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17권 챠오 소렐라 -1- 각자의 인사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マリア樣が見てる)

 

챠오 소렐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상쾌한 아침 인삿말이 맑게 게인 하늘에 메아리친다.
마리아님의 정원에 모여든 소녀들이 오늘도 천사같이 무구한 미소를 띄고 키 높은 문을 지나쳐 간다.
더러움을 모르는 심신을 감싸고 있는 것은 짙은 빛 교복.
스커트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얀 세일러 컬러가 펼쳐지지 않도록, 천천히 걷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지각 직전에 뛰어드는 경거망동을 범하는 학생은 존재할 리도 없다.
사립 리리안 여학원.
메이지 34년에 창립된 이 학원은 원래 화족의 영양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전통 있는 캐톨릭계 아가씨 학교이다.
도쿄, 무사시노의 잔영이 아직도 남아 있어 녹음이 많은 이 지역에, 신의 눈길 하에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일환교육을 행하고 있는 소녀들의 정원.
시대가 변하여, 원호가 3번이나 바뀌어, 메이지에서 페이세이가 된 이 순간에도, 18년간 온실에서 순수배양된 아가씨들이 상자에 담겨져 출하되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있는 귀중한 학원이다.

 

[수학여행] 아동,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토지의 자연, 문화 등을 견문학습시키기 위해 교직원이 인솔하여 행하는 여행. 우리나라 특유의 학교행사(한국은 일본의 카피?)

 

-이리하여
마침내 도착한 비일상적인 장소.
하지만 장소가 바뀌었다 해도 세일러 컬러는 펼쳐지지 않도록 사뿐히 걸어야지.
언제, 어디서나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는 마리아님이, 이 땅에서는 보다 가깝게 느껴지니까.
빨간 여권을 움켜쥐고 자, 첫 해외여행을 향해 출발.(일본 여권은 빨갛다죠~_~:)

 

챠오, 이탈리아!
미지의 나라에서 보내는 일주일이 시작된다.

 

:: 떠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각자의 인사

 

 

1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M역의 개찰구 앞에서 유미가 되물었다. 꽤나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는 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는 가끔 지나치게 대담하게 행동하니까 걱정이야]"
카셋 테입을 되감아서 재생하듯이 사치코님은 잠깐 틈을 둔 후에 말씀하셨다.
감탄할만큼 좀 전에 한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어휘였지만, 아쉽게도 유미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아뇨, 그 전에요."
"그 전에? 그럼 [어깨 힘을 빼는 거야 괜찮지만, 마음은 단단히 먹어야해]"
"좀 더 앞이요."
"더 앞에? [내일부터 수학여행이구나]...?"
"아, 아니요."
어이어이, 학교 앞에서 탄 버스가 M역 북쪽 출구에 도착할 때까지 되돌아가버렸잖아. 테입을 너무 되감았어요. 5분 전이 아니라 겨우 1분 전 얘긴데. 혹시 장난치고 계신건가, 하고 얼굴을 살펴보니, 언니는 진지한 얼굴이다.
두사람 사이로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쳐간다. 지금부터 전차에 탈 사람, 전차에서 내린 사람, 저녁 무렵의 개찰구 부근은 학교에서, 회사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선물은 어떤 게 좋으세요, 라고 제가 물어봤잖아요. 그랬더니 언니가."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게 그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야]라고 했던가?"
"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건 유미에게 너무나 기쁜 대답이었다. 1주일 후의 자신이 [그 무엇보다 좋은 선물]이 되는 거니까. 하지만.
"그럼 뭘 사야 좋을지 알 수가 없잖아요, 라고 한 제 말에 언니는 [굳이 말한다면]이라고 단서를 두시고선 뭐라고 하시지 않으셨던 가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되물어본 것이다.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라고.
"뭐라 그랬더라?"
"로마 만두나 피렌체 센베이라고."
슬그머니 물어보자, 사치코님께선 시원스러 대답하셨다.
"그랬는데?"
그랬구나. 역시.
어쩌지, 이게 웃어야할 타이밍인 걸까. 유미는 고민했다. 웃겨볼까 했는데 무시당하는 것도, 진지하게 한 말이 웃음을 사는 것도, 사치코님께는 괴로울 거다. 둘 중 택일. 선택을 잘못했다간 언니의 기분을 좌우하게 된다. 자, 어느 쪽인가. 유미는 전자는 곤란하다 생각이 들었다. 늦었지만 [아하하]하고 웃어보자, 사치코님은 팔짱을 끼곤 중얼거렸다.
"작년에 우리들은 사질 못했거든. 만약 기회가 있으면 둘 중 하나라도 사와줘."
"...그거 어디서 파는 데요?"
"사지도 못한 내가 알 리가 없잖아?"
"네에."
농담이 아니었구나.
"재밌게 지내다 오렴."
사치코님은 대화를 정리하듯 타이를 정돈해주셨다. 그리하여 유미는 질문을 한발자욱도 진전시키지 못한채 언니와 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2

 

하세쿠라, 시마즈가(家)는 이벤트만 있다 하면 모여서 외식을 하게 정해져 있었다.
정월이나, 셋붕, 히나마츠리, 히간, 오봉, 크리사마스 등 절도 있는 기준에 따른 것은 아니었지만 이유를 만들어서 떠들썩하게 지내보자는 게 속뜻인 만큼 토착교, 불교, 크리스트교가 믹스되어 있다고 일일이 따지고 들면 안된다. 그날 사정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며칠 전, 후라도 반드시 모일만큼 사이 좋은 친척의 모임에 산통을 깨는 건 촌스러운 짓이니까.(하긴, 몸이 약했던 날 위해서 그랬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한발 먼저 가게에서 나온 요시노는 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너무 예뻐보여서 힘껏 심호흡을 했다. 예전에는 여행이나 스포츠, 그런 놀이는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날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정도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아 건강한 몸을 손에 넣었으니, 슬슬 이 지겨운 회식도 다시 평가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아버지의 배도 이제 너구리 배가 되어가고.
(겨우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 뿐이잖아? 어째서 출병식을 열어주는 거람?)
1주일이면 돌아오는데 말야. 꼭 지방으로 전근가는 샐러리맨의 송별회같이 난리법석이라니. 객실을 드나들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종업원은 마지막까지 이 모임의 목적이 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당연한 건가. 제일 어린 사람이 상석에 앉아서 어른들의 송별인사를 받고 있었으니)
피식하고 슬며시 웃었을 때, 등 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요시노."
이름을 부르며 다가 온 건 레이짱이었다. 사촌이자 이웃집에 사는 언니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지만, 가끔은 세상에서 제일 미워진다.
상냥하면서도 꼴불견이기도 하지만 소중한 사람.
"어른들은?"
"어머니와 숙모님은 계산대에서 회계, 아버지는 숙부님 부축. 전철로는 무리인 것 같아서 택시를 부른데."
"취하셨나."
"취하셨지. 기쁘신 거야, 요시노가 당당히 수학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게."
그래서 그만 과음하신 거다.
"응."
초등학교 때에는 도중에 돌아왔다. 중학교 땐 클래스메이트들한테 들키지 않도록 어머니가 따라다니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취급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선생님 옆자리 지정석에서 졸업하여, 친구들과 평등하게, 동등하게 수행여핵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젊은 사람은 전차로 돌아가자."
요시노는 레이짱의 셔츠를 잡아 끌며 말했다. 하세쿠라가의 3명, 시마즈가의 3명, 합계 6명이 한대의 택시에 탈 순 없으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말하고 올게."
레이짱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요시노가 [지금부터라면 10시부터 시작되는 드라마도 여유 있게 볼 수 있겠다]며 시계를 보는 동안 레이짱이 돌아와서 OK사인을 보냈다.
가자, 라며 큰길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등을 잠깐 바라보고, 요시노는 종종 걸음으로 따라갔다.
손을 내밀어 레이의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걸을 수 있다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실은."
요시노는 자그맣게 중얼거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응, 왜?"
"아무 것도 아냐, 자, 얼른 돌아가자."
전차로 돌아가자고 말한 이유는 "젊으니까"가 아니라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지금은 [상냥한 요시노]로 있어 줄게.
일주일이나 만나지 못할테니까.
레이짱이 파란 하늘을 우러러보며 떠올릴 게 [뾰루퉁한 요시노]의 얼굴이라면 불쌍하잖아.

 

 

3

 

노리코한테서 전화가 온 건 오후 10시 좀 넘어서였다.
"미안해요, 너무 늦었죠."
"괜찮아,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니까 우리집은 늦게 자거든."
"하지만 시마코 씨는."
"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 아니에요?"
노리코는 학교에서는 시마코를 "언니"라고 부른다. 쇠르의 의식을 맺은 당초에는 딱잘라 부르기에는 혼란스러웠던 것 같지만 요즘은 진정된 것 같았다. 요시노양이 사생활에서 레이님을 [레이짱]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고 난 후로, 깨끗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3인칭으로 부를 때에도 [시미코님]과 [시마코 씨]를 잘 구분하고 있다.(왠지 노리코가 "시마코양"이라고 부르는 게 연상이 안되네요. 그래서 "시마코씨"로)
"내일 가져갈 짐을 한번 더 체크하고 있었어."
1주일쯤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해왔으니 대부분의 준비는 끝나 있다. 하지만 성격이 성격인지라, 여행안내에 적혀있는 짐 체크 페이지를 보면서 다시 한번 빠진 게 없나 확인하고 말았다.
"그렇지, 장소가 장소니 가지러 올 수도 없고."
"그쪽에서 파는 거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잖아?"
하지만 없으면 곤란할 물건이래봤자 교복과 여권 정도였다. 
교복은 몸에 붙어가는 거니까 잊어버릴 리가 없다. 그러니 여권만 가지고 가면 나머지는 친구들한테 빌리거나 현지에서 조달하거나 하면 여행을 중단할 정도의 일은 벌어질 리 없다. 쾌적한 생활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면.
"저도."
노리코가 말했다.
"저도 잊어버린 물건에 신경을 쓰는 타입이에요."
"그래."
"그래서 학교에서 깜빡하고 하지 못한 말이 있어서 좀 망설이다가 역시 전화하기로 한 거에요, 시마코씨."
"뭔데?"
"잘 다녀와요, 조심하고. 시마코씨라면 나사 풀린 짓을 할 거 같은 걱정은 안되지만."
"으응."
"기다릴게요, 돌아오길, 기다릴게요."
"노리코."
언제 떠나도 괜찮을 곳이라고 생각하던 장소에,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다.
족쇄로 붙잡혀 있는 새장이 아닌 소중한 둥지.
언제부턴가 리리안 여학원은 돌아와야할 곳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고마워."
시마코는 그 말의 의미를 음미했다. 

그곳에 소중한 병아리가 기다려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