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マリア樣が見てる) 5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전편 -4- 2월 13일

2월 13일(二月十三日)

 

 

1

"...라는 이유로, 들떠있는 기분이란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일은 리리안 여학원의 학생으로서 부디 절도있는 행동을 해주었으면 한다. 학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통상수업이니까."
담임인 야마무라 선생님의 훈계를 얌전하게 듣고서, 학생들은 "예"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안중에도없지만. 선생님도 일단 주의는 주고 있지만, 그건 형식뿐이고 내일 학생들의 행동 따위는 거의 기대하고 있지 않다. 거기다, 들뜨기 시작한 학생들에게 이제서야 엄하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소용없으니까. HR도 빨리 끝냈다. 중요한 연락사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급한 일이 아니라면 내일이후로 미루면 되니까. 경험자이자 리리안 졸업생이기도 하니까, 선생님도 그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이상." 
차렷, 경례. HR이 끝나자, 선생님의 모습이 문 저쪽으로 사라져간다. 교실을 서둘러서 날아갈 듯이빠져나가는 유미를 급우 한명이 불러 세웠다. 
"유미. 오늘, 음악실의 청소는 됐어."
"에?" 
"바닥 청소의 작업이 들어있는 날이라던데? 그러니까 천천히 가도 돼."
그녀는 청소당번일때 같은 그룹이기 때문에, 유미가 서두르는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고마워. 부디 건강하기를."
'천천히'라고 말해주었지만, 유미는 그래도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달렸다. 거기다 급우가 말한 '천천히'는 '급하게 교실을 날아다니지마'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유미가 요즘 매일 교실을 나서서음악실에 갈 동안에 들리는 장소를 용무가 끝나자마자 떠나야 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준 것이었다. 내일은 즐거운 발렌타인. 조금 불안한 발렌타인. 좌우의 발을 스륵스륵 앞으로 내밀면서, 마음속으로 즉흥곡을 불렀다.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전진, 계단을 내려갈 때도 또 종종걸음. 학교 건물을 나와서, 중앙정원을 통해서 장미의 관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는, 분위기로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세이프" 
삐걱삐걱삐걱삐걱하고, 오래된 계단을 올라서 2층으로. 비스킷 문을 열고, 곧바로 전기포트가 있는곳까지 걸어가서 셋팅했다. 싱크대를 보니까 사용한 식기는 없었다. 아마, 점심시간에 시마코가 전부 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기도 할 겸해서 창문을 열었다. 가볍게 마루를 청소하고는 테이블을 닦고서, 행주를 빨아서는 말리면 일단 종료. 오늘은 음악실 청소가 없으니까 교실에 급히돌아가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오래있으면 곤란하니까 창을 닫고서 방을 나섰다. 그런데... 
"너는 '여우 곤'이야?" 
"으악!?"
열려있던 문의 그늘에 숨어있던 인영이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유미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꺅~’으로 하라고 했잖아. 전에도 말했을 텐데?"
"...로, 로사 기간티아-" 
이쪽으로서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만... 깜짝 놀라게 하고는 비명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그 소리를 체크하는 사람도 있었단 말인가... 
"입구 근처에 있던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서, 장미의 관에 날아들어서는 뭐를 하나 생각했더니..." 
로사 기간티아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건 뭐야? 유미짱 나름의 미학이란 거야? 누구 눈에도 띄지 않게 하고는, 매일 여기서 잡무를 보고 돌아가다니 혹시..." 
"저..."
매일...은 아니지만. HR이 끝나는 것이 늦거나, 나오는 것이 늦어서 시마코에게 선수를 뺏기는 날은 하지 않는다. 
"뭐, 상관없지.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도리에 안맞으니까... 유미짱의 자기만족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촌스럽기도 하고." 
'음...'하고 기지개를 편 다음에 계단을 내려가는 로사 기간티아. 그 말을 흘려버릴 수 없어서, 유미는 황급히 뒤를 쫓았다. 
"저, 뭔가 잘못한건가요!?"
"응?"
쿵쿵쿵쿵, 계단의 스텝이 내려간다. 
"하지만, 자기만족이라던지, 찬물을 끼얹는다던지..." 
"말하긴 했는데?"
1층에 도착해서야, 로사 기간티아는 겨우 유미를 향해 돌아보았다. 
"말이야. 지금의 유미짱은 의욕만 넘치는 것 같아서. 잘은 말하지 못하겠지만, 아이의 합격을 기원하면서 백번왕래를 올리는 어머니같아." 
"백번왕래...입니까?" 
시대극에서 본 적이 있다. 신사였는지, 절이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소원을 빈 사람이 경내를 몇 번이나 왕복하고는 손을 모았었다. 분명히 그건 누군가에게 보이면 안된다는 것과 비슷한 제약이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백번왕래를 하고 있는 사람을 불러 세워서는, '이거, 기분 나쁘니까 하지 마'라고는 말할수 없잖아." 
말할 수 없다고 말하시지만, 그건 이미 말한 거나 다름없다구요... 
"기분 나쁜 겁니까?" 
"응." 
"꽤나 확실하게 이야기하시는군요." 
"확실한 말을 듣고 싶어서 쫓아온 거 아니었어?" 
"하...' 
조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 
"백번왕래나 목욕재계하는 것보다는 따뜻한 야식을 만들어주는 어머니가 좋은데..." 
"하?"
"개인적인 취미야. 어느쪽이냐면, 우리 어머니는 전자지만... 성취가 나쁜 아이에게는 조금 중압감을 주기 때문에... 아, 물론 이건 만약에라면 말이야. 실제로 우리 어머니가 주술을 부린다던지 하는 것은 아니니까 안심해." 
"그러니까..." 
어쩌지... 처음에는 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점점 이야기가 벗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없어져버렸다. 그리고는 바로 청소를 마친 시마코가 현관 문을 열고서 들어왔기 때문에 이야기는 도중에 툭 끊어져버렸다. 하기야, 로사 기간티아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완결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 언니."
로사 기간티아를 발견한 시마코는, 천사와 같이 웃었다. 원래가 허망할 정도의 미인이지만, 웃는 얼굴은 각별했다. 같은 나이의 여자라고는 해도, 어째서 이렇게나 다른 걸까... 유미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한다. 
"합격했어."
두서없이, 로사 기간티아는 시마코를 향해서 V사인을 했다. 
(어...? 뭐지?) 
"축하드립니다, 언니!"
격해진 시마코의 말에, 간신히 유미도 상황을 알아차렸다. 로사 기간티아가 지망대에 합격한 것이었다. 
(아, 그런가) 
그것을 가장 먼저 시마코에게 전하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 분명하다. 로사 기간티아는. 왜냐면시마코를 보는 눈은 왠지 차분하고 상냥했으니까. 언제나 유미를 보고 있는 중년변태의 로사 기간티아가 아니었다. 
"축하드립니다."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해서 미안하긴 했지만,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고마워. 유미짱."
로사 기간티아가 유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웃었다. 
"사실, 고생 좀 했어. 옛날부터 대학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수험공부를 시작한 것도 올해였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봄부터는 대학생." 
지망대가 하나뿐이었으니까 벌써 결정된 모양이다. 하지만 1개월 남짓 공부한 것만으로 수험전쟁을이겨내다니, 역시 로사 기간티아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자, 일단은 안심이네요."
"하지만, 에리코랑 요코가 아직이니까..."
로사 페티다와 로사 키넨시스구나라고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로사 기간티아 자신이 친우들을 본명으로 불러버렸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니까 수정하지는 않았다. 대학의 입시시험이란 것은, 학교에 따라 시험의 방식도 다르고 시험일도 제각각인 모양이었다. 빠른 경우에는 작년에 이미 시험은 물론이고 입학수속까지 끝낸 듯하고, 늦은 경우에는 졸업식 후에 시험이 행해지는 곳도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1월과 2월에 입시를 치르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그거야 그런 거고... 어쨌든 내일은 마음껏 즐겨보자구."
오도독오도독... 로사 기간티아가 모양이 좋은 하얀 손가락을 꺾자, 기분좋은 소리가 천장에 울렸다. 
"그럼, 언니를 위해서 저도 힘을 내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시마코가 쓴 웃음을 지었다. 보물찾기에 로사 기간티아가 참가한다는 것을 알자, 숨길 장소를 바꿀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이 경우에는 단순한 장소로의 이동이 아니라 그 반대. 시마코는 로사 기간티아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사람을 상대로 어설픈 장소에 숨겨뒀다가는 바로 발견되어서 게임오버가 되고 만다. 그러면 로사 기간티아도 즐길 수가 없다. 
"기대하고 있을께."
두근두근하는 표정. 이럴 때의 로사 기간티아는 아이처럼 보인다. '레이님의 보물은 다른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 것도 용납할 수 없어'라는, 조금 심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다는 타입의 요시노와는 다르게, 로사 기간티아는 보물찾기 게임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마도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불타오를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어떤가... 유미는 생각해보았지만,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다.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빠삭하다. 아니, 자신의 일이니까 더더욱 알 수 없는 건가? 상념에서 빠져나오자, 중앙정원과 장미의 관 사이에 있는 목재의 문에 장식으로 붙어있는 유리창에인영이 비치고 있었다. 유미는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었다. 
"아..."
그곳에는 어째서인지 사치코님이 선 채로 있었다. 
"언니, 부디 건강하시길."
"..."
언니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는 것 이전에, 한번 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엄한 눈초리를 하고 있다. 얼굴 전체에 '불쾌'라고써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장미의 관 앞까지 왔다면 어째서 바로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을 생각하기 시작한 때에, 사치코님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꽤나 즐거워하네." 
언제부터 거기에 서있었던 것일까... 사치코님은 안에서 웃는 소리 등등을 밖에서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 지금 로사 기간티아가 오셔서요. 그래서..." 
합격하셨다는 빅뉴스를 알려드리려고 생각했지만, 사치코님은 유미의 말을 도중에서 짤랐다. 
"알겠어. 로사 기간티아가 오시면 너는 즐거운가보구나." 
"...하?"
"그래서? 언제부터 나를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어하게 된거야?" 
"예?"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것인지, 솔직히 말하면 모르고 있다. 사치코님이 그런 말을 토해 내다니, 생각할 수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귀에서 소리를 감지해도, 뇌가 그 의미를 이해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사람의 신경회로란 것은, 예전에 있었던 일이 아니면 정보처리의 속도가 상당히달라지는 모양이다. 
"제가... 언니를 싫어한다구요?"
그래서 귀에 들려온 말을 그대로 복창하고는, 유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치코님은 어째서, 어떤 일이 발단이 되어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것일까? 
"아니라고 말하는 거야? 그럼, 어째서 날 피하는 거야?" 
"피하다니, 그런..." 
부정했지만, 사치코님은 믿어주지 않는다. 
"피하고 있어."
확실하게 잘라 말하고는 타협하지 않는다. 유미에게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요즘의 행동이나 태도가 계기가 되어서 그런 식으로 보이고 있었을지도... 
"처음에는 내가 부통이니까라고 납득하자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 레이에게도 시마코에게도 보통처럼 대하고 있어. 장미의 관에 와도 내가 오기 전에 돌아가 버리질 않나, 내가 평소보다 빨리도착한 때에는 도망치듯이 달려가 버렸잖아." 
"그건..." 
음악실의 청소에 늦었기 때문인데... 레이님과 사이좋게 지낸 것은 사치코님에게 줄 초콜릿의 제작을 지도받고 있었기 때문인데... 
"왜 그래?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해봐." 
하지만, 그런 것은 말할 수 없다. 사치코님을 위해서라니... 그것은 단순한 이쪽의 생각일 뿐이다.들떠서 좋아라하고 있었다. 로사 기간티아의 말대로, 단순한 자기만족. 아니, 그 이하라는 것을 겨우 깨달았다. 유미는 사치코님을 보았다. 
"왜 입다물고 있는거야? 네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어째서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 거지? 그래버리면,나는 아무 것도 모르잖아." 
언니는 지금, 무척이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언니." 
그 말조차도 간신히 했다. 언니에게 이런 얼굴을 하게 만든, 이렇게까지 말하게 만든 자신이 한심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사치코님을 싫어하게 될 리가 없는데... 그런데도 유미는, 정말좋아하는 사람의 점점 희미해져가는 윤곽선을 눈동자 안에 담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저, 사치코님?"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는지, 시마코가 문의 옆까지 달려와서는 말을 걸어주었지만... 두 사람의사이에 흐르는 긴박한 공기는 누구에 의해서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 시마코, 이리와."
그것을 파악한 로사 기간티아가, 시마코의 어깨를 안고서 데리고 간다. 
"어째서 우는 거야?"
두 사람만 남겨진 장미의 관 현관에서 사치코님이 조그맣게 말했다. 
"울음을 그쳐. 이 상태로는 내가 일방적으로 후배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잖아. 울고 싶은 것은 이쪽이야. 동생이 얼굴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는데다, 그 이유마저 알려주지 않다니..." 
"윽..." 
유미의 목에서 기묘한 소리가 났다.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마치 목의 근육이 부풀어 오른 것처럼 성대를 눌러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째서 말해주지 않는 거야? 너에게 있어서, 나는 그 정도의 존재야? 그렇다면 자매가 된 의미가 없잖아. 어째서 로사리오 따윌 받아들인 거야?" 
'아니에요'라고 한마디도 못하고... 대신 눈물만 흘리면서... 눈 주위가 부어가는 것을 자신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사치코님이 이런 식으로 강하게 감정을 부딪쳐 왔기 때문에 어떻게대처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 이제 됐어."
질렸다는 듯이, 사치코님이 말했다. 
"오늘을 넘기고 나서, 진정하고는 이야기해보자. 나도 조금 흥분해 있는 것 같으니까, 심한 말을 해버렸는지도 모르고." 
"아." 
돌아선 등 뒤가 너무나 쓸쓸해서 뒷모습을 뒤쫓아 가려던 그 때, 레이님과 미나코님이 장미의 관에도착했다. 
"어, 어떻게 된거야. 유미짱." 
레이님이 외쳤다. 
"아무 것도 아니야. 빨리 최종회의를 하자." 
사치코님은 유미를 남기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 것도 아니라니... 이봐." 
"글쎄...” 
미나코님과 레이님은 얼굴을 서로 처다보았다. 유미의 헤진 걸레 같은 얼굴을 보니,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하지만, 유미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냥 놔둬'라고 말하는것처럼 느껴졌다. 이럴 때에는 상냥하게 대해주는 것조차 괴롭다. 
"여러분도 저를 일방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몰 생각인가요!?"
히스테릭한 외침이, 계단의 위에서 들려왔다. 
"...말로, 아무 것도 아니에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고는, 사치코님과 반대의 방향, 관의 밖을 향해서 유미는 달려갔다. 레이님과미나코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는 듯 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돌아볼 수 없었다.   

 

 

2

 

'고민하거나 방황한 것도 내년, 내후년 이후까지 좋은 추억이 될 테니까.' 
복도를 달리면서, 머릿 속에서 시즈카님의 말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안될 것 같네요, 시즈카님.) 
좋은 추억 따위가 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자기혐오와 실망, 그리고 눈물로 얼룩진 자신의 얼굴은, 아무리 세월이 지난다고 해도 웃으며 떠올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자매가 된 의미가 없잖아.'
분명히 사치코님은 이번에야말로 유미에게 호의를 보였던 것이었다. 유미는 사람이 없을 만한 곳을찾아서 무아지경으로 달렸다. 레이님의 표정을 봐서는, 상대하기 힘들 정도의 얼굴을 자신이 하고있을 것이다. 급우들이 아직 남아있을 거라 생각되는 교실에 금방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탐색당해서는, 더욱 더 일을 크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어쨌든,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사이엔가 학교 건물의 끝까지 와버렸기 때문에, 눈앞에는 비상등의 녹색을 만드는 램프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거의 사람이 오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유미는 알고 있었다. 
간만에 들어온 낡은 온실. 안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꽃도 져버리고 잎도 떨어져 버린 만큼 살풍경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원래 사람들에게서 잊혀져서 금이 간 유리도 수리하지 않는 장소니까... 온실이라고 해도 여기서 화려한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낡을 대로 낡은 온실이지만, 바람을 피할정도는 되었다. 여기 와서야 겨우 '하'하고 한숨을 쉬었다. 학원제 전날, 사치코님도 카시와기씨와그에게 관련된 갖가지 사정으로부터 도망쳐서는 여기에 왔었다. 그러고 보니 요시노에게 로사리오를 되돌려 받은 레이님도 혼자 여기서 멍하게 있었다. 어째서일까, 이 낡은 온실이 상처받은 마음을 낫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로사 키넨시스"
시든 가지와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가느다란 나무들 사이에서, 그것은 있었다. 화분에 심어진 것이 아니라, 바닥을 떼어내듯이 쌓아올린 땅 속에서 곧게 등을 펴고있다. 벌써 어둑해져가기 시작한 온실 안에서, 거기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유미에게는 확실하게 인식되었다. 이름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미는 알고 있었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알려준 것이니까. 유미는 다가가서 그 힘이 넘치는 줄기를 만졌다. 그 때 유미는,자신이 이 나무와 만나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다. 
"너, 사철 핀다더니..."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 때의 빨간 꽃이 붙어있지 않다. 의식도 못하고 쓴 웃음이 나왔다.마치 무언가의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나, 언니에게 미움 받은 걸까?" 
사치코님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기분은, 이 나무에 대해 알게 된 그 때와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알면 알수록 사치코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탕탕하고 밖에서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얼굴을 들었다. 어두컴컴했기 때문에 눈을 의심해서 다시 보았지만, 그래도 더럽혀진 창 너머로 보인 인영은 로사 기간티아였다. 
"역시나 있었어."
휙하고 돌아서 입구에서 얼굴을 내민다. 로사 기간티아로서는 드물게 "들어가도 돼?"라면서 묻고는발을 들였다. 
"혼자 있고 싶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유미짱은 암울해진 마음을 견뎌내기 힘들테니까."
"...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이상했다. 조금 전만해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 로사 기간티아가 와준 것을 솔직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로사 기간티아는 가볍게 웃으면서 유미의 옆으로 걸어와서는, 같은 식으로 로사 키넨시스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회의에 참가하지 않는 내가 출동하는 것이 도리인데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도중에서 그렇게 되었잖아... 조금 뒷맛이 썼어."
시마코가 장미의 관에 오기 전의 이야기. 뭐야, 분명히 기억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고, 아까는 옛날의 광경을 재연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
기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떨어진 마른 가지로 옆에 있는 화분 등등을 후벼파면서, 로사 기간티아는 회상하듯이 중얼거렸다. 유미는 그 '아까'가 어느 정도의 일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단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유미짱은 말이야, 자신은 사치코와 전혀 닮은 부분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내가 볼 때에는 놀랄 정도로 겹칠 때가 있어."
"...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는 점?"
"아, 말한 적이 있었던가... 음... 크게 말하자면 그런 것이겠지만... 조금 뉘앙스가 달라."
'예를 들면'이라고 로사 기간티아는 말했다. 
"누군가와 무슨 일로 의견이 가끔 안맞는 경우가 있잖아. 그럴 때에 요시노짱 같은 사람은 철저하게 그것에 대해 상대를 꼼짝 못하게 될 때까지 반론하지만, 유미짱은 입을 다물고는 옆을떠나지. 사치코도 그래. 그런 점이 닮았어." 
"사치코님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잖아요?" 
유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로사 기간티아... 누군가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
"최근에는 말이지. 로사 키넨시스에게 단련되어서 조금 활발해졌지만." 
이전에는 과묵하고, 사귀기 힘든 타입이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분명히, 본성은 바뀌지 않았어. 자신의 대부분을 말한다면 그것을 부정당할까봐 무서워하는 타입.카시와기와의 일도 여전히 유야무야하고 있는 채로 있잖아. 걔는 말이야, 자신이 그렇게 해도 좋은장소를 알고서는 위장하고 있는 거야. '이 사람 앞이니까 자신을 보여도 좋아'라고 말이지. 결국,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거야." 
로사 기간티아는, 말하고 싶은 대로 전부 사치코님의 성격을 분석해보였다. 
"그래서, 이야기로 돌아온다면... 옛날에 보았던 광경의 재현이란 말이지. 아까의 유미짱과 사치코, 똑같이 그대로 1년하고 10개월 전의 사치코와 요코... 지금의 로사 키넨시스의 상황이었다는 거야."
"예?" 
"자매가 되어서 얼마 안지나서였던가... 아니, 되기 전일지도 몰라. 난 그 당시에 별로 다른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시기라던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1학기 시작하고 막이었을꺼야.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분명히 말해'라고 요코가 엄한 말투로 말한 것을 목격했어." 
"사치코님에게?" 
"그래, 사치코에게. 걔는 자란 환경도 있지만,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전하는 것이 서투니까. 꽤나 꾹 참고 있는데다 무언가에 속이 상한 모양이었어. 하지만 어느 날, '그걸로는 모르잖아'라고요코가 힘을 줘서 말했어. 때때로 히스테릭해지는 것은 흔적이랄까, 지금까지의 반동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알기 때문에 다들 봐주고 있는 거야."
"하..." 
"그래서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분명." 
"안절부절 못하다니, 사치코님이?"
"그래." 
"어째서..." 
"그야, 자신을 보는 것 같으니까 아니겠어?" 
유미는 그 때, 언제인가의 츠타코가 말한 것을 기억해내었다. 사치코님은 자신의 분신같은 동생을바라지는 않을 거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바란다. - 그것이 사치코님에게 선택된 이유중에 하나라는 것을, 유미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만약 거꾸로 자신 안에 있는 싫은 부분을 주변의 사람에게서 발견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거울 앞으로 들이내밀어진 것같이, 무척이나 불쾌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사치코의 심한 처사를 용서해줘." 
"용서라니, 그런..." 
휙휙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럼, 그런 거로는 싫어하게 되지 않는거지?" 
"무, 물론이에요."
이번에는 격하게 고개를 상하운동. 사치코님에게 미움받을 지언정, 이쪽에서 싫어하게 되는 일은절대로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 
"좋은 아이구나." 
로사 기간티아는, 유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쓰다듬고는 웃었다. 
"자, 슬슬 돌아가자. 난, 이 온실에 좀 적응이 안되서..."
'으쌰'라며 일어난 로사 기간티아는 스커트를 탁탁하고 털었다. 생각해보니 주변은 벌써 깜깜해져서 로사 기간티아의 표정같은 것은 거의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교내의 통로를 간간히 밝히고 있는 외등의 빛이 온실 안으로 들어온 덕에, 다행스럽게도 넘어지지 않고서 걸을 수 있었다. 어딘가에 전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스위치를 찾는 동안에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유미짱, 여기 계단이 있으니까 주의해."
로사 기간티아가 왼손을 내밀었다. 유미는 손을 잡고는 그 손이 달려있는 팔을 붙잡았다. 
"어떻게 하죠?" 
"응?" 
"곧 로사 기간티아는 졸업해버리니까,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죠?"
이런 식으로 괴로울 때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자신과 사치코님 사이를 되돌려줄 사람은 없다. 
"기쁘게 만들어주는 말을 하네, 유미짱."
갑자기 감겨오는 팔을 로사 기간티아는 뿌리치지 않았다. 그래서 유미는, 시마코에게는 미안하지만조금만 그 상냥한 팔을 빌리기로 했다. 
"괜찮아."
남은 오른손이, 살짝 유미의 뺨을 꼬집었다. 
"나도 내 언니가 졸업했을 때, 무척이나 불안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어떻게든 되어가니까." 
"어떻게든..."
정말로 어떻게든 되는걸까... 내일의 일도 알 수 없는데, 그 이상의 예상 따위는 할 수가 없었다.
"유미짱의 경우에는, 조금 더 사치코에게 본심을 전해보는 거야. 그것만 된다면, 뭐든지 분명히 넘어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유미짱이라면 할 수 있어. 왜냐면, 나에게는 분명히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 가능하잖아?" 
로사 기간티아는 마치 자신은 시험대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유미에게는 로사 기간티아에게 마음을 전한 순간에도 분명히 진지했었다. 
"그럼, 유미짱에게 숙제를 내줄게. 자력으로 사치코와 화해하는 것, 알겠지?"
"...예."
자신은 없었지만, 대답했다. 왜냐면 사치코님과 유미는 자매니까. 화해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안으로 끌어드린다는 것이 이상하다. 로사리오를 받은 때에도 둘 뿐이었다. 자매의 일은 둘이서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가방과 코트를 가지러 일단 교실에 들리고는, 로사 기간티아와 둘이서 귀가했다. 중앙정원으로 향한 창에서, 장미의 관의 불빛이 보였다. 사치코님은 아직 내일의 준비를 위해 그곳에 있다. 하지만, 유미는 들를 수 없었다. 아마도 사치코님이 말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늘이 아닌 편이좋을 거야'라고... 어쨌든 그렇다고 생각했다. 복도의 세면장에서 얼굴을 씻고 거울을 보니, 눈은충혈되어 있었지만 부은 것은 꽤 빠져 있었다. 온실 안에서 거의 1시간동안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돌아가는 길에서 밤바람을 맞으면 거의 알 수 없게 되겠지. 아무래도가족에게는 걱정을 끼치지 않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무가 늘어선 길을 걸으면서 로사 기간티아는 비슷한 부분과 다른 부분, 양쪽을 가지고 있는 자매가 부럽다며 이야기해주었다. 사실은 그런 자매가 대부분인데... 
"로사 기간티아도, 시마코를 보면서 자신과 겹치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응? 내가 시마코와? 흠... 때때로는.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옛날의나와 비교한다면 훨씬 낫다고 생각해. 가능하다면 이러저런 굴레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지만, 나로서는 무리야." 
"어째서..." 
"나는 시마코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철판 깔고 막나갈 수가 없어." 
'그러니까 상대를 몰라서 싸움을 하는 자매가 부럽다. 참견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니... 왠지 알거같으면서도 모르겠다. 마리아님의 앞에서 손을 모으면서, 유미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로사 기간티아의 회화는 어째서 이렇게 설명부족인 채로 계속 앞으로 나가버리는 걸까? 앞서 온실에서 말해줄 때는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웠는데... 
"그런데, 유미짱이 만든 초콜릿, 꽤 맛있을 거 같은데?"
버스 정류장에서 발걸음을 멈추면서 로사 기간티아는 갑자기 생각해낸 듯이 '하하하'하고 웃었다.원래 그렇기는 하지만, 갑자기 이야기가 날아가 버린다. 
"사치코에게 만들어 줄꺼지? 오늘 밤 지금부터?"
"예, 뭐..."
사실은 지금 방금 생각났다. 원래는 빨리 돌아가서 저녁식사 전에 다 만드려고 생각했었지만, 이러저런 사정으로 예정이 틀어졌다. 목욕은 몇시에 할 수 있을까... 
"맛있게 되었으면 좋겠네." 
자리에 앉아서도 로사 기간티아는 계속 초콜릿과 관련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주절거렸다. 어디어디 가게의 어느 초콜릿과 자주 가는 찻집의 블루 마운틴의 조합이 절묘하다고 생각하지만 시험해보지 못해서 유감이다라던지, 생초콜릿을 딱 맞게 식힌 상태라던가... 단순히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야. 조금 설탕을 넣은 것을 난 좋아해. 숨겨진 맛으로 양주가 들어간다면 더 좋겠지만..." 
거기까지 말을 듣자, 간신히 재촉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로사 기간티아에게 준다고는 말한 기억이 없는데요?" 
"에, 정말!? 당연히 주는 거 아니었어!?" 
당연이라니... 어떻게 그런 사고방식이 생겨난 것일까... 시마코에게는 받을 것 같지도 않다고 포기하고 있는 주제에... 
"시즈카님에게 무심한 사람에게는, 의리로도 못줘요." 
"어라, 어떻게 안거야?" 
부끄러움도 없이 말하니까 결과가 나쁜 거라구요. 이런 식으로 누구라도 상관없이, 초콜릿을 달라고 조르고 있는걸까나... 로사 기간티아는... 
"쳇..."
입술을 내밀고는 애들처럼 토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관한 고등학교 3학년이 아니라, 꽤나 능글능글한 평소의 로사 기간티아로 돌아와버렸다. 
"초콜릿이 먹고 싶다면, 가게에서 사드릴께요."
특히나 지금 시간이라면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이 가게 앞에 늘어있을 테니까 아무거나 골라잡으면 된다. 
"애정이 담긴 것이 먹고 싶어." 
"그러면, 시마코의 집에 전화하는 건 어때요? '초콜릿 줘'라고." 
"싫어."
"그럼 포기할 수밖에요." 
"싫어싫어. 초콜릿 안주면 유미짱을 잡아먹을꺼야~"
"예, 예..." 
더는 진지하게 상대할 수가 없다. 
"잡아먹는다고 했으니, 정말로 잡아먹을꺼야."
승객이 뜸한 것을 기회로 중년변태 모드 작렬... 간신히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낮추고 얼굴을 관리했기 때문에, 멀리서 보기에는 리리안의 학생들이 천진난만하게 조잘거리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윤곽선이 진한, 조금 이국풍의 미소녀가 설마 이런 극단적인 말을 하고 있을거라고는 운전수도, 창가에 앉아있는 중년남성도, 노약석의 할머니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로사 기간티아는 역에 도착할 때까지 유미에게만 들릴 정도로 '초콜릿'을 연발했다. 어쩐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로사 기간티아에게 줄 몫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사치코님에게 주고 남은 것이 되겠지만.