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어머니의 기도 (Stella Dallas) -10- 어머니이기에

모리슨 부인은, 갑자기 찾아온 로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잠시 보지 못한 동안에 로렐이 너무나 변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핏기 가신 얼굴, 우울해 보이는 눈, ……. 몸도 많이 야위어 있었습니다. 로렐은 조금도 웃지 않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요전에는 대단히 실례했어요. 전 역시 여기로 돌아왔어요. 절 이 집에 있게 해 주시겠어요?"

"로렐, 그게 무슨 말이니? 자, 그런 데에 있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와요."

 

모리슨 부인은 이렇게 말하고, 현관에 서 있는 로렐을 껴안듯이 하면서,

"스티븐, 로렐이에요. 로렐이 돌아왔어요."

하고 안쪽을 향해 외쳤습니다. 아버지가 달려나왔습니다.

 

"로렐, 어떻게 된 거냐?"

 

로렐은 아버지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오늘부터 이 집에 있게 해주세요."

"얘, 얘. 로렐.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하다니……. 여긴 네 집이야."

"저는……."

 

로렐은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슬픔을 꾹 누르며 말했습니다.

 

"저는, 엄마한테서 버림을 받았어요. 역시 제가 바보였어요. 아빠, 아주머니, 엄마는 결혼했어요. 에피라는 술꾼, 제가 제일 싫어하는 아주머니의 주선으로 결혼했어요. 엄마는……, 엄마는……."

"됐어요, 로렐.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도록 해요. 아무튼, 이리 와서 쉬어요. 로렐은 너무 지쳐 있어요."

 

모리슨 부인이, 돌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로렐을 억지로, 따뜻하게 불을 피운 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차와 과자를 내왔습니다. 로렐은 차와 과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엄마는요, 제가 방해가 돼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학교에 간 동안에 도망쳐 버렸어요."

"그럴 리가, 로렐."

"아녜요, 틀림없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되시면, 이 편지를 읽어 보세요."

 

로렐은, 구겨진 편지를 모리슨 부인 앞에 내밀었습니다. 모리슨 부인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편지를 읽었습니다.

부인은 그 편지를 쓸 때의 로렐 어머니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슬펐을까?'

 

이렇게 생각하자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아주머니,"

 

로렐이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에 잘못이 없겠지요? 전 요전까지만 해도 엄마를 참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만큼 저를 걱정해 주시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어요. 엄마는, 저보다는 자기의 행복에 더 중요했어요. ……아, 미워요! 엄마가, 정말 미워요!"

 

모리슨 부인은 흥분한 로렐을 진정시키느라고 힘이 들었습니다.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게 하고,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게 하고 나서, 모리슨 부인은 로렐을 이층 침실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로렐이 깊이 잠들 때까지 베갯머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윽고, 모리슨 부인이 아래층 방으로 내려가자, 스티븐이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습니다.

 

"어때요? 진정되었어요?"

"네, 겨우 잠들었어요. 아침까지 푹 자고 나면 힘을 되찾을 거예요."

"그럴까? 상당히 약해진 것 같던데……. 스텔라가 또 무슨 짓을 했을까? 정말 바보 같은 여자야."

"아녜요."

 

모리슨 부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스텔라 씨는 바보가 아니에요. 스텔라 씨는 이 세상에 둘도 없을 만큼 훌륭한 어머니예요."

"당치도 않아요. 그런 어머니가 어디 있어? 당신은 스텔라의 친구 에피라는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에피의 주선으로 결혼을 했다니, 그 남자라는 사람도 틀림없이 형편없는 사람일 거요. 그런 짓을 해서 로렐의 마음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도 다른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스티븐. 생각해 보세요."

 

모리슨 부인이 스티븐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전번에 그토록 여기에 있기가 싫다고 고집을 부린 로렐이 여기로 왔어요. 누가 로렐을 그렇게 만들었겠어요? 스텔라 씨예요. 스텔라 씨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로렐이 자기한테서 떠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던 거예요. 로렐을 위해 마음을 독하게 먹었던 거예요. 어머니의 마음은, 같은 어머니인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저는, 스텔라 씨가 결혼 같은 거 하지 않았으리라고 믿어요."

"그럴까?"

"어쩐지 전 그렇게 생각돼요."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지금은 로렐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만을 생각해요. 그렇게 하는 것이, 스텔라 씨의 아름다운 마음에 보답하는 거예요. 지나간 일은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 없어요. 힘을 내세요."

 

모리슨 부인은 이렇게, 스티븐을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처음 이삼 일 동안, 로렐은 침울해서 별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리슨 부인의 정성어린 보살핌에 힘입어, 점점 명랑한 성격을 되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때였습니다.

로렐과 함께 밖에서 돌아온 모리슨 부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저택의 돌담 그늘에 있는 수상한 사람의 그림자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깜짝 놀라 발을 멈추고 확인하려고 하자,

 

"엄마, 왜 그러세요?"

 

하고 로렐이 물었습니다.

로렐은 이제, 모리슨 부인을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들어가서 차라도 마시자."

 

모리슨 부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혹시 스텔라 씨가 아니었을까?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모리슨 부인은 부정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마음에 걸렸습니다.

모리슨 부인은 이층 침실로 뛰어올라가 창가에 서서, 사람 그림자가 보인 돌담 근처를 자세히 살폈습니다.

돌담 그늘에, 여자인 듯한 희미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쉬운 듯이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멀어져 갔습니다.

 

'스텔라 씨가 틀림없다.'

 

모리슨 부인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주위가 어두워서 분명히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 검은 그림자는 어쩐지 외롭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모리슨 부인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스텔라 씨는 로렐이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아예 불러들일까?'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로렐은 어머니가 남아메리카에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만일 그 어머니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로렐은 마음이 얼마나 혼란해질까요. 그것이 걱정되어서 스텔라도 로렐이 알아채지 못하게 살짝 찾아온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모리슨 부인은 조용히 창가에서 물러나 아래층 방으로 내려갔습니다.

테이블 위에, 종이 쪽지가 붙은 봉투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부인이 스티븐과 의논해서 스텔라에게 보냈던 돈 봉투였습니다.

보스턴의 아파트로 보냈는데, '수취인 주소 불명'이라는 쪽지가 붙어 되돌아왔습니다.

 

'그 사람 그림자가 틀림없이 스텔라 씨였다며느 스텔라 씨는 틀림없이 이 뉴욕에 있다. 돈도 없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형편이 어렵지나 않을까? 어떻게든 돈을 보내줘야겠는데……. 하지만…….'

 

부인은 또 생각을 고쳐야 했습니다.

돈을 보내 주려고 스텔라와 만나거나 주소를 알거나 하면, 어떤 순간에 로렐이 눈치챌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도 로렐과 마찬가지로, 스텔라 씨는 먼 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하자. 로렐의 행복을 지켜 주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부인은, 그 그림자에 대해 로렐이나 스티븐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스티븐은 신문을 펴 들고 깜짝 놀랐습니다.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운 아가씨의 사진이 실려 있고, 그 옆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뉴욕의 새로운 꽃, 로렐 댈러스 양.

　기품 있는 이 로렐 양이야말로, 뉴욕 제일의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로렐의 것이었습니다.

이 11월 21일, 댈러스 집안에서는 로렐을 위해 성대한 파티를 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문 기자가 그 소문을 듣고 모리슨 부인을 찾아가, 로렐의 사진을 빌리고 로렐에 관한 자랑을 듣기로 했을 것입니다.

스티븐은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모리슨 부인은 아주 겸손한 성격이어서 남의 눈에 띄는 일을 싫어할 텐데, 그런데도 이런 짓을 하다니…….

 

"이거 어떻게 되었군. 완전히 어떻게 되었어."

 

스티븐은 언짢아서 투덜거렸습니다.

그런데 이 신문 기사를 보았을 때의 모리슨 부인의 모습도 여느 때와는 달랐습니다. 무척 기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신문 기사가 실린 뒤로 모리슨 부인은 밤이 되어도 로렐의 방이나 거실의 창문을 닫으려고 하지 않고, 커튼도 치지 않았습니다. 로렐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도, 로렐이 손님과 인사하는 모습도 밖에서 환히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신, 이상한 짓을 하는군. 밤 늦도록 문을 열어 두다니……. 그렇게 조심성이 없으면 곤란한데."

 

스티븐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러자 모리슨 부인은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습니다.

 

"로렐이 이처럼 아름답게 성장했어요. 이제, 로렐을 숨겨 두지 않아도 되잖아요. 틀림없이 밖에서 보면 더 멋지게 보일 거예요. 로렐도, 그리고 방의 모습도……."

"모르겠군. 난 당신의 기분을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어."

 

스티븐은 계속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리슨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리슨 부인은 마음 속으로 스텔라에게 말했습니다.

 

'스텔라 씨, 그 신문 보았겠지요? 로렐이 아주 훌륭해졌지요? 로렐이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언젠가처럼 살며시 오세요. 당신이 잘 볼 수 있도록 커튼을 치지 않겠어요. 그리고 창문도 되도록 닫지 않겠어요.'

 

 

 

댈러스 집안에서 파티가 열리는 11월 21일에는 공교롭게도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뉴욕 뒷거리의 어느 작은 셔츠 공장에서 이 비를 줄곧 걱정하는 나이 많은 여공이 있었습니다.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니 어떻게 하나? 저녁엔 갤까?"

 

그 여공은 아까부터 벌써 몇 번이나 같은 말을 옆의 여공에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공이 마침내 짜증을 냈습니다.

 

"듣기 싫어, 이제. 비가 오든 안 오든, 그게 어쨌다는 거야?"

"아냐. 별로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냐."

"그럼 조용히 일이나 하면 되잖아. 당신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봐요, 일이 이렇게 늦어졌잖아."

 

옆의 젊은 여공한테서 한 마디 듣고, 나이 든 여공은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하고 진심으로 미안한 듯이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공은 또 문득 창 밖을 내다보더니 말했습니다.

 

"오, 저것 봐요. 이제 가랑비가 오는데……. 하늘도 밝아지고……. 비가 곧 그치겠어. 오, 이제 살았다. ……그렇지만 비가 와도 모두 자동차로 올 테니까 곤란할 건 없겠지."

"뭐라고요? 누가 자동차로 온다고요?"

"응, 아무것도 아냐. 미안해요. 이제 말하지 않을게."

 

나이 든 여공은 이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정말 부지런히 손을 놀렸습니다.

그 여공은 바로 스텔라였습니다.

 

 

 

스텔라는 로렐에게 편지를 써 놓고 보스턴의 아파트에서 나왔을 때, 어디서 어떻게 살겠다는 계획도 없었습니다. 에피는 함께 살자고 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물론 결혼해서 남아메리카로 간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스텔라의 발길은 저절로 뉴욕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살면 로렐의 모습을 먼 발티에서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어려운 것은,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스텔라의 귀에 언젠가 로렐이 한 말이 분명히 들려 왔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일하고 있어요.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사람이야말로 부끄러운 거예요.'

 

스텔라는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그래, 로렐. 어머니는 일하마.'

 

스텔라는 마음 속의 로렐에게 힘주어 말했습니다.

 

'로렐, 엄마는 온실의 꽃처럼 귀하게 자란 여자가 아니란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꿈쩍도 하지 않는 들꽃처럼 살아 온 사람이란다. 어떤 고통도 즐거움으로 알고, 엄마는 열심히 일하마.'

 

그리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다가 찾아낸 곳이 이 셔츠 공장이었습니다.

 

 

 

오후 다섯 시ㅡ.

스텔라는 하루 일을 끝내고 많은 여공들과 함께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비가 멎어, 저녁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날씨가 개어서."

 

중얼거리면서 스텔라가 서둘러 간 곳은 댈러스의 집이었습니다.

이 날 밤에 댈러스의 집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는 사실을 스텔라는 신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물론, 그 로렐의 아름다운 사진도 보았습니다.

 

'사진이 아닌 진짜 로렐을 이 눈으로 볼 수 있겠지. 만일 문이 열려 있다면……. 제발 문이 열려 있었으면…….'

 

마음 속으로 이렇게 빌면서 다가간 스텔라 앞에, 꽃으로 에워싸인 댈러스의 집 홀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그리고 귀여운 로렐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로렐은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 옷의 가슴에서 길다란 옷자락을 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은일까요, 다이아몬드일까요?

로렐은 왼손에 하얀 난초 꽃다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꽃다발의 리본이 팔랑거리는 사이에서 손목의 다이아몬드가 반짝 빛났습니다. 호리호리한 목에는 멋진 진주 목걸이가 걸려 있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로렐이었습니다. 갖가지 꽃다발과 수많은 신사와 숙녀들에게 둘러싸여 여왕처럼 서 있는 로렐…….

게다가, 그 로렐 곁에는 여왕의 어머니로서 아주 걸맞은 기품 있는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헬렌 모리슨ㅡ아니, 헬렌 댈러스였습니다.

사람들은 헬렌에게 사뭇 존경하는 모습으로 축하 인사를 했습니다.

 

"잘 됐다! 모든 것이 정확히, 내가 원하는 대로 됐다!"

 

스텔라는 숨을 크게 들이켰습니다.

기뻐서인지 슬퍼서인지,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한 시간 남짓 그렇게 서 있었을까요.

 

"이봐요, 여기서 뭘 하고 있어요?"

 

스텔라의 귀에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경관이었습니다.

스텔라는 겁이 나서,

 

"네, 네. 저, 절대로 수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 곧 저리 가겠어요."

 

하고 몸을 굽실거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스텔라는 또 창문 안을 바라보았습니다.

한 청년이 로렐에게 다가가서 로렐의 손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왈츠곡이 들려 왔습니다. 청년은 로렐에게 춤을 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로렐은 조금 수줍어하면서 그냥 서 있었습니다. 청년이 로렐의 손을 잡으려 했습니다.

꽃다발을 놓으러 로렐이 창가로 다가왔습니다. 스텔라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지켜 보는 쪽으로 똑바로…….

로렐은 꽃다발을 창가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거울을 보듯이, 창 유리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 창문 유리에서 2미터쯤 떨어진 어둠 속에서 어머니 스텔라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로렐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텔라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이제는 자기 곁을 떠난 딸 로렐의, 반짝이는 별처럼 아름답고 천사처럼 기품 있는 모습을…….

 

로렐 곁으로 또 아까 그 청년이 다가왔습니다. 로렐은 생긋 웃고 청년과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음악이 두 사람의 춤을 재촉하듯이 유달리 크게 울려 왔습니다.

 

"저 사람, 본 적이 있다. 어디선가……그렇다, 저 사람은 리처드 그러브노어다. 아, 로렐의 행복해하는 얼굴……. 로렐,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행복해 다오."

 

스텔라는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 때였습니다.

 

"이봐요, 거기 서 있으면 안 돼요."

 

아까 그 경관이 다시 다가와서 스텔라를 내몰았습니다.

스텔라는 아쉬운 듯이 다시 한 번 창문 쪽을 바라보면서,

 

"네, 정말 미안해요. 저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그만 정신이 팔려서……. 이제 가겠어요."

 

하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로렐의 행복을 마음 속으로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