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지혜의 나무 :: 현자의 가치

옛날 백 살 난 늙은이가 있었다. 그 사람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그들 셋은 마을을 두른 벽의 맨 끝, 오물이 쌓여 있는 길가에 집을 짓고 살았다. 그들은 비참했고, 자기들의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두 형제는 빵 한 조각도 약간의 채소도 없이, 그리고 갉아 먹을 감초 막대 하나 없이 자기들의 누옥으로 돌아왔다. 형제는 힘 없이 고개를 떨군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빈 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아버지는 노을 빛만이 가득한 접시들을 앞에 둔 채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뭔가를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얘들아, 난 몹시 배가 고프구나."

그 말을 들은 두 아들은 투덜거렸다.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그들의 주위를 맴돌며 귀와 코 끝에서 붕붕거리더니 창 밖으로 다시 사라졌다. 늙은이는 다시 중얼거렸다.

"난 배가 고픈 게 끔찍이도 싫다. 게다가 얘들아, 난 너희들이 앙상한 몰골로 누더기처럼 쓰러져 있는 것도 보기 싫구나."

아버지와 두 아들은 달의 심장을 쪼갤 듯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얘들아, 내게로 오렴." 하고 늙은이가 말했다.

'아버지가 미쳤나 보다.' 아들들은 생각했다.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던지더니,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날 시장으로 데려가 다오. 그리고 시장에 가면 날 깔개 위에 앉힌 다음, '현자를 팝니다. 값도 적당합니다.' 라고 쓴 팻말을 목에다 걸어 다오. 내 머릿속에는 갖은 충고와 조언들, 그리고 여지껏 한 번도 제대로 쓰여 본 적 없는 기막힌 대답들이 보물처럼 가득 쌓여 있단다. 날 사 가는 사람은 세상 어떤 것에 대해서라도 내게 자문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난 그 사람의 난처한 일들을 처방해 주는 사람이 될 거고. 더군다나 내 나이 쯤 되면,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이 거의 없단다. 나는 거의 입지도 않은 듯이 입을 것이고, 한 마리의 늙은 고양이보다 더 먹지 않을 거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누워 있을 뿐이겠지. 그리고 아무 데서건 잠들 것이다. 거기에 대해 잘 생각해 보니, 난 정말 근사한 물건이란 말이다. 그러니 날 갖다 팔아라. 그렇게 해서 얻은 돈으로 너희는 편하게 살 수 있을 게다. 적당한 방법으로 그 돈을 투자하는 법만 익힌다면 말이다. 그럼 시장에는 내일 가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자도록 하자."

아버지는 앉은 채로 잠들었다.

 

다음 날, 아버지의 원과 간청은 변함이 없었으므로 두 아들은 아버지를 시장으로 인도해 갔다. 한 운 좋은 상인이 그 우스꽝스러운 물건을 발견했다. 상인은 늙은이를 금 1000디나리스에 사 들였다. 백 살 먹은 늙은이에게 적어도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상인은 늙은이를 나귀에 태우고 집으로 데리고 가서, 집 맨 안쪽 구석에 있는 빈 방에 내려 놓았다. 그는 당장 늙은이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평화가 함께 하기를." 하고 상인이 말했다.

"늙은이여, 난 지금 당장 조언이 하나 필요하다오. 이 꿀을 한 번 맛 보시오. 난 이 꿀을 몇 천 단지 정도 사 들일 생각인데, 어떻소? 괜찮은 향미를 가진 꿀인 것 같소?"

늙은이는 냄새를 맡았고, 혀 끝으로 맛을 보았다. 그러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대답했다.

"나리, 이것은 별로 이로운 꿀이 아닙니다. 이것은 죽음의 냄새를 내리는 꽃가루로 만들어진 것이군요."

"당신은 단지 한 번 맛 보았을 뿐 아니오?" 상인은 놀랐다. "어찌 그걸 알 수 있단 말이오?"

"나리, 이걸 아십시오. 지식은 남편이다. 맛은 아내이고, 그 둘의 딸이 바로 진리이다."

"난 그래도 미심쩍은걸." 하고 상인이 대답했다.

상인은 꿀벌들의 주인을 찾아가서 어디서 꿀을 재배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묘지의 벽 가까이에 있는 올리브 숲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상인은 몹시 놀랐다. 그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서 늙은이를 두 팔로 껴안았다.

"오, 현자여!" 하고 상인이 말했다. "오, 내 집의 위대한 보물이여!"

늙은이는 대답했다.

"나리, 저는 당신의 보물은 아니랍니다. 저는 남의 장식품으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때때로 유용했으면 할 뿐입니다. 그러니 제가 필요하실 때가 아니면, 저를 그냥 평화롭게 가만 내버려 두십시오."

"늙은이여." 하고 상인이 말했다.

"당신의 말은 너무도 옳은 것이어서 왕궁의 저녁 식사만큼이나 값어치가 있소!"

상인은 곧 부드러운 빵과 구운 양 고기로 늙은이를 대접했다.

 

초여름의 어느 날, 상인은 다시 늙은이를 보러 왔다.

"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나리?"

"창문을 열고 밖을 좀 보시오. 뭐가 보이오?"

"정원이 보이고, 아름다운 나무들도 보이는군요."

"그리고 또 무엇이 보이시오?"

"암말 한 마리가 있군요. 갈기가 퍽 멋지고, 네 다리도 아주 잘 생겼군요. 저 말은 아주 훌륭한 혈통을 타고 났습니다."

"난 저걸 샀으면 하오."

"그렇다면 잘못하시는 겁니다, 나리. 저 말은 갱년기에 접어든 늙은 어미에게서 간신히 나왔답니다."

"그건 불가능하오! 갱년기에 접어든 암말은 새끼를 낳을 수 없소."

상인은 짐승을 파는 사람에게 달려가 물었다. 하지만 늙은이가 제대로 본 것이었다. 그는 거의 황홀해하면서 되돌아왔다.

"고맙소, 할아범. 당신의 눈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구료. 이제 당신에게 빵과 양 고기를 전보다 더 많이 갖다 드리리다."

늙은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리, 그 외에 다른 먹을 것은 전혀 없으십니까?"

 

초가을의 어느 날 아침, 집 안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깔개 위에 앉아 있던 늙은 현자도 그 소리를 들었다. 그는 눈을 감고 소리 없이 웃었다.

상인이 곧 좋은 옷을 입고 나타나 늙은이에게 즐겁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난 결혼하오." 하고 상인이 말했다.

"사람들의 노랫소리를 좀 들어 보시오! 현자여, 난 당신을 이 집안의 여왕, 내 사랑하는 연인에게 소개하고 싶소."

상인은 자기의 새로운 여자를 방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연인이여, 이리 가까이 오시오. 그리고 할아범. 솔직히 말해 주구려. 그녀가 어떻다고 보시오?"

"그녀는 아름답군요, 나리. 그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 다른 말은 더 못 하겠습니다."

"오, 당신은 내게 뭔가 감추고 있군." 상인은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잊지 마시오. 당신은 내게 진실을 말해 주기로 했다는 것을."

"아아, 저런, 제가 그걸 빚지고 있지요. 그러니 말을 해야만 하겠군요. 바로 이것이랍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악명 높은 창녀였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그럴 리가 없소. 그녀의 할아버지는 군주였단 말이오!"

"사실을 알아 보십시오." 하고 늙은이가 말했다.

거의 결혼할 뻔했던 신랑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낙담해서 돌아왔다. 그 날 저녁도 늙은이는 빵과 양 고기를 대접 받았다.

 

그리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늙은이의 두 아들이 찾아왔다. 아버지를 팔아 얻은 1000디나리스 덕분에 그들의 생활은 바뀌어 있었다. 그들은 괜찮은 식료품 가게를 하나 사 들였고, 장사도 잘 되고 있었다.

"아버지, 행복하세요? 주인 되는 분은 정직하구요?"

"그래, 그 사람은 정직하지. 그가 날 돌본단다. 날 명예롭게 해 주지. 게다가 내가 좋은 판단을 내려 대답을 하나 해 줄 때마다 부드러운 빵과 잘 구운 양 고기를 내 오거든. 그 때문에 난 그 사람을 알아 볼 수 있었지. 왜냐하면 그런 음식이야말로 그의 신분에 딱 걸맞는 선물이거든. 고기 굽는 사람과 빵 굽는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을 어찌 알겠느냐?"

늙은이가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 마침 상인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그 말을 들었다. 그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시뻘개졌고, 두 귀로 김을 내뿜으면서 거의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아, 이런 불행이! 내가 가난한 천민의 아들이라니!'

이렇게 생각한 상인은 술탄의 누이인 자기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상인은 어머니를 보자마자 "저는 누구의 아들입니까?" 하고 물었다.

"내 아들아, 네가 그걸 물으니 이제 고백해야 할 것 같구나." 하고 그녀가 대답했다.

"내가 아직 젊던 시절에 난 네 아버지에게 사내 아이를 한 명도 낳아 주질 못했단다. 난 그 때문에 몹시 절망했고, 네 아버지 역시 그것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지. 그래서 우리는 빵집 여주인에게 그 때 막 태어난 널 금 1000디나리스에 샀단다. 아마 내 기억으로 그녀의 남편은 요리집에서 고기를 굽던 사람이었지."

"절 사셨다구요, 어머니? 금 1000디나리스에 말이지요? 오, 진실이여!"

상인은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상인은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현자를 껴안으러 갔다. 하지만 너무 웃고 있었기 때문에 한 마디의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은 마침내 즐거운 수치심을 알게 되었고,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소." 현자가 말했다.

"당신은 이제부터 내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거요. 그러니 이만 안녕히. 난 내 아들의 가게로 나가서 그 애들을 도우며 살아야겠소. 그 애들에겐 내가 필요해. 그들이 바로 묘지 냄새 나는 그 꿀을 팔거든. 오, 무한한 일이여!"

현자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정원의 햇살 아래서 힘껏 기지개를 편 다음, 100살 먹은 사람의 걸움, 정확히 잰 듯한 걸음으로 나무 밑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