨어뜨리며, 소설 속 세계에 대한 환상을 깨 버린다는 점 등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은 다른 시점에 비해 수준 높은 문장력이 필요하다. 또한 전지적 작가 시점을 잘 쓰려면 이 시점을 소설의 시작 부분에 빨리 알리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잘 활용해 작가의 개입을 정당화할 만한 보상을 해야 한다.

 

 

<1인칭 시점의 장점>

 

－시점인물은 주인공이 죽은 뒤에도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다. 스트릭랜드와 개츠비 둘 다 소설이 끝나기 전에 죽는다. <달과 6펜스>의 시점인물은 스트릭랜드의 아내와 자녀들, 그가 그린 그림의 운명까지 추적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시점인물이 아니면 좀 더 신비로운 인물로 그려질 수 있다. 개츠비가 죽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의 진짜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는 실제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자신의 과거를 포장한다. 개츠비가 시점인물이라면 독자는 소설이 시작될 때부터 그의 과거를 알았을 것이다. 독자가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인공이 시점인물이 아니면 자신의 비밀을 간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달과 6펜스>의 화자가 말한 대로, 주인공은 "자신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다.

－시점인물은 주인공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겪을 수 없는 일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닉은 데이지를 철부지 속물로, 개츠비를 감상적인 이상주의자로 보기에 이르는데, 이는 두 인물 중 그 누구도(그리고 다른 인물도) 갖지 못한 관점이다.

 

 

<1인칭 시점의 단점>

 

－시점인물이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집어넣을 수 없다.

－시점인물이 모르는 정보를 집어넣을 수 없다.

－시점인물이 아는 모든 정보를 집어넣어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은 속임수가 되어 버린다. 예를 들어 시점인물인 형사가 핵심 단서를 알아냈다면 이를 모른 척 넘어갈 수 없다. 그러면 플롯을 포기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알면 독자도 안다.

－이야기가 1인칭 시점인물의 세계로 제한된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1인칭 시점을 '폐소공포증' 시점이라고 부른다. 시점인물이 의심을 품으면 다른 모든 인물이 의심스러운 인물로 묘사되어야 한다. 어떤 인물이 실제로는 정직하다고 보여줄 수는 있어도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 그가 무엇을 하든 시점인물은 그 행동을 의심스럽게 해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점인물의 관점에 대응하기 위해 작가는 반복적으로 그의 정직성을 강력하게 극화해야 한다.

－1인칭 시점의 가장 큰 문제는 작가의 머릿속에 이미 '나', 즉 자신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보 작가는 자신이 이러하니 허구의 '나'도 이러할 거라고 단정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독자도 자동적으로 이러할 거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1인칭 시점은 작가의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게 아니다. 다른 어떤 시점보다도 '독자가 되어' 모든 문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제한 때문에 많은 작가가 1인칭 시점을 어렵게 여긴다.

 

 

<3인칭 시점의 장점>

 

－외부에서 시점인물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할 수 있다. 이는 1인칭 시점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자의 세계로 이야기를 한정할 필요가 없다. <트리플>을 1인 시점으로 쓴 글의 마지막 두 문단처럼 한 인물의 개인적이고도 때로 변덕스러운 시선을 통하지 않고도, 객관적인 사실들을 보여줄 수 있다. 3인칭 시점은 '이야기를 열어 놓기 때문에' 밀실에 갇혔다는 느낌이 덜하다.

－3인칭 시점에서는 시점인물이 두 명 이상 될 수 있다. 사실 오늘날의 대중소설은 3인칭 다중 시점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작가가 단 한 인물이 아니라 여러 시점인물에게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플롯을 자유롭게 휘젓고 다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대한 정보를 나중에 알릴 수 있다. 그러니 단순히 정보를 가진 인물을 시점인물로 고르지 말자.

－'나'라고 쓰지 않음으로써 인물들에 대한 객관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 인물들을 더 상상할 수 있고, 자신의 글을 평가하기도 더 쉽다.

 

 

<3인칭 시점의 단점>

 

－인물과 독자의 거리가 더 멀어진다.

－말투의 개성이 떨어진다.

－기억과 회상, 의견이라는 범주를 넘나들 때 노련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어색함이 더 커진다.

 

 

<3인칭 다중 시점의 장점>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 뿐 아니라 아주 다양한 장면을 집어넣을 수 있다.

－주인공이 모르는 정보를 알릴 수 있다. 또 다른 인물이 그 정보가 극화되는 장면에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인물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로써 허구의 인물을 사실적이고 복합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생각과 느낌을 드러낼 수 있다.

－똑같은 사건에 대한 엇갈리는 관점들을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행동을 도덕적으로 보는 인물이 있는 반면에 비도덕적으로 보는 인물이 존재한다. 이로써 삶에 대한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며 풍부한 관점에 이르게 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장점>

 

－인물의 행동에 대한 독자의 해석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

－더 큰 관점으로 소설의 맥락에 대해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인물들의 시점에 작가의 시점을(때로는 인물과 대조되는 시점) 더함으로써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현실, 소설, 그리고 진실의 본질을 다루는 메타픽션에 유용하다.

－어떤 인물의 마음 속에나 자유자재로 들어갈 수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단점>

 

－허구의 세계라는 것을 인식시켜 소설 속 세계에 대한 환상을 깨 버린다.

－이야기를 파편화한다.

－인물과 독자의 거리를 3인칭 원거리 시점보다 멀리 떨어뜨린다.

－시점의 연속성을 잃는 대신 일반적인 소설보다 더 수준 높은 글을 써야 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유의할 점>

 

－시점을 띄엄띄엄 써서는 안 된다. 일단 전지적 작가 시점을 선택했다면 끝까지 최대한 활용한다. 몇 장에 한 번씩 작가 개입이 띄엄띄엄 이루어진다면 의도적인 시점 선택이라기보다는 실수처럼 보인다.

－강력한 작가의 존재를 보이지 않고 인물의 마음 속에 들락날락하는 것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다. 엉성한 3인칭 다중 시점일 뿐이다.

－전지적 작가를 최대한 빨리 등장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서술로 이미 전달한 것에 대해 작가가 의견을 드러낼 때는 흥미로운 요소가 없으면 안 된다. 같은 말을 반복할 거라면 작가의 목소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전지적 작가 시점과 3인칭 다중 시점의 차이>

 

3인칭 다중 시점에 설명이 많으면 전지적 작가 시점과 무척 비슷해진다. 이는 설명이 모습은 드러나지 않지만 작가의 시점으로 쓴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인물 가운데 이렇게 생각하거나 말하는 이를 찾을 수 없다. 분명한 문체(농담처럼, 비꼬듯, 낭만적으로)로 쓴 설명은 단순한 정보를 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존재가 개입하는데, 그 존재는 바로 작가라는 게 암시된다. 

전지적 작가 시점과 3인칭 다중 시점은 엄격하게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가 다른 하나로 미끄러져 들어가듯 이어져 있다. 하지만 이 중간 즈음에 자리잡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인물들의 마음 속으로 불쑥불쑥 들어가서 작가의 존재를 암시한다면, 엉성한 3인칭 다중 시점이나 약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이기 쉽다. 가장 좋은 건 둘 중 하나로 확실히 정한 뒤 그 시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시점을 쓰고 싶은지 결정하자. 그러면 시점 오류를 피하는 게 의외로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안목이 있는 독자(그리고 편집자)로부터 한층 신뢰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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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네 번째 페르소나, '비평가'

 

모든 글은 수정(고쳐쓰기, 퇴고)을 염두에 두고 쓰인다. 따라서 어떤 장면을 두고 비평가가 될 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은 이런 것이다.

 

－시작이 흥미로운가?

－어디인지, 언제인지, 누구의 시점인지 명확한가? 배경을 좀 더 자세히 고쳐 쓸 수 있는가?

－시점의 오류가 없는가?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가? 즉, 시작에서 다른 결론에 이르렀는가? 이 때 '다른' 결론은 인물이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거나, 인물에게 또 다른 선택권이 주어졌거나, 문제가 더 복잡해졌거나, 새로운 인물을 만났거나, 가치 충돌을 깨달았거나, 희망 없는 행동에 한 발 더 내디뎠거나 등 다양할 수 있다. 뭐가 되었건 어쨌든 장면의 끝에 이르면 무언가 달라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소설 전체에 중요한 의미를 주는가?

－소설을 더 읽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가?

－외모, 행동, 대화, 생각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인물을 발전시키고 있는가? 인물의 세부 사항을 더 세밀하게 다듬을 수 있는가?

－감정이 정직한가, 억지스러운 데가 없는가? 인물과 실제 현실 모두를 반영할 만큼 복합적인가?

－대화가 자연스럽고 특징이 있으면 적절한가?

－문장 하나하나를 뜯어 볼 때 상투어나 어색한 말투, 정신 사나운 수식어, 반복적인 말이나 구절, 또는 문법 오류가 있는가? 다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마음에 드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가? 그 문제점은 해결 가능한가?

 

 

<글 쓰기 준비 운동>

 

유명한 작가들은 글 쓰기라는 과업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 운동을 했는데, 어떤 것은 건전하고 어떤 것은 그러지 못하다. 대표적인 방법은 이러하다.

 

－애거서 크리스티 : 설거지를 하면 플롯 아이디어가 술술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그린 : 타자기가 "결코 나의 뇌에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올바른 도구에 의존했다. 그는 "내 손에는 만년필이 맞다. 볼펜은 비행기 탑승권을 채우는 데나 유용하다"고 했다.

－노먼 메일러 : 알코올을 선호했다. "나를 준비시키기 위해서는 보통 맥주 한 캔이 필요하다."

－오노레 드 발자크 : 커피를 선호했다. 그는 하루에 50잔 이상의 커피를 마셨고 카페인 중독으로 사망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연필 한 통을 깎은 뒤에 이상한 자세로 작업했다. 그는 서서 글을 썼다.

－마크 트웨인 : 엎드려서 글을 썼다.

－레이 브래드버리 : 시 한 줄 또는 다른 작가의 강렬한 한 문장에 "자극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토머스 울프 : 오랫동안 산책을 했다.

－윌라 캐더 : 성경의 한 구절을 읽었다.

－톰 로빈스 : 구름을 관찰했다. "인간의 위대한 철학적 아이디어 대부분은 하늘에서 나온다. (…) 철학을 하든 시를 쓰든 하늘을 바라보는 건 아주 훌륭한 수련법이다" 라고 했다.

－미겔 데 세르반데스, 월터 레이 경 : 교도소에 있는 동안 글 쓰기에 자극을 받았다.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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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감정, 시점' 핵심 정리

 

 

<인물>

 

－우리에게는 등장인물을 찾아낼 수 있는 네 가지 자원이 있다. 바로 우리 자신, 우리가 직접 아는 실존 인물, 건너 들어 아는 실존 인물, 순전히 상상으로 만든 인물이다. 앞의 세 자원에서 끌어낸 인물은 실제 모습에서 변형을 했을 때가 훨씬 효과적이다.

－소설에 쓸 수 있는 인물 명단을 작성했으면 다음 단계는 주인공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동적으로 나머지 인물은 조연이 될 것이다. 어떤 인물도 주연이 될 수 있다. 주연이 다르면 이야기도 달라진다.

－글을 쓰기 전에 등장인물을 예비 독자의 관점을 점검해 본다. 흥미로운가? 충분히 다양한가? 서로 관계가 있으며 앞으로 소설에 나올 상황에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가? 그들에 대해 쓰는 게 흥분되는가?

－뒷이야기를 어느 정도 싣는 게 적당한지는 어떤 장르를 쓰는가에 달려 있다. 하지만 뒷이야기가 얼마만큼 들어가는지와 상관 없이, 작가는 늘 인물의 과거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인물의 동기는 그의 뒷이야기가 발단이어야 한다. 그 동기가 비범할 수록 독자가 알아야 할 뒷이야기의 양은 많아져야 한다. 뒷이야기는 인물의 기질과 성격을 형성하고 동기와 감정을 만들어 낸다.

－인물은 가치가 충돌하거나 엇갈리는 욕구를 품고 있을 때 흥미를 일으키곤 한다. 그들이 무엇을 선택하는가를 보고 독자들은 그들의 성격과 신념을 알 수 있다. 사소한 선택이라도 인물의 뒤에서 하게 될 커다란 선택과 일치되어야 하고, 때때로 복선이 되어야 한다.

－인물들은 소설이 전개되는 동안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바꿀 수도,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오랜 욕망이 실현되었거나 좌절되었을 때 새로운 목표로 나아감으로써 동기를 바꿀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모든 변화는 소설 속 현재 시점의 결과로 나타나야 그럴 듯하다.

－진짜로 변화하는 인물이라면 그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한 인증 장면이 소설의 마지막에 나와야 한다.

－장르 소설은 대중 소설과 마찬가지로 인물의 성격 묘사가 중요하지만, 또한 그 장르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장르 소설에는 다양한 하위 장르가 있으므로, 먼저 자신이 쓰고 싶은 하위 장르에 익숙해져야 한다.

－재미있는 인물을 창조하는 기본 방법은 과장, 조롱, 그리고 기대의 반전을 넣는 것이다.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기를 바라는가에 따라 그 수위를 정할 수 있다.

 

 

<감정>

 

－감정은 행동, 대화, 생각, 신체적 반응을 통해 극화되어야 한다. 감정은 직접 말하지 말고 보여줘야 한다.

－감정, 동기, 인물의 변화를 한꺼번에 다루는 비법은 장면 단위로 쓰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그 장면에서 이루어야 할 모든 것을 결정하자.

－'한계점'은 감정을 극화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를 활용하려면 인물이 한계점에 이르면서 결국 감정을 분출하기까지 그 압박감을 반복적으로 극화해 보여 주어야 한다.

－좌절감은 플롯을 전개할 뿐 아니라 인물의 성격도 묘사한다. 인물이 좌절감에 보이는 태도와 이 태도를 변화해 나가는 모습은 이제까지의 인물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

－좌절감은 소설을 전개하는 사건을 통해 주로 드러나야 한다.

－소설 속 대화는 감정이 한껏 고조되는 순간조차도 '현실 속 대화'와 다르며, 압축과 절제, 강조를 통해 다듬어야 한다.

－은유는 원래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다른 것으로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비유법을 뜻한다. 이런 은유를 통해 감정을 쌓아 나갈 수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나 섹스 장면, 싸움을 벌이는 장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보여 준 인물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점>

 

－시점이란 독자가 소설을 누구의 눈과 마음으로 경험하는가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1인칭 시점, 3인칭 제한적 시점, 3인칭 다중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을 쓴다. 드물게는 2인칭 시점, 1인칭 복수 시점, 3인칭 복수 시점, 서간(편지) 시점도 쓴다.

－주인공과 시점인물은 같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소설에 어떤 시점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규칙 같은 건 없다. 모든 소설은 어떤 인물의 시점에서든 쓸 수 있다. 한 인물을 택하기 전에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소설을 구상해 보자.

－1인칭 시점은 긴박감이 넘치고 인물이 개성적인 말투를 쓸 수 있으며, 내적인 범주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점인물이 모르는 건 쓸 수 없고 그의 세계로 이야기가 제한되는 문제와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1인칭 시점은 본질적으로 작위적인 시점이다. 누구도 그렇게 길고 완벽하게 편집된 이야기를 완벽한 대화와 더불어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 문제는 작위성(독자들이 이 관습을 받아들이는 것처럼)을 무시하거나 젊은 화자와 나이 든 화자가 번갈아 설명하게 만들어 극복할 수 있다.

－3인칭 시점은 1인칭 시점보다 제한이 적고 외적인 범주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으며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긴박감과 인물의 말투에서 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3인칭의 시점인물은 다룰 수 있는 만큼, 소설에 필요한 정도로만 최소화하는 게 좋다.

－3인칭 시점은 3인칭 근거리 시점, 3인칭 원거리 시점, 그리고 그 사이의 3인칭 중거리 시점으로 나눌 수 있다.

－3인칭 다중 시점은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다룰 수 있고 더 많은 인물을 깊이 다룰 수 있으며 동일한 사건에 대해 엇갈리는 견해를 흥미롭게 제시할 수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의 해석이 강조되고 소설 속 사건을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시킬 수 있으며, 작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현실성을 자유로이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파편화하고 인물과 독자의 거리가 멀어지며 '소설 속 세계에 대한 환상을 깨 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소설에 폭넓게 개입할 수 있다. 자신이 인물이 되어 직접 이야기 속에 끼어드는 것부터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 해석의 방향을 트는 것까지 다양하다.

 

 

<글 쓰기>

 

 

－글 쓰기를 즐기는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다. 작업에 대한 불안감은 글 쓰는 즐거움을 없애 버리기도 한다.

－글 쓰기를 네 단계로 나누어 불안감을 줄이자. 인물이 되고, 작가가 되고, 독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비평가가 되자.

－작가로서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소설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의 이야기로 여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