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글쓰기 -로맨스- (1)

전 세계 독자들이 느끼는 로맨스 소설의 매력은 희망과 용기, 해피엔드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준다는 점인 듯하다. 로맨스 소설에서는 상황이 아무리 암울해 보이더라도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 되고 진실한 사랑이 승리한다. 이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큰 위로가 된다.

 

 

 

로맨스 소설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사랑과 연애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문학의 일부였지만 오늘날과 같은 로맨스 소설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했다.

1908년에 설립한 출판사 밀스 앤 분(Mills＆Boon)이 애거서 크리스티, 잭 런던과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펴내며 로맨스 소설도 출간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사는 양장본 로맨스 소설이 도서관으로 많이 팔려 나가고 웬만한 일반 책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년이 지나자 로맨스 소설은 판매에서 다른 책들을 더욱 크게 앞질렀고, 결국 밀스 앤 분은 다른 책들을 출간하지 않고 로맨스물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1950년대 후반, 밀스 앤 분의 로맨스물이 거둔 성공에 주목한 캐나다 출판사 할리퀸(Harlequin)이 '할리퀸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밀스 앤 분의 책들을 북미 대륙에서 출간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에 밀스 앤 분이 할리퀸의 지사가 되면서 두 출판사는 합병했다. 이후로 할리퀸은 전 세계에 독립 출판사를 세우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로맨스물을 번역해 출간하는 일에 착수했다. 할리퀸은 1981년에 캐나다 미디어그룹 토스타 사(Torstar Corporation)에 인수되었고, 다시 2014년에 미국의 미디어 그룹 뉴스코프(News Corp)가 인수해 자회사인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에 편입되었다. 한편 밀스 앤 분은 수년 간 독립적인 기획 편집부를 유지하며 주로 영국 작가들이 쓴 책을 사들였다. 1970년대부터 미국 작가인 재닛 데일리(Janet Dailey)의 책을 출간하며 미국 작가들에게도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개방한 것은 1980년대 초에 들어서였다.

 

1980년대, 할리퀸은 주요 경쟁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Simon＆Schuster)가 만든 로맨스 장르 전문 임프린트 실루엣(Silhouette)을 인수했다. 이후로 할리퀸과 실루엣은 토스타의 지붕 아래서 비교적 독립적으로 일해 왔지만 최근에 와서는 구분이 모호해졌다. 로맨스물을 펴내는 그 밖의 주요 출판사로는 켄싱턴(Kensington), 에이번(Avon), 밴텀/델(Bantam/Dell), 버클리/조브(Berkley/Jove), 도체스터(Dorchester), 뉴 아메리칸 라이브러리(New American Library; N.A.L). 포켓 북스(Pocket Books), 세인트 마틴(St.Martin's), 워너(Warner) 등이 있다.

 

수 년간 로맨스 소설은 영국에서는 밀스 앤 분, 북미에서는 할리퀸으로 알려진 한 가지 브랜드만 존재했다. 그럼에도 이들 출판사에서 펴내는 이야기는 굉장히 다양했다. 현대 로맨스, 의학 로맨스, 역사 로맨스 등이 모두 할리퀸 로맨스나 밀스 앤 분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하지만 정통 로맨스물을 모두 섭렵한 독자들은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원했고 작가들도 다른 종류의 이야기로 실력을 펼치길 바랐다. 짧고 달콤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로맨스물 시장에 기존의 틀에 맞지 않는, 길고 자극적이고 관능적이며 심각한 갈등이 있는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그리하여 예전부터 있던 로맨스의 뿌리에서 다양한 유형의 로맨스가 갈라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략)

 

어느 시대든 로맨스 소설에서 '라인'이나 '시리즈', '카테고리'라고 하는 것이 적어도 스무 개 이상 존재한다. 라인, 시리즈, 카테고리는 대체로 동일한 용어지만 이 중 시리즈는 종종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련의 책들을 가리키기도 한다(예컨대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권의 책은 3부작 시리즈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카테고리 로맨스'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카테고리 로맨스란 특정한 요소가 공통으로 등장하는 책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은 것이다. 로맨스 소설 중에서도 미스터리와 연관된 로맨스물이 따로 있고 로맨틱 코미디가 따로 있다. 카테고리 로맨스의 경우 매달 미리 정해진 수의 책이 출간된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책들은 각각 등장인물과 줄거리는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표지를 하고 하나로 묶여 판매된다. 이런 책들은 일반적으로 서점에 한 달이나 그보다 짧게 진열되며 다음 카테고리의 책이 나오면 교체된다.

그렇지만 매달 서점에는 카테고리 로맨스 외에 싱글 타이틀 로맨스도 쏟아져 나온다. 싱글 타이틀은 독자적인 책이다. 디자인이나 마케팅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며 서점 매대에 진열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카테고리 로맨스나 싱글 타이틀 로맨스, 로맨틱 서스펜스, 로맨틱 코미디, 에로틱 로맨스, 스위트 로맨스 등 모든 로맨스 소설의 공통점은 배경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건 주된 초점이 남녀 주인공과 그들이 키워가는 사랑에 있다는 점이다. 이 공통점만 있다면 어떤 이야기든 로맨스 소설이 될 수 있다. 로맨스 소설의 종류는 독자의 유형만큼이나 다양하다. 에로틱 판타지에서부터 종교적인 이야기, 역사물과 현대물, 어두운 서스펜스와 가벼운 코미디, 이상적인 남자를 찾는 평범한 소녀와 적당한 남자를 찾는 20대 도시 여자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로맨스 소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이야기든 로맨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스터리나 러브 신, 사회적인 이슈가 아니라 러브 스토리라는 점을 잊지 말자.

 

 

로맨스의 다양한 하위 장르

 

로맨스 산업의 성장과 발달에 따라 다양한 하위 장르들이 인기를 얻었다가 사라진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기억할 만한 하위 장르에는 가벼운 호러에 가까운 초자연적인 줄거리가 특징인 실루엣 섀도우(Silhouette's Hsadows), 주인공이 갑자기 부자가 되는 할리퀸 럭키 인 러브(Harlequin's Lucky in Lone), 나이가 많고 사별하거나 이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버클리 세컨드 찬스 앳 러브(Berkley's Second Chance at Love), 에로틱한 로맨스로 가기 전 단계를 다룬 밴텀 러브스웹트(Bantam's Loveswept) 등이 있다.

다음은 가장 일반적인 로맨스 하위 장르와 그 본질적 특징이다.

 

- 메인 스트림 (Main stream)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고 출간되는 단행본 소설이다. 러브스토리가 있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주로 여주인공의 이야기며 러브스토리를 빼더라도 이야기 자체는 완결된다.

 

- 싱글 타이틀 (Single Title)

카테고리나 주제에 따라 묶지 않고 개별적으로 출간해 마케팅하는 단행본이다. 카테고리 로맨스보다 오랫동안 시중에서 유통되고 금방 절판되지 않는다.

싱글 타이틀을 쓰는 작가는 거의 모든 방면에서 카테고리 로맨스 작가보다 더 자유롭다. 남녀 주인공은 실제 사람들처럼 나쁜 습관과 어두운 과거를 지닐 수 있다. 악당은 의도와 행동이 정말 악할 수 있고, 사건도 어둡고 폭력적이며 강렬할 수 있다. 로맨스나 애정 문제의 비중이 적어도 된다. 이야기는 카테고리 로맨스보다 더 환상에 가까울 수도, 반대로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결말은 해피엔드를 맞이하는 로맨스에 비해 차분하고 사실적일 수도, 더욱 과장될 수도 있다.

싱글 타이틀과 메인 스트림은 유사하기 때문에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싱글 타이틀이 메인 스트림보다 로맨스 요소가 더 강하다.

 

- 미니 시리즈 (Mini Series)

한 가지 주제로 출간되는 카테고리 로맨스다. 대개 미리 정해진 기간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발표한다. 예를 들면 호주의 오지나 북미의 오대호 등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 라틴계 연인이나 아이를 혼자 키우는 아빠 등 특정 유형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즈, 예기치 않은 임신이나 서두른 결혼 등 특정한 구성 장치가 등장하는 시리즈가 있다. 미니 시리즈에 속한 책들은 공통된 주제를 제외하면 아무런 연관이 없다. 각각의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다르며 독립적이다. 일부 미니 시리즈는 한 명의 작가가 혼자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여러 명의 작가가 나눠 쓴다.

대개 편집자가 기획해 유명 작가들에게 주제에 맞는 책을 써 달라고 의뢰하지만 갖고 있는 원고 중에서 적당한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주제에 맞으면 신인 작가의 작품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미니 시리즈는 오랫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신인이 처음부터 특정 미니 시리즈를 겨냥해 글을 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미니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보통 나머지 책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 선집 (Anthology)

공통적인 맥락이나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작가들이 쓴 중편 소설 세 편 이상을 모은 책이다. 크리스마스, 새해, 어버이날, 발렌타인 데이 등 명절이나 기념일을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드레스나 목걸이, 퀼트, 결혼식 들러리나 마녀 같이 특정한 주제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역사물이 많고, 특히 영국 섭정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경우가 흔하다. 대부분 출판사에서 기획해 유명한 작가들에게 원고를 의뢰하며 여러 작가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보통 신인 작가는 포함되지 않는다.

 

- 연작 (Continuity)

단행본들이 모여 더 크고 복잡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리즈다. 서로 다른 작가들이 쓰고 다른 조합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큰 이야기를 구성하는 지침을 따른다. 책을 쓰는 모든 작가는 전체적인 이야기에 모순이나 불일치가 생기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는 연작 미스터리 로맨스라면 각각의 책이 서로 다른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다루면서 사건에 대한 단서를 주고, 시리즈의 마지막 권에 가서 사건이 해결되어야 한다. 보통 다섯 권에서 열두 권의 책으로 구성되며 1년여에 걸쳐 출간된다.

대부분 출판사가 기획하며, 편집자가 지침을 작성하고 작가들에게 각각의 이야기를 써 달라고 의뢰한다. 기획한 출판사에서 두세 권의 책을 낸 작가가 경력을 쌓으려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 역사 로맨스 (Historical Romance)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물이다. 예전에는 출판사가 대부분 (정복왕 윌리엄 1세가 잉글랜드를 점령한) 1066~1900년의 유럽이나 북미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선호했다. 하지만 이제 멀게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가깝게는 제１차 세계대전과 광란의 1920년대까지 시대적 배경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제２차 세계대전 시대가 배경인 경우도 간혹 있지만 현재에 가까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그리 인기가 없다. 배경이 현재와 가까울수록 독자는 그 시대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듯하다.

로맨스 소설 중에서도 가장 오래 된 축에 속하므로 이야기가 더 깊고 여러 갈래로 뻗어갈 수 있다. 사회적인 비판도 교과서처럼 읽히지 않고 러브 스토리의 배경이 된다면 포함할 수 있다. 사실적인 묘사도 중요하지만 현대 독자의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그 시대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역사물의 여주인공은 독립적이고 남주인공은 진보적이다. 중세 시대의 여성은 흔히 열세 살이면 결혼했지만 일반적으로 역사 로맨스의 여주인공은 그보다 나이가 많거나 나이 문제는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처참한 전쟁이나 고문, 폭력 등은 이야기 밖에서 벌어지며 잔혹한 장면은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 리젠시 (Regency)

역사 로맨스의 한 갈래로, 영국 섭정 시대의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주로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결혼을 하거나 거기서 탈출하려는 이야기다. 리젠시, 즉 영국의 섭정 시대는 엄밀히 말해 조지３세를 대신해 황태자가 섭정을 시작한 1811년부터, 조지３세가 죽고 황태자가 조지４세가 된 1820년까지를 말한다. 하지만 문학적으로는 그보다 긴 시간, 즉 트래펄가 전투가 일어난 1805년부터 조지 왕조 시대가 끝나고 빅토리아 시대가 실질적으로 시작된 1834년까지를 가리킨다.

보통 단편인 경우가 많고 관능적이기보다는 달콤하다. 주로 남녀 주인공이 사회의 사소한 문제와 부딪히며 일어나는 익살스러운 일화들을 다룬다. 가난, 매춘, 범죄, 그 밖의 사회적 병폐와 같은 인생의 이면을 보여주는 문제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보다 더 어둡고 관능적인 이야기는 대개 분량이 많고 역사 로맨스로 분류한다.

 

- 단편 현대 로맨스 (Short Contemporary Romance)

에로틱 로맨스만큼 야하지는 않지만 카테고리 로맨스 장르 중에서는 가장 관능적이다. 남녀 주인공의 성관계가 등장하지만 섹스보다는 사랑이 여전히 강조된다. 길이가 짧고 남녀 주인공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인물이나 극적이고 복잡한 플롯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그럴 듯한 갈등은 있어야 한다. 주인공들이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더라도 여전히 장기적인 연애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장편 현대 로맨스 (Long Contemporary Romance)

현대를 배경으로 하며 관능적인 요소가 강한 카테고리 로맨스다. 분량이 많기 때문에 서브플롯이 여러 개 있고 갈등이 심각하며 미스터리나 서스펜스적인 요소가 강하고 인물이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독자가 인물에게 감정이입할 시간이 충분하므로 주인공과 문제를 설정할 때 제약이 적다. 예컨대 주인공에게 정신 질환이 있는 경우도 가능하다. 각 출판사의 카테고리마다 고유한 정체성과 조건이 있으며 출판사마다 요구하는 성적인 수위, 서브플롯의 개수, 우선적인 시점, 전체적인 이야기 유형이 매우 다르다.

장편 현대 로맨스와 싱글 타이틀 로맨스를 구분하는 주요 요소는 길이와 표지다. 장편 현대물은 대체로 싱글 타이틀보다는 분량이 적고, 같은 카테고리에 속하는 책들과 비슷한 표지 디자인으로 함께 마케팅한다.

 

- 로맨틱 코미디 (Romantic Comedy)

웃긴 사건을 배경으로 로맨스가 펼쳐지는 이야기다. 가장 효과적인 유머는 인물의 개성에서 비롯된다. 주인공들의 인생관, 상황을 보는 시각, 두 사람의 차이가 웃음을 유발한다. 바보 같은 짓은 유머가 아니다. 이야기에 농담을 더한다고 로맨틱 코미디가 되지는 않는다. 말장난은 청각적인 측면이 있어서 글로 보면 쉽게 간과되기 때문에 책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 정말 웃긴 농담이라도 등장인물의 대사로 써 놓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몸 개그는 영화에서는 웃기지만 인쇄된 글만 보고는 독자가 머릿속에 떠올리기 힘들다.

좋은 로맨틱 코미디의 유머는 인물을 깎아내리거나 모욕하지 않는다. 독자가 주인공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되는 유머가 가장 좋다. 효과적인 유머는 주인공의 밝은 인생관에서 비롯된다. 주인공의 인생관이 밝아야 아주 심각한 문제도 비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머는 짧은 글에서 제일 효과적이므로 로맨틱 코미디는 대개 분량이 적고 책의 크기가 작다. 그러나 싱글 타이틀인 경우에는 더 길 수도 있다.

 

- 로맨틱 서스펜스 (Romantic Suspense)

남녀 주인공이 모두 직접적으로 연관된 위협적인 상황이나 미스터리, 서스펜스 요소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이 그녀를 보호하거나 미스터리를 조사하는 동안 옆으로 물러나 있지 않고 자신의 몫을 다한다. 로맨스와 관련된 서브플롯을 포함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 소설과 다른 점은 주된 초점이 로맨스에 맞춘다는 점이다. 이 때 로맨스는 주인공들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생겨난다. 남녀 주인공은 함께 행동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악당을 물리친다. (공권력이 도와 줄 수도 있지만 남녀 주인공이 커피를 마시고 손을 잡는 동안 경찰 특공대가 불시에 습격해 악당들을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로맨틱 서스펜스를 쓸 때 가장 힘든 점은 이야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만약 서스펜스가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가린다면 이야기는 선을 넘어 메인스트림 장르로 가게 된다.

 

- 스위트 트래디셔널 로맨스 (Sweet Tranditional Romance)

기존의 로맨스 소설로, 노골적인 러브 신은 없지만 성적 긴장감을 유지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짧은 이야기다. 남녀 주인공의 혼전 관계에 대한 묘사는 출판사에 따라 허용하는 곳도 있고 꺼리는 곳도 있다. 어느 경우든 성적 묘사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감정을 강조해야 한다. 보통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침실 문 앞까지만 묘사하고 방 안까지 따라 들어가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로맨스의 환상적인 측면보다는 가족끼리 아는 사이거나 옆집 소녀 같은 면모를 강조한다. '스위트'라고 해서 마냥 달콤해서는 안 된다. 인물은 현실적이어야 하고, 갈등은 그럴 듯하면서 등장인물과 독자에게 중요하야 하며, 정서적인 긴장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 에로틱 로맨스 (Erotic Romance)

로맨스 장르 중에서 에로틱한 측면이 강한 이야기다. 자세하고 노골적인 성관계가 자주 등장하지만 주인공들 외에 다른 인물은 보통 연관되지 않는다. 남주인공이 다른 여성과 성적인 관계를 갖는다면 이야기 초반에 잠깐 감정적으로 무의미한 관계를 가질 뿐이고, 여주인공은 남주인공과만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편이다. 로맨티카(Romantica)라고도 부르며 남녀 주인공의 관계 발전에 초점을 맞춘 아주 섹시한 로맨스다.

 

- 에로티카 (Erotica)

남녀 주인공이나 주인공 중 한 명과 다른 인물 사이의 성적인 관계를 자세히 그려내는 이야기다. 사실상 로맨스다울 때도 있지만 로맨스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로맨스는 연인의 감정적인 유대를 강조하지만 에로티카는 사랑보다는 육체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주인공 이외의 인물이 끼어들기도 한다. 출판사가 에로티카를 찾는다고 하면 대부분 남녀 주인공의 육체적인 관계가 노골적으로 많이 나오는 로맨스를 원한다는 의미다.

 

- 의학 로맨스 (Medical Romance)

의학이 갈등의 주요 부분이거나 남녀 주인공이 가까워지는 계기로 등장하는 로맨스다. 적어도 주인공 중 한 명이 전문 의료인이어야 한다. 러브 스토리일 뿐만 아니라 의학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단순히 병원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나 주인공이 병에 걸리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잘 쓴 의학 로맨스는 한 가지 사례에만 집중하지 않고 로맨스의 배경으로 여러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결말이 중요한데, 독자는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등장한 환자가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모든 환자가 지나치게 낙천적인 해피엔드를 맞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대체로 그럴 듯하게 긍정적인 여운을 남겨 둘 수는 있다. 의학은 빠르게 변화하므로 특정한 처치나 치료법, 질병에 관해 지나치게 자세히 다루면 위험하다. 하지만 편집자는 병원이나 진료소, 응급실이 사실적으로 느껴지도록 구체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현명한 작가는 다른 로맨스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요소에 의학적인 지식과 배경을 결합한다.

예전에는 남자 의사와 여자 간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의사-간호사 로맨스(Doctor nurse Romance)로 알려지기도 했다.

 

- 위험에 빠진 여인 (Woman in Jeopardy)

여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다. 여주인공을 위협하는 사람은 대개 그녀와 가깝거나 신뢰할 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위험에 빠진 여인의 좋은 예는 고딕 로맨스지만 영국 작가인 빅토리아 홀트(Victoria Holt) 이후로 그런 공식은 상당히 흐려졌다. 여주인공이 직면하는 위험은 다른 로맨스 장르의 위험보다 크고 무섭고 위협적이며 가까이에서 일어난다(예를 들어 여주인공은 낯선 사람이 아닌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의심한다). 가끔 초자연적인 요소가 등장할 때도 있다.

지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카테고리나 하위 장르라기보다는 몇몇 장편 카테고리 로맨스나 싱글 타이틀, 메인 스트림에 적합한 이야기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 고딕 로맨스 (Gothic Romance)

'위험에 빠진 여인' 장르 참조.

 

- 인스피레이셔널 로맨스 (Inspirational Romance)

주인공이 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가는 종교적인 여정을 중심으로 한 로맨스다. 대부분 기독교(보통은 개신교)를 다루므로 때로는 크리스천 로맨스(Christian Romance)라고 잘못 불리기도 한다. 반드시 독실한 인물이 등장할 필요는 없다. 주인공이 목사나 주일학교 교사일 때도 있지만 일반인인 경우도 그만큼 많다. 보통 주인공 중 한 쪽이 신앙인이고 한 쪽은 신앙을 갖거나 되찾으려 애를 쓰는 인물이다. 실패한 인스피레이셔널 로맨스의 특징은 주인공의 문제를 천사나 신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직접 개입해 해결한다는 점이다. 설득력을 가지려면 주인공이 자기 자신과 신앙 안에서 힘과 용기, 능력을 발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파라노말 로맨스 (Paranormal Romance)

마녀, 천사, 늑대 인간, 뱀파이어, 요정, 외계인, 유령, 시간 여행, 초능력 등 초자연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배경과 주인공(한 명이나 둘 다)이 정상적인 현실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초자연적인 등장인물이 평범한 사람과 지나치게 다르면 독자가 공감하기 힘들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를 창조할 때는 인간적인 특징을 부여해야 독자가 공감할 수 있다. 초자연적인 능력에 한계가 있으면 약점이 생겨 더욱 공감 가는 인물이 될 수 있다(예컨대 여덟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해야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거나 달빛이 있을 때만 주문을 걸 수 있다는 설정을 추가할 수 있다).

 

- 시간 여행 로맨스 (Time Travel Romance)

파라노말의 한 형태로,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미래나 과거로 가는 이야기다. 다른 파라노말 로맨스와 마찬가지로 일관성이 중요하다. 작가는 이야기 속의 세계가 돌아가는 규칙을 설정해 그대로 따라야 하고, 그러지 않을 때는 규칙이 바뀐 이유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 퓨처리스틱 (Futuristic)

SF를 가미한 파라노말 로맨스의 한 갈래다. 로맨스의 일부나 전체가 미래를 배경으로 일어나며 시간 여행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 SF 로맨스 (Science Fiction)

'퓨처리스틱', '파라노말', '시간 여행' 참조.

 

- 칙릿 (Chick-Lit)

이상적인 남자를 찾기보다 자신의 경력을 쌓는 일에 더욱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일반 소설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로맨스 소설에서도 이런 유형의 이야기가 유행했다. 사실 많은 젊은 여성이 이상형을 찾기보다는 지금 적당히 만날 수 있는 남자, 즉 실제로 데이트를 하고 동거를 하거나 언젠가는 결혼도 할 수 있는 남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여주인공은 보통 20대 중반으로, 기존의 로맨스 여주인공보다 어리고 덜 성공했다. 대체로 룸메이트와 살고 시시한 직장에 다니거나 사회 초년생이다. 칙릿에서는 로맨스물의 일반적인 규칙이 깨지곤 한다. 칙릿의 여주인공은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많이 마시고 여러 남자와 잠자리를 하거나 뱃사람처럼 욕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에게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특징이다.

보통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거나, 여주인공이 연애는 하지 않지만 한 단계 성장하며 끝을 맺는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도 다르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고 현재 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 솔직하고 경쾌하며, 다른 로맨스물에 비해 보통 인물의 생각이 적게 나온다.

 

- 시티 걸 (City Girl)

칙릿의 변형이다. 시티 걸의 여주인공은 기존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에 조금 더 가까워서 흡연이나 폭음을 하지 않고 거의 한 남자하고만 잠자리를 한다. 평생의 사랑을 찾아 헤매지는 않지만 칙릿의 여주인공보다는 완벽한 짝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티 걸 로맨스는 미니 시리즈로 출간되기도 한다.

 

- 헨릿 (Hen-Lit)

칙릿의 한 갈래다. 여주인공이 칙릿의 여주인공에 비해 나이가 많고 어느 정도 성공했으며 기혼자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칙릿의 여주인공처럼 일상적인 문제에 대담한 태도로 접근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헨릿의 여주인공은 대개 불행한 결혼 생활을 개선하거나 끝내려고 하고, 남편이 아닌 남자가 남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주인공에게는 보통 아이가 없다.

 

- 맘릿 (Mom-Lit)

헨릿처럼 칙릿의 한 갈래지만 여주인공이 엄마라는 점이 다르다. 여주인공의 자녀는 10대 이상이고 갈등의 일부일 때도 있다. 여주인공은 칙릿의 여주인공과 같은 대담한 태도와 관점을 갖고 있지만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적다.

 

- 영 어덜트 (Young Adult)

10대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다. 주로 순수한 첫사랑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관능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성관계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10대 후반이 독자 대상인 경우에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음주나 마약, 혼전 관계 등에 대한 가치관을 담기도 한다.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되 설교하거나 가르치지 않아야 성공적인 이야기가 된다. 시대적 배경은 현대나 과거 모두 될 수 있다. 초자연적인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 사가 (Saga)

여주인공의 생애를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따라가는 장편 메인 스트림 소설이다. 여주인공의 두 세대 아래 후손까지 등장할 때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야기 전반을 지배하는 인물은 여전히 여주인공이다. 로맨스가 있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대개 여주인공은 평생 한 번 이상 연애를 하고, 남편이나 사랑하는 남자가 죽거나 떠나는 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가에서 중요한 요소는 여주인공이 자신의 일을 시작하고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 여성 소설 (Women's Fiction)

주로 여성 작가가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쓴 소설이다. 싱글 타이틀과 메인 스트림 소설이 포함되고 보통 카테고리 로맨스는 해당되지 않는다. 여성 소설에는 대개 여러 명의 여성이 자매나 친구, 동료, 적 등으로 등장한다.

 

- 게이 로맨스 (Gay Romance)

동성 간의 로맨스를 다루는 이야기다. 동성 간 로맨스와 이성 간 로맨스의 차이점은 연인의 성별 외에는 비교적 없다. 게이 로맨스의 연인은 동성 연인만 쥐는 몇 가지 예외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이성 연인과 똑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똑같은 적응 과정을 거친다. 같은 카테고리에 있더라도 게이 로맨스는 이성 간 로맨스에 비해 성적인 관계를 자세히 강조하지 않는다. 게이 로맨스가 사랑보다 육체적 관계를 강조하거나 상대를 여러 명 등장시킨다면 로맨스보다는 에로티카에 가까워진다.

 

- 에스닉 로맨스 (Ethnic Romance)

다양한 인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스다. 민족성이나 문화적 갈등이 플롯의 일부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느 로맨스와 다르지 않은 문제와 갈등으로 이루어진다. 출판사도 민족성이 주된 갈등이기보다는 배경으로만 등장하는 편을 선호한다.

 

- 라이선스 테마 (Licensed Theme)

출판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그에 따른 주제에 맞춰 출간하는 로맨스물이다. 보통은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부수의 책을 펴내기로 계약하고 대부분의 책은 출판사가 유명한 작가를 선택해 맡긴다. 한 시리즈의 모든 책은 독립적이지만 계약한 주제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할리퀸이 나스카(NASCAR; 미국 개조자동차 경주대회)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출간하는 책에는 자동차 경주, 드라이버, 자동차, 팬이 등장해야 한다. 작가는 특정한 스포츠 경기나 회사의 이름 등 상표로 등록되어 보호받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런 명칭이 이야기 안에서 반드시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도록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 간섭을 받는다.

 

 

주인공 만들기

 

- 이름은 무엇인가?

- 왜 그 이름을 갖게 되었나?

- 나이는? 생일은?

- 별자리는 무엇인가? 그것이 주인공에게 중요한가?

- 어디서 사는가? 도시, 작은 마을, 농촌?

- 그 곳에서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지역은 직접 선택했나, 다른 사람의 의견인가?

- 주거 형태는 무엇인가? 아파트에 사는가, 주택에 사는가? 레지던스에 산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 혼자 사는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가?

- 어떤 차를 모는가?

- 중요하게 여기는 소유물은 무엇인가?

- 외모를 간략하게 묘사해 보자.

- 취미는 무엇인가?

- 어떤 종류의 음악을 좋아하는가?

- 애완동물이 있는가? 없다면 왜 없는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가?

- 좋아하는 음식과 술은 무엇인가?

- 뜻밖에 반나절 동안 시간이 나면 무엇을 하는가?

- 친구들은 주인공을 어떻게 묘사하는가?

- 어떤 교육을 받았나?

- 직업은 무엇인가? (역사물의 주인공이라면 가족이나 사회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묘사해 보자. 그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 단순한 직업인가, 장기적으로 계속하려는 일인가?

- 그 직업을 택한 이유는?

- 자신에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20년동안 하길 바라는 일은 무엇인가?

- 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 결혼했는가, 미혼인가, 이혼했는가?

- 아이가 있는가?

- 이전에 사랑하던 사람이 있는가?

- 이전 애인은 주인공을 어떻게 묘사하는가?

- 부모는 어떤 사람인가?

- 형제 자매가 있는가?

-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가?

- 가족 관계는 주인공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 이유는 무엇인가?

- 가장 큰 적은 누구인가?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 모습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무엇인가?

- 인생의 전환점이 상대 주인공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자신의 특징 중에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은?

- 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 생활에서 가장 싫어하는 부분은?

- 세상에서 바꾸고 싶어하는 한 가지는?

-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은 무엇인가?

- 성격 중에 가장 호감 가는 면은?

- 성격 중에 가장 비호감이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결함은?

- 이야기가 시작될 때 지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 어떤 행동으로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가?

-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상대 주인공의 어떤 면에 가장 매력을 느끼는가?

- 주인공에게 이상적인 해피엔드는 무엇인가?

- 독자가 이 인물에게 어떻게 반응하길 바라는가?

- 독자가 왜 이 인물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

 

 

독자가 인물에게 관심을 쏟기 전에 인물의 배경을 모두 알려주는 건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독자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독자가 인물과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하고 나면 어떠한 설명이나 배경 이야기라도 들어 줄 것이다.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도 괜찮지만 아주 복잡한 사건이 처음부터 등장하면 독자는 길을 잃을 것이다.

또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인물이 많이 등장하면 독자는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하지 못한다.

핵심적인 문제를 알려주지 않고 처음부터 복잡한 논쟁을 진행하면 독자는 헷갈리기만 한다.

이런 경우에는 조금만 뒷받침해 주면 이야기가 훨씬 나아진다. 즉, 주인공을 먼저 소개한 뒤에 인생의 전환점이 될 상황을 전개하면 된다.

설정과 배경, 인물의 유형이 특이할수록 독자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긴 설명은 필요 없다.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독자가 이야기 속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조금 천천히 시작하는 편이 좋다.

 

남주인공이나 여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 단 하나의 예외는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짧은 프롤로그가 있는 경우다. 프롤로그는 본 이야기가 아니라 예고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악역 같은 중요한 조연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도 된다. 그런 경우라도 여전히 첫 번째 장은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해야 한다.

 

 

*이야기의 첫 시작으로 좋지 않은 예

 

하나, 첫머리나 첫 번째 장에서 회상 장면이 등장한다.

독자는 주인공과 이야기에 익숙해지기 전에 회상 장면이 나오면 혼란스러워한다.

 

둘, 꿈을 꾸거나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꿈 속 장면은 대개 이리저리 뒤섞이고 설명하기 힘들다. 대신 주인공이 첫 번째로 하는 중요한 행동에서부터 시작하자.

 

셋, 긴 설명으로 시작한다.

시작할 때 한두 문장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독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물이다. 배경과 풍경에는 인물에게 영향을 미칠 때만 관심을 가진다.

 

 

*첫머리 살펴보기

 

1. 이제껏 읽어 본 로맨스 소설의 처음 여섯 쪽을 살펴보자.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남주인공이나 여주인공, 혹은 둘 다 등장하는가?

2. 등장한 주인공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아직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3. 주인공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4. 작가는 어떻게 독자의 관심을 끄는가? 사건을 보여주며 시작하는가, 설명으로 시작하는가? 주인공의 일상으로 시작하는가, 변화된 상황으로 시작하는가? 특정한 문장이나 대사로 시작하는가?

5. 남녀 주인공이 만났다면 서로에 대한 첫 반응은 무엇인가?

 

 

*첫머리 만들기

 

1. 이야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가?

2. 첫 쪽에 등장하는 사건은 무엇인가?

3.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 또는 둘 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가?

4. 남녀 주인공은 어떻게 처음 만나는가?

5. 그들은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가?

6. 화자는 상대의 어떤 점에 주목하는가?

7. 두 주인공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첫 번째 문제는 어떻게 독자의 관심을 끄는가?

 

 

*감정적인 애착 형성하기

 

독자가 주인공과 친밀해지기 전에 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면 독자는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첫 장면에서 토네이도가 마을을 휩쓴다면, 독자는 희생자들에 대해 머리로는 유감을 느끼겠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독자가 인물들에 대해 잘 알고 관심을 갖게 되면 토네이도가 휩쓸 때 그들이 무사하길 바랄 것이다. 한 현명한 작가는 "군인이 죽기 전에 지갑 속 사진을 보게 하라"고 말했다. 어떤 군인이 전장에서 죽으면 슬프긴 하겠지만 많은 전사자 사이에서 잊히기 쉽다. 하지만 독자가 그의 지갑 속에 어린 딸의 사진, 어머니의 편지, 연인의 머리카락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를 실재 인물처럼 느끼고 그의 비극에 감정적으로 동요한다.

주인공을 물리적이거나 심리적인 위험에 빠뜨리기 전에 독자에게 주인공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줘서 감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게 하자.

 

 

---

 

 

스토리쇼잉

 

이야기를 쓰는 목적은 독자가 바로 그 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독자가 사건이 벌어지는 한구석에 앉아 주인공과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야 한다.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해 자신을 이야기의 일부라고 느끼면 책을 놓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스토리쇼잉' 기법을 사용하자. 스토리텔링은 독자에게 사건을 요약해 알려주고 주인공에 대해 말해 준다. 스토리텔링, 즉 요약하기는 모든 소설가가 빠질 수 있는 위험이다. 작가는 한 장면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대화가 오가며 어떤 냄새가 나는지 명확하게 알기 때문에, 독자가 그 장면을 똑같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쉽게 간과한다. 독자는 작가가 제시한 것만 보고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다. 그런 것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는 세부적인 내용을 작가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독자는 작가와 똑같이 반응할 수 없다.

스토리쇼잉은 관객이 극장에서 연극을 볼 때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정보를 독자에게 주는 방법이다. 극장에서 관객은 아주 세밀한 세부 사항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의 큰 그림은 알게 된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행동과 소품, 의상 등을 보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세부 사항을 전달하는 5가지 방법

 

- 서사 : 사건을 순차적으로 묘사한다.

- 설명과 요약 : 사건을 보여주지 않고 설명하거나 요약해서 알려준다,

- 플래시 백 : 인물이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한다.

- 생각 :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준다.

- 대화 : 인물이 어떤 말을 하는지 알려준다.

 

 

*플래시 백

 

- 독자에게 플래시 백의 시작을 알린다.

현재 이야기에서 플래시 백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대과거를 사용하면 플래시 백의 시작을 독자가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머지 플래시 백 장면에서는 과거 시제를 사용하지만 플래시 백이 끝날 때는 또 다시 대과거를 잠깐 사용한다. 대개 플래시 백을 시작할 때는 장면의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고 준비하는 한두 개의 요약문이 필요하므로 그 때 대과거를 사용한다. 이야기를 주로 현재 시제로 서술하는 경우에는 과거 시제를 사용해 플래시 백을 알리고 플래시 백 장면 내에서는 다시 현재 시제를 사용한다.

 

- 현재와 과거가 논리적으로 전환되게 한다.

회상을 난데없이 시작하지 않는다. 무엇이 과거의 사건을 떠오르게 했는가? 인물이 그 사건을 지금 떠올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 그럴 만한 시점에 플래시 백을 배치한다.

인물이 한가롭게 회상을 할 만큼 시간이 있는가? 여주인공이 길거리에서 악당들에게 쫓기는 중이라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숨을 죽이고 들키지 않길 바라며 옷장에 숨어 있다면 회상을 할 수도 있다.

 

- 이야기 초반에는 플래시 백을 사용하지 않는다.

플래시 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우선 현재 이야기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본 줄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독자가 주인공에게 공감하도록 해야 주인공의 과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작가가 주인공을 공감 가는 인물로 잘 만든 다음이라면 독자를 과거로 데려가더라도 기꺼이 따라올 것이다.

 

- 플래시 백이 길면 짧게 나눈다.

중요한 과거 사건이 긴 경우에는 짧게 잘라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플래시 백 중간중간에 몇 단락이라도 현재 이야기를 집어넣으면 본 줄거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 플래시 백이 끝날 때는 플래시 백을 시작하기 전에 있었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옆길로 나갔던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실재하는 것을 언급할 때는 조심스럽게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실재하는 영화, 노래, 춤, 패션, 사람, 제품을 언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단점이 있다. 유행하는 영화나 춤은 몇 년만 있으면 지겨워진다(마카레나를 기억하는가?). 요즘은 노래 가사를 인용하려면 저작권 협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헤어 스타일은 매년 유행이 변하고 유명 브랜드도 인기를 끌었다가 사라지곤 한다. 따라서 남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나 여주인공의 패션에 대해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이야기가 금세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

실재 인물은 변하기 마련이다. 연예인 커플은 헤어지고, 사람들은 나이가 든다. 유명인이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거나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인물을 책에서 젊고 쾌활한 롤모델로 언급한다면 현대 로맨스 소설이 저절로 역사물이 되고 말 것이다. 실재하는 제품 역시 시간에 따라 변하고 이야기를 유행에 뒤처지게 만든다. 제품 포장과 광고 문구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재하는 제품을 언급할 때는 상표명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제품을 부정적으로 언급할 때는 실재하는 제품명을 말해서 회사 측 변호사를 자극하기보다는 가짜 제품명을 만들어 내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