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의 모든 것 :: I. 플롯과 구조 - 제임스 스콧 벨

I. 플롯과 구조

 

플롯(plot) : 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여러 요소를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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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이야기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인생이다"

- 앨프리드 히치콕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스무 가지 방법]

 

하나, '~이라면' 게임을 한다.

이 게임은 가장 오래 되었으며 작가의 독창성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독창성은 친숙한 요소들을 친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글쓰기의 어느 단계에서도 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단계에서 특히 도움이 된다. '~이라면'이라는 관점으로 사고를 훈련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재미있는 글을 읽을 때 '만일 ~이라면' 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일주일 동안 다음 게임을 해 보자.

 

－신문을 읽으면서 기사마다 '만일 ~이라면' 이라고 가정해 본다.

－드라마나 광고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보자.

－최종 목록에 '만일 ~이라면' 이라는 질문을 적어 둔다.

－목록을 치웠다가 며칠 후에 다시 검토한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좀 더 생각을 덧붙인다.

 

둘, 책 제목을 짓는다.

멋진 제목을 짓고 제목에 어울리는 글을 쓴다. 엉뚱한 소리 같다고?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을 때 그럴 듯한 제목은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준다.

제목은 시, 명언, 성경 등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명언집을 훑어보고 재미있는 구절을 적어 둔다. 사전에서 마구잡이로 몇 단어를 뽑아서 합쳐 본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다.

아니면 소설의 첫 문장에서 제목을 뽑는 것도 방법이다. 딘 R.쿤츠의 <미드나이트(Midnight)>는 "재니스 캡쇼는 밤에 달리는 걸 좋아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으로 어떤 제목을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그녀는 밤에 달린다, 밤에 달리는 사람, 어둠 속에 달리는 자, 밤의 달리기. 이 중 하나를 골라 어울리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셋, 목록을 만든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작가 초년 시절에 잠재 의식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모아 목록을 만들었다. 이 목록이 그의 소설 재료가 되었다.

당장 목록을 만들어 보자.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떠오르는 것들을 재빨리 적는다. 이 단어들은 소설의 싹이 될 수 있다.

 

넷, 논쟁거리를 찾는다.

화나게 만드는 논쟁거리가 있는가? 스파이 소설의 거장 로버드 러들럼은 "독자를 사로잡는 소설은 분노의 감정에서 나온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분노는 작가가 이용하기에 좋은 감정이다. 다음과 같은 논쟁거리 목록을 작성하자. (낙태, 환경, 총기 규제, 대통령의 정치 권력, 운전 중 휴대 전화 사용…)

생태주의 작가 에드워드 에비는 자신의 관심사인 현대 자본주의의 문명과 관광업이라는 논쟁거리를 소설에 담아냈다. 에비는 글쓰기를 기술이 아닌 소명으로 여겼고, 바로 이 점 때문에 그의 소설은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에비는 작가가 도덕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었다. "제도권에서는 진실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작가들에게 진실을 기대해야 합니다."

자신을 화나게 하는 것들을 주제로 삼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즉 명분을 지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역동성 있는 인물을 창조해서 자신의 도덕관을 구현할 수 있다면, 감정적이면서도 극적인 소설을 쓸 수 있다.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 논쟁거리를 찾아 낸다. 군사 분쟁처럼 세계적인 문제나 학교 이사회 정책처럼 지역적인 문제여도 상관 없다. 어쨌든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면 된다.

－어느 편을 들지 결정한다. 이 논쟁거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자신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는 좋은 쟁점을 찾아내자.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편의 좋은 주장을 찾아내는 것이다. 세상에 완전히 옳거나 그른 사람은 없다. 악당도 자신의 일을 합리화하고 싶은 법이다. 작가로서 우리는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 인물들을 양쪽 모두 공정하게 대하자.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 논쟁의 양쪽 입장에 대해 어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일까?' 각각에 대해서 서너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자. 나중에 제일 좋은 것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설교가 아니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공허한 강연이 아니라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다섯, 마음으로 그려 본다.

상상을 영화로 만들어 보자. 먼저 아침 일찍 자리에 앉아서 질문한다. '지금 이 순간 정말로 쓰고 싶은 게 뭘까?' 마음 속에 처음 떠오르는 세 가지를 목록으로 만들자. 다양한 논쟁거리(길거리 범죄, 안락사, 변호사, 종교), 인물(위험에 맞서 용기를 보여주는 인물), 상황(소형 비행선을 탄 사람이 이라크 상공 위에서 꼼짝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중에서 고른다. 아이디어를 흘러넘치게 해 주는 것을 하나 골라야 한다. 이제 눈을 감고 영화 상영을 시작한다. 그냥 앉아서 감상하자. 무엇이 보이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면 멈추지 않는다. 약간 끼어들어도 좋지만 되도록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게 좋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본다.

그 다음 플롯에 대해서는 잊고 20분 가량 글을 쓴다. 영화 속에서 본 것을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쓴다. 인물, 플롯, 주제에 대해서 적는다. 그저 쓴다. 5일 동안 매일 글에 살을 붙여 나간다. 그러고 난 후 그 동안 쓴 영화 일기를 인쇄한다. 읽어 본 후 흥미로운 부분에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이제 이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킨 뒤 새로움이 있는지 본다.

 

여섯, 귀를 연다.

음악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동을 주는 음악을 들어 보자. 클래식, 영화 음악, 록, 재즈 등 마음을 끄는 음악을 선택하자. 음악을 듣는 동안 눈을 감고, 영화와 장면들 그리고 인물이 발전하는 것을 지켜본다. 쓸 거리를 찾았다면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놓고 글을 쓴다.

 

일곱, 인물이 우선이다.

아이디어를 얻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인물을 통하는 방법이다. 과정은 단순하다. 일단 역동적인 인물을 창조하고 그가 어떻게 과정을 끌고 나가는지 지켜본다. 독창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몇 가지 예를 소개한다.

 

－그림 그리기 :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인물을 본다. 이 인물을 묘사한다. 아무 배경에나 그 인물을 집어넣고 변화를 지켜본다. 나중에 이렇게 자문한다. '이 인물은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지? 어떤 유형의 인물이 생기고 있는 거지?'

－아는 사람 재창조하기 :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매혹적인 인물을 뽑는다. 그 인물을 그대로 흉내내는 대신 재창조한다. 직업을 바꾸거나 성별을 바꾼다. '우리 괴짜 삼촌이 여자라면 어떨까?'

－부고 읽기 : 매일 신문에는 부고가 실린다. 부고 란에 실린 사람들의 약력을 가져다 써 보자. 내용을 바꾸어 보자. 흥미로운 내용을 가져다가 인물에 적용한다. 나이와 성별을 바꿔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본다. 그저 지켜본다.

－가장 끔찍한 일 생각하기 : 일단 인물을 만들고 나서 질문한다. '이 인물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 무엇일까?' 이 질문의 대답이 스릴러의 시발점이 되어 독자가 손에 잡으면 내려놓을 수 없는 소설이 탄생할 수도 있다.

 

여덟, 가장 좋은 예를 훔친다.

셰익스피어가 할 수 있었다면 누구도 할 수 있다. 플롯을 훔치는 것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독창적인 소설을 거의 쓰지 않았다. 오래 된 플롯을 가져다 마법을 써서 새로운 소설로 만들어 냈을 뿐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그렇게 하기가 훨씬 어렵다. 플롯과 인물을 통째로 가져다가 독창적인 소설이라고 우길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플롯에서 실마리를 가져다가 자신만의 마법으로 엮어 낼 수는 있다. 주요 인물과 오래 된 관습을 바꾸면(다음에 나오는 '아홉, 장르를 바꾼다' 참조), 독창적으로 전개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작가 윌리엄 노블은 <이 플롯을 훔쳐라(Steal this plot)>에서 "독창성이야말로 표절의 요체"라고 말한다. 인물과 플롯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지만 유형을 활용할 수는 있다.

 

아홉, 장르를 바꾼다.

모든 장르에는 오래 된 관습들이 있다. 특정 장르의 서사에는 그만의 일정한 리듬과 흐름이 있다. 이런 예상 가능한 흐름을 뒤집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서부극을 가져다가 우주로 배경을 바꿀 수도 있다. <스타워즈>에는 서부극의 요소가 많다(술집을 배경으로 한 장면처럼). 마찬가지로 SF영화 <아웃랜드(Outland)>는 목성의 한 위성을 배경으로 하는 서부극이다. 대실 해밋의 <그림자 없는 남자(the Thin Man)>의 인물들은 로버트 A.하인라인의 <벽을 뚫고 걸어간 고양이(the Cat who walks through walls)> 속의 미래 세계로 옮겨 갈 수 있다. <서부를 향해 달려라(the Wild, Wild West)> 같은 고전 드라마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서부로 옮겨 놓은 것 뿐이다. 최근 장르 바꾸기는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장르의 리듬, 오랜 관습, 뻔한 예상을 요리하자. 장르를 뒤섞자. 그러면 어디에선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열, 새로운 경향을 예측한다.

어떤 소설은 주제만으로도 '뜨거운 화제작'에 오를 수 있다. 시의성이 떨어지기 전에 잘 붙잡으면 성공한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주제가 무엇인지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제일 좋은 정보원은 전문 분야의 잡지다. 대중이 당장 또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을 오래 쓸 필요도 없다. 서점에 죽치고 앉아 과학 잡지, 시사 잡지 등을 죽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잡지들에는 최신 동향이나 기술 정보를 분석한 기사들이 자주 실린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하면 이런 질문을 해 보자.

 

－누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

－내년에도 관심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10년 후에는?

－모든 사회가 이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사회가 이 이야기를 거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누가 가장 손해를 볼까?

 

열 하나, 신문을 활용한다.

신문의 모든 기사를 훑어보자. 독창적인 소설의 실마리를 본능적으로 집어낼 수 있게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집중 시간이 짧은 현대인들을 위해 짧은 요약문 형식으로 쓰인 신문은 재빨리 훑어보기에 좋다. 신문 한 장에서 아이디어를 수십 개를 뽑아 낼 수 있다. 기사 하나를 골라서 '만일 ~이라면' 이라고 질문을 던져 주제를 확장한다. 나중에 참조할 만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기사는 모아 둔다.

 

열 둘, 자료를 조사한다.

소설가 제임스 미치너는 출판하기 4,5년 전부터 미리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무언가 떠오를 때에는' 150권에서 200권 정도 관련된 주제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이것저것 훑어보고, 읽어보고, 검토한다. 읽은 것을 모두 머릿속에 정리한 다음에 마침내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조사한 자료들 덕분에 수많은 아이디어를 끄집어 낼 수 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 덕분에 자료 조사가 훨씬 쉬워졌다. 그러나 고전적인 방식을 무시하면 안 된다. 책도 있고,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들과 인터뷰할 수도 있다. 여유가 된다면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분위기를 흠뻑 들이마시자. 풍부한 자료가 널려 있을 것이다. 자신의 분야를 선도하는 인물들을 찾아서 인터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시대를 직접 겪었거나 특정 장소에서 살아 본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서 상세한 내용과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자. 다음은 조사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다.

 

－평소 알고 싶었던 주제에 대한 논픽션 책을 찾는다.

－우선 그 책을 훑어본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는다.

－책을 꼼꼼하게 읽는다.

－다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앞서 적은 아이디어에 살을 붙인다.

 

열 셋,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것은"

아침 일찍 이런 연습을 해 보자. 아침에는 밤새 꿈 속에 스미어 나온 잠재 의식이 아직 남아 있다. 잠재 의식에 귀를 기울여 본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종이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것은"이라고 첫 줄을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10분 동안 쉬지 말고 글을 쓴다. 저절로 일어나는 생각을 좇으며 이 생각을 확장하고 다른 생각도 해 보면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렇게 하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글쓰기 근육을 이완하는' 효과도 있다. 매일 글쓰기 준비 운동으로 활용하면 좋다.

 

열 넷, 집착을 심는다.

집착은 인물의 가장 깊은 감정을 끌어낸다.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게끔 몰고 가므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훌륭한 도약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어떤 것에 집착할까? 자아? 외모? 욕망? 직업? 적대자? 성공?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에서 자베르 경감은 무엇에 집착하는가? 의무감이다. 그는 의무감 때문에 광신적인 인물이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서 에이해브 선장이 집착하는 것은 무엇인가? 커다란 흰 고래다. 그의 집착이 없다면 <모비딕>이라는 소설도 없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Dorian Gray)>는 젊음에 집착한다. <몰타의 매>의 인물은 모두 다 검은 새에 미쳐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서 레트는 스칼렛에게, 스칼렛은 애슐리에게 집착한다. 이 소설들의 추진력은 모두 집착이다.

일단 주인공을 만든다. 집착을 심는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 본다.

 

열 다섯, 첫 문장을 쓴다.

쿤츠의 <어둠의 소리(the Voice of the Night)>는 그가 '빈둥대다가' 쓴 다음 한 줄에서 시작되었다. "뭔가 죽여 본 적이 있니?" 로이가 물었다. 쿤츠는 이 문장을 쓰고 나서야 주인공 로이를 열네 살짜리 남자 아이로 결정했다. 첫 문장이 그를 사로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지프 헬러는 첫 문장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절망하고 있던 어느 날 헬러에게 첫 문장이 떠올랐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내가 두려워하는 사람이 넷 있다. 이 네 사람은 각자 다섯 사람을 두려워한다." 이 두 줄은 헬러의 표현대로라면 "가능성과 선택의 폭을 엄청나게 넓혀" 주었다. 그 결과로 나온 소설이 바로 <어떤 일이 일어났다(Something Happened)>이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고전이 된 헬러의 <캐치-22(Catch-22)> 역시 첫 두 문장에서 시작한다. "첫 눈에 반해 버렸다. 누군가 처음 목사님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중에 헬러는 '누군가'를 주인공의 이름인 요사리안으로 바꿨고, '목사님'은 교도소의 목사가 아니라 군대의 목사로 바꿨다. 첫 몇 문장이 소설 하나를 만든 것이다.

첫 문장을 쓰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한 번 써 보자.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열 여섯, 도입부를 쓴다.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소설은 도입부(프롤로그)를 사건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주인공이 이 사건에 관여할 필요는 없다. 흥미진진하고, 비밀스럽고, 긴장감 넘치고, 충격적인 일이 생겨서 독자가 '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끝까지 읽어 봐야겠는걸' 이라고 말하게끔 하면 된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도입부를 쓰는 건 꽤 쉽다.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데에 오히려 요령이 필요하다. 좋은 도입부로 시작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면 소설 전체를 이끌 수 있다. 그러니 짧은 도입부 쓰기를 연습하면 독자를 사로잡는 소설을 쓰는 좋은 훈련이 된다.

 

열 일곱, 마인드 맵을 그린다.

마인드 맵 그리기는 창조적 글쓰기에 매우 좋은 방법이다. 마인드 맵이란 떠오르는 단어들을 마음 속에 지도로 그리는 작업이다. 이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뉠 수 있다.

 

－1단계 : 준비 ) 발전시킬 단어나 개념을 하나 고른다.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괜찮고 임의로 선택한 것도 좋다. 종이 한가운데에 단어를 쓰고 동그라미를 그린다.

－2단계 : 발사 ) 깊이 생각하지 말고 떠오르는 것들을 적는다. 이 단계에서는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연상이 다른 연상으로 흘러가도록 둔다. 종이를 가득 채운다.

－3단계 : 조준 ) 곧 어떤 유형이 마음 속에 나타날 것이다. 이 유형은 앞서 떠올린 연상에 '방향'을 알려 준다. 마인드 맵에서 새로운 방향성이나 초점을 제시할 것이다. 마음 속에서 터져 나오는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아이디어가 생길 것이다.

 

열 여덟, 통쾌한 결말을 만들어 놓는다.

<카사블랑카(Casablanca)>를 단지 수많은 영화 중 하나로 끝나지 않게 한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관객들이 감탄사를 내뱉고 여운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결말의 마지막 대사 때문이리라. "루이스, 이것이 멋진 우정의 시작인 것 같군." 통쾌한 결말이다.

소설은 결말 때문에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 결말이 시시하면 그 전까지의 내용이 아무리 흥미진진하다고 해도 독자들은 실망한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Meet John Doe)>가 바로 그렇다. 설정은 훌륭했지만 결말에 이르자 카프라와 작가들은 뭘 어떻게 할지 몰랐다. 가장 그럴 듯한 결말은 주인공이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는 우울해질 것이다. 결국 어떤 사람이 달려와서 그를 구해 주는 결말이 선택되었는데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영화 제작자들은 궁지에 몰린 셈이다.

결말은 너무나 중요하므로 미리 통쾌한 결말을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 보자.

 

1. 마음 속에서 클라이맥스 장면을 그린다.

2. 어울리는 음악을 상상한다.

3. 여러 감정을 폭발시킨다.

4. 갈등을 끌어올릴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5.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이 주제를 변주한다.

 

이제 다음 질문을 한다.

 

6. 인물들은 누구일까?

7. 어떤 상황이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8. 이야기를 출발점까지 어떻게 되짚어 갈 수 있을까?

 

많은 작가가 결말을 미리 생각하는 건 글쓰기에서 가장 쓸모있는 나침반이라고 여긴다. 통쾌한 결말을 만드는 연습을 하면 적어도 강렬한 인물들을 얻을 수 있다.

 

열 아홉, 직업 속에서 소재를 찾는다.

우리의 자아는 직업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그 일을 잘 하는지에 따라 자아는 달라진다. 또한 직업에는 그 직업과 밀접한 문화가 있다. 직업 속에서 풍부한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이한 직업을 바탕으로 하는 아이디어를 짜 보자. 책이나 신문, 잡지에서 본 특이한 직업 목록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아끼는 책 중에 미국 노동부에서 펴낸 <직업 사전(Dictionary of Occupational Titles)>이 있다. 이 두 권짜리 책에는 직업 수천 개가 상세하게 나온다. 그 중에 아래와 같은 직업이 있다.

 

378.363-010번 : 기갑정찰 전문가(군대)

바퀴 있는 자동차나 기갑차량 등을 몰면서 지형, 적의 전투력, 동태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기갑정찰대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보안을 위해서 암호 장비를 이용해 사령부에 보고한다. 전투정찰 정보부대에 지역 정보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장갑차나 기갑차, 차량을 몰면서 적군을 교란하고, 지연시키고, 파괴하는 전술 활동을 수행한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엄호하거나 아군의 측면을 방어하기 위해 차량에서 포를 발사한다. 야간에는 정확하게 포를 발사할 수 있도록 보조 기구를 준비하고 활용한다. 화학 무기 탐지 장비, 방사능 또는 방사선 탐지 장비를 동원해서 주변 대기에 화학 무기가 잔존하는지 여부와 그 종류를 식별한다. 길을 표시하고 교통을 통제하기 위해 출입 제한 차량을 운행한다. 타깃에 맞춰 박격포와 대포 발사를 조정하고 발사 시의 유효성을 보고한다.

 

이 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소설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이 인물이 길을 잃는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1850년대로 간다면? 갑자기 미쳐 버린다면?

 

스물, 절망에 멈추지 않는다.

아무 것도 안 쓴 백지나 텅 빈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는데 머릿속이 텅 비어 있다. 아무 것도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 정말 절망적이다. 하지만 괜찮다. 많은 위대한 작가가 이런 상태를 겪었다. 이들은 해결책을 찾았다. 그저 계속 쓰는 것이다.

E.L.닥터로는 <래그타임(Ragtime)>을 쓰기 전에 절망에 빠져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뭔가 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뉴로셸에 있는 우리 집 서재의 벽을 마주보고 앉았고, 그래서 벽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다. 작가로서 우리는 이런 절망에 가득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다음에 나는 벽과 연결된 집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그 집은 1906년에 지어졌다. 그래서 그 시대와 당시 브로드뷰 마을은 어떻게 생겼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차가 대로를 따라 언덕 아래로 달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서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테디 루즈벨트가 당시 대통령이었다. 한 가지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책이 시작되었다. 절망에서 몇몇 이미지를 끌어냈다."

기 드 모파상은 "흰 종이를 검은 색으로 물들여라" 라고 충고했다. 제임스 서버는 "제대로 쓰려 하지 말고 무조건 써라" 라고 했다.

아직도 절망적인가? 종이를 검은 색으로 불들여 보자. 지금 당장!

 

+)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방법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 방법들이 있다.

 

－술 : 술과 창작은 문학계에서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왔다. 수많은 위대한 작가가 악명 높은 술꾼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작가 지망생이 술과 문학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스트레스 : 고통스럽게 분투하는 작가의 신화는 젊은 작가들이 품고 있는 잘못된 이미지다. 자학은 불안감만 낳을 뿐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절망에 빠져서 글을 대충 끝내거나 생계에 대한 과도한 걱정만 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도전보다 안전을 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김빠진 글을 쓰게 만들 수 있다.

－마약 : 마약은 환상을 주기는 하지만 나쁜 점이 너무 많아 쓸 가치가 없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말했다. "나는 글쓰기를 일종의 자기 희생으로 보거나 경제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피폐할 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는 낭만적인 생각에 반대한다. 작가는 감정적, 육체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무엇보다도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법]

 

이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골라서 책 표지에 쓸 매혹적인 문구, 책을 잘 요약하는 몇 줄짜리 문구, 그리고 책의 약점을 쓰자.

 

책 표지에 쓸 문구는 서점에서 독자들이 보고 감탄을 할 만큼 큰 주제를 담아내야 한다. <미드나이트>의 주제는 마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남용이다. 자신이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가장 큰 주제는 무엇인가?

이제는 소설 내용을 요약하는 몇 줄짜리 문구를 쓸 차례다. 한두 줄의 흥미로운 문장으로 내용 전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쿤츠의 소설 <윈터 문(Winter Moon)>은 이런 식으로 요약되어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거리가 불타오르는 대재앙의 도시로 변한다. 몬태나의 황량한 시골에서는 신비로운 존재가 숲을 공격한다. 이 사건들이 만나서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되면 생물도 무생물도 안전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약점에 대해 열심히 생각해 보자. 소설을 실패하게 만들 만한 요인들을 냉정하게 고민하자. 그렇다고 그 아이디어를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물론 버려도 된다. 아이디어의 약점을 생각해 보면 훨씬 더 낫게 만들 수 있다. 다음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대답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1. 이와 비슷한 아이디어가 이전에도 있었나?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독창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가능한 요소들을 목록으로 적는다. 어떤 작가도 쓴 적이 없는 것을 생각해 낼 때까지 머리를 쥐어짠다.

2. 배경이 평범한가? 그렇다면 어떤 배경을 선택해야 할까? 질리지 않는 신선한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3. 인물이 진부하지는 않나? 그렇다면 어떻게 더 흥미롭게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신선함을 줄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 보고 긴 목록을 만들 때까지 어떤 생각도 버리지 않는다.

4. 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충분히 '큰 주제'를 다루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더 크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육체적 죽음 또는 심리적 죽음을 다룬다면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5. 이 아이디어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요소를 덧붙이는 게 좋을까? 모든 각도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좀 더 활기를 불어넣을 반전을 집어넣는다. 반전 목록을 만든다.

 

 

[피라미드 공식으로 하는 아이디어 평가]

 

편집자나 출판 관계자는 누구나 '신선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영업부 직원들이 어찌 할 바를 모를 만큼 독창적이진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켜야 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피라미드 공식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평가해 보자.

 

－열정 : 피라미드 공식의 맨 아래 단계는 열정이다. 쓰기로 결정한 플롯을 완성하는 데에는 긴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거기다 소설을 완성하기까지는 몇 달이나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건 열정이다. 수많은 소설이 어째서 외면을 당할까? 그 중 한 가지 이유는 그 소설들이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저 소설이랑 비슷한 수준으로 쓰면 내 소설도 잘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다른 소설들을 흉내낸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런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다. 쓰고 싶어서 미칠 지경인 플롯에 열정적으로 헌신하지 않으면 작가의 문체는 독창적일 수도 강렬할 수도 없다. 기회의 문을 두드리는 수없이 많은 작가 지망생 중의 하나로 끝나고 만다.

열정은 작가의 영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결국에는 언제나 성공을 안겨 준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글 쓰기를 배우는 단계라면 개성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브렌다 유랜드가 말하듯, "지성과 사랑을 다해서 작업하자. 당신을 사랑하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자유롭고 즐겁게, 적어도 하루에 서너 번 쯤은 잘난 체하는 자들, 비웃는 자들, 비평가들, 의심하는 자들을 마음 속으로 무시하자."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열정적으로 작업해야 한다.

 

－가능성 :  피라미드 공식의 중간 단계에서는 독자에게 다가갈 가능성을 평가해 봐야 한다. 잠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잊고 투자가의 역할을 해 보자. 이 책을 출판해서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이윤도 좀 남길 수 있을까? 아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인생의 몇 달, 몇 년을 바쳐 쓴 소설이 자신의 가족 말고 다른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가?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면 투자가로서 스스로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보자. 시장 조사도 해야 한다. 출판계의 동향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어떤 소설이 출판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곧 출간될 소설에 대한 짧은 서평들을 보자. 출판사에서 이들 소설의 플롯에서 어떤 장점을 보고 출판했을지 생각해 보자. 그렇다고 이 소설들의 내용을 베끼면 안 된다. 작가의 성공은 독창적인 문체와 관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가능성을 평가할 때 엄청나게 많은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건 아니다. 특정 장르의 작가들은 특정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다. 특정 장르 내에도 하위 장르가 있다. 예를 들어 '정통' SF소설을 쓰는 작가는 많지 않다. 그들은 SF소설 애독자 중에서도 소수를 대상으로 한다. 그래도 상관 없다. 이 작가들은 앞에서 논의했듯이 열정을 갖고 쓰는 거니까. 다시 말해 가능성은 작가의 결정을 돕는 도구에 불과하다. '규칙'이 아니다. 모든 도구가 그렇듯 현명하게 판단해서 사용해야 한다.

 

－정확성 : 피라미드 공식의 맨 위 단계는 아이디어에 대한 정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열정이 있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그와 맞지 않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서스펜스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를 생각해 만든 플롯이라면 서스펜스에 집중하자. 이 목표에서 벗어나는 다른 부분은 필요가 없다.

 

 

[소설의 시작 : 강렬한 인상을 심자]

 

소설의 시작 부분인 1막에서는 다음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독자를 사로잡는다.

－독자와 주인공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한다.

－장소, 시간, 맥락 등 소설의 배경을 제시한다.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한다. 전개가 빠른지, 익살스러운지, 역동적인지, 인물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지, 속도감이 있는지, 느긋하게 흘러가는지.

－독자를 중간 부분으로 넘어가게 만든다. 계속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만든다.

－적대자를 등장시킨다. 누가 또는 무엇이 주인공의 길을 가로막는지 알린다.

 

이 과제들을 잘 해결하면 플롯의 기초가 튼튼해진다. 독자는 유능한 이야기꾼을 만났다고 느낄 것이다.

 

 

[인물을 통해 독자와 유대감을 쌓자]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우리의 감정들을 활용하면 아주 다양한 인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플롯은 인물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인물이 강렬할 수록 더 좋은 플롯이 나온다. 강렬한 인물은 독자를 플롯으로 끌어들인다. 소설과 독자의 이러한 역동적인 관계가 바로 '유대감'이다.

 

<유대감을 높이는 네 가지 동력>

매혹적인 주인공을 만들었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 다음으로 독자와 유대감을 형성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동일기, 공감, 호감, 내적 갈등이라는 네 가지 동력을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동일시 : 독자는 주인공을 따라 플롯에 이끌려 들어간다. 그러므로 독자가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면 할 수록 플롯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동일시는 소설 속 이야기가 바로 독자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준다. 간단히 말해 동일시는 주인공이 우리와 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도 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비슷하게 행동할 거라는 공감이다. 주인공을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끼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인간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들여다 보자. 우리는 성공하려고 애쓰고, 때때로 두려워하며, 완전하지 않다. 핵심은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이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한가?'에 있다. 이에 부합하면 독자는 주인공에게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을 느낀다.

 

－공감 : 동일시와 달리 공감은 독자가 주인공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 부을 때 커진다. 좋은 플롯의 필수 요건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처럼 부정적인 모습이 있더라도 공감을 자아내야 한다.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네 가지 간단한 방법이 있다. 단, 현명하게 써야 한다. 너무 과하면 독자들은 작위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1. 위험을 통한 공감 : 주인공이 끔찍하고 급박한 문제에 빠지면 독자들은 금방 공감을 한다. 긴박한 육체적 위험, 감정적 위험 등 위험은 어디에서나 온다.

2. 역경을 통한 공감 : 주인공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운을 겪는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주인공이 현실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독자들은 응원하게 된다.

3.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을 좋아한다. 힘겹게 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자.

4. 연약함에 대한 공감 : 독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주인공을 보면 안쓰럽게 여긴다. 주인공의 처지를 딱하게 여길 수 있는 장치를 그리자.

 

－호감 : 호감 가는 주인공은 당연히 호감 가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호감 가는 주인공은 타인에게 친절하거나 재치 있게 대화를 이끈다.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고 상냥하다. 이기적이지 않다. 삶에 대한 폭넓은 견해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인물과 어울리고 싶어한다.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주인공에게 반영하자. 재치가 있고 너무 진지하지 않은 인물이 독자의 호감을 산다. 너무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그레고리 맥도널드가 쓴 <플레치(Pletch)>에 나오는 어윈 플래처는 재치가 있고 겸손한 인물이다. 로버트 그레이스가 쓴 <몽키스 레인코트(the Monkey's Raincoat)>의 탐정 엘비스 콜도 마찬가지로 유쾌하다. 그러나 호감을 사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인물은 도리어 호감을 얻기 어렵다. 적당한 수준을 지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독자가 호감을 품기 힘든 주인공이라면 다른 점에서 보완해야 한다. 주인공을 강한 인물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예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은 남자들을 쥐락펴락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스칼렛은 강인한 성격으로 시련을 극복해 나간다. <대부>에서 마이클 코를레오네는 괴물이지만 강한 사람이다. 호감 가지 않는 주인공이라면 다른 점에서 매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은 관심을 끄고 만다.

 

－내적 갈등 :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강하고 두려움 없이 돌진하는 인물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사람들은 대개 그런 식으로 살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망설이고 의심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주인공의 망설임을 플롯의 전면에 내세우면 독자들이 더욱 흥미를 느낀다. <기막히게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 II (How to write a Damn Good Novel II)>에서 제임스 N.프레이는 내적 갈등이란 "인물의 내면에서 두 개의 '목소리', 곧 이성과 열정 또는 두 가지의 열정이 싸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경우에 주인공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공포 때문에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한다. 내적 갈등은 주인공이 또 다른 목소리, 즉 의무감과 명예, 원칙 등을 위해 망설임을 극복하고 행동할 때 해결된다.

 

 

[첫 쪽에서 독자를 사로잡으려면]

 

잭 빅햄은 <소설 창작에서 가장 흔한 서른여덟 가지 실수(the 38 Most Common Fiction Writing Mistakes)>에서 "첫 문장부터 이야기 속으로 바로 들어가라"고 충고한다. 그는 첫 쪽에서 이야기 전개를 가로막는 세 가지 요인을 지적한다.

 

1. 지나친 묘사 : 도입부에서 묘사가 지나치면 사건도 없고 움직이는 인물도 없다. 장소에 대한 간략한 묘사는 필요하지만 도입부의 사건과 긴밀하게 이어져야 한다. 배경이 핵심이라면 적어도 배경 묘사에 인물을 등장시켜서 이야기가 흘러가게 해야 한다.

2. 기나긴 회상 : 소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만약 메인 플롯과 관계 없이 과거에 일어난 일에 집중하면 정체된 느낌이 든다.

3. 위협이 없음 : 좋은 소설은 위협에 대한 반응에서 시작해 그 문제를 계속 다룬다. 시련을 도입부에 빨리 넣어야 한다.

 

 

[중간까지 멈추지 않고 읽게 만들려면]

 

지금까지 다룬 내용은 모두 독자가 2막, 즉 소설의 중간 부분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요건들이다. 독자가 소설을 계속 읽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1막에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주인공

－주인공과의 유대감

－주인공의 세계를 뒤흔드는 요소

 

주인공이 되돌아갈 수 없는 관문을 거쳐 2막으로 들어갈 때쯤엔 적대자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적대자의 정체를 완전히 보여 줄 필요는 없다. 나중에 정체를 드러내는 비밀에 쌓인 적대자가 있다면 완벽하다. 중요한 점은 적대자의 존재다. 적대자는 주인공만큼 강하거나 더 강해야 한다. 적대자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요소를 주면 더 좋다. 적대가 역시 그 나름대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는 명분을 주자. 그렇게 하면 소설이 훨씬 더 탄탄해진다.

 

 

[상황 설명, 인물 설명은 적절히]

 

정보를 쏟아 놓으면 플롯은 눈에 띄게 느슨해진다. 작가가 플롯을 전개하기 전에 독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 줄 때 이런 일이 생긴다. 내러티브(narrative)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인물 사이의 대화에서 지나친 정보가 나오는 건 더욱 큰일이다.

나는 시작 부분에 설명을 넣을 경우를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이 규칙을 만든 이유는 독자가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도입부에 쓰는 경향이 내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대개는 그 대목을 잘라 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흐름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쓸데없는 설명으로 시작하지 말자. 다음은 나의 규칙들이다.

 

－규칙 1, 행동을 먼저 하고 설명은 나중에 한다 : 움직이는 인물로 시작한다. 독자들은 인물의 행동을 따라갈 것이고, 그 인물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한 정보는 나중에 조금씩 흘린다.

 

－규칙 2, 빙산의 일각만 설명한다 :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말하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 즉 정보의 10퍼센트만 보여주고 90퍼센트는 수면 아래에 남겨 둔다. 나중에 좀 더 많이 보여주면 된다. 적당한 때가 오기 전까지는 설명을 자제한다.

 

－규칙 3, 정보를 갈등이 드러나는 장면에 끼워넣는다 : 정보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치열한 갈등 장면 속에 끼워넣는 것이다. 인물의 생각이나 말을 이용해서 핵심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실전 연습 01>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첫 번째 장을 살펴보자(쓰고 있는 게 없다면 지금 당장 쓰자). 첫 문단부터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어떤 기술을 쓰면 좋을까?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드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 장에서 배운 기술들을 활용해서 다시 쓰자.

 

<실전 연습 02>

소설 속 세계가 어떤가? 그 세계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그 세계를 묘사 말고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실전 연습 03>

어떻게 주인공을 등장시킬까? 주인공이 독자의 기억에 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다섯 가지 항목에 따라 주인공을 살펴보자.

 

－동일시 : 주인공은 '보통 사람들'과 어떤 점에서 비슷한가?

－공감 : 위험(육체적 또는 감정적)이 있나? 역경을 겪거나, 사회적 약자이거나, 연약함이 있나?

－호감 : 주인공이 재치가 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가?

－내적 갈등 : 주인공의 내면에서 싸움을 벌이는 두 가지 '목소리'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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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설을 읽게 만드는 건 첫 장이지만,

다음 소설을 읽게 만드는 건 마지막 장이다.

- 미키 스필레인

 

 

[소설의 결말 : 끝이 좋아야 완벽하다]

 

소설의 결말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주인공이 목표를 이루는 긍정적인 결말. 둘째, 주인공이 원하는 걸 얻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결말. 셋째, 주인공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부정적인 결말. 긍정적인 결말의 예로는 영화 <죠스>가 있다. 브로디가 상어를 죽인다. 애매한 결말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정신병원을 떠난 후 세상을 잘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 애매한 결말을 잘 만들면 독자들을 강렬한 감정에 빠뜨리며 만족감과 더불어 다양한 추측을 하게 만들 수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바로 그러하다. 기억에 남을 마지막 줄을 읽어 보자.

"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마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홀든은 앞으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서 속 깊은 이야기는 안 하게 될까? 그렇다면 홀든도 자신이 싫어하는 '위선자'가 되는 게 아닐까? 아니면 불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시련을 통해 삶을 깨닫는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될까?

부정적인 결말의 예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들 수 있다. 스칼렛은 진정한 사랑 레트를 결국 잃는다(작가는 스칼렛이 레트를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게 함으로써 '여운'을 남겼다). 이 세 가지 기본 결말에 한두 가지 복잡한 요소를 덧붙일 수도 있다. 주인공이 원하던 것을 이루지만 사실은 부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원하던 것을 이루지 못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찰스 디킨스는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개인적 문제가 해결되는 장면을 결말에 넣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과업을 끝마치며, 아직 머물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는 이 때, 이 얼굴들은 서서히 사라져 간다. 그러나 단 하나, 모든 것을 담은 천상의 빛처럼 환하게 빛나는 한 얼굴이 모든 얼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 얼굴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나는 옆으로 얼굴을 돌려 아름다운 평온에 휩싸여 있는 얼굴을 바라본다. 램프는 낮게 타오르고 있다. 나는 밤 늦게까지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사랑스러운 존재는─이 사람이 없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내 옆에 함께 있어 준다. 아그네스, 내 영혼이여, 내 삶이 끝날 때에도 당신의 얼굴이 내 옆에 계속 있어 주기를. 내가 지금 버린 과거의 그림자들처럼 현실이 내게서 사라질 때도, 그대는 여전히 내 곁에서 위를 가리키며 있어 주기를!'

 

불길함이 가득한 여운을 남기면서 끝낼 수도 있다. 독자들이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아니, 이럴 수가" 하며 불안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찰스 윌슨의 <태아(Embryo)>가 이런 식으로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은 미치광이 의사를 추적하면서 그가 자궁 밖에서 아이들을 탄생시키는 방식을 그린다. 이 아이들은 나쁜 짓을 상상하며 미소 짓는 사악한 존재가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과 그의 연인이 정상으로 보이는 아이를 가지며 결말에 이른다. 모든 일이 잘 풀린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들의 아이인 꼬마 소녀 폴린이 바깥에 혼자 있는 장면이 나온다. 폴린은 성냥을 발견하고는 호기심에 불을 붙인다. 그리곤 불 붙은 성냥을 던져 자신의 강아지의 등에 떨어뜨린다.

'강아지는 갑자기 뛰어올라서 한 바퀴 휙 돌고는 뭐가 따끔했는지 살펴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폴린은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 그러고 나서 미소 지었다.'

아니, 이럴 수가! 작가는 결말에서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공포를 맛보게 한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만 끔찍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는 잭 런던의 <마틴 에덴(Martin Eden)>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적 성취와 니체식의 의지력은 그에게 에덴동산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선택한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고집스러운 손과 발이 때때로 약하게 물을 휘저었다. 그러나 손과 발, 그리고 그렇게 손발을 움직이게 만드는 삶에 대한 의지는 이미 속았다. 그는 이미 너무나 깊은 곳에 와 있다. 그의 손발은 결코 그를 수면으로 데려갈 수가 없다. 그는 꿈처럼 보이는 바닷속에서 나른하게 떠 다니는 것 같았다. 다채로운 색깔과 빛이 주위에서 그를 적시고 온통 둘러싸는 것 같았다. 무엇일까? 마치 등대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 반짝이는 밝고 하얀 빛, 그 빛이 점점 더 빠르게 반짝였다.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길게 들려왔다. 그는 넓고 끝이 없는 계단을 굴러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그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알았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희생이 있는 결말]

 

영화 <카사블랑카>를 예로 들어 보자. 여기서 주인공 릭 블레인의 욕망은 무엇일까? 그는 전쟁영웅 라즐로와 결혼한 일자와 함께 하길 원한다. 끝부분에 가서 릭은 일자를 얻는다. 그녀는 릭과 함께 떠나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릭은 그녀를 포기하고 그녀에게 남편과 함께 떠나라고 한다. 그는 더 큰 선(善)을 위해서 전쟁물자 보급과 결혼이라는 자신의 가장 큰 욕망을 희생한 것이다. 그가 일자를 라즐로에게서 빼앗았더라면 도덕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릭은 그렇게 해서 일자의 환영에서 벗어난다("우리는 언제나 파리를 추억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전쟁이라는 현실로 돌아와서 인류에 다시 합류한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경관인 루이와 새로운 우정도 맺게 된다.

<카사블랑카>의 결말은 어째서 인기가 있을까? 희생이라는 요소 때문이다. 릭은 더 큰 선을 위해서 욕망의 대상을 포기한다. 희생이라는 주제는 어째서 그렇게 강력한 것일까? 우리의 문화적 의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대의를 위해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가장 깊은 열망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를 쓴 빅터 프랭클린은 인간이 한평생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의미는 고립된 상태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의미는 함께 할 때 나온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생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서구 문화에서 희생이란 개념은 고전과 신화 속에 깊이 배어 있다. 아브라함은 아들인 이삭을 기꺼이 제물로 바치고자 했다. 그는 그 희생 때문에 보상을 받았고 신의 축복을 받은 자가 되었다. 이성적 이기주의로 무장한 무신론자 에인 랜드도 이러한 철학을 자신의 소설에 담았다. 그녀의 소설 <파운틴헤드(the Fountinhead)>는 외부 세력에 타협할 바에야 차라리 자신의 성공과 직업을 포기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아틀라스(Atlas Shrugged)>에서 여주인공 대그니 태거트는 인간적 가치의 존엄성을 지지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권력과 특권을 포기한다. 우리가 에인 랜드의 철학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작가로서 그녀는 소설의 역동성을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마지막 선택'과 같은 유형의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끔찍한 딜레마에 봉착한다. 목표를 이룰 수 있으나 도덕성을 포기해야만 한다. '옳은 일'을 선택하려면 가장 중요한 목표, 즉 소설에서 내내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카사블랑카>의 릭은 더 큰 선을 위해서 일자에 대한 사랑을 포기한다. '마지막 전투'와 같은 유형의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에게는 싸워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대개 지고 만다. 영화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Mr.Smith goes to Washington)>는 이런 유형의 결말을 잘 보여준다. 제퍼슨 스미스는 운 좋게 상원의원에 당선되지만 사실 그는 정치판의 꼭두각시로 뽑힌 것이다. 스미스는 그 사실을 모른다. 스미스는 소년들을 위한 야영장을 만들려는 자신의 꿈이 그 땅에 댐을 건설하려는 정치권과 충돌하자 자신이 하수인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저항하자 그들은 사기죄를 뒤집어씌워서 스미스를 상원의원직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스미스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실정을 잘 아는 비서의 도움으로 스미스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군분투한다. 그러려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험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반전이 있는 결말]

 

작가들은 멋진 반전이 일어나는 결말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독자들의 예상을 빗나가면서도 의미가 있고, 게다가 숨을 멈출 만큼 긴장감이 있어서 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그런 결말을 어떻게 생각해내는 걸까? 이런 부분은 공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결말에서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 줄 몇 가지 방법은 있다.

 

소설을 쓸 때 이미 결론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개요대로 쓰면 결론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상관 없다. 계속 결론을 향해 쓰면 된다. 그러나 초고의 막바지에 이르면 잠시 멈추고 다른 결말을 열 가지 생각해 보자. 열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오래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다. 딱 30분만 할애해서 머리를 쥐어짜자. 빨리 할 수록 좋다. 자유롭게 상상하면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잊자. 일단 열 가지를 떠올려 놓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하루 이틀 정도 더 생각해 본다. 이제 열 가지 중에서 제일 훌륭한 네 가지를 선택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한다.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 본다. 마지막으로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결말 하나를 반전으로 선택한다. 원래의 결말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놀라움을 주는 요소로 덧붙이는 것이다. 원래의 결말에 어떻게 더할지 고민한다. 그러고 나서 소설로 돌아가 이 반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여기저기 심어 두면 된다. 이제 결말에 반전이 생겼다.

 

모든 플롯은 저마다 다르므로 여기서 반전을 만드는 기술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말에서 플롯에 나오는 모든 주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은 소설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 플롯의 재료들을 이리저리 굴려 보면서 곰곰이 따져 보자. 조금만 비틀어 생각하면 반전이 생긴다. 할런 코벤의 <밀약>처럼 써도 좋다. 이 소설은 트릭스터(Trickster; 여러 신화, 미담 등에 등장하는 인물로 꾀와 지혜를 통해 힘센 상대를 물리친다)가 나오는 멋진 결말로 끝난다.

 

 

[느슨하게 연결된 부분을 엮자]

 

결말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연결되지 않은 내용들이 보일 수도 있다. 이것들을 한데 엮는 한편 김빠지는 결말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이렇게 느슨하게 연결된 내용들이 핵심적인 사항인지 부차적인 사항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연들이 무슨 바지를 입었는지는 몰라도 된다. 하지만 그들이 훔친 돈으로 무얼 했는지는 꼭 알아야 한다. 이런 것들을 결정할 수 있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없다. 그저 독자들이 어떤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지, 덜 가질지에 대한 감이 있어야 한다. 다만 애매하게 관심이 가는 문제는 결말이 확실히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독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매듭이 안 지어진 부분이 문제라면 중요한 장면들을 새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많은 부분을 다시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중요한 문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

사소한 문제라면 인물들에게 그 문제를 설명할 기회를 주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쓴 한 소설에는 나쁜 짓을 저지른 인물이 어떤 운명을 맞는지 다른 인물이 간단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아, 스미더스는 캐나다로 도망가려다 잡혔어요. 다음 달에 재판을 받을 거예요." 또 다른 방법은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덧붙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에필로그에 그냥 정보만 넣으면 안 되고 훌륭하게 써야 한다. 할런 코벤은 <영원히 사라지다(Gone for Good)>의 에필로그에서 신문 기사를 발췌하는 형식으로 중요한 부분들을 매듭짓는다. 이 방법을 쓰면 '작가의 개입' 없이 진정한 해결이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몇 사람에게 원고를 읽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럼 이들이 물을 것이다. "이 인물은 나중에 어떻게 됐어? 2장에서 나온, 바닷가에서 발견된 잠수함은 어떻게 됐지?" 그러면 어떤 부분들이 매듭지어지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여운이 남는 마지막 쪽 쓰기]

 

결말 부분에서 독자를 더욱 만족시키고 싶은가? 기억에 남는 결말을 짓고 싶은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떠오르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여운'을 남겨야 한다. 여운은 "듣기 좋은 소리를 강하고 오래 가게 하다"라는 음악 용어에서 유래했다. 장엄한 교향곡이 영혼에 머무르는 느낌을 주는 마지막 음이 바로 여운이다. 소설의 마지막 쪽에서 이런 느낌이 들게 하려면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마지막 인상을 남기며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최신 효과(가장 나중의 정보를 더욱 잘 기억하는 현상)'를 낸다. 독자는 가장 나중에 받은 느낌, 즉 결말에 따라 소설을 판단할 것이다. 오래 갈 수 있는 마지막 인상을 남기면 애독자를 얻을 수 있다. 다음의 사항들을 생각해 보자.

 

－문투(표현) : 결말에서는 단어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선택해야 한다. 물론 문투는 소설 전체에서 중요하지만 결말에서는 특히 핵심적이다. 때로 결말은 간결하고 핵심적이어야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결말처럼 말이다. "누구에게는 아무 말 하지 마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결말을 쓸 때는 때때로 시인이 되어 보자. 브렛 롯의 <보석(Jewel)>의 경우가 그렇다.

"글자만이 줄을 지어 있었다. 그녀 이름의 첫 번째 글자. 그녀는 수없이 많은 글자를 썼다. 수없이 많은 편지지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부엌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미 깜깜하다. 기찻길은 밤 늦도록 조용할 것이다. 기차가 지나가면 집은 또 다시 떨릴 것이다. 그리고 신은 내 잠을 깨워 침실 창문으로 가 기차가 지나는 것을 보게 할지도 모른다. 밤 속으로 전진하는 새까만 그림자는 여기로부터, 옆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 브렌다 케이로부터, 그리고 다른 아이들로부터, 그리고 내가 충분히 행복했고, 충분히 저주스러웠던 삶의 환영들로부터 떠나게 할 것이다. / 공들여 만든 무관심한 글자들을,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글자들이 마음껏 노래 부르는 소리가 마침내 들렸다. 글자 수십 개가 내 주변을 돌면서,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으나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 불렀고, 신은 미소 짓고, 미소 짓고, 미소 짓고 있었다."

 

－대화 : 대화로 결말에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대화는 억지로 덧붙여진 것처럼 느껴져서는 안 된다. 어떻게 그런 느낌을 피할 수 있을까? 소설 앞부분에 비슷한 대화를 집어넣으면 된다.

 

－묘사 : 장소나 인물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있다면 그것으로 완벽한 결말을 쓸 수 있다. 스티븐 킹의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에서 트리샤는 구출되고 난 후에 모자 챙을 툭툭 친 다음 손가락을 들어 머리 위를 가리킨다. 이 몸짓은 소설 앞부분에서 설명되었기에 여운을 남긴다. 그 의미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묘사는 이미 일어난 일 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할 수도 있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Rebecca)>가 그렇다.

"그는 더 빨리 차를 몰았다. 우리는 언덕 꼭대기에 도달했고, 래니온이 발 아래 움푹 들어간 구덩이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 왼쪽에는 한 줄기 은빛 강이 6마일 앞에 있는 케리스만 어귀까지 흐르고 있었다. 앞에는 맨덜리로 가는 길이 펼쳐져 있었다. 달은 아직 뜨지 않았다. 머리 위의 하늘은 짙은 먹빛이었다. 그러나 지평선 위쪽의 하늘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그 쪽 하늘은 마치 피를 뿌려 놓은 듯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다에서 불어 오는 짠 바람이 재를 우리 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요약 : 작가가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요약해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미드나이트>에서 작가는 이런 식으로 결말을 맺는다. 샘 부터는 십대인 아들 스콧과 힘든 상황을 겪었다. 많은 일을 겪고 난 후에 샘은 자신이 좋아하게 된 사람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고, 아들을 포옹할 수 있게 되었다. 샘과 아들 둘 다 울기 시작한다.

"스콧이 어깨 너머로 보니 테사와 크리시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도 울고 있었다.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그들도 깨닫고 있음을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스콧을 얻기 위한 싸움은 이제야 시작되었다. / 어쨌든 시작되었다. 그건 멋진 일이다. 시작되었다."

 

 

[서둘러 끝맺지 않기]

 

소설 쓰기는 아주 힘겨운 일이다. 그러므로 결말이 다가올 때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 하다. 때로 작가들은 소설을 쓰느라 너무나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빨리 끝내고 싶어서 안달한다. 마감일에 맞춰서 작업하는 전업 작가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피로에 지쳐서 빨리 끝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가? 몇 가지 처방전이 있다.

 

－꿈을 꾼다 : 작가에게 가장 창조적인 자료는 꿈 속에 있다. 꿈이 멋진 이유는 언제든지 꿀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밤에 꾸는 꿈은 마음대로 꿀 수 없지만 낮에 꾸는 백일몽은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해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 보자. 이미 결말의 윤곽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이렇게 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꿈을 적는 습관을 들이자. 매일 꿈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 꿈이 결말과 어떻게 연관이 될지 생각해 보자. 아마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결말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출발점은 될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백일몽을 마음껏 펼치자. 내 경우에는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영화 음악을 좋아한다. 백일몽을 꾸면서 메모를 하자. 이 때 생각나는 이미지가 결말을 위한 가장 좋은 이미지나 장면이 될 수도 있다.

 

－크게 생각한다 : 중간에 그만 두지 말자. 무조건 끝까지 쓰자. 수정할 때 얼마든지 결말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훌륭한 재료로 글을 써야 하며, 이 훌륭한 재료는 열정을 갖고 최적의 창조력을 발휘해서 결말을 만들 때 생긴다.

 

－천천히 작업한다 : 이를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하다. 마감의 문턱까지 자신을 몰고 가면 안 된다. 결말을 쓰기 전에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하루 이상 쉬는 것은 안 좋다. 소설의 재료가 여전히 피 속에서 흐르고 있어야 하므로 완전히 손을 놓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소설을 끝내기 위해서 초음속으로 달릴 필요는 없다.

 

 

<실전 연습 01>

좋아하는 소설 다섯 권을 골라 마지막 두 쪽을 다시 읽어 본다. 읽은 부분을 분석한다. 닫힌 결말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우울한 결말인가? 반전이 있나? 이 결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결말을 생각해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전 연습 02>

어떤 결말을 생각하고 있는가? 절정 장면을 써 보자. 이 장면을 소설에다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활용할 만한 장면을 쓰자. 이렇게 하면 결말을 쓰는 연습이 되고 인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실전 연습 03>

두세 가지 다른 결말을 만든다. 한 줄짜리 결말을 10개 정도 쓴다. 그 중 제일 나은 결말을 2,3개 선택해 짧은 장면을 쓴다. 새로 만든 결말이 생각해 둔 결말보다 낫다면 바꾼다. 원래의 결말은 반전으로 남겨 둔다. 아니면 원래의 결말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결말을 반전으로 이용한다.

 

<실전 연습 04>

매듭지어지지 않은 부분들을 적는다. 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따로 적으면 효과적이다. 플롯의 흐름, 주변 인물과의 연결고리, 신문 기사 등을 활용해서 이 부분들을 정리할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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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플롯 : 복잡함 속에서 단순한 아름다움을]

 

－서브 플롯 : 주제는 플롯을 따라 펼쳐져야 한다. 또한 카펫을 짜는 것처럼 일관되게 서로 통합되어 총체적으로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반드시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야 한다. 이는 대부분 서브 플롯을 통해 이루어진다. 서브 플롯은 거의 주제와 관련이 있으며, 주인공이 깨달아야 할 내용에 관한 것을 다룬다. 메인 플롯의 외적 행동은 계속해서 주인공을 여러 곤경에 빠뜨리는 반면, 주제와 관련된 서브 플롯은 개인적이고도 내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살인범을 잡으려는 형사가 있다고 하자. 메인 플롯에서 형사는 목격자를 만나고, 단서를 추적하고, 죽음을 모면하고, 동료와 싸우고, 반장에 맞서 싸우는 등의 일을 할 것이다. 동시에 그는 집안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그의 아내는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이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결혼 생활은 아내의 바람을 들어 주는 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파탄 직전에 있다. 바로 이 집안 문제가 주제와 관련된 서브 플롯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직업에서 성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다. 주제와 관련된 서브 플롯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분위기로 끝날 수 있고 여기에서도 역시 숨겨진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만일 소설의 마지막에 형사의 아내가 그를 버리고 떠난다면 부정적인 결말이지만, 주인공은 이런 쓰디쓴 경험을 통해서 교훈을 깨달을 것이다. 반면 이 교훈을 납득하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는 이 형사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직업적 성공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는 아내와 화해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날 것이다. 물론 교훈은 같다.

주제와 관련된 서브 플롯은 소설의 깊이와 의미를 심화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생의 심오함을 표현할 수 있다. 심지어 주인공이 주제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다 할지라도 말이다.

 

－상징과 모티프 : 상징과 모티프(motif)는 너무 꾸미지만 않는다면 플롯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자연스러움이 핵심이다. 상징은 무언가가 다른 무언가를 나타내는 것을 뜻하며, 모티프는 반복되는 이미지나 구절을 말한다. 노먼 매클린은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에서 물을 주요 모티프로 사용한다. 시작은 이렇다. "우리 가족에게는 종교와 낚시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우리는 몬태나 서부의 송어가 많이 잡히는, 큰 강줄기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에 살았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물, 종교, 가족 사이의 관계로 시작한다. 낚시의 상징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화자는 형이 큰 너럭바위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세계 전체가 물로 변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화자는 말한다.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고, 강은 그것을 뚫고 흐른다. 강은 세계의 큰 홍수로 끊기고, 시간의 밑바닥으로부터 바위를 넘어 흐른다. 나는 물에 홀딱 씌었다." 이 모티프는 처음에는 일상적인 것이었지만 끝에는 상징적인 것으로 변한다. 이 모티프가 이야기의 틀을 형성하면서 소설을 독특하게 만든다.

제닛 피치는 상징과 모티프를 얽어서 <화이트 올랜더>를 썼다. 우아한 자태와 매혹적인 향기가 있지만 치명적인 독을 품은 하얀 협죽도(올랜더)는 교도소에 갇혀서도 애스트리드의 삶을 통제하려는 어머니를 상징한다. "얼마 되지 않는 빛이라도 받으려고 애쓰는" 토마토는 여러 장애물에 직면한 애스트리드 자신을 상징한다. 이런 상징과 모티프가 이 소설을 여러 사건이 얽힌 단순한 이야기에서 인생, 사랑, 인간의 회복력을 전달하는 작품으로 바꿔 준다.

리사 샘슨의 <삶의 끝(the Living End)>에서 고래는 희망을 상징한다. 이 소설의 화자 펄 로렐은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이 죽자 삶이 무척 고달프고 인생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한다. 그녀는 남편의 소원이던 고래 구경을 위해 모험을 떠나는데 누군가 말한다. "이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가는데 고래를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한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펄은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인생은 겉보기보다 훨씬 가치가 있어. 당연하지. 꼭 고래를 보고 말 거야." 다음 장면에서 펄은 고래 사진을 찍으며 말한다. "이 사진기로 사진을 찍은 게 몇 년 만이야."

 

 

[마법 같은 병렬 플롯]

 

플롯 여러 개를 병렬하며 전개되는 소설들이 있다. 만약 이렇게 여러 플롯을 동시에 전개해 독자들을 만족시키며 마무리한다면 '도저히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병렬 플롯은 두 갈래 이상의 줄거리(플롯 라인)가 같은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뜻한다. 즉 메인 플롯(주인공 등장)을 전개하면서 이와 나란히 플롯을 하나 더 전개하거나 여러 개를 동시에 전개하는 것이다.

 

피터 에이브러햄스의 스릴러 소설 <팬(the Fan)>은 두 갈래 줄거리를 가진 소설이다. 한 갈래는 외판원인 길 레너드에 관한 것으로, 그의 삶이 어떻게 결딴나는지를 그리고 있다. 다른 갈래는 스타 야구 선수인 바비 레이번에 관한 것으로, 그가 인생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그리고 있다. 길은 나쁜 짓을 하지만 그에게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우리는 계속 소설을 읽어 간다. 판매량은 줄어들고 아이는 그에게 실망하고, 중요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판매처를 잃는다. 그는 전처와 결혼한 남자를 공격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다. 아내는 자신과 아들 주위에 그가 접근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한다. 그래서 길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범죄 조직과 연줄이 있는 어릴 적 친구와 어울리기 시작한다. 그는 친구와 함께 도둑질을 하고 마침내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우리는 이따금 정상급 야구 선수 바비가 겪는 문제를 보게 된다. 길이 바비의 라이벌을 살해함으로써 바비의 삶에 끼어들 때까지, 그래서 수영장에 빠져 죽을 뻔한 바비의 아이를 구해 준 후 정원사로 일하게 될 때까지. 독자는 두 갈래의 플롯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극도로 질 나쁜 스토커. 이 소설은 어떻게 끝날까?

 

스티븐 킹의 <스탠드>에는 같은 길을 따라가는 여러 갈래의 줄거리가 있다. 여러 줄거리가 점차로 겹쳐지다가 결국에는 클라이맥스에서 모두 합쳐진다. 딘 R.쿤츠는 <시간의 그늘(Strangers)>에서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 소설의 플롯을 살펴보면 50쪽짜리 SF서스펜스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플롯을 병렬해 전개함으로써 작가는 이 소설을 700쪽짜리 대하 소설로 바꾸었다.

 

 

[구조와 형식으로 생기는 복합성]

 

어떤 소설과 영화는 비순차적으로 전개된다. 즉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일반적인 3막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이 일은 작가가 일관된 형식으로 플롯을 잤을 때에만 가능하다. 비순차적 내러티브를 가진 대표적인 작품은 영화 <시민 케인(Citizen Kane)>이다. 케인의 이야기는 그를 알고 있는 많은 인물의 기억을 통해 전해진다. 그래서 영화 속 이야기는 케인의 삶에서 여러 시기를 왔다 갔다 한다. 그렇지만 각각의 기억은 그의 삶 전체를 보여준다.

 

또 다른 예로는 존 D.맥도널드의 <밤의 끝(the End of the Night)>이라는 컬트소설이다. 네 명의 젊은이가 전국을 떠돌며 살인을 저지른다.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될 수도 있지만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도입부는 교도관이 에드라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는 살인범 넷을 전기충격기로 처형한 사실을 설명한다. 이 편지는 매우 독특한 어조로 쓰였다. "내가 하고픈 이야긴 말이야, 그 놈들이 죽어서도 사지를 쭉 뻗지 못했다는 게 정말 좋아 죽겠어. 약 보름 간격으로 말이야. 어떤 놈은 사랑을 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하하."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는 첫 번째 이야기의 결말에 이른다.

1장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였다. 이 부분은 변호사 라이커 딤즈 오웬스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통찰력 있는 독자라면 알아차렸을 것이오" 라는 예스러운 말투를 쓴다. 그런데 이 장은 오웬스가 쓴 비망록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1인칭 시점이 된다. 이 메모는 '이리떼'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소속 의뢰인 살인범들에 대한 묘사를 담고 있다. 2장은 이리떼 살인범들의 마지막 희생자인 헬렌 위스터에 대해 제3자가 설명한 글로 이루어져 있다. 3장은 이리떼 중 한 명인 커비 스타센이 사형수 수감동에서 쓴 일기를 소개한다. 1인칭 시점으로 그는 살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다음의 몇 장은 오웬스의 메모, 3인칭 시점의 글, 스타센의 수감동 일기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각 장은 소설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이야기를 조금씩 알려 준다. 그리고 장마다 형식을 바꿈으로써 작가는 다른 분위기를 내는 효과를 만들었다. 이 소설을 읽어 보길 권한다. 맥도널드는 플롯을 잘 짜는 훌륭한 작가다.

 

데이비드 모렐도 플롯을 잘 만드는 작가다. 그는 그가 쓴 작법서에서 이중상(두 개로 중복되어 보이는 상) 구조에 대한 그의 생각을 설명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 콜트레인은 사진가고, 소설의 주요 사건들은 그의 삶에 이중상이 있음을 드러낸다. 소설은 콜트레인이 전범 일코비치의 사진을 촬영하던 옛 보스니아에서 시작한다. 콜트레인은 목숨을 건 일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소설의 배경은 현대의 로스 앤젤레스로 바뀌고, 콜트레인은 죽음을 앞둔 전설적인 사진가 랜돌프 패커드를 만난다. 패커드는 콜트레인에게 프로젝트를 해 볼 것을 권유한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콜트레인이 사고 싶어하던 패커드의 옛 집에 이르게 한다. 이 집 안에는 미스터리가 있다. 바로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이다. 이 여인은 누구인가? 이상한 메시지가 콜트레인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를 놀리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그럴까? 95쪽에 이르러 그는 누군가가 일코비치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를 추적한다. 그 때부터 215쪽에 이를 때까지 콜트레인은 일코비치를 추적하고 마침내 죽인다. 이렇게 일코비치와 관련된 플롯이 미스터리 플롯에 끼어든다. 이제 이야기는 이 여인이 누군지를 밝혀내는 플롯으로 돌아간다. 이중 플롯인 셈이다. 이중상이기도 하다.

 

소설의 구조 속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다양하다. 다만 독자가 소설의 마지막 쪽에 이르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는 건 잊지 말자.

 

 

[인물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인물 변화'는 소설이 전개되는 동안 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줄거리'와는 대비된다. 소설이 시작될 때 인물은 어떤 성격인지 그려진다. 인물과 주변에 여러 일이 생기고 이 일들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인물을 서서히 '변화'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변화의 끝에서 주인공은 완전히 다른 인물로 그려져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구름 속을 헤매는 몽상가로 시작한다. 그녀는 "무지개 너머"에 있는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에서 도로시는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도로시는 '불만족'에서 시작해 '만족'으로 끝나는 180도 전환을 보여준다. 곧 몽상가에서 현실주의자로의 변화다. 이를 무엇이라고 표현하든지 간에 도로시는 인생의 교훈을 배웠기에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인물 변화는 그럴 듯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성이 떨어진다. 인물 변화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지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마지못해 거치더라도)

－복잡한 내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

－심각해지는 상황

－때때로 '에피파니(epiphany; 일상 속에서 순간적으로 깨달은 통찰, 각성)'를 통한 변화의 순간

－변화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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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를 잡고 소설을 쓴다면]

 

개요를 잡는 방법은 작가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어떤 작가들은 여러 해에 걸쳐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고, 또 어떤 작가들은 다른 작가의 방법을 배워 활용한다. 개요 없이 쓰는 방법도 있고 그 중간의 방법으로 쓸 수도 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자.

 

－색인 카드 이용하기 : 색인 카드는 발명된 이래 많은 작가가 사용해 왔다. 그 전에 작가들은 종이를 잘라서 사용했을 것이다. 17세기의 위대한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기독교를 옹호하는 장대한 논문을 썼다. 그는 몇 장의 종이를 잘라 작은 묶음으로 엮어서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그는 위대한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죽었지만 그의 노트는 세계 고전의 하나인 <팡세(Pensées)>로 남았다. 색인 카드는 어느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요즈음에는 색인 카드의 기능을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있다. 그러나 어떤 작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컴퓨터 보니터라는 매개 변수에 제한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손에 쥘 수 있는 카드를 좋아한다. 어디든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는 가끔 기술 혁신을 반대하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

색인 카드는 마룻바닥에 늘어놓거나 핀으로 벽에 붙여 놓는 등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쉽게 순서를 바꿀 수도 뺄 수도 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작업할 수도 있다. 아침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작업할 수도 있고, 목욕을 하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색인 카드에 간단히 메모하고 모아 둘 수도 있다. 색인 카드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융통성이다. 만일 자신이 우뇌형 인간이라면 색인 카드는 수시로 터져 나오는 자신의 천재성을 활용하는 데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나중에 좌뇌의 도움으로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전조등 이용하기 : E.L.닥터로는 플롯 짜기를 밤에 전조등을 켜고 하는 운전에 비유했다. 운전자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고 있지만 볼 수 있는 곳은 전조등이 비추는 데까지다. 그리고 앞으로 가는 만큼 조금씩 더 멀리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다시 말해 달려가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소설 쓰기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글 쓰기를 다루는 책 어디에도, 심지어 플롯에 관한 법칙을 다룬 책 어디에도 글을 쓰기 전에 전개 과정을 완벽히 그려 두어야 한다는 조언은 없다. 사실 개요를 잡고 소설을 쓰는 작가들조차 그렇게 안 한다. 왜 안 하는 것일까? 글을 쓰는 동안 이야기와 인물에 관해 상당히 많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깎아 놓은 듯한 완전한 윤곽이 없는 편이 소설을 쓰는 데 나을 수 있다. 윤곽을 다 그려 두면 작가는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이미 정해 놓은 생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조등을 이용하면 그런 상황에 부딪힐 염려가 없다.

 

－트리트먼트 이용하기 : 켄 폴렛 같은 성공한 작가들은 긴 내러티브의 개요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 이를 '트리트먼트'라고 한다. 분량은 20쪽에서 40쪽에 이르고 경우에 따라서 더 길기도 하다. 트리트먼트는 현재 시제로 쓴다. 대화를 포함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핵심만 넣는다. 우리가 지금 만들려 하는 건 내러티브의 큰 화폭을 채울 전체적인 개요다. 이 이야기는 흐름이 탄탄해질 때까지 여러 번 고쳐 쓰고 편집해야 한다.

 

－보그 개요 이용하기 : 만일 개요를 잡는 작가라서 글을 쓰기 전에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두 알고자 한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나는 이를 '보그 개요'라고 부른다.

<스타 트랙(Star Track)>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그는 로봇 생명체다. 보그는 모든 생명체와 동화해 집단적이며 고도로 앞선 의식을 만들어 낸다. 만일 개요를 잡는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다면,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성안을 쓰고자 한다면 보그 개요가 가장 적합하다. 보그 개요를 쓸 때는 전반적인 사항에서 구체적인 사항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글을 쓸 준비가 될 때까지 구체적인 사항을 조정해야 한다.

 

ㄴ1. LOCK 체계를 분명히 설정한다. - 탄탄한 플롯에는 아래의 네 가지 사항이 필수다.

주인공 / 주인공이 이루어야 할 목표 / 적대 세력과의 대결 /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

LOCK 체계 요소를 정하는 데 충분히 시간을 들이자. 이렇게 단순해도 된다. "샘 존스는 시장을 살해한 진범을 찾으려는 경찰이다. 그는 시장의 아내로 밝혀진 범인과 맞선다. 그는 마지막에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나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을 주면서 소설을 끝내고자 한다." 이는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매우 전반적이다. 완벽한 개요를 잡고 싶다면 작업하는 중에 그게 언제라도 너무 빨리 힘을 쏟지 않는 게 좋다.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쉴 틈이 있어야 한다.

 

ㄴ2. 뒷표지 문구를 쓴다. - 멋진 요약문을 써 놓자. 여러 요소를 결합해 줄거리를 만들 때 지침이 될 것이다.

ㄴ3. 전체 구조를 짠다. - 소설의 전체 구조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자. 3막 구조로 만드는 게 좋다. 아래는 그 예다.

1막) 샘이 사건을 맡는다. / 2막) 샘이 맡은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쓴다. / 3막) 샘이 사건을 해결한다.

다음으로 각 막 사이에 '되돌아갈 수 없는 관문'을 하나씩 만든다. 왜 샘이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지 자문해 보자. 어떤 이유로 샘이 그 사건을 맡게 되는 걸까? 단순히 상부의 지시일 수도 있다. 그는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첫 번째 관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샘은 중요한 단서를 잡을 수도 있고, 사건 해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것이 두 번째 관문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장면들이 모호할 수 있으나 색인 카드나 다른 방법을 이용해 장면들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계속 적어 놓아야 한다.

 

ㄴ4. 인물을 창조한다. - 인물을 깊게 다루고 싶다면 인물에 대해 오랜 고민을 해야 한다. 각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와 인물의 변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인물에 대해 여러 날 고민을 해야 한다. 인물을 고민하면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한 여러 장면이 떠오른다. 멋지면서 독특한 인물을 창조하자. 각 인물에 관련된 주요 사항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활용하기 쉽다. (이름 / 묘사 / 역할 / 목표 및 동기 / 비밀 / 감정 / 성격)

 

ㄴ5. 간략히 개요를 잡자. - 앞서 3막 구조를 짜 두었으니 이를 기준으로 이제 개요를 잡자. 각 부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이제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ㄴ6. 개요를 보고 흐름을 파악한다. - 각 막에 들어갈 장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자. 색인 카드나 목록을 만들자. 자주 사용할 것이므로 융통성 있게 정리해야 한다. 개요를 잡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끝내기 위한 넉넉한 마감 시간을 정하고 이를 지키려고 애써야 한다. 색인 카드 같은 방법을 이용해 플롯의 흐름을 정리하자. 그러면 이야기의 큰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며칠 후 다시 플롯을 읽어 보고 플롯의 흐름을 조정하자. 아마도 어떤 장면을 넣거나 빼게 될 것이다.

ㄴ7. 개요에 살을 더한다. - 각 장의 개요를 늘려 보자. 장소, 시간, 인물을 정하자. 길이는 원고지 3,4매 정도가 적당하다.

 

ㄴ8. 잠시 휴식한다. - 그 동안 애를 썼으니 쉴 자격이 있다.

ㄴ9. 소설을 쓴다. - 개요에 따라 소설을 쓰자. 원래 쓰려고 계획한 것에서 벗어날 때에는 잠시 멈추고 고민해 보자. 만일 수정이 필요하다면 그 지점부터 계획을 바꿔야 한다. 이런 경우 새로운 장을 요약해서 정리해야 한다. 개요를 잡는 작가라면 이 방법이 매우 잘 맞을 것이다.

ㄴ10. 소설을 고쳐 쓰자.(초고는 다시 쓰기 위해 존재한다.)

 

 

[초고를 완성하는 법]

 

고쳐 쓰기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초고를 완성하는 것이다. 초고 완성에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초고를 쓸 때는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단어를 고르느라고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지 않는 게 좋다. 적절한 형식을 찾느라 약간 지체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앞으로 나가야 한다.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쓰고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자. 이렇게 만들어진 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 주는 초고다.

초고 쓰기를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는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서다. 기교를 부리는 데 너무 신경을 쓰거나 초고를 정확하게 원하는 대로 만들려고 들면, 오히려 생각보다 독창적이지 못한 초고가 나온다. 기대감으로 가득한 길도 강도 결코 찾지 못할 수 있다. 개요를 잡고 소설을 쓰는 작가라 할지라도 초고를 쓸 때만큼은 최초로 대륙 탐험에 나선 이들이 되자. 무엇이든 시도하자. 전날에 쓴 글을 편집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먼저 쓴 부분을 고쳐 쓰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스티븐 킹은 초고를 "언제 들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고물상이나 창고 세일에 나온 아주 기괴한 고물"에 비유했다.

개요를 잡고 초고를 썼다면 끝날 무렵 꽤 짜임새 있는 글을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더 나은 글로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지금부터 고쳐 쓰기의 과정을 알아 보자.

 

－1단계 : 냉정해지기

초고가 끝나면 뜸 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초고를 잊고 뭔가 다른 글을 써 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해도 좋다. 시, 에세이, 칼럼 등등. 아니면 다음 소설을 쓰기 시작해도 좋다. 이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이지 글을 마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쉬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상당히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렇게 2,3주가 흐르면 고쳐쓰기를 시작할 준비가 된다.

 

－2단계 : 마음의 준비 하기

작가들이 고쳐쓰기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 다르다. 어떤 이는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고쳐쓰기는 좋아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작가에게 고쳐쓰기는 기말고사를 다시 치르는 기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매번 고쳐 쓸 때마다 성적이 좋아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떤 상황에 놓인다 해도 고쳐 쓸 준비를 해야 한다. 아래는 원고와 펜을 들고 책상에 앉기 전에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것들이다.

ㄴ전략적 고쳐쓰기로 내 글은 더 훌륭해질 것이다.

ㄴ전략적 고쳐쓰기는 재미있다. 단계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나는 잘 알고 있다.

ㄴ고쳐쓰기에서 전문가와 초보자가 구분될 것이다.

ㄴ나는 초보자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3단계 :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플롯을 고쳐 쓴 후 초고를 인쇄한다. 지금 막 인쇄한 초고를 들고 조용한 곳에서 읽는다.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게 최고로 좋다. 처음 통독할 때에는 너무 세세한 내용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처음에는 전반적인 그림과 인상이 어떤지 파악하는 게 목표다. 간단하게 메모를 해도 되지만 읽기가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초고를 통독하는 법]

초고 통독은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게 좋다.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은 첫 쪽부터 찾아낸 문제점을 고치는 것이다. 통독을 할 때는 펜과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읽는 게 좋다.

ㄴ이야기가 늘어진다고 생각되는 쪽에 표시를 한다.

ㄴ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괄호 안에 넣는다.

ㄴ보충해야 할 부분에는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ㄴ삭제해야 할 부분은 의문부호 표시를 한다.

 

다 읽은 후에는 중요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난 뒤 사소한 문제를 해결한다. 솔 스타인은 이를 중증도 분류라고 부른다.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American Heritage Dictionary)>에 따르면, "중증도 분류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분류하기 위한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전쟁터, 재난 현장, 병원 응급실에서 제한된 의료진으로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초고는 재난 현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실제로 초고에도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중증도 분류에 따라 중대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

 

초고를 볼 때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는 '내 소설이 말하려는 게 무엇일까?'다. 자신이 쓴 소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작가인 자신이 모를 수가 있냐고? 모를 수 있다. 자신이 쓰면서도 완전히 깨닫지 못한 심오한 무언가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스티븐 킹은 이를 두고 "지하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 비유하며 저 깊은 곳에 있는 작가의 정신을 적절하게 설명했다. 초고를 검토할 때는 아이들이 무엇을 하며 놀고 있는지 살펴 봐야 한다. 다음 질문을 하면서 초고를 분석한다.

 

ㄴ읽으면서 당혹스러웠던 부분이 있는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더 길게 늘려야 할 것 같은 부분은?

ㄴ인물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미처 몰랐던 문제가 있는가?

ㄴ늘어지는 부분이 있는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장면일 수 있다. 여기서 인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물들의 정열, 좌절, 욕망이 잘 드러나 있는가?

ㄴ만약 플롯을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어떤 부분에서 이야기를 약간 비껴가 본다면 어떤 플롯을 쓸 수 있을까? 이 작업을 끝까지 완벽히 할 필요는 없지만 만일 그렇게 한다면 메인 플롯에 넣을 다른 흐름이 떠오를 수 있다.

 

만약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거나, 인물에게 미처 몰랐던 문제가 있거나,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플롯을 더해 개요를 정리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인물, 주제를 덧붙여서 두세 쪽짜리 시놉시스를 쓴다. 쓰고자 하는 이야기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지 생각한다. 그런 다음 구조를 점검한다.

 

ㄴ3막 구조로 자연스레 전개되고 있는가?

ㄴ주인공의 세계를 즉각 파괴할 만한 요소가 있는가?

ㄴ되돌아갈 수 없는 첫 번째 관문이 소설의 5분의 1 지점 안에 나오는가?

ㄴ이야기를 떠받치는 기둥이 충분한가?

ㄴ두 번째 관문이 절정으로 주인공을 이끌고 있는가?

ㄴ이야기 흐름이 처음의 의도와 맞는가? 사건을 다루는 소설을 쓰고 있다면 플롯 전개가 착착 전개되고 있는가? 인물을 다루는 소설을 쓰고 있다면 장면들이 깊이 있게 서술되고 있는가?

ㄴ인물에게 설득력 있는 동기가 있는가?

ㄴ우연이 잘 설정되어 있는가?

ㄴ소설의 도입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변화 또는 위협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장면에서 이 문제를 맞닥뜨릴 인물이 잘 설정되어 있는가?

ㄴ시간의 흐름이 논리적인가?

ㄴ이야기 흐름이 너무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는가? 이야기를 새롭게 재배열할 필요가 있을까?

 

위의 질문들은 기본 플롯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제는 다른 문제를 고민할 차례다. 다음 사항들을 검토해 보자.

 

[주인공에 대해]

ㄴ주인공은 잊지 못할 인물로 그려졌는가? 아주 매력적인가? 독자를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끌 만큼 매력적인가? 주인공은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과연 주인공은 현실적인가?

ㄴ주인공이 진부한 인물이지는 않은가? 독자를 놀라게 할 만한가?

ㄴ인물의 목표가 분명하게 드러나는가?

ㄴ소설이 전개되면서 인물도 함께 성장하는가?

ㄴ인물은 내적인 강점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적대자에 대해]

ㄴ적대자는 흥미를 끌 만한가?

ㄴ적대자는 현실적인 인물인가, 아니면 비현실적인 인물인가?

ㄴ적대자의 행동이 정당한가? (최소한 자신의 입장에서라도)

ㄴ그는 믿을 만한가?

ㄴ그는 주인공만큼 강한 인물인가, 또는 더 강한 인물인가?

 

[이해관계에 대해]

ㄴ주인공과 적대자 사이의 갈등은 둘 다에게 중대한가?

ㄴ왜 그들은 떨어지지 못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계속 붙어 있게 하는가?

 

[장면에 대해]

ㄴ중요한 장면 모두 충분히 강조되어 있는가? 독자를 놀라게 할 만한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쓸 수 있는가?

ㄴ장면마다 적당한 갈등이 있는가?

ㄴ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지 않은가? 그 장면은 잘라내자. 기억에 남지 않는 장면 역시 잘라낼지 고민하자.

ㄴ이야기 진전을 위해 또 잘라낼 부분이 있는가?

ㄴ클라이맥스 장면이 너무 빨리 나오지 않는가? 클라이맥스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클라이맥스를 위한 장치를 미리 설정해 놓았는가?

ㄴ이야기의 중간 부분이 늘어진다면 새로 서브 플롯을 만들어야 하는가?

 

[주변 인물에 대해]

ㄴ플롯에서 주변 인물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ㄴ주변 인물들은 독특하면서도 생생한가?

 

－4단계 : 돌이켜보기

 

초고에 대해 생각하면서 여기저기 거닐어 본다. 다른 사람 또는 벽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닷새에서 이레 동안 초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소설에 대한 생각을 메모하거나 일기에 적어 둔다. 그 동안의 메모를 마지막으로 살펴본다.

 

－5단계 : 개고하기

 

어떤 작가들은 개고를 할 때 마치 새 글을 쓰듯이 첫 쪽부터 다시 쓰기 시작한다. 또 어떤 작가들은 초고를 최대한 자르고 붙이며 개고를 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힘든 일처럼 보인다고 해서 다시 쓰기를 주저해선 안 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여러 번 '다시' 써야 한다. 하지만 얼마나 다시 써야 만족스러워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6단계 : 퇴고하기

 

개고를 한 뒤에는 완성하고 나면 일주일 정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리고 새 기분으로 다시 읽는다. 그리고 또 장면을 더하거나 잘라내고, 인물을 심화하고, 주제를 늘리고 다듬는다. 그러면 소설은 상당히 탄탄해질 것이다. 원하던 대로 소설의 주요 요소인 인물, 플롯, 장면, 주제 등이 살아 있을 것이다.

어떤 글쓰기 교사들은 개고할 때 "집착하는 요소를 버리라"고 충고한다. 만일 자신이 쓴 원고에서 어느 한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면 아마도 그 부분은 도드라져 있을 것이다. 작가가 그 부분에 대해 냉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분을 없애는 게 좋다. 지우자. 물론 너무 아까울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하자. '그 멋진' 부분이 소설에 꼭 필요한 부분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또는 독자가 그 부분을 읽으며 잠시라도 작가의 존재를 의식하지는 않을지 생각해 보자. 만일 그 답이 아니라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이다. 삭제하자.

 

－7단계 : 탈고하기

 

이제 소설 쓰기의 마지막 탈고 단계에 들어섰다. 탈고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소설을 마무리하기 위한 일을 해야 한다. 다음 질문을 해 보자.

 

ㄴ처음부터 독자를 매혹할 만한 요소가 있는가?

ㄴ최고의 긴장감을 조성할 만큼 긴박한 장면이 있는가?

ㄴ뜸 들이며 나오지 않는 정보가 있는가? 이런 정보는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ㄴ뜻밖의 사건이 충분히 있는가?

ㄴ어떤 사건에 대한 인물의 반응이 드러난 장면이 심오하고 흥미로운가?

ㄴ각 장의 끝에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하는 요소가 있는가?

ㄴ어떤 사건에 대한 인물의 느낌을 묘사하기 위해 바꾸어야 할 장면이 있는가?

ㄴ시각적 또는 감각적 묘사에 강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이제 대화를 다듬어 보자.

 

ㄴ대화는 대개 짧을 수록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너무 무서워서 나는 지금 그 곳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를 "가기 싫어요. 무섭거든요."로 바꾸어라.

ㄴ대화에서 양쪽 모두에게 공평하자. 한 인물에게만 좋은 문장을 몰아 주지 말자.

ㄴ좋은 대화는 독자를 놀라게 하거나 긴장감을 일으킨다. 대화를 한 인물이 다른 인물들을 농락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자.

ㄴ같은 편끼리의 대화에도 갈등을 넣을 수 있는가?

 

초고를 고쳐 쓰는 일은 소설 쓰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므로 잘 훈련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칠 때마다 점점 더 좋은 작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플롯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실전 연습 01]

초고에서 인물 두세 명이 등장하는 부분을 인쇄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후에 여백에 다음 표시를 한다.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같은 부분에 √표시를 한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 ) 표시를 한다.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표시를 한다. 예를 들어 긴장감이 높거나 긴박함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삭제할 부분에 ?표시를 한다. 예를 들어 보여주기보다 말하는 식의 설명 부분이다.

 

[실전 연습 02]

각 장의 시작과 끝을 살펴보자. 시작 부분에 독자를 즉히 매혹하는 요소가 있는가? 또한 끝 부분에 다음 장으로 유도하는 요소가 있는가? 적절히 고쳐 쓰자. 여러 선택지를 놓고 그 중 제일 좋은 것을 고르자.

 

[실전 연습 03]

실전 연습 01처럼 표시하면서 개고를 하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더 잘 보인다. 이 때 뭔가 잘 되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 뭔가 잘 된다면 그 역시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 이 방법은 글쓰기 독학에서 가장 수준 높은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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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 명에게서 훔치면 표절이지만,

작가 여러 명에게서 훔치면 연구다.

- 윌슨 미즈너

 

글쓰기 교사들은 소설가들이 자주 쓰는 플롯 유형이 있다고 한다. 이 유형이 몇 개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36개일까? 아니면 3개일까? 그게 몇 개든 간에 서로 다른 유형의 플롯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된다. 플롯 유형을 이해하면 플롯에 대한 모든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플롯 유형을 연구하는 일은 플롯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된다. 소설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렸지만 플롯 유형은 그렇지가 않다. 플롯을 구상할 때 여러 유형을 자유로이 적용해 보자. 여러 유형을 결합하면 새로운 플롯을 만들 수 있다.

자주 쓰는 플롯 유형은 탐색, 복수, 사랑, 추적, 저항, 외톨이, 권력, 알레고리 등이다. 여기서 모든 플롯 유형을 소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다룰 주요 플롯 유형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가 있다.

 

 

[탐색 플롯 :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탐색 이야기는 가장 오래 된 플롯 유형이다. 영웅이 무언가를 구하러 어두운 세계로 간다. 성배를 찾아 떠난 원탁의 기사처럼 주인공이 찾아야 할 대상은 성스러운 물건일 수도 있다. 지적 탐험 또는 내적 평화를 위한 여행 또한 이 유형에 속한다. <호밀밭의 파수꾼> 역시 탐색 플롯이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이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탐색 플롯은 우리의 인생 여정을 투영한다. 다양한 도전을 만나며 우리는 역경을 겪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이 사실을 인지하든 못하든, 우리 모두는 탐색을 하고 있다.

 

탐색 플롯의 기초

ㄴ주인공은 일상 세계에서 불완전한 존재다.

ㄴ탐색 대상은 매우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ㄴ주인공의 탐색을 가로막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ㄴ탐색이 끝난 후 주인공은 딴 사람(대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결실을 보지 못한 경우 주인공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복수 플롯 : 계획은 치밀하게]

 

복수 이야기는 오래 된 플롯 유형이다. 복수는 원시 부족의 삶에서 잘 나타난다. "내 형제를 죽이면 너의 형제를 죽일 것이다." 그 옛날 원시의 이야기꾼들은 영웅의 복수 이야기를 부족의 아이들에게 들려 줌으로써 훈련을 시켰을 것이다. 복수 이야기는 본능적인 차원이라 매우 감정적이다.

 

복수 플롯의 기초

ㄴ복수에는 대개 폭력이 뒤따르므로 주인공에게 동정심이 들게 해야 한다.

ㄴ주인공 또는 주변 인물이 받는 부당한 대우는 대개 그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대우는 주인공의 잘못에 비해 과하다.

ㄴ복수의 열망이 주인공의 내면에 변화를 가져온다.

 

플롯의 목표는 주인공이 무언가를 얻거나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는 것 중 하나다. 복수 플롯에서 목표는 어떻게 복수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더 본질적인 동기는 '질서 회복'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복수를 함으로써 주인공은 정의의 균형을 회복하길 원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복수를 하려는 적대자가 꾸민 음모로 시련을 겪는다. 또는 주인공의 적대 세력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주인공이 자신의 의도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직면하는 다양한 대결은 그의 은폐된 의도가 드러나게 만들기도 한다.

2막은 주인공의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일련의 대결로 이루어진다. 그는 적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잡지만 다른 장애물로 좌절한다. 장애물은 상황일 수도 있고 다른 인물, 대개는 적의 동료일 수도 있다. 그렇게 조금씩 전진과 후퇴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복수를 향해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서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중요한 기회가 주어진다. 주인공은 적대자에게 연인, 사업, 권력을 빼앗길 수 있다. 이것이 두 번째 되돌아갈 수 없는 관문, 곧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지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과 그 동지들의 권력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방해물이 되어 주인공은 철저히 패배하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큰 위기를 헤치고 살아남아 목표를 이루거나, 포기해야 한다. 주인공은 복수를 이루어 독자를 만족시키거나 아니면 더욱 큰 가치(자비를 베푸는 등 고귀한 이유)를 위해 복수를 포기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주인공이 더 고귀한 목표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독자를 만족시킨다. 목표를 포기하며 주인공은 더 가치 있는 것을 얻기 때문이다. 잔인한 복수의 욕망을 버리고 덕을 쌓아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는 것이다.

 

복수 플롯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기에 좋다. 독자는 복수와 그 복수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복수 플롯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복수를 통해 보편적 정의를 개인적으로 이루는 게 나을까, 아니면 권력 기관에 맡기는 게 나을까? 적대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게 나을까, 아니면 자비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일까? 복수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오랜 시간에 걸친 복수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복수는 독자를 사로잡는 좋은 방법이다. 범행이 참혹하고 계획이 치밀하면 독자는 복수하려는 주인공에게 크게 공감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작가는 복수 플롯에서 적대자를 완전히 나쁜 인물로 그리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기 쉽다. 악인에게 독자는 분노하기 마련이므로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적대자를 지나친 악인으로 묘사하면 작위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적대자에게도 그런 일을 저지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게 좋다. 그래야 복수의 동기가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독자가 소설이 그리는 세계를 더 실제처럼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방식은 언제나 통한다.

 

 

[사랑 플롯 : 행복해지거나 슬프거나 비극이거나]

 

사랑 플롯의 주인공은 연인 중 한 사람이거나 연인 두 사람으로 서로 평행을 이룬다.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iet)>은 평행을 이루는 사랑 이야기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연인을 따로 보여주다가 나중에 함께 보여준다. 사랑 플롯의 주요 목표는 연인이 사랑을 이루거나 많은 장애가 있는데도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랑 이야기는 두 가지 방향에서 반향을 일으킨다. 행복하게 끝난다면 희망을 준다. 우리도 이 세상에서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또한 비극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사랑을 안 하는 것보다는 사랑하다가 잃는 것이 더 낫다는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인상을 남긴다.

 

사랑 플롯의 기초

ㄴ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ㄴ어떤 일로 두 사람은 헤어진다.

ㄴ사랑하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거나 비극적으로 만나지 못한다.

ㄴ연인 중 하나 또는 둘이 사랑을 통해 성장한다.

 

 

[모험 플롯 : 결국에는 인물 변화]

 

모험 이야기는 문학에서 가장 오래 된 소재 중 하나다. 모험 이야기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독자들이 오싹한 전율을 느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모험 플롯의 목표는 공동체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도록 자극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오늘날 모험 이야기는 쓸모가 줄어들었을까? 요즘 어딜 가든 우리는 대개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이는 분명히 나쁜 일은 아니다. 예측 가능하고 확실한 삶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따금씩 우리는 이런 생활을 내던지고 모험을 떠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해한다. 모험 이야기를 쓸 때는 독자가 주인공과 동일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모험 플롯은 이야기가 너무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즉 주인공이 한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넘나들면서 결국에는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은 인물로 남지 않아야 한다. 인물은 변화하거나 적어도 어떤 반향을 반드시 일으켜야 한다. 탐색 이야기처럼 모험 이야기도 인생이나 자아 또는 이 둘 모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

 

모험 플롯의 기초

ㄴ주인공이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지 모험을 하고 싶어 떠난다. '저기'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경험하고픈 마음에 여행길에 나선다.

ㄴ여행 도중에 주인공은 흥미로운 인물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상황에 처한다.

ㄴ주인공은 여행을 마친 후 자신 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추적 플롯 : 주인공과의 동일시부터]

 

우리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꾸곤 한다. 꿈 속에서 우리는 어떤 무시무시한 존재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데,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천천히 움직인다. 그래서 꿈에서 꼭 잡힐 것만 같은 기분에 시달린다. 그러나 곧 우리는 잠에서 깬다. 얼마나 다행인가. 위협은 끝났고, 우리는 탈출했다. 추적 이야기는 이러한 꿈과 똑같은 느낌을 준다. 위협, 추적, 그리고 궁극적인 구원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 우리가 추적당하는 인물의 편에 서서 그와 동일시를 하면,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니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리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추적하는 인물의 편이라면 사람을 잡아야 한다는 정의감에 근거하여 이야기를 따라간다.

추적 플롯에서 주인공은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으면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주인공은 <죠스>의 보안관 브로디처럼 추적자가 될 수도 있다. 추적이 끝나면 누가 승자인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때로 애매한 결말이 충격적인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영화 <나는 탈옥수(I am a Fugitive from a Chain Gang)>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임스 앨런이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대답한다. "도둑질하면서 살았소." 그가 이 말을 한 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추적 플롯의 기초

ㄴ중요한 이유로 어떤 인물이 도망을 쳐야 한다.

ㄴ추적자는 주인공 또는 적대자일 수 있는데, 그는 추적하는 인물을 꼭 잡아야 하는 의무 또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ㄴ때때로 추적은 엄청난 오해에서 비롯된다.

 

 

[저항 플롯 : 신념을 지키는 인물]

 

러디어드 키플링은 유명한 시 <만일(if)>에서 여러 가지 덕목을 찬양했다. 그 중 하나다. "만일 당신 주변의 다른 모든 이가 정신을 잃으며 모두 당신 탓을 할 때, 당신이 제정신일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를 믿지 않더라도 우리의 믿음을 지켜야만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다른 플롯 유형보다도 더 많은 내적 힘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명성을 중시한다. 주인공이 도덕적 양심을 지킴으로써 우리의 존경을 받는다는 점에서 저항 이야기는 매우 강력하다.

 

저항 플롯의 기초

ㄴ주인공은 무리의 정신적 지주를 상징한다.

ㄴ공동체를 위협하는 적이 있고, 이 적은 주인공보다 훨씬 강하다.

ㄴ주인공이 무리의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북돋아 승리한다.

ㄴ결말은 주인공의 자기희생으로 끝나기도 한다.

 

 

[외톨이 플롯 : 두 가지 선택의 기로]

 

저항 플롯과 달리 외톨이 플롯의 주인공은 대결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대의명분을 지키려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반영웅으로 단지 홀로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연이은 사건들이 그를 괴롭히면서 그는 사건들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린다.

 

외톨이 플롯의 기초

ㄴ주인공은 반영웅으로 무리에 엮이길 원치 않고, 자신의 도덕 원칙에 따라 사는 인물이다.

ㄴ어떤 사건이 발생해 주인공이 큰 어려움에 빠진다.

ㄴ주인공은 어떤 입장을 따를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ㄴ주인공은 자신의 닫힌 세계로 돌아가거나 무리에 속하기로 결정한다.

 

 

[권력 플롯 : 흥망성쇠 이야기]

 

권력 플롯에는 흥망성쇠가 담기기 마련이다. 또는 성공할 경우 도덕적인 흠이 생긴다. 권력은 한 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서 절대반지는 그것을 가진 자에게 위험한 물건이다.

 

권력 플롯의 기초

ㄴ주인공은 대개 약자의 지위에서 시작한다.

ㄴ야망과 권력을 조금씩 얻으며 주인공의 신분이 상승한다.

ㄴ권력을 얻을 때 도덕적 대가를 치른다.

ㄴ주인공은 몰락하거나 도덕심을 되찾기 위해 권력을 포기한다.

 

 

[알레고리 플롯 : 3막 구조]

 

알레고리 플롯은 아주 특별한 유형이다. 알레고리 플롯은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할 수 있으나, 결국 인물은 어떤 사상을 드러내고 소설 속 사건들은 이런 사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 예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Animal Farm)>은 전체주의를 다루는 분명한 알레고리 플롯이다. 또한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는 기독교에 대한 알레고리 플롯이다. J.R.R.톨킨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은 선과 악 사이에 벌어지는 영원한 투쟁과 권력의 유혹이라는 문제를 다룬 알레고리로 종종 해석된다. 톨킨은 신화를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톨킨의 소설이 알레고리라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상징으로 가득한 엄청난 알레고리 소설이다.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도 알레고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개 이야기다. 도시의 한 가정에서 길들여진 개 한 마리가 납치되어 황금 개발 대유행이 일던 클론다이크 강으로 보내진다. 이 곳의 척박한 환경에서 개는 살아남기 위해 온갖 역경을 견딘다. 개는 야생으로 돌아가서 개들의 우두머리가 될 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유령 개가 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철학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으로, 이 사상은 찰스 다윈과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소설들은 모두 3막 구조라는 점이다. 이 소설들을 분석해 보면 모두 3막 구조가 요구하는 것들을 따르고 있으며, 적절한 순서에 따라 전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설들이 훌륭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야성의 부름>의 1막은 문명 세계이며, 2막은 벅이라는 개가 문명과 야생 사이에서 전력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그린다. 3막은 야생으로 돌아가는 벅을 그린다. 또한 <모비딕>의 1막은 바다에 나가기 전의 이슈마엘을, 2막은 흰 고래를 추적하는 과정을, 3막은 고래와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알레고리 플롯은 상상 속 이야기라는 허구를 통해 독자들에게 교훈을 남기려는 인상을 주므로 잘 쓰기 어렵다. 만일 이 유형을 쓰고자 한다면, 이 책에서 설명한 플롯의 모든 요소를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인물을 작가의 생각을 대신 전달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자.

 

 

플롯 유형에 따라 소설을 쓰면

 

필립 제러드는 <차이를 만드는 책 쓰기(Writing a Book that Makes a difference)>에서 말한다. "일단 구조의 틀을 잡았다면, 그 안에서 편안하면서도 놀라운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더욱 누릴 것이다. 극의 일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즉 플롯 유형에 따라 글을 쓰면 그 유형이 글쓰기를 훨씬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그러니 소설을 쓸 때 언제든 잠시 쉬면서 플롯 유형을 검색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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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와 말하기]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이는 소설 쓰기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규칙은 아주 오랫동안 있어 온 듯하다. 소설 쓰기 워크숍마다 설명하고 있고, 또한 거의 모든 작법서에서도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이 규칙이 이어져 내려고오 있는 이유는 옳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초보 작가들은 이 법칙을 헷갈려 하는 탓에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 독자의 마음을 끄는 소설을 쓰고 싶다면 보여주기와 말하기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실 해밋의 작법

 

'보여주기' 소설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하나 꼽자면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다. 해밋은 이 소설에서 새로운 '하드보일드(사실주의 기법)' 형식을 선보였다.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 위에서 사건이 펼쳐지듯 모든 사건을 생생하게 서술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샘 스페이드는 최근에 총을 맞아 죽은 동료 마일스 아처의 부인을 위로해야만 한다. 그녀는 경찰서로 달려와 샘의 팔에 쓰러진다. 샘은 그녀의 울음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속지 않는다. 이 부분을 해밋은 이렇게 쓸 수 있었다. "여자는 울면서, 샘의 팔 안으로 쓰러졌다. 그는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 그는 그녀도 싫었다. 그는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이렇게 쓰는 건 말하기다. 그러나 노련한 작가인 해밋이 이 장면을 어떻게 썼는지 살펴보자.

 

"마일스의 동생에게는 알리셨나요?" 그는 물었다.

"그럼요. 오늘 아침에 왔어요." 말은 그녀의 울음소리에 묻혔다. 그의 외투가 그녀의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여서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그의 왼팔은 그녀를 안고 있었고, 그의 손은 왼쪽 어깨 위에 놓여 있었다. 그의 소매는 시계를 볼 수 있을 만큼 쭉 올라가 있었다. 10시 10분이었다.

 

얼마나 효과적인 묘사인가. 아처 부인이 눈물을 흘리는 사이에 샘이 시계를 힐끗 쳐다보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은 그가 부인을 전혀 동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묘사는 우리에게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장르 별 플롯 짜는 법]

 

장르마다 그에 맞는 몇 가지 창작 비법이 있다. 쓰고자 하는 장르의 규칙을 익히고 항상 새로운 것들을 더하자.

 

－미스터리 소설

다 읽을 때까지 누가 살인범인지 알 수 없도록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가 많은데, 나는 그들이 범죄 장면에서 시작해 뒤에서부터 써 나가지 않을까 의심한다.

플롯을 쓰기 위해 예비 작업으로 배경이나 인물 등을 먼저 만드는가? 상상력에 불을 붙여 줄 상황을 그리고 있는가? 대신 이렇게 해 보자. 살인범이 누구인지, 그의 살인 동기가 무엇인지를 그려 보고 그가 저지른 살인 또는 범행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다. 이를 분명하고 복합적이며 현실적으로 그려 보자. 마음 속에서 그리면 된다. 어떤 작가들은 이 장면을 그리느라 작은 세트나 도표를 만들기까지 한다.

이제 플롯 어디쯤에 단서를 떨어뜨릴지, 어떤 인물을 언제쯤 용의자로 만들지 정해야 한다. 혹시 "만일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누가 범인인지 모른다면 독자들도 분명 모를 것이다"라는 블록의 말을 믿으며 운 좋게 이야기가 끝나기를 바라는가? 블록은 일생 동안 소설을 여러 편 시작했지만 끝끝내 끝내지 못했다.

 

－스릴러 소설

미스터리 소설이 스릴러 소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미스터리 소설이 미로 같다는 것이다. 독자는 각각의 단서를 따라가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려 한다. 스릴러 소설은 주인공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건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주인공에 대한 위협은 점점 더 격화된다. 그의 적대자는 나쁜 짓을 저지르는 악당이다. 어느 지점에 이르면 주인공은 적대자를 무찔러야만 한다. 왜 소설을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가? 적대자와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싸움을 써 보자. 스스로 놀랄 만큼 가장 독창적으로 만들어 보자. 그러면 쓰고 싶은 무엇인가를 발견할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어떤 장면의 구체적인 사항들을 바꾸겠다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적어도 어떻게 할지 방향은 잡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동기 부여를 잊지 말자. 적대자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나쁜 짓, 그리고 마지막 싸움의 동기가 있어야 한다.

 

－순수 소설

순수 소설을 쓰는 작가는 대개 분위기와 짜임새를 중시한다.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인상을 떠올리고 여운을 생각한다. 또한 찾고 있는 느낌을 내려면 어떤 이미지와 대화를 넣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 때 음악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나 노래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음악들을 틀어 놓고 플롯을 짜도 좋다. 만일 개요를 잡지 않는다면 글을 쓰는 내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로맨스 소설

로맨스 소설에는 두 연인이 짝을 이룬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다른 모든 플롯은 모두 이 목표 주위를 맴돌기만 한다. 로맨스 소설은 일어난 일만큼이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것도 다룬다. 로맨스 소설에서 가장 큰 긴장이자 시련은 연인을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여기서 짝을 이룬다는 것은 영원히 함께 한다는 것을 뜻한다. 만일 연인이 이야기 중간에 함께 있다면 그들은 무슨 이유에선가 반드시 헤어져야만 한다. 그래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작가는 두 연인이 같이 있고 싶은 욕망을 이루지 못하도록 모든 방법을 생각해 플롯을 짜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경우 상투적인 이야기가 되기 쉽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고 애써야 한다. 인물의 과거는 독창적인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곳이다. 각각의 인물에게 특별한 어두운 과거를 만들어 주자. 같이 있기를 원하는 연인들을 오래 떨어뜨려 놓을수록 마지막의 로맨스는 더욱 달콤해진다. 아울러 사실적인 섹스 장면은 이제 고리타분하다.

 

－실험 소설

실험 소설의 본질은 새로움에 있다. 초고를 일순간 치솟는 실험 정신으로 끝냈다면 한 달 정도 묵혀 두자.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스스로 책을 사는 데 쓸 돈조차 없는 가난한 학생이라고 생각해 보자. 초고를 읽으며 "나라면 이 책을 살까?" 따져 보자. 아마도 더 강하고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덧붙여야 할 플롯 요소가 떠오를 것이다. 다만 이것은 실험 소설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만일 계획대로 써지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실패한 이유는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실험 소설은 관습적인 플롯과 구조를 깨뜨리는 시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을 체계적으로, 즉 독창적으로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만일 실험소설을 쓰길 원한다면 이에 대한 열망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말한다. "매일 아침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지뢰를 밟는다. 지뢰는 나다. 지뢰가 터지고 난 뒤, 나는 파편을 끌어모으는 데 남은 하루를 다 쓴다." 다시 말해 글감은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어서 밤이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떠돌아다닌다. 그러니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 종이 위에 뭔가 빨리 적어 놓으면,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처럼 재빨리 사라져 가는 많은 글감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생각하지 말고 10분에서 20분 정도 쓰는 것이다. 단지 쓴다. 그게 '파편'이다. 나중에 끌어모으면 된다.

 

－SF소설과 판타지 소설

SF소설과 판타지 소설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다. 소설의 세계 속 규칙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리고 그 규칙들을 자연스럽게 엮기 위해 작가는 더 열심히 작업해야 한다. 어떤 요소가 기분 내키는 대로 튀어나오는 소설은 저급해질 수 있다. 플롯의 규칙은 여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LOCK 체계 요소를 이용하자. 누군가 고도로 발전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거나 그저 마술을 부릴 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물은 스스로 완전해야 한다. 허구적 요소를 넘어서 살아 있는 듯한 인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또한 SF소설과 판타지 소설은 특정 사상을 다룰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르이기도 하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현실 세계에 대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사상을 만들어 내는 데 치중하고 플롯에 신경을 덜 쓰기 쉽다. 이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상상력 때문에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 플롯에 집중할수록 소설은 더 훌륭해진다.

 

내가 소설 쓰기를 배우던 시절에 읽었던 작법서 중 브렌다 유랜드의 <글을 쓰고 싶다면(If You want to Write)>이 있다. 이 책에서 유랜드는 놀라운 신념을 보여준다.

"모든 사람은 재능이 있으며, 독창적이며, 중요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 만일 그가 진실하게 이야기한다면, 만일 그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야기한다면, 그는 독창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자아가 아니라 그의 진정한 자아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 때 나는 이 말을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 플롯과 구조를 통해 우리는 독자와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거기에 우리의 독창적인 문제를 쏟아 부을 수 있다. 성공을 거두길 기원한다. 자, 이제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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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과 구조> 핵심 정리

 

[플롯]

－플롯은 저절로 생긴다. 플롯의 주요 요소를 알고 이를 어떻게 다룰지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술적인 목적 때문에 플롯을 지나치고 싶을 때에도 작가는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플롯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LOCK 체계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주인공, 목적, 대결, 완승을 뜻한다.

－독자는 주로 주인공과 동일시하며 소설에 빠져든다.

－독자는 동일시, 공감, 호감, 내적 갈등을 통해 주인공을 좋아한다. 이를 고려해 주인공을 만들자.

－주인공이 나서야 하는 이유를 밝히는 게 바로 플롯의 목표다. 플롯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무언가를 얻는 일이며, 하나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 목표는 주인공의 행복에 필수다.

－대결은 플롯을 움직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갈등은 주인공과 적대자 사이의 싸움에서 생긴다. 적대자는 주인공만큼 강하거나 더 강해야 한다.

－대중 소설에서는 결말에서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며,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딛고 승리를 거두어 독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순수 소설의 결말은 모호하게 끝나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구조]

－3막 구조는 탄탄하며 소설을 결코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 3막 구조란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풀어 설명한 것이다. 소설을 3막 구조에 따라 전개하면 독자는 이해하기 쉽다.

－시작 부분에서는 소설에 누가 등장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작가는 가능한 한 빨리 독자와 주인공을 연결해야 한다.

－시작 부분은 소설 속 세계를 보여주고, 분위기를 정하고, 적대자를 소개하고, 독자가 중간 부분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중간 부분은 갈등을 다룬다. 갈등은 주인공과 적대자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이다. 중간 부분은 인물 간의 관계를 심화하고, 주인공에게 벌어질 일에 대한 긴장을 고조하며, 최종적으로 마지막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가장 좋은 결말은 여러 가닥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해 마지막 싸움의 결과를 보여주고 반향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1막(시작)의 처음에 무슨 일이 벌어짐으로써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인물에게 위협과 도전이 닥쳐야 한다. 이는 아주 큰 사건이 아니어도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 줄 정도면 된다.

－주인공은 '되돌아갈 수 없는 관문'을 지나며 2막(중간)의 갈등으로 옮겨 간다.

－2막에서 3막으로 전개될 때도 되돌아갈 수 없는 또 다른 관문을 지난다. 대개 절정을 향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단서, 발견, 위기 또는 패배로 나타난다.

 

[플롯 아이디어]

－플롯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은 아주 많다. 요점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며, 이를 위해 플롯 아이디어를 내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나중에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면 된다.

－인물과 배경, 플롯 요소를 독특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열정적으로, 가능성을 보며, 플롯의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소설을 쓴다.

 

[소설의 시작]

－소설의 첫 번째 과제는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첫 문장, 행동, 예고, 태도, 액자식 구정 등으로 도입부를 매우 인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작 부분에서 지루하게 설명하면 안 된다. 행동을 먼저 하고 나중에 설명한다.

 

[소설의 중간]

－가장 강력한 플롯은 주인공 주위에 죽음의 그림자가 떠도는 것이다. 죽음에는 육체적·심리적·직업적 죽음이 있다.

－주인공과 적대자가 계속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만일 주인공이 가만 있어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독자는 왜 그가 구태여 행동을 하는지 의아해한다. 

－의무는 때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필요하다. 직업적 의무(예를 들어 경찰관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나 도덕적 의무(예를 들어 어머니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것)가 있다.

－소설의 기본 흐름은 행동, 반응, 그리고 또 다른 행동이다. 이런 흐름을 통제함으로써 이야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중간 부분에 위기 상황을 넣는다. 위기 상황은 플롯, 인물, 배경과 연관시킬 수 있다.

 

[소설의 결말]

－이야기를 끝맺는 기본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함, 주인공이 목표를 이루지 못함, 주인공이 목표를 이루었는지 알 수 없음.

－주인공이 목표를 이루었다 해도 부정적인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주인공이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희생은 상당히 강력한 종결이다.

－주인공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마지막인 싸움에 초점을 두는 결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이 골라야 하는 마지막 선택에 초점을 두는 결말도 있다.

 

[장면]

－장면은 소설의 기본 단위다.

－비트는 장면을 이루는 더 작은 단위다.

－소설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행동, 반응, 설정, 심화.

－행동은 대중소설에서 중요한 요소다. 행동은 장면, 갈등, 주인공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결과(대개는 나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반응은 인물의 정서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반응은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행동의 속도를 늦춘다. 순수소설은 이런 종류의 장면을 잘 다룬다.

－설정은 짧은 장면 또는 비트로 표현할 수 있으며, 나중에 벌어질 장면을 위한 핵심 재료로 쓸 수 있다.

－약간의 묘미는 양념과 같다. 따라서 소설에 풍미를 더해주지만 아주 약간만 들어가야 한다.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장면에 매혹하기, 고조하기, 유도하기를 이용한다. 시작 부분에 독자를 유인할 요소, 즉 매혹하기를 통해 관심을 끈다. 각 장면에는 여러 단계로 고조하기가 들어가야 한다. 각 장면 끝에는 독자를 다음 장으로 이끄는 유도하기를 넣는다.

 

[복합 플롯]

－주제, 의미, 또는 '중요한 가치'를 고려해 플롯을 복잡하게 만든다. 서브 플롯, 상징과 모티프를 통해 주제를 표현한다.

－긴 플롯을 3막 구조의 단위로 나누자. 이 때 마지막 순간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복합 플롯은 플롯 내에서 주인공이 중요한  변화를 겪을 때 복합성과 깊이감을 더하는 좋은 방법이다.

－플롯을 통해 인물의 신념, 가치, 지배적 태도와 의견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플롯 짜기]

－플롯을 짜는 주요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개요를 잡지 않고 쓰는 것이고 하나는 개요를 잡아 쓰는 것이다. 물론 이 둘 사이의 여러 변주가 있을 수 있다.

－개요를 잡지 않는 경우에는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쳐쓰기를 여러 번 해야 하며, 잘못 샛길에 빠졌을 때 바로잡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개요를 잡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개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전을 이룰 만한 멋진 요소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기 전까지 계속해서 플롯을 짜는 여러 방법을 시험해 보자. 글을 쓰는 동안 계속해서 플롯 짜기 실험을 해 보자.

－플롯은 탐색, 복수, 사랑 등의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이런 플롯 유형을 참고하여 자신의 소설에 가장 적합한 유형을 만들자.

 

[수정]

－가능한 한 빨리 초고를 마친다. 초고를 마치면 치워 두고 며칠 동안 들여다보지 않는다.

－작가가 아닌 독자가 되어 초고를 꼼꼼하게 읽어 본다. 읽으며 손 볼 필요가 있는 부분에 표시를 한다. 나중에 참고할 수 있도록 약간의 메모를 남겨 둔다.

－이제 초고를 분석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 지금보다 더 잘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구조, 인물의 성격, 적대자, 장면, 조연을 분석한다.

－지난 작업들을 돌이켜 본다. 동시에 약간의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개고를 시작한다. 개고할 원고를 또 다듬는다.

－시작과 결말과 대화 장면에 주의해 개고하고 퇴고한다.

－작가로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작가의 도구 상자에 계속해서 새로운 도구를 채워 넣는다. 작가의 공부는 결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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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 문구 쓰는 법

 

1단계 : 기본 정보를 정리한다

－주인공의 이름

－주인공의 직업

－첫 번째 되돌아갈 수 없는 관문

－적대자 정보

－주인공과 적대자는 왜 적이 되었는가

－주요 갈등은 어디에서 벌어졌는가

－소설이 다루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독자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소설인가(오싹한지, 음울한지, 감동적인지 등등)

 

2단계 : 30분간 자유롭게 쓴다

순서나 단어는 고민하지 않고 쓴다. 1단계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자유롭게 쓴다. 중간에 멈추거나 편집하지 않는다. 단지 모든 재료를 종이 위에 쏟는다.

 

3단계 : 편집한다

2단계에서 쓴 자료 중 정말로 좋아하는 부분들을 고른다. 이제 이 부분들을 순서대로 배열한다. 이 작업에 시간을 들인다.

아래에 간단한 방법 하나를 예로 소개한다.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여기서는 소설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세 단락으로 나누었다.

－단락 1 : 주인공 이름과 상황 설명으로 시작한다("○○은 □□다"). 여기서 인물의 배경과 상황에 대해 한두 문장을 더 쓴다.

－단락 2 : '갑자기' 또는 '그러나 그 때'와 같은 구절로 시작한다. 주요 전환점, 주인공을 2막으로 미는 관문을 넣는다. 2막에서 벌어진 일을 두세 문장으로 설명한다.

－단락 3 : '이제' 라는 단어로 시작하고, 어떤 행동에 대한 문장을 쓴다("이제 브래드는 미스터리를 풀어야만 했다"). 또는 "~할 것인가?" 같은 질문을 여러 개 던지면서 시작한다("몰리는 그녀의 유산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또는 그녀는 의문의 죽음을 당할까? 그리고 이 사건들은 몬태규의 가족을 몰살시킬 것인가?").

 

4단계 : 다듬는다

이제 지금까지 쓴 것을 다듬는다. 이 작업은 소설을 멋지고 반짝이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새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거나 초고를 쓸 때처럼 매우 소중한 작업이 될 것이다. 원고지 4매 내외 분량으로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