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7권 챠오 소렐라 -6- 울리고 쏠리고 녹아버리다

울리고! 쏠리고!! 녹아버리다!?
 

 

 

1

 

화요일.
오늘 예정은 상 마르코 미술관과 피사.
미술관 관련은 사람이 많아서 아침 8시에 호텔에서 나왔다. 어제 오후에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던 길도, 가게가 문을 열기 전이라 그런지 텅 비어있다. 도중에 있는 두오모의 분위기도 인기 없는 아침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우려러보니 어딘가 다르게 보이는 걸 보면 신기하다. 물론, 그건 데코레이션 케익이나 아이스크림 케익 정도의 차이겠지만.
상 마르코 미술관에 도착한 것이 8시 반. 곧 개관할 시점에 몇시부터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2, 3무리의 관광객이 입구 부근에 모여있었다. 그게 아니면 어디가 입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입구다. 그도 그럴 법 한 것이 여긴 수도원 안에 있는 미술관인 것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회랑을 지나간다. 안쪽 계단을 올라간 곳에 안젤리코 작 '수태고지'(으으으;; Annunciation 마리아님의 몸에 예수가 깃든 것을 알리는 천사의 그림)가 있다. 이 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로 5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색체를 유지하고 있다. '수태고지'는 많은 화가의 손에 그려져온 소재긴 하지만 도감으로 비교해봤을 때 유미는 안젤리코의 '수태고지'가 가장 좋았다. 천사의 날개의 선명함을 비롯한 색의 아름다움이 정말 훌륭하기도 하지만 가르침을 받은 마리아님의 청초한 얼굴 표정이 아름답다.
유치원 크리스마스 파티의 연극에서 예수 탄생 신을 연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백합 꽃을 지닌 대천사가 마리아님 곁으로 강림해서 말했다.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구세주가 그 몸에 수태되었음을 알린다. 놀라는 게 보통 케이스겠지만 보통 사람이 아니었던 마리아님은 그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아니,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이었기에 신은 마리아님을 선택하신 건지도 모른다.
'아름답다.'
바티칸 미술관의 '최후의 심판'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던 시마코 양처럼, 이 자리를 떠나기가 힘들다. 유화처럼 다른 미술관으로 '임대'할 수 없으니까, 여기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림. 반대로 이 그림이 존재하는 한, 여기에 온다면 다시 볼 수 있는 그림.
'자, 가자. 유미양.'
요시노양이 손을 잡아끌어주어,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이 마리아님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덧붙여서 유치원 시절 연극에서 유미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찾아온 동방박사 중 한명을 연기했다. 대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승방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본 다음 밖에 나오니 마침 대형 버스로 단체관람객이 도착한 참이었다.

 

 

2

 

산타 마리아 마죠레역에서 전차를 타고, 1시간쯤 가자 피사중앙역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었기에 역 앞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배를 채웠다. 대기업의 유명 햄버거 체인점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는 게 실감난다. 햄버거와 포테이토를 먹으면서 '그리운 맛'이라고 외치는 현대 일본의 젊은이들. 웅. 이건 미국의 영향을 꽤 많이 받았나보네.
역 앞에 버스가 다닌다. 버스는 현금으로 탈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티켓발매기라든지, 담배가게에서 티켓을 사야만 한다. 버스에 타자마자 곧장 티켓을 기계에 넣어 찰칵하고 각인시켜야 한다. 이점은 철도나 마찬가지다.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전차 도착시간과 맞지 않았던 탓인지, 아니면 앞 버스가 방금 떠났던 건지 모르지만 반 전원이 한대의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버스에 흔들리길 약 10분. 사탑(피사의)이 있는 두오모광장 앞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2학년 소나무반 면면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광장해! 진짜로 쏠려있네!'
아마도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언어는 달라도 같은 말을 하겠지. 탑이 한쪽으로 쏠려있다고.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탑이 비스듬히 서있다는 걸 알고 여기에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자기 눈으로 확인하면 그 비스듬한 정도에 놀라, 그만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정말 용케 쓰러지지 않는구나.
'피사는 사탑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응, 다른 건물도 몇갠가 보이네. 어디 잠깐만. 두오모, 세례당, 미술관이 있다나봐.'
백에서 가이드북을 꺼내든 클래스메이트가 설명해준다. 피사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있었던 해운왕국이라고. 사탑 옆의 잔디밭까지 오자 카토리 선생님은 행렬의 진행을 멈춰세우고 돌아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3시반까지는 자유행동. 알고 있겠지만 긴장을 풀지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주변에 와보도록. 내가 어슬렁거리고 있을테니까. 그리고 사탑에 올라가기로 신청한 사람은 1시 45분까지 사탑 앞에 집합. 그럼 해산.'
선생님이 손뼉을 치는 걸 신호로, 소나무반 학생들이 그룹을 짜서 흩어진다. 우선 츠타코양이 '이쪽'하고 솔선해 나아가길래 유미는 따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긴 관광지 중의 관광지다. 길 가에 쫘악 선물가게가 늘어서 있고, 피사의 사탑의 모형이나 피사의 사탑 그림엽서, 피사의 사탑 티셔츠, 피사와는 그다지 관계 없겠지만 피노키오 인형, 명화가 인쇄된 넥타이같은 물건이 팔리고 있었다.
'저거, 허가를 받은 걸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쥐 캐릭터가 쓰러질 듯한 피사의 사탑을 지탱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가리키며 요시노양이 웃었다.
'그보다 저 사탑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생쥐가 존재한다는 걸 상상해봐.'
마미양이 소곤거렸다.
'...'
그건 좀 무서울 지도.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무섭다. 고지라랑 비교하면 어느쪽이 더 클까.
'여기서 사진 찍을까?'
츠타코양이 스톱을 걸었다.
'피사에 오면 끈적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거든. 유미양 협력해줘.'
'그래.'
지시하는 장소에 서서, 말하는 대로 포즈를 취했다. 옆을 보고 양팔을 뻗고, 발은 한쪽만 무릎을 굽혀 앞으로 내민 자세.
이건...
'그래요. 제목하여 <홍장미의 봉오리, 혼자서 사탑을 받치다>'.
'확실히 끈적한 사진이네.'
마미양이 끼어들어왔다.
'상관 없어. 그곳에서 밖에 찍을 수 없는 사진을 찍는 걸 부끄러워해서는 안돼. 자자, 미세한 조정을 할테니 다시 한번 포즈를 잡아줘.'
'네네.'
그 후 츠타코양은 요시노양에게도 같은 포즈를 시키고, 신이나서 타이틀 '봉오리 두사람이 받치다'도 찍었다. 처음에는 '끈적'하다며 바보취급하던 마미양도 보고 있는 동안에 부러워졌는지 결국 가담해서 가장 진지한 얼굴로 사탑을 받쳤다.
'여기에 시마코양만 있었으면 <홍, 백, 황장미 합동공연>이었을텐데. ...아깝다.'
합동공연? 연회에서 시조를 읊는 것도 아닌데. 라고 유미가 한마디 할까 고민할 때 시야의 끝에 그것이 보였다.
'시마코양이라면 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나머지 3사람이 동시에 '에?'하고 주위를 돌아본다.
'저기, 저기에.'
유미는 잔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곤 달려갔다.
'시마코야-앙.'
'어머, 유미양.'
시마코양은 앉아있던 잔디밭에서 일어나 웃으며 유미를 맞았다. 두사람은 재회를 기뻐하며 일단 '잘 있었어요(당연히...고키겐요...)'라 인사를 나눴다.
'등나무반도 와있었구나.'
'으응, 유미양은 상 마르코 미술관 다음에 온 거지? 우린 곧장 이리 왔어.'
'그렇구나.'
유미는 아무 생각 없이 시선을 떨궜다. '시마코양, 혼자인가'하고 주변을 돌아본 것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일반 관광객과 눈이 마주쳤다.  '어머, 이 사람 누구였더라?'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상대방이 말을 걸어왔다.
'잘 지냈나요, 유미양.'
'로사 카니나!'
유미를 따라오던 세사람이 유미보다 먼저 그 사람의 이름을 외쳤다. 그렇다, 그 사람이야말로 로사 카니나 즉 카니나 시즈카님이셨다.
'시즈카님!? 어떻게?'
유미는 잔디에 앉으면서 그만 시즈카님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꿈이 아니다. 진짜다. 머리카락이 꽤 자랐지만 그걸 빼년 반년 전까지 리리안여학원에 재학하고 있던 모습 그대로의 시즈카님이 여기 있었다.
'당연히 여러분을 만나러 왔지.'
하긴, 시즈카님이 이 광장에 살고계시지 않는 한, 여기서 우연히 만날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용케 스케줄을 아셨네요.'
'정보를 알려준 펜프렌드가 있었거든.'
'펜프렌드? 그거 혹시.'
세이님!? 하고 유미도, 요시노양도, 츠타코양도,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카님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시마코양이야.'
시마코양은 '네에.'하고 미소지었다.
'펜프렌드?! 두 사람이!?'
'뭐가 이상한 걸까?'
'하지만...'
세이님과 시마코양은 학생회임원 선거 때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그 뿐만 아니라 세이님을 둘러싸고 미묘한 관계라고 해도 좋은 상항. 게다가 신문부의 발렌티누스기획 때에는 시즈카님이 시마코양이 숨긴 하얀 카드를 찾아내, 두사람이 반일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어쨌든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관계였던 것이다. 그러니 '이상한 걸까'라고 물어본다 해도 뭐가 이상하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단지 어째서 시즈카님과 시마코양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잠깐만 실례해도 될까요.'
마미양이 손을 들고 발언했다.
'신문부의 야마구치 마미라고 합니다. 세이님께서 이탈리아에 와계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만, 그에 대해 시즈카님은 뭔가 정보를 가지고 계시는 지요.'
질문을 받은 시즈카님은 답하는 대신 시마코양을 보았다.
'얘기 들었어?'
'아뇨?'
'나도 못들었는데. 와있다면 연락을 주면 좋을 것을. 내 집 주소와 전화번호도 가르쳐 드렸는데.'
그럼 역시 헛소문인가. 마미양은 확연히 낙담하고 있었다. 잘 하면 세이님, 시즈카님, 시마코양의 three shot이 들어간 기사를 리리안 카와라판 지면에 발표할 수 있었을텐데. 순간적으로 계산이 끝나있었나보다.
'세사람 모두 방금 왔지요. 탑은 올라가?'
시즈카님이 스커트를 털며 일어섰다.
'네... 일단은.'
목소리가 작아진다. 실은 유미, 학교에서 신청을 받을 때 기세에 밀려 '올라갈 사람'이란 목소리에 손을 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냥 이런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았고. 하지만 지금 막상 진품을 눈 앞에 두니 솔직히 겁이 난다. '이렇게 컸구나' 플러스 '이렇게 기울어져 있었구나'라고.
'몇시?'
'2시에요.'
'그럼 시간은 있네. 괜찮다면 함께 세례당에 가지 않을래?'
'실은 유미양들이 오길 기다리느라 나도 가보지 않았거든.'
등나무반의 자유시간은 2시까지였기 때문에 잠시 기다려봐서 소나무반이 오지 않으면 시즈카님과 시마코양은 세례당으로 가보기로 얘기가 되었던 듯 했다. 시계를 보니 1시 20분 곧장 티켓을 사서 세례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째서 세례당인 거죠?'
시마코양도 이유를 듣지 못한 듯 시즈카님께 묻고 있었다. 안내해주는 장소가 두오모도, 미술관도 아닌 세례당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 그러자 시즈카님은 작은 미소를 띄우고 '내 맘에 드는 장소니까'라는 말을 할 뿌이었다. 세례당은 광장의 입구 가까이에 있어서 조금 돌아가는 듯한 형태가 되었다.
둥글고 하얗고 귀여운 건물이다. 문 앞에서 맞이해준 직원은 젊고 아름다운 금발언니. 아마도 이런 사람을 '이탈리아 미인'이라고 하는 거겠지. 게다가 경찰관인지 가드맨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굉장히 멋지다. 안에 들어가니 하나의 큰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8각형 바스탭같은 물건이 있었는데 그곳이 세례반인 것 같았다.
'어때?'
질문을 받자 유미는 솔직한 감상을 늘어놨다.
'네, 꼭 커다란 목욕탕같네요.'
'잠깐 유미양.'
정숙하지 못하잖아 라고 마미양이 꾹꾹 유미양의 팔을 찔렀다. 하지만 시즈카님은 말하시는 것이었다.
'과연 유미양이네.'
'에?'
'방금했던 질문의 진정한 답. 여기가 맘에 드는 이유. 그건 커다란 목욕탕이기 때문이야.'
'하아.'
대답을 하면서도 점점 수수께끼로 빠져드는 시즈카님의 말씀. 누가 해설해주지 않으려나 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그때 세례당 내부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지금까지 열려있던 문이 탕탕하고 닫혀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시작되는 걸까 하고 웅성이는 관광객. 아까의 이탈리아 미인이 중앙으로 나오더니 '쉿'하고 정숙을 지시한다. 세례당이 조용해지자 이탈리아미인은 통통 하고 손뼉을 쳤다.
그러자.
통- 통-
메아리같이 울려퍼진다.
(아)
그렇구나 소리가 울리는구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유미는 시즈카님을 봤다. 커다란 목욕탕이라는 건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시즈카님은 웃으며 끄덕였다. 정답 인 것 같다. 이어서 이탈리아 미인은 '아-'하고 소리를 냈다.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처음의 '아-'가 사라지지 않은 틈에 두번째로 '아-'하고 천정을 향해 소리를 낸다. 3번째, 4번째. 모두 다른 소리. 하지만 화음이 되어 겹쳐져도 흐려지지 않고 서로 다른 음을 이끌어내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여긴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를 몇번이나 겹쳐나오게 만드는 장소였던 것이다.
1절 노래가 끝나자 청중에게서 박수가 울려퍼졌다. 그 박수 역시 천정을 울려 인원수보다 훨씬 많은 박수를 만들어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시즈카님은 이탈리아 미인에게 다가가 이탈리아어로 뭔가를 말했다. '그러세요'라는 듯한 반응이 돌아오자 시즈카님은 방금 이탈리아 미인이 서있던 위치에 서서 후욱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
천정을 뜷고나갈 듯한 목소리가 세례당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두번째 목소리, 아름다운 화음. 닭살이 돋는다.
찬미가나 아리아의 1절일까.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였다. 맑고 투명한 파란 하늘을 연상시키는 곡이다. 잔향 속에서 시즈카님은 푸욱 고개를 숙였다.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대갈채를 보냈다.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슨 곡이지요.'
'지금 만든 자작곡이라 잘 어울릴 줄은 몰랐어.'
아직도 남아있는 앞 음을 깨도 흐트러지지 않을 음을 겹치지 않으면 모처럼 퍼진 메아리가 소용이 없게 되는 건 페달을 밟은 상태로 피아노를 치는 것과 같은 원리니까.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시즈카님이 혀를 내밀었다.
'너희들을 이용해본 거야.'
말은 그래도 실은 먼 일본에서 온 후배들에게 노래를 선물해주고 싶었던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