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천자봉에 얽힌 전설

경상남도 진해는 장복산, 불모산, 팔판산, 굴암산, 보개산 등이 연이어져 병풍처럼 둘러있는 고장이다. 거기서 다시 한 줄기가 남쪽으로 뻗어 시루봉을 이루면서 바다로 향하다가 멈추어 혈을 맺은 곳이 천자봉인데, 그 곳을 세상 사람들은 명당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전설 속에는 풍수장이, 도승, 지리학 박사, 명당 등이 나오고, 천자봉의 기(氣)가 모인 혈(穴)에 뼈를 묻은 자의 후손이 명나라의 천자와 조선의 태조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전설이 오랜 세월 동안 구전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보태고 다듬어서 아래와 같은 여러 갈래의 풍성한 전설로 남게 된 것이다.


천자봉 전설 (1)

옛날 함경도 땅에 이씨(李氏)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어느 때 그는 하인 한 사람을 데리고 자기 선대의 묘(墓)자리를 찾아서 팔도강산을 두루 섭렵하고 있었다. 함경도를 떠나 강원도 땅을 거쳐서 그들의 발길이 경상도를 헤매다가 마침내 이 곳 곰내(熊川)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천자봉 꼭대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던 이씨의 눈이 금방 광채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애써 전국을 헤매며 찾아다니던 명당이 바로 이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 있는 바위에 구멍이 둘 있으니, 첫째 구멍에 묘를 쓰면 자손 가운데 왕이 나올 것이오, 둘째 구멍에는 천자(天子)가 나올 것이 틀림없을 천하의 명당을 찾았으니 이씨가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는 즉시 데리고 온 하인에게 자기 선대의 묘를 이 곳 둘째 구멍에 이장하도록 일렀다.
그런데 주인의 분부를 받은 하인은 이 때 그만 슬그머니 욕심이 생겨 버렸다. 그의 소견에는 주인이 지적한 그 둘째 구멍이 아주 엄청난 명당이라는 생각을 아무래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인은 이씨의 선대 묘를 감쪽같이 첫째 구멍에 이장하고 둘째 구멍에는 자기 선대의 뼈를 슬그머니 묻어 버렸다.
세월이 흘러서 과연 두 집안에서는 비범한 인재가 났으니 이씨 가문에는 이성계(李成桂)라는 인물이 나서 뒤에 조선을 개국하여 태조(太祖)가 되었고, 주씨 집안에서도 한 인물이 났으니 명나라의 천자(天子)가 된 주원장(朱元障)이라 한다.


천자봉 전설 (2)

옛날 곰내마을의 곰뫼(熊山) 기슭에 주씨 성을 가진 늙은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한 도승이 이 곰산 아래로 지나다가 문득 한 곳에서 서기(瑞氣)가 어리는 것을 보았다. 도승이 기이한 느낌이 들어 그 서기 나는 곳을 찾아가 보았더니 움막집에 가난한 늙은 농부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승은 이 늙은 부부에게 말하기를 "이 댁에 훗날 천하를 움켜쥘 귀공자가 날 것이오." 라고 말하고는 어디론지 가 버렸다.
해가 바뀌자 도승의 말대로 늙은 부부는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워낙 가난한 이들 부부에게는 늘그막에 얻은 이 아이를 도무지 잘 먹이고 입힐 재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날의 도승이 또 한 번 움막의 문전에 모습을 나타냈다. 도승은 늙은 부부에게 다시 이르기를 "이 아이는 장차 귀한 사람이 될 터인즉 가난한 이 집에 맡겨 둘 수 없으니 소승이 데리고 가서 기르는 것이 어떠하겠소?" 하였다. 늙은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도승에게 맡겼다.
도승을 따라 나선 아이는 깊은 산중의 암자에 들어가 학문과 무예를 닦았다. 그리하여 아이가 열 다섯 살이 되던 어느 날 도승이 아이를 불러 놓고 말했다.
"이제는 너도 세상에 나가서 뜻을 한 번 펴 보도록 하여라."
다섯 살짜리 아이는 도승의 손에서 열 다섯 살의 늠름한 소년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이 소년이 뒷날 장수가 되어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다시 명나라로 건너가 천자가 된 주원장(朱元障)이라 한다.


천자봉 전설 (3)

신라 혜공왕(惠恭王) 때 법조(法照)라는 한 도승이 있었다. 이 법조선사가 밀양 무봉사를 창건할 당시의 일이다. 하루는 선사가 밤중에 급한 용무로 뒷간을 갔더니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뒷간을 지키고 있었다. 선사는 할 수 없이 호랑이를 피해 다른 곳에 가서 용무를 마쳤다. 그런데 이튿날 밤 선사가 또 뒷간을 갔더니 이번에도 그 호랑이가 역시 그 곳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슬그머니 화가 난 선사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호랑이의 머리를 내리쳐 버렸다. 그랬더니 괴상한 일이 벌어졌다. 덤벼들 줄 알았던 호랑이의 머리에서 흰 마비 한 마리가 날아 나오고 호랑이의 몸뚱이는 금방 어디론지 간 곳이 없어져 버렸다.
선사는 하도 이상스러운 일이라 그 흰 나비를 따라 나섰다. 나비는 하늘하늘 앞장을 서 날아가더니 새벽녘에 어떤 산봉우리(天子峯)에 가서 앉았다. 선사가 곁에 앉아서 흰 나비의 동정을 지켜보니 이번에는 산 아래로 날아가서 어떤 집으로 들어갔다. 선사가 그 집으로 들어갔더니 쉰 살 가량 되어 보이는 어떤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부부는 나이 쉰 살이 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어 매우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간밤에 이들 부부는 매우 이상스런 꿈을 하나씩 꾸었다. 날이 밝자 이들은 서로 꿈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각각 두 사람이 꾼 꿈이 어쩐지 똑같은 내용의 꿈이었기 때문에 서로 괴이하게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데 이 때 마침 선사가 흰나비를 따라 이 집안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선사가 두 사람의 꿈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꿈의 내용은 간밤에 선사가 겪은 흰 나비와도 관련이 있는 꿈이었다. 이윽고 선사가 말하기를 "오늘부터 열 달이 지난 모일 모시에 소승은 다시 한 번 이 곳을 찾을 터인즉 그 때 소승이 주인장께 청을 하나 드릴 것입니다. 주인장은 그 때 가서 소승이 드리는 청을 절대로 거절하지 않을 것을 이 자리에서 미리 약조해 주셔야 합니다." 하고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주인 남자는 세상에 밑도 끝도 없는 선사의 이 말이 몹시도 의아스러웠지만, 그러나 도통한 선사의 말이니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일단은 이를 승낙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난 어느 날 이 집 부인이 해산을 하여 한 사내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 날 아침 약속한 시각에 또 어김없이 선사가 찾아와서 말하기를 "이 아이는 액(厄)이 있어 이 집에 있으면 머지 않나 죽게 됩니다. 그러니 소승이 데려가 길러야 하겠으니 맡겨 주십시오." 하고 청을 하였다. 주인 부부는 먼저 범의 약속도 있고, 더구나 아이가 머지 않아 죽을 것이라는 선사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아이를 건네주고 말았다. 선사를 따라간 아이는 절에서 공부하며 열심히 무예를 닦았다. 이 아이는 매우 총명할 뿐 아니라 용맹이 뛰어나 어릴 때부터 보통 아이들과는 우선 행동부터가 판이하게 달랐다.
아이의 거동을 유심히 보았더니 사람이 보는 앞에서는 반드시 왼손 주먹을 꼭 쥐고 있는 버릇이 있었다. 이 버릇은 밖에 나가 놀 적에도 그랬거니와 심지어 잠잘 적에도 꼭 왼손 주먹을 펴지를 않았다. 어느 날 밤 선사는 아이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왼손 주먹을 펴 보는 순간 그만 깜짝 놀라 뒤로 물러앉고 말았다. 아이의 손금에 三자와 1자의 무늬, 즉 왕(王)자의 글자 무늬가 너무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선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아이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절간이 떠나가도록 일갈을 하였다.
"에잇! 이 요사스런 중놈아!"
그와 동시의 아이의 왼손바닥이 날아와 선사의 따귀를 한 대 쳐 버렸다.
"내 여태 감추고 있던 비밀을 어느 새 네 놈이 눈치를 챘구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가 이 곳을 떠날 수밖에…."
그 말을 남기고 아이는 절간을 뛰쳐나가 행방이 없어져 버렸으며, 뒷날 이 아이는 명나라로 가서 천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천자봉(天子峯)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하며, 천자봉 아래에 있는 마을의 이름을 지금도 백일(百日)마을이라 부른다고 한다.


천자봉 전설 (4)

옛날 함경도 어느 곳에 이씨라고 하는 풍수를 잘 보는 풍수장이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자 좋은 묏자리가 없음을 한탄하여 어디든지 명당이 보이기만 하면 묻을 양으로 자기 아버지 해골을 몸에 지니고 팔도강산을 두루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웅천 바닷가를 거닐고 있을 때 문득 그 중에 한 산맥이 바다 속으로 들어갔는데 보니까 용호가 날고 뛰고 하는 형국이었다.
이리하여 그 풍수장이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저 곳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고 있던 명당이 아닌가" 하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그 곳으로 가 보니 명당은 그 산 맞은편 바다 가운데 있는 바위 밑에 있었다. 그래서 그가 실망 끝에 망설이고 서 있으려니까 그 바위 위에서 놀고 있던 한 아이가 앞으로 헤엄을 치고 와서 "왜, 그 곳에서 무얼 보고 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래서 풍수장이는 "저 바위 밑에는 분명히 명당이 있어. 왼쪽 구멍은 천자가 날 구멍이고, 오른쪽 구멍은 왕후가 날 구멍이련만 내가 들어갈 수가 없구나" 하고 탄식을 하였다.
그 아이는 이 말을 듣고 "그러면 내가 헤엄을 잘 치니 들어가 보고 오지요" 하고는 헤엄을 쳐 그 바위 밑으로 들어가 보고 와서는, "말씀하신 대로 분명히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구멍이 있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그는 자세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 주고 또 아이의 아버지 해골도 파서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나무함에 담은 자기 아버지의 해골을 그 아이에게 주면서 왼쪽 구멍에 넣고, 아이 아버지 해골은 오른쪽 구멍에 넣고 오라고 잘 일러 주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물 속으로 들어가서는 풍수장이의 아버지 해골은 오른쪽 구멍에 넣고, 자기 아버지 해골은 왼쪽 구멍에 넣고 나왔다.
이렇게 하고 나서 뒷날 그 풍수장이는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이씨 조선의 왕인 태조 이성계(李成桂)라 하며, 헤엄치던 아이는 장성하자 중원으로 들어가서 병술을 닦아 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가 명나라를 일으켜 왕이 되었는데 그가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障)이라 한다.


천자봉 전설 (5)

집이 가난한 주씨 가문에 총각 보제기(잠수부)가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년상을 지내느라고 아버지 시신을 신봉(3년 간 땅에 묻지 않음)해 놓고 매일 바다에 가서 해산물을 따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중국의 한 지리학 박사가 자기 아버지가 죽자 머리만 잘라서 짊어지고 명당 자리를 찾아온 것이 웅천이었다. 산세를 둘러보니 이 곳이 틀림없니 천자를 탄생시킬 만한 명당인데 바다 속이어서 자기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어 궁리하던 중 마침 총각 잠수부를 만나 이야기하려고 가까이 갔더니, 잠수부 역시 부모상을 당한 표시를 하고 있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한 지리학 박사는 잠수부를 보고 이 바다 속에 들어가면 미륵(부처님)이 있을 것이니 당신 아버지 머리는 왼쪽에 걸고 내 아버지 머리는 오른쪽에 걸어 주면 당신이나 내가 크게 될 것이라 했다.
이 말을 들은 주씨는 쾌히 승낙하고 자기 아버지 머리는 왼손에, 지리박사 아버지 머리는 오른손에 들고 물 속에 들어갔더니 과연 미륵이 있었다. 막상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미륵이 눈을 크게 뜨고 인상이 하도 험악하여 앞에서는 도저히 걸지 못하고 뒤로 돌아 부처의 뒤에서 걸고 나왔다. 기다리던 지리박사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미륵이 무서워서 뒤에서 걸었다"고 솔직히 말했더니, 무릎을 치면서 그것도 당신의 복이라면서 당신은 웅천에 있지 말고 멀리 떠나라고 하면서 서로 헤어졌다.
주씨는 그 길로 멀리 떠나가 중국의 서울 근처에 도착했는데 산 위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큰 능을 발견하고 그 능의 비석 뒤에서 쉰다는 것이 잠이 들어서 밤이 깊어서야 깨어났다. 그 때 능 앞에 예쁜 처녀가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처녀의 기도를 엿들으니 "아버지, 지금 오빠는 반란군과 싸우고 있습니다. 꼭 오빠가 승리해서 아버지 뒤를 이어 천자가 되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라는 것이었다. 결국 주씨는 이 처녀와 인연을 맺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처녀는 당시 중국 왕실의 공주였다. 하루아침에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 주씨는 어느 날 궁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한 곳에 머무르니 용상과 왕관이 있었다. 호기심에 용상에 앉아 왕관을 쓰고 옥쇄를 목에 걸고 있었다.
이 때 왕자가 밖에서 승리하여 이제는 천자의 자리에 오르는 대관식을 하려고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주씨는 겁이 나서 그 자리에서 떨고만 있었다. 그 때 문을 열고 들어선 왕자는 매우 놀랐지만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주신 천자라 생각하고 무릎을 꿇어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하고 천자로 모시게 되었다. 왕자는 대신이 되어 여러 대신들과 회의를 열어 정승을 임명했는데 추대된 정승이 다름아닌 웅천에서 만난 지리박사였다고 하며, 자기 아버지 머리를 왼쪽에 걸었기 때문에 천자 밑에 높은 벼슬을 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천자봉 전설 (6)

옛날에 용이 되려는 못된 강철이라는 도인이 천자봉에 살고 있었는데 항상 인가에 내려와서 주민을 괴롭혔다. 때로는 가축을 사로잡아 가고, 때로는 인명도 앗아가고 하여 그 곳 마을 사람들은 항상 불안하게 살고 있었다. 용이 되려면 착하게 생활하고 수도하는 생활을 하여야 하는데 이 강철은 민폐만 끼치기 때문에 등천화룡(登天化龍)할 때가 되어도 용이 되지 못하였다. 이리하여 염라대왕은 사자를 보내어 용이 되지 못하고 개과천선도 하지 않아 민폐만 끼치는 강철을 잡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워낙 사납게 생긴 강철인지라 사자는 접근도 하지 못하고 돌아오곤 하였다. 염라대왕은 사자를 다시 보내어 기필코 잡아오게 하였고, 할 수 없이 사자는 강철을 사로잡을 수 없고 하니 한 꾀를 내어 강철에게 "용이 되지 못할 바엔 죽어서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서 대국의 천자가 되는 것이 어떻겠느냐?" 고 하면서 타일렀다. 그 말을 들은 강철은 기꺼이 응하겠다면서 스스로 바위에 머리를 부딪고 죽고 말았다. 강철이 죽고 나니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 파랑새가 한 마리 나타나더니 천자봉 아래에 있는 백일마을 외딴 주씨 집에 날아들어 가 버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주씨 부인은 잉태를 하여 아들을 낳게 되었는데 주씨 부부는 아들의 부귀영화와 수명자수를 위해서 입산을 시켜 수도생활을 하게 하였다.
그는 자라면서 노는 모습이 남다른 데가 있고 무술놀이를 즐겨하여 뭇 아이들을 거느리며 장수노륵 하기를 좋아하였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왼손을 펴지 않고 늘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이었다. 잠자리에서나 놀이에서나 왼손 주먹만은 펴지 않은 채였다. 짓궂은 동무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여 마침내 잠자고 있는 틈에 억지로 왼손을 펴 보았는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그 아이의 왼손바닥에는 '대명(大明)'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잠을 깬 주씨 아들은 매우 놀라 비밀을 누설시켰다고 격분하여 같이 놀던 아이들을 죽여 버리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 뒤에 주씨 아들은 명나라에 가서 계속 무술을 닦아 후에 태조 주원장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 천자봉 아래에 있는 넓은 평지를 '만장대'라고 하는데, 그 
때 그 주씨 아들이 무술을 닦고 전쟁놀이를 하던 터라고 하며, 그가 태어난 오른쪽에 있는 산등을 '장군목'이라 한다. 그가 수도생활을 한 사찰은 확실치 않으나 천자봉 동북쪽에 있던 '서광사'라고도 하며 또 자은동 뒷산에 있던 어느 사찰이라고도 전한다. 이러한 유래에서 붙여진 지명이 '천자봉'이고 '천자암'이다. 여기에 파생하여 생긴 지명은 장군천(지금의 장천동)과 자은동이 있다.

 

※ 출처 : 진해시사(鎭海市史,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