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7권 챠오 소렐라 -10- 후일담

1

이게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은 여행중에 사용했던 물건을 세탁하는데 힘을 다 쏟고, 일요일은 하루종일 자면서 지냈다. 그런 까닭으로 언니에게 귀국보고 전화를 걸까도 생각했지만, 유미가 깨어있는 시간이란 전화 걸기에 적당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전화 걸지 않은채 월요일을 맞이했다. 
"다녀왔어요, 언니." 
"어서와." 
일주일만에 만난 사치코님은 늘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웬지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보고 싶어요'따위의 편지를 써버렸기 때문이다. 아침예배 전에 교실을 찾아가서 중앙정원으로 나와 선물을 전했다. 마블모양의 표지가 찍힌 작은 포토앨범이었다. 
"사진은 많이 찍고 왔어?" 
선물을 펴보면서 사치코님이 물었다. 
"아, 네. 츠타코씨가 찍어줬어요." 
"그래. 재미있었니?" 
"네."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자, 사치코님은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저, 그런데 '로마 만두'도 '피렌체 센베'도 못찾았어요." 
"응?" 
"그러니까요, 그게..." 
사정을 설명하려는 유미를 막으며 사치코님이 말했다. 
"어머, 진짜로 찾았어? 당연히 농담이잖아?" 
"노, 농담이요?" 
거짓말. 
"그걸 알고 유미도 그 때 웃지 않았어?" 
웃었다기보다 오히려 긴장했던 것인데. 
"이상하다. 그거 세이님의 농담인데 유미한테는 안 통했구나." 
"아, 아뇨. 죄송해요." 
세이님이 말했다면 아마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치코님이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말했을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같은 개그라도 캐릭터에 따라서 통할 수 있고, 통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1학년들한테 줄 선물은 사왔니?" 
"예. 노리코한테 줄 선물은 시마코씨가 사서, 저는 토오코하고 카나코 꺼만 샀어요. 요시노씨는 기대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지만, 아무래도..." 
"기대해도 좋아?" 
"아니요. 그래서 토오코와 카나코 꺼 외에도 사왔어요. 하나데라학원 사람들꺼도." 
"하나데라...?" 
"학원제때 신세도 졌구요. 제3자의 조력자란 입장에서 보면 토오코나 카나코와 똑같으니까요." 
"하긴. 도와줘서 고맙다는 마음의 뜻이기도 하겠구나." 
"네." 
"팔방미인이란 소리 들을지도 몰라." 
"아니에요." 
토오코와 카나코가 어떤 식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해가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선물을 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싶었다. 다른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란 자기만족이니까. 고마워하든, 그렇지 않든 준 시점에서 행위는 완결되는 것이다. 
"네 기분 알겠어." 
사치코님은 끄덕였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츠타코한테 사진을 인화해달라고 부탁해볼까?" 
"네?" 
무슨 사진이냐고 유미가 되묻자, 사치코님은 '글쎄?'하고 웃으면서 뒤돌았다. 어쩌면, 이라고 기대했지만, 유미의 자만심이란 곧잘 허사로 끝나는 경향이 있었다. 그다지 기대하지 말자, 하고 자신을 억제했다. 그리고 너무 끈질기게 달라붙으면 '꼴불견이다'라고 야단맞을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엔 중앙정원 여기 저기에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언니나 동생에게 선물을 전해주려는 것이었다. 
"벌써 끝난거야? 넌 너무 추진력이 부족해." 
사치코님이 뒤돌아서서 말했다. 좀 더 거듭해서 물어보면 가르쳐 줄텐데, 라고 말하듯이. 
"그럼, 가르쳐주세요." 
"나중에." 
그렇게 말한 후, 사치코님은 손을 흔들면서 교실로 돌아가버렸다. 시마코씨처럼 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동생이 되기엔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것일까? 
"어떨땐 굉장히 알기 쉽기도 한데 말야." 
유미는 남겨진 중앙정원에서 팔짱을 끼면서 '으ㅡ음. 모르겠어'라고 중얼거렸다.

 

 

2

 

키가 크고 머리칼이 긴 여자아이와 눈이 크고 머리칼이 세로롤 형태의 여자아이가 웃지도 않고 유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사람을 나란히 세워놓고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하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자." 
유미는 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가지고 있던 작은 쇼핑백을 카나코와 토오코에게 동시에 내밀었다. 
"선물. 괜찮다면 써." 
마블 모양의 샤프. 두사람은 일단 유미의 얼굴을 흘깃, 보고나서 '고맙습니다'하고 받아들었다. 아주 많이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사람 다 웃지 않는다. 하지만 그 귀엽지 않은 부분이 또 귀엽다고 유미는 생각했다. 두사람은 쌍둥이처럼 등을 마주보고 쇼핑백 안의 물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3

 

그런데 수학여행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다. 
귀국하고 일주일. 학원제 준비도 한창에 접어든 어느날, 장미관에서 도시락을 다 먹고났는데 사치코님이 '잠깐 볼래?'라면서 유미의 어깨를 잡아서 먼저 부실을 나갔다. 시무룩한 얼굴이라 '내가 무슨 실수했을까?',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뒤를 쫓아 계단을 내려갔다. 
"저...?" 
밖에 나오자 장미관 외벽에 기대선 사치코님은 일단 '너 말야'라고 말을 꺼냈다. 이곳은 중앙정원과는 반대쪽이라 학교본관에서는 사각지점이 되는 장소이다. 따라서 그다지 사람눈에 띄지 않았다. 
"너 말야. 왜 이렇게 일을 제대로 처리 못해?" 
"일처리요? 체육관 무대로 반입하는 게 잘못됐어요? 아니면 각 반들의 반장한테 보내는 번호표가 틀렸나요?" 
"그건 아니야. 산백합회의 일은 제대로 하고 있어. 그건 나도 인정해. 그런데..." 
사치코님은 길다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계속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네가 별 생각없이 한 일의 여파가 지금 나한테 미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꺼야? 게다가 네가 벌려놓은 일을 완전히 잊어버리면 어쩌자는 거니?" 
"네?" 
산백합회와 얽힌 게 아닌 일로 최근에 언니를 곤란하게 만든 적이 최근에 있었나? 유미는 곰곰이 생각해 보자, 사치코님은 '할 수 없다'라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응? 아!?" 
눈 앞에 내밀어진 것은 분명 피사의 사탑에서 썼던 그림엽서. 
"이제 도착하면 나보고 어떻게 반응을 하라고? 매일 보고 있는데." 
"아아!" 
아차. 
그렇다. 시즈카님은 확실히 말했다. 에어메일은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그 때 힌트를 줬는데. 
"그건 언제..." 
"어제 집에 가보니 도착해 있었어." 
"그래요." 
깊은밤에 쓴 러브레터는 혼자 들떠서 쓴 것이라서 나중에 읽어보면 창피하다, 는 말은 자주 듣지만. 아마 여행지에서 쓴 편지도 그와 비슷할 것이다. 게다가 엽서다. 오가사와라가의 누가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나올 것 같았다. 
"죄송해요, 언니. 이 편지 없었던 걸로." 
도로 가져가려고 손을 내밀자 사치코님은 손을 올려 피했다. 
"없었던 걸로? 말도 안돼. 이건 유미한테 받은 앨범에 유미의 사진이랑 같이 끼워넣을 건데?" 
"네?" 
"평생 잊지 않을 거야." 
화난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뺨이 홍조를 띄고 있다. 어라, 뭔가 아닌데? 그제야 유미도 깨달았다. 
"아무튼 그럴거니까." 
이상, 얘기 끝, 이라고 말하는 듯하고 기대있던 벽에서 몸을 떼어낸 사치코님은 몇걸음 걷고 나서 멈춰섰다. 그리고 '보고 싶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구나.'라는 말을 남기고 급한 걸음으로 장미관으로 돌아가버렸다. 
"평생 잊지 않을 거야, 라니." 
사치코님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유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나서 자신도 사치코님과 맞먹을 정도로 귀가 빨개진 것 같아서 귓불에 손을 댔다. 
"...그렇구나. 알겠어." 
사치코님은 쑥스러우면 약간 화난 얼굴이 되는구나. 맞아. 
챠오 소렐라! 
기뻐서 자기도 모르게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고. 
투명하고. 
곧게 뻗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